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우 SSP : 작고 예쁘지만 당찬

시작

수월우는 감성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밸런스를 갖춘 음향 브랜드입니다. 물론 덕력도... Solis 같은 초고가형 제품부터 저가형 제품까지 커널형 제품들은 모두 밸런스 좋은 소리에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어 무난한 편입니다. 누가 들어도 나쁘지 않은데? 하는 반응이 나오는 브랜드죠. Aria나 Spaceship 등은 뛰어난 밸런스로 어떤 음악을 들어도 값어치 이상은 해줬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쿵쿵 울리는 저음의 리듬감을 신나게 즐기는 이어폰은 아니었으니까요. 조금은 가볍고 박진감을 느끼기에는 아쉬웠던 저음을 보충한 이어폰이 바로 수월우 SSP(Super Spaceship Pulse) 입니다. SSR의 자매기로 보다 재밌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SPEC.

Driver : Beryllium Coated Dynamic

Frequency Range : 20~20,000Hz

Sensitivity : 112dB

Impedance : 16Ohms

Cable : Silver Plated 4N Litz OFC

Plug : 2Pin, 0.78

수월우 SSP는 SSR과 마찬가지로 베릴륨 코팅이 된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베릴륨은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 고가의 트위터 스피커 등에 사용합니다. 저항이 낮지만 볼륨을 좀 더 높여줘야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다른 수월우 이어폰과 같이 접지가 잘 돼 있는지 노트북에 직결해도 정전기, 화이트 노이즈가 없었습니다. 보통 이어폰을 노트북에 직결해서 사용하면 정전기나 노이즈가 심해 DAC을 거쳐서 사용하는데요, SSP는 그럴 필요 없이 직결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습

수월우 SSP 박스는 대놓고 덕력을 뽐냅니다. 아내가 질겁을 했습니다. 저도 심플한 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흠칫하긴 했습니다. 덕분에 전에는 수월우하면 금속 공예 장인 같은 이미지였는데 애니 캐릭터들이 전면으로 나오면서부터 애니메이션에 최적화된 덕질용 이어폰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뒷면에 스펙 시트가 나옵니다. 무보정 측정치도 나와있군요. 살짝 부푼 중저음과 조금 강조된 중고역대가 돋보이네요. 보정이 들어가면 완만한 v자가 아닐까 합니다. 위에 보면 Beryllium Coatrd라고 오타가 보이는데요, 아마 E와 R이 가까워 생긴 사고인듯 하네요. 

구성품은 이어폰과 케이블, 실리콘 팁 3쌍, 파우치, 그 외에 QC합격서, 사용설명서 등 입니다. 이어팁 심지는 단단하지만 귀에 닿는 부분은 조금 얇은 편입니다. 완전 흐물흐물한 건 아니고 형태는 유지될 정도입니다. 소니 하이브리드 팁보다 약간 더 얇습니다. 먼지는 크게 안 묻는 소재입니다. 파우치가 조금만 더 크고 하드 케이스면 좋겠습니다. 파우치가 너무 작아 이어폰을 넣고 뺄 때 조금 불편합니다. 게다가 유닛이 리퀴드 메탈인데 파우치 안에서 서로 부딪혀서 예쁜 색깔에 흠집이라도 날까 무섭네요. 

수월우 SSP 유닛입니다. 보자마자 색깔이 예뻐 SSR용달블루에디션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요. 무광임에도 금속 특유의 단단한 느낌이 살아있고 레고 블럭처럼 귀여워서 자꾸 손이 갑니다. 한참을 만지작거렸어요.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같은 디자인이 맘에 드네요. 커다란 기계의 부품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착용감도 좋았습니다. 노즐 뒤에 덕트가 있어 차음성은 보통보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아주 약간 들릴 정도입니다. 대신 이압이 없어 편하게 끼고 뺄 수 있습니다. 다만 노즐의 끝이 걸리는 부분 없이 일자로 돼있어서 직경이 노즐보다 넓은 팁을 끼면 빠질 수도 있겠네요. 노즐 내부에는 SSR과 마찬가지로 Anti-Blocking 필터가 적용돼 습기나 먼지로 인한 밸런스 틀어짐을 막아줍니다.

케이블은 4N(99.99%)의 은도금 무산소동선입니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있어 쉽게 꼬이지 않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어가이드 부분에서 꼬이긴 합니다.) 끈적거리는 점성도 전혀 없고요. 오른쪽에는 빨간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어 쉽게 좌우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커넥터는 2Pin 0.78mm이며 다른 이어폰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플러그는 L형이며 3.5mm입니다. 분기점에는 한쪽에는 한자로 수월우가, 반대편에는 영어로 MOONDROP이 적혀있습니다. 

소리

수월우 SSP의 소리는 수월우의 다른 저가 이어폰들에 비해 제 개인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SSR을 들어보지 못해 비교할 순 없지만 Pulse(고동, 활기 넘치다)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소리입니다. 너무 얌전하고 재미 없는 소리는 즐기지 않는데 밸런스와 재미를 모두 갖춘 SSP는 딱이네요. 

특히 저음 표현이 맘에 듭니다. 너무 심심하거나 가볍게 들리지 않을 만큼 저음을 강조하되 마스킹이 심하지 않게 적당히 조절해 깔끔하게 들립니다. 충분한 무게감이 있고 통통 튀는 탄력이 있어 밝고 현대적인 음악에 잘 어울립니다. 물론 Country나 Old Pop에도 잘 어울리고요. 다만 어두운 부분을 부각시켜주지 못하고 아주 웅장한 느낌까지는 아니라서 딥 다크한 음악에는 아쉽네요. 옛날 녹음 상태가 안 좋은 재즈 음반들을 몇 개 들어보면 어떤 이어폰은 어둡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느낌이라면 수월우 SSP는 라디오로 듣는 듯한 밝은 느낌을 줍니다. 스피드 메탈이나 락 발라드 쪽에 잘 어울리는 반면 스래시 메탈이나 노트 하나 하나에 묵직한 저음이 필요한 블루스 기반의 록 음악에는 아쉬운 면모를 보입니다.  중저음역대가 올라온 덕분에 베이스나 튜바, 트롬본 등이 좀 더 부각됩니다. 저음 보컬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수월우 이어폰들과 마찬가지로 중음역대는 뒤로 밀리거나 답답함이 없습니다. 건조하거나 가늘지 않고 잔향감이 약간 있으면서도 힘이 실린 보컬을 들려줍니다. 중저역대는 물론, 중고역대도 어느 정도 강조된 덕분에 낮은 목소리의 남성 보컬부터 고역의 여성 보컬까지 나름대로 특징을 살려줍니다. 하지만 귀를 찌를만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보컬이나 낮게 깔려 귀를 가득 채우는 듯한 저음 보컬 어느 쪽도 완벽하게 표현하진 못합니다. 올라운더라는 말은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다는 말과 상통하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맑고 선명한 소리는 아니라 청명한 느낌은 없습니다.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스네어가 아주 시원하게 탕탕 때려주진 않아도 답답하진 않습니다.

치찰음이 거의 없고 자극이 적은 고역대 덕분에 편안한 감상이 가능합니다.  심벌즈의 잔향이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로 대역폭이 잘리지 않아 무난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심벌즈 라인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리듬감과 시원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원래 심벌즈가 약하게 믹싱된 경우는 볼륨이 지나치게 작게 들려 아쉬울 때도 가끔 있었습니다.

Spaceship과 비교해보면 저음이 한결 무거워졌습니다. Spaceship에서 조금 위로 들뜬 듯 가까웠던 중음이 정위치를 찾아간 느낌이고요. 대신 고역대의 심벌즈의 자극은 약해졌습니다. 공간도 좀 더 트이면서 지저분한 느낌도 적어 한결 정돈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Kanas와 비교하면 출력이 줄어들었고 Kanas의 저음이 좀 더 묵직하고 전체적으로 어둡게 들립니다. 또한 고역대의 착색감이 덜해서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Kanas는 음선이 굵어 소리과 꽉 차는 느낌이라면 SSP 쪽의 음선이 약간 더 가는 만큼 더 깔끔하게 들립니다.

마침

수월우 SSP는 확실히 박스 앞에 그려진 소녀랑 딱 맞는 느낌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탄력 있는 저음 덕분에 발랄하고 밝은 느낌의 소리는 가볍게 듣기 딱 좋습니다. 또한 착용감도 좋고 케이블도 가볍고 꼬임이 적어 데일리로 편안하게 사용하기 좋은 이어폰입니다. 딱히 끌리는 이어폰도 음악도 없는 날, 셔플로 아무 곡이나 들을 때 딱 어울리는 이어폰이 SSP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 팝이나 보컬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께는 더욱 추천하고 싶고요. 락, 메탈, 재즈에는 아쉬운 면도 있지만 세부 장르에 따라 어울리는 곡도 많았습니다. 수월우 이어폰들 중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소리라서 오랫동안 사용할 것 같습니다.

장점 : 탄력 있는 저음, 재밌으면서도 편안한 소리, 귀여운 디자인, 착용감.

단점 : 이도 저도 아닌 소리로 들릴 수 있음. 조금 떨어지는 차음성.

"Real Sound 체험단을 통하여 앵키하우스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리뷰어의 의사가 존중되어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