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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HIFIMAN SUNDARA: 압도적인 가성비의 레퍼런스 헤드폰

Xenon. X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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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블로그 양식에 최적화된 글이라 가급적 블로그 원문을 감상하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xenonism/221984299212 

  
  
 0. 순다라

 

Sundara

Sundara (सुन्दर) is a Sanskrit term meaning "beautiful, lovely" (of a person), or generally "noble; well, right".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순다라. 네이밍부터 상당히 생소한데, 위키에 적힌 바에 의하면 순다라란 산스크리트어로 '고귀한',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따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UNDARA>뿐 아니라 <DEVA>, <ANANDA> 등 하이파이맨 개편 라인업은 전부 산스크리트어 네이밍이 붙는다. 팡 사장이 불교 신자인 걸까? 이러한 제품 네이밍은 제품 간 상하관계를 인식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업계에 확실히 반석을 다져놓지 않은 경우 쉬이 시도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생소한 네이밍으로 신규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건 그만큼 자사의 입지가 두텁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듯하다. 뭐, 하이파이맨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SUNDARA>는 이전 <HE-560>의 리뉴얼 버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동사의 최초 주력 모델 <HE-5>까지 올라가게 된다. 나름 근본 있는 모델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시간 순대로 <HE-5LE>, <HE-500>, <HE-560>, 그리고 순다라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 직전 모델이었던 <HE-560>의 경우 뛰어난 성능을 지녔음에도 당시 기함이었던 <HE-6>과 비교해 구동이 훨씬 쉬워 하이파이맨 제품군 중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소재를 일신하고 개선된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했음에도 코스트 다운까지 실현한 개념기가 바로 이 <SUNDARA>가 되겠다.

1. 개선된 드라이버 유닛

본기에서 새로이 채용한 드라이버의 이름은 '네오 수퍼나노 다이어프램(이하 NsD)'이라고 한다. NsD는 네이밍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진동판의 두께를 극히 얇게 만든 것으로, 얇은 만큼 질량이 작아 더 빠르게 진동할 수 있으므로 고역 재생에 유리하다. 실제로 해당 진동판의 두께는 고작 1~2마이크론 수준으로 어지간한 정전형 드라이버와도 비견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고성능 드라이버를 40만 원 짜리 헤드폰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새삼 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된다.

2. 세련된 패키징과 고급스런 외형

 

 

<HE400i> 때도 느꼈지만 하이파이맨의 패키징 수준은 탈중국급이다. 싸구려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다만 하급기인 400보다 박스 크기가 더 작은 건 왜인지... 사실 뭐 이건 400 쪽이 가격대에 안 맞게 무식하게 큰 감은 있다만. 외형을 살펴보면 400 때와 마찬가지로 3.5 to 3.5 듀얼의 탈착형 케이블을 제공하는데, 기역자 플러그를 채용하고 있단 점이 생경하다. 기역자 플러그는 대개 포터블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인데 엔트리급에서도 안 쓰던 형식을 여기에...? 마침 400도 리뉴얼된단 소식이 나왔으니 케이블은 어떻게 될지 볼 필요가 있겠다. 이왕 바꿀 거면 이 탱탱한 선재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헤드밴드 역시 리뉴얼 라인업 고유의 형태를 띄고 있다만 개인적으론 달갑잖은 변화다. 헤드밴드 조절부가 뻑뻑한 건 뭐 장단이 있다 치는데, 스위블이 안 되는 게 은근히 크게 느껴진다. 두상의 형태에 따라 밀폐가 힘들 가능성도 있다.

 

제품 디자인은 그럴싸하다. 필자는 처음 본기를 봤을 때 스탁스의 <SR-Ω>랑 닮았다고 느꼈는데, 만약 구형 헤드밴드가 본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면 실루엣만큼은 진짜 오메가 느낌 났을 듯하다. 여하튼 그런 덕분인지 순다라의 외견은 필자의 눈엔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인다. 적어도 구형 HE 라인업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다고 생각 중. 400과 마찬가지로 이어패드는 인조 가죽과 벨루어 소재를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저역 손실을 줄이고 착용감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벨루어 부분의 육각형 패턴은 왜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다. 400 때는 저런 게 없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넣은 것일지 궁금해지는데, 이에 대해 알고 있다면 댓글로 내용 추가 바란다.

3. 스펙

제품 상세페이지에 표기된 스펙

<순다라>의 스펙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풀 사이즈 평판형 헤드폰임에도 중량이 400g도 안 된다는 것. 하우징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를 실현하였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장시간 착용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4. 청음 환경

CD 트랜스포트: WADIA 20

D/A 컨버터: WADIA 9

헤드폰 앰프: QUESTYLE CMA800R

레퍼런스 헤드폰: BEYERDYNAMIC DT1990PRO

PC파이 세팅: JRiver (w/Minority Clean) - M2TECH HIFACE EVO DDC - WADIA 9

5. 사운드

 

우선 본격적인 시청에 앞서 필자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에 <순다라>를 한 번 물려봤다. 기역자 플러그라 어느 정도 포터블에도 대응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구동은 커녕 볼륨 확보조차 되지 않았다. 굳이 미니기기에 본기를 매칭해야겠다면 무저항잭 따위를 사용해 기기의 출력을 향상시키거나 포터블 앰프를 활용해야 할 것 같다.

본기의 측정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거의 완벽한 raw 플랫 저역 응답 특성을 기록하였다는 점이었다. 근래엔 OW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DF 쪽을 더 선호하는지라 이런 결과가 반갑기만 하다. 필자가 본 헤드폰 중 DF 타겟 기준으로 의심의 여지 없는 최상급 특성을 보여준다. OW 헤드폰 타겟 기준으로는 낮은 저역이 살짝 빠지는 편. 청감상으로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균형감 만큼은 어떤 기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특정 대역이 가려지는 느낌 없이 명료한 소리가 난다. 대역감이 뛰어나 낮은 대역까지 빠지는 느낌 없이 탄탄히 받쳐주는 느낌이며 펀치는 잘 조여진 듯 빠르고 견고한 느낌이다. 평판형답게 응답속도가 빨라 '스콧 트래비스'의 더블 베이스 속주에도 밀리는 느낌 하나 없이 소리가 물 흐르듯 술술 흘러간다. 마이크로 다이나믹도 HE400i 대비 개선되어 크레센도를 매끄럽게 표현해 낸다. 이제야 음악을 듣는 맛이 난다. 다만 아직 강음의 표현에 조금 약점을 보이는 편. 큰 것 한 방이 부족하다. 잔잔히 흘러가다 일순 포르티시모로 전환될 때의 카타르시스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음은 유감스럽다. 야구로 치면 고타율의 중장거리형 타자 정도라 표현할 수 있겠다. 사실 평판형 포맷 자체가 이런 표현에는 비교적 약한 편인지라, 이게 비단 본기만의 문제라곤 할 수 없다. 오히려 본기의 가격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 아닐까 생각된다.

본기의 저역 표현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저역이 강조된 사운드를 원하는 이에겐 다소 아쉽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강력한 매크로 다이나믹에 기반한 음악적 쾌감을 좇는 이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쩌면 순다라의 소구 포인트는 저역이 아니라 중역일지도 모르겠다. 순다라의 중역은 극히 선형적인 응답 특성을 보이며, 두께감이 좋고 디테일이 살아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현이 긁히고 진동하는 게 명확히 들리며 울림통의 공명음이 부드럽게 전해진다. '아이유'의 보컬은 따뜻한 음조로 재현되며, 그의 맑은 음색에 이따금 섞이는 허스키함까지 능히 구분하여 전달한다. '롭 핼포드'의 쇳소리 섞인 보컬과 자글자글한 그레인 묘사는 메탈 보컬 특유의 매력을 담뿍 배가시켜준다. 듣는 음원이나 청음 환경에 따라 보컬 치찰음이 조금 도드라지기도 하는데, 이는 매칭으로 보완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실측 결과로도 4~5kHz 대역은 OW 기준 1dB 내외의 미세한 강조가 있었고 7~8kHz는 타겟에 딱 맞춘 수준이었던지라 구동과 매칭만 잘 된다면 일반적인 취향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치찰음이 살짝 있는 편을 선호하기에 순다라의 보컬이 꽤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중고역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와줬다면 탐이나 스네어의 예리한 어택감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비단 치찰음 대역뿐 아니라 본기의 고역은 전반적으로 조금씩 톤 업이 된 형태인데 특히 10kHz 이상 높은 고역대의 강조가 두드러진다. 고음형 레퍼런스인 <DT1990>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음압 레벨이 낮지만 높은 고역이 유독 잘 나오는 형태인데, 덕분에 비교적 듣기 편한 음색을 구현했음에도 티 없이 맑고 선명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John Rutter'의 <Requiem> 음반을 들어보면 적막한 공간에 오보에 소리가 한 올 한 올 피어오르는 느낌이 아주 좋다. 소리의 발현과 소멸이 섬세하게 표현되며 확산감도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나 금관 악기의 표현은 살짝 엷은 느낌이 들었으며 사람에 따라 예리하다고도 느낄 법하다. 높은 고역이 강조된 덕분에 트라이 앵글이나 심벌 등의 음이 맑고 선명하게 들린다. 두께도 충분하고 특유의 울림도 아주 잘 살려내 곡 전반의 분위기를 밝게 채색하는 데 일조한다.

 

기본적으로 체급이 있는 헤드폰이다 보니 무대의 묘사도 수준급으로, 상하로 긴 형태의 음장을 형성한다. 다만 깊이감은 다소 부족한 편. 음상이 또렷하게 맺히며 레이어의 구분이 분명하다. 전술하였듯 대역감과 균형감은 최상급이기에 특정 대역이 가려지는 일이 없이 명료하며, 셈여림 처리도 하위 모델인 <HE400i>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이따금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가격표를 보면 이내 납득하게 된다. 아니, 납득을 넘어 탄복마저 하게 된다. 레퍼런스급 이상 헤드폰 중 이런 압도적인 가성비를 보여주는 제품이 있었던가 절로 자문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명쾌하다. '없다.'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진작에 레퍼런스 수준을 졸업하고 플래그쉽 레벨에 정체된 유저들에게도 본기만큼은 일청을 권하고 싶다. 이는 <순다라>가 헤드폰 기술이 줄곧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본 리뷰는 <톤래츠>로부터 제품을 대여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 작성에 대한 대가 같은 거 없이 제 블로그 조회수나 함 빨아보고 싶어서 기획한 리뷰이며

업체로부터 리뷰 가이드나 첨삭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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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talk idletalk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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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헤드폰 구매 타겟인 녀석인지라 한 자,한 자 꼼꼼하게 리뷰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3:11
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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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non. 작성자
마사크레
넹 굿나잇여~
23:36
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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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파덕 뭔가 살려달라는 눈빛...
23:21
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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