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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 그라도 사운드 <GRADO LABS PS2000e & BURSON AUDIO Conductor 3 Performance>

Xenon. X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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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용으로 제작된 컨텐츠입니다. 더 나은 사진과 주석 감상을 위해 블로그 원문 이용을 권장합니다.>


6년 전 그때를 기억한다. 본 지의 전신 ‘프리미엄 헤드폰 가이드’ 시절 급하게 들어온 기한 1주짜리 리뷰 요청. 그 당시 리뷰한 제품이 바로 국내에 막 출시되었던 그라도 랩스의 <PS1000e>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1년, 다시 필자에게 1주짜리 리뷰 요청이 들어왔다. 또 그라도다. 그것도 프로페셔널 시리즈의 새 플래그쉽 <PS2000e>. 예의 <PS1000e>가 단종되었다는 소식을 국내에 소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본 기의 리뷰를 진행하게 되다니, 이토록 기묘한 인연이 또 있을까?


프헤가 창간호 바로 다음 15년 9월호에 게재된 PS1000e 리뷰 (텍스트를 누르면 당 리뷰로 이동됩니다.)




그라도의 정점 프로페셔널 시리즈


왼쪽부터 차례로 PS500e, PS1000, PS2000e, PS1. 

프로페셔널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한정판 PS1은 전설의 헤드폰이라 불리며 어마어마한 중고 거래가를 자랑한다.


그라도는 굉장히 다채로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헤드폰 브랜드다. 1989년 조셉 그라도 시그니처 시리즈 발매 이래 약 30년 간 다양한 챔버 소재와 구조, 드라이버, 패드와 케이블을 채택하며 라인업에 따른 독특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어왔다. 특히 플래그쉽 라인업에 해당하는 프로페셔널 시리즈는 2004년 전설의 헤드폰 <PS1>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존 그라도의 두 번째 헤드폰 라인업으로 프레스티지, 레퍼런스 시리즈와 함께 그라도 사운드를 대중에 인식시키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제품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높은 제품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사용자들이 꽤 많은 편인데, 실제로 필자가 운영 중인 헤드파이 커뮤니티 회원들이 사용 중인 그라도 기종을 조사한 결과 그 많은 그라도 헤드폰 중에서도 프로페셔널 시리즈 헤드폰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 역시도 이 라인업에 속한 <PS1>과 <PS500>, <PS1000>을 모두 사용한 극렬 그라디언임을 미리 밝혀둔다.




역대 최고가 그라도 PS2000e


PS2000e는 MSRP $2695로 기존의 제품들을 크게 앞서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되었다.


2017년 발표되어 현재까지 기함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PS2000e>는 정식 판매가 이루어진 그라도 헤드폰 중에서 가장 높은 정가를 자랑한다. 겉보기엔 <PS1000e>와 색깔 외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용 50mm 드라이버와 알루미늄-메이플 하이브리드 챔버가 적용되어 있다. 메이플 목재는 헤리티지 시리즈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마호가니를 대신해 다양한 신형 제품군에 투입되고 있는 검증된 소재라 할 수 있다. 이어 패드는 G 쿠션을 기본 사양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다른 그라도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쉽게 패드 탈착 및 교체가 가능하다. 케이블은 e 시리즈 상급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12심 UHPLC 동선이며 기본 6.35mm 단자 외에도 4핀 XLR 단자 옵션을 제공한다. 케이블 포함 약 623g으로 그라도 헤드폰 중 가장 무겁지만 헤드밴드의 너비가 넓어져 무게 분산은 잘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라도 랩스 + 버슨 오디오


본 시청에는 버슨 오디오의 고급 헤드폰 앰프 <컨덕터 3 퍼포먼스>가 동원되었다. 버슨과 그라도의 조합이라?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도 있다. 버슨은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사실 해외 헤드파이 포럼에서는 곧잘 볼 수 있는, 특히 그라도와 매칭한 케이스가 많은 나름 검증된 픽이라 할 수 있다.

동사는 제품의 등급을 레퍼런스, 퍼포먼스, 파티 시리즈로 구분하는데, 이중 본 리뷰에서 소개하는 퍼포먼스는 중급 레벨의 제품이다. ESS9038 DAC 채용으로 DSD512의 고해상도 재생에 대응하며 XMOS 비동기식 USB 입력은 기본, Bluetooth 5.0 규격과 aptX HD 코덱 지원으로 무선 고해상도 재생까지도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본 기를 구글 크롬캐스트 오디오와 광연결을 하여 시청하였는데, 이 경우 24bit 192kHz 규격까지의 고해상도 재생을 지원한다. 16옴 기준 4W의 Pure Class A 증폭 설계가 이루어져 있으며 OPAMP 교체를 통한 업그레이드 혹은 커스터마이징도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필터 설정이 가능해 디테일한 소리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다양한 입출력 옵션은 기본. 0~58kHz 대역 내 1dB 이내 오차를 보일 정도로 리니어한 광대역 특성을 보이며 THD 수치도 0.0017%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16옴 기준 SNR은 95dB이며 출력 임피던스는 0.5옴으로 이 정도면 헤드폰뿐 아니라 민감한 멀티 드라이버 IEM과의 매칭도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 환경

Source: Google Chromecast Audio

DAC/AMP: Burson Conductor 3 Performance

Power: Sanctus Zeus, RGPC 440 PRO(*2), ifi AC iPurifier

Reference Headphones: Grado Labs The Hemp Headphone

디지털 필터 AP Fast 설정, Roon을 통해 Tidal 무손실 음원 Bit-Perfect 조건

High Gain으로 구동, 체감 음압 약 80dB 이하 레벨로 시청



 

전작의 한계를 뛰어넘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


앞서 프로페셔널 시리즈 이야기를 하며 필자 역시 <PS1000>을 사용하였다고 언급을 하였는데, 사실 필자는 <PS1000>의 사운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G 쿠션'의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G 쿠션'은 안락한 착용감과 넓은 스테이징을 제공하지만 중역의 두께나 에너지가 부족하다. 저역도 약간 퍼지는 느낌이고 6kHz 이상 고역 전반의 음압 레벨이 치솟아 듣기에도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본 기의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이 되었을지 몹시 궁금해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 기에 이르러 그런 문제들은 해결이 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소리에 두께가 붙었으며 저역은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고 중역의 에너지도 충만하다. 고역의 음압이 높은 건 여전하지만 이전에 비해 확실히 매끄럽고 섬세한 표현을 들려준다. 'L 쿠션' 특유의 2kHz, 5kHz 강조가 없다는 것만 빼면 그 흉포하면서도 고급스런 음조는 <PS1>의 그것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PS1>과 <PS1000>의 중간 성향이라고나 할까?

 

먼저 아이유의 ‘그 사람’을 들어봤다.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가 매우 두껍게 들리며 소릿결은 아주 단단하다. 잔향이 극도로 억제된 딱딱한 소리와는 거리가 먼 풍성한 표현이지만 그 울림을 고밀도로 압착한 듯한 느낌이다. 베이스의 깊이감도 아주 좋다. 다만 의외로 드럼 세트가 처음 전개될 때의 한 방이 부족하다. 필자가 아는 그라도라면, 특히 'G 쿠션'을 적용한 그라도라면 이런 소리가 날 수 없는데 라는 생각에 얼른 다른 곡들도 들어보았다.


드럼 사운드를 들어보기 위해 메가데스의 'Kill the King'을 선곡했다. 역시 프로페셔널 시리즈! 킥 드럼이 불을 뿜는 듯하다. 단단하고 묵직한 킥의 연타가 무자비하게 이어지는데 그 타이트한 박자를 본 기가 정확히 쪼개어 들려준다. 여음의 감쇠가 빨라서인지, 체감 속도로만 따지면 되레 1.1배속 재생을 한 것만 같다. 다만 <PS1000>에 비해 어택감이 조금 줄었다는 게 흠.


드럼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역시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부족한 거였을까? 장르를 바꿔 투티 샘플러의 1번 트랙 ‘The Snow Maiden’을 들어봤다. 그라도답지 않게 매끄러운 바이올린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활을 켤 때의 디테일도 잘 살아나고 있다. 체명 악기의 재생 시에도 고역의 밝기가 과하지 않아 좋았다. 대편성 특유의 스케일 표현도 준수하고 레이어가 잘 구분되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미세한 셈여림도 생각보다 잘 구분해주었다. 그러나 역시 스케일이 확장될 때의 쾌감이 부족하다. 본 조합의 약점은 매크로 다이내믹스였나 보다.


다시 장르를 돌려 사라 케이의 'Stars'를 들어보았다. 고음역의 레벨이 높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고음역대 악기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어 들린다. 그럼에도 치찰음이 도드라지지 않아 듣기에 거북하지는 않다. 기타의 코드를 전환할 때 들리는 슬라이드의 디테일도 아주 잘 느껴진다. 보컬의 리버브감이 분명하다.


<PS1000>과는 확연히 다른 고역 특성. 내친 김에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들어보았다. 치찰음이 그리 튀지 않는다. 'G 쿠션'을 달았는데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거슬리는 대역은 적절히 제어하고 고음역 개방감은 살려낸 느낌이다. 드라이버의 성능이 높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쉐이커 역시 질감은 살리되 귀를 간질이는 느낌 없이 담담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극명한 스테레오 분리와 입체적인 이미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들어보니 그라도 특유의 극저역 부재가 물씬 느껴진다. 그라도는 스펀지 재질의 패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닛과 귀를 밀착시키는 'F 쿠션'을 사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낮은 저역의 누출이 심한 편이다. 이는 <PS2000e>도 예외가 될 수 없었나 보다. 확실히 소리가 가볍고 붕 뜬 느낌이 있다. 그래도 저음역의 임팩트와 깊이감 표현은 좋으며 핑거스냅 사운드도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에미넴의 'Stan'은 스네어가 아주 두껍고 힘차게 묘사되며 명료한 베이스와 정확한 딜리버리의 조화가 일품이다. 배경에 깔리는 필기음도 전혀 거슬리지 않아 듣기가 좋다. 의외로 킥 드럼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자드의 '負けないで'에서는 파워풀한 드럼은 마음에 들었으나 기타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기타의 존재감이 덜한 대신 그 외의 자잘한 디테일은 잘 살아나고 있어 이것도 나름 괜찮은 해석이라 생각한다. 이즈미의 보컬도 두껍고 힘차게 묘사된다.


드림캐쳐의 'Can’t Get You Out of My Mind'에서는 신시사이저의 어택이 분명하며 강력한 슬램이 엄습한다. 보컬의 리버브감은 더욱 증폭된 듯한 느낌이다.


레베카 피죤의 'Spanish Harlem'은 소리의 확산이 자연스럽다. 기타는 내가 들어본 스패니시 할럼 중 가장 두껍고 힘차다. 피아노 소리가 투명하게 들리며 타건도 분명하다. 퍼커션의 마이크로 디테일, 심도가 아주 잘 표현되고 있다.


마지막은 빌 에반스의 'Autumn Leaves'. 본 기는 이 곡에 쓰인 극단적인 스테레오 분리를 퍽 잘 소화해내었다. 특유의 통통 튀는 리듬감도 잘 살아나고 있으며 각각의 악기들이 뚜렷하게 표현되고 있음에도 뭐 하나 묻히는 느낌 없이 잘 어우러져 흡족했다.


그렇다면 만약 여기서 패드를 바꾼다면 어떨까? 필자의 취향엔 <PS1000>도 'L 쿠션'과 사용하는 쪽이 마음에 들었기에 본 기에 'L 쿠션'을 씌우면 <PS1>과 같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패드 테스트를 해봤다. 해봤는데... 아, 순간 고장이 난 줄 알았다. 이렇게 혼탁한 소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래도 <PS2000e>는 'G 쿠션'에 완벽히 최적화가 된 제품인 듯하다.


고능률 헤드폰만을 취급하는 그라도. 혹자는 그라도의 능률을 근거로 동사의 헤드폰은 앰프 매칭이 쉽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 능률 때문에 노이즈에 민감한 유저들은 앰프를 크게 가려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버슨은 그라도 매칭 앰프로 충분히 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적막한 배경에 흩뿌려지는 고급스런 음은 그라도 헤드폰으로써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영역의 것이었다. 존 그라도가 추구한 'G 쿠션' 사운드의 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디오파이 매거진 - 2021년 5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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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이 용용이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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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도 PS1000e 뉴트럴하고 좋더라고요

단점이라면 좀 이질적인 느낌의 패드?뿐
22:01
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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