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의 시그니처 이어폰 IER-Z1R 리뷰

하악하악...쓰읍(침 닦는소리)

정신 차리고 리뷰해보겠습니다. 제 귀가 240만원짜리 필요한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요 며칠 청읍샵을 들락날락하면서 이 놈의 클라스를 느끼고 나니 다른 이어폰을 아무리 들어도 아쉽더라고요.

SONY의 시그니처 이어폰 IER-Z1R을 부르는 공식 별명이 있죠. '인이어 헤드폰'. 또 좋은 이어폰에 붙이는 평가로 '헤드폰 급이다'라는 말을 다들 많이합니다. 진부한 평가인 것은 압니다만 이게 Z1R의 사운드를 가장 정확히 나타내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탈이어폰급의 공간감과 타격감과 해상도입니다.

공간감: 이런 말이 와닿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소리의 위치뿐만 아니라 모양이 느껴집니다. 에어팟 프로는 좌우 가로선에서 소리가 어느 위치에 나는지 정도가 느껴지고, 심갓 EN700Pro는 그 위치에서 나는 소리의 상하 사이즈가 느껴진다면, Z1R은 그 소리의 모양과 어택/릴리즈의 방향과 질감까지 느껴집니다. 스크린 영화 보다가 VR로 보는 느낌이에요. 진짜 귀로 듣는 VR같아요.

타격감: 제가 IER-M9이 아닌 Z1R로 가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힙합 많이 듣는 저로서는 저음 타격감이 중요한 요소인데, 그 저음 댐핑감에서도 클라스가 다릅니다. 그 대부분 저음강화 이어폰, 헤드폰에서 느껴지는 부한 저음이 아니라 너무 깔끔한 저음인데 타격감이 지립니다. 저는 심갓 EN700Pro에 저음강화 팁을 끼우고도 EQ로 저음을 좀 들어올렸었는데, Z1R은 EQ 전혀 안 만지고도 저음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모멘텀3랑 비교해도 저음 양 자체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은데 파워는 2배가 넘게 느껴져요.

해상도: 최근에 눈을 뜬 영역입니다. 소리는 나오는 맛 뿐만 아니라 '사라지는 맛'이 진짜 중요하다는걸 체감하게 해줍니다. 소리가 팡팡치고 나온 후에 잔향으로 사라지는 과정이 초고속카메라로 찍은 듯이 슬로우모션으로 들은 느낌이 듭니다. 정말 소리 사라지는게 세세히 다 들리는게 진짜 재밌네요. 단점이 있다면 소스 음원에서 이런 부분을 컷했다면 컷한 것도 다 들려요 ㅎㅎ;;

그렇다고 이 외에 단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제 목적성이 기괴한 것도 있습니다만 휴대용으로 좋은 제품은 아닙니다. 번들 케이스가 너무 크고 유닛도 무겁고 커서 거칠게 들고다니면 유닛끼리 부딪히면서 상하기 쉽습니다.

유닛이 큰게 가장 크게 와닿을 장점이겠네요. 귓구멍이 작거나 모양이 안 맞다면 착용에 난항을 겪으실테니 꼭 청음샵에서 착용해보셔야합니다. 전 거대한 귓구멍이고, 청음도 수없이 해봐서 착용감에선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오늘 집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안쪽 귓구멍의 방향에 따라 유닛이 틀어지는게 아주 티가 팍팍나고, 제가 정착용하니 양쪽 귀의 유닛이 각각 V자로 벌어지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더군요 ㅠㅠ 자랑하고 싶은 비싼 제품인데 이런 부분에서 감성이 해쳐진게 아쉽습니다.

그리고 저항이 좀 높은 편입니다. 어느 정도의 구동력이 필요해요. 같은 소스 기기의 볼륨을 같은 칸으로 두면 보통 이어폰의 약 2/3배로 나옵니다. es100으로는 문제 없는 수준인데 핸드폰에 꽂아서 음악을 크게 듣기엔 조금 딸릴 수 있습니다. 제대로된 성능을 낼려면 폰에 직결보다는 DAC나 휴대용 앰프정도는 있는게 속편합니다.

이상입니다. 인이어 헤드폰의 위상 Z1R의 리뷰였습니다. 두고두고 느껴지는 새로운 특징들은 자유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