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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멀티미디어부터 고성능 Head-Fi까지 커버하는 가성비 헤드폰 삼형제, 시브가 SV021, 피닉스, P-II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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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시브가(Sivga) SV021, 피닉스, P-II


*특징

SV021의 별명은 로빈(Robin)이며 밝은 갈색의 밀폐형 우드 헤드폰

피닉스(Phoenix)는 우드 하우징의 미니 오픈형 헤드폰

P-II는 우드 하우징과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


*장점

셋 다 소리가 좋음

셋 다 가격이 좋음

각각 명확한 개성과 알맞은 용도를 지닌 헤드폰 3종

SV021은 가볍고 편안하게 오랫동안 착용 가능

피닉스, P-II는 편리한 하드 케이스가 제공됨

P-II는 하이파이 오디오 전용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퍼포먼스를 지님


*단점

SV021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함

피닉스는 미니 사이즈라서 머리 큰 사람은 착용하기 어려울 듯

피닉스, P-II는 헤드밴드가 두피 지압 효과를 내는데 불편할 수도 있음


*요약

SV021은 착용감이 매우 편안하고 소리도 다용도에 적합한 헤드폰이다. 피닉스는 따뜻한 중.저음형 헤드폰이면서도 강하고 웅장한 면이 있다. P-II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광물이나 싱싱한 채소에 비유할 만한 천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왼쪽부터 SV021, 피닉스, P-II 입니다."


시브가!! (-0-)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이제는 묘하게 입에 착착 붙는 발음입니다. 처음 보면 아리송해도 한 번 기억해두면 잊을 수 없는 어감의 단어가 '시브가'입니다. 중국의 음향 회사 한 군데가 두 개의 헤드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더 낮은 가격대로 대중적 성향을 지니는 시브가(Sivga)와 여전히 좋은 가격이지만 하이 퍼포먼스와 고급 소재를 지향하는 센디 오디오(Sendy Audio)가 있습니다. 둘은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로 해외의 여러 유저들에게 '싼 값으로 헤드파이 시스템 갖추기'의 즐거움을 제공해왔습니다. 저도 예전에 센디 오디오 에이바(Aiva)를 리뷰하면서 놀라운 소리에 감탄했는데, 이제 시브가와 센디 오디오가 모두 국내 진입을 완료했기에 이들의 헤드폰 제품들을 하나씩 둘러볼까 합니다.


"SV021 로빈이라고 합니다. 나무 때깔이 장난 아니죠?"


"피닉스라고 합니다. 힘이 빵빵한 녀석입니다."


"P-II는 시브가의 이름을 해외에 알려준 평판형 자석 헤드폰입니다."



시브가 SV021 로빈



시브가의 헤드폰들은 모두 우드 하우징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모두들 진지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데요. SV021 로빈은 라이프스타일 헤드폰으로서 예쁘고 화사한 인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나무 덩어리(로즈우드)를 깎아서 만든 하우징에 고광택 코팅을 더했으며, 이어패드와 헤드밴드가 아주 밝은 브라운 색상이라서 굉장히 눈에 띄는 모습입니다. 이 정도라면 패션 헤드폰으로 손색이 없겠고 여성 유저에게도 잘 어울릴 듯합니다. 그리고 헤드밴드가 길게 늘어나니 머리 큰 분들도 쉽게 착용할 수 있겠습니다.



제품 박스 안에는 두툼한 폼으로 보호된 헤드폰 본체와 캐링 파우치, 3.5mm 케이블, 6.3mm 변환 젠더가 들어있습니다. SV021이 더 화려해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샴페인 골드 색상에 가까운 금속 파트입니다. 좌우 2.5mm 커넥터로 탈착 가능한 케이블이 갈색 직조물 피복을 입고 있어서 헤드폰 전체 색상과 조화를 이룹니다.



SV021을 머리에 써보는 순간 느낀 점입니다. 이 헤드폰은 처음부터 '편한 착용'을 노리고 설계됐습니다. 얇은 인조 가죽과 푹신한 쿠션의 이어패드는 극히 부드럽고 편안해서 귓바퀴 둘레를 조금도 누르지 않습니다. 헤드밴드 장력이 충분해서 분명히 밀착은 되는데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아예 없군요. 게다가 헤드폰 자체의 무게가 가벼워서 말랑한 헤드밴드 쿠션의 효과가 더욱 커집니다. 이 정도로 부드럽고 편안한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어패드를 만져보면 '이것은... 두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랑합니다. 그냥 두부도 아니고 이른 아침 시장에서 갓 만들어진 두부처럼 말랑말랑합니다. 여성 유저에게도 좋은 헤드폰이지만 여성의 긴 손톱이 이어패드나 헤드밴드에 스치면 표면이 찢어질지도 모릅니다. 평소에 천천히 다루기를 권하며, 가죽 표면에 이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가방의 수납을 피하고 다른 물품이 닿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그래서 하드 케이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도 가성비를 챙긴 탓에 얇은 파우치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 파우치를 쓰면 흠집 예방이 되므로 적극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SV021의 로즈우드 하우징은 이게 20만원대 초반의 헤드폰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아주 단단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가 고급 악기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우드 헤드폰에서나 볼 법한 강도와 광택에 놀랍니다.



하지만 소음 차단과 누음에서는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우드 이어컵 자체는 밀폐형이지만 위쪽에 커다란 에어 벤트가 두 개씩 있습니다. 이것 때문인지 외부에서 사용하면 주변 소음이 꽤 들어오며,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가므로 매우 조용한 장소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가 직접 머리에 쓰고 길을 돌아다녀보니 주변 소음을 적당히 줄이면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을 틀었을 때 옆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가로수 속에서 우짖는 매미의 소리는 안 들리는 정도입니다.



*소리 선명도만 따진다면 30~40만원대 무선 헤드폰과 동급


SV021은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 헤드폰이지만 이어컵은 작은 크기인데 50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쓸 수 있는 헤드폰으로, 드라이버 감도가 높으며 임피던스도 32옴으로 낮은 편입니다.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들어도 됩니다. 저의 경우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연결에서는 볼륨 80으로 들었고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30~40% 볼륨으로 충분했습니다. 즉,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강조할 정도의 고감도 드라이버는 아닙니다. 그래서 USB 동글 앰프나 블루투스 앰프와 조합해주면 고요한 배경에서 만족스러운 출력 보강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시브가 헤드폰들이 제법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도 여러 사람의 취향에 맞춰진 올라운드 개념의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브가 삼형제도 특정 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으며 밸런스를 지키는 기본 속에서 각자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러한 시브가 제품들 중에서도 그나마 진지하지 않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헤드폰으로 기획된 것이 SV021인데요. 그래도 역시나!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가 높습니다. 중국 브랜드라서 조금 망설이며 구입했어도 처음 듣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소리의 고해상도 덕분에 '가성비 합격' 상태가 될 것입니다. 할인 받으면 10만원대 후반으로 내려가는 유선 헤드폰인데, 제 기준에서 소리의 선명도만 따진다면 30~40만원대 무선 헤드폰들과 동급입니다. SV021의 사운드 튜닝 기법도 요즘 인기 좋은 무선 헤드폰들과 유사합니다. 고음을 보강하고 중음을 낮추며 저음을 크게 증폭해서 실외의 저음형 소음에 대응하고 선명한 소리를 냅니다.



*금속 악기에 반응하는 고음, 청각 자극을 줄이는 높은 중음 조절


높은 중음(낮은 고음) 영역에 뚜렷한 딥(Dip)이 있습니다. 소리에서 사람이 원래 잘 듣는 부분만 낮춰둔 것인데요. 이것으로 입체감을 내고 청각 자극도 줄일 수 있습니다. 고음은 초고음이 조금 밝은 인상을 주는데, 고음의 나머지 부분은 약간 절제되어서 어두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딱 금속 악기 소리에서만 찌릿하고 샤프한 고음이 들리게 해놓았습니다. 드럼의 하이햇과 스네어 파트에만 반응하는 고음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오디오 품질이 좋지 않은 스마트폰에서 감상하면 이 특성이 약해지는데, 그래도 금속 악기의 선명도는 확실합니다. 이 점은 중음 전체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요컨대 고음과 저음보다 중음의 비중이 낮은 편으로, 중음의 선이 굵게 나오지만 보컬이 가깝게 들리는 헤드폰은 아닌 듯합니다. 입체감 향상과 청각 자극 감소를 위한 사운드 튜닝의 영향이 되겠습니다.



*로즈우드 하우징의 울림 효과


시브가는(센디 오디오를 포함해서) 목재 가공에 특기가 있는 듯합니다. 산업 측면에서 말한다면 고품질의 목재 가공을 좋은 값으로 확보해서 우드 헤드폰들의 가격을 낮추는 모양입니다. SV021은 이러한 목재의 강점을 두 가지로 활용합니다. 첫째는 아름다운 외형이고, 둘째는 소리의 감성적 특징입니다. 밀폐형 로즈우드 하우징의 내부 울림 효과가 좋은 느낌을 줍니다. 주로 낮은 중음과 저음에서 포근한 잔향이 발생하는데, 든든하면서 울림이 부드러운 저음이 유저의 호감을 살 것입니다. 저음이 볼록하게 강조되어서 쿵쿵 울릴 정도인데 펀치가 너무 강하지는 않아서 듣기에 편안합니다. SV021의 소리가 온화한 여성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 저음이 일조하고 있군요. 저음 악기 소리가 통통 튀는 '기분 좋은 탄력'도 마음에 듭니다.



*소리와 착용이 극히 편안한 헤드폰 = 다용도!


다시 강조하건대, SV021의 소리는 오랫동안 편안히 들을 수 있도록 튜닝되어 있습니다. 근본은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V 모양의 사운드인데, 고음으로 인한 청각 자극이 거의 없고 저음 압력으로 인한 피로도 없습니다. 고음은 아주 곱게 갈아둔 가루이며 그 가루로 만든 말랑하고 쫀득한 반죽이 중.저음인 셈입니다. 두부처럼 말랑한 이어패드 만큼이나 소리도 아주 말랑한 헤드폰입니다. 즉, 이 제품은 소리와 착용이 모두 편안한 유선 헤드폰인데요. 그래서 음악 감상 뿐만 아니라 인터넷 강의 청취, 온라인 영화 감상, 비디오 게임 사운드 등 다용도로 쓰게 됩니다. 어떤 컨텐츠를 감상하든 항상 곁에 두고 싶은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SV021을 PC에서 사운드 블라스터 X G6에 연결해도 웅장한 저음과 선명한 고.중음을 들려줍니다. (Low Gain 상태에서도!) 제가 음악 감상에 주로 쓰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 + 바쿤 CAP-1003 조합보다도 사운드 블라스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4의 컨트롤러에 있는 3.5mm 헤드폰잭에 끼워서 사용해도 게임 사운드가 만족스럽게 들립니다.




시브가 피닉스



피닉스는 조금 특이한 개념의 헤드폰입니다. 30만원대의 가격이면서도 비싼 오픈형 헤드폰들의 형태와 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별도의 헤드폰 앰프가 없어도, 머리의 압박과 목 근육 단련을 견디지 않아도, 풀 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의 웅장한 소리를 듣게 해줍니다. 실외 사용은 아무래도 어렵겠으나 SV021 못지 않게 멀티미디어와 하이파이 오디오 감상을 겸할 수 있는 다용도 헤드폰이 되겠습니다. 일단 피닉스의 외관부터 살펴보세요. 고가의 우드 헤드폰들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기본 틀부터 시작해서 제브라 우드의 하우징, 가죽과 벨벳을 혼용해서 만든 이어패드가 피닉스의 보급형(?) 가격을 완전히 감추고 있습니다.



피닉스는 지퍼로 여닫는 하드 케이스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직조물 피복의 3.5mm 기본 케이블과 6.3mm 변환 젠더가 포함됩니다. 헤드폰 이어컵 쪽의 케이블 커넥터는 좌우 2.5mm 규격으로 간단히 끼우고 빼낼 수 있습니다.



이 쯤에서... 피닉스를 실제로 본다면 크기가 유난히 작아서 놀라실 겁니다. 이어패드가 귀 둘레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이지만, 다른 대형 헤드폰보다도 크기가 작습니다. 금속 프레임에 가죽 헤드밴드를 해먹처럼 띄운 구조인데 저는 헤드밴드를 최대로 늘려야만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 머리에는 딱 맞았으나 어쨌든 '미니 오픈형 헤드폰'이므로 머리가 큰 유저에게는 아슬아슬한 사이즈입니다. 처음 착용했을 때 불과 몇 밀리미터 단위로 맞지 않는다면, 헤드밴드를 머리 앞쪽으로 내려서 써보시기 바랍니다.



헤드밴드 사이즈만 맞는다면, 피닉스는 제법 편안한 헤드폰에 속합니다. 특히 시브가, 센디 오디오에서 자주 사용하는 '가죽과 벨벳의 이어패드'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워서 오래 쓰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헤드밴드 안쪽에 있는 패드 쿠션은 유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머리 압박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어놓은 듯한데 실제로는 패드 쿠션들이 두피 지압 효과를 냅니다. 저처럼 머리 크기에 헤드폰이 딱 맞아서 단단히 착용한 상태에서는 두피의 혈액 순환 촉진을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시브가와 센디 오디오는 가격대의 차이가 있으나 목재 가공 품질은 평등합니다. 소리 품질과 외적 완성도에 비해 낮은 가격이 매겨진 피닉스도 단단한 우드 하우징의 품질이 아주 좋습니다.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제품 로고나 다른 장식을 없앤 스피커 그릴도 스틸 소재로 단단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검은색 알루미늄의 헤드밴드 파트도 무척 튼튼해서 이 헤드폰을 한 번 사두면 아주 오래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따뜻한 소리의 중.저음형 헤드폰


피닉스는 작은 덩치에도 50mm의 큼직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이버의 임피던스는 32옴으로 낮은 편이며, 감도가 매우 높아서 마치 작은 이어폰처럼 쉽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 (SV021보다 소리가 큽니다!) 생긴 것은 대형 헤드폰인데 크기는 미니 사이즈! 게다가 헤드폰 앰프 없이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빵빵하게 소리치는 헤드폰입니다. SV021이 실내외 겸용의 생활용 헤드폰이라면, 피닉스는 실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컨텐츠 감상에 자유로이 투입될 수 있겠습니다.


이 제품의 소리는 해상도가 무척 높으며 분리도는 조금 낮은 편입니다. 장기간의 편안한 감상을 위해서 높은 중음을 조절한 SV021과 달리, 피닉스는 중음을 충실하게 보강했으며 소리가 잘게 나눠지지 않고 한 덩어리로 크게 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풀레인지 드라이버 한 개를 쓰는 라우드 스피커의 특성을 작은 헤드폰에서 경험합니다. 사전 청음 없이 구입한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의 헤드폰에서 몹시 깨끗한 소리가 확 튀어나오는 느낌에 놀라실 겁니다. 또한 중음과 저음이 매우 두텁고 포근해서 청각이 든든하게 차오르는 포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피닉스의 첫 인상은 따뜻한 소리의 중.저음형 헤드폰입니다.



*고.중음의 빠른 응답, 미묘하게 예쁜 음색


제브라 우드의 하우징을 사용하는데 고.중음에서는 잔향이 거의 없습니다. 이어컵의 목재가 울림을 증폭하는 것인지, 저음에서는 풍부한 연기 같은 잔향이 있는데요. 이를 제외하고 고.중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쓰는 P-II 못지 않게 응답 속도가 빠른 소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소리의 촉촉한 느낌을 원한다면 P-II를, 깔끔하고 건조한 느낌을 원한다면 피닉스를 권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피닉스를 따뜻한 중.저음형이라고 했으나 고음에는 미묘한 '예쁨'이 있습니다. 적당히 선명하면서도 자극이 없는 고음인데요. 전체적으로는 고음보다 중.저음의 비중이 훨씬 높아서 포근한 소리이지만, 초고음이 조금 더 강조되어서 살짝 밝은 기운을 남깁니다. 고음의 선이 가늘고 예쁘게 들리도록 튜닝되어서 조금 인공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마디로 여성 보컬과 바이올린을 더 화려하게 만드는 음색입니다. 매우 굵게 들리는 중음과 박력이 넘치는 저음 속에서, 정밀한 디테일 묘사 능력을 지닌 고음이 이 헤드폰의 가격대 성능비를 더 좋게 만듭니다.



*저음의 크기와 웅장함으로 게임과 영화를 커버한다


제 머리에는 작은 개방형 헤드폰이 올려져 있으나, 제가 듣는 소리는 영락없이 대형 헤드폰의 규모입니다. 음악 감상 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과 영화 감상에서도 지속적으로 느끼는 점인데요. 그 정도로 중음과 저음에서 피닉스의 특별한 힘(?)을 체감했습니다. 먼저, 선이 매우 굵고 밀도가 높은 중음을 들 수 있습니다. 유난히도 중음이 강해서 보컬과 현악기 소리가 귀에 아주 가깝게 들립니다. 또한 높은 저음의 포근함이 낮은 중음에도 영향을 주어서 사람의 체온을 그대로 느끼는 기분이 됩니다. 저음도 든든하게 강조되어서 체감으로는 P-II보다도 펀치가 강하게 들립니다. 저음 악기들의 울림이 큰 북처럼 쿵쿵거리며 초저음까지 깊이 내려가는 웅장한 규모가 형성됩니다. 피닉스는 물리적 크기가 작지만 저음의 크기와 웅장함은 다른 대형 헤드폰들을 가볍게 압도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엄청 가깝게 들린다!


피닉스는 이어컵이 작아서 드라이버 진동판이 유저의 귀에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실제로도 귓바퀴가 눌리면서 헤드폰의 드라이버에 착 붙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노라면 오픈형 헤드폰 특유의 개방감이 있으나 공간은 밀폐된 오디오 룸이 떠오릅니다.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속에 있으며 음악의 모든 요소가 굉장히 가깝게 들립니다. 마치 대형 스피커의 진동판 앞에 귀를 대고 듣는 기분입니다. 이 헤드폰의 음색은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겠으나, 고막에 가깝게 들리는 소리 형태는 음반의 제작 방식을 구분합니다. 제가 듣기에 피닉스는 좁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높은 라우드니스 세팅으로 제작된 음반에 아주 좋은 헤드폰입니다. 마구 쿵쾅거리고 크게 외치는 곡을 더 가깝고 크게 키워줄 것입니다.




시브가 P-II



P-II는 진동판 앞뒤로 자석 패널을 배치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탑재했습니다. SV021과 피닉스가 생활 속 다용도로 투입되는 것과 달리 P-II는 거치형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진지한 헤드파이 유저에게 적합한 대형 헤드폰입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책상 위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외장 DAC, 헤드폰 앰프를 두고 오케스트라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매니아가 P-II의 오너라고 하겠습니다. 이토록 진지한 시스템에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헤드폰 가격이 50만원대 후반이니 해외에서도 가성비로 유명합니다. 더블 사이드 마그넷 덕분에 오디지 LCD 시리즈에 지지 않는 묵직함(...)이 있으며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편이라서 헤드폰 앰프 사용을 권하겠습니다. 기본 케이블이 4.4mm 커넥터를 사용하므로 4.4 밸런스 출력을 제공하는 DAP가 요긴하겠고요.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쓸 때에도 되도록 밸런스 연결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P-II는 이어컵을 눕힐 수 있어서 하드 케이스도 가로형으로 디자인됐습니다. 피닉스의 케이스보다 얇지만 옆으로 넓으니 수납 공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도 소중한 헤드폰을 안전히 보관하고 휴대할 수 있으니 하드 케이스가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기본 3.5mm 케이블은 준수한 품질의 동선 소재이며 4.4mm 커넥터와 더불어 3.5mm 변환 케이블도 제공됩니다. P-II 외에도 시브가와 센디 오디오는 4.4mm 커넥터를 선호하므로 2.5mm 밸런스 연결은 접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 제품의 목재 이어컵은 블랙 월넛 우드로 제작됐습니다. 시브가의 우드 하우징 품질은 가격과 상관없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며, P-II에서도 매우 단단하고 깔끔하게 마감된 나무의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금속으로 제작된 스피커 그릴은 은색 바탕에 구름 모양의 검은색 프레임을 덧씌운 구조입니다. 이 회사는 자신이 중국 브랜드임을 감추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의 자연 친화적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헤드폰 외부만 봐도 즉시 동양적 분위기가 몰려옵니다.



이어패드는 피닉스는 물론 센디 오디오 에이바에서도 보았던 인조 가죽과 벨벳의 혼합 소재입니다. 테두리 부분은 가죽으로 하되 피부에 닿는 부분을 부드러운 벨벳으로 만들어서 아주 편안하게 착용됩니다. 이어패드의 아래쪽을 두텁게 만들어서 유저의 귓바퀴 뒤쪽을 감싸게 만든 점도 눈에 띕니다. 헤드밴드는 금속 프레임에 가죽 밴드를 해먹처럼 띄운 구조인데요. 피닉스에서 봤던 패드 쿠션이 있어서 이것도 두피 지압 효과를 냅니다.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반응이 나올 듯하니 참조 바랍니다. 헤드폰을 쓰고 있기만 해도 두피 혈액 순환이 된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



*에이바와는 다르다! 에이바와는!!


시브가 P-II는 센디 오디오 에이바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구조와 소재가 다른 모델입니다. 특히 에이바는 P-II보다 드라이버 진동판이 훨씬 얇아서 소리가 완전히 다른데요. 대단히 정교한 소리 성향의 에이바와 달리 P-II는 소리 선이 더욱 굵고 시원하며 밀도가 더 낮고 고.중.저음이 각각 강조되어 있어서 '연마되지 않은 천연 광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름다운 보석도 보기에 좋지만 암석에 그대로 올려진 순수 광물도 고유의 멋을 지닙니다. 시브가 P-II는 평탄한 소리를 추구하지만 유저가 듣기에 '천연'의 상태를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유저의 체감으로는 고음, 중음, 저음이 각각 완만하게 강조된 W 모양의 소리처럼 들릴 것입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뚜렷하게 분리되어 들리는 입체감


모양의 소리라서 그런 것도 있으나 P-II는 고음, 중음, 저음이 분리되어 들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뭔가 '현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강하고 명확한 특징인데, 이것이 재미있는 입체감을 만들며 음악 감상의 즐거운 양념이 됩니다. 에이바처럼 고.중.저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이 입체감 때문에 P-II를 선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또한 P-II는 첫 감상부터 소리의 해상도가 굉장히 높아서 놀라게 됩니다. 제 기준에서는 100만원대 이상의 헤드폰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이파이 사운드를 거의 반값으로 확보하는 셈입니다. 고음은 주로 낮은 부분을 조금씩 강조해서 청량감이 있으나 밝게 들리지 않도록 일부 영역을 낮춰서 최종적으로는 살짝 어두운 음색이 됩니다. 매우 선명하며 치찰음 강조도 있는 고음이군요. 그래서 더욱 시원하고 찌릿한 감흥이 있습니다.



*헤드폰이 곧 보컬 마이크, 스튜디오 헤드폰의 저음


조금 더 앞으로 나오는 굵은 선의 중음입니다. 중음 영역 전체에서 움푹 패인 부분(Dip)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충실한 느낌인데요.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서 아주 굵고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헤드폰이 곧 보컬 마이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음이 힘찬 소리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최고의 보컬 헤드폰인가...'하며 감탄했던 에이바와 유사한데, 아무래도 중음의 결이 곱고 깨끗하게 드러나는 점은 에이바가 많이 앞섭니다. P-II의 저음은 단단한 펀치로 짧게 끊어서 치는 느낌이 강합니다. 높은 저음이 약간 강조되어서 제법 박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저음은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합니다. P-II도 에이바처럼 스튜디오 헤드폰의 균형 잡힌 저음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래도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때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웅장하게 묘사할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또한 이 점은 P-II에게 출력 좋은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외부 어딘가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에이바 리뷰에서 복붙)


P-II는 오픈형 헤드폰들 중에서도 유난히 공간감과 개방감이 강한 제품입니다. 처음 노래를 틀어보면 헤드폰이 아니라 바깥에 놓인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개방 구조를 헤드폰에 적용한 최대의 보람이라고 할까요? 소리를 넓게 펼쳐두고 관망하기에 좋습니다. 머리 좌우 바깥으로 넓게 확장되는 공간은 P-II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에이바의 리뷰에서도 '외부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다'는 말을 했군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P-II는 에이바와 다른 고유의 맛이 있습니다. 앞서 P-II를 천연 광물에 비유한 이유는 이 헤드폰의 소리가 매우 자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깨끗한데 탄산이 포함되어서 목에 시원한 느낌을 주는 냉각 탄산수의 맛입니다. 기름기를 쫙 빼낸 저음 속에서 인위적인 양념 없이 시원하게 뿜어지는 고.중음이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몸에 좋고 건강한 소리(??)


제가 제품 리뷰를 오랫동안 하면서 느낀 점은 이어폰 헤드폰 분야에도 국가별 특징이 있다는 겁니다. 중국 오디오의 경우는 뚜렷한 특징을 내지는 않으나 '꾸밈없는 자연의 소리'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 접해본 시브가와 센디 오디오도 천연의 소리를 추구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소리의 과학적 분석을 지양하며, 사람이 듣기에 자연의 숲이나 맑은 물을 떠올리도록 천연에 가까운 사운드 튜닝을 합니다. 예를 들면 음악성이 뛰어난 유럽 브랜드의 헤드폰 소리보다는 덜 다듬어졌거나 덜 정교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자연 재료로만 만든 야채 요리처럼 몸에 좋고 건강한 소리라서 오랫동안 마음 놓고 섭취할 수 있습니다. 시브가 P-II는 그러한 건강 식품 사운드의 표본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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