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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메제 109 프로, 이 헤드폰 속에는 공기와 온도가 모두 쾌적한 공간이 있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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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공간감과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로 듣는 이를 놀라게 한다. 블랙 월넛 우드의 이어컵 속에는 왜곡율 낮추기에 공을 들인 복합 소재 진동판의 드라이버가 들어 있다. 이 설계로 음악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 모두가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소리를 만들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네, 안토니오 메제씨가 또 해냈습니다. (-_-)/ 이 헤드폰 좀 보십시오. 이렇게 색다르면서도 고급스러움이 좔좔 흐르는 헤드폰 디자인이 또 있을까요?



사실은 루마니아의 메제 오디오(Meze Audio)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여러분의 작품 탄생이지만 역시 메제씨의 메제 오디오는 평범한 신제품을 내놓지 않습니다. 이번에 국내 출시되는 '메제 109 프로'는 외형으로 볼 때 '메제 99 클래식'을 개방형으로 바꾼 것 같지만, 제품의 성격과 가격이 완전히 다른 신제품입니다. 99 클래식은 실외 활동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개발된 경량급 밀폐형 헤드폰이며, 109 프로는 실내의 진지한 오디오 감상에 쓰도록 만들어진 개방형 헤드폰입니다. 그래서 109 프로는 가격이 정가 120만원대, 할인 받으면 116만원 정도로 상당히 비쌉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예상하시듯, 메제 109 프로는 비싼 값을 하는 헤드폰입니다. 저는 109 프로가 99 클래식에서 달성한 기본기를 유지하면서도 소리, 디자인, 착용감 등의 모든 측면에서 큰 폭의 업그레이드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109 프로에서 이룬 장점들을 살려서 99 클래식의 밀폐형 상급 버전이 나올 것이라고 짐작 중입니다. 일단, 의미심장해보이는 문양이 그려진 제품 박스부터 개봉해봅시다.



이건 객관적으로 봐도 멋있지 않은가



제법 큼직한 박스를 열면 한 개의 하드 케이스가 나옵니다. 메제 오디오는 헤드폰을 담는 케이스도 각자 고유의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케이스 내부의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109 프로의 형태에 잘 맞춰진 모습입니다. 다른 구성품으로는 3.5mm 커넥터를 지닌 두 개의 케이블과 6.3mm 변환 젠더가 있습니다.



헤드폰 케이블은 1.5미터와 3미터 버전이 있는데 둘 다 피복이 아주 탱탱해서 조금도 꼬이지 않습니다. 케이블이 통통 튀어오를 정도라서 정리할 때 플러그가 이리 저리 휘둘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_-); 그리고 3미터 케이블은 실수로 발에 밟히는 것을 고려해서인지 조금 더 굵고 묵직한 편입니다. 헤드폰 쪽의 커넥터는 3.5mm 모노 규격이라서 메제 오디오에서 판매하는 업그레이드 케이블로 교체할 수도 있겠습니다.



케이블을 분리한 상태에서 메제 109 프로의 디자인을 살펴봅시다. 먼저 헤드밴드를 보면 99 클래식과 동일한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줄로 넓게 머리를 감싸는 금속 밴드가 있으며 V 모양의 요크에 걸쳐진 가죽 해먹이 유저의 정수리에 편안하게 놓입니다. 이러한 2중 구조 헤드밴드는 머리가 크든 작든 모두들 쉽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109 프로는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금속, 가죽, 나무로만 제작된 헤드폰입니다. 실외에서 가볍게 착용하도록 만들어진 99 클래식보다는 109 프로가 무겁고 큰 편이지만 그래도 375g에 불과해서 목이나 정수리에 실리는 부담은 없습니다.



케이스에서 처음으로 헤드폰 본체를 꺼내어 손에 들어보면 월넛 목재로 만든 이어컵 부분의 묵직함과 뽀송한 이어패드의 감촉이 만족스럽습니다. 이어패드는 벨루어 소재인데 쿠션이 조금 단단한 편이며 표면이 굉장히 매끄럽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볼 때 벨루어 이어패드는 대체로 중.저음이 따뜻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메제 109 프로의 경우는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고음이 원래 샤프한 편이고 금속 그릴까지 더했기 때문에 벨루어 이어패드에서도 아주 선명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어컵 하우징은 블랙 월넛 우드로 만들었는데 수명이 거의 다한 나무에서만 채집하는 목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메제 헤드폰들이 그러하듯, 109 프로 역시 각 파츠를 분해해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제품의 주요 소재와 구조에서도 환경 보호를 챙기는 메제씨의 메제 오디오입니다.




베릴륨을 테두리에 코팅한 복합 소재의 진동판


109 프로에는 새로 개발된 50mm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탑재됩니다. 메제 오디오는 이 드라이버를 개발하며 특히 진동판에서 질량과 강성의 이상적 균형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탐색을 했답니다. 이러한 개발 과정은 계속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버리면서 반복하는 노동인데요. 그들이 마침내 도달한 곳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소재와 조합이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진동판의 테두리 부분은 베릴륨을 코팅한 폴리머 소재이고, 가운데의 돔 부분은 셀룰로스와 카본 파이버의 혼합 소재입니다.



보통은 필름 진동판의 돔에 베릴륨을 코팅해서 고음을 향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메제 오디오는 소리의 왜곡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테두리 영역에 베릴륨 코팅을 더했습니다. 베릴륨은 다른 금속보다 댐핑 특성이 훨씬 좋아서 소리의 불필요한 울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드라이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구리 아연 합금의 링을 설치하고, 진동판을 담는 케이스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습니다.



드라이버의 진동판을 덮는 커버도 패브릭 댐핑이 아니라 금속 소재의 그릴입니다. 이 그릴은 보기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소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 부분을 청소할 때는 카메라에 쓰는 에어 블로워를 쓰면 좋습니다! 진동판이 눌리지 않도록 약하게 불어주세요.) 그리고 드라이버의 각도를 정밀하게 조정해서 사람의 귓바퀴에 소리가 집중되도록 해두었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해보면 이어컵의 내부가 넓어서 귓바퀴가 걸리지 않으며, 물리적인 공간 덕분에 소리의 공간감도 더욱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이 유저의 귓바퀴와 약간 멀리 놓이는 것인데, 이 상태에서도 최적의 주파수 응답이 나오도록 튜닝했을 것입니다. 이어컵의 바깥 부분은 공기가 그대로 통하는 그릴이 있으며 마치 프로펠러처럼 보이는 에어 가이드 형태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개방형 헤드폰에서 더욱 중요한 공기 흐름 조절에 많이 신경 쓴 모습입니다.




SOUND



메제 오디오의 109 프로 소개를 읽어보니, 제품 기획을 할 때 생생하고 짜릿한 소리를 원했다고 합니다. (Vivid and exciting!) 109 프로는 제품 명칭에 Pro가 들어 있으며 실제로도 밸런스형 사운드를 내지만, 음악 듣기에 재미있는 요소가 제법 많은 헤드폰입니다. 그리고... 구동하기가 쉽습니다. (-_-)b 헤드폰 앰프에 연결했을 때는 볼륨 노브를 9~10시 방향 정도로 조금만 올려주면 되며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욱 만족스러운 감상을 원한다면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필요하겠지만 생활 속의 편리한 사용에도 어울린다는 뜻입니다. 주파수 응답 범위는 5 ~ 30,000Hz,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40옴, 드라이버 감도는 112dB라고 합니다.



*첫 인상이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


여러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감상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역시 '첫 청취'가 되겠습니다. (다들 그렇듯이) 이 때는 보통 고.중.저음의 비중부터 판단하게 되는데 109 프로는 꽤 달랐습니다. 첫 인상부터 사운드 이미지가 굉장히 깨끗해서 놀란 것입니다. 99 클래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고해상도와 정밀도가 조합되면서 소리가 사진(!)으로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이 헤드폰은 드라이버 설계와 진동판 소재 선택에서 왜곡율 낮추기에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그 결과가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로 나오는 모양입니다. 또한 모든 음 영역의 응답이 아주 빨라서 정밀한 인상이 더욱 강해집니다.


100만원대라서 분명히 비싼 헤드폰이지만, 200~400만원대 헤드폰들을 떠올려봐도 소리의 해상도에서는 막상막하가 될 만큼 선명한 소리를 냅니다. 첫 청취부터 귓바퀴에 시원하게 뿌려지는 고음과 든든하고 단단한 펀치의 저음을 느끼는데, 의외로 음색 특징이 별로 없으며 해상도가 무척 높아서 재생기와 앰프의 소리 특성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메제 109 프로는 스튜디오 모니터 성향의 프로 오디오용 기기에 연결하면 모니터링 헤드폰이 되고, 음악 감상에 맞춰진 오디오 애호가용 기기에 연결하면 완전한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 됩니다. 미리 언급하건대 이 헤드폰에서는 음악 장르 구분이 필요없으며 굳이 최적화 장르를 권한다면 오케스트라 연주가 되겠습니다.



*크로스피드 효과 같은 신기한 공간감


이미지의 초점이 조금 더 얼굴 쪽으로, 앞으로 나옵니다. 스테레오 헤드폰의 소리이지만 약간의 크로스피드(Crossfeed) 효과를 넣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드라이버 각도의 조절과 이어컵 안쪽의 여유로운 공간 덕분인가 봅니다. 개방형 헤드폰의 기본 구조가 내는 시원한 개방감과 이 크로스피드 같은 효과가 더해지면서 실로 놀라운 공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들으면, 헤드폰으로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상 위에 둔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듯합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개방형 헤드폰들보다 소리가 좌우로 더 넓게 멀리 펼쳐지는 기분인데요. 이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트는 순간 북쉘프 스피커 한 쌍의 니어필드 리스닝이 시작됩니다. (좌우 스피커 사이의 스위트 스팟 앞에 머리를 가까이 두고 듣는 느낌)


콘서트홀 녹음의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109 프로의 '개방감 + 공간감' 효과가 극한으로 커집니다. 수많은 악기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서는 머리 둘레로 촥 펼쳐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사운드 이미지가 매우 명료해서 여러 악기들의 소리를 꼼꼼하게 분리하며 각각의 위치도 볼 수 있습니다. 단, 완전히 다른 드라이버(평판형)와 훨씬 거대한 진동판을 사용하는 메제 엠피리언, 엘리트와 비교한다면 공간 자체의 면적이 크지는 않습니다. 딱 내 머리 두 배 정도의 공간, 책상에 놓인 북쉘프 스피커의 니어필드 리스닝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메제 109 프로의 공간 묘사와 사운드 이미지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해보고자 노력한 것이... 엠피리언, 엘리트와의 비교입니다. 그리고, 굳이 둘 중에서 109 프로와 비슷한 헤드폰을 고른다면 엠피리언을 찍겠습니다. 가격 등급이 다르기는 하나, 사실 109 프로의 사운드 튜닝 성격은 엠피리언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다만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가 아니라 다이내믹 드라이버라서 소리에 양념이 조금 더 들어간 셈입니다.



*정확하고 정교한 웅장함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고음과 저음이 완만히 강조된 모습으로 나올 듯한데, 실제 청취에서는 낮은 중음과 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된 플랫 사운드로 들립니다. 또한 저음이 그리 강조되지는 않아서 웅장한 느낌이 적다고 하는 유저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초저음이 많은 영화 사운드 트랙을 들어보면 100Hz 아래의 초저음 영역까지 깊고 안정적으로 울림을 알 수 있습니다. (예: 다크 나이트 OST 1번의 3분 27초 지점) 이것은 과장된 웅장함이 아니라 정확하고 정교한 웅장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음을 크게 펑펑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 둘레를 깨끗한 초저음으로 에워싸는 방식입니다. 고음에는 밝고 샤프한 느낌이 있는데 높은 중음을 낮추지 않아서 화사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청각 자극을 줄이기 위해 높은 중음을 낮추는 일반적(?) 기법을 쓰지 않았군요. 그보다 중음과 저음 쪽의 묵직하고 어두운 인상이 있어서 전체 음색은 중립이거나 약간 어둡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점은 벨루어 이어패드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즉, 이 헤드폰의 소리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이 모두 균형 속에서 만족하며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중음에서 풍기는 듣기 좋은 향기


중음 영역 전체가 아주 감성적입니다. 더욱 주관적으로 묘사한다면 맑고 차가운 톤의 향수를 뿌린 듯한 기분입니다. 109 프로는 음색 특징이 별로 없으며 고.중.저음 균형이 매우 좋은 헤드폰인데 그래도 유일한 개성을 찾는다면 중음이 되겠습니다. 높은 중음부터 낮은 중음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서 듣기 좋은 잔향이 풍부하며 사람 목소리의 온기가 더욱 살아납니다. 이 점은 벨루어 이어패드와 더불어 월넛 우드의 영향이 커보입니다. 주파수 응답의 형상이 중음을 더욱 앞으로 끌어오며 선이 아주 굵게 나오도록 설정된 느낌인데, 이어컵의 목재 하우징으로 울리면서 아주 듣기 좋은 향기까지 갖게 됐습니다.



*고음에서 경험하는 에어컨과 제습기의 공간


고음의 선이 굵으며 초고음과 낮은 고음이 골고루 조금씩 강조된 듯합니다. 드라이버 진동판 앞에 필터를 두지 않았으며 금속 그릴까지 더해서 고음을 살아나게 만들어놓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109 프로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진동판의 고음을 담당하는 돔 영역이 셀룰로스와 카본 파이버의 혼합 소재인데 특유의 고음 감촉이 있습니다. 사람 목소리의 치찰음과 드럼 심벌즈의 찰싹거림이 더 강조되는 '짜릿함'이 있는데, 동시에 고음의 끝이 곱게 흩어지면서 청량한 가루를 뿌립니다. 이것이 이어컵 내부의 공간을 맴돌면서 공기를 시원하게 만드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낮은 중음과 저음에서 나오는 포근하고 단단한 울림 속에서도 유난히 산뜻하고 개운한 고음의 맛을 계속 느낍니다. 생각해보면 메제 오디오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과 헤드폰들은 모두들 청량감 있는 고음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안토니오 메제씨와 메제 오디오 직원들의 취향이라는 뜻이고, 여러분의 취향과 맞거나 어긋날 수도 있는 특징이 됩니다.


메제 109 프로의 이어컵 내부는 에어컨과 제습기를 켜서 섭씨 20~22도 온도와 40~50% 습도를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이 쾌적한 곳에서 숨이 탁 트이는 사람도 있겠고 추워서 소름이 돋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공간임은 확실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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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마호 연월마호님 포함 1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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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목 장인이신듯 ㅋㅋㅋ

17:37
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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