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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캘릭스 H, 작은 우드 헤드폰의 소리에서 천연 가죽의 파티나를 본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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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에 관심이 많으며 오랫동안 헤드폰 지름을 반복해왔다면 이 헤드폰의 외양이 익숙하실 겁니다. 하지만 우드 이어컵에 각인된 로고는 다른 회사의 것입니다. 사용하기에 편리하지는 않으나 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계속 쓰게 되는 DAP가 있는데요. 저도 구입해서 몇 년째 사용 중인 '캘릭스 M'이라는 물건입니다. 캘릭스 M의 후속작 소식은 사실상 없어졌지만, 그 대신 캘릭스 브랜드를 붙인 헤드폰이 새로 나왔습니다. 바로 '캘릭스 H (Calyx H)'입니다.



디지털앤아날로그에 연락을 해보니 씽크사운드(Thinksound)의 애런 포니어(Aaron Fournier)씨가 2019년 말에 회사를 정리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씽크사운드는 새로운 제품의 프리 오더를 열면서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디지털앤아날로그는 애런 포니어씨와 협의하여 우드 헤드폰 ON2의 모든 설계 자산을 인수했습니다. 그 후 ON2는 몇 가지 요소의 업그레이드를 거쳤고 오랜 시간을 들인 끝에 2020년 11월, 한국의 제품으로 출시됩니다. 저도 그랬고, 캘릭스 M을 사용 중인 다른 분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씽크사운드 ON2가 이름만 바뀌어서 팔리는 것인가'하고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짐작은 완전히 빗나가고 맙니다. 캘릭스 H 헤드폰을 사용해보면서 저는 깊이 숙성된 소리의 완성도에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 감상문을 아주 만족스럽고 자신감에 넘치는 기분으로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작게 접어서 보관하는 목재 하우징의 온이어 헤드폰


캘릭스 H의 박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박스 안에는 헤드폰 본체와 얇은 파우치, 3.5mm to 6.3mm 변환 젠더, 3.5mm 기본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우드 하우징의 작은 온이어(On-ear) 헤드폰으로, 오른쪽 채널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폴딩 디자인이라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작게 접어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캘릭스 H는 ON2에서 세 가지 업그레이드를 거친 제품이라고 합니다.


1) 드라이버 튜닝


2) 우드 하우징 업그레이드


3) 케이블 업그레이드


...인데요. 서두에서 말했듯이 소리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드라이버 튜닝에서는 캘릭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운드 시그니처를 만들었고, 우드 하우징은 아마도 더욱 단단하고 밀도 높은 목재로 바꾼 듯합니다. 거기에 자연스러운 소리 성향의 순수 동선 케이블을 더하여 근래에 보기 드문 깨끗하면서도 따뜻하고 웅장하며 선명한 음의 헤드폰이 탄생했습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캘릭스 H의 소리에는 수많은 긍정적 속성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식어가 여러 종류로 짬뽕이 되니 양해를 바랍니다)



캘릭스 H는 목재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서 무척 가볍습니다. 케이블 제외 189g이라고 하는데요. 이어컵을 눕혀서 안쪽으로 접는 구조라서 부피를 줄일 수 있지만 폴딩 힌지에 스프링을 넣지는 않아서 제대로 들고 있지 않으면 그냥 풀립니다. 헤드밴드의 장력이 약해서 귀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으니 착용이 편하지만, 헤드폰을 쓴 상태에서 머리를 움직이면 흘러내리기 쉬운 편입니다. 즉, 천천히 걸어 다니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사용하는 헤드폰 되겠습니다. 집, 사무실, 카페 등의 실내에서 감상하기에 어울립니다. 소리 성향도 원음에 가까운 오디오 애호가 쪽이라서 차분한 감상 스타일에 적합하겠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고급형 아웃도어 헤드폰들을 보면 다들 인체 공학에 맞춰서 마치 우주선 같은 곡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승용차들의 디자인도 그런 인상이 있지요. 저의 경우는 80~90년대 자동차들의 원형 헤드램프와 각진 루프 라인 같은 것들이 몹시 그립습니다. 캘릭스 H의 디자인은 간단한 구조의 목재 헤드폰이라고 해도 되겠으나, 저의 시선에서는 옛날 자동차나 빈티지 오디오를 향한 그리움이 충족되는 모습입니다. 사실 제품 외형보다는 소리가 좋아서 선택하는 헤드폰이 될 듯한데 나무의 색깔과 감촉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시각적 만족도 줄 것입니다.



캘릭스 H는 나무 한 덩이를 깎아서 만든 완전 밀폐형의 하우징을 사용합니다. (베이스 포트가 없음) 그래서 헤드폰을 착용하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으며, 실내에서는 제법 소음이 차단되어서 사용이 편합니다. 잘 닦아놓은 나무 표면으로 광택이 흐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무광택의 짙은 갈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안에 40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합니다.



이어패드와 케이블의 지속적 지원



이 제품에 포함되는 기본 케이블은 조금 넉넉한 1.4m 길이이며 3.5mm 커넥터를 양쪽에 지닌 스테레오 케이블입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별도 판매도 할 예정이라는데요. '헬릭스(Helyx)'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제가 놀랐던 점은, 10만원대의 ADL iHP-35 케이블과 비교 청취를 해봐도 헬릭스의 소리가 동급 이상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저렴한 케이블의 경우 소리의 해상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오는데, 헬릭스 케이블은 소리 해상도가 높으며 음색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말도 안 되게 비싼 값으로 팔리는 하이엔드 동선 케이블의 소리를 떠올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도 헬릭스 케이블을 하나 사두려고 합니다. 헤드파이 기기들의 인터커넥터 케이블로 쓰려고요. (예: DAP의 헤드폰잭을 라인아웃으로 하고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와 연결)



캘릭스 H는 앞으로도 디지털앤아날로그의 주력 상품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가격대를 낮췄을 뿐만 아니라 이 헤드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보증 기간을 '2년'으로 잡았으며 이어패드와 케이블을 계속 판매하겠답니다. 멀쩡한 헤드폰인데 이어패드가 부스러져서 버려야 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겁니다. (가죽이든 폼이든 사람의 기름진 피부에 계속 접촉하면 결국 검은색 가루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캘릭스 H는 이어패드를 바로 구입할 수 있으니... 이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헤드폰 신품을 살 때 예비용의 이어패드 한 쌍과 케이블을 함께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SOUND



*새것 시절부터 에이징 완료된 소리


캘릭스 H의 박스에 Hi-Res 인증 마크는 없지만, 이 물건이 초고음과 초저음 재생을 넓게 해주는 고해상도 헤드폰임을 확신합니다. 일단 제품 사양표에서는 주파수 응답 범위가 20~22,000Hz로 나와 있는데 저의 느낌에서는 5~40,000Hz 정도로 표기해도 될 듯합니다. 처음부터 굉장히 맑은 소리에 감탄했습니다. 박스 포장이 열려 있어서 혹시 며칠 정도 번인을 하고 보냈느냐고 물어봤더니, 세관 통과에서 개봉되었으며 완전 새 제품이라고 합니다. 놀랐습니다. 캘릭스 H 신품의 소리를 처음 들으면서 대단히 매끄러운 질감과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헤드폰은 에이징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음악을 계속 틀어두는 번인(Burn-in)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새것 시절부터...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거의 완전하게 자유로운 기기 매칭


스마트폰의 헤드폰잭부터 대형 헤드폰 앰프의 연결까지 매칭이 대단히 자유로운 헤드폰입니다. 매우 높은 소리 해상도를 지녀서 소스의 품질이 다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청각 자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파수 응답 형태를 섬세하게 조절해놓은 덕분입니다. 예를 들면 LG V20와 삼성 갤럭시 A9은 둘 다 3.5mm 헤드폰잭이 있으나, V20의 소리가 더 높은 해상도와 고운 질감을 내며 갤럭시 A9은 중.저음이 두터운 반면 고음 해상도가 낮습니다. 캘릭스 H로 두 스마트폰을 비교 청취해보면 각각의 소리 특징을 감지할 수 있지만, 갤럭시 A9에서도 '흠, 고음이 더 편안하군?'하면서 그냥 감상할 수 있습니다. '켁, 고음이 거칠어서 못 듣겠다!'하며 불쾌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캘릭스 H는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50옴으로 조금 높은 편이며 드라이버 감도가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아서, 대형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도 출력 과다 또는 배경 노이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출력에서도 볼륨을 80까지 올리니 건조하면서도 단단하고 명확한 성향의 아스텔앤컨 소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캘릭스 M의 헤드폰잭 연결과 바쿤 CAP-1003에서는 밀도가 높으면서도 촉촉하고 진한 느낌의 소리가 놀라운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플레이스테이션 4로 게임을 하면서 컨트롤러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들어도 웅장한 저음과 선명한 고.중음으로 게임 플레이가 더욱 즐거워집니다. 구글 플레이로 영화를 볼 때 크리에이티브 사운드블라스터X G6에 연결해서 가상 서라운드 효과를 감상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헤드폰의 원료가 된 씽크사운드 ON2가 어떤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이버의 세밀한 튜닝', '이어컵 목재와 케이블의 업그레이드'가 디지털앤아날로그에서 추구하는 소리를 만들어낸 모양입니다. 저는 오래 전에 씽크사운드 ON1을 리뷰한 적이 있는데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으로서 상당히 쎈(?)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캘릭스 H는 지극히 부드럽고 편안하며 자연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이 점에서는 고해상도 DAP인 캘릭스 M과 공통 분모를 지닙니다. 캘릭스 H는 실제로 캘릭스 M과의 조합이 대단히 좋은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소리 선이 훨씬 굵어지며 특히 초저음의 깊은 울림이 크게 살아납니다. 이 헤드폰은 소스를 가리지 않아서 어떤 기기에든 연결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굵고 진한 소리를 지닌 DAP 또는 클래스 A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음악 감상이 더 즐거워질 것입니다. 혹시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 중에 '우리는 진공관 앰프 소리를 지향합니다'라고 상세 페이지에서 말하는 제품이 있다면 딱 좋습니다.



*오래 음미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


이 헤드폰의 특기는 '자연스러움'입니다.


'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는 무색무취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원화끈한 소리가 아니라 '청각에 천연수처럼 스며드는 맑은 소리'입니다.


분명히 '모니터 헤드폰'이라고 박스에 적혀 있지만 음악 속 소리를 뚜렷하게 듣기 위해서 강한 힘이나 건조한 느낌을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소리가 그저 자연스러워서 음악 제작 과정도 훨씬 쉬워질 듯합니다. 무척 선명한데 청각이 편안해서 5~6시간씩 헤드폰을 쓰고 소리를 들어도 귀가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짧고 굵게 짜릿한 경험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 편안하고 길~게 음미하는 용도의 헤드폰입니다. 그러나 소리만 들으면 졸음이 오는 그런 헤드폰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움, 맑음, 포근함, 웅장함 등의 여러 요소가 종합된 레퍼런스 사운드의 헤드폰에 가깝습니다. 굳이 억지로 요약을 한다면... '따뜻한 소리의 레퍼런스 헤드폰'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제가 생각하기에, 음악 감상용 헤드폰의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소리 성향은 점점 특징이 없고 투명하며 자연스러운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향에서도 뚜렷한 분파(分派)들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정전형 헤드폰이나 평판형 자석 헤드폰의 소리는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단단하면서도 표면이 깨끗합니다. 굉장히 정밀하고 평평하지만 잘 연마되어서 손으로 만지면 미끄러질 것 같습니다. 한 편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 중 고급형들은 오랫동안 사용하여 내 몸에 딱 맞는 천연 가죽 소품과도 같습니다. 소리의 밀도가 높고 매끈하지만 어느 정도 탄력이 있으며 표면에는 보기 좋은 파티나(Patina)가 생겨서 점점 멋지게 됩니다. 소리의 정확도에서는 진동판이 훨씬 얇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정전형과 평판형이 앞서지만 여전히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각광 받는 이유입니다. 캘릭스 H의 소리가 이러한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의 고급형들이 지니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헤드폰의 가격은 20만원대에 불과합니다.


*라이브 공연의 현장 울림을 지닌 저음


저음 울림이 유난히 좋습니다. 드럼 세트 중에서 탐탐보다 베이스 드럼에 큰 힘이 실리는 저음인데요. 라우드 스피커로 감상할 때 초저음이 바닥에 울리는 느낌을 이 작은 헤드폰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초저음의 울림이 투명합니다. 돌처럼 단단한 저음을 추구하는 사람이 듣는다면 캘릭스 H의 저음에서는 포근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저의 기준에서는 초저음의 진동까지 투명한 느낌입니다. 재즈 감상에서 더블 베이스의 현 울림이 매우 크게 터지는데 고음과 중음이 여전히 깨끗하게 들립니다. 클래식 악곡을 연주하는 콘서트홀이나 재즈 밴드의 라이브 무대에서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저음이 아주 크게 울리는데요... 그런 울림을 제 머리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이 가늘고 화려한데 음색이 없는 고음


청각 자극을 피하기 위해서 높은 중음(낮은 고음)을 줄인 듯합니다. (*이것이 씽크사운드 시절과 매우 다른 점입니다!) 여성 보컬의 치찰음이나 스네어 드럼의 쇳소리에 해당하는 영역을 낮춘 것입니다. 이는 근래의 수많은 이어폰 헤드폰들이 선택하는 사운드 튜닝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7~10kHz 영역과 그 이상의 초고음은 적당히 골라서 강조해두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소리의 해상도 향상에 유리하며 청취자가 심리적으로 고음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캘릭스 H의 고음은 선이 가늘며 가볍고도 정확하게 움직이는 민첩함과 화려함을 보입니다. 연결하는 기기에 따라서 살짝 밝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는데요. 여러 기기들과 연결해서 감상한 느낌의 평균(?)을 내어보니, 가녀리고 화려한 인상과 무음색이 공존하는 고음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드럼에서 하이햇이 유난히 섬세하고 맑게 들리며 여성 보컬이 더 예쁘게 들리는 고음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클라리넷, 오보에 등의 관악기 음이 살짝 화사해지고, 바이올린이 높은 음을 낼 때에는 화창한 봄 날씨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소리의 분리도 대신 만족스러운 밀도와 질감의 중음을!


캘릭스 H의 소리가 하도 좋아서 칭찬만 늘어놓고 있지만, 한 개의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헤드폰들은 공통적인 호불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음악을 들으면 여러 악기의 소리가 한 덩어리로 되어서 들려오지만 트랜스듀서를 귀에 대고 듣는 헤드폰에서는 악기들의 소리가 분리되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멀티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쓰는 고급형 인이어 모니터들은 음악 속의 수많은 요소를 촘촘히 나눠서 듣는 경험을 줍니다. 그러나 이어폰 헤드폰에서 싱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소리 분리도는 경험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는 듣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고.중.저음이 한 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이 되거나 고.중.저음이 분리되지 않는 불만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느낌에서는 캘릭스 H의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소리가 자연스러움의 만족감을 주며 그만큼 중음의 충실도가 높아서 좋습니다. 이 제품의 보컬과 현악기 음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접할 수 있는 특유의 고밀도와 고탄성을 지녔으며 질감이 무척 매끄럽습니다. 여기에서도 새로운 목재의 하우징을 언급해야겠습니다. 예전에 다른 헤드폰을 리뷰하면서 메모해둔 내용입니다. 목재의 밀도가 높을수록 댐핑 팩터가 낮아지고, 공명 계수는 높아지며, 나무 속의 음파 진폭은 길어집니다. 목재의 다양한 물리적 특성은 소리 중에서 원하는 영역에 특징을 넣게 해주는데, 높은 저음에 강조를 넣거나 목소리의 고음에 자연스러운 배음을 넣으며, 콘서트 홀의 울림을 보다 분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캘릭스 H에 사용된 목재는 저음의 울림을 분명하게 만들며 중음의 감촉을 더욱 풍성하게 증폭시켜주는 듯합니다. 캘릭스 H의 중음은 귀에 가까우며 부드러운 온기와 두툼한 선으로 고막을 다독여줍니다.



*소리 공간의 넓은 확장


작은 이어컵의 밀폐형 헤드폰인데 이어컵 내부에서 울리는 초저음의 크기는 그야말로 거대합니다. 이 초저음의 넓이 하나로 음악의 공간 확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웅장함이 중요한 음악에서 심리적으로 콘서트홀에 육박하는 크기의 오디오룸을 만들어냅니다. 제 눈에는 주파수 응답의 조정으로 인한 심리적 공간의 확장도 있고, 우드 이어컵의 새로운 목재가 더 깊은 울림을 만드는 물리적 공간 효과도 보입니다. 캘릭스 H의 소리 공간감이 넓고 깊은 또 하나의 이유로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음 영역 배치'를 들 수 있습니다. 초저음 > 저음 > 낮은 중음 > 중음 > 높은 중음 > 낮은 고음 > 고음 > 초고음의 순서로 음의 크기를 맞춰 놓았습니다. 초저음이 가장 크게 형성되어 바닥을 든든히 받쳐주며 그 위로 각 음 영역이 정확한 비중을 지니면서 밀도 높은 레이어(Layer)를 만듭니다. 대형 헤드폰에서도 이처럼 깨끗한 피라미드 모양의 소리를 만들기는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 여러 번 언급하는 사항이지만, 이러한 소리 형상은 라우드 스피커와도 많이 닮게 됩니다. 캘릭스 H는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안쪽이 아닌 머리 옆과 둘레로 넓게 펼쳐져서 작은 룸에서 스테레오 스피커를 듣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안정적인 고해상도 사운드를 달성하다


무(無)에서 창조된 헤드폰은 아니지만, 디지털앤아날로그의 사운드 센스와 튜닝 솜씨는 역시 놀라운 수준입니다. 성공한 제품도 있고 아예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제품도 있었지만 캘릭스 H라는 헤드폰 제품에서 드디어 안정적인 고해상도 사운드를 달성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캘릭스 M을 쓰면서 소리에 매우 만족하지만 계속 배터리 충전을 챙기고 몇 가지 불편한 점을 꾹 참아야 하는데 아날로그 헤드폰인 캘릭스 H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이 회사에서 하이엔드 이어폰을 내놓는다면 그 또한 굉장한 물건이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 같은 컨셉과 가격대의 소형 USB DAC 헤드폰 앰프도 개발 대상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



*이 리뷰는 디지털앤아날로그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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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프레스좋아함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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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앤아날로그가 헤드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인가요? ㅎㅎ 

06:00
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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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이어 말고 오버이어는 없으려나요?
온이어는 오래 착용하기 힘들어서~
18:16
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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