•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지식

에어팟 혹평받는 디자인의 이유? 완벽한 통화를 위한 마이크 설계 by 골수공돌이

영디비 영디비
17020 3 14

원제 : 에어팟에 마이크가 2개 있는 이유 – 빔포밍 마이크의 동작

애플의 에어팟(AirPods) 소개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탑재된 Voice Accelerometer가 사람이 말하는 순간을 인식하면 한 쌍의 빔포밍 마이크가 함께 동작하여 주변의 소음은 걸러내고 목소리에 집중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에어팟에 탑재된 기능중에 관심이가는 부분이라 이번 글에서는 빔포밍 마이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apple_airpods_screen_shot-1200x695.png
에어팟 빔포밍 마이크에 대한 간단한 언급 – Apple AirPods 소개페이지 캡처

먼저 용어에 대해 설명하면, 빔포밍(Beamforming)은 일정한 배열을 이루고 있는 송/수신기를 이용해서 무선 신호를 보내거나 받아들일 때 방향성을 부여하기 위한 신호처리 기술입니다. 신호를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각 수신기에 도착하는 신호의 위상차에 의해 특정 방향의 신호는 서로 상쇄되고 다른 방향의 신호는 서로 보강되는 성질을 이용하는데, 여러 수신기에 도착하는 신호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중치와 지연시간을 조절한 후에 합하면 원하는 방향의 신호만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2014년 Apple Insider 사이트의 글에서는 이어폰의 연결선을 따라 여러개의 마이크를 탑재하여 빔포밍을 구현하는 애플의 특허를 소개하고 있는데, 애플은 수년 전부터 빔포밍 기능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에어팟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빔포밍은 전문 녹음용 마이크에는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인데, 에어팟에 빔포밍 기능을 탑재하면서 통화 품질을 높이는 정도의 용도로 대중화 시킨 부분은 역시 애플 답습니다. 다만 에어팟의 크기나 W1칩의 성능/전력소모 등의 제약으로 여러개가 아닌 2개의 마이크만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작년 9월 애플 이벤트에서 필 실러(Phil Schiller) 부사장이 에어팟을 소개하는 장면(아래)에서 탑재된 2개의 마이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개의 마이크를 사용하면 특정 방향에 조금 더 날카롭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2개의 마이크로도 방향성을 구현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two_mics_AirPods-1200x669.png
에어팟에 탑재된 두개의 마이크 (출처 – 유튜브 영상 “Apple – September Event 2016”, 첨삭추가)

빔 포밍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두개의 마이크에서 받아들이는 소리를 단순히 더하는 것 만으로 받아들이는 소리에 방향성이 생기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편의상 특정 주파수의 사인(sine)파가 있고 이 사인파의 1/2 파장 길이만큼 두개의 마이크가 떨어져 놓여있다고 가정하면 마이크가 놓여진 축과 평행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사인파의 경우 마이크 A와 B에서 입력되는 신호 사이에 정확히 180 도의 위상차가 발생하여 더할 경우 서로 상쇄되어 0이 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의 빨간 화살표) 반면 마이크 A와 B가 놓여진 축과 수직 방향으로 진행하는 사인파의 경우 두 마이크에 똑같은 위상이 입력되기 때문에 사인파는 상쇄되지 않습니다.

 

two_mic_passive_configure-1200x766.png
두 마이크의 Broadside Array 배열

개념 설명이 목적이므로 수식은 생략합니다만 위의 상황에서 마이크 A/B 중간지점을 원점, 마이크 A/B가 놓여진 축에 수직한 윗 방향을 0도로 가정하고 방향에 따라 두 마이크에서 합해지는 신호의 상대적 이득을 계산하면 아래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두 마이크와 수직한 방향(0도/180도)의 소리가 가장 강하게, 평행한 방향(90도/-90도)의 소리가 가장 약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자세한 수식이 궁금할 경우 링크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래프의 출처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두 마이크의 소리를 더하는 것만으로 마이크에 입력되는 소리에 방향성이 생긴다는 사실은 확인했습니다만 에어팟의 착용시 입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방식의 빔포밍은 통화에 오히려 방해가되기 때문에 다른 신호처리 방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AirPods_broadside_array-1200x667.png
Broadside Array 배열의 두 마이크 신호를 단순히 합할 때의 빔포밍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두 마이크 사이의 거리가 파장의 1/2이 되는 주파수에 대해 앞에서 설명한 신호의 상쇄가 일어나므로 빔포밍이 가능한 대역폭은 두 마이크 사이의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파장의 1/2이 두 마이크의 거리보다 짧은(=주파수가 높은) 신호에 대해서는 방향에 따른 신호의 상쇄가 여러번 일어날 수 있어 원치 않는 방향에서도 신호의 감쇄가 일어나는 aliasing이 발생하게 됩니다. 에어팟의 경우 두 마이크 사이의 간격은 대략 2.5cm 정도인데 빔포밍의 대역폭은 소리의 속력(340m/s)을  파장(2.5cm x 2)으로 나눈 값인 6.8KHz 가 됩니다. 보통 통화시의 주파수 범위를 300Hz~3.4KHz로 가정하므로 (참고 링크) 사람의 목소리를 왜곡없이 샘플링하기 위한 nyquist 주파수(2배)인 6.8KHz를 에어팟의 빔포밍 대역폭으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통화를 할 때 바람직한 빔포밍의 방향은 위의 그림에서 마이크 A쪽의 소리는 받아들이고 나머지 방향의 소리는 억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아래 그림과 같은 신호처리가 필요합니다. 마이크 B의 입력을 소리가 두 마이크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T)만큼 delay시킨 후 마이크 A의 입력에서 빼준 다음 반으로 나눠주면 A->B 방향으로 진행하는 소리는 값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B->A 방향으로 진행하는 소리는 완전히 상쇄됩니다. 편의상 앞에서 설명한 빔포밍의 대역폭의 1/2 주파수(파장이 2배)에 해당하는 신호를 가정하면 두 마이크 사이의 거리는 이제 파장의 1/4에 해당하며 두 마이크 사이를 지나는 시간차도 파장의 1/4 이 됩니다. 소리가 A->B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우 마이크 A의 신호는 sin(A*x) 마이크 B의 신호는 sin(A*(x-pi/2))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신호를 다시 소리가 1/4 파장만큼 진행하는 시간동안 delay 시키면 sin(A*(x-pi/2-pi/2)) = -sin(A*x)가 됩니다. 이 신호를 마이크 A의 신호에서 빼준 후 2로 나누면 (sin(A*x) – (-sin(A*x)))/2 = sin(A*x)에 의해 마이크 A에 입력된 신호와 동일한 신호가 되어 A->B 방향의 소리는 무사히 살아 남습니다. 반면 소리가 B->A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 B의 신호를 1/4파장 만큼 delay 시킨 신호는 소리가 B->A를 진행하는 시간에 의해 1/4 파장만큼 delay된 마이크 A의 신호와 동일하기 때문에 빼주면 서로 상쇄되어 0이 됩니다.

 

differential_array_annotated-1200x599.png
두 마이크의 differential array 배열

위의 그림과 같이 마이크 A/B가 놓여진 축과 입력되는 소리사이의 각도를 theta로 가정하고 방향별로 상대적인 이득을 계산하는 수식은 “First order differential microphone arrays… (링크) ” 라는 제목의 논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위의 그림도 같은 논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유도된 식에 따라 방향에 따른 소리의 감쇄량을 계산해서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은 cardioid 패턴을 이루면서 사람의 입이 있는 방향으로는 아무런 감쇄가 없고 뒷쪽 방향으로 갈수록 감쇄량이 커져 입의 반대 방향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받아들이지 않는 빔포밍을 이루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따라 오셨다면 에어팟의 빔포밍 마이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거의 이해하신 겁니다!)

 

Cardioid_pattern-1200x697.png
Cardioid pattern 빔포밍

앞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마이크 B에 입력된 소리에 가하는 delay를 소리가 마이크 A/B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과 동일하다고 가정했는데, 이 delay와 마이크 A와 B에 곱해지는 가중치를 조절하면 위의 Cardioid 패턴 이외에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문 음향기기 회사인 Shure사의 블로그를 보시면 빔포밍 마이크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패턴들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 링크글의 맨 아랫 부분에 있는 동영상을 보시면 각 패턴별 빔포밍 마이크의 성능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빔포밍 구현을 위해서는 받아들이려는 주파수에 비해 꽤나 높은 sampling rate가 필요하다는 점 입니다. 에어팟의 경우 두 마이크 사이의 거리가 2.5cm이고 소리가 이 거리를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3.5us 인데 이정도의 시간차를 구분하려면 최소 13.6KHz의 sampling rate가 필요하게 됩니다. 앞에서 설명한 Cardioid 패턴이 아니라 Hyper-Cardioid 패턴의 빔포밍을 구현하려면 73.5us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을 구분해야 되기 때문에 필요한 최소 sampling rate는 40.8KHz로 껑충 뛰게 됩니다. 3.4KHz 정도의 대역폭을 가지는 목소리를 잘 받아들이기 위한 것 치고는 꽤나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하지요. 소모전력이 중요한 에어팟에서는 sampling rate를 낮춰서 Cardioid 패턴 정도의 빔포밍을 구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을까 하고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지금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어 에어팟의 구입을 서두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글을 쓰고나니 조만간 에어팟을 사서 통화를 해보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원글은 골수공돌이님 작성하셨고, 링크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기존 블루투스 이어폰에도 이런 구조로 2mic 혹은 3mic로 노이즈캔슬링을 적용하고 있는 모델이 있습니다.

* 골수공돌이님의 동의를 구하고 가져왔습니다. 
   

 

#애플 #에어팟 #디자인 #빔포밍 #마이크 #노이즈캔슬링

신고공유스크랩
INSsoulJK INSsoulJK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14

댓글 쓰기
profile image
글을 읽으니 디자인과 기능은 항상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ㅎㅎ 에어팟이 취향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18:08
17.03.27.
profile image
영디비 작성자
KIMBBAM
항상 반비례라.... 이어폰/헤드폰에 한정해서 생각해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네요... 흠... 뭐 좋은 반대의 예는 없을까? ㅎㅎㅎ
23:12
17.03.27.
profile image
영디비
꼭 이어폰뿐만 아니라 어지간하면 그렇더라구요 디자인이ㅠ.ㅜ 반대의 예는 떠오르지 않는군요
01:04
17.03.28.
profile image
KIMBBAM
네? 좋은 디자인의 필수 요건이 편리성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으면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어요.
디터람스가 말했나요? 디자인은 기능의 극치라고..
08:57
17.03.28.
profile image
SunRise
아 말이 좀 오해의 소지가 있군요ㅎㅎ 위에서 말씀드린건 어디까지나 '미'적 관점에서 말씀드린겁니다.

무엇이 좋은 디자인이냐에 대한건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 저같은경우는 기능+미적인 모든 요건이 적절히 밸런스를 갖춰야 좋다고 보는 입장이긴 합니다 :)
12:19
17.03.28.
profile image
이야 저는 저렇게까지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날카로운 분석글 같습니다 !

조금 부연설명하고 싶은게 있는데
Cardioid 패턴과 Hyper-Cardiod 패턴의 차이점을 설명해보자면
카디오이드 패턴은 전방부 지향성 패턴이 hyper-cardiod 보단 약간 넓지만
반면에 하이퍼 카디오이드 패턴은 대신에 후방부 지향성이 어느정도 보입니다.

글쓰신 분은 전방부 지향성 패턴이 약간 줄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듯
(제 뇌피셜입니다)
저는 카디오이드 패턴만으로 충분치 않나? 생각해봅니다 ㅎ
22:33
17.03.27.
profile image
싸비
https://youtu.be/p1WOtGJk4YE

카디오이드 패턴이랑 하이퍼 카디오이드 마이크로 녹음해 비교한 재밌는 동영상이 있길래 추가해봅니다.

진짜 지향성 쩌는 마이크를 느껴보실려면 shotgun 패턴을 보이는 마이크로
녹음한 동영상 보시는 것도 재밌습니다. ㅎㅎ
https://youtu.be/H3Dxllviue8
22:39
17.03.27.
profile image
영디비 작성자
싸비
저도 글 읽을 땐, 카디오이드 패턴보다 하이퍼카디오이드 정도로 하면 좋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후방부 수음이 약점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아예 샷건 정도가 아니라면? ㅎㅎㅎ
23:10
17.03.27.
profile image
이런 글 너무 재밌습니다ㅎㅎ근데 꼬다리가 꼭 있어야한다해도 디자인은 잘 뽑아낼 수 있었을텐데 이어팟 디자인을 그대로 쓴 건 여전히 아쉽긴 하네요 사람들이 수년간 이어팟에 너무 익숙해졌는데 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으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ㅋㅋ 이어팟이 없고 에어팟이 있었으면 몰라두..말이죠
12:18
17.03.28.
profile image
영디비 작성자
헤메
ㅎㅎㅎ 저도 차마 밖에 끼고 다니진 못하지만, 사무실에서 이거 만큼 편한게 없어요. 많이 아쉬운 디자인이죠 ㅋ
18:20
17.03.28.
profile image
실제로 지인의 에어팟을 사용했을때도 어떻게 통화품질이 좋지?
이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다 이유가 있었군요

디자인은 아쉽지만 사용자 편의성을 생각하면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 됩니다
17:52
17.03.29.
profile image
영디비 작성자
INSsoulJK
편의성은 진짜 최고인듯해요~
18:02
17.03.29.
profile image
영디비
진짜 편의성이 신기할 정도의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14:53
17.04.03.
profile image
저 자그만 물건에 여러가지 고찰이 담겨있네요
16:29
17.04.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