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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타일 <QP Master>,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마스터급 올인원 플레이어

Xenon. X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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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 규격에 최적화되었습니다.

고화질의 사진 감상을 위해서 가급적 블로그 원문으로 감상하는 것을 권합니다. 
 https://blog.naver.com/xenonism/221954698689 
 

출처: 퀘스타일 홈페이지 (https://www.questyle.com)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던 추운 겨울이 지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딱히 뭔가 한 일도 없는 듯한데 벌써 볕이 쬐는 여름이 가까워 왔다. 이미 4월이면 개화하여 젊은 연인들을 맞았어야 할 벚꽃도 세찬 봄바람에 흩날려 텅 빈 길가 위 허무한 엔딩을 고하고야 말았다. 지역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병마가 잔뜩 할퀴고 갔는데 오디오 업계라고 그 상흔이 안 남았으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제조사,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한 수입사, 자그마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소매상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프라인 샵의 직원들이 대거 실직한 반면, 온라인을 통한 거치형 오디오 판매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불쑥 들어온 DAP 리뷰 요청. 퀘스타일의 신규 플래그쉽 제품인 <QP Master>(이하 QPM)라고 한단다. 이 시국에 포터블 오디오 기기 리뷰라니 타이밍을 조금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리뷰 요청을 받았는데 별 수 있나? 자본주의의 노예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되레 리뷰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잘 만든 DAP야말로 이 시국에 전천후 올인원 기기로서의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류 증폭 방식의 근본 있는 사운드 퀘스타일 
 

퀘스타일 전류 증폭 방식의 개념도

 
'퀘스타일(Questyle)'은 우리나라엔 고가의 헤드폰 앰프로 잘 알려진 중국의 오디오 제조사다. 첫 제품인 'CMA800 시리즈'부터 시작해 '600'과 '400', 최신 플래그쉽 헤드폰 앰프 'Twelve'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좋은 평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의 명망 있는 오디오 제조사 '포칼(FOCAL)'과 협업을 하기도 하는 등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실력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연착륙하였다. 이들 퀘스타일 제품의 특징으로는 독자적인 전류 증폭 방식을 통한 아날로그 신호의 전달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바이어스 전류 제어 시스템 등과 결합되어 왜율, 노이즈 레벨과 출력 임피던스를 모두 극한까지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 이를 통해 퀘스타일은 다양한 발음체에 대한 대응력과 뛰어난 원음 재생 능력까지 겸비한 고품질의 아날로그 파트를 무기로 헤드파이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다. 당장 필자 역시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로 동사의 'CMA800R'을 이용 중이다. 초기 모델이라 그런지 노이즈 플로어는 비교적 높지만 파워풀한 구동력과 여유 있는 표현력, 넓은 음장감 등에 점수를 주었다. 헤드폰 앰프로서는 드물게 두 기를 한 조로 듀얼 모노 밸런스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 
 

퀘스타일 골든 레퍼런스 시스템 (CMA800P+CAS192D+CMA800R*2)

 
 이런 퀘스타일의 실험 정신과 기술력은 동사의 DAP에도 이어져, DSD Native 재생이 가능한 고성능 D/A 컨버터에 전류 증폭 아날로그 앰프를 일체화한 'QP1R', 'QP2R'과 같은 명기를 탄생시켰다. 이들 QP 시리즈는 타사의 DAP들과는 차별되는 파워풀한 사운드로 정평이 나 있으며, 특히 'QP2R'은 국내 판매가와 중고품 시세도 꽤나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된 터라 많은 포터블 유저들이 한 번씩은 거쳐가는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THE MASTER

아마 QP 시리즈에 매력을 느낀 유저들이라면 동사의 기함급 DAP는 왜 없는지, 개발 중이라면 언제나 나올지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0만 원 언더에서 이렇게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기함으로 가면 얼마나 압도적인 성능이 나올지, 가격은 어느 정도로 책정될지 왜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의문에 퀘스타일은 자사의 최상급 제품에만 허락되는 'Master'의 별호를 단 'QPM'으로 답을 하였다.

출처: 퀘스타일 홈페이지 (https://www.questyle.com)

 
 전작과 비교 시 아날로그단의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QPM'은 4.4 밸런스 아웃을 지원하며 퓨어 A클래스 전류 증폭 앰프 모듈인 'CA630'과 'CC630'을 채용하였다. 상기 두 모듈은 풀 디스크리트 회로(Fully discrete circuit)와 SIP 프로세스를 특징으로 하는데, 전자야 어느 정도 신경 쓴 아날로그단에선 기본 사양과 같은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필자로서도 생소한데, 결론만 말하면 상기 구조를 통해 출력이 약 1.5배 증가하고 S/N비가 2.5배로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원리야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결론.

가격 역시 확 뛰었다. 해외 판매가 2199달러로 대충 현재 환율로 계산해 보면 약 270만 원 수준의 몸값을 자랑한다. 실제 국내 정발가는 비교적 저렴(?)한 239만 원으로 책정되긴 했다만... 그럼에도 'QP2R'이 현재 오픈 프라이스 70만 원대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급격히 높아진 진입 장벽이 낯설기만 하다. 역시 마스터의 경지에는 쉬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일까? 이 정도면 오러 블레이드 정도는 뽑아줘야 닉값 하는 게 될 텐데

 

고급스럽고 알찬 패키지, 대응 액세서리를 통한 확장성 
 

QPM 패키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QPM'의 패키지는 컴팩트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제품 사용 팁(?)에 대해 적어둔 카드가 동봉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이어스 컨트롤 시스템과 제품 번인(Burn-In)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 중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번인에 관한 내용. 아예 제조사 차원에서 200시간의 번인 이후 제품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관해선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차피 이 정도 값을 주고 DAP를 사는 유저의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번인의 효과를 믿을 것이므로 딱히 문제가 되진 않을 듯하다. 필자는 제품을 리뷰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제조사에서 권하는 대로 일주일 넘는 시간을 꼬박 번인에 투자한 이후 시청을 진행하였다. 이때 함께 활용한 제품이 동사의 'SHB2'. QP 시리즈 DAP를 전용 트랜스포트로 하는 D/A 컨버터+프리앰프 개념의 제품이다. Chord Electronics社의 'Indigo'와도 비슷한 형태라 할 수 있겠다. USB 입력을 지원하므로 전용 드라이버 설치 후 단독으로 PC-FI 활용 역시 가능하다. 'QPM'에 'SHB2'와 'CMA800R'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트랜스포트, D/A 컨버터,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 구성의 분리형 레퍼런스 헤드파이 시스템이 된다. 해당 조합을 직접 시청해 보니 엷지 않으면서도 세밀한 소릿결이 기분 좋게 느껴졌으며 음장감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Previous imageNext image

Questyle Super Source System(QP Master + SHB2 Master)과 Chord Electronics Indigo. 포터블 기기를 소스로 하는 DAC+프리앰프라는 점이 같다.

 
 특히 이 중 소스기 에 해당하는 DAP+DAC 조합을 동사에서는 'Super Source System'이라 칭하고 있으며 자사 홈페이지에 세트로 묶어서 소개, 판매할 정도로 잔뜩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 'SHB2' 역시 마스터 레벨의 'SHB2 Master'가 따로 존재하며, 'QPM'을 타사의 DAC와 함께 활용하고 싶다면 'SHB2' 대신 'HB2'라는 전용 독을 이용해 옵티컬 아웃으로 타사 제품과 결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별매 중인 C to C 데이터 케이블을 이용해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신호를 받아 본기를 포터블 DAC+AMP로 활용할 수 있다.

블랙으로 완성한 마스터의 품격

전반적으로 뛰어난 조작감... 그러나 볼륨 노브는 '실격' 
 

 'QPM'은 외견 전체를 블랙으로 일통하여 매우 높은 수준의 일체감과 고급감을 자랑한다. 전후면 전체를 유광 블랙으로 마감하였는데 소재를 잘 쓴 건지 싸구려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되레 중후한 매력이 느껴진다. 맨 처음 제품 사진만 보았을 땐 골드 색상의 전작보다 조금 싸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실물을 보니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보다 보니 전작이 너무 촌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다만 본기를 실제로 사용해 보니 중후한 외모와 다르게 중량이 너무 가벼워 타사 플래그쉽 DAP처럼 묵직한 손맛 같은 건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취향에 관한 것이고, 가볍다는 건 실제 사용에 있어 굉장한 장점이긴 하다. 손으로 직접 휴대하기에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는 무게라 포터블에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형 디지털 소스기(+컨버터)+앰프의 포터블 묶음과 본기를 비교하면 단연 본기 쪽이 압도적인 휴대성을 보여준다. 퍼포먼스 자체도 뛰어나지만... 
 

 또한 클릭 휠의 매끄러운 조작감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측면의 조작 인터페이스는 포터블 환경에서 사용이 매우 편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아날로그 볼륨 노브가 조금 문제인데, 노브의 고정력이 없어 작은 외부 접촉에도 너무 쉽게 돌아가 버린다. 조작감은 고급스럽긴커녕 경박함이 느껴지는 수준이며 포터블 활용 시 어디 스치기만 해도 볼륨이 훅훅 변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자칫 고감도 IEM과 사용하다 볼륨이 맥스로 올라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다만 이 부분은 화면이 꺼졌을 때 노브가 먹지 않도록 설정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될 듯 싶다.

마스터급 포터블 오디오 시스템

QPM 스펙 출처: 퀘스타일 홈페이지 (https://www.questyle.com)

 
 DAC 칩은 고성능 오디오 칩셋으로 잘 알려진 AKM社의 'AK4490'을 채용하고 있으며 32Bit 384kHz PCM 규격에 대응, DSD 네이티브 재생은 DSD256(1Bit 11.2MHz)까지 지원한다. 헤드폰단 출력은 4.4 밸런스단 32옴 부하 기준 161mW(단위 변환 시 2.27Vrms), 300옴에선 51mW(단위 변환 시 3.912Vrms)까지 나오며 출력 임피던스도 0.1옴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 발음체를 가리는 일은 없을 듯. 최근 국내에 소개된 퍼오디오社 IEM이 출력 임피던스 0.1옴을 넘기는 앰프와 사용 시 응답 특성이 나빠진다는 글을 본 듯한데 'QPM'에선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 SNR과 THD+N 수치 역시 포터블 기기로서는 상당히 준수한 수준으로, 정숙한 배경감이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것은 위에서 간략히 언급했던 바이어스 컨트롤 시스템인데, 하이 바이어스 모드 세팅 시 노멀 상태에서 이따금 THD가 튀던 현상을 억제해 주기 때문에 균일하고 명료한 소리 재생에 도움이 된다. 퀘스타일에서는 이를 두고 수퍼카의 '레이스 모드'에 비유하며 자사의 핵심 기술로 칭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조화 
 

시청에 사용된 헤드폰 앰프는 동사의 'CMA800R'이며, 이어폰은 JH오디오의 'Rosie', 헤드폰은 울트라손의 'Tribute 7', 베이어다이나믹의 'DT1990PRO', 하이파이맨의 'HE400i', 스탁스의 'SR-009' 등을 사용하였다. (스탁스는 QPM+SHB2에 SRM-007t 조합으로 청취) 
 

"이야 이거 잘 만들어 놨네~"

 'QPM'을 처음 듣고 필자가 한 말이었다. 묵직하지 못한 손맛에 소리가 나쁜 게 아닐까 잠깐 걱정도 했었는데, 한 번의 청음으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종식되었다. 한 번의 짧은 청음으로도 저 작은 포터블 기기가 동사의 레퍼런스 사운드를 그대로 이식받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 근래 '차이파이(Chi-Fi)'라 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급 스펙으로 무장한 중국산 오디오 기기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 이들 차이파이 기기들의 약점으로 줄곧 지적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디지털스러운' 음색에 있다. '그럼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느낌이 나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만... 해당 기기들의 특징은 명료하긴 하지만 두께가 엷으며 매끄럽게 다듬어진 소릿결, 경질적인 표현력 등으로 대표된다. 이는 CD 규격의 태동 이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오디오 매체가 옮겨갈 때 디지털의 결함으로 줄곧 지적받던 바와 일맥상통한다. 어찌 되었든 소리라는 것은 아날로그 정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날로그 소스에 가까운 음색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는 게 많은 오디오 마니아들이 주장하던 바였다. 이러한 불만은 '와디아 2000'이라는 걸출한 D/A 컨버터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하이엔드(High-End)'의 개념과 함께 조금씩 사그라들기는 하였지만...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CD 트랜스포트 No.31 (https://www.marklevinson.com)

 
 이런 옛날 얘기는 왜 하느냐고? 개인적으로 현행 차이파이와 퀘스타일의 구도가 그 당시와 상당히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하이엔드의 시대를 연 선지자들 중엔 '와디아' 이외에도 '크렐'이라든가 '마크 레빈슨' 등이 있었는데, 해당 제조사들은 디지털의 세밀함과 대역감, 아날로그의 질감 및 두께감 등을 함께 실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필자는 퀘스타일을 듣고 이들 선지자 중 마크 레빈슨과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중용을 지키는 토널 밸런스와 힘이 있으면서도 여유로운 표현력, 충만한 두께감과 질감의 사실적인 재현... 다른 차이파이 기기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근본부터 다른 사운드라 생각이 든다.

 

 
 본기는 상기 스펙 시트에서 볼 수 있듯 가청주파수 대역 내 오차가 거의 없는, 매우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를 보여준다. 사실 이건 소니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터블 오디오 기기가 갖고 있는 특색이긴 하다만... 심지어 소니 역시 가청 주파수의 양 끝단을 아주 살짝 올려주는 정도로 최소한의 착색만을 가한다. 이는 원음 지향 하이파이 사운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라 크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토널 밸런스가 그냥 '一'자면 소리 차이가 별로 없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그렇게 따지면 포터블 오디오는 '아이팟 터치 4세대' 정도 선에서 이미 끝이 났어야 했다. 정말 특기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기기에 대한 대응력과 구동력

 'QPM'은 최대 3.9Vrms라는, 포터블 플레이어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출력을 자랑한다. 덕분에 헤드폰의 볼륨 확보와 구동에 유리하며 지극히 낮은 출력 임피던스 수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임피던스 매칭이 까탈스러운 멀티 드라이버 IEM과의 궁합도 좋다. 테스트에 사용한 다이나믹, 평판 자석형 헤드폰들을 여유롭게 드라이빙하는 능력은 물론 8BA IEM인 '로지'와의 궁합도 한 점의 왜곡 없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숙한 배경

 헤드파이에서 '배경'이란 단어는 10년 전만 해도 거의 쓰이지 않던 단어였으나 DAP의 개념이 대두되고 포터블 기기의 성능이 빠르게 상향됨에 따라 이제는 '신호 대 잡음비', 'SNR', 'S/N', '배경감', '정숙함' 등의 단어를 헤드파이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모두 노이즈 성능에 대한 단어로, 10년 전과 비교해 해당 지표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소스 기기는 발음체와 달리 제품의 토널 밸런스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균형감이나 대역감보다는 노이즈 플로어나 다이나믹 레인지와 같은 팩터를 통해 그 성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필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성능 발전을 체감하기 쉬운 게 노이즈 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10년 전 당시 명기로 인정받던 소니社의 기함급 네트워크 워크맨 'NW-X1000' 역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노이즈 레벨로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곤 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너도 나도 다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에서조차 히스 노이즈를 감지하기 힘들 지경이다. 당초부터 발음체를 귀 바로 옆에 두고 청취하는 포터블 오디오의 특성상, 배경감이란 팩터는 매우 중요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년 전엔 포터블 오디오 기기의 성능이 떨어져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만족 시킬 수가 없어 유저 간 언급이 없었을 뿐이다. 잠시 눈을 돌려 거치형 쪽을 보자면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노이즈 제어를 위해 요구되는 덕목은 진동 제어를 위한 받침대와 크고 무거운 섀시, 전원부 독립 및 컨버터와 앰프부 분리형 구조, 고품질의 전원과 고급 케이블 등...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진다. 이렇듯 거치형 오디오에서의 배경감이란 시스템의 성능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엄청난 물량(내지는 재정) 투자를 요하는 카테고리인 것에 반해 포터블 오디오는 소스와 앰프의 일체형 구조를 한, 작고 가벼운 기기 단 한 대로 이 모든 것을 구현해야 한다. 해당 팩터의 발전이 근래에 와서야 이루어진 게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노이즈 제어에 나쁜 요소만 잔뜩 몰아넣고도 포터블 플레이어의 배경감이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으로 평준화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기의 아날로그단 출력이 거치형 오디오에 비해 확연히 낮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고출력 DAP일수록 배경감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QPM'의 경우 고성능 포터블 앰프 수준의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노이즈 없이 깨끗한 배경감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고감도 IEM인 '로지'로도 노이즈 비스름한 거 한 점을 못 느꼈으니 대부분의 헤드폰에서는 노이즈를 느낄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트리뷰트7' 같은 특이 케이스만 제외하면... 이 미친 헤드폰은 32옴에 감도 100dB도 안 나오면서 고감도 인이어보다 히스 노이즈를 잘 잡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헤드폰으로 들어보면 본기에서도 아주 미세한 수준의 노이즈가 들리긴 한다. 대체 얼마나 SNR 수치가 좋아져야 이 헤드폰을 써도 노이즈가 안 들릴지 짐작이 안 된다. 트리뷰트 때문에 발작 스위치가 눌려 얘기가 잠시 옆길로 샜는데 여하튼 본기의 노이즈 레벨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대부분의 이어폰, 헤드폰에서 적막한 배경과 순도 높은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선이 굵고 다이나믹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표방하는 가장 작은 오디오 시스템

 'QPM'은 전술하였듯 여타 차이파이와는 차별되는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보여준다. 선이 굵고 호방한 느낌이며 또렷하고 묵직한 저역의 쾌감, 울림 있는 중역이 매력적이다. 특히 소리의 셈여림 처리가 좋은 편인데, 가령 필자가 즐겨듣는 '드림캐쳐'의 <하늘을 넘어>를 들었을 때 킥 드럼의 4박 중 첫 타음이 미묘하게 더 강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명료히 들려준다. 이게 해당 세션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갖고 있던 쿠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세밀한 표현도 능히 해낸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Painkiller>처럼 질주하는 더블 베이스 드럼도 타이트하고 견고하게 재현된다. 음의 강약이 훤하게 구분되므로 어떤 음악을 들어도 밋밋하지 않아 듣는 재미가 있다.

전반적으로 두껍고 힘찬 음색이며 직선적인 표현력을 보인다. 끝 모르고 내려가는 저역의 깊이감이 돋보이지만 다른 대역을 범하는 느낌이 없다. 피아노는 대역 간 균형감이 두드러지며 타건음이 매우 투명하게 들린다. 현악과 관악은 음이 두껍게 나와주면서도 자극 하나 없이 매끈한 소리로 들렸다. 'John Rutter'의 <Requiem> 음반을 들었을 때 목관 악기의 존재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함께 사용한 '트리뷰트7'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역감이 뛰어나고 배음 표현력이 좋아 하이 햇 심벌과 같은 체명악기의 두께와 울림이 기분 좋게 표현된다. 협대역의 푸석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급의 표현이다. 물론 뜯어보면 체급이 체급인 만큼 본격 거치형 헤드파이 시스템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더러 눈에 띄지만 거치형을 주력으로 운용하는 필자가 듣기에도 이 정도면 음악을, 소리를 즐기기엔 충분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환경을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한 편의성과 액세서리를 통한 확장성을 생각하면 본기는 여느 거치형 기기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는 전천후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본기에 'SHB2'를 조합하였을 때의 사운드는 필자가 이전에 사용하던 CHORD 社의 구형 플래그쉽 'QBD76HD' D/A 컨버터에 비견될 만하다고도 느꼈다. CHORD와 비슷하게 세밀하면서도 두께감 있고 다이나믹한, 오디오적인 쾌감이 물씬 느껴지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 본 조합의 경우 DSD 재생까지 지원하므로 고해상도 음원에 대한 대응까지 생각하면 어지간한 레드북 CD 규격 구형 명기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이엔드 포터블 플레이어 중에서도 독보적인 음색과

뛰어난 성능, 유틸리티성까지 고루 갖춘 올 마스터(All-Master) 
 

 
 2012년 'AK100'의 발표 이래 초(超) 하이엔드 브랜드 'A&Ultima'에 이르기까지 DAP 업계를 선도하는 '아스텔앤컨(Astell&Kern)',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는 기라성 같은 업체들까지... 이미 포터블 플레이어 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 중 QPM과 같은 성능을 지닌 기기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이런 음색을 지닌 기기는 더더욱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최근 SMSL社나 Topping社 등 괴물 스펙을 앞세운 가성비 거치형 오디오들이 크게 주목을 받으며 부정할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른 차이파이. 그러나 차이파이의 경질적인 음색에 질린 유저들이 업그레이드를 위한 다른 선택지는 없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필자는 퀘스타일의 'Super Source System' 역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인, 아웃도어 모두 이 정도로 뛰어난 활용도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포터블 플레이어가 있었는가? 디스크맨의 황제 'D-Z555'? 튐방지가 없어 사실상 거치형 기기다. 넘사벽 몸값을 자랑하는 'Qualia 017'? 툭 까놓고 말해 이미 사장된 매체 기반의 골동품일 뿐이다. 명품 MP3라는 'Beosound 2'? 요즘 시대에 MP3 찾는 사람도 있나? 아스텔앤컨 DAP와 'ACRO L1000' 조합? 'L1000'은 'HB2' 선에서 정리가 된다. 그 옛날의 디스크맨부터 현재의 아스텔앤컨에 이르기까지, 암만 떠올려 봐도 이런 포터블 기기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다. 단언컨대 본기는 사용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소리를 듣고자 하는 이들이 고를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본 리뷰는 <엔아이씨>의 제품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장님이 깔 거는 좀 까도 된다고 하셔서 마음대로 작성했는데 막상 작업하며 보니 깔 게 가격이랑 노브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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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ks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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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필력이 아주!! 
저 제품에서 dac+앰프단만 똑 떼서 심플하게 포터블로 만들어주면 바로 살것같습니다ㅎㅎ

23:23
20.05.10.
profile image
Xenon. 작성자
nalsse
그러게요~ 퀘스타일은 포터블 DAC나 앰프를 내도 썩 괜찮을 듯한데 말이지요.
23:29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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