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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청취 테스트의 변수와 편차 (측정할 수 없는 주관의 영역?)

백구 백구
3115 17 5

[우리가 느낀 소리의 차이는 진실인가, 거짓인가?]


오디오와 음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참 어렵게 다가오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오와 음향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케이블과 덱앰 등등 '소리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분야는 끊임 없는 논쟁을 만들어냈습니다.


온갖 근거와 이론을 가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실질적으로 해결이 된 부분은 많지 않았죠.


객관적인 영역에서 밝혀낸 정보만으로는 주관적인 영역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전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측정 장비의 계측값 상으로는 노이즈와 왜곡이 가청 능력 아래에 있거나, 실질적인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음에도 실제로 들어보면 차이가 들리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들어보면 안다' , '기계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인간이 더 민감하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라며 웃으면서 이야기했고, 신비로운 주관성을 들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기본적인 상식인 것마냥 오디오 커뮤니티에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분명 기계는 인간의 청각적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고, 우월한 신호 감지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듣지도 못하는 주파수 응답 상의 차이를 0.01dB 영역에서 분석해내고, 노이즈 레벨, THD를 -120dB 수준에서 탐지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능력보다 더 뛰어난 장비로 테스트를 했는데, 정작 사람이 느낀 청감적 차이, 음색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여러모로 참 의문스러울 따름이죠.


저는 오디오와 음향을 즐기면서도 항상 이 부분에 대해서 고심했고,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답을 찾아내기 위해 국내외의 자료글을 찾아보거나 인간이 소리를 듣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정도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변수와 편차'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글에서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조금 긴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어보신다면 지금까지 소리를 들었던 경험, 그리고 '듣는다' 라는 행위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스피커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을 설명한 뒤 이헤폰과 관련된 부분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일단 비청이나 테스트를 수행할 때, 그 주체가 되는 대상은 사람입니다. 소리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마이크나 측정장비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은 디지털적인 기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환경적인 변수, 심리적인 변수, 신체적인 변수의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환경적인 변수로는 청음 환경, 볼륨 편차, 청취위치의 변화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청음 환경의 변수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부분입니다. 스피커 케이블을 바꾸다가 스피커의 위치나 토인각을 변경하는 경우나, 주변 사물을 건드려 직접음과 반사음의 패턴에 변화를 주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이런 부분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중요하게 생각치 않아 심각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음은 물론 중고음 이상 대역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소리를 내는 스피커나 공간과의 반응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지요.


 생각보다 큰 오해를 불러일으켜 판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신경써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볼륨 편차 같은 경우에는 비교하는 대상끼리의 음압 차이가 가청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했을 때 작용하는 변수입니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신호와 음향적 환경을 적용했을 때 0.25dB에서 3dB까지 감지 가능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각 청각 능력을 가진 만큼, 음압의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각 실험은 대부분 보수적으로 그 임계치를 설정합니다.


 최소 0.2dB 이하의 음압 차이를 가지도록 음압을 매칭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실험에서는 0.1dB 이하 수준까지 음압을 정밀하게 일치시키죠.


 흥미 위주의 가벼운 주관 평가라면 널널하게 맞춰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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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압계를 통해 DAC나 프리앰프의 출력 전압을 동일하게 일치시켜주거나, 정밀 측정 마이크를 기준으로 동일한 음압의 파장을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소리 (사인파, 전대역 Sine Sweep) 를 사용하여 볼륨을 0.2dB 이하로 정확하게 매칭해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휴대폰 마이크나 소음 측정 어플은 성능이나 안정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객관적인 평가의 용도로는 중분한 신뢰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동일한 위치에 두고 사인파, 다중톤 등을 잘 사용한다면 어느정도 믿을만한 볼륨 매칭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이어폰과 헤드폰끼리의 비교라면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간이 커플러나 더미헤드에 씌워놓고 음압을 일치시켜주는게 좋겠지만, 선형왜곡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니 장비 비청보다는 비교적 판단의 정확성이 높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음압을 일치시켜주는게 더 신뢰성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귀로 구분할 수 없는 음압까지 정밀하게 매칭하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한 기기의 음압이 높을 경우 그 기기의 사운드 품질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음압을 가지고 있는 DAC, 앰프, 스피커, 이헤폰을 비교하는 것은 어느 한쪽에 암묵적인 가산점을 주고 시작하는 기울어진 청음환경에서 비교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볼륨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 블라인드 테스트의 시작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그러한 평가에 관심이 있는 부분이라면, 또는 그러한 테스트를 실시하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신경을 써주시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청취 위치의 변화는 그 영향을 여러분도 무의식적으로 체험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스피커를 놓고 움직이는 것부터,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자연음까지. 소리는 우리가 청취하는 위치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음파는 한번 방사되는 순간부터 변화무쌍하게 변화를 일으키고, 공간 내부에서 룸모드 및 각종 컴필터링을 일으켜 인간이 듣는 청취음에 큰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아주 미세한 청취 위치의 차이라고 해도, 우리의 몸은 그런 음파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소리의 차이가 발생했다' 라는 결론을 내곤 합니다.


서로 다른 청취위치에서 들은 소리를 가지고 소리의 품질과 음색을 비교하는 것은 공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비교청음과 테스트를 실시할 때에는 최대한 동일한 청취 위치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인 변수는 플라시보(노시보)를 비롯한 다양한 인지효과, 시각 편향 등이 있습니다.


 플라시보는 약효가 없는 가짜 알약을 줘도,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믿음을 준다면 실제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심리 효과입니다.


 그리고 노시보 효과는 그와 반대로, 알약의 효능와는 관계 없이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믿음을 가지거나 애초에 효과가 없을거라는 의심을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는 비청 도중 의식하지 못하는 심층적인 측면에서 작용하여,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좋은 평판을 가진 값비싼 고급 브랜드의 럭셔리 제품을 듣는 순간, 실제로는 재생음의 차이가 없을 지라도 소리가 더 좋아졌다는 플라시보 효과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평판이 그닥이거나 여론이 존재하지 않는 값 싼 무명 브랜드의 싸구려 제품에게는 노시보 효과를 느낄 수도 있겠죠.


모두에게 퍼져버린 흔한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괜찮을 것이라며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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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그만큼 중요한 심리적인 변수로, 어떤 가설이나 명제에 대해서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것이 맞다는 증거를 찾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는 확증 편향 등이 있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자신의 판단작용을 거쳐 설정되었거나 자신의 기대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면 그러한 경향은 훨씬 심해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대나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면서도, 기존의 신념과 상충되는 의견이라면 아무리 객관적인 증거라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지요.


Audiophile들이 덱, 앰프, 케이블, 악세서리의 소리 차이가 발생했다는 평가나 의견에는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이와 반대되는 의견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이러한 확증 편향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실용주의자와 합리주의자가 자신의 객관적인 증거와 실험 데이터를 극도로 신뢰하고, Audiohpile들의 주관적인 평가와 미신적인 이야기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 또한 이러한 효과의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첫인상과 같이 처음 알게 된 정보가 이후의 정보에 대한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맥락을 좌우하게 만든다는 맥락 효과와


 특정 요소의 우월함 때문에 다른 요소들까지 덩달아서 좋게 평가하는 후광 효과


 반대로 특정 요소의 열등함 때문에 다른 요소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악마 효과


 두드러진 결점이 전체적인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저성 효과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처음 받은 느낌을 다르게 평가하는 수면자 효과 (뇌이징?)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그러한 상품의 소비를 꺼리고 차별성을 가진 재화와 사치재를 소비하려고 하는 스놉 효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자작이나 희소성 있는 소수의 제품에 더 고평가를 하게 되는 경우)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그 제품이 가진 이미지나, 구매하는 계층과 같은 부류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파노플리 효과 (명품, 고가 오디오를 사용하면 소리도 명품, 고가가 되어 우월해진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경우) 등등...


 우리가 획득한 감각 정보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인 요소는 아주 많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만큼 우리가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인지적 편향과 맹점에 대해서 어느정도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충동적인 심리에 휘둘려 잘못된 평가를 하게 되고, 자신의 과투자와 과소비를 정당화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을 테니까요.


 


 이번에는 시각이라는 감각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시각편향과 관련된 실험입니다.


 삼성이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하만사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와 사이티드 테스트 간의 실험입니다. 하만 사의 럭셔리 스피커 2개, 소형 2.1채널 스피커 1개, 그리고 경쟁사의 럭셔리 우드 스피커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청취 대상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채 음색, 공간감 등등 다양한 청감적 인상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각각의 사운드 품질 차이를 그렇게 크게 평가하지 않았고, 소형 시스템은 경쟁사의 제품보다 평균적으로 소폭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다양한 요소를 인지할 수 있는 사이티드 테스트에서는 멋진 디자인의 하만 럭셔리 스피커의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소형 스피커의 경우에는 오히려 청감적인 품질이 떨어져 경쟁사의 우드 스피커보다 낮은 선호도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은 위치를 다르게 한 실험 결과입니다. 같은 색상을 띄고 있는 스피커는 동일한 스피커이며, 위치를 바꾸어 소리의 품질에 변화를 준 상황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위치에 따른 청감 평가의 차이가 크게 드러났고, 못 생긴(?) 제품들이 예쁘고 잘 생긴 제품들 보다 더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주어진 순간 좋은 디자인과 브랜드를 가진 꽃미남 스피커들은 순식간에 점수가 상승하고, 못 생긴 제품들은 점수가 추락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위치에 따른 청감적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거의 동일해지거나 소폭의 차이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비교하여, 다른 감각의 영향을 더 받게 되는 사이티드 테스트의 변동성이 극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당연히 그 성향이 작든 크든 외모를 따질 수 밖에 없으며, 시각적인 감각의 비중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변수가 만들어내는 소리 차이는 본인조차도 통제하고, 인식하는게 불가능합니다.


 더 예쁜 디자인을 가진 기기, 더 멋지고 미려한 외관을 가진 장비, 아름답고 굵직굵직한 케이블 등등...


 그런 심미적인 면에 끌리고, 더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이번 테스트에서는 사운드 퀄리티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스피커를 기준으로 했지만, 이는 프리, 파워, DAC,케이블, 악세서리 등에도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미미하거나, 측정상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적은 차이를 보여주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변수에 더 크게 휘둘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설령 청각적인 평가라고 해도, 그러한 평가에 시각이라는 감각이 끼어드는 순간 평가의 판단력에 심각한 혼동을 안겨주게 되고, 청취 평가의 결과를 오히려 시각적인 인상이 지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을 뜨고 진행하는 사이티드 평가에서는 시각적인 편향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체적인 변수는 소리를 듣는 인체의 생리적인 구조와 음향적인 특성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하는 청취 테스트의 가장 위험한 폭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비교청음에 엄청난 변수로 작용하며, 이 변수로 인하여 음향학자들이 사이티드 비청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자기가 뭘 듣고 있는지 모르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쉽게 무시될 수 있지만, '자기가 뭘 듣는지 알고 있는' 사이티드 테스트에서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이지요.

 Sound Source가 신체에서 떨어져 있는 스피커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이헤폰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먼저 스피커를 청취할 때의 신체편차를 설명하고,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인간의 귀는 공간감과 위치감을 더 잘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시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보조적인 정보를 획득하게 해주고, 원시적인 사냥, 추적, 생존 등등 많은 분야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복잡한 귀 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귀의 모양은 그 자체로 일종의 'Waveguide' 처럼 작용하여 음파의 복합적인 공진을 발생시킵니다.


  소리의 위치에 따라 다른 공진이 적용된 음파는 외이도 안으로 들어가 고막에 수음되게 되고, 뇌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청각 정보를 해석하여 소리의 위치를 추측합니다.


 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이러한 공진은 사람마다 다르게 형성되며 실제로 측정해보면 소리 위치에 따라 다른 응답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귀' 는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는 도구이지만,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듣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극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음원의 위치에 각도에 따라서 귀의 응답이 달라진다는 말은, 바꿔서 말하면 음원의 위치가 동일하더라도 우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귀의 응답이 달라진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머리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정말 미세하게 1cm만 고개를 틀어도, 왼쪽 귀와 오른 쪽 귀로 들어오는 청각 정보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전방위에서 발생한 주파수 반응을 측정한 머리의 함수, HRTF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이런 식의 그래프가 나오게 됩니다.


 색상이 다른 저 빼곡한 그래프가, 각각 1도의 차이를 그래프를 모아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다른 방향에서 나온 소리를 추측할 때, 측정용 마이크처럼 모든 소리를 동일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특정한 공진을 포함시켜 인지하게 됩니다.


 귀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축복이자, 저주라고 할 수 있지요.


 이걸 비청 환경에 적용하여 생각해본다면...


 동일한 장비와 케이블을 사용해 스피커 소리를 들어도 1도라도 고개를 돌리면 주파수 응답이 달라집니다.


 1Khz 부근의 음역대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지만, 3Khz 이상으로 갈수록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서 동시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차이는, 측정장비나 마이크로 측정이 불가능한, 예측 불가능한 청취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청취환경에서 측정한 1/6 스무딩 그래프입니다. 모노 스피커를 놓고 측정했을 때, 제일 위쪽이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돌렸을 때의 응답, 가운데의 그래프가 정면, 아래쪽의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 돌렸을 때의 응답입니다.


 제 외이도에 고정시킨 바이노럴 마이크를 이용해 직접 측정한 응답입니다.


 청취위치의 측정용 마이크를 기준으로 하여 측정한다면 대체로 '플랫한' 응답이 나오게 되지만, 우리의 귀로 측정했을 경우 이렇게 특정 주파수가 강조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3개 모두 실제로는 동일한 음압이며, 보기 쉽게 20dB 단위로 나열하였습니다. 주파수 음역대에서 모양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특정 대역에서 얼마나 큰 dB의 차이를 가지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것을 왼쪽 귀의 응답과 오른쪽 귀의 응답으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확대하면...





 왼쪽 귀의 1/12 스무딩 응답입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느냐,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에 따라서 왼쪽 외이도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렇게 바뀌게 됩니다.


 특정 대역에서는 +-10dB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케이블과 장비가 발생시킨 차이가 아니라, 순수하게 신체의 공진만으로 발생한 어마무시한 차이입니다. 신체와 귀가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10도만큼 고개를 돌리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약간만 돌려도 특정 대역에서는 소리의 크기 차이가 최대 4배까지 체감될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귀의 1/12 스무딩 응답입니다.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고개를 10도 틀었느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느냐, 오른쪽으로 고개를 10도로 틀었느냐에 따른 차이입니다.


 귀의 모양이 다른 만큼, 공진도 다르게 적용됩니다. 왼쪽 귀보다는 그 진폭이 훨씬 적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좌우 귀 응답이 충격적인 것은, 고개를 돌렸을 때 왼쪽 귀와 오른 쪽 귀의 응답이 동시에 인지된다는 것입니다.


 한쪽 귀만 봐도 소리가 이렇게 변하는데, 우리가 체감할 때에는 양쪽의 응답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스피커가 2개라면 각각의 왼쪽 스피커, 오른쪽 스피커에 따로 따로 적용이 되니 총 4개의 응답이 제각각 움직이며 HRTF 변화의 부산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똑똑한 뇌는 그러한 청각 정보를 계속해서 받아서 받아서 처리하고 있구요.


 골 때릴 따름입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 뇌가 너무 똑똑해서, 공간감을 인지하는데 ITD와 ILD, Inter-Aural Crosstalk 라는 요소까지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역시 만물의 영장입니다. 소리를 듣는다는 행위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계산 능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LD는 음원이 발생시키는 양쪽 귀의 진폭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ITD는 시간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Inter-Aural Crosstalk는 같은 소리 정보가 귀에 얼마나 동일하게 들어오느냐를 의미합니다.


 우리의 뇌는 왼쪽 귀와 오른 쪽 귀의 dB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어느쪽이 빠르냐, 청각 정보가 얼마나 동일하게 들어있느냐까지 염두에 두고 공간감을 인지합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하면 당연히 이러한 요소도 미세하게 바뀌게 됩니다.


 직접음과 반사음의 상호작용도 달라지니, 당연히 응답에 더 큰 불확정성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머리를 형틀에 고정시켜놓고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소리를 듣는 동안에 이렇게 많은 작용과 변수를 반영하면서 소리를 인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들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말 그 대상이 만들어낸 차이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정신과 신체가 만들어낸 차이일까요?

그것을 입증하려면 결국 자신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스피커의 다양한 신체편차를 알아봤습니다. 그러면 이헤폰은 신체편차에서 안전할까요?
 



이헤폰의 방사음이 작용하는 공간은 아주 작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스피커에 비한다면 거의 미시적인 영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어폰이라면 이도와 고막 사이의 공간, 헤드폰이라면 귀 주변과 고막까지의 공간이니까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기기만 해도, 큰 변화처럼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이어폰 같은 경우에는 신체의 외이도 길이와 부피, 외이도 모양, 고막 임피던스 및 등골 반사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사람의 HRTF처럼, 귀의 외부 구조는 물론 내부 구조도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요소들은 커플러나 더미헤드로 모사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내부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켜 주파수 응답만으로 소리를 예측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매우 작은 차이에 큰 변동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튜브 커플러에서 고막과의 거리가 2,3mm씩 차이가 나기만 해도 임피던스가 저렇게 변동되게 됩니다.




특유의 구조 때문에 착용이 괴랄하기로 유명한 에티모틱 제품의 응답입니다. ER4의 삽입 깊이는 골든이어스 때부터 핫했던 주제이죠.

삽입 깊이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시켜줬던 녀석입니다.

그 때문에 축복받은 귀와 저주받은 귀가 나뉘기도 했구요... ㅋㅋ;;


에티모틱은 그나마 고정과 밀폐가 잘 되는 녀석이라 예측이 쉽게 가능하지만, 반대로 고정과 밀폐가 제멋대로인 제품들은 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초고역대 뿐만 아니라 저역대에서도요.
 


 Studio 51 님의 에어팟 (이어팟) 착용 편차 측정치입니다.

 
오픈형 이어폰의 특성상 제대로 밀폐되기가 어려우니, 심각한 수준의 저음역대 편차가 발생하게 되고, 고음 부분에서도 각종 공진점 변화로 인한 복합적인 변화가 생겨납니다.

더미헤드 이어 시뮬레이터에서 이 정도 FR 차이가 나타난다면, 실제 신체로 청취하는 환경에서도 비슷하거나 더 변칙적인 착용편차가 발생할 수 있겠죠.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분이므로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만약 장비를 교체한 순간에 착용편차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장비가 계측값으로도 드러날 정도로 명확한 재생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제품이라면, 착용편차와는 관계 없이 동일하게 강조되는 부분이 있으니 장비만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비슷한 계측값을 가지고 있어서 재생음의 차이가 극히 미미한 제품이라면, 엉뚱한 DAC, 앰프가 소리를 만들어낸 대상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의 이헤폰 리뷰어인 크리나클 선생님의 측정치입니다.

 Z1R 삽입 깊이를 변화를 주어, 커플러 핏을 다르게 측정한 그래프입니다.


크리나클 선생님은 이 그래프를 '삽입 깊이 (및 불일치)가 데이터베이스의 안정성을 완전히 손상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우리 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착용 깊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6Khz에 강력한 스파이크가 생길수도 있고, 그 윗대역의 주파수에서도 변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지 몰라도, 비청에서 저런 변화가 발생하면 그게 교체 대상이 일으킨 변화라고 아주 큰 착각을 하게될수도 있지요.

DAC, 앰프 같은 장비나 케이블, 악세서리, 위상, 에이징같은 요소부터 기기 간의 비교까지.


신체의 자연스러운 작용에 의해 발생한 차이이기 때문에, 소리를 비교하는 모든 행위에 적용될 수 있는 차이입니다.



이어폰을 이도에 삽입하고, 2차 굴곡까지 삽입된다면 고막까지의 내부 공간은 0.5~4cc에 불과하게 됩니다.


케이블을 교체하거나, 장비에 바꿔끼는 도중 아주 미세한 삽입 깊이, 방향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모든 비청 속에서, 이어폰 좌우가 모두 동일한 삽입 깊이, 삽입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착용 위치를 제 3자가 계속해서 확인해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자니 이어폰은 비교 환경에 제약이 많은 만큼 자신이 주도하는 사이티드 환경이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어느정도 소리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수 밖에 없겠죠.

그러면 내부 공간이 조금 더 크고, 귀 주변에 고정하는 헤드폰은 좀 나을까요?


 

 
귀 위에 걸치는 온이어 헤드폰 비츠 솔로 3의 측정치입니다. 
 

 밀폐도의 변화로 저음에서 심각한 차이가 발생하고, 고음부에서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입니다. 착용 위치에 따라서는 다른 헤드폰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의 소리 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온이어 구조 특성상 신체 편차에 특히 취약할 수 밖에 없으니 이러한 헤드폰을 쓰시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심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측정한 아레지나 선생님의 흐드륙의 착용 편차 그래프입니다.


 저음 부분에서는 다행히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보여지지만, 안타깝게도 고음 영역에서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10K의 피크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고, 그 윗대역에 초고음에서도 변동성이 심해지는군요.


 초고역대를 잘 듣지 못하는 분이라면 그럭저럭 무시할 수 있는 편차에 가깝지만, 팔팔한 귀를 가지신 분들은 저런 미묘한 Airy, Sharp, Sparkle함의 차이도 예리하게 캐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일반적인 청취환경이라면 그냥 저런게 발생해도 둔감하게 반응하여 무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계속해서 교체가 발생하는 비청 환경에서 청취한다면 더 민감하게 인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직접 외이도 위치에서 측정한 5dB 스케일의 HD800S의 측정치입니다. 더 큰 사이즈를 가지고,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이기 때문에 비교적 편차가 적게 발생하는 제품입니다.

 저역대의 짜글짜글함은 노이즈플로어로 인한 편차이기 때문에 무시하셔도 됩니다. 고역대의 피크 위주로 차이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헤드폰을 벗은 뒤 다시 쓰는 방법으로 5회를 측정했고, 개인적으로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비슷한 위치에 헤드폰을 착용했습니다. 최초 착용 위치를 기준으로 상하좌우 4곳에 테이프 부착하여 위치를 표시했고, 제 3자의 시각을 통해 5회 모두 동일한 착용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정도 FR 상으로 확인 가능한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8Khz까지는 거의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9Khz 부근에서 생기는 딥 공진점이 크게 달라졌고, 10Khz의 공진점에서 Broad한 Q값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HD600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음역대는 주로 배음이 위치하는 주파수 대역이므로 밝음, 잡음감, Airly한 느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오른쪽 귀입니다.


7Khz 이후에서 큰 Q 값을 가진 선형왜곡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의 차이는 무려 3dB입니다.


10Khz 이후에서 급격한 공진이 일어나는건 왼쪽 귀와 동일합니다.


물론 Q 값이 아주 높은 피크와 딥은 가청이 어렵긴 하지만, 청각적 능력을 발달시켜 더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훈련된 청취자, 오디오 매니아라면 충분히 가청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 정착용했다고 생각할테니, 헤드폰은 소리 변화의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죠. (체감되는 위치나 장비, 케이블 등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가장 큰 차이를 발생시킨 두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대체로 비슷한 모양이지만, 8Khz 영역과 15Khz 영역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취할 때는 왼쪽 귀, 오른 쪽 귀에 별개로 착용 편차가 발생할테니 실제로 청취할 때는 더 큰 청감상의 차이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헤드폰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찍은 HD800S의 왼쪽 귀 응답입니다.


 드라이버 앞쪽과 뒷쪽, 윗쪽과 아랫쪽, 정중앙으로 1cm 정도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초고주파까지 거의 차이가 없었던 동일 착용 위치 사례와는 달리, 2Khz부터 큰 차이가 발생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공진점에서도 아주 큰 차이가 발생하고, 특히 초고주파수의 응답이 변화무쌍하게 변화합니다.


 이런 막대한 차이라면, 실제 청취 시에서도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헤드폰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찍은 HD800S의 오른쪽 귀 응답입니다.


 드라이버 앞쪽과 뒷쪽, 윗쪽과 아랫쪽, 정중앙을 측정했습니다.

 
 왼쪽 귀와 마찬가지로 2Khz부터 큰 차이가 발생하며, 왼쪽처럼 공진점의 Q값과 강도가 심하게 변동되고, 초고주파수의 응답이 변화합니다.

 
이렇게 착용을 변화시켰을 때에는 한쪽만 변하는게 아니라, 양쪽 모두가 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소리의 차이는 훨씬 클 것입니다.

 비선형왜곡 단계에서의 차이가 아닌, 선형왜곡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인 만큼 조심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제품을 듣고 있을 때는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음악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제품을 번갈아가며 듣는 비청에서는 이헤폰이든, 스피커든 신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반응이 '케이블의 영향' '장비의 영향' '기기의 영향'으로 둔갑되어 큰 착각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까 말한 시각과 심리의 영향까지 포함된다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하겠죠.


완벽하게 통제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내가 듣고 대상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비교 대상에 동일한 변수와 편차가 적용되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신호의 차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겠지만...


청취 대상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 상태에서의 테스트라면, 자신이 신호의 차이만을 듣고 있는 건지 환경과 신체와 심리가 만들어낸 무언가를 듣고 있는건지 정확히 분간할 수 있을까요?


일상적인 사이티드 테스트 환경에서는 내가 듣고 있는 무언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니,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부분에 가산점을 주고, 어떤 부분의 차이에 집중해서 소리를 듣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서 객관적인 계측값의 차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청각적인 현상이 발생하게 되겠죠.



 

청각 이미지 기억력, 시행 횟수


소리는 아주 추상적이며, 방대한 정보량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음악과 같이 상징적이고, 다양한 악기와 보컬로 구성되는 복잡한 소리라면 더더욱 그렇죠.


순간적인 사운드에 대한 인간의 청각 이미지 기억력은 0.5초에 불과합니다.


그 안에 스위칭하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이 들은 소리의 모든 부분을 정확히 떠올릴 수 없으며, 공백이 생긴 부분을 추측으로 대체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억 정보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들은 기기, 장비, 케이블은 ~같은 느낌이었다며 사운드에 의미를 부여하여 저장하고,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낸 정보를 차이의 근거로 확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큰 차이를 발생시키는 이헤폰이나 스피커는 2~4초 이내로, 더 적고 미미한 차이를 발생시키는 장비나 케이블은 0.5초 이내로 스위칭하지 않는다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확실히 테스트하고 싶은 사람은 즉각적으로 이미지를 대조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객관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구성하도록 합시다.


시행 횟수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블라인드테스트라도, 1~2번 수행하여 일정 확률로 맞추는 일은 충분히 운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1번 테스트를 실시하여 운 좋게 비교하는 대상을 때려맞추고, 그 즉시 실험을 중지한다면? 정답률은 100%가 되고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은 진실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그때도 100%가 나올 수 있을까요?


우연에 의한 착각이 아니라면, 진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면 수십 수백번을 반복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분야라면 모 카페에서 실험했던 케이블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50%의 결과가 도출될 것입니다.


한 두 번 실험한 자료도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면 세상에는 1M짜리 까나레 케이블과 0.99M짜리 까나레 케이블을 구분할 수 있는 황금귀로 넘쳐날 것입니다.


테스트의 신뢰성을 높이고 싶다면 충분히 테스트를 반복하여 수행하도록 합시다.


모두에게 믿음을 주려면,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들이 의심하는 부분을 말끔하게 해소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연에 의한 착각이 아니라면 수십 수백번을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청음 환경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비교청음' 이라는 행위를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위에 있는 수 많은 변수를 완벽하게 제어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비교청음' 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곤 하는, 자신이 들은 차이는 어떤 부분이 만들어낸 차이를 의미하는 걸까요?

인터넷에 존재하는 리뷰와 후기, 수많은 주관평가 글들은 앞서 설명한 변수들을 얼마나 제어하고 있고, 그것들이 얼마나 작용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일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99%의 비청 결과물들은 이런 변수가 전혀 제어되지 않은 환경에서 만들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 차이가 없다며 근거와 측정치를 들이미는 객관파와, 직접 들어보면 달라진다며 귀와 경험을 들이미는 주관파의 끊임 없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그런 무의미한 싸움을 멈추려면, 앞서 설명한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영역에 대해 무지한 채로 오디오와 소리를 판단하게 된다면 '듣는다' 라는 행위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편차와 변수들은 청취하는 소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관련된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재 컨슈머 오디오, 음향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미지의 영역은 금전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들어봐라, 그러면 달라진다!' '기계는 모른다. 귀로 들어야 차이가 느껴진다!' 라는 식으로 포장되어 상업적인 마켓팅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시장과 커뮤니티를 주관의 영역과 개인의 만족도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여, 특정 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향성은 오디오 취미에 신비로움을 불어넣어 취미인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치중되어 '진짜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길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입문자, 취미인, 심지어는 프로들까지 입증되지 않은 차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차이의 피해자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불확실성을 무분별하게 포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들은 소리 차이가 진실인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변수에 걸려 착각한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주장에 대한 입증에서 도망가고, 모든게 진실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곳이 되어버린다면 그곳은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모지가 되어버릴테니까요.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확실함을 가지고 진실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글이 길어졌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향쪽에 오래 취미를 가지고 있었더니, 이러한 쪽으로 분석하는 글을 쓰게 되었네요.


지금도 다양한 측정치와 계측값이 성능 판단의 기준으로 쓰이고 있지만, 측정에 사용되는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한계로 아직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제가 설명한 변수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우리의 복잡한 귀와 똑똑한 뇌에서 작용하며 소리의 차이를 발생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다루기에는 제 능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간추려서 제가 알고 있는 영역까지만 설명해보았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정보글일지라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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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o님 포함 17명이 추천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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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스피커 세팅이 범상치 않은데 세팅 환경과 세팅법 강좌 기대해도 될까요?
07:39
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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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작성자
SunRise
스피커 배치나 세팅과 관련된 글은 직접 예시를 들면서 설명하는게 빠른데, 지금은 본가가 아니라 타지에서 생활하는 중이라...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HRIR 스피커 블라인드테스트나 베이스트랩 재질, 두께별 차이 같은 것도 실험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네요... ㅠㅠ
14:48
22.02.23.

A, B 테스트에 지친 요즘..  정독하기 좋은글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옆동네 교수님의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에서 멀어질 수록 점점 느끼기 힘들다'는 말에 공감이 가고 
그동안 미미한 변경을 A, B 테스트 하며 느꼈던 것들에 다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14:15
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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