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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AAW New A3H+, 처음 듣는 밴드의 힘찬 소리 같은 하이브리드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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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재즈 밴드가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넓은 실내에서 베이스 드럼이 쿵쿵거리며 심벌즈가 촹~하고 터지는 소리다. 부드러운 플룻 소리와 피아노 음도 조금씩 들린다. 유명 밴드의 재즈 콘서트를 관람하려면 비싼 돈을 내고 예약해서 멀리 가야 하는데, 우리 동네에서 이런 연주가 들려오니 그들의 실력이야 어찌됐든 일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몰랐는데 재즈 카페가 새로 오픈한 것이었다. 손님 수십 명 정도가 앉을 만한 의자와 테이블 앞에 작은 무대를 두고 5인조 혼성 재즈 밴드가 리허설 중이다. 나는 재즈 연주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딱히 없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무명이거나 이제 음반 한 두 개 정도 내면서 어렵게 시작하는 단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는 왠지 힘차다. 특히 드러머의 저음 에너지와 하이햇 소리가 마음에 든다. 아직 모두 비어 있는 자리의 가운데에 앉아서, 없는 돈에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하고 듣기 시작한다. 뭔가 색다르거나 특별한 실력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지금 이 공간이 좋고 이 분위기가 좋으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그들의 소리가 좋다. 완전히 정돈된 스튜디오도 아니고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춘 정식 무대도 아니다. 그저 거친 듯하면서도 선이 굵고 힘찬 드럼 연주와 다른 주자들의 뚜렷한 존재감이 나의 감상을 살아나게 한다.



이어폰 리뷰의 도입부인데 웬 소설인가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글로 소리에 대한 묘사를 해서 이어폰 헤드폰의 사전 청취가 어려운 분들이 소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문득 제품의 소리를 들을 때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들을 경우 스토리가 묘사하는 장면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곤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음악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데요. 음향 기기의 소리에서도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음향 기기의 변경은 원래 듣던 음악을 새롭게 바꾸는 경험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AAW New A3H+라는 이어폰은 저에게 동네의 새로운 재즈 카페에서 힘찬 연주를 하는 신규 밴드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New A3H+의 소리는 높은 해상도와 정밀한 조율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과 울림을 지니고 있으며 굵고 힘찬 선으로 에너지를 증폭한다는 뜻입니다.


소설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본다면, AAW A3H+는 2 BA + 1 DD 구성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며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로 많은 유저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A3H+는 AAW의 하이엔드 이어폰 할시온(Halcyon)과 함께 출시됐는데요. 이어폰도 고급으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소리 특징을 지우면서 음반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소리 특징을 분명하게 지닌 입문형 또는 중급형 모델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잘 세팅된 무대에서 수준 높은 밴드의 음악을 비싼 티겟으로 듣는 것보다, 동네에 새로 생긴 재즈 카페에서 칵테일 한 잔 값으로 무명 밴드의 생기 있는 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할시온과 New A3H+의 성격 차이가 그런 식입니다.




선물 같은 케이스, 올블랙 대리석 패턴 디자인


AAW는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의 제작을 토대로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 제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커스텀 이어폰을 유니버설 핏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사람 귀 모양에 가까운 아크릴 쉘과 전용 페이스 플레이트를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니버설 핏 이어폰은 수제작 공정의 비중이 높아서 제품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되는데 AAW는 엔트리 모델의 가격을 다른 회사들보다 더욱 낮게 책정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A3H+도 유니버설 제품의 소리가 마음에 든다면 3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커스텀 핏(Custom Fit)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 패키지를 보면 엔트리 모델이라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박스를 열면 그 자체가 패키지를 겸하는 하드 케이스가 나옵니다. 멋진 파랑색의 가죽 지퍼 케이스인데요. 내부에는 케이블이 분리된 이어폰 본체 한 쌍과 수많은 구성품이 있습니다. 회색과 검은색의 실리콘 이어팁 6쌍, 6.3mm 변환잭, 항공기 어댑터가 보이며, 케이스 내부의 폼을 치우면 스웨이드 감촉의 안감이 있습니다. 이어폰 하나만 담기에는 너무 크고 고급스러운 케이스 같기도 하지만 유저로서는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 될 것입니다.



New A3H+의 디자인은 AAW의 다른 이어폰들과도 구별되는 특이함이 있습니다. 올블랙 컬러로 눈에 띄지 않는 편이지만 페이스 플레이트(외부 데코레이션~) 디자인이 색다릅니다. 귀 안쪽의 형태에 맞춰진 역삼각형 모양인데 마치 대리석 같은 패턴이 있으며 은빛의 테두리로 장식됩니다. 멀리 보면 그냥 검은색 이어폰인데 가까이 보면 뭔가 세련된 인상이 있습니다. 더 가까이 두고 빛에 비춰보면 대리석 패턴이 보여서 '오오...'하는 것입니다.



얇고 매끈한 아크릴 쉘(노즐이 포함된 안쪽 부분)의 형태는 많은 사람들의 귀 모양에 맞춰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2개와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의 트리플 드라이버 이어폰이지만 크기가 작아서 간편히 착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즐이 약간 긴 편이라서 이어폰 쉘의 모양이 귀와 맞지 않더라도 단단히 끼워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소음 차단 효과도 무척 좋습니다.



A3H+는 3-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고음 드라이버는 NOVA라는 BA 유닛입니다. NOVA는 Nozzle-less Open Vented Armature의 약자로,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중에서 노즐을 쓰지 않고 진동판 앞을 개방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A3H+는 이것을 노즐 속에 넣어서 더욱 직접적인 고음 재생을 하게 됩니다.



기본 포함되는 케이블도 올블랙 컬러이며 2핀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다른 이어폰들의 기본 케이블보다도 피복이 튼튼하고 굵은 느낌이 있으며, 2핀 커넥터 플러그를 금속 소재로 하고 손가락 끝으로 단단히 잡을 수 있도록 요철을 넣어두었습니다.




SOUND



New A3H+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10 ~ 40,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05dB, 임피던스는 12옴이라고 AAW 웹사이트에 나와 있습니다. NOVA 드라이버 때문인지 고음 대역폭이 더 넓으며 감도 역시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여러 기기와 연결해보면,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쓰는 다른 AAW 이어폰들처럼 A3H+도 앰프를 더하면 소리 선이 훨씬 굵어지며 저음 파워가 살아납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휴대용 헤드폰 앰프나 스마트폰에 바로 연결하는 소형 USB DAC 앰프로도 충분하겠습니다. A3H+는 여러 스마트폰이나 DAP 헤드폰잭 연결에서도 상당히 균일한 소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좋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이 감상문은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그에 연결된 바쿤 CAP-1003을 중심으로 해서 작성했습니다.



*음악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첫 인상


이 제품을 청음 매장에서 발견한 후, 혹시 조용한 음악으로 첫 감상을 한다면 무척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받기 쉽겠습니다. 귓구멍 속에서 '쿵~'하고 울리는 저음 울림이 심상치 않지만 어쨌든 뭔가 자극이 있거나 샤프한 느낌은 아닙니다. 하지만 빠른 템포의 저음 악기 연주와 다른 고.중음의 타악기 연주가 들어간 음악이라면 A3H+의 소리가 상당히 굵으며 힘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도 A3H+가 라이브 느낌이 난다는 식으로 묘사했는데, 그만큼 타악기 연주와 저음 비중이 높은 음악에서 즐거움이 살아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고요한 분위기의 음악이라면 A3H+는 한없이 편안한 이어폰이 될 수도 있습니다.


A3H+는 소리 해상도가 높은 고성능 인이어 모니터이지만, 인이어 모니터 제조사 기준에서는 입문용 모델이 됩니다. 그래서 비싼 이어폰을 많이 써본 유저에게는 새로운 소리의 취미용이 되겠고, 여태껏 10만원 넘는 이어폰에는 접근해본 적이 없다면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이어폰'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어폰을 너무나도 많이 써본 리뷰어의 입장이므로 A3H+를 초심자용 이어폰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심자용 이어폰으로는 이 물건의 소리가 너무(?)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명 재즈 밴드라고 해도,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입니다.



*낮은 영역에 더 집중된 고음


이 제품의 사운드 튜닝은 각자 다른 드라이버의 조합을 통해서 청취자에게 더 즐겁고도 자극이 적은 소리를 만들도록 기획된 듯합니다. 먼저, 고음 영역은 초고음의 존재가 분명히 있으나 선이 가늘고 약한 편입니다. 그보다는 낮은 고음 또는 높은 중음이 무척 굵고 시원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10kHz 이상의 영역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데, 이 점에서는 상급 모델보다 덜 선명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드럼에 비유한다면 New A3H+의 고음은 하이햇 심벌즈보다는 스네어 금속음이 더 강조되는 성향입니다. 그러나 금속음이 강조되거나 자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낮은 고음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낮춰두기도 했습니다. 즉, 금속 소리가 들어간 음악에서는 밝은 음색이 약하게 배어나올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약간 어둡고 포근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제품 패키지에는 없지만 노즐 직경이 큰 컴플라이 폼팁을 별도 구입해서 끼운다면 완전 포근한 소리의 이어폰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쾅쾅 쿠웅쿠웅하는 고체 같은 저음


이 제품의 소리를 듣노라면 드러머가 어제 밤에 아주 잘 잤고 오늘 아침에 밥도 든든히 먹고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정도로 드럼의 낮은 중음과 저음이 든든해진다는 뜻입니다. A3H+는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이 많이 강조되어 있으며 저음의 펀치가 강하게 나옵니다. 깔끔하게 끊어서 치는 저음이 아니라 둔탁하고 무거운 느낌의 펀치인데 클럽의 대형 스피커 같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들으면 '탁탁 쿵쿵'이 아니라 '쾅쾅 쿠웅쿠웅'하고 저음이 고막을 강하게 누르는 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줍니다. 힙합을 즐겨 듣는 유저에게는 A3H+의 저음이 딱 적당하게 단단하고 깊은 정도로 느껴질 듯합니다.


초저음도 상당히 강조된 편입니다. 단, 하이엔드 이어폰에서 감지되는 별도의 서브 우퍼 같은 배경 역할의 초저음은 아닙니다. A3H+의 초저음은 높은 저음과 함께 한 덩어리로 크게 울리는 형태를 보입니다. 여러 겹의 레이어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고체 같은 저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음 악기들이 쿵쿵거리기 시작하면 귀 아래쪽으로 초저음이 깔리는 대신 머리 좌우에서 커다란 진동의 저음 구체가 형성됩니다. 이 느낌은 대형 진동판을 울리는 헤드폰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어폰으로 헤드폰 느낌을 내고 싶다면 A3H+가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낮은 음이 능숙한 가수에게 잘 맞는다


제가 이 제품의 소리를 즐겁게 들었던 이유는 고유의 소리 특징이 있어서입니다. 늘 듣던 음악도 새 이어폰을 거치면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마련인데, New A3H+는 이 점에서 확실한 새로움이 있습니다. 드러머에게 힘을 실어주는 저음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성에서도 뭔가 새로운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A3H+는 '낮은 음이 능숙한 가수'에게 잘 어울리는 이어폰입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목소리를 굵고 낮게 깔아서 낼 수 있다면 A3H+가 아주 든든하게 강조해줄 것입니다. 이는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보컬 중심의 곡에서 큰 장점이 되는데요. 저는 리듬 앤 블루스(R&B), 발라드 장르를 적극 권장하겠습니다.



*부드럽고 느릿하게 풀어진 듯한데 난데없이 고성능


소리의 잔향이 있습니다. 제품 사양표에서 THD가 0.5%로 인이어 모니터치고는 높은 편인데 실제 감상에서도 고.중.저음 모두에서 울림의 잔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핀 포인트로 정밀하게 나는 소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느릿하게 풀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사운드 이미지가 흐려질 정도는 아닙니다. 조금 더 아날로그 사운드에 가깝게 자연스럽고 편한 인상을 주는 잔향입니다. 이런 바탕 속에서 중.저음의 선이 굉장히 굵고 힘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아날로그 오디오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LP 음반을 재생하는 레코드 플레이어와 진공관 앰프로 내는 소리 말입니다.


이렇게 잔향이 있다고 했으나, A3H+는 재생기와 앰프 쪽의 영향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빠른 응답의 DAC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면 음악 감상용 이어폰에서 갑자기 고성능 인이어 모니터로 변신해버립니다. 두 대의 작은 헤드폰 앰프를 본다면, 저의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이어폰 헤드폰에서 바쿤 CAP-1003이 더 좋은 결과를 내지만, A3H+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서 쾌속 펀치의 저음을 들려주었습니다. M900에 연결하면 음색이 건조해지는데 CAP-1003보다 깨끗하고 정밀한 느낌도 받습니다. 즉, 프로 오디오 대상의 기기에서도 A3H+를 만족스럽게 쓸 수 있겠습니다.



*각자의 특색을 지니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재미


New A3H+의 사운드 튜닝은 고.중.저음의 균형이나 소리의 정밀도를 따지는 성향과는 반대가 됩니다. 저음이 크게 강조되어 있으며, 중음도 솟아 올라있고, 고음은 낮은 영역을 중심으로 주물러놓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굴곡이 많은 주파수 응답 형태가 나올 듯합니다. 다수의 드라이버가 하나로 조화되는 느낌과도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음, 중음, 저음이 각자의 특색을 지니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위성 스피커로 다채널 사운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스테레오 음악을 듣는 셈입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 이어폰의 멀티 드라이버 구성에서 발생하는 타이밍 오차가 꼭 단점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A3H+는 이어폰 하나로 스피커의 홈 오디오 같은 즐거움을 내려는 AAW의 시도가 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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