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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스압)비교청음, 청취테스트의 변수와 편차

백구 백구
1286 12 9

 
 우리가 듣는 소리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제각각 중시하는 분야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향 취미인이라면, '완전히 표현하진 못할지라도, 충분히 측정할 수 있다' 라고 대답할 것이고 
  
 오디오 취미인이라면 '그래도 인간의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기계의 측정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합리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계측 값의 차이가 일정 수준 이하라면, 소리의 차이를 듣기 힘들 것' 이라는 음향적인 태도를 취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인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밀한 계측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정확성과 신뢰성이 월등한 기계로도 측정하지 못하는 소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청취하는 대상이, 측정하는 대상이 인간이기에 발생하는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해외의 자료글들을 조사하며 '오디오와 음향의 변수와 편차'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금 긴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 유심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스피커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을 설명한 뒤 이헤폰과 관련된 부분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Floyd Toole - Sound reproduction – art and science_opinions and facts 39-10 screenshot.png

 
 

 일단 비청이나 테스트를 수행할 때, 그 주체가 되는 대상은 사람입니다. 소리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마이크나 측정장비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은, 계측하는 기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환경적인 변수, 심리적인 변수, 신체적인 변수의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환경적인 변수로는 청음 환경, 볼륨 편차, 청취위치의 변화 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청음 환경의 변수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부분입니다. 스피커 케이블을 바꾸다가 스피커의 위치나 토인각을 변경하는 경우나, 주변 사물을 건드려 직접음과 반사음의 패턴에 변화를 주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이런 부분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중요하게 생각치 않아 심각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음은 물론 중고음 이상 대역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소리를 내는 스피커나 공간과의 반응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지요.

 생각보다 큰 오해를 불러일으켜 판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신경써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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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볼륨 편차 같은 경우에는, 비교하는 대상끼리의 음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맞추지 않았을 때 작용하는 변수입니다.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험에서는 다양한 신호와 음향적 환경을 적용했을 때 0.25dB에서 3dB까지 인지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각 청각 능력을 가진 만큼, 음압의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각 실험은 대부분 보수적으로 그 한계를 설정합니다.

 최소 0.2dB 이하의 음압 차이를 가지도록 음압을 매칭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실험에서는 0.1dB 이하 수준까지 음압을 동일하게 통일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흥미 위주의 가벼운 주관 평가라면 널널하게 맞춰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정말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를 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전압계를 통해 DAC나 프리앰프의 출력 전압을 동일하게 일치시켜주거나, 정밀 측정 마이크를 기준으로 동일한 음압의 파장을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소리 (사인파, 전대역 Sine Sweep) 등을 통해 볼륨을 0.2dB 이하로 정확하게 매칭해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휴대폰 마이크나 소음 측정 어플은 그 신뢰성이 높지 않아서, 객관적인 평가의 용도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동일한 위치에 두고 사인파, 다중톤 등을 잘만 사용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볼륨 매칭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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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헤폰끼리의 비교라면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간이 커플러나 더미헤드에 씌워놓고 음압을 일치시켜주는게 좋겠지만, 선형왜곡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니 장비보다는 비교적 판단의 정확성이 높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음압을 일치시켜주는게, 더 신뢰성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인간의 귀로 구분할 수 없는 음압까지 정밀하게 매칭하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한 기기의 음압이 높을 경우 그 기기의 사운드 품질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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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음압을 가지고 있는 DAC와 앰프. 스피커, 이헤폰을 비교하는 것은 어느 한쪽에 암묵적인 가산점을 주고 시작하는, 기울어진 청음환경에서 비교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볼륨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 블라인드 테스트의 시작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그러한 평가에 관심이 있는 부분이라면, 또한 그러한 테스트를 실시하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신경을 써주시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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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청취 위치의 변화는 여러분도 모두 아시는 부분이고, 체감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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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스피커를 놓고 움직이는 것부터,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자연음까지. 소리는 우리가 청취하는 위치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음파는 한번 방사되는 순간부터 변화무쌍하게 변화를 일으키고, 공간 내부에서 룸모드 및 각종 컴필터링을 일으켜 소리에 큰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스윗스팟 안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직접음, 그리고 벽과 각종 사물에 부딪혀 발생하는 반사음의 상호작용이 발생하여 우리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안겨주기도 하고, 부정적인 인상을 안겨주기도 하죠.

아주 미세한 청취 위치의 차이가 발생해도, 우리의 몸은 그런 음파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소리의 차이가 발생했다' 라는 결론을 내곤 합니다.

서로 다른 청취위치에서 들은 소리를 가지고 소리의 품질과 음색을 비교하는 것은, 공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비교청음과 테스트를 실시할 때에는 최대한 동일한 청취 위치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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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심리적인 변수는 플라시보(노시보)를 비롯한 다양한 인지효과, 시각 편향 등이 있습니다.

 플라시보는 사실 오디오에서는 이미 널리 퍼진 이야기지요.

 플라시보는 약효가 없는 가짜 알약을 줘도,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믿음을 준다면 실제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입니다.

 그리고 노시보 효과는 그와 반대로, 알약의 효능와는 관계 없이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믿음을 가지거나 애초에 효과가 없을거라는 의심을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좋은 평판을 가진 값비싼 고급 브랜드의 럭셔리 제품을 듣는 순간, 실제로는 재생음의 차이가 없을 지라도 소리가 더 좋아졌다는 플라시보 효과를 느낄 수도 있겠고, 반대로 평판이 그닥이거나 여론이 존재하지 않는 값 싼 무명 브랜드의 싸구려 제품에게는 노시보 효과를 느낄 수도 있겠죠.

 비청을 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속에서, 이러한 효과는 내 의사와는 관계 없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비 효과처럼, 정말 사소한 심리적인 요인이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퍼져버린 흔한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괜찮을 것이라며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는 엄청난 작용을 일으키는 변수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듣는지 '관측' 한다면, 그 결과 또한 '확정'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이후에 나타나는 다른 인지 효과들과 합쳐져, 더욱 강화됩니다.

 특정 요소의 우월함 때문에 다른 요소들까지 좋게 평가하는 후광 효과, 반대로 특정 요소의 열등함 때문에 다른 요소까지 나쁘게 평가 하는 악마 효과와

 두드러진 결점이 인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저성 효과,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처음 받은 느낌을 다르게 평가하는 수면자 (뇌이징? ㅎㅎ;;) 효과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그러한 상품의 소비를 꺼리고 차별성을 가진 재화와 사치재를 소비하려고 하는 스놉 효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자작이나 희소성 있는 소수의 제품에 더 고평가를 하게 되는...)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그 제품이 가진 이미지나, 구매하는 계층과 같은 부류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파노플리 효과 (명품, 고가 오디오를 사용하면 소리도 명품, 고가가 되어 우월해진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경우) 등등...

 우리가 획득한 감각 정보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인 요소는 아주 많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만큼, 우리가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충동적인 심리에 휘둘려 잘못된 평가를 하게 되고, 과투자와 과소비를 정당화하게 된다면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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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시각이라는 감각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알려주는, 시각편향과 관련된 실험입니다.

 삼성이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하만사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와 사이티드 테스트 간의 실험입니다. 하만 사의 럭셔리 스피커 2개, 소형 2.1채널 스피커 1개, 그리고 경쟁사의 럭셔리 우드 스피커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눈을 감고 음색, 공간감 등등 다양한 청감적 인상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각각의 사운드 품질 차이를 그렇게 크게 평가하지 않았고, 소형 시스템은 경쟁사의 제품보다 평균적으로 소폭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다양한 요소를 관찰할 수 있는 사이티드 테스트에서는 멋진 디자인의 하만 럭셔리 스피커의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소형 스피커의 경우에는 오히려 청감적인 품질이 떨어져 경쟁사의 우드 스피커보다 낮은 선호도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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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은 위치를 다르게 한 실험 결과입니다. 같은 색상을 띄고 있는 스피커는 동일한 스피커이며, 위치를 바꾸어 소리의 품질에 변화를 준 상황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위치에 따른 청감 평가의 차이가 크게 드러났고, 못 생긴(?) 제품들이 예쁘고 잘 생긴 제품들 보다 더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뜬 순간 예쁘고 잘 생긴 꽃미남 스피커들은 순식간에 점수가 상승하고, 못 생긴 제품들은 점수가 추락해버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위치에 따른 청감적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거의 동일해지거나 소폭의 차이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비교하여, 다른 감각의 영향을 더 받게 되는 사이티드 테스트의 변동성이 극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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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당연히 그 성향이 작든, 크든 외모를 따질 수 밖에 없으며... 시각적인 감각의 비중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 예쁜 디자인을 가진 기기, 더 멋지고 미려한 외관을 가진 장비, 아름답고 굵직굵직한 케이블 등등... 

 설령 청각적인 평가라고 해도, 인간이 얻는 감각 정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각이 차지하는 순간 소리를 오히려 밀어내버리고, 시각적인 인상이 지배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을 뜨고 진행하는 사이티드 평가에서는 시각적인 편향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와는 별개로, 디자인적인 요소나 다른 가치에 의해 발생하는 개인의 만족도가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크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알아두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가진 제품,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로 음악을 들으면 선호도가 더 높아진다! 라는 사이티드파의 주장에 막강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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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신체적인 변수는 소리를 듣는 인체의 생리적인 구조와 음향적인 특성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하는 가장 위험한 폭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비교청음에 엄청난 변수로 작용하며, 음향학자들이 사이티드 비청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자기가 뭘 듣고 있는지 모르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쉽게 무시될 수 있지만, '자기가 뭘 듣는지 알고 있는' 사이티드 테스트에서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이지요.
 

 Sound Source가 신체에서 떨어져 있는 스피커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이헤폰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먼저 스피커를 청취할 때의 신체편차를 설명하고,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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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귀는 공간감과 위치감을 더 잘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시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보조적인 정보를 획득하게 해주고, 원시적인 사냥, 추적, 생존 등등 많은 분야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복잡한 귀 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귀의 모양은 그 자체로 일종의 'Waveguide' 처럼 작용하여 음파의 복합적인 공진을 발생시킵니다.

​ 
  소리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각도, 위치에 맞게 다른 공진이 발생된 음파는 외이도 안으로 들어가 고막에 수음되게 되고, 뇌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청각 정보를 해석하여 소리의 위치를 추측합니다.

 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이러한 공진은 사람마다 다르게 형성되며 실제로 측정해보면 각도마다 다른 응답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귀' 는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는 도구이지만,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듣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극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음원의 위치에 각도에 따라서 귀의 응답이 달라진다는 말은, 바꿔서 말하면 음원의 위치가 동일하더라도 우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귀의 응답이 달라진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머리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정말 미세하게 1cm만 고개를 틀어도, 왼쪽 귀와 오른 쪽 귀로 들어오는 청각 정보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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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방위에서 발생한 주파수 반응을 측정한 머리의 함수, HRTF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이런 식의 그래프가 나오게 됩니다.

 색상이 다른 저 빼곡한 그래프가, 각각 1도의 차이를 그래프를 모아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다른 방향에서 나온 소리를 추측할 때, 측정용 마이크처럼 모든 소리를 동일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특정한 공진을 포함시켜 인지하게 됩니다.

 귀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축복이자, 저주라고 할 수 있지요.

 이걸 비청 환경에 적용하여 생각해본다면...

 동일한 장비와 케이블을 사용해 스피커 소리를 들어도 1도라도 고개를 돌리면 주파수 응답이 달라집니다.

 1Khz 부근의 음역대는 비교적 변화가 크지 않지만, 3Khz 이상으로 갈수록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것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동시에 일어납니다.

 소리가 듣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에, 측정장비나 마이크로 측정이 불가능한, 예측 불가능한 계측값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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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취환경에서 측정한 1/6 스무딩 그래프입니다. 모노 스피커를 놓고 측정했을 때, 제일 위쪽이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돌렸을 때의 응답, 가운데의 그래프가 정면, 아래쪽의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 돌렸을 때의 응답입니다.

 제 외이도에 고정시킨 바이노럴 마이크를 이용해 직접 측정한 응답입니다.

 청취위치의 측정용 마이크를 기준으로 하여 측정한다면 대체로 '플랫한' 응답이 나오게 되지만, 우리의 귀로 측정했을 경우 이렇게 특정 주파수가 강조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3개 모두 실제로는 동일한 음압이며, 보기 쉽게 20dB 단위로 나열하였습니다. 주파수 음역대에서 모양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특정 대역에서 얼마나 큰 dB의 차이를 가지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것을 왼쪽 귀의 응답과 오른쪽 귀의 응답으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확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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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귀의 1/12 스무딩 응답입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느냐,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에 따라서 왼쪽 외이도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렇게 바뀌게 됩니다.

 특정 대역에서는 +-10dB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케이블과 장비가 발생시킨 차이가 아니라, 순수하게 신체의 공진만으로 발생한 어마무시한 차이입니다. 신체와 귀가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10도만큼 고개를 돌리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약간만 돌려도 특정 대역에서는 소리의 크기 차이가 최대 4배까지 체감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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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귀의 1/12 스무딩 응답입니다.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느냐,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로 틀었느냐에 따른 차이입니다.

 귀의 모양이 다른 만큼, 공진도 다르게 적용됩니다. 왼쪽 귀보다는 그 진폭이 훨씬 적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좌우 귀 응답이 충격적인 것은, 고개를 돌렸을 때 왼쪽 귀와 오른 쪽 귀의 응답이 동시에 인지된다는 것입니다.

 한쪽 귀만 봐도 소리가 이렇게 변하는데, 우리가 체감할 때에는 양쪽의 응답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스피커가 2개라면 각각의 왼쪽 스피커, 오른쪽 스피커에 따로 따로 적용이 되니 총 4개의 응답이 제각각 움직이며 HRTF 변화의 부산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똑똑한 뇌는 그러한 청각 정보를 계속해서 받아서 받아서 처리하고 있구요.

 골 때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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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문제는 우리 뇌가 너무 똑똑해서, 공간감을 인지하는데 ITD와 ILD, Inter-Aural Crosstalk 라는 요소까지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역시 만물의 영장입니다. 소리를 듣는다는 행위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계산 능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체가 발생시키는 편차가 너무 많아서,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듣는 소리를 완벽하게 분석해내는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ILD는 음원이 발생시키는 양쪽 귀의 진폭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ITD는 시간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Inter-Aural Crosstalk는 같은 소리 정보가 귀에 얼마나 동일하게 들어오느냐를 의미합니다.

 우리의 뇌는 왼쪽 귀와 오른 쪽 귀의 dB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어느쪽이 빠르냐, 청각 정보가 얼마나 동일하게 들어있느냐까지 염두에 두고 공간감을 인지합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하면 당연히 이러한 요소도 미세하게 바뀌게 됩니다.

 직접음과 반사음의 상호작용도 달라지니, 당연히 응답에 더 큰 불확정성이 생기게 됩니다.

​  
 결국, 스피커 소리를 듣는 동안에 이렇게 많은 작용과 변수를 반영하면서 우리는 소리를 인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들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말 그 대상이 만들어낸 차이일까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차이일까요?

그것을 입증하려면, 결국 '무엇'을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청음을 하거나 테스트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스피커의 다양한 신체편차를 알아봤습니다. 그러면 이헤폰은 신체편차에서 안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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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헤폰의 방사음이 작용하는 공간은 아주 작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스피커에 비한다면 거의 미시적인 영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어폰이라면 이도와 고막 사이의 공간, 헤드폰이라면 귀 주변과 고막까지의 공간이니까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기기만 해도, 큰 변화처럼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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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어폰 같은 경우에는 신체의 외이도 길이와 부피, 외이도 모양, 고막 임피던스 및 등골 반사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사람의 HRTF처럼, 귀의 외부 구조는 물론 내부 구조도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요소들은 커플러나 더미헤드로 추측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내부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주파수 응답만으로 소리를 예측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매우 작은 차이에 큰 변동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튜브 커플러에서 고막과의 거리가 2,3mm씩 차이가 나기만 해도 임피던스가 저렇게 변동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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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용이 괴랄하기로 유명한 에티모틱 제품의 응답입니다. ER4의 삽입 깊이는 골든이어스 때부터 핫했던 주제이죠.  
  
 삽입 깊이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시켜줬던 녀석입니다. 
  
 에티모틱은 그나마 고정과 밀폐가 잘 되는 녀석이라 예측이 쉽게 가능하지만, 반대로 고정과 밀폐가 제멋대로인 제품들은 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초고역대 뿐만 아니라 저역대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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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io 51 님의 에어팟 착용 측정치입니다.

  
 오픈형 이어폰의 특성상 제대로 밀폐되기가 어려우니, 심각한 수준의 저음역대 편차가 발생하게 되고, 고음 부분에서도 각종 공진점 변화로 인한 복합적인 변화가 생겨납니다.   
  
 더미헤드 이어 시뮬레이터에서 이 정도 FR 차이가 나타난다면... 실제 신체로 청취하는 환경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변칙적인 착용편차가 발생할 수 있겠죠.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분이므로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만약 장비를 교체한 순간에 착용편차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장비가 계측값으로도 드러날 정도로 명확한 재생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제품이라면, 착용편차와는 관계 없이 동일하게 강조되는 부분이 있으니 장비만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비슷한 계측값을 가지고 있어서 재생음의 차이가 극히 미미한 제품이라면, 엉뚱한 DAC, 앰프가 소리를 만들어낸 대상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습니다.


 

1645014215.jpg

 
  

 해외의 유명 리뷰어인 크리나클 선생님의 측정치입니다. 
  
 Z1R 삽입 깊이를 변화를 주어, 커플러 핏을 다르게 측정한 그래프입니다.

 

크리나클 선생님은 이 그래프를 '삽입 깊이 (및 불일치)가 데이터베이스의 안정성을 완전히 손상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우리 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착용 깊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6Khz에 강력한 스파이크가 생길수도 있고, 그 윗대역의 주파수에서도 변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지 몰라도, 장비 비청에서 저런 변화가 발생하면 그게 장비가 일으킨 변화라고 아주 큰 착각을 하게될수도 있지요. 
  
 이어폰을 이도에 삽입하고, 2차 굴곡까지 삽입된다면 고막까지의 내부 공간은 0.5~4cc에 불과하게 됩니다.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장비에 바꿔끼는 도중 아주 미세한 삽입 깊이, 방향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모든 비청 속에서, 좌우 이어폰 모두가 동일한 착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가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표시해놓은 착용 위치를 제 3자가 계속해서 교정해준다든가, 블라인드 환경이라도 만들기 쉬웠다면 판단하기 쉽겠지만, 이어폰은 특성상 사이티드 환경이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으니...
   
 어느정도 소리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내부 공간이 조금 더 크고, 귀 주변에 고정하는 헤드폰은 좀 나을까요?  
  
 

1645015691.jpg

  
  귀 위에 걸치는 온이어 헤드폰 비츠 솔로 3의 측정치입니다. 
   
 밀폐도의 변화로 저음에서 심각한 차이가 발생하고, 고음부에서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입니다.

 
  온이어에, 그다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 헤드폰인만큼 이런 기기로 비청을 하시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헤드폰 착용 편차를 극명하게 설명하기에는 아주 좋은 예시로 보입니다.

    1645015444.png
   
 소심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측정한 유튜버, 블로거인 Asurada, 아레지나 선생님의 흐드륙의 착용 편차 그래프입니다.

 

 저음 부분에서는 다행히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보여지지만, 안타깝게도 고음 영역에서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초고역대의 주파수를 잘 듣지 못하는 나이 드신 분이라면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편차에 가깝지만 팔팔하신 분들은 저런 차이도 예리하게 캐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음에 주된 영향을 주는 주파수 영역대로, 차이가 발생한다면 Airly한 감각이나 해상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비청 환경이라면 애꿎은 장비 차이, 케이블 차이로 인지될 수도 있습니다. 
  
 1645015854.png

 
 이번에는 직접 외이도 위치에서 측정한 5dB 스케일의 HD800S의 측정치입니다. 더 큰 사이즈를 가지고,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이기 때문에 비교적 편차가 적게 발생하는 녀석입니다.

저역대의 짜글짜글함은 노이즈플로어로 인한 편차이기 때문에, 무시하시고 고역대의 피크에 포커싱을 맞춰주시길 바랍니다.  
 

 착용 위치를 최대한 동일하게 맞추려고 노력하였고, 총 5회 측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비슷한 위치에 헤드폰을 착용했습니다. 최초 착용 위치를 기준으로 상하좌우 4곳에 테이프 부착하여 위치를 표시했고, 제 3자의 시각을 통해 동일한 착용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미세한 차이가 나타나는군요.

 

 8Khz까지는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9Khz 부근에서 생기는 딥 공진점이 크게 달라졌고, 10Khz의 공진점에서도 더 넓은 Q 값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이 음역대는 주로 배음이 위치하는 주파수 대역이므로 밝음, 잡음감, Airly한 느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세한 차이라도, 잘 만든 장비나 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선형 응답의 차이 (음압을 동일하게 맞췄다고 가정할때) 보다 훨씬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45015863.png

  
 

 이번에는 오른쪽 귀입니다.

 

7Khz 이후에서 큰 Q 값을 가진 선형왜곡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의 차이는 무려 3dB입니다.

 

10Khz 이후에서 급격한 공진이 일어나는건 왼쪽 귀와 동일합니다.

 

물론 Q 값이 아주 높은 피크와 딥은 가청이 어렵긴 하지만, 청각적 능력을 발달시켜 더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매니아라면 충분히 가청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 정착용했다고 생각할테니, 헤드폰은 소리 변화의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죠. (체감하는 위치나 장비, 케이블 등의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1645016642.png

 
 가장 큰 차이를 발생시킨 두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대체로 비슷한 모양이지만, 8Khz 영역과 15Khz 영역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취할 때는 왼쪽 귀, 오른 쪽 귀에 별개로 착용 편차가 발생할테니 실제로 청취할 때는 더 큰 청감상의 차이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1645016758.png

 
 이번에는 헤드폰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찍은 HD800S의 왼쪽 귀 응답입니다.

 

 드라이버 앞쪽과 뒷쪽, 윗쪽과 아랫쪽, 정중앙으로 1cm 정도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초고주파까지 거의 차이가 없었던 동일 착용 위치 사례와는 달리, 2Khz부터 큰 차이가 발생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공진점에서도 아주 큰 차이가 발생하고, 특히 초고주파수의 응답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합니다.

 

 이런 막대한 차이라면, 실제 청취 시에서도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1645016769.png

 
  

 헤드폰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찍은 HD800S의 오른쪽 귀 응답입니다.

 

 드라이버 앞쪽과 뒷쪽, 윗쪽과 아랫쪽, 정중앙을 측정했습니다.

 
 왼쪽 귀와 마찬가지로 2Khz부터 큰 차이가 발생하며, 왼쪽처럼 공진점의 Q값과 강도가 심하게 변동되고, 초고주파수의 응답이 변화합니다.

 
  이렇게 착용을 변화시켰을 때에는 한쪽만 변하는게 아니라, 양쪽 모두가 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소리의 차이는 훨씬 클 것입니다.
  
 비선형왜곡 단계에서의 차이가 아닌, 선형왜곡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인 만큼 조심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제품을 듣고 있을 때는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그냥 그려러니 하면서 음감에 집중하게 되지만...

다른 제품을 번갈아가며 듣는 비청에서는 이헤폰이든, 스피커든 신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반응이 '케이블의 영향' '장비의 영향' '기기의 영향'으로 둔갑되어 큰 착각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까 말한 시각과 심리의 영향까지 포함된다면, 이제는 차이를 겉잡을 수 없습니다.

내가 신호의 차이를 듣는 건지. 환경과 신체와 심리가 만들어낸 무언가를 듣고 있는건지. 확신할 수가 없게 되는거죠.

완벽하게 설계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내가 듣고 있는게 뭔지 모르니, 비교 대상에 동일한 변수와 편차가 적용되고, 상쇄되어 신호의 차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겠지만...

일상적인 청음 환경, 사이티드 테스트 환경에서는 내가 듣고 있는 무언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니,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부분에 가산점을 주고, 어떤 부분의 차이에 집중해서 소리를 듣고 있는지 판단할 방도가 없게 됩니다.

그야말로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변수를 모두 감안하고, 최대한 평가에만 독립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한 훈련된 청취자, 인증받은 황금귀라면 의식적으로 이러한 작용을 일부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계는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믿는대로.jpg
 

 그 외에도 테스트를 단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신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10~20번 이상을 수행하여 90% 이상을 맞추어야 한다는 규칙이나

 매우 짧은 청각적 기억력으로 인해 변질되는 청각 정보의 오염을 막기 위해 장비와 케이블의 경우 0.5초 이내로, 이헤폰과 스피커의 경우 2~4초 이내로 스위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도 있지만

 그러한 영역은 오히려 너무 까다로운 테스트를 설계하게 만들어 진입 장벽을 과도하게 높이고, 개인의 생각과 능력에 의해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 보편적인 부분만 살펴보고 나머지 요소들은 깊게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고려해야되는 조건임에는 분명합니다.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블라인드테스트라도, A/B를 1~2번 수행하여 일정 확률로 맞추는 일은 충분히 운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신뢰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물이 도출되겠죠.
   
 오랜시간 반복적으로 청취하지 않고, 단편적인 경험으로 모든 청취 인상을 일반화시키는 청취 테스트도 마찬가지일꺼구요. 
   
 믿을만한 현상이라면, 수십 수백번을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될 것입니다. 우연이 아니라면요.
 200906_harman.jpg
 

 아무튼,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청음 환경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청취를 해야하는 걸까요?

​ 
 사람들이 들었다고 하는 차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인터넷에 존재하는 리뷰와 후기, 수 많은 주관평가 글들은 이러한 변수를 얼마나 제어하고 있고, 얼마나 작용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일까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측값에 차이가 없다면 들리는 차이도 없을 것' 이라는 음향적 믿음과, '좋게 들리는게 좋은 것!' 이라는 오디오적 믿음을 가지고, 여전히 좋은 소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하지만 분명, 앞서 설명한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장비든 기기든 일단 들으면 무조껀 더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하고, 그러한 부분을 방대한 미사여구와 문장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사람이 황금귀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발생한 정확한 차이만을 듣고 찝어내며, 그 외의 변수와 편차들은 걸러들을 수 있는 사람이 황금귀일까요. 
  
 현재의 오디오계에 전자는 많지만, 후자는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변수와 편차에 신경을 쓰고, 그런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리스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이 만들어내지 않는 차이를 느꼈다고 말하는 것. 착각과 오해를 사실로 둔갑시키는 것.
  
 주관적인 영역에서는 충분히 용납받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요.
 
 

1645018404.png


 

여러모로 글이 길어졌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향쪽에 오래 취미를 가지고 있었더니, 이러한 쪽으로 분석하는 글을 쓰게 되었네요.

제가 설명한 변수보다 훨씬 더 많은 작용이 우리의 복잡한 귀와 똑똑한 뇌에서 발생하고 있겠지만, 최대한 간추려서 제가 알고 있는 영역까지만 설명해보았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정보글이지만, 어쨌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모두 즐거운 음감, 행복한 오디오 생활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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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sium님 포함 12명이 추천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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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잘 읽었습니다. 영디비에도 자주 놀러오세요~

23:31
22.02.16.
profile image
백구 작성자
SunRise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눈팅만 하지 말고 댓글도 달고 게시물도 쓰고 해야겠습니다. ㅎㅎ
14:04
22.02.22.
profile image 2등

좋은 글과 멋진 자료 잘 보았습니다. 

너무 의심만 하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오디오는 의심 많은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당장은 나를 속일 수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00:09
22.02.17.
profile image
백구 작성자
alpine-snow
의심하지 않으면 맹신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수도 있지요.

지나치게 안전한걸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ㅠㅠ
14:05
22.02.22.
profile image 3등

어차피 리뷰 같은 걸 쓸 깜냥도 안 되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막귀라고 하고 다닙니다..;; 
귀도 평균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 보니 
가끔 다른 리뷰 내용과 실제 청음에서 차이가 확 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orz

01:05
22.02.17.
profile image
오... 소논문 수준의 글이네요.
속독으로 읽기에는 너무 방대해서
한번 읽긴했는데
주말에 각잡고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07:45
22.02.17.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11:13
22.02.17.
profile image

유저리뷰>>지식 게시판으로 옮겨야 할거 같은데요? 
너무 좋은 글이라 곱씹고 답글 달려니 금방 밑으로 내려가버리네요.
 
고막 지점의 주파수응답을 기준으로 보면 음질이란건 측정치와 무관하고 완전 랜덤 같습니다. 솔직히 정말로 그런거 같아요. 그래서 커플러를 이용한 측정으로 음향 품질 평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요즘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플러를 어떻게 만들든 타겟을 어떻게 잡든 무관하게 말이지요.  
  
다만 프리필드 측정에서는 "전기->진동" 변환장치의 성능이 변명의 여지 없이 드러나는거 같습니다. 귀에서 어떻게 왜곡되건 간에 귀 바깥에서 "자연음"과 "재현음"이 가능한 똑같아야 한다는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헤드폰을 오픈 상태에서 측정하면 저음이 다 새버리니... 흡음율100%이면서 오로지 압력장만 제공하는 커플러가 있을까요? 만약 그런 커플러로 헤드폰 측정이 가능하다면 타겟곡선 필요 없이 무향실 스피커 측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어폰은 귀 안에서 소리를 내니까 그것도 안 되고 개인화된 HRTF 말고는 답이 없을거 같고요. 헤드폰도 상반신과 두상의 영향을 감안하면 마찬가지긴 한데 그래도 귓바퀴와 귓구멍보다는 영향이 덜하겠지요.

20:24
22.02.19.
profile image
백구 작성자
idletalk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곳이 있었군요.

소리를 듣기 위해 진화한 복잡한 귀의 구조와, 그 구조를 타고 수음된 소리를 뇌가 해석한 결과가 인간이 듣는 소리인만큼, 불확실한 요소가 한 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피커는 자연음과 비슷한 메커니즘이 적용되는 만큼 측정치로도 어느정도 선호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데, 귀 주변이나 안에서 울리는 이헤폰같은 경우에는 참 예측하기가 까다롭죠.

ASMR 같은게 아닌 이상 귀 주변에서 시작되는 Sound Source는 자연계에 거의 없으니까요... ㅠㅠ

그렇다고 더미헤드같은걸로 바이노럴 레코딩을 한다고 해도, HRTF가 일치하지 않으니 음질이 엉망이 되어버릴테구요.

결국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전으로 Aural ID와 같은 헤드모델링 기반 맞춤형 개인화 HRTF 시뮬레이션이 보편화되어야 그나마 이어폰과 헤드폰으로 이상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58
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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