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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라임 이어스 프네우마, 이어폰에서 사운드 이미지와 스테이징을 재정의하다

루릭 루릭
1505 1 1


방이나 거실에 두고 듣는 스피커가 있고, 청취자의 머리에 두고 귀에 스피커를 씌우는 헤드폰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어폰 애호가'라는 그룹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간단히 생각하면... 이어폰은 '간편하게 휴대하여 이동하면서 들을 수 있는 초소형 스피커(Micro Speakers)'라서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점에는 헤드폰 중 휴대하기 편하게 설계된 제품들도 포함됩니다. 크기가 비교적 작으면서 소음 차단이 잘 되거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잘 구현하는 헤드폰도 서울 야경이나 한강 풍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게 해주니까요. 제 생각에, 이어폰을 유난히 선호하는 사람들은 '소리를 가장 가깝게 들을 수 있어서' 큰 돈을 쓰는 듯합니다. 실제로 이어폰은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로 분류되며, 소리 내는 부품이 인간의 고막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구조입니다. 라우드 스피커로 니어 필드 리스닝을 해도, 헤드폰을 더 눌러서 착용해봐도, 소리를 귓구멍에 바로 주입하는 이어폰처럼 소리를 가깝게 들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어폰 중에서도 매우 비싼 물건을 사용해보면, 인간의 청각에 여러 종류의 즐거움을 주도록 튜닝된 소리를 가장 가깝게 들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어폰은 소리가 너무나도 가깝게 배치되기 때문에 스피커나 헤드폰보다도 소리의 정확도와 품질에 까다로울 수 있겠습니다. 단, 이어폰은 인간의 귓구멍 공간만 정복하면 되므로 스피커와 헤드폰보다 환경적 제약이 훨씬 적습니다. 스피커는 오디오룸 전체를 손봐야 하고 헤드폰은 내부 설계가 무척 어려운데, 이어폰은 그래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부품과 소재보다는 제작자의 청감과 음악적 센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더 비싼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어폰 애호가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좋은 소리를 알게 되고, 이어폰 제작자들은 점점 더 좋은 소리를 계속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래도 저는 하이엔드 이어폰의 가격이 1,000만원대까지 정착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커스텀 케이블의 구입 비용을 제외한다면 300~500만원대가 이어폰 애호가의 최대 부담이 될 듯합니다. 오랫동안 다수의 300~500만원대 이어폰들의 소리를 들으며 글을 써왔기에 예상해보는 점입니다.



사실 100만원대 이어폰만 써봐도 소리에 딱히 불만은 없게 되는데... 일부의 이어폰 제작자들은 100만원대 이어폰의 소리에서도 갈증을 느낄 정도로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고막의 바로 앞에 트랜스듀서를 두고 소리를 최대한 가까이 듣는 경험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정확하고 품질 좋은 결과를 내놓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는 300만원에 육박하는 이어폰도 그러한 수준에 도달한 품목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인이어 모니터 회사 '라임 이어스(Lime Ears)'의 플래그쉽 모델 - '프네우마(Pneuma)'를 살펴봅시다.



수공예품 디자인 + PW 오디오 No.10




라임 이어스는 다른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처럼 커스텀 모델과 유니버설 모델을 모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해본 것은 프네우마의 유니버설 모델로, 제법 큰 박스 속에 펠리 1010 케이스와 두 개의 파우치가 담겨 있습니다. 이어팁은 스핀핏(SpinFit) 실리콘 팁과 안에 폼을 채운 실리콘 팁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Pneuma라는 영어 단어를 아는 분들에게 알려둡니다. 원래는 P가 묵음이라서 '뉴마'라고 읽지만, 라임 이어스는 제품의 컨셉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 묵음 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단어에 담긴 종교적 의미보다는 이어폰의 설계 철학을 추구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국내 명칭으로 변환된 것이 '프네우마'입니다.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되니까 편한 측면도 있습니다. (...)



프네우마는 라임 이어스의 에밀 스톨레키(Emil Stolecki)씨가 한계를 돌파하여 만들어낸 역작입니다. 그만큼 이어폰의 외부 디자인에도 철학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이 제품은 라임 이어스 최초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4 BA + 1 DD)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우퍼를 탑재한 이유는 더욱 역동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함이고, 프네우마의 페이스 플레이트와 쉘에 수놓인 화려한 색상은 빨강색 용암에서 다양한 색으로 번져나가는 듯합니다. 페이스 플레이트의 은색 선들은 생명의 씨앗을 상징한답니다.




라임 이어스의 커스텀 이어폰을 주문할 때 참 많은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프네우마의 페이스 플레이트와 쉘에는 가장 비싼 디자인 옵션들이 모두 적용됐습니다.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를 장만할 때 만족스러운 점 중 하나가 '수공예품을 소장하는 맛'입니다. 프네우마도 그러한 수공예품의 가치를 지닙니다. 또한 프네우마는 에테르 R처럼 저음 조절 스위치를 갖고 있으며 금속 소재의 노즐을 탑재했습니다. 4-Way 네트워크 구조이며 노즐에는 3개의 보어가 있습니다.





앞서 이어폰 가격의 최대 금액을 언급했는데, 고급형 이어폰 중에서도 더 비싼 제품은 커스텀 케이블을 별도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케이블을 기본으로 탑재합니다. 이어폰 구매자가 직접 커스텀 케이블을 고르는 과정은 무척 험난하고 돈 낭비가 많은 길입니다. 해당 이어폰이 지닌 음색과 커스텀 케이블의 음색이 잘 어울리는지 판단하기가 어렵거든요. 만약 이어폰 제작자가 사운드 튜닝 단계부터 커스텀 케이블을 골라서 개발해준다면 매우 안전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케이블 가격 만큼 이어폰 값도 올라가지만, 이 정도 수준의 이어폰을 사면 대부분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을 추가 구입하게 되므로 결론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케이블은 라임 이어스의 프네우마, 에테르 R에 기본 포함되는 것으로, PW 오디오의 No.10이라는 제품입니다. OCC 은 도금 동선이며 온통 은빛으로 화사하게 번쩍이는 선재라서 프네우마를 더욱 비싸 보이게 만듭니다. PW 오디오 No.10은 약간 굵은 편이지만 무게가 가볍고 피복이 유연해서 다루기 쉬우며, 은 도금 동선답게 고음이 더 선명하고 밝으며 저음의 펀치와 울림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이것이 이후 설명할 프네우마의 소리 성격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유저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서 순은선이나 금 도금 은선 등으로 변경해도 좋겠으나, No.10으로도 프네우마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블 커넥터는 2핀 규격이며 제가 사용해본 제품은 3.5mm 플러그를 지니고 있습니다.




SOUND



*라임 이어스 사운드의 전환점


라임 이어스는 유럽의 다른 IEM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데뷔 후 몇 년 정도가 지난 소규모 공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는 2017년 4월쯤에 처음으로 정식 판매가 시작됐고, 저도 당시 청음 매장으로 가서 소리를 들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첫 인상은 웨스톤(Westone) 이어폰처럼 풍성한 잔향과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약간의 단단함과 긴장감을 더한 인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 반해서 LE2를 커스텀 모델로 구입했고 지금도 사용 중입니다. (현재는 '람다'라는 제품으로 리뉴얼됐음) 그 후로도 청음 매장에 들를 때마다 라임 이어스 이어폰들을 꾸준히 청취해보았는데요. 나중에 에테르 R의 정식 리뷰를 하게 되면서 그동안 얼마나 소리가 진화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풍성한 잔향과 부드러운 느낌에 점점 정밀하고 탄탄한 성향이 조합됐고, 그런 조합에서도 여전히 음악 감상을 즐겁게 만드는 감성적 튜닝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청취 기억을 가진 저에게 프네우마의 첫 감상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제품은 라임 이어스의 음색과 소리 성향에서 큰 변화를 만드는 최초의 모델이 될 듯합니다. 프네우마의 소리는 매우 맑고 넓으며 샤프한 고음과 훨씬 웅장한 저음을 모두 지녔습니다. 잔향이 거의 사라진, 빠르고 정밀한 소리라서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예전에 들었던 에테르 R의 소리보다 해상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그만큼 소스 쪽의 소리 특징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프네우마를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연결하면 너무 심심하거나 거친 느낌이 들 수 있으니 고품질의 DAP 또는 외장 DAC 조합을 권합니다. 매우 비싼 이어폰의 가격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100만원대 이어폰을 여러 개 청취해본 후 200~300만원대 이어폰으로 올라가보면 '아, 이거 비쌀 만하네...'라는 느낌이 옵니다. 프네우마는 그런 느낌을 아주 쉽게 달성합니다. 제품 소개문을 보니 '음악 듣는 즐거움'을 주제로 튜닝했다는데, 첫 감상부터 바로 즐거워졌습니다. (-_-)/



*여러 상황에서 유용한 저음 부스트


프네우마는 4 BA + 1 DD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저음에 사용하고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로 나머지 영역을 재생하는 구조인데요. 특이하게도 저음 재생 전용의 드라이버를 티타늄 진동판 제품으로 골랐습니다. 필름 진동판에 티타늄을 코팅하면 고음이 더 강해지므로 풀레인지 드라이버에서 사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프네우마의 우퍼는 티타늄 소재를 더 단단하고 깊은 저음에 사용합니다. 4-Way 패시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서 이 우퍼는 100Hz 아래의 초저음만 재생합니다. 그 위쪽의 저음부터 중음까지는 2 BA로 재생하고, 1 BA는 고음, 또 다른 1 BA는 초고음 재생 전용입니다. 저음의 마스킹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드라이버 배분이 되겠습니다.


프네우마의 저음 조절 스위치는 페이스 플레이트 아래쪽에서 있어서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저음 스위치를 올리면 3~6dB 정도의 저음 증폭이 되는데, 높은 저음이 3dB 정도 증폭되며 초저음은 6dB까지 올라가는 구조라고 합니다. 즉, 스위치를 올리는 것 만으로 언제든 '초저음 6dB 부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곧바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소리를 비교해보셔도 됩니다.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빼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스위치를 올리거나 내릴 수도 있으나, 소리 변화가 명확해서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높은 저음이 강하면 고.중음이 가려지는 마스킹 현상도 강해집니다. 초저음 강조는 음악의 배경처럼 작용해서 마스킹 현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저음 조절 스위치의 초저음 부스트는 개인의 소리 취향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볼륨 레벨, 음반의 저음 품질, 이어폰의 사용 환경에 따라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피커 또는 스피커용 앰프에서 라우드니스(Loudness) 옵션을 지닌 경우가 있는데, 프네우마의 저음 조절 스위치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음악을 낮은 볼륨으로 작게 듣는다면 그만큼 저음의 양감도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이 때 저음 스위치를 올리면 작은 소리로 편하게 듣는 와중에도 든든한 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음반에 따라서 저음 울림이 잘 적용된 것이 있고 너무 강하거나 약하게 제작된 경우도 있으니 그에 맞춰 저음 스위치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주변 소음이 많은 곳에서 프네우마로 음악을 듣는다면 저음 스위치를 올려서 주변 소음에 묻히는 저음을 명확하게 들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버스에서 프네우마를 사용하며 확인해보니 '밖에서는 무조건 저음 스위치 올리기!'가 제 사용 수칙이 됐습니다. (-_-); 일단 이 감상문은 조용한 실내에서 작성하므로 저음 스위치를 내린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최고의 강점은 사운드 이미지와 스테이징


새로운 하이엔드 모델에서도 BA 트위터를 쓰는 것은 정전형 트위터가 없어도 초고음을 선명하게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소니온의 이어폰용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는 많은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의 하이엔드 이어폰에 적용되고 있는데요. 짐작하건대 라임 이어스도 프네우마의 차세대 모델에서 정전형 트위터를 탑재할 것 같습니다. 초고음으로 인한 '공기 느낌'을 내는 것에는 정전형 트위터가 실로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용 에너자이저(트랜스포머)를 지닌 정전형 드라이버는 조정이 대단히 까다로워서 라임 이어스에게도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또, 자연스럽고 편안한 성향의 소리를 추구한다면 정전형 트위터가 내는 특유의 샤프하고 밝은 느낌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프네우마는 정전형 드라이버를 쓰지 않았기에 더욱 라임 이어스 고유의 소리를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테르 R과 프네우마부터 적용되는 PW 오디오 No.10 케이블도 프네우마의 소리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밝은 고음과 단단하고 빠른 저음을 제공하며, 소리의 막힌 곳을 뻥 뚫어주는 선재의 케이블입니다. 프네우마의 소리가 기존의 라임 이어스 소리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에는 이 케이블도 한 몫을 합니다.


정전형 트위터가 아닌 초고음용 BA를 사용했고, 케이블은 두터운 은 도금 동선입니다. 그런데... 프네우마의 소리를 들어보면 BA 기반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에 은 도금 동선을 연결한 소리가 아닙니다. 감성적 측면을 떠나 소리를 깨끗하고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성능적 측면에서 정전형 트위터의 트리플 하이브리드 이어폰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네우마의 강점은 소리의 이미징(Imaging)과 스테이징(Staging)입니다. 사운드 이미지가 깨끗하게 형성되며, 무대가 매우 넓게 펼쳐집니다. 완전히 평탄한 소리는 아니겠으나 고.중.저음의 비중을 균형 있게 맞춰놓았으며 다수의 BA 드라이버들이 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여기에 매우 높은 해상도가 더해지면서 맑은 이미지와 넓은 스테이지가 청취자의 두뇌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제작자가 아주 긴 청취 과정을 거쳤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어폰 한 개에 다수의 드라이버를 담는 것은 가능하지만, 각 드라이버가 지닌 소리 특성을 조화롭게 버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에밀 스톨레키씨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냈고 드라이버 간의 소리 조화를 만들어서 해상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이는 여러 종류의 소리가 서로를 가리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길을 터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프네우마는 기본적으로 저음이 포근한 이어폰이며(저음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도) 초고음의 공기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공간 울림이 반영된 DSD 레코딩 음반에 더욱 어울리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정밀해진 소리, 밝고 화사한 느낌


모든 음 영역의 응답 속도가 빠릅니다. 라임 이어스 이어폰들의 풍성한 잔향이 프네우마에서는 거의 완전하게 사라진 듯한데요. (저의 경우 저음의 포근함은 잔향으로 묘사하지 않으며 소리의 하모닉스 발생 정도를 말합니다.) 이는 기본 케이블의 영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음향 스튜디오에서 레퍼런스로 써도 될 듯한 정밀한 소리가 됐군요. 가격이 비싸서 접근이 쉽지 않겠지만 사운드 이미징과 스테이징이 유난히 좋은 이어폰이라서 직업용으로 권장할 수도 있습니다.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는 저음과 초저음 영역이 조금 높게 나오겠으나 서브 우퍼 역할을 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저음 스위치를 올려서 강조를 해도 초저음의 울림이 굉장히 깨끗합니다. 조금도 흩어지지 않는 '맑은 진동'입니다.


고음 영역은 다른 BA 이어폰,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이 자주 선택하는 튜닝 방식을 따른 듯합니다. 약간 밝고 샤프하게 만들어서 해상도를 극대화하되, 높은 중음 근처를 조금 낮추어 청각 자극이 발생하지 않게 했습니다. 제가 듣기에 프네우마는 라임 이어스 이어폰 중에서 상당히 밝은 음색을 내는 편입니다. 제작자가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추구했으니 보다 화사한 느낌은 필수 조건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잔향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프네우마는 여전히 듣기 편안하고 소리가 부드러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이어폰이라고 봅니다. 뚜렷하고 직선적인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와 반대가 되며, 굳이 유사점을 찾는다면 밝고 따뜻한 비전 이어스(Vision Ears)의 향기가 조금씩 풍겨옵니다.



*초저음의 든든한 강조와 거대한 규모 표현


100Hz 부터 시작되는 초저음 영역에서 명확한 강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앞 문단에서 밝고 화사한 음색이라고 했지만 그 색채는 무척 연합니다. 프네우마는 저음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도 은은한 초저음 진동이 머리를 에워싸게 만듭니다. 그래서 첫 감상부터 저음이 포근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저음 스위치를 올려보면 다른 음 영역에는 영향이 없고 초저음만 부스트되며 높은 저음의 일부도 살아납니다. 주파수 응답 곡선에서 저음 부분만 볼록 솟아오른 모양이 아니라 초저음 쪽으로 점점 상승하는 모습이 됩니다. 이는 다른 음이 저음 울림에 가려지지 않도록 배려하며, 프네우마의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능력에도 기여합니다. 전체적으로 고음, 중음, 저음 영역이 균형을 이루며 저음 일부와 초저음이 분리된 듯한 형상입니다. 초저음이 머리 안쪽에서 울리지 않고 머리의 테두리와 귀 아래쪽에 위치합니다. 이러한 초저음의 레이어(Layer)를 바탕으로 고.중.저음의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가 드넓은 수평선을 이룹니다. 프네우마는 이어폰으로 대형 헤드폰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음 스위치를 항상 올려두고 듣는 유저도 많을 듯합니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초저음 부스트가 여러 음악 장르에서 골고루 장점이 되거든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힙합 등의 장르에서 카오디오의 서브 우퍼 같은 저음 펀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의 저음이 더욱 박력 있게 되고, 재즈 연주에서도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기교와 힘을 훨씬 강하게 전달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뚜렷하게 강조되는 초저음'이므로 재생기와 앰프의 특징에 따라서는 두개골이 울릴 정도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꽤 높은 이어폰이므로 헤드폰 앰프보다는 DAP 헤드폰잭에서 바로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또는 헤드폰 앰프에 연결했을 때에만 저음 스위치를 내리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티타늄 진동판 드라이버의 우퍼는 저음의 웅장한 규모를 만듭니다. 초저음의 진동이 맑게 퍼지는데 호흡이 더욱 길고 느릿해서 그만큼 넓게 펼쳐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와 초저음 악기가 있는 곡이라면 거대한 산 같은 규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저음 스위치를 내려둔 상태에도 동일하며, 웅장한 음악이라면 프네우마는 그 웅장함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더 웅장하게 증폭해줄 것입니다. 이 물건을 대형 헤드폰 같은 이어폰이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자연스럽게 울리는 맑은 소리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의 질감이 곱고 밀도가 높습니다. 중음 영역이 너무 가깝지는 않으나 보컬, 현악기의 낮은 음이 귀에 깊숙이 파고드는 기분입니다. 프네우마는 저음의 일부를 BA로 재생하는데 이 부분도 약간 강조를 해둔 듯합니다. 가수 중에서 낮은 음이 두터운 사람일수록 프네우마의 충실하고 두툼한 중음과 낮은 중음이 살아납니다. BA로 재생하는 중음은 선명하지만 DD로 재생하는 중음보다는 밀도가 낮아지기 쉬운데 프네우마는 예외입니다. 이 점은 특히 피아노 연주에서 두드러지는데, 중음의 밀도가 높으면 피아노 소리가 더 높은 탄력을 지니게 되며 맑은 울림이 강해집니다. 프네우마의 피아노 소리는 높은 음부터 낮은 음까지 균일하게 높은 탄력과 맑은 울림을 만듭니다. 쉽게 말하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귀 속이 가득차는 풍만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약간 밝은 음색과 유저가 선택하는 초저음 강조가 프네우마의 소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며, 그 외의 '개성'은 스스로 지워둔 인상을 줍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오디오 제품들은 하이엔드로 갈수록 소리 개성이 없어지고 밸런스형 사운드가 되면서 청취자와 기기 사이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네우마도 라임 이어스의 새로운 하이엔드로서 모든 음악 장르에 어울리는 올라운더(All-rounder) 이어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자 음악에서는 정밀하고 빠른 소리가 살아나고,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큰 규모와 넓이를 그대로 전달하며, 보컬과 현악기가 중심적인 곡에서도 충실하고 두터운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울리는 맑은 소리'라는 점이 음악 감상을 쾌적하고 즐겁게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닌 교회나 강당 등에서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로 실황 녹음한 음반이 특히 잘 어울립니다. 소리 해상도가 굉장히 높은 올라운더 성향의 이어폰인데 공간 울림도 좋다 - 이렇게 요약해도 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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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리 담배도리님 포함 1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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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핀 케이블 연결 단자는 돌출된 단자를 선정해놓고 이어폰 단자는 케이블에 맞는 파고드는 구조로 안만드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저렴이라면 용서가 되지만, 저 가격 받아먹고 케이블 제조사랑 협력했다면서 그 정도 기본적인 처리조차 안하는 제조사들의 똥배짱이 이해가 안가네요.  
  
 소규모 공방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처리인데다, 정 안되면 케이블 제조사한테 단자 바꿔달라는 요청을 넣으면 그만인데 말이죠. 별거 아니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꼼꼼히 신경을 안쓰고 내놓은 제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14:49
2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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