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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후기: T+A Solitaire P-SE 솔리테어 헤드폰

Xenon. X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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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솔리테어 P-SE>의 청음 후기를 작성한다.

사실 첫인상은 기대 이하였는데 듣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듯해서 후기를 작성하기로 결정.


'T+A'는 독일의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이다. 그들이 헤드파이 시장에 뛰어들며 발매한 처녀작이 국내 정가만 2,000만 원이 넘는 <Solitaire P>와 <HA200> 세트. 그러나 국내 정가 자체가 워낙 세게 잡힌 감도 있고 청음 환경 역시 제품의 성능을 가늠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기대 만큼 평이 좋지는 않은 편이다. 이런 와중에 <Solitaire>의 염가형으로 반값 수준에 발매한 제품이 <Solitaire P-SE>가 되겠다. 이 제품의 경우 출시 프로모션을 통해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이 가능했다.


외형은 얼핏 보기에는 젠하이저의 <HE60>, <HE90>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우징의 형태도 그렇지만 헤드밴드가 특히 닮았다. 오리지널은 밴드에 들어가는 소재를 전부 금속으로 만들어 뛰어난 일체감과 손맛을 자랑했지만 딱딱한 착용감 때문에 평이 좋지 않았는데 본 기의 경우 외장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원가를 절감함과 동시에 착용감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벨루어 패드를 채용하여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블랙 레드 배색은 진리 ㅇㄱㄹㅇ


3.5mm 케이블 착탈 규격을 채택하고 있으나 암단자가 너무 깊게 삽입되어 착탈 자체가 꽤나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착용 시엔 대충 이런 모습이 된다. 유닛부가 두껍게 설계되어 착용한 모습이 꽤 이상하게 느껴진다. 패드 쿠션감이나 촉감이 워낙 좋고 무게 배분도 잘 되어있는 데다 평판형 헤드폰치고는 가벼운 440g의 중량을 지녀 비교적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출처: 셰에라자드


 첫 줄에 전술하였듯 인마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밸런스는 뭐 괜찮은데 소리가 살짝 엷고 성능 면에서 특별한 장점이 없다고 느껴 그냥 흔하디 흔한 '잘 만든 헤드폰' 정도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처음 듣고 나서는 잘 듣지도 않았다. 그냥 앰프에 꽂아두고 계속 돌려두기만 했다. 그러다 며칠 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제품을 차분히 들어보기로 했는데, 나름 듣는 맛도 있고 균형감과 성능 모두 준수한 게 꼭 <유토피아>의 평판형 버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아래로 대역이 넓은 편이고 선형적인 응답을 보인다. 저역은 비교적 낮은 대역에 약간의 강조가 있으며 그 위로는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균형잡힌 음색을 들려준다. 중역과 고역의 이음매부터 낮은 고역대는 약간 억제된 인상으로 듣기에 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끔 만든 듯. 그에 반해 고역은 조금 도드라지는 느낌이라 입체적인 공간 표현을 들려준다.



시청 환경

Sanctus Zeus 2구 벽체 콘센트 (+ ifi AC iPurifier)

- 허영진님 Kimber PK10 파워코드 - Sanctus Zeus 6구 멀티탭 (+ RGPC 440 Pro*2, 상투스 전압 테스터)

- 김빨대님 접지 시그니처 파워코드 - Wadia 7 CD 트랜스포트 - Siltech Golden Ridge G7 AES/EBU 디지털 케이블

- 김빨대님 접지 시그니처 파워코드 - Wadia 10 글래스 옵티컬 인터페이스 - OM4 ST 옵티컬 케이블

- Kimber PK10 - Wadia 9 D/A 컨버터 - Siltech Forbes Lake G5 (+ Crystal Connect Bridge Diamond XLR) 인터케이블

- 김빨대님 접지 시그니처 파워코드 - Simaudio Moon 430 HA DSD 헤드폰 앰프


액세서리: Audience Jewel Cable Lifter, 공중부양 스파이크, 철가방 구형 오디오랙


레퍼런스 헤드폰: Grado Labs The HEMP Headphone

하이게인으로 싱글엔디드 구동, 체감 음압 약 80dB 이하 레벨로 시청


 먼저 Zard의 25주년 BSCD 수록 <もう少し あと少し…>를 들어보았다. 뛰어난 심도와 두터운 중역이 귀를 사로잡는다. 고역은 대역이 넓고 매우 선명하게 들리나 조금만 더 두꺼운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동 앨범 수록 <Get U're Dream>에서는 저역의 음계 표현이 아주 정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깊이감과 두께, 파워도 충분하다. 치찰음은 적절히 제어되고 있는 인상. 소리의 확산감이 뛰어나다.


 RATM의 전설적인 명반 'Rage Against The Machine' 수록 <Bombtrack>을 들어보니 킥의 파워는 준수하나 어택은 세지 않게 느껴진다. 소리의 끝이 약간 무르게 퍼지는 편. 치찰음이 꽤나 억제되고 있어 듣기에는 조금 편한 느낌이다. 볼륨을 자꾸만 올리고 싶어진다.


 생각보다 메탈 사운드도 잘 소화해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메탈 갓'은 어떨까? Judas Priest의 킬링 트랙 <Painkiller>를 들어보니 각 악기의 분별이 놀랍도록 잘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본 음원의 경우 레코딩, 믹싱 퀄리티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 곡이라 이렇게나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본 기는 페인킬러가 담고 있는 한계치를 고스란히 끄집어내 들려주는 듯하다. 음촉이 조금 무르긴 해도 평판형은 평판형이라는 건지 과도 특성이 좋아 트윈 페달 속주에서도 비트가 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렉 기타의 어택이 부족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점은 유감스럽다.


 장르를 옮겨 Eminem의 'The Eminem Show'에 수록된 <Without Me>를 들어보았다. 본 기는 저음역부터 중음역까지 상당히 리니어한 응답을 보여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로우톤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클리어한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본 곡 특유의 무겁고 힘찬 비트를 유감 없이 표현하며, 끝 모르고 내려가는 베이스의 암부계조가 일품이다. 또한 본 음원의 경우 스네어의 예리한 어택이라든가 랩핑의 치찰음 따위가 도드라지는 등 고음역이 자극적으로 들리기 쉬운 편인데 본 기로는 아주 듣기에 적당한 수준이라 좋았다. 


 아이유 5집 수록 <Coin>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비트의 가장 낮은 대역까지 충만한 표현을 들려주며 아이유 음원 특유의 치찰음을 감칠맛이 나는 정도로만 적당히 컨트롤하고 있다. 특유의 리듬감도 잘 살고 순간 순간의 셈여림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정교한 스테레오 이미지를 바탕으로 패닝을 맛깔나게 실체화한다.


 의외로 전자음에 능하다는 인상이었던지라 생음악에서는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먼저 체스키 레코드의 해상력 테스트용 레퍼런스 음원, Rebecca Pidgeon의 <Spanish Harlem>을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더 좋은데? 모든 악기가 힘 들이지 않고도 동시에 인식이 된다. 쉐이커의 질감과 디테일이 거슬림 없이 잘 드러난다. 놀라울 정도의 해상력과 투명감이다. 체스키 특유의 심도 표현도 기가 막히다. 악기의 이격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이 된다. 악기 간 이격 거리만을 따지면 <AB-1266> 등의 대안이 있겠지만 이미징 자체는 오히려 이쪽이 더 자연스럽다.


 마지막 대편성 합창곡 John Rutter의 'Requiem' 음반 수록 <Requiem Aeternam>을 들어보았다. 검은 배경에 하프 현의 소리가 꿈결처럼 몽롱하게 덧입혀진다. 목관은 부드럽게, 그러나 명료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합창의 규모 표현도 좋다. 그러나 편성의 규모가 크게 확장되는 순간의 한 방, 그 쾌감이 부족하다. 살짝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이다. 아쉽다.


 서론에서 전술하였듯 동사의 처녀작 <솔리테어 P>의 국내 여론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왜일까? 1,000만 원에 육박하는 터무니 없이 비싼 국내 정가? 무거운 중량과 관자놀이를 딱딱하게 짓누르는 착용감? 열악한 청음 환경? 분명 어느 쪽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당 제품은 그런 마이너스 요인을 유저로 하여금 감수하게끔 할 만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플래그쉽 헤드폰 2, 3배 가격 하는 만큼 청음샵에서 대충 꽂아 들어도 저 정도 급의 제품 정돈 가뿐히 씹어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까일 일이 없었겠지. 아니면 대체 불가한 매력이 있든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솔리테어 P>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 그 불행한 제품의 '마이너 버전'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하이엔드 하이파이를 추구한 전작의 이미지는 계승하되 가격과 착용감 모두 리즈너블한 수준까지 개선이 됐을 뿐더러 성능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거기에 보통의 사용자에게 더 친숙하고 흥미로운 대역 밸런스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설득력이 차고 넘친다. 오히려 이 정도면 성향이 안 맞는 케이스를 제하면 안 살 이유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솔리테어 P-SE>는 엔드게임 레벨의 올라운더로 손색이 없는 좋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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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마호 연월마호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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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테어 상급기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흡사 엘리지아와 비슷했습니다. 알쏭달쏭..

21:46
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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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non. 작성자
SunRise
그랬을 만합니다 ㅎㅎ
21:51
21.04.29.
SunRise
그럼 엘리지아를 사면 개이득인 부분이군요!?
싼데 비싸다... ㅎㅎㅎ
00:02
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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