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잡담

큐델릭스 T71에 대한 잡담

ilvin ilvin
314 9 10

한동안 새로운 음향기기 구입이 뜸했습니다. 간혹 구입한다해도 이렇다할 감흥을 느끼지 못해 따로 글을 남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꼭 한마디 하고 싶은 제품을 만났습니다. 큐델릭스 T71입니다.


큐델릭스에 대한 이야기는 5k 출시 때부터 꾸준히 들어왔습니다만, 딱히 구매욕이 당기지는 않았습니다. 첫째는 그 투박한 외관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 전에 이미 제가 허다한 블루투스 리시버 및 꼬다리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제품은 7.1채널을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큰 기대 없이 재미삼아 하나 구입해봤습니다. 일반적인 DAC보다는 다채널 지원이 제 직업상 (만약 기대에 다소나마라도 부응한다면) 더 효용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습니다.


며칠 전 제품을 수령하고 메뉴얼을 훑어보고 간단하게 들어봤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감탄만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간에 걸쳐 하나하나 만져보고 집중적으로 테스트했습니다. 그리고 경악했습니다. 


세팅의 방대한 범위와 단순히 잡다하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용했을 때 실제로 반응하는 세밀한 차이, 무지막지한 오토 EQ 프리셋 리스트, 넉넉히 뛰어난 사운드 퀄러티와 기대를 한참 상회하는 다채널 효과까지, 이건 단순히 충실함이나 집요함을 넘어서 (실례되지 않는 표현이길 빕니다만) 광기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수준이더군요.

  

자본주의적 기업가나 엔지니어가 아니라, 자기신념과 고집으로 가득찬 장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 교과서에서 읽었던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올랐어요. 이게 어디 돈벌겠다는 기업가의 자세겠습니까, 내가 만들고 싶은 물건 제대로 만들어 내겠다는 장인의 고집이지.


다른 분도 글에서 언급하셨지만, 패키지 품질 얘기가 나왔을 때, 딱히 친환경을 의도한 건 아니다, 원가 절감을 통해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하려고 그런거다, 는 취지로 시크하게 답변하시던 모습이나, 과거 문제가 됐던 고객응대 이슈 같은 것들도 이런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겠나 싶더군요.


큐델릭스와 같은 기업이 지금과 같은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완고하지만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고, 다소 불친절하고 복잡하고, 어딘가는 결여됐고 어딘가는 지나칠 정도로 과잉이죠. 


하지만 세상에 이런 회사 하나쯤은 있어야 사람 사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어요. 꼭 살아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성하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 맘껏 하실 정도로는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수준의 제품을 계속 만든다면 앞으로 저는 큐델릭스에서 나오는 제품은 무엇이든, 설사 제게 하등 필요 없는 여성용 청결제라도 무조건 구입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ilvin ilvin
9 Lv. 1896/2000EXP

현재 소장목록

헤드폰(유선) : AKG K702, K872, Audeze LCD-X, Audio-Technica ATH-W1000, ATH-WP900, Beyerdynamic DT1770pro, DT1990pro, T1 1st, T5p 2nd, T51i, Dan Clark Audio ÆON 2 Noire, Stealth, Denon AH-D7000, AH-D9200, Focal Stellia, Utopia, Fostex TH900mk2, Grado GS3000e, PS1000e, RS1x, RS2e, SR80e, HiFiMAN Arya stealth, HE6se, MEZE Empyrean, Sennheiser HD600, HD660s, HD800, HD820, Shure SRH1540, Sony MDR-1AM2, MDR- Z1R, Thinksound On2, Ultrasone Edition 8 Carbon, Edition 8 EX, Edition M Plus

헤드폰(무선) : AKG K371bt, K845bt, Apple AirPods Max, Audeze Mobius 3D, Audio-Technica ATH-M50xbt2, Bose QC35, QC45, B&O H95, B&W P7 Wireless, PX8, Focal Bathys, Sennheiser Momentum 3, Shure Aonic 50, Sony WH-1000XM4, WH-1000XM5

이어폰(유선) : AKG N5005, B&O A8, Beyerdynamic Xelento Remote, Xelento 2nd gen, Campfire Audio Andromeda 2020, Solaris 2020, Dunu SA6 mk2, Zen Pro, Etymotic Research ER4s, ER4XR, Final A5000, E4000, E5000, Kiwi Ears Quintet, MEZE Rai Penta, Sennheiser IE600, IE800s, IE900, Sony IER-M9, IER-Z1R, Shure SE846, Thieaudio Monarch mk2, Westone W80 v3, Mach 60, 7Hz Timeless

이어폰(무선) : Apple AirPods Pro, Bose QC Earbuds 2, B&O E8 3.0, B&W PI7, Sennheiser Momentum 3.0, Sony WF-1000XM5

DAC/AMP(거치형) : MARANTZ PM-5005Mcintosh MAC-7200, RME ADI-2 DAC FSTopping A90, D90se, Xduoo TA-26, Yamaha RX-V685

DAC/AMP(포터블) : ifi iDSD Diablo, xDSD Gryphone, Fiio BTR7, Qudelix T71Questyle M15Shanling H7, UP5, Xduoo XD05 bal

Speaker : JBL 4312G, L100, L50, N38, Wharfedale WH-S10

신고공유스크랩
루반님 포함 9명이 추천

댓글 10

댓글 쓰기
profile image 1등

여성용 청결제라도 구입하시겠다 하실 정도로 큐델릭스에 무한신뢰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잘 봤습니다.

14:15
23.12.04.
profile image
ilvin 작성자
플랫러버
'무한신뢰'는 아니구요, T71 같은 괴작을 만들어 내는 데 한해서 '유한신뢰'입니다.
14:23
23.12.04.
profile image
ilvin
ㅋㅋㅋㅋ 괴작이라는 데 반박을 못 하겠네요. 이런 이미지로 굳어버리는 것 회사도 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찌보면 저들이 자초한 거니 뭐 ㅎㅎ
16:13
23.12.04.
profile image 2등
공감합니다. 패키징 외 공대감성 기구설계와 디자인도 불량이나 파손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워낙 소규모라 as에 한계가 있을테니깐요..
14:40
23.12.04.
profile image
ilvin 작성자
pp

사진으로 보다가 직접 받아보니 그래도 각오했던 것보다 제법 만듦새가 괜찮더군요. 큐델릭스가 유독 사진빨을 안받나봐요. 아니면 기대치를 너무 낮춰놨기 때문이던가.

16:53
23.12.04.
3등
투박하긴 한데 익숙해지면 조작하기도 편하고 좋더하구요
15:35
23.12.04.
profile image
ilvin 작성자
소닉유스
네, 이것저것 세팅이 복잡한 것에 비해서 조작 자체는 의외로 편하더군요.
16:54
23.12.04.
profile image

저도 바로 작성자님과 똑같은 생각에서 해당 회사를 응원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팠던 말, 받았던 느낌을 보다 뚜렷하고 와닿게 남겨 주셨네요. 세상에는 고객이 바라는 제품을 연구해서 내놓아 히트치는 보다 오늘날에 걸맞는 기업도 있는 반면 자기들이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내놓은 제품으로 소구하는 보다 구식이지만 왠지 정감가는 기업도 있죠. 큐델릭스가 후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오래 살아남으려면(그래서 이런 흥미로운 제품을 계속 더 내놓으려면) 조금은 시장친화적인 테크닉도 하나둘 구사해 가기를 바라봅니다.

16:11
23.12.04.
profile image
ilvin 작성자
로드러너
네, 지금과 같은 고집은 유지하면서 조금 더 친절해지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16:55
23.12.04.
profile image
음...궁금하다..음..
아으~ 궁금하다으...ㅡㅅㅡ
20:41
23.12.0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월 활동 이벤트 상품 안내! 20 영디비 3일 전16:29 604 +11
사람을 찾습니다! 12 영디비 24.03.22.15:29 2980 +17
잡담
image
음악세상 23분 전19:49 41 +2
뉴스
image
atnerva 25분 전19:47 51 +4
잡담
image
COCT 3시간 전17:02 41 +2
잡담
image
숙지니 4시간 전15:57 61 +3
잡담
image
벤치프레스좋아함 4시간 전15:29 103 +8
잡담
normal
소하아빠수민 5시간 전14:36 109 0
잡담
normal
-towhgdk 5시간 전14:14 622 +6
잡담
image
이노시톨 7시간 전13:04 180 +7
잡담
image
숙지니 9시간 전10:32 111 +8
잡담
image
타이거마스크 10시간 전09:23 173 +7
잡담
normal
iHSYi 11시간 전08:37 132 +7
잡담
normal
iHSYi 12시간 전07:13 174 +8
잡담
image
nerin 16시간 전03:29 170 +12
잡담
image
로우파이맨최노인 17시간 전02:47 1512 +11
잡담
image
종결포기합니다 18시간 전02:01 112 +3
잡담
normal
-시로에몽 19시간 전01:07 53 0
잡담
image
더블유 19시간 전01:07 84 +7
음향
normal
세ㅁ 19시간 전00:55 273 +13
잡담
normal
소하아빠수민 20시간 전23:17 90 +8
잡담
image
로우파이맨최노인 21시간 전23:02 1688 +11
잡담
image
벤치프레스좋아함 21시간 전22:53 92 +6
잡담
image
숙지니 21시간 전22:50 105 +8
음향
normal
tk56 21시간 전22:22 371 +7
잡담
image
벤치프레스좋아함 22시간 전22:05 83 +7
IT
image
purplemountain 22시간 전22:05 177 +6
잡담
image
더블유 22시간 전22:01 79 +8
잡담
image
소하아빠수민 23시간 전20:54 194 +10
잡담
image
COCT 23시간 전20:53 94 +2
잡담
image
Evey 23시간 전20:34 299 +16
잡담
image
토레타 23시간 전20:23 8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