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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엠파이어 이어스 오딘, 모든 군단이 집결한 엔드 게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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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가 고등학교 다닐 적이었을 겁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PC 게임 정보와 공략집을 엮은 게임 매거진들이 있었습니다. 그 속의 공략 기사를 읽어보면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에디터가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요.


"저는 일로서 이 게임을 플레이했기 때문에 좋은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WHAT...?!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임을 해보면 겁나게 재미있어서 머리 속이 온통 스토리와 장면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왜 이 양반은 일이니 어쩌니 하면서 무덤덤하게 구는 것인지?!


그런데... 제품 리뷰를 하면서 나이 마흔을 막 넘기고 나니 그 에디터에게 완전! 공감을 해버립니다. 취미로 게임을 구입해서 자기 원할 때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과, 기간을 정하고 게임을 받아서 최대한 상세히 공략하여 컨텐츠를 만드는 것 - 둘의 차이는 천지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자는 게임이 놀이가 되지만 후자는 진지한 업무가 됩니다.



저는 비싼 음향 기기를 소유하지는 않지만 비싼 제품들을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분석해서 정보를 뽑아냅니다. 그 중에는 수백만원대의 하이엔드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있는데, 약 2주 정도는 매일 제 것처럼 사용해보게 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매일 듣는다'입니다. 처음에는 깊은 인상을 받아도 며칠 동안 자주 듣노라면 소리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1주 이상 지나고 나면 '이게 왜 500만원이었지...?' 이러면서 머리를 긁적거리기 시작합니다. 제품 리뷰어가 아닌 실제 유저 여러분이 기준이라면, 이어폰 여러 개를 보유하지 않고 하이엔드 제품 한 개만 구입해서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이렇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 하나만 계속 듣고 있으면 왜 좋은지 점점 잊어 버립니다. 그 후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를 해보면서 얼마나 차이가 큰지 다시 깨닫습니다.



혹시 엠파이어 이어스 오딘(Empire Ears Odin)이라는 이어폰의 오너가 되시겠다면 이런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듣기에 이 제품의 소리는 매우 자연스럽고 공간이 넓으며, 음악 속의 요소를 세밀하게 분리하는 능력과 고.중.저음의 훌륭한 균형을 갖추었습니다. 뚜렷한 특색이나 감흥을 지양하기 때문에 '이게 왜 좋은가?'라는 의문이 들기에 딱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100~2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들과 오딘을 비교 청취해본 후 그 의문을 싹 지웠습니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격차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인이어 모니터보다 좋기 때문에 더 비싼 값을 받는 것 뿐이었습니다. 오딘은 엠파이어 이어스의 음색 특징을 유지하되 최대한 균형을 지키고 주파수 대역폭을 넓히며 어느 음악에서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로 만들어진 듯합니다. 처음부터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레퍼런스 인이어 모니터로서 필요한 성능과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감성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 새로운 특징


엠파이어 이어스의 새로운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 오딘의 패키지 박스입니다. 이후 소개할 히어로(Hero)와 같은 크기, 같은 구성의 박스인데요. 위쪽 뚜껑을 열면 이어폰이 출현하고, 아래 서랍을 열면 금속제 케이스와 파이널 E 이어팁 세트 및 청소 도구가 나옵니다. 금속 케이스 속에는 이어폰의 쉘을 닦기 위한 헝겊도 있으니 잘 챙겨둡시다.



박스 개봉을 할 때부터 오딘은 화려한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마블 영화 중에서 토르(Thor) 시리즈를 보면 카리스마 짱 넘치는 이드리스 엘바 선생님이 바닥에 칼을 꽂을 때마다 등장하는 무지개 다리가 있습니다. 그 멀고 먼 아스가르드(Asgard)와 얼쓰(Earth)를 한 방에 연결해주는 그 무지개 다리의 이름이 '비프로스트(Bifrost)'입니다. 이어폰 오딘의 페이스 플레이트 이름도 비프로스트라고 합니다. 이어폰 표면에 무지개 다리를 놓았습니다.



비프로스트 페이스 플레이트는 독특한 화학 물질 조합으로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서 색이 달라집니다. 이 화려한 무지개 색이 물결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두뇌가 아스가르드로 텔레포트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뻥은 뻥일 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오딘은 정전형 트위터,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혼합한 이어폰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내장했다면 내부의 공기 흐름을 조율하는 베이스 포트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오딘도 다른 엠파이어 X 시리즈 이어폰들처럼 쉘 뒤쪽에 작은 구멍이 세 개씩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 중인 X 시리즈의 브라바도(Bravado)와 비교해보면 오딘의 소음 차단이 훨씬 잘 됩니다. 또한 귀에 세게 끼우면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 딸깍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다른 X 시리즈도 그러했고, 소리에 영향이 없는 현상이므로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꽤 비싼 이어폰인데 케이블이 시컴시컴해서 이게 뭔가 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직조물 피복의 검정색 케이블을 보면서 '흠, 이어폰 본체가 비싸서 케이블로 원가 절감을 했나...' 생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알고 보니 이 케이블은 '스톰 브레이커(Stormbreaker)'라는 이름의 고급품이었습니다. PW 오디오의 하이엔드 케이블 1960 선재에 새로운 방식의 납땜을 적용해서 중.저음 특성을 개선했답니다. 또한 펜타콘에서 발크넛(발크누트) 형태의 Y-스플릿을 제작하여 오딘 전용 케이블의 특별함을 강조합니다.



스톰 브레이커 케이블은 0.78mm 2핀 커넥터를 사용하며 2.5mm 밸런스 커넥터가 기본 적용됩니다. 즉, 2.5mm 밸런스 출력을 지원하는 DAP나 앰프를 사용 중이라면 바로 밸런스 커넥션이 가능합니다. 저도 아스텔앤컨 SR15를 구입한 후 2.5mm 커넥터의 케이블과 고급 변환 젠더를 추가 구입하게 됐습니다. 아스텔앤컨 DAP들은 밸런스 출력의 소리가 훨씬 힘차고 선명하게 들리더군요.



이렇게 보면 오딘은 무척 마음 편한 이어폰입니다. 그러니까... 비싼 가격을 들킬 만한 외적 강렬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페이스 플레이트의 무지개 다리만 빼면 '검정색 케이블을 끼운 이어폰'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검정색 케이블, 스톰 브레이커는 무려 1,200달러대의 고급품이며 특이하게도 순수 동선 제품입니다. 네, 맞습니다. 구리줄을 100만원 넘게 받는 것입니다. 소리가 좋은 구리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오딘의 음색과 제일 어울리기 때문에 하이엔드 동선을 고른 듯합니다.



오딘과 히어로에서 새로 적용된 드라이버를 살펴봅시다. 엠파이어 이어스는 이어폰의 우퍼로 사용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X 시리즈에서 'W9(웨폰 나인)'이라는 드라이버로 깊은 울림의 저음을 들려준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W9+(웨폰 나인 플러스)'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오딘에는 이게 채널당 두 개씩 탑재됐으며, 보이스 코일의 두께를 늘려서 저음의 확장과 펀치를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오딘의 드라이버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채널당 11개의 드라이버와 7-Way synX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탑재.


2개의 W9+ 우퍼는 초저음과 저음을 담당.


5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로 낮은 중음, 중음, 높은 중음을 세분하여 재생.


4개의 정전형 트위터로 고음과 초고음 재생.


이러한 구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정전형 드라이버는 구동하기 위해서 전용 에너자이저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트랜스포머라고 하는데요. 엠파이어 이어스의 레이스(Wraith)와 오딘은 둘 다 채널당 4개의 정전형 트위터를 사용하지만, 두 개의 트랜스포머를 지닌 레이스와 달리 오딘은 한 개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합니다. 정전형 드라이버가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트랜스포머 숫자를 줄여서 최대한 고음을 확보하되 자극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했다고 합니다. 음색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케이블을 하이엔드 동선으로 한 점도 염두에 둡시다. 이 비싼 이어폰은 뭔가 화려하거나 독특한 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SOUND



"어떤 새로움이 아니라 그동안 엠파이어 이어스가 달성한 여러 가지를 총망라하는 느낌이다. 사실상 이 회사의 하이엔드 이어폰에 대한 '엔드 게임(End Game)'인 것이다. 여러 종류의 군단이 '소리의 조화'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이다."


오딘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5 ~ 100,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08dB (SPL), 임피던스는 3옴입니다. 제품 사양을 보면 굉장히 예민한 이어폰 같지만, 실제로 여러 기기에 연결해보면 전기 냄새만 맡아도 쿵쾅거릴 정도의 초고감도 이어폰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소리를 내기 위해서 반드시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이어폰도 아닙니다. 단, 밸런스드 아머처만 쓰는 이어폰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추가된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이 더 많은 힘을 요구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 오딘도 DAP나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나 앰프를 더하면 소리가 더욱 거대하고 강해지는 이어폰이 되겠습니다.



*연결하는 기기마다 제법 달라지는 소리


그보다 먼저 확인할 점이 있습니다. 오딘은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3옴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헤드폰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와 '헤드폰 앰프가 지원하는 헤드폰 임피던스 범위'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덩치가 큰 거치형 헤드폰 앰프들은 대부분 16옴부터 지원하며, 잘 하면 8옴부터 지원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헤드폰의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헤드폰 앰프의 지원 임피던스 수치보다 너무 낮으면 앰프에 부담이 된다는데, 16옴부터 지원하는 젠하이저 HDVD800에 오딘을 연결해서 들어도 뭔가 문제는 없었습니다. 또한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와 이어폰의 임피던스 비율을 맞추는 것도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 비율이 커질수록 소리가 풀어지고 잔향이 늘어나며, 작을수록 깨끗하고 정확하며 건조한 소리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오딘은 연결하는 기기마다 체감 볼륨과 음색이 꽤 다르게 나옵니다. (*그냥 오딘 자체의 음색 특징일 수도 있음!)


1) 그레이스 디자인 M900

이 기기는 헤드폰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가 0.08옴입니다. 오딘을 두 개의 변환 젠더를 거쳐서 연결해도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정밀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리가 상당히 건조하며 기체처럼 가볍게 피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호불호가 나뉠 듯합니다. 깨끗하지만, 무엇인가 비어 있습니다.


2) 아스텔앤컨 SR15

오딘의 기본 케이블 커넥터가 2.5mm이므로 바로 밸런스 연결을 쓸 수 있습니다. 아스텔앤컨 DAP들은 최대한 정확한 인상의 소리를 추구한다고 생각 중입니다. PCM 레코딩 음반의 정밀하고 깨끗하며 샤프하고 건조한 느낌을 DAP가 그대로 재현합니다. 오딘은 SR15의 2.5mm 연결에서 시원하고 굵은 선의 소리를 내며 초저음도 웅장하게 울립니다. 오딘의 소리 속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DAP 매칭으로 보입니다. 듣고 있으면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아스텔앤컨 DAP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짐작을 할 정도로 성향이 잘 맞습니다.



*참고 : 아스텔앤컨 DAP들의 3.5mm 언밸런스 연결 소리는 깔끔한 느낌이 있으나 힘이 약하므로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이어폰에게 맞으며, 대부분의 이어폰은 2.5mm 밸런스 연결로 듣기를 권합니다. 현재 엠파이어 이어스를 포함한 여러 IEM 회사들이 고급 모델에서 2.5mm 커넥터를 기본 채택하고 있어서 저도 업무용으로 SR15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3) 바쿤 CAP-1003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연결)

바쿤 1003 앰프는 어떤 이어폰 헤드폰이든 일관적으로 강한 힘과 촉촉한 느낌을 제공합니다. 한 개의 변환 젠더를 거쳐서 언밸런스 연결로 감상해도 SR15의 밸런스 연결보다 강력한 힘을 내는데요. 빠른 응답 속도와 함께 소리의 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며, 저음 펀치가 단단하고 초저음이 훨씬 웅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헤드폰 앰프 자체의 소리 해상도가 높아서 오딘의 잠재력이 더 많이 발휘됩니다.


*스톰 브레이커의 역할은?


기본 케이블인 스톰 브레이커의 영향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동선은 이어폰의 음색을 바꾸지 않으면서 굵고 뚜렷한 소리 성향을 지녀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에 잘 맞습니다. 오딘은 음악 감상과 소리 분석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튜닝된 이어폰이므로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하이엔드 동선 케이블을 채택한 모양입니다. 스톰 브레이커 케이블을 다른 이어폰에도 연결하여 특징을 찾아보았는데, 음의 반짝임이나 저음의 증폭 효과가 없으며 오로지 소리의 해상도와 자연스러움만 향상되었습니다. 유저가 막선(?)에서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했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원할 만한 효과가 '막힌 소리를 뚫어준다'인데, 하이엔드 동선은 이 기본적 효과를 최대한으로 추구합니다. 또한 스톰 브레이커 케이블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넓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편안하게 듣기보다 짧고 강하게 즐기는 이어폰


산업 기준이 바뀌는 중이라서 이제 어떤 소리가 플랫 사운드인지 잘 모르겠으나, 오딘은 평탄한 성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분명히 균형을 지키는 소리인데 고음, 중음, 저음에 각각 강조된 부분이 있습니다. 플래그쉽 멀티 드라이버 이어폰답게 각 음 영역의 에너지가 강력합니다. 고.중.저음 모두 선이 굵게 들립니다. 저는 균형과 조화가 오딘의 키워드라고 생각하지만, 이 물건은 평소에 편안하게 오래 듣는 용도가 아닙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라면 별도의 오디오룸으로 들어가서 작정하고 음악을 듣고 싶어지는 기분이 있을 터입니다. 오딘은 인이어 모니터 분야에서 그러한 목적의 오디오룸이 될 수 있습니다.


평소 듣는 볼륨보다 더 올려서 '작정하고' 감상할 때 오딘의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높은 볼륨은 청력에 해로울 터이니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듣기를 권합니다) 낮은 볼륨에서는 중음이 살아나는 밸런스형 소리처럼 들리지만, 약간 높은 볼륨부터는 소리가 초고음 - 높은 고음 - 고음 - 낮은 고음 - 높은 중음 - 중음 - 낮은 중음 - 높은 저음 - 저음 - 초저음으로 광대하게 펼쳐지면서 엄청난 양의 소리 정보가 고막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DAP에 바로 끼우고 볼륨을 올려도 이 현상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지만, 적당한 출력의 헤드폰 앰프를 더하면 더욱 극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오딘의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3옴으로 매우 낮으니 대형 헤드폰을 위한 고출력 앰프는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중음이... 넓다?


중음이 귀에 가깝고 굉장히 두텁게 들립니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가 매우 뚜렷하며 힘이 강하고 밀도가 높습니다. 오딘은 중음 영역에만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5개를 사용하니, 그 정도로 중음 재생에 초점을 맞춘 이어폰이라 하겠습니다. 듣다 보면 고음이나 저음보다 중음이 더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솟아오르는 게 아니라 중음의 대역폭이 더 넓어진 듯합니다. 보컬, 현악기 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리며 밀도가 대단히 높다 - 이렇게 말할 수는 있으나 '보컬, 현악기의 영역이 더 넓어졌다'고 하면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_-);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는 낮은 고음과 높은 저음도 많이 포함되는데, 오딘으로 들으면 중음 자체의 영역이 더 넓어지며 뚜렷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정전형 트위터의 고음과 다이내믹 우퍼의 저음이 중음을 조금도 침범하지 않아서 보컬 모니터링에도 매우 좋겠습니다.


*주파수 대역폭 확장으로 모든 것이 넓어진다


제품 사양에도 나와 있지만, 오딘은 주파수 대역폭이 매우 넓은 이어폰입니다. 초고음과 초저음이 크게 확장된 소리인데요. 고해상도 음반을 기준으로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하면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주무르지 않고 오로지 괴물급 대역폭으로만 넓은 수평선 형태의 사운드 이미지를 만듭니다. 또한, 다이내믹 듀얼 우퍼를 사용한 저음 영역에는 위아래의 높이 차이도 있습니다. 저음과 초저음이 이루는 입체 이미지의 중앙에서 광활한 수평선의 고.중음이 펼쳐집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라우드 스피커 같은 현장감도 즐겁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심리적 공간으로, 듀얼 우퍼가 커다란 스피커 같은 효과를 냅니다. 훌륭한 입체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음, 중음, 저음으로 세 개의 영역이 별도의 거리와 깊이를 지닌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공간 전체가 더욱 크며 악기들의 간격도 더 멀게 되어 있습니다. 이어폰에서 자체적으로 소리 구성 요소들의 간격을 넓게 띄워주는 것입니다.



*마력을 낮춰서 완성도를 높인 고음


정전형 트위터를 내장한 이어폰의 소리는 BA 이어폰보다 공기 느낌이 더 강한 편입니다. 극히 얇은 진동판 덕분에 엄청나게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초고음의 정밀도가 크게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오딘도 확실히 다른 기체 느낌의 고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음의 해상도가 굉장히 높은데 음색이 조금도 밝지 않으며 자극도 없군요. 예를 들어서 BA로만 고음을 내는 히어로와 비교해보면, 오딘의 고음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들리며 꾸밈없는 인상을 줍니다. 정전형 드라이버의 에너지 소스인 트랜스포머를 절반으로 줄였는데 고음의 완성도는 더 높아진 것입니다. 이는 자동차의 엔진 마력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운동 성능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도 같습니다. 계속 직진만 할 것이 아니라면 차의 모든 부분에서 균형을 달성해야 합니다. 어떤 트랙에서는 더 빠르게 오랫동안 달려서 레이스에서 승리하려고 마력을 낮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딘도 정전형 드라이버에 들어가는 파워를 조절하여 고음의 피크(Peak)를 제어했고, 인간의 청각에 자연스럽고도 공기 느낌이 있는 고음을 달성했습니다.


*최적의 균형을 위한 리니어 베이스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재생하는 저음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저음과 달리 단단한 고체의 느낌을 냅니다. 오딘의 경우는 높은 저음 쪽이 더 강조되어서 펀치가 강한데, 초저음까지는 평평하게 이어지는 리니어 베이스(Linear Bass)를 들려줍니다. 예전에 사용해본 엠파이어 이어스 X 시리즈 이어폰 4개를 생각해보면, 오딘의 저음은 크게 부풀지 않으며 더 짧고 굵게 울리는 타입이라고 하겠습니다. X 시리즈 브라바도와 직접 비교 청취해봐도 변화가 뚜렷한데요. 여기에서 '균형'에 대해 또 강조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딘과 히어로를 함께 사용하면서 글을 썼는데, 저음의 강도만 보면 우퍼를 한 개 쓴 히어로보다 우퍼를 두 개 쓴 오딘이 더 약합니다. 히어로의 초저음 울림은 머리에 울리는 지진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강력하지만, 오딘의 저음은 높은 저음의 펀치가 짧게 끊어서 치는 단단함을 보이며, 초저음은 깊고 강하게 울리지만 두개골에 지진을 낼 정도로 크지는 않습니다. 둘 다 지진이라고 해도 오딘은 진도 5~6 정도이며 히어로는 진도 8~9라고 하겠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엔드 게임으로서 오딘은 최적의 균형을 달성해야 하므로, 저음의 마력도 알맞게 조절해둔 모양입니다. 오딘의 우퍼가 두 개인 이유는 저음 강도를 두 배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저음의 대역폭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히어로를 감상해보면 상상 초월의 초저음 파워를 W9+ 우퍼 한 개로 달성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엠파이어 이어스 히어로를 귀에 끼우면 초저음의 지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조화'를 위해서 모든 것을 동원했다


매우 정밀한 소리...! 높은 분리도가 오딘을 귀에 끼울 때마다 저를 놀라게 합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매일 들으면 왜 좋은지 잊게 되지만,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하는 순간 '헉!'하고 놀랍니다. 정전형 트위터의 효과도 있지만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쓰면서 음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들인 듯합니다. 저음 펀치가 강한데 저음의 울림이 별도의 영역에 있고 나머지 모든 음들이 완전히 분리되는 느낌입니다. 저음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저음의 에너지가 다른 음역에 섞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홈시어터나 오디오 시스템에서 대리석, 스파이크, 룸 튜닝 재료 등의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스피커의 저음 부밍을 완전히 잡아냈을 때의 쾌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전형 트위터의 고음도 그 색채, 질감, 속도 등에서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가 만드는 중음과 겉돌지 않는 친숙함이 있습니다. 수많은 드라이버를 한 개의 이어폰에 담으면서 소리의 온갖 특성을 업그레이드 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들어간 수많은 '균형 맞추기 작업'이 최종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조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딘은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원래 특성 그대로 전달하되 더 강력하고 명확하게 들려주는 '하이엔드 올라운더 이어폰'이 될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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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음악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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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긴할 것 같은데....가격이...ㅎㄷㄷ 사악합니다...

06:07
20.08.13.
이쁘네요. 루릭님이 리뷰하신것을 보니 구지 가격을 찾지는 않겠습니다. ㅎㅎ
08:55
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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