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디오 MOON NEO 430 HAD, 에코 EVH, 퀘스타일 CMA800R-MONO

새 앰프 두 기가 들어왔습니다. 기존의 모노블럭은 그라도와는 쓸 수가 없어 방출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건 정말 SUSVARA 같은 헤드폰에나 써야 하는 물건일 듯합니다 ㅎㅎ;

다행히 새 앰프는 출력 관련 말썽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430HAD

-(퀘스타일, 에코에 비해) 엷은 두께감, 단단한 소릿결

-빠른 스피드감과 강하고 섬세한 다이나믹

-적막한 배경과 높은 투명감

-크로스피드는 글쎄?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를 교체했습니다. 까고 보면 4998불에서 4500불 짜리로 온 건데 묘하게 업글한 듯한 기분입니다. 싱글엔드 구동에서의 성능 향상과 기기 자체의 덩치나 뽀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뽕이 아직 안 빠진 거겠죠.

앰프를 구동시키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소리가 굉장히 견고해졌다는 거였습니다. 두께는 살짝 엷어졌지만 소리를 탄탄하게 잘 압착시킨 듯한 느낌입니다. 이소룡의 실전 압축 근육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이나믹 면에서도 이득이 있었습니다. 약음의 셈여림을 섬세하게 처리해주면서도 드럼의 파워가 여실히 느껴집니다. 퀘스타일 때엔 묵직하고 두툼하게, 넓은 범위를 타격하는 한 방이라면 심오디오는 빠르고 간결하게 일점을 타격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데미지는 전자 못지 않죠. 아무래도 이건 대역밸런스의 차이와도 연관이 있을 듯한데요, 무게중심이 낮은 퀘스타일과 다르게 심오디오는 무게중심이 살짝 높습니다. 고역의 에너지감이 좋습니다. 덕분에 타악류의 어택감이 극대화되는 인상입니다. 그럼에도 음의 두께가 너무 엷지 않고 심지가 있으며 다이나믹이 뛰어납니다. 스피드가 빨라 막히는 느낌 없이 소리를 술술 풀어나가는 느낌입니다. 또한 배경이 적막하여 순도 높은 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상기 대역 특성 덕분에 울트라손 에디션10과는 매칭이 조금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네요. 그라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음장의 넓이와 깊이, 위상 배치와 레이어링 등 무대 재현력도 나쁘지는 않은데 퀘스타일의 그것처럼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모노블럭 구조의 특장점이 있기는 한 듯합니다. 크로스피드 기능도 있는데 이걸 사용하면 음상이 작아지면서 적재적소에 아주 또렷하게 맺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대의 크기 자체는 비좁아집니다. 개인적으론 불호...

EVH

-충만한 두께감, 크게 무르지 않은 소릿결

-강력한 매크로 다이나믹

-저역의 볼륨감이 돋보임, 선명한 중고역

-진공관 앰프임에도 꽤 적막한 배경감

-밸런스 구동이라면?

이번에 새로 국내에 수입 결정된 EKCO EVH 진공관 헤드폰 앰프를 받았습니다. 동사의 헤드폰 앰프 처녀작인데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오는지 직접 테스트 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거래한다고 나다니고 집 와선 심오디오 위주로 들어서 어제까지 듣고 느낀 첫인상을 남깁니다. 어제는 킴버 PBJ가 아니라 KCAG 인터를 사용했습니다. 듣자마자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힘이 넘칩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데엔 이만한 게 없죠. 전 대역이 굵직하고 힘이 넘칩니다. 펀치감과 매크로 다이나믹이 아주 좋습니다. 고역에서도 롤오프 없이 아주 대역이 넓고 선명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저역의 볼륨감이 워낙 크다 보니 저역 강조가 있는 헤드폰에서는 이따금 소리가 흐려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OW 타겟 곡선에서 5dB 이상 강조되고 잔향이 조금 길게 남는 헤드폰과 매칭 시에는 소스와 케이블 매칭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소리를 타이트하게 제어해주는 매칭이 필요할 듯하네요. 그래도 제 시스템에서는 메탈 듣기엔 썩 괜찮은 느낌이었네요. 진공관 앰프임에도 배경이 적막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울트라손 에디션10 로우 게인 기준으로는 히스 노이즈를 거의 들을 수 없었습니다.

CMA800R-MONO

-초강력 구동력

-극단적인 무대 재현력

-기분 좋게 두꺼운 소릿결과 무게감 있는 표현력

-부드러운 고음역 표현

-희뿌연 배경감

그간 이것저것 많이 물려가며 써줬는데 이제 작별입니다. 그라도에 쓸 수 없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 크네요. 국내 1호 퀘스타일 모노블럭 유저였는데 쓰면서 영양가 있는 글을 그리 많이 남기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퀘스타일 CMA800 Reference는 앰프 두 개를 사용해 각 채널을 밸런스 구동시키는 독특한 헤드폰 앰프입니다. 헤드폰 모노블럭 앰프로서는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사실 듀얼, 쿼드모노 방식 자체는 한 케이스 내에서 섹션을 분리함으로서 구현한 사례가 꽤 있었지만요. 인마 이후 모노블럭 컨셉으로 앰프가 몇 개 더 나오긴 했습니다. 한 놈 뺴면 다 10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하이퍼급 앰프에 적용된 형태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몇 가지 이점을 갖게 되는데 퀘스타일 스펙시트에 따르면 SNR과 DNR, 크로스토크 등에서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낀 바로는 무대 묘사가 아주 특별했습니다. 특히 울트라손 헤드폰과 조합 시 세션을 전부 분리해 섹션을 나눠 배치한 듯한 극도의 음장 효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울트라손 헤드폰과의 조합을 추천하는데, 본기는 진공관 앰프마냥 무게중심이 낮은 토널 밸런스를 띄고 있으며 두툼하고 묵직한 소리와 마일드한 고역을 특색으로 하기 때문에 울트라손 헤드폰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음장감, 입체감의 극대화 측면에서도 좋습니다. 해외에서는 HD800 헤드폰과의 조합이 베스트로 꼽히는데, 저 역시 동감입니다. 전술한 내용과 같은 사유입니다. 더불어 본기의 초고출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경 노이즈가 HD800에서는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32옴인 울트라손에서는 가격대에 맞지 않는 희뿌연 배경감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HD800의 고역이 자극적이다? 소리가 엷다? 저역이 안 나온다? 퀘스타일 800R과의 매칭에선 그런 말이 안 나올 겁니다. 진짜 레퍼런스라는 느낌입니다. 고역이 자극적이라는 베이어, 그라도, 울트라손 모두 음색적으로 매칭이 아주 좋습니다만 그라도 헤드폰은 듀얼 모노 구동 시 유닛이 부르르 앓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저볼륨 청취 유저라면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아마 SUSVARA, K1000 구동을 위한 '헤드폰 앰프'로서는 가장 가성비 좋은(중고가 기준) 솔루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다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겠죠. 참고로 프리 성능도 꽤 좋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