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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T+A 솔리테어 P SE, 안 들리던 소리가 들려온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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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오디오 메이커 T+A (Theory + Application)에서 가격 부담을 낮춘 라이트급 헤드폰, '솔리테어 P SE'를 출시했습니다.



그렇게 부담을 낮춰도... 가격이 조금도 라이트하지 않습니다. ( -_-)...


혹시 예전에 T+A의 하이엔드 헤드폰 '솔리테어 P (Solitaire P)'와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HA200'을 보신 적이 없다면 간단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T+A는 소스 기기와 스피커를 모두 개발하며, 수천만원대의 헤비(...) 모델과 수백만원대의 라이트(.....) 모델을 함께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헤드폰 분야에서도 끝판을 찍어보겠다는 것인지 끝판급 가격의 헤드폰 시스템을 출시했고, 그것들을 실제로 사용해본 저는 품질과 소리가 경이로울 정도로 뛰어남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솔리테어 P와 HA200을 세트로 장만하려면 할인을 받아도 2,00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2억원대 하이파이 오디오의 소리를 헤드폰에서 듣겠다는 생각으로 지르는 가격이 되겠습니다. 중장년층 헤드폰 애호가 그룹에서도 접근이 어려운 가격이므로, T+A는 헤드폰 솔리테어 P의 테크놀러지를 응용하여 솔리테어 P SE를 만들었습니다. 값이 절반 정도라서 이제서야 접근해볼 만한 위치까지 온 셈입니다.



솔리테어 P와 마찬가지로 솔리테어 P SE도 제가 듣기에 엄청난 소리(과장이 아님)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입니다. 그러나 어떤 장점을 서술하든 간에 모두 '솔리테어 P보다는 덜하다'는 평가가 나올 것입니다. 이 헤드폰의 태생이 그런 것이니까요. (-_-)a 헤드폰 애호가의 기준에서는 진짜로 사서 써볼 만한 양산형(?) 솔리테어 P라고 하겠습니다. 너무 빨라서 서킷 밖에서는 최고속을 낼 일이 없는 레이스카의 기술을 사용해서, 아우토반에서 최고속 찍는 용도의 양산형 차를 만든 것과도 같습니다. 레이스카를 타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레이스카의 스트리트 버전은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시승해보거나 소유할 수도 있습니다.



심플하게 헤드폰 오디오의 끝을 보겠다면 솔리테어 P와 HA200의 'T+A 세트'를 목표로 두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솔리테어 P SE'는 T+A 세트까지 갈 수 없거나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매니아가 최강급 헤드폰 한 대를 사고 싶을 때 고르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이를테면 오디지 LCD-4, 파이널 D8000, 메제 엠피리언 등의 헤드폰들이 솔리테어 P SE의 경쟁 상대입니다. 그러나... 이 경쟁에서 T+A가 지니는 특권이 있습니다. 솔리테어 P SE의 근본이 솔리테어 P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수백만원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도 각각 굉장한 강점이 있지만, 제가 듣기에 솔리테어 P는 다른 차원의 소리에 도달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솔리테어 P SE도 유사한 수준에 도달합니다. 400~500만원대 헤드폰에서도 각자의 소리 취향에 따라 선택이 이뤄지는데, 만약 '소리의 투명도'만 기준으로 하겠다면 솔리테어 P SE가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Q : 솔리테어 P의 라이트 버전이 나왔다는데 괜찮을까?


A : 솔리테어 P SE는 여러 회사의 재생기와 헤드폰 앰프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범용적 솔리테어 P'라고 할 수 있다. 솔리테어 P보다 덜하지만, 솔리테어 P에 육박하는 소리를 반값으로, 더 넓은 범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동일한 설계와 구조, 더 가벼운 무게의 소재




오랜만에 단골 카페로 나가서 제품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솔리테어 P SE의 박스는 촬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 솔리테어 P와 동일한 대형 박스로 배송되는데요. 헤드폰을 주문했더니 웬 프리 앰프가 배송됐나 생각할 정도로 큰 박스가 이중 포장된 구조입니다. 그래도 이 박스가 헤드폰을 소장할 때에는 훌륭한 수납 공간이 됩니다. 박스 안에는 솔리테어 P SE 본체가 누워 있고 양 옆으로 3미터 길이의 6.3mm 언밸런스 케이블과 4.4mm 밸런스 케이블이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4핀 XLR 커넥터의 밸런스 케이블도 있는데 별매품이니 필요한 분만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헤드폰 이어컵 쪽의 커넥터는 솔리테어 P의 경우 사실상 전용 규격이지만 솔리테어 P SE는 일반적인 3.5mm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4핀 XLR 밸런스 케이블은 별매품입니다."


솔리테어 P SE의 외관은 P와 동일하며 블랙 색상입니다. 이렇게 보면 P의 블랙 버전 같지만 P SE는 소재가 다릅니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는 인조 가죽과 벨루어 소재를 조합하여 제작됐으며, 이어컵(하우징)과 헤드밴드 요크는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솔리테어 P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솔리테어 P SE는 플라스틱 파트가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T+A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에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어컵의 플라스틱은 댐핑 특성이 좋은 소재라서 공진 제어 역할을 하며, 헤드밴드 요크의 플라스틱은 강성이 높은 소재라서 쉽게 파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금속 그릴로 덮인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입니다. 이어컵의 외부 영역은 솔리테어 P와 동일하게 보이는데, 솔리테어 P SE도 매우 넓은 진동판과 금속 날개 모양의 웨이브가이드 디자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드라이버 자체의 소리 성능도 굉장하지만 드라이버 후면에 배치된 금속 패널의 설계도 소리 최적화에 크게 기여합니다. 유저가 듣는 소리 만큼이나 헤드폰의 바깥쪽으로 방사되는 공기 흐름이 강력하므로, 혹시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듣는다면 헤드폰의 좌우가 탁 트이게 해줍시다. 예를 들면 너무 푹신한 헤드 레스트가 헤드폰의 좌우를 조금만 가려도 솔리테어 P SE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음악을 재생하면서 두 손바닥을 헤드폰 근처로 움직여보면 무슨 뜻인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점은 오픈형 헤드폰 모두에게 통하지만 솔리테어 P와 P SE에게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솔리테어 P SE는 실내에서 스피커 대신 듣는 헤드폰으로, 헤드밴드와 이어패드가 무척 편안해서 오랫동안 음악을 듣기에 좋습니다. 또한 헤드밴드 사이즈가 넉넉해서 머리가 큰 사람도 무난히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솔리테어 P는 무게가 530g이지만 경량 소재의 솔리테어 P SE는 440g입니다. 앞서 이 헤드폰이 타 회사들의 하이엔드 헤드폰들과 경쟁한다고 했는데, 적당한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도 장점으로 넣어둬야 하겠습니다.




SOUND



*작은 헤드폰 앰프에서도 쉽게 울릴 수 있다


솔리테어 P SE는 솔리테어 P에서 개발된 드라이버 TPM3100을 응용한 신규 드라이버 TPM2500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감도는 동일한데 임피던스 수치가 절반이라서 구동이 더 쉽습니다. (P는 80옴, P SE는 45옴) 대부분의 헤드폰 앰프들이 낮은 임피던스에서 높은 출력이 나오도록 설계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저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DAC로 사용하고 작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인 바쿤 CAP-1003을 연결합니다. 이 때 M900의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CAP-1003의 볼륨 노브를 11시 방향으로 두면 솔리테어 P SE의 든든하고 웅장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6.3mm 커넥터로 연결한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PC의 USB 입력에서 볼륨 노브 10~11시 방향으로 진동판이 골고루 털리는 안정적 구동이 되었습니다. (4핀 XLR 밸런스 연결에서는 9~10시 방향) 요컨대 미니 헤드폰 앰프나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 모두 쉽게 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요 감상은 맥 미니에서 오디르바나(맥 OS X)와 푸바2000(윈도우 7)에 연동된 HDVD800을 사용했습니다.


이번 감상에서는 솔리테어 P SE를 T+A HA200에 연결해서 들어보지 않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제품을 보는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1,200만원 넘는 헤드폰 앰프를 쓰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_-); 솔리테어 P와 P SE의 소리 차이를 가장 명확히 파악하는 방법은 HA200에 동시 연결해두고 비교 청취하는 것이겠습니다. (하나는 4.4mm, 다른 하나는 4핀 XLR 커넥터로 연결해서 밸런스 구동 상태로 비교 청취하면 됩니다. 두 헤드폰의 볼륨 차이가 있으니 조정하면서 들어야 하지만...) 그러나 이번 감상문은 솔리테어 P SE만 주인공으로 두고자 합니다. P의 라이트 버전이라고 했으나 소리 투명도가 엄청나게 높은 헤드폰이라서 소스 특징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 감상문에서 서술하는 내용 중 일부는 솔리테어 P SE의 특징이 아니라 제가 사용하는 재생기 및 앰프들의 영향이 들어갔을 확률도 있습니다. 이 점을 참조하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 : 솔리테어 P SE도 밸런스 연결을 하면 소리가 커지며 중.저음이 훨씬 굵어집니다. 다른 헤드폰들도 밸런스 구동에서 더욱 힘차고 굵은 소리를 내는데요. 소리의 자연스러움에서는 언밸런스 연결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 연결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소리의 변화로 인한 개인의 선호도 차이가 생깁니다. 솔리테어 P SE에서 강한 소리를 원한다면 4.4mm 또는 4핀 XLR 케이블로 밸런스 연결을 하셔도 좋습니다.



*넓은 진동판이 만드는 사운드 필드 효과


드넓은 면적의 극히 얇은 진동판이 유저의 귀 영역 전체를 덮게 됩니다. 분명히 오픈형 헤드폰이지만 음악을 틀면 소리의 투명한 필드가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즉, 솔리테어 P SE는 소리의 물리적 규모가 큰 헤드폰입니다. 이 헤드폰을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 헤드밴드 때문에 머리 꼭대기가 튀어나와서 이게 뭔가 싶지만, 드넓은 진동판이 만드는 사운드 필드 효과는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밖에서 멋을 내고 싶다면 몽블랑 MB01 같은 제품을 고릅시다. 방 안에서 헤드폰을 쓰는 오디오 애호가는 오로지 소리만 좋으면 됩니다. (헤드폰이 가볍고 편안하다면 더 좋고요.)


*투명한 초고해상도 사운드


이 헤드폰의 소리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소리가 대단히 투명합니다. 장막이 완전히 사라진 투명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청취자와 소리 사이를 가리는 것이 싹 사라진 초고해상도 사운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대신 솔리테어 P보다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살짝 덜 확장될 뿐입니다. (솔리테어 P SE는 주파수 응답 범위가 8 ~ 45,000Hz로 매우 넓지만 솔리테어 P보다는 덜합니다.) 예를 들어서 솔리테어 P SE의 초저음은 귀 아래쪽이 아닌 귀 둘레로부터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라우드 스피커로 치면 초저음의 레이어(Layer)가 오디오룸의 바닥이 아닌 청취자의 무릎 높이에 형성되는 셈입니다. 초고음 영역은 두 헤드폰을 동시 연결해서 확인해야 할 터인데 앞서 언급한 대로 P SE만 단독 청취했습니다. 그러나 솔리테어 P SE의 초고음도 현장의 공기를 형성하는 능력을 가뿐히 발휘합니다. 초저음부터 초고음까지 피라미드 형태를 만들며 광대한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유하는 점도 솔리테어 P와 유사합니다.



*체감형 리니어 베이스


굳이 다른 헤드폰들의 소리 기억과 비교한다면... 솔리테어 P SE는 대체로 중.저음이 두툼한 포근하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거대한 규모와 깊은 진동의 저음이 파도처럼 몰려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압도 당하고 말았습니다. 소리 투명도가 너무나 높은데 저음까지 쓰나미를 연출해버려서 청취자가 편안하게 쉴 틈이 없습니다. 솔리테어 P SE의 저음은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평탄하게 나오겠으나, 실제 청취에서는 초저음까지 손실 없이 직선으로 펼쳐지는 '체감형 리니어 베이스(Linear Ba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속에서 저음이 강하게 나온다면 이 헤드폰의 저음은 최대한 정확한 울림을 반영하되 더 크고 넓으며 매우 단단하게 살아날 것입니다. 청취자의 귀를 덮는 진동판의 큰 넓이 덕분에 저음의 면적 자체가 아주 큽니다. 물론 이러한 저음 특성은 연결하는 헤드폰 앰프의 종류와 출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 참조만 해두시기 바랍니다. 솔리테어 P SE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고 임피던스가 낮아서 구동하기 쉬운 편이지만 헤드폰 앰프들의 파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소리를 마이크로 그램 단위로 분해하다


소리의 세부 묘사가 압권입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인데, 낮은 중음부터 중음, 고음, 초고음까지 모든 악기의 음을 샤프하고 깨끗하게 재생합니다. 소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마이크로 그램 단위로 분해하는 듯한 분리도를 보입니다. 늘 듣던 음악 속에서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는 경험이 가능한데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바꿨더니 안 들리던 소리가 들려요'라는 말이 솔리테어 P SE에서는 정확한 특성 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응답 영역의 놀라운 확장과 초고해상도 때문에, 심지어는 제가 사용해온 DAC 앰프가 이 정도까지 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 의심해버릴 지경입니다. 이 점은 청음 매장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하이엔드 헤드폰들과 비교 청취해봐도 뚜렷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솔리테어 P SE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종류의 헤드폰 앰프에서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음악 파일의 품질은 챙겨둡시다. (-_-);; 이 제품은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감상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 DAC와 아날로그 앰프 쪽의 품질을 솔리테어 P SE가 그대로 드러냅니다. 수백만원대 헤드폰을 사려고 마음 먹었거나 이미 여러 대를 수집하고 있는 유저라면 소스 기기 쪽은 잘 갖춰두었을 테니 문제가 없겠습니다. 그러나 음악 파일의 품질 차이는 감상을 방해할 정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스포티파이 구독을 시작했다면 음질 옵션을 최대 320kbps로 맞춰도 잘려나간 고음이 너무나도 명확해서 견디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최소한 타이달 하이파이 구독으로 들어야 청각의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CD 해상도의 파일이나 무손실 압축 파일을 권장하며, 당연히 고해상도 음반이 가장 좋겠습니다.


*저음이 보강된 플랫 사운드 + 초고음과 초저음을 확장


실제로 듣기에 어떤 소리가 진짜 평탄한지는 아직 알 길이 없습니다. 측정 기준도 바뀌는 중이고 사람들의 입맛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전형 헤드폰과 평판형 헤드폰들은 일관적인 플랫 사운드(Flat Sound)를 지녔다고 봅니다. 라우드 스피커와 룸 효과를 반영한다면 저음이 더 강해져야 하겠지만, 다들 기본적으로 평탄한 소리에 저음을 보강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측면에서 솔리테어 P SE도 저음이 보강된 플랫 사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청취에서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 확장되고 보강된 U 모양의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저의 기준에서는 과격할 정도로 중립적 음색을 내는 헤드폰이 오디지 LCD-24였는데, 이에 비교한다면 솔리테어 P SE는 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면이 있어서 감상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솔리테어 P와 비교하지 않을 수는 없다 (-_-)


이미 몇 번이나 P와 P SE를 비교하고 있지만, 이제는 대놓고 비교해보겠습니다. 가격의 두 배 차이가 있으나 결국 둘은 형제 헤드폰이고 이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싶은 분도 있을 겁니다. 몇 가지 항목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사운드 이미지가 다르다


솔리테어 P SE는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안쪽 중앙에 형성됩니다. 오픈형 헤드폰의 넓은 개방감은 좋지만 솔리테어 P보다는 사운드 이미지의 규모가 작은 듯합니다. 그러나 거대한 진동판에서 균일하게 펼쳐지는 사운드 필드는 음악 속의 세계를 한없이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소리를 더 가깝게 두고 관찰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헤드폰은 공간감의 확인이 필요한 스튜디오 모니터링 상황에서도 잘 사용될 수 있겠습니다. 사운드 이미지가 조금도 흩어지지 않고 매우 균일하게 형성되는 점은 솔리테어 P와 거의 동일합니다. 타 브랜드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은 물론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맑고 뚜렷한 형상을 볼 수 있습니다.


2) 극히 깔끔해서 그만큼 건조한 느낌


소리의 잔향이 없어서 대단히 깔끔하고도 건조한 느낌은 솔리테어 P와 거의 똑같습니다. 제품 사양표에서도 무려 100dB 기준으로 0.015%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수치를 보여줍니다. 이 헤드폰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균일한 사운드 이미지'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드라이버의 고성능도 그렇지만, 공기 흐름을 완벽히 통제하는 웨이브가이드 구조가 더욱 정밀한 소리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3) 조금 더 청량감이 있는 고음


솔리테어 P의 청취 기억을 떠올려보면 P SE는 고음이 조금 더 찌릿하고 샤프한 느낌이 있습니다. 고음이 더 강조됐다는 뜻이 아니라 밀도가 미세하게 더 낮은, 입자가 약간 굵은 고음이라서 그만큼 청각에 청량감을 준다는 뜻입니다. 또한, 고음이 하도 정밀하고 깨끗해서 달콤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음색이 밝은 게 아니라 고음의 재생 타이밍이 정확해서 저의 두뇌가 만족하는 현상입니다. 소리가 정말 건조한 젠하이저 HDVD800으로 감상할 때조차도 고음에서 촉촉하고 달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T+A는 솔리테어 P를 출시한 후 꽤 많은 헤드폰 유저들이 조금 더 밝은 고음으로 디테일 묘사를 추구하는 경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어패드의 내부를 넓히고 안쪽에 타공 처리를 하여 고음을 늘려주는 'UWE 이어패드'를 별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리테어 P SE의 소리에 UWE 이어패드가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본 이어패드로도 충분히 청량감 있는 고음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4) 영화볼 때 좋다...?


너무나 비싼 물건이라서 솔리테어 P를 리뷰할 때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솔리테어 P SE는 영화 감상에서도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오디오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넷플릭스 감상에서도 든든한 초저음과 소름 끼칠 정도로 선명한 고.중음 덕분에 영화 속 사운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비, DTS 등의 사운드 효과가 적용된 게이밍 헤드셋과는 개념이 다른 영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게이밍 헤드셋은 소리의 짜릿함을 위해서 고음과 저음 강조를 적극적으로 응용하지만, 솔리테어 P SE는 소리의 투명도가 너무나 높아서 그 자체가 짜릿한 현장감으로 작용합니다. 기본 케이블이 3미터나 되니 소파에 앉아서 TV 볼 때 쓸 수 있고, 솔리테어 P보다 가볍고 흠집 걱정도 적은 헤드폰이니 생활 속에서 더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반값으로도 참 비싼 헤드폰이지만 역시 범용적인 헤드폰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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