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T+A 솔리테어 P, 경외감을 품게 하는 정밀 기술

루릭 루릭
3304 2 4


T+A 세트는 첫 청취부터 차원이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리와 나를 가로막는 모든 것이 사라진 투명성과 개방감. 잔향이 완전히 제거된 건조함. 그 어떤 재해석도 없이 소리의 투명한 전달에만 모든 것을 집중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젠하이저 오르페우스 1세대의 소리를 들었을 때의 경험이 떠오르는데 T+A 세트는 그보다 더욱 정밀하고 단단하며 강력합니다. 이것은 인간적 감성의 만족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성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뷰 원고 마감이 늦어서 제품 출시 가격을 이제서야 확인 중)


(잠시 먼 산을 바라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키보드 타이핑을 시작함)


T+A는 'Theory + Application'의 약자라고 합니다. '이론을 만들고 그대로 적용한다'는 매우 간단한 이름 같은데요. 독일 오디오 회사이고 제품들도 모두 메이드 인 젊은이(Made In Germany)라고 합니다. 이렇게 성의없게 브랜드 소개를 하는 이유는 제가 이 브랜드를 완전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리뷰를 하는 동안 제품의 소리에만 심취해서 다른 조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T+A의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들은 모두 독일제이며 겁나게 비싸다는 것입니다. 라이트 유저를 위한 수백만원대 기기도 만들지만, 제품명에 HV (High Voltage)가 붙은 앰프들은 수천만원대입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헤드폰 시스템이 '헤드폰 세계의 HV 모델'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정식 출시가 되었는데 출시 기념 30% 할인이 들어가도 역시 스펙타클한 가격입니다.



T+A의 헤드폰 시스템은 '솔리테어 P (Solitaire P)'라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과 'HA200'이라는 DAC 내장형 솔리드 스테이트 헤드폰 앰프로 구성됩니다. 저는 두 제품을 빌려서 방에 두고 2주 정도 사용해보았으며 두 제품을 따로 다뤄볼까 합니다. 둘을 함께 사용할 때 T+A 사운드가 나오지만, 헤드폰과 앰프 중 하나만 있어도 격렬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리뷰 두 편을 쓰기로 했습니다.


먼저 '솔리테어 P + HA200 세트'에 대한 소감을 조금 적어둡니다. T+A 세트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 - '이거 하나 사서 평생 쓸 수 있겠다' 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너무 단순한 생김새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헤드폰과 앰프 모두 알루미늄 절삭과 세부 마감의 품질이 굉장합니다. 다른 국가보다 아시아 시장의 유저들은 제품 외관의 흠집이나 틈새 등에 민감하다는데 T+A는 그런 꼼꼼한 체크를 완벽하게 통과할 것입니다. HA200가 지닌 레벨 미터와 디스플레이도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독일의 전자 기술 수준을 볼 때 헤드폰과 앰프 모두 20~30년 정도는 거뜬히 쓸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참고 : 솔리테어 P, HA200 모두 절삭 알루미늄 케이스이며 각이 많은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각진 귀퉁이가 찍히기도 쉽고 헤드폰의 금속 그릴 도색이 벗겨지기도 쉽습니다. 고가 품목이라서 실내에서만 조용히 사용하더라도, 항상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헤드폰들이 그러하듯 솔리테어 P의 이어패드도 몇 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겠고요.



T+A 세트는 저에게 소리와 외관 모두에서 '감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완벽함'을 전해주었습니다. 건조하면서도 극도로 투명한 소리를 내며 저음의 펀치가 매우 강하고 단단합니다. (*예외 사항 : HA200의 업샘플링 옵션으로 소리를 촉촉하게 만들 수도 있음) 편안하게 풀어진 소리와는 완전히 반대인데요. 그런데 T+A 사운드를 '아날로그 시스템에 근접했다'고 표현하는 유저도 있을 것입니다. 이 때의 아날로그 시스템이라는 것은 진공관 앰프에 연결한 LP 레코드 플레이어나 릴투릴(Reel-to-Reel) 테이프 머신을 중심으로 합니다. 아날로그 사운드가 편안하게 풀어진 것으로 생각해왔다면 오디오쇼 현장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디지털 오디오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굉장히 굵은 중음과 강력한 저음에 놀라실 겁니다. 아날로그 오디오는 배음으로 청취자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데 '힘'도 무지막지하게 셉니다. T+A 헤드폰 세트는 낮은 중음과 저음 전체에서 그러한 아날로그 오디오의 특성을 보입니다.


언리미티드 파워와 더불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인데 솔리테어 P와 HA200의 소리가 매우 흡사합니다. 솔리테어 P를 다른 앰프에 연결해보거나 HA200에 다른 헤드폰을 연결해서 들어보면 진짜로 그렇습니다. 특히 깊은 바닥부터 굵고 강하게 올라오는 저음 에너지, 극히 정밀하고 투명한 고.중음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T+A가 추구하는 고.중.저음이 다른 환경에서도 유지되는 것입니다. 직접 청음할 기회가 없어서 두 제품 중 하나만 구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솔리테어 P만 구입해서 다른 헤드폰 앰프로 듣고 있는데 그 소리가 감동적이라면, HA200은 사전 청음 없이 그냥 주문해도 되겠습니다. HA200의 소리 특성을 솔리테어 P가 이미 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기본적인 설명을...!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T+A 세트의 가격이면 일정 수준의 스피커 시스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설명을 다시 합니다. 스피커는 오디오룸 감상이고, 헤드폰은 헤드룸 감상이며, 이어폰은 인이어 감상입니다. (Audio-room, Head-room, In-Ear) 스피커는 공간과 현장감이 있고, 헤드폰은 그 공간과 현장감을 머리 근처로 소환하며, 이어폰은 소리를 외부 소음 없이 고막에 가깝게 끌어 당겨줍니다. 그래서 각 분야별로 주관적인 가격 대입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헤드폰 시스템 견적이 2천만원을 넘을 경우 1~2억원대 스피커 시스템의 경험을 머리에서 전해줘야 할 것입니다. T+A 헤드폰 세트가 그런 경우인 듯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솔리테어 P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물건을 구입한다면 제법 큰 박스가 배송될 것입니다. 두껍고 넓은 상자 속에 헤드폰 본체와 두 개의 케이블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은 괜찮은 품질의 헤드폰 스탠드에 세워두겠지만, 솔리테어 P를 장기간 보관할 때에는 기본 박스가 유용할 터이니 잘 보관해두시길 권합니다.



솔리테어 P는 통 절삭 구조의 알루미늄 프레임과 천연 가죽을 사용했으면서도 꽤 가벼우며 머리 꼭대기와 귀 주변이 편안합니다. 실제로 헤드폰 자체의 무게는 500g이 넘지만 두툼한 헤드밴드가 머리 모양에 잘 맞으며 피부에 닿는 이어패드의 감촉이 뽀송해서 그런가 봅니다. 단점을 든다면... 착용한 자신의 모습입니다. 거울을 보는 순간 꼬꼬마 텔레토비와 마스터 요다를 동시에 영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헤드밴드 쿠션이 머리 위에 올려지면서 사람의 머리를 위쪽으로 길쭉하게 만드는 모습이 충격적입니다. 이 헤드폰을 쓰고 밖으로 나갈 일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무척 큰 헤드폰인데 헤드밴드도 아주 길게 늘어나기 때문에 머리가 큰 사람도 안심하고 착용할 수 있겠습니다.



이어패드는 두터운 쿠션을 지녔으며 테두리는 천연 가죽, 귀에 닿는 부분은 알칸타라로 되어 있습니다. 고가의 대여품이라서 직접 해보지는 않았으나, 제품 매뉴얼을 보면 손으로 쉽게 분리 결합할 수 있는 이어패드이므로 수명이 다했을 때 교체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어패드를 정기적으로 분리해서 내부의 진동판 먼지 차단막을 청소해주시기 바랍니다.



솔리테어 P의 외관을 보면 정밀 기술의 높은 수준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테두리를 감싸는 이어컵 파트는 35mm 두께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한 시간씩 절삭 가공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헤드밴드 끝 부분의 요크(Yoke) 파트도 알루미늄 절삭 부품이라서 뚜렷한 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컵 내부를 보면 진동판의 뒤쪽으로 금속 날개 같은 웨이브 가이드가 균일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도 그렇지만, 굉장히 넓고 얇은 진동판을 쓰는 정전형 드라이버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에서는 '공기 흐름 최적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기 흐름의 방해가 줄어들수록 개방감과 공간감이 크게 향상되며 왜곡율이 낮아지고 소리의 해상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헤드폰 회사들도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이렇게 큰 금속 패널을 쓴 경우는 처음 봅니다.


14.jpg


솔리테어 P에는 기본 케이블 두 개가 들어 있습니다. 꽤 굵고 묵직하며 길이가 3미터나 되는 케이블입니다. 설명서를 보니 고품질의 은 도금 동선이라고 하며 4.4mm 펜타콘 커넥터와 6.3mm 커넥터가 있습니다. 헤드폰과 연결되는 부분은 전용 커넥터를 사용하므로 케이블 회사에서 솔리테어 P를 위한 커스텀 케이블을 내놓으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기본 케이블 사용에서 주의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케이블의 좌우 표기가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찾기가 힘듭니다. 헤드폰에 연결하는 플러그의 아래쪽에 아주 작은 L, R 마크가 있으니 확인해둡시다. 둘째, 케이블을 헤드폰에 끼울 때 좌우를 확실히 보고 끼워야 합니다. 플러그 부분에 기울어진 부분이 있으므로 이어컵의 방향에 맞춰서 끼우면 됩니다. 케이블 탈착 과정은 밀고 당기면 끝이라서 아주 간단하며 자주 탈착해도 괜찮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SOUND



"오디오 시스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은 스피커다. 헤드폰 시스템에서도 헤드폰이 가장 중요하다. - 이렇게 생각한다면 솔리테어 P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다."


*제품 소개 페이지 링크 (스펙 확인~!)

https://www.ta-hifi.de/en/headphones/solitaire-headphones/


주파수 응답 범위는 5 ~ 54,000 Hz이며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80옴, 감도는 101dB라고 합니다. 솔리테어 P는 제품의 사용 목적을 볼 때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필수라고 하겠으나 구동이 몹시 어려운 헤드폰은 아니라고 봅니다. 블루사운드 노드 2i와 코엑시얼 연결된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서는 볼륨 65~70으로 감상했으며, 맥 미니 Late 2012와 USB 연결된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6.3mm 연결에서 볼륨 노브 11~12시 방향으로 들었습니다. T+A HA200은 6.3mm 연결에서 -40 볼륨 정도로 웅장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HA200의 볼륨 표기법은 최대 0부터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방식)


*참고 : 이 리뷰에 사용된 솔리테어 P는 판매처에서 100시간의 번인(Burn-in)을 진행한 후 보내온 제품입니다. 하지만 새것 시절부터 솔리테어 P는 청취자를 많이 놀라게 할 것입니다.



이 헤드폰은 제가 지금까지 리뷰했던 헤드폰들과 여러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글의 시작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언급을 했지만 또 해야 합니다. 소리를 듣노라면 감성적인 흥분이 오는 게 아니라 헤드폰이라는 기계가 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다른 차원으로 텔레포트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주관적인 감동이 아니라 솔리테어 P가 물리적으로 충격을 주었기에 일종의 '두려운 감동'을 경험했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충격적 경험이 HA200 뿐만 아니라 HDVD800 같은 다른 앰프에서도 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HA200에 연결했을 때 '최강의 경험'이 되지만, 다른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사용 중인 유저에게도 충격을 줄 수 있겠습니다. 충격이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있지만 반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디오 탐험을 하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음향 기기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하이엔드의 소리는 더 평탄해지고 투명해지기 마련입니다. 소리의 깨끗한 전달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하나씩 삭제하다 보면 귀가 즐거워지는 개성도 삭제되는 모양입니다. 결국은 음악과 청취자 사이에서 음향 기기가 사라져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되겠습니다. T+A도 그러한 사라짐을 99.99999%로 달성하기 때문에 제가 소리에 대해 묘사할 점이 많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한 줄 묘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극도로 투명한 소리에 두툼하고 강력한 저음을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헤드폰의 소리를 들으면 특징이 계속 나옵니다. 일반적인 서술을 했다가는 책 한 권을 쓰게 될 듯하여 그냥 목록으로 만들겠습니다.


솔리테어 P를 다른 회사의 기기와 연결하면 이런 '특징 목록'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헤드폰에서 초고해상도 소리를 만들어줌.


재생기, DAC, 앰프가 지닌 음색과 잔향이 그대로 전달됨.


재생기, DAC, 앰프의 소리 질감이 그대로 전달되며 헤드폰에서 더욱 고운 질감으로 만들어줌.


기기의 저음을 헤드폰에서 거대한 규모의 웅장한 저음으로 바꿔줌.


극히 정밀하고 깨끗한 고.중음.


깊고 단단하며 빠른 응답을 지닌 저음.


초고음부터 높은 중음까지는 시원하고 맑은데 낮은 중음부터 초저음까지는 두텁고 포근함.


돌처럼 강하면서도 끝부분이 부드러운 특이한 저음 펀치.


넓은 공간과 뚜렷한 사운드 이미지.


이 정도만 되어도 놀라운 경험인데 솔리테어 P를 HA200과 연결하면 다음의 추가 특징이 나옵니다.

(HA200 세팅 : 대역폭 Wide, 출력 임피던스 8옴, 업샘플링 베지어 2)


초고음의 공기 느낌이 살아남.


장막이 완전히 사라진 투명함.


왜곡과 잔향이 철저하게 제거되어 극히 깨끗함. (HA200에서 업샘플링 베지어 1 선택으로 촉촉함을 더할 수도 있음)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소리의 밀도와 질감이 크게 향상됨.


소리의 선이 훨씬 굵어짐. 특히 낮은 중음부터 초저음까지의 영역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냄.


높은 저음의 단단하고 빠른 펀치와 웅장한 진동의 초저음을 모두 실현. 하이 퀄리티와 하이 파워를 모두 지닌 저음. 저음의 감동에 목말랐던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


너무나 광활해서 끝을 알 수가 없는 공간.


무결점에 근접하는 균일함을 지닌 사운드 이미지.


오디오룸이 헤드룸으로 바뀌었을 뿐 이것은 사실상 하이엔드 스피커의 소리.



이 목록만 읽으셔도 솔리테어 P를 직접 청음하기 전에 참조가 될 듯합니다. 그래도 예의 상(?) 몇 가지는 더 묘사해두겠습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의 개방과 넓은 공간


한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권합니다. 사용 중인 기기에 솔리테어 P를 연결해서 보통 듣는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두었다가 20~30분 후에 대뜸 헤드폰을 써봅시다. 그 순간, 자신이 음악 연주의 공간 속으로 쑥! 들어간 듯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머리의 좌우 방향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공간... 뭔가 막힌 것이 없는 시원한 개방감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이는 솔리테어 P가 다른 헤드폰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의 물리적인 개방도가 높습니다. 분명히 자석 패널이 있는 헤드폰인데 소리를 들으면 자신의 귀와 헤드폰의 진동판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픈형 헤드폰이라서 소리가 새어나간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헤드폰은 방에 놓인 라우드 스피커입니다. 그래서 솔리테어 P로 음악을 듣는 사람의 옆에 앉아 있으면 함께 음악 감상이 됩니다. 볼륨을 올리면 이웃이 소음 항의를 해올지도 모릅니다.



*머리 주변에 균일하게 존재하는 사운드 이미지


사운드 이미지가 균일하게 펼쳐집니다. 이 점도 다른 헤드폰들과 대조되는 점인데 아예 모델을 지목해도 되겠습니다. 파이널 D8000, 메제 오디오 엠피리언도 참으로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솔리테어 P의 사운드 이미지는 분명히 다릅니다. 이 헤드폰의 진동판이 하도 넓어서 귀 주변까지 완전히 덮는 것도 한 몫을 하나 봅니다. (110 x 80mm) 사운드 이미지의 면적과 깊이가 클 뿐만 아니라 청취자의 머리 주변에 항상 균일하게 존재합니다. 다수의 하이엔드 헤드폰을 접해본 유저도 이 점에서 처음부터 놀랄 것이라 예상합니다. 고가의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을 접해봤다면 크게 놀라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으흠?'하면서 눈썹을 움직일 정도는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 그램 단위로 제거된 잔재


어떻게 여기까지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깨끗함의 차원이 다릅니다. (주요 키워드 반복 중 - 충격, 차원, 완전, 극히) 그야말로 왜곡과 잔향을 철저하게 제거한 소리입니다. 솔리테어 P는 제품 사양표에서도 90dB가 아닌 100dB의 기준에서 0.015% 미만의 왜곡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이버를 귓구멍 속으로 넣는 이어폰에서 왜곡율 체감이 더 쉬운데요... 90dB에서 0.01%가 나온다면 처음부터 바로 감지될 만큼 깨끗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헤드폰이, 그것도 100dB 기준에서, 0.01%를 찍었네요. 진짜, 혹시라도, 솔리테어 P 소개 페이지 만든 사람이 실수로 100dB를 적었다고 가정해도, 제 귀는 마이크로 그램 단위의 잔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성능'이 광활한 사운드 이미지의 균일함과 맞물려서 또 한 번 입이 떡 벌어지게 합니다.


*다이내믹 레인지의 비약적 향상


솔리테어 P는 독자적인 특징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헤드폰 자체의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굉장히 넓다는 겁니다. 음악 파일이 원래부터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게 되어 있거나 재생기에서 넓혀주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에서 헤드폰을 교체하여 극적인 다이내믹 레인지 확장을 할 수 있습니다. 초저음이 귀 아래쪽으로 아주 낮게 깔리고... 그 위로 높은 저음, 낮은 중음, 높은 중음, 낮은 고음, 초고음의 순서로 피라미드 같은 형상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소리를 구성하는 영역이 세분화되며 고도의 질서가 성립됩니다.



*HA200과 만나면 초능력이 생긴다


솔리테어 P는 스스로 T+A 소리를 내지만, HA200과 결합하면 독자적인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앞서 목록으로 적어둔 추가 특징들인데요. 무엇보다 저음이 거대합니다... T+A HA200과 연결한 상태에서 볼륨 -35로 웅장한 영화 음악을 들으면 제가 있는 방이 진동하는 것 같습니다. 대형 라우드 스피커로 쩌렁쩌렁하게 음악을 듣다가 어쩔 수 없이 헤드폰으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라면, HA200과 솔리테어 P의 조합으로 쩌렁쩌렁한 스피커 감상에 근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헤드폰 한 대가 오디오룸의 하이엔드 스피커 한 쌍처럼 강력한 다이내믹스를 구현한다는 점이 놀랍고도 무섭습니다. 일종의 두려운 느낌이 있단 말입니다. 굵은 밧줄을 붙들고 음악과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제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헤드폰의 진동판이 밧줄을 당겼다가 놓기를 반복합니다. 이것이 나중에는 경외감(敬畏感)이 됩니다. 몇 년 후에 T+A 솔리테어 P보다 충격적인 헤드폰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이 헤드폰의 소리에 조용히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불꽃나무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4

댓글 쓰기
profile image
가격이 웅장하더군요 정말...
그래서 오디오기기는 평생 쓴다는 생각으로 사야 미쳐가지고 지르게 되나 봅니다 ㅎㅎ(그래놓고 얼마후 장터에 눈물을 머금고 내놓는....요놈은 그럼 안되겠지만용)
01:07
20.07.19.
profile image

아.. 가격의 압박이..... ^^;; 
그래도 청음이라도 해보고 싶어집니다

18:01
20.07.2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