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우 스페이스쉽 REVIEW

들어가며

​

금속 공예 전문(?) 음향 회사, 수월우(Moondrop)에서 새로운 엔트리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Spaceship 스페이스쉽이라니 꽤나 거창하고 조금은 유치한 이름이지만 어릴 때 그리던 우주선과 조금 닮았습니다. 수월우다운 잘 가공된 금속의 반짝임과 좋은 소리도 여전합니다. 엔트리 모델, 입문기라고 했지만 외형이나 소리 모두 입문기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저가형 시장에 수월우의 침공이 시작됩니다.

​

SPEC.

​

Driver : Multi-Stiffeness Dynamic Driver

Frequency Range : 20~40,000Hz

Impedance : 16Ohms

Sensitivity : 104dB

Cable Length : 1.2m, 4N Litz Oxygen Free Copper

​

Multi-Stiffness 드라이버에 대한 정보는 그닥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중 강성 드라이버라는 건데 고분자 중합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이어프램의 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스페이스쉽에는 자력을 높이기 위해 External, 외부에 자석을 하나 더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SF 드라이버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요즘 잘나가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한 이어폰들을 보면 대부분 다이어프램의 강성을 높이고 자력을 강하게 하는 추세죠. 스페이스쉽의 가격대(2만원 후반~3만원)를 생각해보면 가격대비 투자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패키징 & 디자인

패키지는 저가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 박스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수월우 사장님의 영향인지 박스에서조차 어떤 기운이 느껴집니다. 앞쪽에는 은색비선이라는 한자와 함께 지구 같은 푸른 별이, 뒤에는 은하와 은하를 가로지르는 은색비선, 스페이스쉽이 보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급적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주면 좋겠습니다. 미소녀 그림이 있어도 좋으니 종이박스로 부탁드립니다.

​

구성품은 이어폰 본품, 실리콘 팁 3쌍, 클립, 파우치와 사용설명서와 정체불명의 미소녀 그림 한 장입니다. 실리콘 팁은 두께, 탄성 모두 합격점입니다. 기호에 따라 직경이 좀 더 좁은 팁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AET08 같은). 파우치가 좀 작네요. 이어폰 넣기가 꽤나 힘들었습니다.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요. 미소녀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뒤집어보니 깊이 삽입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군요. 완전 밀폐형이 아니다보니 좀 더 깊은 저음과 차음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깊이 삽입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물론 대충 넣어도 충분할 정도의 저음이 나옵니다. 구성품은 딱 필요한 것만 들어있습니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충분한 수준입니다. 적어도 클립이랑 파우치도 주니까요. 미소녀 그림도요.

황동 하우징에 부식이나 오염을 막기 위해 크롬 도금을 입힌 하우징이 꽤나 번쩍거립니다. 유닛에 혹시라도 제 모습이 비쳐 나올까봐 조심하느라 애먹었네요. 저가형임에도 상급기인 아리아랑 같은 소재를 사용해 가격대를 생각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만든 것 같습니다. 빛나는 유선형 로켓 같은 모양의 유닛은 적당히 무게감 있어 저가형 느낌이 없습니다(사실 우주선보다 은색의 RPG 탄두 같지만). 크기도 꽤나 작아서 착용감도 아주 좋고요. 게다가 이압도 전혀 없어 몇 시간이고 끼고 있어도 부담 없을 듯 합니다. 노즐이 일자형이라 걸림이 없어 이어팁을 지나치게 깊이 끼우면 노즐을 덮어버려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차음성은 덕트가 두 개 있어서 보통 수준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소음을 적당히 걸러줍니다. 적어도 소음 때문에 음악을 못들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플러그나 분기점 모두 평범합니다. 이어폰 홀이 좁은 범퍼 케이스에는 들어가지 않네요. 케이블은 4N(순도 99.99%)의 무산소 동선으로 만들어진 리츠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츠 방식은 각각의 아주 작은 심선을 서로 격리시켜 절연된 채로 모아놓은 것입니다. 케이블이 두껍고 탄성이 좋아 꼬임은 적은데 터치노이즈가 심합니다. 동봉된 클립을 사용하거나 오버이어로 착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SOUND

리뷰 작성 시 비교용 레퍼런스 이어폰으로

소니캐스트 디락플러스MK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쉽은 엔트리 모델임에도 수월우다운, 잘 튜닝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적당히 밸런스도 맞추고 재미도 챙겼습니다. 적당히 부푼 저음과 끝이 살짝 거칠지만 시원한 고음, 그리고 섬세한 중음역대가 매력적이네요.

​

저음역은 살짝 울림을 가지고 있어 음선이 지나치게 가늘지 않도록, 두께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저음양은 리듬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정도이지만 생동감 넘치고 스케일 큰 저음은 아닙니다. 질감은 부드러운 쪽에 가까운데 극저역대보다 좀 더 높은 저역대를 강조해 통통 튀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그러다보니 킥의 타격감이나 힘이 약간 아쉽네요. 그래도 베이스 노트를 놓치거나 가볍게 들리진 않습니다. 묵직한 저음을 필요로 하는 얼터너티브 락이나 메탈은 아쉬워도 가벼운 락 음악은 그럭저럭 합격입니다.

​

중음역은 스페이스쉽의 백미(白眉)입니다. 보컬의 배음역대를 적당히 강조해 섬세하고 사실적입니다. 속삭이듯 노래하는 보컬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보컬에 집중하게 됩니다. 남성 보컬도 괜찮지만 여성보컬을 1.5배 예쁘게 들려줍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보컬곡들을 찾아듣게 되네요. 물론 악기 소리도 깔끔하고 맑게 표현해줍니다.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모두 고음역대가 적당히 강조되면서 착색은 적어 자연스럽고 깨끗합니다. 모든 소리를 칼같이 분해하거나 얼음 같이 시원한 소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곡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을 알고 부각시켜줍니다.

​

고음역은 끝의 입자감이 살짝 거칠게 표현됩니다. 주로 중고역대인 5~6KHz가 강조된 이어폰에서 들을 수 있는 특징인데요. 이 약간의 피크가 스페이스쉽의 향신료 역할을 합니다. 보컬에 섬세함을 더해주고, 바이올린 소리에 윤기를 칠해주면서 고음에 살짝 자극을 줘서 음악에 재미를 깃들여줍니다. 심벌즈 소리도 적당히 부각됩니다만 아주 시원하거나 입자가 고운 심벌즈는 아닙니다. 다만 치찰음도 아주 약간 있습니다만 귀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고음 대역폭은 넓은데 살짝 억제해 귀에 부담을 줄이고 있습니다. 개방감이 좋아서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고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은 소리가 좋습니다. 
 

 
 스페이스쉽을 들으며 수월우는 저가형도 수월우답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급기보다 음색면에서만큼은 좀 더 재밌는 부분도 있고요. 번들 이어폰보다 하이파이하면서 재미도 챙긴 이어폰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어폰입니다. 엄청나게 선명하거나, 모든 소리를 낱낱히 찾아 분리해주거나,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공간감을 갖춘 이어폰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처음 들어도 소리가 참 괜찮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어폰입니다. 가격이 이십 배 차이 나는 고급 이어폰을 사용하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말할 것 같네요.

​

장점 : 수월우다운 퀄리티와 튜닝, 섬세한 보컬.

​

단점 : 친환경적이지 못하고 선물로 주기에는 애매한 패키지, 터치노이즈가 많음.

본 리뷰는 리얼사운드 체험단을 통해 앵키하우스 측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됐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