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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워크맨 연대기 #1. 위대한 시작

마키세크리스 마키세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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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키세 크리스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한때 인류는 야외에서 원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라디오를 가지고 가서 듣고 싶은 노래가 나오는 것 정도를 바라야했지요. 물론 그때에도 턴테이블이라는 것은 있었지만, 음악 좀 들으려고 LP를 몇개나 가지고 다니는것은 코스파가 너무 안맞는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카세트테이프라는 것이 발명되었습니다. 70년대를 상징하는 모습 중 하나로, 해변에서 라지카세를 놓고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있지요.

그런데 이 라지카세의 영식 명칭은 'Boombox'. 영어 특유의 뉴앙스로 생각해보면 '쿵쾅거리는 상자' 정도의 뜻입니다. 때문에 1962년에 필립스가 카세트테이프를 발명한 뒤에도, 인류가 야외에서 원하는 음악을 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트리니트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소니에서, 워크맨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그 워크맨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워크맨 아카이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기념비적인 몇몇 모델만을 선정하였지만, 그것만이라고 해도 가볍게 50종을 넘어버린것 같네요. 
 

 
 TPS-L2와 MDR-3 헤드폰 (전기형)

 
1979.07 TPS-L2

워크맨의 개발은 음악을 사랑했던 어떤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부카 마사루 (井深大). 바로 소니의 공동 창업자로, 당시 소니 명예회장이었지요. 그가 개발을 지시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닌, '기내에서 혼자서 음악을 즐기고 싶다' 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부카 회장은 TC-D5 레코더로 음악을 듣는것을 즐겼다고 하지만, TC-D5는 프로페셔널 레코더이다보니 그 크기가 꽤 컸습니다. 이 지시를 받은 당시 오디오 사업부장 오오소네 코조 (大曽根幸三) 는, 저널리스트용으로 전개중이던 콤팩트 레코더 TCM-100을 개조해 레코딩 기능을 삭제하고 스테레오 재생 기능을 탑재. 이 원 오프 프로토타입을 이부카 회장에게 전했습니다.

그런데 프로토타입을 전해받은 이부카 회장은 그 성능에 크게 놀라, 역시 소니의 공동 창업자로 있었던 모리타 아키오 (盛田昭夫) 사장에도 들려주었고, 이때부터 원 오프로 끝날 예정이었던 포터블 스테레오의 미래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모리타 사장이 의기투합하여 상품화를 진행한 것입니다. 사내에서는 '레코딩이 되지 않는 테이프 레코더라니 말도 안된다' 라는 분위기였지만, 모리타 사장은 '대중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발매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 7월, 워크맨의 초호기 TPS-L2가 태어났지요. 
 

 
TPS-L2 (후기형)

 
그러나 워크맨은 2개월 동안 울지 않았고 걷지 않았습니다. 3만 3천엔이라는 그리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테이프 플레이어라는 제품이 생소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모리타 사장은 '3만대 이상 팔리지 않으면 사임하겠다!' 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위기일발. 때문에 모리타 사장 하의 소니는 워크맨을 유명 예능인에게 제공하고, 주말에는 직원이 야마노테센에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여갔지요. 그 결과, 대브레이크한 워크맨은 3개월만에 초도 물량 3만대를 완매하면서, 세계를 향해 울리고, 걸어나갔습니다.

TPS-L2에는 몇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의 하나가 스테레오 미니 잭이 2개 있다는 것. 때문에 연인이나 친구간에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면서 핫라인 버튼이라는 독특한 기능이 탑재되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본체에 내장된 마이크가 소리를 집음하여 헤드폰에 출력하는 것으로, 음악을 들으면서도 대화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1000X의 퀵 어텐션이 이 개념을 최신 기술로 다시 구현한 것이지요. 또한 부속품에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데모 테이프에 무슨 내용이 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WM-2와 MDR-4L1S 헤드폰, EBP-500 배터리 케이스

 
1981.02 WM-2

개발 비화에서도 알수 있지만, TPS-L2는 프레스맨을 개조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마이크가 그대로 남아있는가 하면, 전지를 포함한 무게도 390g으로 꽤 무거웠습니다. 워크맨의 2호기로서 개발된 WM-2는 최초의 워크맨 전용기로 개발되어, 무려 100g 이상이 경량화된 280g을 달성. 카세트 케이스와 같은 크기로 되었으며, 가격도 1,000엔 낮은 32,000엔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오토 셧오프 기구를 탑재하여, 재생이 끝나면 메카니즘을 자동으로 종료하여, 배터리 소모나 테이프의 손상을 방지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원 핸드 UI를 탑재하고 있었던 것. 사진을 보면 버튼이 우상단의 코너에 몰려있는 것과 함께, 묘한 모양으로 음각된것이 알수 있습니다. 여기에 손가락을 올려보면, 정확하게 맞아, 한손으로 볼륨을 포함한 모든 기능을 조작할수 있었습니다. 1981년이라면 에르고노믹스 디자인이 트렌드로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곳이지요. WM-2는 2년간 250만대를 판매할 정도로 대힛트했고, 때문에 이후에도 여러 워크맨이 WM-2를 베이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워크맨 최초로 FM 라디오를 탑재한 WM-F2,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용한 WM-DD 등이 그것입니다. 
 

 
1983 WM-F5

지금도 어느정도는 당연한것이지만, 과거에는 수중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었습니다. 기어나 벨트, 스위치가 전부 부식되고, 이물질이 끼여 벽돌이 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WM-F5는 최초의 방수 워크맨인 동시에, 최초의 방수 전자기기이기도 했습니다. 보디에는 내충격성이 강한 플라스틱 소재 ABS를 채용하고, 조작계의 내측을 러버로 덮은 방수 가공을 실시. WM-7에서 채용된 페더 터치 시스템을 탑재하여, 조작성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이 인정받아, WM-F5는 1983년의 굿 디자인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소니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서 소니 빌딩의 마지막 이벤트였던 「Sony Design : MAKING MODERN」에도 출전했습니다. 메카니즘 역시 고급의 것이 채용되었는데, 모델 번호에서는 알수 없지만 DD 메카니즘이 탑재되어, FM 라디오를 탑재한 유일한 DD 워크맨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사진에서 보이는 이어폰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소니 오디오의 전설, 나게노 코지 (投野耕治) 수석이 1982년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이어폰 MDR-E252를 개량한 것으로, 워크맨에 처음으로 이어폰이 부속된 것이라고 하네요. 
 

 
1984.02 WM-D6C

앞에서도 이야기한것처럼 워크맨의 이전에 '포터블' 플레이어 비슷한 것으로 TC-D5가 존재했습니다. 워크맨의 음질도 굉장했지만, 아무래도 프로페셔널 기기의 음질을 따라갈수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개발된 WM-D6C는 최초의 프로페셔널 워크맨으로서, 당대 소니의 오디오 기술이 총집결된, 워크맨의 궁극이었습니다. D6라는 모델명도, TC-D5의 직계라는 의미에서 붙여진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만큼 레벨 미터, 돌비 사운드, 녹음 레벨 조정 등의 많은 기능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크고 무거웠다고 합니다.

WM-D6C의 성격을 알려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메탈테이프 녹음에 대응한다는 것. 이것은 당연히 다른 워크맨, 타사의 포터블 스테레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카세트 데크 중에서도 하이파이 시스템에서나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음성 신호를 포함하는 노이즈를 경감하는 노이즈 리덕션 기술을 채용하여, 음질에의 고집이 무엇인가를 보여줬지요. 이후로 수많은 워크맨이 발매되었지만, WM-D6C의 음질을 따라갈만한 모델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WM-D6C는 무려 16년간 생산되며 워크맨에서 가장 장수한 모델로 기록되었습니다. 
 

 
1985. 09 WM-101

크고 아름다운 모델에 WM-D6C가 있었다면, 작고 아름다운 모델 역시 있었습니다. 지금 봐도 작고 세련감이 있는 WM-101은 껌전지를 채용한 세계 최초의 제품. 그동안의 워크맨은 단3 전지를 사용했던 것으로 그만큼의 두께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됐지만, WM-101에서 껌전지가 채용되며 두께와 중량을 획기적으로 절감. 22.2mm의 두께와 190g이라는 경량을 달성할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때문인지, WM-101은 8시간 동안 충전해도 연결사용시간은 2시간이라는 극악의 스타미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염가형 (26,000엔) 이어서인지 판매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전지가 들어갈만한 곳이 보이지 않지요. 실은 이 WM-101, 전지를 외장형으로 한다는 비책으로 경량화와 박형화를 달성할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사진의 구성대로라면 사용 불가였지만, 역으로 껌전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단3 전지의 사용도 가능하다는 기묘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WM-101로 소형화의 기술을 쌓은 소니는, 이후로도 WM-101을 기반으로 베이스 강화 회로 D.B.B를 탑재하거나, 터치 조작을 탑재하거나, 좀더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입히는 등 진화를 계속해나갔습니다. 물론, 후계에는 전지가 내장형이었지요. 
 

 
1987 WM-F107

워크맨의 전성기가 시작된 1980년대는 뭐라도 만들어놓으면 팔려나가는 풍요의 시대였습니다.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생각도 할수 없는 재미있는 제품이 많이 만들어졌고, 워크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특이했던 제품은 역시 솔라 워크맨 WM-F107이겠지요. 솔라라고 하니까 태양 만세! 같은것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솔라가 맞습니다. WM-F107은 세계 최초로 솔라 패널을 탑재한 워크맨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때의 기술력에서의 충전 효율은 극악이었기 때문에, 4시간 충전으로 2시간의 연결사용이 가능했다고 하네요. 그것도 구름이 없는 청천하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솔라 패널을 탑재하고 있으니, WM-101은 당연히 아웃도어에서의 사용을 상정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WM-F5 이래로 만들어진 스포츠 워크맨의 내충격성에 강한 ABS 보디, 30cm의 수중에서 30분간 방수에 대응하는 설계 등 아웃도어에 특화된 설계가 다수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VHF 음향 대역을 수신할수 있는 라디오가 탑재되어, 라디오만이라면 충전 없이 태양광만으로 듣는것도 가능했다고 하네요. WM-F107의 이후로 태양광 기술은 발전했지만, 개량된 솔라 워크맨이 나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일도 버블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1988.03 WM-505

버블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또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생각도 할수 없었던 단어 'Wireless'. 워크맨에 와이아레스 기술이 탑재된것은 기껏해야 2000년대 초반이나 1990년대 후반 정도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그 시작은 놀랍게도 1988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쇼와 시대일때이지요. 이 기술은 정확하게는 리모트 콘트롤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래도 전력 효율이 중요한, 아직 전력 효율이 좋지도 못했던 소형기기에 리모콘을 탑재한다는 것부터가 그때에는 센세이션이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었습니다. 리모콘으로 할수 있는것은 볼륨 조절과 DBB의 콘트롤 뿐. 재생 관련 조작은 본체로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왠지 지금과는 반대인것 같아서 재미있는 곳이지요. 이렇게 초보적인 수준의 와이아레스였지만, 이후로도 워크맨의 상위기에는 리모콘이 탑재되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전파법의 개정에 따라 어느 순간 와이아레스 모델은 폐지. 워크맨에 와이아레스라는 개념이 돌아오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지금 와이아레스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소니의 기술력이,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것은 아닐까요. 
 

 
1988 WM-701C

1988년은 워크맨이 1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1979년 발매인데 왜 1988년이 10주년이냐고 하면 그건 노 코멘트. 여튼 WM-701C는 10주년이라는 시점에 발매된 플래그십인만큼, 워크맨의 집대성이라고도 할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WM-505의 리모콘은 물론, 돌비 C 노이즈 리덕션, 페더 터치 시스템 등을 모두 갖추면서도 중량은 시리즈 최경량의 150g. 보디 라인도 파츠를 낭비없이 감싸면서도 볼륨감이 있어, '카세트 콘셔스 (보디 콘셔스, 버블기를 상징하는 타이트한 원피스 미니스커트)' 라고 말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WM-701C에는 이후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는 전용 헤드폰 커넥터가 탑재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알기 어렵지만, 리모콘 커넥터라고 하면 알기 쉽겠지요. 다기능화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일반 헤드폰을 사용하려면 변환 어댑터가 필요했습니다. 꼭 지금의 USB 타입-C를 보는것 같지요. 또한, 엑스트라 베이스의 이전에 워크맨의 베이스 강화 음장으로 채용되었던 메가 베이스 (MEGA BASS) 도 WM-701C에서 처음으로 등장. WM-701C는 과거의 10년을 집대성하기도 했지만, 미래의 10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994.07 WM-EX1

앞에서 한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WM-701C은 워크맨 최초로 카세트 윈도우가 없는 디자인으로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워크맨의 15주년 기념 모델로 된 WM-EX1은, 워크맨 최초로 도어가 없는 탑 로딩 디자인으로 되었지요. 후술할 20주년 기념 모델에도 외견의 특징이 있었으니, 기념 모델의 전통 같기도 합니다. WM-EX1은 15주년 기념 모델인만큼 15가지의 신기능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눈에 띄는 것이 퀵 챠지. 이때에는 급속 충전이라는 이름이었지만, 5분 충전으로 2시간의 사용이 가능한것은 근래의 1000X 등에서 자주 볼수 있는것이지요.

이외에도 지금 보면 재미있는 기능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1곡 반복의 탑재인데, 파일을 계속해서 재생하면 될뿐인 지금에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카세트 테이프를 돌려야하는 과거에는 쉽지 않은 기능이었습니다. 그리고 AVLS의 탑재도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강제사항으로 탑재되고 있는 AVLS가, 과거에는 이렇게 신기능으로서 소개되었다니 기술의 발전이 느껴지는 곳이네요. WM-EX1에는 WM-EX808에서 호평을 받은 HG 사양이 라인업되었는데, 이것의 정체는 크롬 멧키. 그야말로 기념 모델에 맞는 시아게 (仕上げ) 였지만 가격 차이는 겨우 1,500엔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양의 WM-EX1이 HG 사양으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WM-FX5.

 
1996 WM-EX5

전면의 경면 처리가 특징으로 알려진 WM-EX5이지만, WM-EX5에는 사실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1996년. 소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곧바로 알수 있겠지요. 바로 소니의 창립 50주년이 되는 때였고, WM-EX5는 이것을 기념하기 위한 모델이었습니다. 모델 자체의 콘셉트는 '아름다움'이라고 하는데, 각도에 따라 투명하게 되었다가, 빛을 받아 빛나기도 하는 전면의 아크릴 패널을 보면, 그 콘셉트는 충분히 잘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경면 처리된 모델이 나오면 한번쯤은 언급될 정도니까요.

공표하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WM-EX5에는 한가지 특이한 메카니즘이 채용되었습니다. 재생시에는 벨트의 텐션을 낮추고, 곡 돌리기와 넘기기에는 하이 텐션으로 하는 장력 변화 기구를 탑재한 것인데, 이것에 따라 소비 전력의 절감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전력화로 달성한 연결사용시간은 62시간. 4시간의 충전으로 2시간을 사용했던 10년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어졌지요. 또한 WM-EX5에는 MEGA BASS의 외에도 GROOVE, REVIVE의 음장이 탑재되어, 다양한 음악 재생에도 대응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8.10 WM-EX9

4시간에서 8시간, 8시간에서 36시간, 36시간에서 62시간으로 연결사용시간의 발전을 계속해온 워크맨은 WM-EX9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워크맨 최초로, 신형 껌전지와 단3 전지를 병용하여 100시간의 연결사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신개발의 박형 메카 데크 「F 메카」 의 탑재도 기여하고 있는데, 이것에 따라 WM-EX9은 과거 최박형의 17.4mm라는 두께도 달성할수 있었습니다. WM-EX9의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본체에 버튼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소니 이어폰을 리뷰 할때마다 까는 원 버튼 콘트롤의 시작이 바로 WM-EX9부터라고 하네요.

물론 이런 초박형의 보디와 재생 시간을 위해 포기한것도 있었습니다. 앞에서 버튼이 거의 없다고 했었는데, 이것이 볼륨 버튼까지 해당되거든요. 휠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볼륨의 세부 조정이 가능한 다른 워크맨과 다르게, WM-EX9의 볼륨은 단 3단계. 리모콘에서 조작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음소거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튼 WM-EX9은 이런 단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신기 (神機)' 라고 부를 정도로 다시 한번 워크맨의 집대성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WM-701C의 10년 뒤에 전개된 모델이어서인지, 디자인도 WM-701C와 비슷한 느낌이 있지요. 사실상 이 시점에서 카세트 워크맨은 완성되어져 있었다고도 할수 있는것입니다. 
 

 
1999.07 WM-WE01

아마 의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 다른 모델을 기대하셨겠지요. 그렇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로 20주년 기념 모델로서 발표된 것은 WM-WE01이었습니다. 실제로 WM-WE01의 짙은 블루는, TPS-L2의 칼라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 곧바로 알수 있지요. 그쪽은 이름값을 못했다고 할수 있겠네요. WM-WE01는 20주년 기념 모델인만큼, 지금까지의 와이아레스 워크맨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지금까지의 리모콘 와이아레스가 아닌, 블루투스와 유사한 풀 와이아레스가 채용되었기 때문입니다. WM-505에서 10년이 지나, 드디어 완전한 와이아레스로 음악을 즐길수 있게 된것이지요.

이전에도 풀 와이아레스가 있기는 했습니다. WM-WE7이 그것인데, SF 영화에 나올듯한 사이버틱한 와이아레스 헤드폰이 부속되었지요. 그렇지만 WM-WE01은 와이아레스 이어폰이라는, 그때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폼팩터를 처음으로 채용했습니다. 원형 편광 방식이라는 특수한 무선 통신을 채용하는 것으로, 무선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230MHz의 하이 밴드에 대응하는 것도 과거 모델과는 다른 곳입니다. 다만 여전히 조작부는 별도의 리모콘으로 할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해결되기 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WM-WE01이 워크맨 20주년을 기념할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이었다는 것에는 부정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2000.10 WM-EX2000

21세기가 되면서 워크맨에는 한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979년의 발매 이래 이어졌던 워크맨 로고가, 현재의 더블유 돗트 로고에 환장된것입니다. 더블유 돗트 로고의 첫번째 플래그십은 WM-EX2000으로, 이름부터 21세기의 시작에 맞춘 모습이었습니다. 선대 모델이 되는 WM-EX20에서 충전 스탠드와 'MEGA SURROUND'를 계승하는 것과 함께, 황동제 플라이휠을 탑재하여 와우 & 플라이를 최소화, 무산소동 헤드를 탑재하는 등 음질 향상에 고집한 모델이었지요. 배면에는 헤어라인 가공이 입혀져있어, 플래그십으로서의 고급감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WM-EX2000에는, 과거의 플래그십이라면 채용되지 않았을 기능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큐&리뷰가 그것인데, 쉽게 말하면 구간 반복재생. 워크맨의 플래그십에 언어 학습용 기능이 탑재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음감용의 카세트 워크맨만으로는 존속할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지요. 이후로 카세트 워크맨의 플래그십이 발매되는 일은 없었고, WM-EX2000은 그렇게, 카세트 워크맨의 최후의 플래그십으로서 남게 되었습니다. 
 

 
2004.10 WM-EX651

이렇게, 카세트 워크맨에는 종막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몇년간 어학용의 테이프 플레이어는 발매되었지만, 순수하게 음감을 위한 워크맨은 2004년의 WM-EX651이 마지막이었지요. 그리고 2006년 3월, 음감용 워크맨의 전모델이 단산되었고, 2010년에는 어학용 테이프 플레이어까지 단산되며, 소니는 2013년에 공식적으로 카세트 워크맨의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TPS-L2부터 시작해,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워크맨들이 만들어낸 기록은 누계판매대수 3억 8천만대. 한때 사회 현상이 되고, 소니 그 자체가 되어, 일본을 대표하기도 했던 카세트 워크맨은 그렇게 다음 시대에게 바톤을 넘기며 퇴장했습니다.

이렇게 카세트 워크맨의 역사에는 'Stop'이 눌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는것처럼 이대로 워크맨이 끝나버린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워크맨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전해지고 있지요. 소유의 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에 이르는 지금까지 워크맨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5일간의 워크맨 연대기에서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상. 
 

마키세크리스 마키세크리스
16 Lv. 5620/5780EXP

소니 모에 크리스의 소니 연구소 https://blog.naver.com/so-02g 

Sony IER-M9 / Sony WH-1000XM4 / Sony SRS-RA3000 / Sony MDR-1AM2 / Sony XBA-N3AP / Sony WF-1000XM3 / Sony WF-SP900 / Sony h.ear go 2 / Sony Xperia Ear Duo / Sony WH-H800 (h.ear on 2 mini Wireless) / Sony STH5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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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α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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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rth40 rnrth40님 포함 8명이 추천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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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하면 이게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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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초 헤드폰(다이나믹 드라이버),다이나믹 마이크도 그렇고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 ~ ㅎㅎ

03:46
19.06.27.
profile image
나만의하쿠
소니와 접촉한 사실은 없는것으로 알고 있지만, 필립스에 제의했으니 영향이 있기는 했을겁니다. (소니-필립스는 한동안 협업 관계)
매끄러운 흐름을 위해 넣지 않았습니다.
09:14
19.06.27.
profile image

와......... 워크맨의 역사네요 정말 ㅋㅋ 
  
 저도 소니 워크맨 여러개를 썼는데 간만에 보니 반갑니다.  
 EX9은 정말 잘 만든 워크맨 중에 하나였죠.  
  
 느닷 CDP도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  
 아직 집에 여러개 있을텐데요^^;;

05:54
19.06.27.
profile image
INSsoulJK
내일은 디스크맨과 CD 워크맨의 순서입니다 :)
09:14
19.06.27.
워크맨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은 WM-103이 아닌가 싶네요 (WM-101의 후속기(?)일거에요)
곡선은 거의 없고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디자인이 맘에 들더라고요 ㅎㅎㅎ
다만 배터리 장착 방식이 WM-101과 거의 같은 외부 배터리통 장착방식인데 이 부분이 약해서 (주로 걸쇠부분이 부러집니다) 배터리박스 있는 기기 찾기가 힘드네요...
일단 단3전지용 배터리박스 1개,껌전지용 배터리박스 1개를 가지고있는데 언제 고장날지 몰라 조마조마해요 ㄷㄷ
07:45
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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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
WM-103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기기입니다. 그 시대의 메카니칼한 감성을 잘 가지고 있고, 지금 봐도 참 이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로로 양각된 'WALKMAN' 로고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09:16
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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