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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MEZE EMPYREAN, 소리의 시작과 끝.

듀라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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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피리언,

누군가 저에게 오늘날 가장 앞선 기술로 헤드폰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기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 엠피리언과 FINAL의 D8000을 들 것입니다.

둘 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엠피리언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첫 번째, 엠피리언은 hd800s, hd650보다도 평탄한 응답률을 가지고 있는 오늘날까지의 유일한 헤드폰이라는 것입니다. hd650이 Frequency response 계의 레퍼런스 기기 자리를 지켜온 지 거의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오늘날까지 수많은 헤드폰이 나왔지만 기계적, 퍼포먼스적인 측면이 아닌 이 응답률 만큼은 hd650이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는데 그 왕좌가 바뀐 것입니다. 
  

FR_Meze-Empyrean-microfiber_HD800S_HD800_normalize-600-Hz.jpg

*출처:head-f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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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엠피리언은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에 따른 소리 변화가 거의 없는 헤드폰입니다. 예를 들어 hd650을 비롯한 많은 헤드폰들은 이 임피던스 차이에 따라 저역대 응답률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매칭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엠피리언은 앰프 매칭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 말은 즉, 어떤 앰프를 써도 적정 출력만 확보된다면 상관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한 앰피리언은 동 가격대 평판형 헤드폰들보다 저항값이 낮고 또 감도가 높으므로 크고 비싼 앰프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Reference : https://reference-audio-analyzer.pro/en/report/hp/meze-empyrean.php p.Frequency response of Meze Empyrean headphone when connected to amplifiers with constant output impedance

세 번째, 엠피리언은 헤드폰에 사용되는 자석들로 인한 자기장의 인체에 대한 영향으로부터 거의 자유롭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어패드에 있는 일종의 금속을 활용하여 패드를 고정하면서 동시에 자기장의 방향을 역으로 돌리는 기술입니다. 헤드폰을 쓰면서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 강한 자기장의 인체에 대한 걱정들을 생각해서 설계한 헤드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ISOMAGNETIC® EARCUP TO EARPAD COUPLING TECHNOLOGY : Magnetic field shielding The ferromagnetic ear pads decrease the magnetic stray field affecting the listeners head.

네 번째, 엠피리언의 소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음원이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드러내며 이를 커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들어본 어떤 헤드폰보다도 더 심도 있게 음원의 정보들을 다루며 또한 이를 여유롭게 표현해냅니다. 엠피리언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헤드폰 안에 아주 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나하나의 소리들이 재생되었다가 끝내는 다 그 검은 공간 속으로 서서히 퍼져 들어가 사라지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만큼 사그라지는 잔향의 표현까지도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제 단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엠피리언의 단점은 일단 가격입니다. 3000달러인데. 저는 이 가격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1. 저는 레퍼런스 헤드폰의 기본 역량중 하나인 음상의 형성, 즉 좌, 우 따로 소리가 노니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하나로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음장을 경험하는 데는 dt880 정도 헤드폰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제품이 160달러이므로 한국 돈으로 20만 원이 헤드폰을 어느정도는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 가격이라고 봅니다. 그러고 나서 이보다 더 나아가 해상도, 디테일, 밸런스, 등등을 고려했을 때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는 t1을 기준으로 딱 700달러, 한국 돈으로 80만 원 정도에 거의 끝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앰피리언의 소리적인 측면만 보면 저는 이보다 1.3배, 1000달러가 적정가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2. 그럼 다른 2000달러는 어디서 오는가 할 텐데, 두 번째 요소로는 제품의 만듦새와 재료, 디자인, 착용감, 건강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엠피리언의 만듦새는 그 어떤 헤드폰들보다도 우수하며 손으로 만지면서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금속공예 제품을 보는듯합니다. 그만큼 정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고 착용감도 아주 우수해서 400g이 넘는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수시간을 들어도 정수리, 귓바퀴 통증이나 다른 어떤 통증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자기장의 인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설계와 오래 들어도 피로감이 적은 음향적 설계도 정말 높이사줄만한 요소입니다.

3. 그리고 한 가지 더, 3000달러라는 가격에서 사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이 가격이 드러내는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000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헤드폰을 구매한다? 이건 어지간한 헤드폰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3000이지 이돈이면 살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헤드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열정이 있고 잘 안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 이와 관련된 음향적 지식도 갖추고 있다 하는 일종의 구매자의 집착이자 그것의 상징하는 가격이라 보는 것입니다.

어쨌든 비싸다.

그럼 엠피리언의 두 번째 단점은 무엇일까요? 는.... 없습니다.

이 헤드폰은 가격을 빼면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d8000과 비교하면 딱 한 가지 단점이 하나 생기는데요. 그건 이 헤드폰의 소리가 전혀 자극적이지도 재미를 주지도 않는 심심한 소리라는 것입니다. 앞서 음원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했는데 정말로 음원을 더 과장하거나 채색을 해서 재미있게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어떤 장르를 들어도 그 장르에 맞는 좋은 소리를 내줄 뿐이죠.) 무언가 가격대에 걸맞은 임팩트를 기대했다면, 또한 그 임팩트가 어떤 재미나 자극에 관련된 것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제 d8000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 헤드폰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엠피리언보다는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d8000의 장점, 그러니까 이 헤드폰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헤드폰들보다도 강력한 한방과 임팩트가 있는 헤드폰이라는 것입니다. 엠피리언의 소리에 대한 접근 방식과는 아주 다른데 어떤 음원을 들어도 그 음원을 바닥끝까지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투영하는 엠피리언과는 달리 d8000은 어떤 음원이라도 아주 웅장하게,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특유의 저역대 표현력은 듣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됩니다. 오직 d8000에서만 들을 수 있는 풍성하고 흘러넘치는 소리는 때때로 청자를 압도합니다. 제가 엠피리언을 들으면서 이 헤드폰은 적어도 hd800s보다 한 단계 이상의 격차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동시에 제가 d8000을 들으면서 두 단계 이상의 격차가 났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적이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느낌을 받는 유일한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그럼 단점은 무엇일까요? 가격? 물론 비싸지만 두 번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른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앞서 말한 풍성하고 압도적인 표현력이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입니다.

d8000의 가장 큰 장점이 가장 큰 단점이군요. 특유의 저역대와 풍성한 표현력 때문에 음원을 가립니다.

클래식 음원이나 악기 연주와 관련된 음원에서는 이 웅장함과 저역대의 표현력이 엄청난 장점이 되지만 전자음악, 팝, 가요와 같은 데에선 너무 과장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은근히 앰프의 출력과 임피던스 매칭을 타는 편이라 앰프에 따라 고역 대가 쏘기도 하며 대편성 클래식 음원들의 경우 볼륨 확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엠피리언이 d8000처럼 엄청난 한방이나 박력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오늘날 헤드폰 중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엠페리언을 듣고 있으면 어떤 문제점도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게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또 듣고 있으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헤드폰 생활을 오래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경험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아, 저역대가 좀 부족한 거 같은데?

아~ 공간감이 좀 이차원적이고 입체적이지 않네...

아! 고역 대가 좀 쏘네.

아 씁~디테일, 해상도가 좀 아쉬운데...

하... 중역대 착색이 좀 너무 심한데...

음... 음선이 좀 가늘다.

이런 생각이 하나 정도는 드는데 엠피리언은 과장 없이 어떤 것도 딴지을 걸만한 것이 없습니다.

적당한 공간감, 훌륭한 디테일 표현력, 음원을 그대로 출력해내는 훌륭한 소리의 밸런스, 착색이 없는 소리, 충분한 저역대의 존재감과 우수한 표현력, 명확한 소리들의 포커싱

이 모든 판단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켜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엠피리언이 주는 아주 특별한 감각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헤드폰은 제가 들어본 어떤 헤드폰보다도 어둡고 깊은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런 느낌을 줍니다. 이는 녹음이 잘 된 오케스트라 음원같이, 소리가 사그라지는 것이 잘 표현된 음원을 들으면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소리들이 나타났다가 검은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듯한 인상. 이 느낌은 제가 오직 이 헤드폰에서만 들은 느낌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가 무대 중앙, 마이크앞에 서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일정시간의 멜로디를 연주하고 나면 늘 그 소리에는 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어떤 넓이를 가진 공연장에서, 그것도 어쿠스틱 세팅이 잘된 곳에서 녹음을 했다고 생각해봅시다. 한 멜로디가 끝나는 그 시점에 아마도 우리의 귀에는 그 소리가 일정거리의 공간을 날아가다 이내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들릴것입니다. 왜냐면 공연장은 1차적 소리와 2차 반사음이 연주된 곳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흡수되거나 반사되어 날아가도록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귀는 그 소리가 공간속으로 날아가는 시간이 0.2초 아니 0.1초라도 희미해져가는 그 끝을 충분히 들을 수 있고 감지할 수 있습니다. 녹음된 소리는 그냥 딱 하고 나타나서 어느순간에 딱 하고 갑자기 사라지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어떤 헤드폰이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음원속에서도 어떤 소리나, 한 멜로디의 끝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면 저는 그 때 비로소 마치 우리가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듯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면 마치 헤드폰이 그 자체로 공간을 가진듯한 착각을 주는게 아닐까요.

그러므로 엠피리언이 검고 깊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 그것은 이 헤드폰이 그만큼 훌륭한 소리의 재현능력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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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talk idletalk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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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도 좋지만... 너무 이쁜거 같아요. 
  
 근데 단점이 너무 커서... 제 텅장이 버티질 못함 ㅋㅋㅋ

08:47
20.02.19.
kalstein
저도 큰맘먹고 질렀죠 ㅎㅎ... 할부기간 끝날 때 까지 외식도 줄이고 자잘한 지출도 많이 줄여야 될 듯 합니다. 질러놓고 보니 다른건 눈에도 안들어와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절약? 일수도 ㅋㅋ (라며 정당화 해봅니다ㅠㅠ)
17:37
20.02.19.
profile image

"만약에 어떤 헤드폰이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음원속에서도 어떤 소리나, 한 멜로디의 끝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면 저는 그 때 비로소 마치 우리가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듯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면 마치 헤드폰이 그 자체로 공간을 가진듯한 착각을 주는게 아닐까요." 
 
짝짝짝짝 박수 갈채와 브라-보!!

18:17
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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