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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다정하고 편안한 소리를 내는 초정밀 집적 회로, 비전 이어스 VE7

루릭 루릭
1404 0 0


*제품명

비전 이어스 VE7 (Vision Ears VE7)


*특징

채널당 7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탑재한 이어폰

저음 2개, 중저음 2개, 중음 1개, 고중음 1개, 초고음 1개 (5-Way)

커스텀 이어폰으로 주문하거나 유니버설 이어폰으로 바로 구입

소리 분석 용도의 인이어 모니터

바로 그 '비전 이어스'의 이어폰


*장점

음악 장르 구분이 없는 완벽한 올라운더

초정밀 집적 회로처럼 만들어진 하이 스피드 사운드

다른 프로 오디오 제품들보다 편안한 소리

정밀하고 건조한 소리의 기기와 잘 어울림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DAP 직접 연결에 좋음

다른 VE 시리즈보다 중음이 보강되어 있음

음색 특징 없이 사라지는 이어폰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의 높은 완성도


*단점

케이블 업그레이드에 고민이 필요함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화이트 노이즈 있는 기기를 피해야 함

커스텀이든 유니버설이든 몹시 비싼 가격


*요약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들의 소리 조화를 최우선으로 두었으며 고.중.저음의 균형을 거의 완벽하게 맞췄는데 중음을 더욱 보강한 고성능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다. 그런데 편안하고 포근한 인상도 갖고 있다.


제목부터 이 양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뒤로 가기를 클릭하는 경우가 많겠으나, 비싼 이어폰들 좀 들어봤다 하는 분들은 '듣기 편한 고해상도 사운드'라고 곧바로 짐작하실 겁니다. 사실 그 정도로만 해석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소개할 비전 이어스(Vision Ears) VE7은 듣기 편한 소리의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엄청나게 집약된 전자 회로가 보이는 듯한 물건입니다. 이어폰의 소리를 포근하게 만드는 비전 이어스 기본 케이블로 감상하는 상황에서도 그렇습니다. (기본 케이블 매칭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닷)



통장이 비교적 두둑해서 '비싼 이어폰으로 한 번 뛰어들어 볼까나~'하고 생각 중이라면, VE7은 고가 이어폰들 사이에서 기준점으로 쓰이는 입문기가 될 듯합니다. 100만원대 이어폰으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경험해보는 10만원대 입문기가 아니라,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라는 수백만원대 이어폰들의 세계를 탐험할 때, 그 중에서도 음색 특징을 최소로 줄이면서 해상도, 분리도, 사운드 이미지, 공간 묘사 등의 성능적 특징을 최대로 올린 '기준점'으로 VE7을 두는 겁니다. 그 다음에 화려하거나 웅장하거나 등등의 특징을 지닌 이어폰으로 범위를 넓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리 권장하는 구매 방식은 아니지만, 하이엔드 이어폰을 딱 한 개만 장만하려는 경우에도 VE7을 안전한 선택으로 두겠습니다.



가장 중립적인 소리로 등장한 넘버 세븐



지금까지 제가 곁에 두고 천천히 감상해본 비전 이어스 이어폰은 엘코닉, 엘리시움, EVE20, VE8, VE6, VE5, VE4, VE3, VE2 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제품들은 저에게 깊은 즐거움과 만족을 주었습니다. 제 귀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특유의 밝은 고음과 포근한 중.저음이 언제나 초고해상도로 들려오는 비전 이어스의 이어폰들은 VE2부터 엘코닉까지 상향 평준화된 청각 쾌감을 줍니다. 이 중에서 엘코닉, 엘리시움, EVE20는 오디오 애호가들을 위해서 기획된 모델이며, VE 시리즈는 커스텀 핏 인이어 모니터(커스텀 이어폰)로써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개발된 것입니다. 드라이버 숫자대로 매겨진 2, 3, 4, 5, 6, 8 번호에서 빠져있었던 넘버 세븐이 드디어 나왔는데요. 비전 이어스에서는 VE7이 가장 중립적이고 분석적인 소리를 추구한답니다.



*참고 : '중립적 소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한 분들 많을 겁니다. (Neutral sound) 상당히 많은 요소가 담긴 표현이지만 쉽게 요약한다면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음색'이 곧 중립적 소리로 이어진다고 하겠습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볼 때 특정 부분이 너무 강조되거나 축소되지도 않은 소리라면 그 또한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리의 중립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사람이라서 각자 다른 말이 나올 듯하지만, 중립적 소리를 지닌 이어폰 헤드폰의 주관 평가는 의외로 잘 일치하는 편입니다. 중립적 소리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면 그 제품의 소리가 실제로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들릴 확률이 높습니다.



VE7은 이름 그대로 채널당 7개의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를 담은 커스텀 이어폰입니다. 저음 2개, 중저음 2개, 중음 1개, 고중음 1개, 초고음 1개를 5-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은 구조입니다. 비전 이어스의 설명에 의하면 특별히 튜닝된 고음을 통해서 음악 속의 모든 디테일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최대한 중립적 음색을 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데요. 음악가에게는 보컬, 기타, 키보드, 믹스 작업에 좋으며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중간 정도의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높은 해상도와 중립적 음색을 제공합니다. 제가 지금껏 들어본 경험으로 보면, 비전 이어스의 이어폰 제작자들은 자신이 어떤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미 최상급의 소리를 내는 VE6와 VE8의 사이에서 어떤 소리를 창조할지 참 궁금했는데 직접 소리를 들어보니 제작자의 설명과 딱 일치합니다.



제가 볼 때 비전 이어스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활용하는데 도가 튼 회사입니다. 앞서 언급한 '소리 품질의 상향 평준화'의 이유도 이것으로 보입니다.


1)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 VE 시리즈에서도 엘리시움 못지 않게 놀라운 초고음을 재생합니다.


2) 다수의 BA 드라이버를 조합해서 각 주파수 영역을 최적화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조화'도 달성합니다.


3) BA 드라이버로 빠른 응답과 풍부한 울림을 지닌 저음을 만들어냅니다. 저음의 밀도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낮으나 초저음까지 깊이 내려가는 안정감과 특유의 포근함을 지닙니다.


이러한 특기를 활용하는 가운데, VE7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들의 소리 조화를 최우선으로 두었으며 고.중.저음의 균형을 거의 완벽하게 맞췄는데 중음을 더욱 보강한 이어폰이라고 하겠습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파이어 블레이즈


비전 이어스의 VE 시리즈는 원래 커스텀 핏만 주문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세 가지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귓본을 떠서 커스텀 핏으로 주문하거나, 디자인의 커스텀 주문을 하되 유니버설 핏으로 하거나, 하나의 디자인으로 고정된 유니버설 모델을 고르는 겁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제품이 일반 판매용의 유니버설 VE7입니다. 커스텀 주문은 완성된 이어폰을 받기까지 두 달이나 걸리지만 유니버설 모델은 재고만 있다면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유니버설 모델의 색상과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말이죠.



*알림 : 이번 리뷰 제품은 청취용 샘플이라서 패키지가 없습니다. 기본 케이블과 중형 스핀핏 이어팁이 전부인데요. 실제로 비전 이어스 이어폰을 구입하면 하드 케이스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품이 제공됩니다.


VE 시리즈의 일반 판매용 유니버설 모델들은 모두 각자의 쉘 색상과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커스텀 주문보다 가격이 더 낮은 대신 고정된 디자인을 받는 것인데요. 이 고정 디자인들이 모두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_-);



VE7의 경우는 쉘(귀 안쪽에 들어가는 부분)이 반투명의 짙은 파랑색입니다. 빛을 비추면 내부의 BA 드라이버들이 은근히 보이는 정도의 투명함이군요.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은 '파이어 블레이즈(Fire Blaze)'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다수의 폴리머 레이어로 제작되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옵니다. 쉘의 파랑색이 스며드는 가운데 연녹색, 노랑색, 빨강색이 빛에 따라서 다른 비중으로 드러나는 겁니다. 귀에 끼우고 있으면 색깔이 굉장히 튀기 때문에 취향을 탈 수 있겠으나, 아름다운 수공예품으로 인이어 모니터를 본다면 만족스러운 모습이 되겠습니다.



저는 커스텀 이어폰을 하이엔드 모델이 아닌 100만원 이하의 엔트리 모델로 골라서 여러 회사들의 제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 리뷰 때문에 10년 넘게 온갖 이어폰들의 소리를 듣고 있으니 커스텀 이어폰은 소음 차단 잘 되고 오랫동안 귀에 끼워도 좋은 생활용 이어폰으로 취급하는 중입니다. 또한 제품 리뷰 업무에서도 다른 브랜드의 커스텀 이어폰을 다루게 되니 각 회사마다 어떻게 쉘을 만들고 마무리하는지 직접 체감하게 됩니다. 요즘은 대부분 3D 프린팅으로 아크릴 쉘을 만들지만, 쉘에 페이스 플레이트를 접착제로 붙인 후 사람이 공구를 써서 직접 연마하는 과정은 다들 비슷합니다. 이런 결과물을 손으로 만지고 귀에 끼워보면 분명한 편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전 이어스는 이어폰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에서 표면 마감이 유난히 좋은 회사입니다. 래커 처리로 깨끗하게 정돈된 표면이 하도 매끄러워서 손에서 쉽게 미끄러질 정도입니다. (이어폰을 손에 들 때 힘을 꽉 주세요) 이렇게 잘 연마된 쉘은 커스텀 핏으로 제작됐을 때 매우 편안한 착용감을 내며, 유니버설 핏에서는 귓바퀴 안쪽에 좋은 감촉을 전해줍니다. VE7도 파리가 앉았다가 스르륵 문워킹을 할 정도로 매끈합니다.



쉘 끝부분의 노즐에는 3개의 보어(Bore)가 있으며 노즐 끝부분이 3개 영역으로 넓게 분리된 모습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에서 노즐의 소재와 구조는 소리에 큰 영향을 주므로, VE7의 노즐 디자인도 상당한 고생 끝에 완성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케이블 커넥터는 늘 그랬듯이 2핀 규격이라서 타사의 커스텀 케이블로 바꾸기에 편리합니다. 단, 비전 이어스의 기본 케이블이 소리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커스텀 케이블 구입에는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겠습니다.




SOUND



"초정밀 집적 회로처럼 만들어진 하이 스피드 사운드인데 청각이 다정한 마사지를 받는 듯하다. 고성능의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지만 조금도 메마르거나 딱딱하지 않은 소리다. 사람의 체온 같은 포근함을 지니고 있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인이어 모니터들은 드라이버 감도가 많이 높은 편입니다. 제품 사양에서 Sensitivity 또는 SPL로 표기되는 수치인데 VE7은 116dB나 됩니다. (임피던스는 12옴) 작은 힘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는 좋은 속성인데요. (소리의 디테일 전달에 유리하다는 것이 특히 큰 장점!)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이어폰을 헤드폰 앰프나 프로 오디오 장비에 연결하면 배경 노이즈가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비전 이어스의 VE 시리즈는 전기 냄새만 맡아도 빵빵한 소리를 내는 고감도 이어폰이므로 화이트 노이즈를 미리 생각해둡시다. 요즘 나오는 소형 헤드폰 앰프나 DAP들은 배경 노이즈가 약하거나 거의 없으니 괜찮을 것입니다.


*참고 : 이어폰의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60옴 정도로 높다고 해서 소리가 더 작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어폰 드라이버의 임피던스 수치가 높을수록 헤드폰 앰프의 출력이 더 낮게 들어가지만, 드라이버의 감도가 매우 높다면 큰 소리가 나오며 배경 노이즈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안 비싼 기본 케이블인데... 업그레이드를 망설이는 이유는?


비전 이어스의 기본 케이블은 그리 비싸지 않아서 저도 5만원으로 별도 구입해서 사용 중입니다. 십중팔구 무산소 동선이라고 짐작 중인데 이 물건은 이어폰의 소리를 포근하게 만드는 성향이 있습니다. VE 시리즈의 케이블을 더 좋은 선재의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하면 해상도 향상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지만, 이어폰 음색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VE7에 이펙트 오디오의 마에스트로 케이블(무산소 동선, 10만원대)을 연결하면 고음이 밝고 샤프하게 바뀌며 저음 펀치가 강해지는 '특징'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업그레이드'인지는 불확실합니다. 일단 저는 기본 케이블로 연결한 VE7의 소리가 중립적인 음색과 듣기 좋은 인상을 주며 제작자가 설명하는 소리 특징과 일치하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이 기본 케이블을 10~20만원대 이상으로 고급화하는 상황인지라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비전 이어스의 기본 케이블은 제법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간단히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꼭 커스텀 케이블을 끼우고 싶다면, 쉽지는 않겠으나 청음 매장에서 케이블 비교 청취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밀하고 건조한 소리의 DAP와 더 잘 어울리는 VE7


지금까지 접했던 비전 이어스 VE 시리즈는 소스를 가리지 않고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패드 6세대의 헤드폰잭에 끼우고 타이달 앱으로 듣기만 해도 만족스러울 정도입니다. VE 시리즈는 소리 해상도를 매우 높게 뽑아내면서도 뭔가 자비로운(?) 성격이 있습니다. 혹시 녹음 품질이 좋지 않거나 많이 손실 압축된 파일을 재생해도 비전 이어스 이어폰은 거친 소리를 내지 않으며 기껏해야 소리가 심심해지는 정도로 그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접하는 VE7은 자신이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임을 말하려는 듯, 재생기와 앰프의 소리 특성을 그대로 전달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기기의 매치 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VE7의 중립적 + 분석적 성향에 맞는 앰프나 DAP가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면 아스텔앤컨 SR15가 그렇습니다. 제가 여러 이어폰들을 리뷰할 때 SR15는 2.5mm 밸런스 연결이 필요한 제품에 주로 사용하고, 대부분은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바쿤 CAP-1003으로 감상하면서 이어폰의 잠재력을 파악해왔습니다. 어쨌든 SR15의 소리가 원래 정밀하고 건조한 느낌이라서 심적 만족감보다는 성능적 평가에 쓰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VE7은 M900, CAP-1003보다는 SR15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3.5mm 언밸런스 연결로 들어도 만족스러워서 자꾸만 듣게 됐습니다. 비전 이어스 고유의 약간 밝고 포근한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VE7의 놀라운 소리 해상도와 분리 능력이 디테일 관찰의 즐거움을 줍니다.


*참고 : 제가 VE2부터 VE8까지 리뷰했을 때에는 SR15가 없었으니(-_-) 다른 VE 시리즈도 아스텔앤컨 DAP와 잘 어울릴 수 있겠습니다. 다른 회사의 DAP 중에서도 정밀하고 건조한 소리를 내는 제품이 있다면 VE7이 좋은 짝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한 포근함을 남기며 사라지는 이어폰


아직 청음해보지 않았다면 VE7의 소리가 뭔가 짜릿하거나 화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전 청취 없이 VE7을 질렀다면, 음악을 들으면서 뭔가 화끈하거나 짜릿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하며 후...회...를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 때는 VE7을 다른 100~200만원대 이어폰과 비교 청취해봅시다. 소리의 해상도, 분리도, 깊이, 넓이, 균형 등에서 곧바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저의 경우는 기본 케이블을 끼운 VE7임에도 불구하고 급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음악적 개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성능에 집중한 인이어 모니터는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할 때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음향 기기의 상세한 소리 감상문을 써야 하는 저로서는 이런 제품의 글을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VE7으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미소를 띄울 정도로 흡족하지만, 소리의 특징을 뭔가 묘사해보려고 하면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즉, 이어폰 분야에서도 재생기과 유저 사이에서 사라지는 제품이 있다는 뜻입니다.


VE7은 중.저음의 포근한 기운을 연하게 남기면서 자신의 존재를 거의 다 지워버리는 이어폰입니다.


VE7으로 듣는 음악은 그 음악의 원본이라서 딱히 묘사할 점이 없습니다.


그저 듣기에 즐겁고 편안한데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느끼며 '아, 이거 비전 이어스 이어폰이구나'하고 상기하는 것입니다.


*소리의 만족감이 달콤함으로 이어진다


첫 감상부터 아주 달콤한 느낌이 옵니다. 음색이 단맛을 내는 게 아니라 청각이 다정한 마사지를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만족해버리는 현상입니다. 살짝 밝은 고음과 포근하고 부드러운 중.저음이 비전 이어스의 이어폰임을 바로 알려줍니다. 또한 소리의 질감이 그야말로 비단결입니다. 대단히 평화로워서 안심하게 되는 소리... 그 어디에도 거칠거나 공격적인 부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소리 해상도가 굉장히 높아서 청각의 쾌감이 큽니다. 분명히 스튜디오 모니터스러운 소리인데 다른 프로 오디오 제품들과 비교한다면 훨씬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음악 듣는 맛을 달콤하게 해주는 컨슈머 성향의 소리 같습니다. 제작자가 VE7의 소리를 설계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이 모두 즐거워지도록 하기 위해 많은 밤을 새웠을 것입니다. 분석적 성향의 이어폰인데 소리가 메마르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응답 속도가 빠르고 소리 잔향이 거의 없어서 기본 음색은 건조한 편인데, 낮은 중음과 저음에서 풍기는 비전 이어스 특유의 포근함이 사람의 체온처럼 작용해서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의 냉정함을 지워줍니다.



*원래부터 수많은 요소로 분리되어 있음


VE7은 5-Way 네트워크로 VE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촘촘하게 주파수 영역을 나눴습니다. 이어폰 제작자가 소리의 각 영역을 최적화하고 싶을 때 많은 수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쓰기 마련인데요. 소리 분석용 이어폰을 만들기 위해서 음 영역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인 모양입니다. 소리가 매우 정밀하게 분해되는 느낌이 오는데, 음악 속의 악기 요소들을 분리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어폰의 소리 자체가 원래부터 수많은 요소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마치 초고밀도의 집적 회로를 보는 듯합니다. 초고음, 고음, 낮은 고음, 높은 중음, 중음, 낮은 중음, 높은 저음, 저음, 초저음을 각각 관찰할 수 있게 합니다. (*VE8 감상에서도 이런 표현을 했는데 VE7도 그렇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치면 바디와 렌즈가 모두 하이엔드인 셈입니다.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든 사진가의 센스에 의해서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진 속의 디테일 품질은 카메라의 성능이 결정합니다. 음악 제작자와 음악 감상자는 모두 VE7이라는 고성능 센서와 렌즈로 소리의 사진을 찍게 될 것입니다. 단, 소름 끼칠 정도로 적나라한 보도용 사진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감성적 여운이 있는 작품 사진을 뽑아내기에 좋습니다.



*다른 VE 시리즈와 비교하면 어떨까? - 중음 보강에 주목!


VE7을 다른 VE 시리즈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중음이 상당히 보강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VE3와 VE5가 떠오르는데 VE7의 중음 비중은 소리 전체에 더욱 큰 영향을 줍니다. 보컬과 현악기가 가까워지며 그만큼 심리적 공간이 좁아집니다. 사람의 외이도 구조가 높은 중음을 더 증폭해서 듣게 하므로 중음을 보강하면 이어폰의 소리 투명도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위해서 초고음과 초저음을 강조하는 VE8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VE6의 소리를 떠올려봐도 차이점이 나옵니다. 저음 스위치를 내리지 않은 VE6의 레퍼런스 사운드와 비교한다면 VE7의 소리는 고음과 중음이 더 뚜렷하게 들리도록 드러내는 편입니다. 즉, VE7에서 소리의 공간감은 VE6, VE8보다 조금 작은 정도이며 소리의 투명도는 변함없이 매우 높게 들립니다.


제가 VE7의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하면 초고음이 강조되고 낮은 고음이 약간 내려가며 중음과 저음이 낮은 언덕처럼 부푼 모습으로 보입니다. 심리적으로는 완만한 V 또는 U 모양의 소리로 분류될 텐데 적어도 현재 산업 기준의 플랫 사운드는 아닙니다. 그 대신 주파수 응답 형태에서 딥과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깔끔하게 다듬어둔 느낌이 듭니다.


한 편 VE7도 VE8처럼 100Hz 이하의 초저음을 뚜렷하게 강조하는데, 이는 웅장함을 부각시키는 용도가 아니라 '음악 속 저음 악기의 모든 것을 전달'하기 위한 튜닝으로 보입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VE7으로 음악을 지켜보고 있으면 저음이 가장 낮은 부분까지 깨끗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제품을 실외에서 사용한다면 주변의 저음형 소음이 만드는 상쇄 효과 때문에 저음이 평탄하게 들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VE7이 스튜디오 모니터(녹음용)이며 VE8은 스테이지 모니터(무대용)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거 하나 있으면 그다지 신경 쓸 것이 없을 듯


음악 장르 구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완벽한 올라운더(All-rounder) 이어폰입니다. 적어도 제가 감상하는 모든 장르의 음악에서 VE7은 각 곡들이 지닌 감동의 요소를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DAP 한 대와 VE7만 있으면 휴대 음향 취미에서 그다지 신경 쓸 것이 없겠습니다. 소리의 다양함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다른 이어폰도 장만하겠지만, VE7은 그 중에서도 '자꾸 듣고 싶어지는 레퍼런스 이어폰'으로 정착할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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