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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탄탄한 기본기! 하이파이맨 '닉값' 제대로 한 엔트리급 헤드폰 <Hifiman HE400i>

Xenon. X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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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고화질 사진은 블로그 리뷰 원문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xenonism/221917904655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아직 플래너 마그네틱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때에 카페 회원을 통해 'HE-6'라는 헤드폰을 처음 접했다. 지금은 Chi-Fi라 칭해지며 그 실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는 소위 '대륙의 실수'라 일컬어지던 기기들마저 처참한 측정 데이터를 보여주며 유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던 때였다. 필자 역시 그런 이유로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Dr.Fang이라는 중국인이 만든 이 투박한 헤드폰은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깨부술 만큼 충격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것이 필자와 하이파이맨의 첫 만남이었다. 그 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필자는 HE-6를 당시 내로라하는 다이나믹 헤드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Audeze社의 명작 'LCD-2' 이상의 포텐셜을 가진 헤드폰이라고 주변에 소개한 바 있다.

DHC 커스텀 케이블 적용 HE-6와 전용 앰프 EF-6, 에소테릭 CDP SA-50 시스템


하이파이 헤드폰 제조사 하이파이맨

 하이파이맨. 이름부터 굉장히 직관적이다. 누가 봐도 하이파이를 지향하는 집단이겠구나 싶은 사명이다. 이름을 곱씹어보면 소니의 '디스크맨'이나 '워크맨' 상표가 생각나는데, 개인적으론 이런 직관적인 네이밍을 좋아한다. 그럴싸하게 의미 부여해서 짓는 이름도 나쁘진 않지만 잘못 뽑을 경우 의미도 전달 안 되고 어감도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정공법이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하이파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을 듯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이쯤에서 하이파이의 사전적 정의를 먼저 짚어보고 가자.

하이파이

[ hi-fi ]

요약 고충실도(高忠實度).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의 줄임말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음향 용어로 사용되며, 사람의 가청주파수 16Hz∼20KHz 범위의 저음부에서 고음부까지를 균일하게 재생할 수 있는 음향기기의 특성을 말한다. 또 스테레오 테이프리코더 등 음향장치의 음질의 좋음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하이파이 [hi-fi] (두산백과)

 요약하면 결국 '전 대역을 얼마나 고르게 내어주는가' 혹은 '고음질' 그 자체를 일컫는 단어가 되겠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의미로 미루어 하이파이맨의 제품은 토널밸런스 내지는 음질이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유추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도 본 글의 초입에 기술하였듯 그들은 이미 HE-6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20년, 지금은 전 세계 헤드파일에게 고음질 오디오 브랜드로서 널리 인정받고 자신들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였다.

출처: 하이파이맨 공식 홈페이지(https://hifiman.com/)

 
 브랜드 히스토리를 조금만 더 파 보자. 하이파이맨은 2007년 중국인 Fang Bian이 뉴욕에서 설립하였다. 이후 평판형 헤드폰 HE-5를 주력으로 하여 RE0로 대표되는 IEM, HM-801과 같은 DAP 제품의 기획, 생산, 판매를 진행하다 중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며 사업 규모를 확장하였다. 앞서 소개한 <HE-6+EF-6> 조합은 이후 출시된 동사의 플래그쉽 헤드폰 + 전용 앰프 조합이었다. HE-6의 경우 하위 모델과 비교해 제품의 구동이 눈에 띄게 어려워 그에 걸맞은 앰프는 필수였다. 평판형 헤드폰+전용 진공관 앰프라는 컨셉은 2017년 신형 플래그쉽 'SUSVARA'로 이어진다. 또한 HE-6는 이후 하이파이맨 사운드의 기준이 되어, 평판형 특유의 탄탄한 저역에 밝은 고역 특성을 겸비한 독특한 사운드 컬러가 동사의 후속 제품들에 계승되는 등 하이파이맨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종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상기 SUSVARA뿐 아니라 한화 5천만 원 이상의 초고가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 SHANGRI-LA를 출시하는 등 초고음질 헤드파이 오디오 브랜드로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평판형 헤드폰

평판자석형 드라이버 vs 다이나믹 드라이버 (출처: https://twitter.com/yankodesign)

 
 하이파이맨 하면 역시 평판형 헤드폰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평판형 헤드폰이란 문자 그대로 평평한 판과 같은 형태의 다이어프램을 이용하는 헤드폰을 일컫는다. 이 다이어프램을 진동시키기 위해 자석을 이용하면 평판자석형(Planar magnetic), 콘덴서를 이용하면 정전형(Electrostatic) 혹은 콘덴서형이라 칭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판형은 전자에 해당하며 상기 내용과 같이 정전형은 평판형 내에 속하는 카테고리이므로 SHANGRI-LA 같은 정전형 헤드폰도 사실은 평판형이라 칭할 수 있다. 이 평판형 구조의 특징은 평면형 다이어프램을 이용하기 떄문에 드라이버 전체를 고르게 울려줄 수 있어 엔지니어가 의도하지 않은 진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다이나믹 드라이버에 비해 왜곡이 적은 소리를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평판형 헤드폰이라는 포맷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1970년대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등 메이저 헤드폰 제조사들에 의해 시도된 바 있으며 심지어는 평판자석형의 경우 1920년대 Baldwin 라디오 헤드폰으로 대중화된 바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평판형은 구동력 확보를 위해 전용 앰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평판자석형의 경우는 드라이버 전체를 덮는 큰 자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헤드폰 자체의 무게도 비교적 무거워 소형화, 경량화에 유리한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입지를 흔들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 구조만을 보고 필자가 추측한 바일 뿐이며, 혹시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물론 예외적으로 스탁스(정전형), 포스텍스(평판자석형)와 같이 뚝심 있게 평판형 헤드폰을 제조해 온 제조사가 있기는 하다만...

 

 

 

 

Yamaha YH-1000 평판자석형 헤드폰

 
 상기 내용에 따르면 지금 평판형 헤드폰의 선두주자인 오디지나 하이파이맨이 당 포맷의 원조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사장되어 가던 형식을 업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가장 큰 공로는 저 두 제조사에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하이파이맨의 경우 헤드폰 전 라인업(이어폰 제외)이 평판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가히 평판형의 대가(大家)라 칭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런 '대가'가 입문용 헤드폰을 만든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서론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바로 하이파이맨이 선보이는 엔트리급 헤드폰, <HE400i>이다.


 
 
레퍼런스급 헤드폰 못지 않은 훌륭한 패키지

 

 

거대한 종이 박스와 고급스런 내장재, 대문짝 만한 설명서와 보증서까지. 엔트리급 제품 맞아?

 
 HE400i 택배 박스를 처음 받아든 필자의 반응:

"뭐가 이렇게 커?"

 그도 그럴 것이, 타사의 레퍼런스~플래그쉽 등급의 헤드폰 구매 시에나 볼 법한 거대한 박스가 날아왔던 것이다. 안에 완충재가 많이 들었나 싶었는데 택배 박스를 까보니 제품 패키지 자체가 한 사이즈 하는 놈이더라. 크고 아름다운 패키지에서 벌써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하이파이맨이었다. '하이파이맨 디자이너가 뭘 좀 아는구만' 생각을 하며 박스를 개봉하니 큼지막한 헤드폰을 둘러싼 내장재가 눈에 들어온다. 고작 십만 원대 헤드폰에 이런 고급스러움이라니? 백만 원이 넘는 플래그쉽 헤드폰 패키지에 스폰지만 가득 채워주는 모 제조사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걸 어느 누가 중국산 헤드폰이라고 감히 생각할 수 있을까?

기존의 HE 라인업 디자인을 답습한 외형

 

 

 

 
 HE400i의 구조를 보자.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작들의 그것을 답습하고 있는데, 헤드밴드의 상단 프레임은 유연한 금속으로, 착용자의 머리에 직접 닿는 부분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이루어진 이중 구조를 통해 착용감과 내구성을 동시에 잡아냈다. 특히 가죽 밴드의 경우 타공 처리가 되어 통기성, 흡수성이 우수할 듯하며 밴드 내에 솜 같은 것이 들어있는 듯 쿠션감이 좋다. 제품을 장시간 착용해도 아주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헤드밴드의 사이즈는 가죽 밴드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사이즈를 조정하고 착용해보면 다소간의 상압, 측압이 느껴진다. 헤드폰을 정말 단단히 착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밴드와 이어패드의 쿠션감 덕분에 착용이 크게 부담스럽다는 인상은 받지 못하였다. 이어패드는 벨루어 재질의 패드에 측면을 인조가죽으로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는데, 벨루어 패드의 착용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저역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스탁스社 SR-009와도 유사한 형태의 헤드밴드. 정수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다.

 
 헤드폰의 하우징 역시 HE 라인업 특유의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으며 유광 차콜 마감한 ABS 폴리머 재질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입문형 제품임에도 3.5mm 규격 착탈식 케이블 구조를 지원하여 혹시 모를 단선에 대비하고 사용자가 커스텀 케이블을 통해 제품을 튜닝할 수 있는 여지까지 남겨두는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아예 MMCX 단자를 채용했다면 훨씬 더 다양한 케이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MMCX 단가가 비싸더라. 코스트를 절감해야 하는 엔트리급 제품에 그런 과한 기대까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오히려 3.5mm 규격을 채택함으로써 MMCX보다 체결성에서 낫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되는 포인트. 기본 케이블은 케블라 재질로 마감 처리되어 보풀이 잘 일지 않아 보기도 좋고 취급도 편리하다. 헤드폰에 꽂는 플러그는 큼지막한 R, L 방향 표시가 되어 있어 시인성이 좋으며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신뢰성도 높다. 마감엔 수축튜브 대신 고무 같은 재질을 사용한 것 같은데 깔끔해 보여 좋은 점수를 주었다. 스플리터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착용시 거슬리지 않는다. 앰프의 헤드폰단에 체결하는 플러그는 ㄱ자형이며 기본 3.5mm 규격이라 다양한 포터블 기기에 대응하며 패키지에 동봉된 6.3mm 변환잭을 사용하여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변환잭이 노멀하게 꼽아 쓰는 형태라 범용성이 좋고 체결 및 분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역으로 거치형 앰프에 사용 후 헤드폰단에서 플러그를 뽑으려 할 때면 케이블 플러그만 뽑히고 변환잭이 잘 안 뽑혀 애를 먹곤 한다. 어차피 이걸 포터블로 쓸 유저는 거의 없을 테고, 거치형 유저에게는 나사형 플러그와 변환잭이 더 좋을 텐데... 역시 단가 문제인가?


 
의외로 구동은 조금 어렵지만 무난한 음색의 하이파이 입문기

PC용 뮤직 플레이어는 제이리버(JRiver)를 사용하였다

 
 HE400i를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이거 엔트리 모델이라고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라는 것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플러그도 포터블 기기용 3.5mm 단자를 쓰는 등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인상이라 아무렇게나 써도 적당한 소리를 들려줄 것 같았지만 CMA800R 기준으로 노브를 10시 방향까지 돌려야 충분한 음량을 들을 수 있었다. 테슬라 헤드폰이라곤 하지만 600옴짜리 DT1990PRO도 10시까지 노브를 돌리면 귀가 아플 지경인데... 출력 제한이 걸린 요즘의 휴대폰으로는 사람에 따라 충분한 볼륨 확보부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 환경

DAP: 퀘스타일 QPM, 삼성 갤럭시S10 5G

CD 트랜스포트: 와디아 20

D/D 컨버터: M2TECH Hiface EVO

D/A 컨버터: 와디아9, 코드 QBD76HD, 퀘스타일 SHB2

헤드폰 앰프: 퀘스타일 CMA800R, 사운드디바이스 HX-3

레퍼런스 헤드폰: 베이어다이나믹 DT1990PRO

파란색 표시된 기기가 시청에 사용된 레퍼런스 시스템이며 토널밸런스에 대한 서술은 상기 레퍼런스 헤드폰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DT1990PRO의 특성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HE400i의 저역은 평판형 헤드폰 하면 으레 떠올리는 두텁고 묵직한 응답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낮은 저역까지 고르게 출력해주는 점은 확실히 평판형답다고 할 수 있지만 양감 자체가 많은 편이 아니다. 저역에 불필요한 살집이 없는 만큼 음계의 구분이 분명하고 깔끔한 소리가 난다는 점은 하이파이적인 음색을 지향하는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ER4 같은 이어폰처럼 저역의 두께가 마냥 엷은 음색은 아니다. 그래도 평판형이라고 저역의 두께는 부족하지 않게 나와준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을 잘 지킨 튜닝이라 생각한다. 킥 드럼의 음압감은 조금 부족한 인상이며 '퉁-퉁-'하는 약한 타격에 뒤이어 끝이 무르게, 천천히 사그라든다. 비교적 낮은 저역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다는 느낌이 든다. 역으로 중저역의 에너지가 강하고 극저역이 빠지는 1990의 경우 '툭.툭.툭.'하고 끊어지는 단단한 소리가 난다. 다시 본기로 돌아와서, 본 기기로 심장이 빠운스 빠운스 두근대는 비트감을 즐기기엔 상기 이유로 다소 부족한 감이 있으나 굳이 듣는다면 주다스 프리스트의 짓쳐드는 더블 베이스보다는 에미넴의 넘실대는 전자음 비트가 훨씬 어울리는 매칭이 될 것이다.

 

 
 HE400i는 저역과 중역의 이음새가 매끄러워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의 음감이 자연스럽고 명료한 느낌이다. 중역은 균형감이 뛰어나며 딱딱하지 않은, 촉촉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보컬은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있는 음색으로 들리며 어쿠스틱 기타는 현의 탄력이 물씬 느껴지며 울림도 과하지 않아 실연을 듣는 것만 같다. 고역에 에너지가 실린 헤드폰의 경우 음촉이 때때로 예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본기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이 편안한 감상이 가능했다. 기기를 처음 받아들던 날, 본기를 애플 PowerCD에 꽂고 아이유의 <복숭아>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견이지만 본기에는 보컬 위주의 어쿠스틱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며 기기는 무게중심이 낮고 두께감 있는 소리의 소스와 앰프를 매칭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HE400i가 들려주는 고역은 약간의 강조가 있어 전반적인 무드를 밝게 채색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베이어와 달리 치찰음은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잘 억제가 되어 있어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며, 대역이 넓어 에어리한 표현력과 개방감이 느껴진다. 관악의 표현은 전반적으로 다듬어진 느낌인데, 특히 금관 악기의 표현은 자극감이 없다는 점은 좋으나 특유의 금속성 텍스쳐를 사포로 몽땅 곱게 밀어버린 것만 같아 아쉽다. 목관의 표현은 감미롭지만 약간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스네어의 타음은 두께감 있지만 끝이 무디고 에너지가 약하게 느껴진다. 하이햇과 크래시 심벌의 표현은 과장 없이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 좋은 점수를 주었다.

 본기의 흠 잡을 데 없는 대역 밸런스와 명료도는 동급 제품 대비 확실한 이점이지만 필자는 이것 말고도 본기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음장감이다. 일반적으로 헤드룸의 크기는 헤드폰의 체급에 비례하게 된다. HE400i 역시 유닛 자체가 동사의 상급기 만큼이나 크다 보니 널찍한 무대 표현력을 지닌다. 더욱이 HE400i가 위치한 가격대에는 이런 풀사이즈 헤드폰 자체가 희소하기 때문에 맞비교 시 더욱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대의 상하 폭이 넓은 타원 형태의 공간감을 보이며 악기의 위상 역시 또렷하게 맺힌다. 역시 하이파이맨! 10만 원으로 이런 하이파이 사운드라니, 이런 걸 두고 '닉값' 한다고 하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기술한 바에 따르면 'HE400i는 뭐 하나 빠지는 데 없는 초 하이파이 헤드폰 아니냐, 상급기는 살 필요 없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원래 글은 끝까지 봐야 하는 법. 본기의 가장 큰 약점은 셈여림처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이 부분에선 센 소리, 저 부분은 여린 소리를 내줘야 음악을 듣는 맛이 있는 법이거늘 본기의 경우 시종일관 무르고 약한 표현을 들려준다는 점이 아쉽다. 현재 차트를 뒤덮고 있는 양산형 발라드 가수들이 딱 이 모양이다. 하나같이 안정적인 발성을 지니고 있고 음역도 넓지만 정작 큰 감동은 없다. 왜? 천편일률적인 노래 형식 자체도 문제지만 가창하는 걸 보면 헤드보이스로만 고음을 소화하니까. 편중된 발성을 구사하니 다이나믹을 주기가 힘들어지고, 그만큼 노래가 단조로워지는 것이다. 필자는 음악은 유화가 아닌 수묵화라고 생각한다. 수묵처럼 빼어난 농담 표현이 곁들여질 때 비로소 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음색에 다이나믹까지 갖춘 헤드폰이 찾기가 쉽느냐고? 다시금 말하는 거지만 HE400i는 하이파이맨의 입문기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본기에서의 갈증은 동사의 상급기로 가면 해갈할 수 있지 않을까?

본 리뷰는 하이파이맨 공식 디스트리뷰터 <톤래츠>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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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품은 1~2k가 빠져서 보컬과 일렉기타가 좀 묻히는 듯 느껴지는점, 8khz언저리가 너무 올라와서 약간 자극적인점을 빼면 참 괜찮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악세사리로 8khz를 조금 눌러주는 패시브eq케이블을 같이팔면 정말 매력적인 제품이 될 거라 보고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3:27
20.05.10.
profile image
Xenon. 작성자
nalsse
감사합니다. 예전 400 튜닝기 재밌게 봤었습니다 ㅋㅋㅋㅋ
23:28
20.05.10.

순다라의 깔끔한 소리와 비교하면 해상력을 약간 포기하고 하이파이맨만의 특색을 가미한 제품이로군요. 상세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00:08
20.05.11.
profile image
Xenon. 작성자
Youngmusic25
감사합니다. 조만간 순다라도 한 번 리뷰해보려 합니다 ㅎㅎ
00:13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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