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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퍼 오디오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 음악적 정착이 가능한 초고가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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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르게 오디오 애호가용으로 진화한 초고가 하이엔드 이어폰이다. 극한의 소리 투명도와 머리 속으로 스미는 초저음을 지녔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저는 오랫동안 제품 구입과 중고 판매를 반복해왔습니다. 요즘은 빈도가 많이 낮아졌으나, 새로운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경험해본 후 오래 쓸 생각이 없다면 중고 판매하는 것이 일종의 기본 공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정 속에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는데요. 자신의 경제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돈이 있어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제품의 가격대를 자신의 월급으로 뒷받침할 수 없다면 결국은 중고 판매로 방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어폰 세 개는... 이러한 경제 관념을 뛰어 넘는 존재입니다.



그냥 이어폰일 뿐인데, 평범한 월급쟁이가 꾸준히 돈을 모으거나 카드 무이자 할부를 긁어서 구입한 후 품에 안고 행복하게 잠들 만한 제품입니다. 차라리 술을 끊거나 한 달 내내 면식만 하겠다고 각오할 정도로 감동적이고도 범용적인 소리를 내는 하이엔드 이어폰이란 말입니다. 다양한 소리의 이어폰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어폰 한 개로 완전히 정착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 볼 때 소리의 세계에는 정착이 없다고 하겠으나, 이 제품들은 정착이 가능하다고 99.9%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인이어 모니터(IEM) 회사 '퍼 오디오(Fir Audio)'의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을 소개합니다. 이름은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Neon 4, Krypton 5, Xenon 6)'이며 짐작하시다시피 각 숫자가 드라이버 수를 뜻합니다. 모두 키네틱 베이스 설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저음을 재생하며, 네온 4와 크립톤 5는 BA로 고.중음을 재생하고 제논 6는 BA와 함께 EST(정전형)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가격은 무려 300만원대, 400만원대, 500만원대로 큰 마음 먹고 질러야 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싼 값이 성립될 정도로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는 소리가 좋습니다.


국내 출시가 지연되면서 한 달이 넘도록 세 이어폰을 사용해봤는데... 저도 자금이 있다면 구입해서 품에 안고 잠들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퍼 오디오의 M3, M4, M5는 극한의 해상도를 모니터링 사운드로 들려주었지만, 이번에 나온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는 극한의 해상도를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음악적 사운드로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끝내주는 이어폰을 찾아다닐 때 '해상도가 끝내주게 높으면서 음악성도 끝내주게 좋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면,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그 기대치에 무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폰인가...? 금관 악기인가...?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는 흰색, 진회색, 노랑색의 박스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M 시리즈와 거의 같은 구성품이 나오는데요. 내부에 이어팁과 청소 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가죽 케이스가 보이고, 군복의 어깨에 부착할 법한 '퍼 오디오 우주군(Fir Audio Space Force!)' 패치도 있습니다. 이 패치는 재봉틀 작업으로 꼼꼼하게 제작된 '진짜'입니다. 이게 어느 용도로 투입될지는 모르겠으나, 우주 탐험 토끼를 아이콘으로 내세우는 회사라서 그런 것이니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박스에서 케이블과 함께 이어폰 본체를 꺼내면... 시각적 감동이 시작됩니다. 다른 IEM 회사들에서도 이 정도로 블링블링한 디자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매우 비싼 가격을 암시하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모습에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모든 것이 번쩍거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은색으로 빛나는 네온 4와 크립톤 5는 의외로 아주 가볍습니다. 이어폰 하우징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편 황금빛의 제논 6는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이라서 제법 묵직합니다. 이러한 금속 소재에 고광택 도금을 해서 마치 새로 구입한 금관 악기처럼 보입니다.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도 멋집니다. 네온 4는 화이트 그레이 패턴이고, 크립톤 5는 블랙 실버 패턴이며, 제논 6는 블랙 그레이 바탕에 금 가루를 뿌려놓은 모습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식이 사파이어 글래스로 덮여서 멋진 광택을 보여줍니다.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는 무대 공연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가 기본 형태입니다. 커스텀 핏(Custom fit)으로 주문하고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넣어도 됩니다. 하지만 커스텀 핏은 아크릴로 제작됩니다. 금속과 유리로 만들어지는 프론티어 시리즈의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 제품들은 무대 공연용이 아니라 일종의 패션 명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소재와 외관이 화려합니다. 소리 전달에는 분명히 커스텀 이어폰이 좋은데, 오로지 외모의 샤이닝 파워 때문에 유니버설 이어폰을 고르게 생겼습니다.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는 생김새가 화려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 설계도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2핀 커넥터를 탑재했는데, 2핀 커넥터 부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우징 측면에서 작은 나사로 고정해두었습니다. 또한 노즐의 금속 그릴이 눌리거나 빠져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금속 링도 있군요. 이어폰에서 의외로 잘 고장나는 자잘한 부분을 꼼꼼이 보강해둔 것입니다.



기본 케이블은 고순도 동선 소재이며 8심 구조입니다. 8심이지만 케이블이 가볍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이어폰 쪽 커넥터는 2핀이고 재생기 쪽 커넥터는 4.4mm를 채택했습니다. 이 케이블의 퍼포먼스가 그리 나쁘지 않으니 굳이 교체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렇게 비싼 이어폰을 구입하는 분이라면 케이블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개인적인 추천을 한다면,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는 이어폰 자체가 순은선이 들어간 듯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고급 동선이나 은 도금 동선을 권하겠습니다. 프론티어 시리즈에는 되도록 음색 꾸밈이 없으며 소리 해상도만 뚫어주는 케이블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M 시리즈도 그러했듯이... 기본 포함되는 이어팁 중에 회색 싱글팁을 장착하면 제 귀에는 소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저음이 줄어들고 고음이 강해짐) 그래서 이번에도 검정색 더블팁을 사용했습니다. 이어팁의 선택은 각자의 귀 모양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참조만 해두시고요. 어느 이어팁을 사용하든, 이어폰 하우징 안쪽의 키네틱 베이스 드라이버가 귀 안쪽에 닿도록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파이널 E 이어팁도 사용할 수 있는데 고음과 저음이 더 강조되는 소리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프론티어 시리즈의 소리에서 핵심 주제가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강한 성향의 소리를 원한다면 파이널 E 이어팁도 써볼 만하겠습니다.




콘서트홀의 공기 울림을 만드는 키네틱 베이스



퍼 오디오는 M 시리즈에서 알루미늄 하우징 내벽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고정하여 저음 진동을 전달했습니다. 이어폰 속에서 나오는 저음 뿐만 아니라 이어폰 하우징의 진동으로도 저음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프론티어 시리즈에서는 더욱 급진적인 설계를 더했습니다. 키네틱 베이스(Kinetic Bass)라는 기술인데요. 저음을 재생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이어폰의 쉘 내부에 부착한 후 쉘에 큰 구멍을 뚫어서 저음 울림이 바로 뿜어져 나오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골전도와 유사한 현상을 만들어서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과는 크게 다른 기운을 받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리뷰했던 이어폰 중에서는 아예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를 인이어 모니터에 넣은 제품이 있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레전드 EVO입니다. 이 물건으로 음악을 들으면 저음이 머리 속에 직접적으로 펀치를 가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또한 레전드 EVO는 채널당 두 개씩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더했기 때문에 저음 타격이 더욱 강해졌을 겁니다. 레전드 EVO의 골전도 드라이버는 이어폰의 아크릴 쉘 안쪽에 부착되어서 하우징을 울려주고, 프론티어 시리즈는 이어폰의 금속 쉘에 큰 구멍을 뚫어서 드라이버의 저음 진동을 직접 방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인지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의 키네틱 베이스는 조금 더 머리 바깥쪽에서 공기처럼 머리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줍니다. 10mm 지름의 다이내믹 우퍼 한 개로 저음 영역을 담당하되 이어폰의 하우징을 개방해서 저음의 공기 느낌을 내는 모양입니다. 레전드 EVO의 저음은 물리적 압력이며 프론티어 시리즈의 저음은 인지적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두개골 속에서 진동하는 게 아니라 두개골 속으로 스며서 확산되는 매우 강력하고 깊은 초저음입니다. 많은 이어폰을 사용해보셨다면 이 독특한 초저음 진동이 무척 색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키네틱 베이스가 콘서트홀의 공기 울림을 크게 강조하므로 프론티어 시리즈는 모두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가 쿵쿵거릴 때 연주 공간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초저음의 연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 하나 때문에 키네틱 베이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어폰에서 대형 스피커 느낌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결정타가 되겠습니다. 베이스 드럼이나 초대형 북을 포함하여 저음이 포함되는 악기 모두에게도 키네틱 베이스가 새로운 공기를 부여합니다.



*참고 : 제논 6는 네온 4, 크립톤 5보다 키네틱 베이스 포트가 크게 뚫려 있습니다. 제논 6가 초저음의 웅장함을 더욱 중시한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퍼 오디오 이어폰에는 ATOM이라는 기술이 적용됩니다. 'Air Transferring Open Module'의 약자인데요. 퍼 오디오 커스텀 이어폰은 원기둥 모양의 ATOM X를 사용하며, 유니버설 이어폰에는 아주 작은 부품인 ATOM XS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귀를 완전히 막는 이어폰을 쾌적하게 착용하려면 귀 속의 공기 압력을 완화시켜줄 통로가 필요한데, ATOM은 누음 없이 이어폰 하우징 속의 공기만 내보내줍니다.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모두 ATOM XS가 적용되어 있으므로, 강하게 소음 차단을 하면서도 이압의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SOUND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드라이버 감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제품 사양표에는 수치가 없지만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 청취해보면 드라이버 감도가 120dB에 육박하는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리가 크게 나오는 이어폰이므로 기기 볼륨부터 낮추고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재생하는 쪽에서 비접지 상태의 전기 노이즈나 앰프 파트의 화이트 노이즈를 갖고 있다면 프론티어 시리즈는 더욱 강하게 들려줄 것입니다. 이 제품들은 애초부터 휴대 음향 전용으로 만들어졌으므로, 되도록 DAP와 휴대용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듣기를 권합니다.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네온 4, 크립톤 5가 22옴이며 제논 6는 28옴이라고 합니다.



*제논 6는 전원 연결된 기기를 피해야 한다


정전형 슈퍼 트위터를 탑재한 제논 6는 '아웃렛 전원에 연결된 기기'에서 초고주파 노이즈를 낼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듣노라면 갑자기 청각 테스트의 스윕 사운드 같은 초고음이 삐익~하고 들려오기 때문에 많이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 퍼 오디오에서는 제논 6를 스테이지 모니터용으로 개발했기에 전원 연결은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퍼 오디오는 오랫동안 무대 공연자들을 위한 휴대용 장비를 만들어 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제논 6를 'DAP 전용'으로 쓰는 게 좋겠고... 혹시 전원 연결된 거치형 기기에서도 사용하고 싶다면 네온 4, 크립톤 5가 더 편하겠습니다.



*공통적인 특징


프론티어 시리즈 3개는 소리를 대충 들으면 '음색이 밝고 고음이 화려한 중.저음형의 포근한 이어폰'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또한 사운드 튜닝의 기본이 유사하기 때문에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의 소리 차이를 감지하지 못할 확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가격대까지 이어폰을 청취해온 여러분이라면 세 모델의 특징을 쉽게 감지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프론티어 시리즈가 지닌 공통점을 짚어두겠습니다.


1) 초고해상도

: 100만원대 DAP로만 감상해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물건들의 소리 해상도는 차원이 다릅니다. 깨끗한 거울로 사물을 비춰보는 듯한 최상급의 투명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엄청난 음 분리 능력

실제 공연 현장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이어폰 헤드폰 유저에게는 머리 속에서 소리의 요소를 분리한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음 분리 능력에서 프론티어 시리즈는 새로운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 점은 드라이버의 고성능 못지 않게 드라이버의 배치와 주파수 응답 튜닝으로 달성한 것 같습니다. (프론티어 시리즈는 튜브가 없는 오픈 드라이버 구조와 내부 음 반사 기술을 사용함)


3) 거의 완벽한 자연스러움

이것도 사운드 튜닝의 성취라고 하겠습니다. 키네틱 베이스가 만드는 강력한 저음이 있으나 모든 음 영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재생 타이밍도 거의 완벽합니다. 음악을 듣다가 조금이라도 무엇인가 거슬려서 눈썹을 움찔하는 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소스 품질이 좋으면 좋을수록 이어폰의 소리가 더욱 자연스러워집니다.


4) 청각 자극이 없는 극도의 편안함

고음과 중음 영역을 매우 세밀하게 조절해서 너무 샤프하거나 너무 둔탁해지지 않도록 완성해두었습니다. 아무리 오래 들어도 귀가 지치지 않습니다. 유저의 고막 압력을 완화해주는 ATOM 기술도 한 몫을 하는 모양입니다.


5) 웅장하고 깊게 울리는 저음

프론티어 시리즈는 M 시리즈처럼 펀치가 강하고 묵직한 저음을 들려줍니다. 고.중음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울리는 저음입니다.


6) 머리 속으로 스며드는 공기 형태의 초저음

두개골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으로 흡수되는 초저음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저음을 재생하는 여러 이어폰들의 느낌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미지로 그리는 초저음이 아니라 머리로 직접 느끼는 초저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연기 같은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들이... 제가 지금껏 접했던 수백 만원대 이어폰들과도 차별화될 정도로 막강합니다. 이어폰의 소리 전달 능력이 또 한 단계 진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도 깨끗하고 자연스러워서 들을 때마다 놀랍니다.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중 어느 것을 고르든 간에 위의 공통적 장점은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취향을 탈 만한 점은?


프론티어 시리즈는 소리가 너무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서 영화 게임용으로는 심심한 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용도라면 아무래도 고음이 짜릿하고 저음이 강조된 소리가 재미있기 마련입니다. (청각 자극을 오히려 즐기는 상황!) 단, 이어팁을 교체해서 변화를 줄 수는 있습니다. 기본 포함되는 싱글팁을 쓰면 고음이 더욱 샤프하게 되고, 파이널 E 이어팁을 쓰면 고음과 저음이 모두 강조되어서 다이내믹한 소리가 됩니다. 이 외에도 컴플라이 폼팁, 아즈라 실리콘 이어팁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해봐도 좋겠습니다. (노즐 지름은 4~5mm 정도) 물론, 저는 프론티어 시리즈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성향의 소리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들은 원래부터 저음이 강한 편입니다. 주파수 응답 그래프에서 저음이 부푼 모습을 싫어하는 유저라면 프론티어 시리즈도 제외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외 감상에서는 주변의 저음형 소음으로 인해 프론티어 시리즈의 저음이 적당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키네틱 베이스도 취향을 탈 확률이 있습니다. 초저음이 명확한 레이어를 이루지 않고 공기로 존재하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골전도의 개념을 응용하는 엠파이어 이어스 레전드 EVO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입니다. 심하게 요약해서 비교한다면, 레전드 EVO의 초저음은 고체이고 프론티어 시리즈의 초저음은 기체에 가깝습니다.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은데 각자의 주제가 뚜렷하다


세 이어폰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비슷하게 나올 듯합니다. 평탄하지는 않지만 지나친 굴곡이 없는 매끈한 곡선을 그리되 초저음이 크게 강조된 형태일 것입니다. 퍼 오디오 대표와 64 오디오 대표가 친형제라서 이어폰의 제작 기법과 각종 기술을 많이 공유하고 있는데요. 퍼 오디오가 M 시리즈에서는 실로 냉철하고 선명하며 강렬한 사운드로 획을 그었지만, 이번 프론티어 시리즈는 64 오디오 이어폰들의 한 가지 DNA를 흡수했습니다. 청각에 조금도 자극을 주지 않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입니다. 프론티어 시리즈는 고음을 극히 정밀하게 조절해서 놀라운 해상도와 섬세함을 성취하면서도 귀를 아주 편안하게 다독여줍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한 달째 매일 듣는 순간까지 프론티어 시리즈는 언제나 감동적이고도 아늑한 이어폰이었습니다.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마도 '사용 목적'일 것입니다. 네온 4와 크립톤 5의 차이는 BA 드라이버 한 개이고, 크립톤 5와 제논 6의 차이는 하우징의 소재와 정전형 슈퍼 트위터가 됩니다. 여기에서 각각 100만원대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퍼 오디오 제작자는 각 모델의 소리 주제를 명확히 지정해두었습니다. 제 의역을 더해서 설명하면 네온 4는 가장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 크립톤 5는 모니터링에 좋은 가장 정확한 소리, 제논 6는 음악 감상의 극한을 위한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감상해본 결과를 더해서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네온 4

자연스러움과 균형의 올라운더. 고.중음의 선이 가늘고 부드러워서 편안한 소리. 언제나 안정된 마음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단 하나의 이어폰이 될 수도 있다.


•크립톤 5

더 힘차고 굵은 소리의 올라운더. 더 강력한 중.저음으로 굵고 힘찬 소리. 맑으면서도 명확한 소리를 원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 되겠다.


•제논 6

풍부한 울림의 초저음과 공기 느낌을 살리는 초고음이 있다. 더욱 깊은 저음과 현란한 고음의 소리. 웅장하고 화려한 분위기로 음악의 감동을 증폭해준다.



*사라지는 이어폰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검토한 후에도 너무나 비싼 가격을 합리화하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나옵니다. 프론티어 시리즈의 소리는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지 않으며 소리를 최대한 투명하게 전달하는 '사라지는 이어폰'에 가깝습니다. 헤드폰에서 400~500만원대로 올라가면 결국 헤드폰이 사라지는 것처럼, 인이어 모니터에서도 퍼 오디오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음악 장르를 구분하지 않으며 각 음악이 녹음되고 마스터링된 의도 그대로 들려줄 뿐입니다. 저도 프론티어 시리즈를 한 달 넘게 사용하면서 늘 만족했지만 이 제품들의 명확한 개성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황당할 정도로 투명하고 정밀한 소리인데 고음이 화려하고 중음이 두터우며 저음이 빵빵하고 초저음이 색다르더라 - 이 정도로만 감을 잡는 것입니다.


그래도 각 모델의 소리 느낌은 묘사해두겠습니다. 혹시 프론티어 시리즈를 직접 청취해보겠다면 '네온 4 → 제논 6 → 크립톤 5'의 순서를 권장합니다. 미세한 차이일 수도 있으나 네온 4, 제논 6는 음악 감상용, 크립톤 5는 소리 분석용으로 분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네온 4 (Neon 4, NE 4)



네온 4는 소리 느낌만 본다면 제논 6와 닮았습니다. 제논 6보다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조금 더 약해서 덜 화려할 뿐입니다. 네온 4는 진정한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로서 음악을 극히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묘사합니다. 키네틱 베이스의 웅장하고 깊은 초저음 울림이 다른 고가 이어폰들과 명확하게 구별되며, 뭉친 곳 하나 없이 부드럽고 결이 곱게 다듬어진 고.중음에서 귀의 만족을 느낍니다. 기본적으로는 포근한 느낌이 강하며 약간 밝은 음색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드라이버가 하나의 트랜스듀서로 통합하여 동작하되, 주파수 응답 대역폭을 크게 넓혀서 쭉쭉 뻗는 고음과 무한으로 부풀어오르는 저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높은 중음(낮은 고음)의 일부를 조금 낮춰서 청각 자극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보컬과 현악기에서 낮은 음이 두툼하게 차오르며 높은 음은 살짝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ASMR 전용이라고 해도 될 만큼 소리가 편안한데, 머리 속으로 스미는 공기 초저음으로 심리적인 넓은 공간과 웅장한 규모를 경험합니다. 생활용 이어폰으로는 너무나 비싸지만 생활용 이어폰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크립톤 5 (Krypton 5, KR 5)



인간은 귀 구조 때문에 높은 중음을 더 잘 듣게 되는데, 크립톤 5는 바로 이 중음 영역을 2 BA로 보강한 모델입니다. 네온 4, 제논 6보다도 높은 중음이 강하고 굵게 들림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고음 쪽의 튜닝도 약간 다릅니다. 네온 4, 제논 6의 고음은 청각 자극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광택이 흐를 정도로 연마해둔 느낌이지만, 크립톤 5의 고음은 더욱 굵직한 선을 내기 위해서 조금만 덜 연마한 대리석 같습니다. 이러한 주파수 영역의 보강과 날것에 가까운 사운드 튜닝이 최종적으로는 음색적 특징을 제거하여 소리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만듭니다. 셋 중에서 가장 많이 사라지는 이어폰을 원한다면 크립톤 5가 넘버원입니다.


소리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용도에 아주 좋은 이어폰이고, 음악 감상 목적에서도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음의 질감이 극히 고울 뿐만 아니라 더욱 앞으로 나오며 선이 아주 두툼해서 고막 전체를 뒤덮는 듯합니다. 소프라노가 한껏 목청을 높이면 고막 중앙이 뚫리는 듯한 영롱한 울림에 매료되고 맙니다. 키네틱 베이스의 풍성한 연기와 진동 속에서 화사하고도 정밀한 고음의 장식을 받으며, 예술적 가치와 기능적 우위를 모두 점하는 럭셔리 중음입니다.



네온 4, 제논 6와 비교한다면 크립톤 5는 저음의 펀치가 더욱 강한 편입니다. 키네틱 베이스에서 초저음보다도 조금 더 높은 저음이 세게 들립니다. 이어폰의 소리에서 확실하게 때리는 저음 타격을 중시한다면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제논 6 (Xenon 6, XE 6)



자연스러운 밸런스형 사운드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을 보강한 U 모양의 사운드입니다. 그리고 음악의 감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성적 튜닝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의 영향이 뚜렷한데요. 하우징 내부에서 생성되는 특유의 연기 같은 초저음 울림 효과가 있으며 고음도 네온 4, 크립톤 5보다 더욱 현란하게 빛을 냅니다. 중음도 질감이 몹시 곱게 다듬어져서 사람의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를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묘사합니다. 정전형 슈퍼 트위터 덕분에 연주 공간의 공기가 살아나서 숨이 트이는 기분도 만족스럽습니다. 누가 들어도 이 소리는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화려함과 거대한 규모가 있습니다.



초저음의 울림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음의 정확도를 본다면 제논 6는 크립톤 5보다 훨씬 따뜻하고 조금 흐릿한 소리의 이어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라우드 스피커가 설치된 오디오 룸의 느낌에 가장 가까운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첫 청취부터 '오오! 이거 쓸 만하네요?'라고 반응할 만한 이어폰이 제논 6라고 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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