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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파이널 E1000, 오디오의 학습 교재가 되는 가성비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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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이 시절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많이’ 가난했고, 20대 후반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스킬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PC방 아르바이트였고, 그 다음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그 다음에는 현수막 가게에서 일을 했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에서 현수막 가게로 간 점이 뭔가 이상하지만 스무쓰하게 넘어갑시다. 어쨌든, 서른 살 되기 직전에 용케도 서울로 올라와서 번듯한 웹 에이전시에 입사하기 전까지의 저는 무척 궁핍한 생활을 했습니다.

마음 속에 음향 기기의 뽐뿌를 가득 안은 상태로 말입니다. (-_-)

일을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게 되면 괜찮은 MP3 플레이어나 이어폰을 사려고 온갖 계산을 했는데요. PC방 아르바이트 돈으로 처음 구입한 것이 인켈 오디오 카드와 오디오 테크니카 CM7 SV였습니다. 저의 첫 인생 이어폰은 젠하이저 MX400이지만 소리의 커다란 향상으로 첫 감동을 준 것은 CM7이었으니 CM7을 최초로 치렵니다. 그 후에 떨이 판매되던 이스타랩 모노리스 2도 구입하면서 자그마한 휴대 음향 세트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괜찮은 소리의 음향 기기를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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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는 어떤가요? 3만원이면 진짜 괜찮은 소리의 이어폰을 살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파이널(Final)의 레알 가성비 이어폰 ‘E1000’이 있다면 저처럼 고된 인생을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중.고등학생 여러분도 용돈 아껴서 살 수 있는 3만원대 이어폰인데 소리가 좋다는 말입니다. 파이널의 E2000, E3000보다 저렴하지만 다운그레이드가 아닙니다. 제품을 충분히 사용해본 결과 E2000, E3000과 ‘다른 종류의 음색’을 지닌 이어폰이 E1000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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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1000은 파이널의 미래 고객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_-); 지금 중.고등학생인 유저들에게 싸지만 좋은 소리의 이어폰을 팔아서 10~20년 후에 파이널의 고급형 제품을 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지레짐작일 뿐이고, 실제로는 E1000이 학생들에게 훌륭한 오디오 학습 교재가 될 듯 합니다. 이 이어폰은 원래부터 소리 자극이 없으며 라우드 스피커와 유사한 느낌이 나도록 설계된 E 시리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스피커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운용하기 전에 이어폰으로 ‘사운드 이미지’나 ‘심리적 공간의 넓이’ 같은 기초 개념을 익힐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각자의 취향은 짚고 넘어갑시다. 파이널 E1000의 소리는 부드럽고 편하며 저음이 든든한 성향이므로 고음이 시원하게 올라가거나 평탄한 저음의 소리를 원한다면 다른 제품이 나을 것입니다. 저의 관점에서는 학생 여러분이 E1000 같은 스피커 느낌의 이어폰으로 오디오의 기초를 시작했으면 좋겠으나, 결국 음악과 소리의 재미는 개인마다 다르니 시작부터 언급해둡니다. 10대 시절부터 이어폰으로 소리 크게 몇 시간씩 음악을 들으면 실제로 청력이 손상되니 주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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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구성품

파이널은 이어폰 관련 액세서리를 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품질 좋기로 유명한 E 이어팁 3쌍은 1.8만원이고 다른 이어폰에서도 아주 편리한 소프트 이어훅 1쌍은 1.3만원입니다. 그래서 E1000의 패키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작은 상자를 열면 이어폰 본체와 실리콘 이어팁 5쌍이 있습니다. 3만원대 제품인데 E 이어팁이 5쌍이나 있단 말입니다. E2000, E3000에 포함되는 작은 파우치나 소프트 이어훅은 없지만, 이 저렴한 품목에도 유저의 귓구멍 크기와 맞추기 위해서 SS, S, M, L, LL 사이즈로 5쌍의 이어팁을 넣었습니다. (이 중 M 사이즈가 이어폰에 장착되어 있음) 또한 이어팁의 기둥 부분은 회색과 분홍색으로 되어 있는데 왼쪽 이어폰에 회색, 오른쪽 이어폰에 분홍색으로 끼우면 나중에 쉽게 좌우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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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000은... 예쁩니다. 파이프 형태의 아주 작은 커널형 이어폰일 뿐이지만, 절대로 싼 느낌이 들지 않도록 예쁜 광택을 넣은 ABS 하우징을 사용합니다. 색상도 블루, 레드, 블랙으로 세 가지가 있으며 이어폰 하우징 표면에는 파이널 로고와 함께 L, R 표기도 있습니다. 제품 사진을 찍을 때 E2000과 E3000도 가져가서 비교를 해봤는데요. E1000의 하우징이 살짝 더 큽니다. 사진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E1000의 하우징이 약간 두껍고 더 길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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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1000에도 스윙 핏(Swing Fit) 구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노즐 부분의 옆쪽을 비스듬하게 깎아서 이어팁이 좌우로 기울어지게 한 것입니다. 파이프 모양의 하우징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도 이어팁 내부가 꺾이지 않으므로, 노즐에서 나온 소리가 그대로 유저의 외이도로 전달됩니다. (*E2000, E3000은 하우징이 안쪽 플라스틱과 바깥쪽 금속으로 구성되며 안쪽 플라스틱 하우징이 파여 있어서 이어팁이 자유롭게 기울어지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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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은 E2000, E3000보다 굵고 튼튼한 물건입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 내구성을 더 고려했다고 하는데요. E1000의 케이블을 살펴보면 E4000의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습니다. 내부 선재는 일반 동선이지만 케이블 피복은 E4000의 케이블처럼 단단하고 튼튼합니다. 단, 이 케이블의 무게가 조금 있기 때문에 E1000을 착용하고 걸어 다니면 이어폰이 아래로 끌리는 느낌이 있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어팁 사이즈가 귓구멍과 잘 맞으면 이어폰이 흘러내리지는 않습니다. 혹시 E1000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겠다면 소프트 이어훅을 구입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어훅을 사용하면 케이블이 옷에 닿을 때 생기는 잡음이 줄어들며 이어팁의 밀착도 잘 되기 때문입니다. 이어훅이 없어도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걸으면서 듣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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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차단 효과는 E2000, E3000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E1000도 하우징 후면 하단에 베이스 포트가 있어서 하우징이 밀폐된 커널형 이어폰들보다는 소음이 덜 차단됩니다.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뒤에서 누가 부르면 고개 돌릴 정도는 되겠습니다. 음악 볼륨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면 소리가 새는 현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한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번인 효과를 확인해보았다

파이널 E 시리즈는 6.4mm 지름의 아주 작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에서는 이런 드라이버의 번인 현상이 일반적인 사항이지만,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관심 밖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여러분도 진지하게 관심을 둘 필요는 없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지닌 이어폰은 오랫동안 사용하면 알아서 번인(Burn-in) 또는 에이징(Aging)이 완료되기 때문입니다. 단, 파이널 E 시리즈는 번인에 조금 더 관심을 요구합니다. 제품을 만든 회사 쪽에서 ‘150~200시간 정도는 사용을 해야 의도했던 소리가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소리를 크게 틀어두거나 하지 말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면 된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1~2시간 정도 감상한다면 번인 완료까지 몇 달이나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번인 효과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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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000을 새것으로 3개 빌려왔으니, 블랙은 하루에 1~2시간씩 사용하고, 블루는 애플 아이패드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100시간 동안 음악을 틀어두며, 레드는 새것 그대로 두었습니다. E1000 블루의 번인 과정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11월 8일 12:20 pm부터 아이패드 볼륨 40% 정도로 음악 재생 시작.
- 11월 11일 08:20 pm까지 80시간 진행 후 일시 중지.
- 11월 11일 10:30 pm부터 재개.
- 11월 13일 12:47 am에 종료.
: 총 106시간 17분 재생함. 약 5일 걸림.

그 후 동일한 헤드폰 출력 2개를 지닌 Fiio E7을 사용해서 블랙, 블루, 레드를 비교 청취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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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클래식과 Fiio E7을 30핀 변환 케이블(개인 제작품)로 연결한 구성입니다. 휴대 음향의 초창기는 이런 풍경이었지요.”

3개의 동일한 E1000 중에서 106시간 동안 사용한 블루의 소리는 어떻게 들렸을까요? 저의 경우, 번인 결과의 확인을 위한 음악은 심벌즈(7kHz 이상 고음)와 베이스 드럼(100~200Hz 저음)이 계속 연주되는 락, 메탈 음악을 주로 사용합니다. 재즈 음악도 동일한 효과가 있지만 비교 청취는 30초 정도로 짧게 들으면서 전환하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락, 메탈 장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A-B-A 순서로 바꾸면서 30초씩 짧게 비교 청취를 하고, 그 다음엔 새 제품과 번인된 제품의 한 쪽 채널만 골라서 좌우 착용 후 청취합니다. 번인 효과가 있다면 좌우 소리가 명확히 다르게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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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에서 에이징을 권장하는 제품인데... 실제로 새 제품과 100시간 넘게 사용한 제품의 소리가 많이 다르게 들립니다. 그리고 150시간이 아니라 100시간 정도로 충분히 에이징이 되었음을 귀로 확인했습니다. 파이널에서 만든 E1000의 진짜 소리는 번인이 된 블루 제품에서 나오더군요. 새것인 레드와 하루 1~2시간씩 사용해서 10시간 정도를 넘긴 블랙은 소리에서 뭔가 갑갑한 느낌이 옵니다. 이 때 레드와 블랙은 소리 차이가 거의 없으며 든든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강합니다. 그에 비해 번인이 많이 진행된 블루는 시원하게 뚫린 느낌을 줍니다. 중.저음의 든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는데 고음이 시원해졌습니다. 드라이버의 전체 주파수 재생 폭이 넓어진 듯한 효과입니다.

*결론 : 번인 완료된 E1000의 소리는 고음이 훨씬 선명하게 살아나며 중음과 저음의 뭉친 부분이 풀려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냥 사용하고 있으면 알아서 이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그 때까지 너무나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간 단축을 위해서 계속 음악 재생을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자기 전에 E1000을 배터리 오래 가는 MP3 플레이어나 태블릿의 헤드폰잭에 연결해서 40~50% 정도의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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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에서 의도한 소리를 들으려면 에이징이 완료되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것은 긴 사용 시간으로 제품 수명을 줄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파이널에서 이 제품을 만들 때 의도한 소리가 있으며, 그 소리가 나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음악을 재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E1000의 에이징이 완료되면 고음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새것이거나 아직 번인이 덜 되었을 때에는 고음이 많이 담백하지만 나중에는 조금 밝은 음색으로 바뀝니다. 만약 하루 1~2시간씩 사용한다면 2~3개월이 지난 다음부터는 '응? 이게 이렇게 고음이 밝게 나왔었나?'라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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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r : 6.4mm Dynamic
Sensitivity : 102 dB/mW
Impedance : 16 ohm
Cable Length : 1.2m
Weight : 15g

※ 다음의 감상문은 100시간 넘게 일반 볼륨으로 음악을 재생하여 2~3개월 동안 사용한 상태와 비슷해진 E1000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E1000에는 이어훅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E2000, E3000을 비교 청취할 때는 모두 이어훅 없이 감상합니다. 이어팁은 모두 M 사이즈입니다.

E1000의 소리는 다른 E 시리즈와 기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에 적용된 심리 음향학과 스피커의 느낌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E2000, E3000의 후기에서 언급되는 여러 사항이 E1000에서도 발견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E1000이 지닌 독자적 특징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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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이어폰보다 낮은 감도 / 노이즈 억제 효과

E1000은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들으면 볼륨을 더 올려야 할 것입니다. 이 제품의 임피던스 수치는 16옴으로 매우 낮지만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편이라서 그렇습니다. 제품 사양표에서는 102dB라서 E 시리즈 중에서는 감도가 높은 편이지만 체감되는 감도는 더 낮습니다. 구동을 위해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이어폰이다~라는 뜻이 아니고요. E 시리즈는 원래 청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드라이버 감도를 낮게 맞춘 제품입니다. E1000도 그 중 하나이며 E 시리즈 중에서는 감도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LG V20는 일반 음향 기기 모드에서 20~25 볼륨으로 감상했으며 애플 아이폰 8에서는 라이트닝 3.5 어댑터(Labkable Pandora i7 Jumper)를 통해서 45~50% 볼륨으로 들었습니다.

*참고 : 임피던스 수치와 드라이버 감도 수치는 별개의 항목입니다. 제품 사양표에서 감도(Sensitivity) 또는 최대 음압(SPL) 수치가 높다면 소리가 더 크게 나오는 것이고, 임피던스는 해당 드라이버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며 여러 종류의 헤드폰 앰프와 매칭될 때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 이어폰의 임피던스 수치가 높다고 해서 울리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드라이버 감도 역시 제조사가 등록한 값과 실제 체감하는 값이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낮으면 재생기나 앰프의 볼륨은 더 올려야 하지만 큰 장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앰프 쪽에서 만드는 화이트 노이즈를 이어폰 쪽에서 억제하여 고요한 배경을 만들어줍니다. 감도가 매우 높은 밸런스드 아머처(BA)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스마트폰과 DAP의 헤드폰 출력에서 ‘스으~’하는 노이즈를 많이 경험해보셨을 텐데요. 이건 저항 어댑터 끼워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항을 추가하면 전문가 모드가 되어서 오히려 출력이 올라가는 LG 스마트폰도 있으니, 저항 어댑터는 노이즈 억제 수단으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파이널 E 시리즈처럼 이어폰의 드라이버 감도가 원래 낮으면 화이트 노이즈 걱정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17.jpg“화이트 노이즈가 꽤 있는 아스텔앤컨 XB10도 E1000에서는 깨끗하게 들립니다.”

*소리의 밀도 차이

앞서 언급한대로 E1000의 소리는 E2000, E3000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유사한 구조의 하우징(Housing)이지만, 하우징의 소재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2000, E3000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의 금속 소재이지만 E1000은 ABS 수지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E2000, E3000보다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조금 좁게 느껴지며 소리의 밀도는 더 낮습니다. 비교 청취를 해본다면 E2000, E3000의 소리가 꽉 들어차고 든든한 느낌이 들 것이며 E1000은 보다 유연하고 가라앉은 느낌이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점이 되지가 않습니다. E1000의 약간 낮춰진 밀도는 대단히 부드러워서 고막에 가하는 압력이 E2000, E3000보다 약합니다. 귀가 더욱 편해진다는 뜻입니다. 또, E1000의 소리 밀도는 다른 이어폰들, 특히 BA 이어폰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의 청각을 가득 채우는 듯한 든든함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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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000, E3000과 별 차이 없는 고해상도 사운드

E1000의 포장 박스에는 일본 Hi-Res 인증 마크가 있습니다. 고해상도 음반의 매우 높은 주파수도 재생 가능하다는 인증인데, 소리를 들어보면 이게 뻥이 아님을 확신하게 됩니다. 소리의 해상도가 E2000, E3000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정밀한 소리의 6.4mm 다이내믹 드라이버 덕분인데요. 파이널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E1000과 E2000, E3000은 동일한 드라이버를 쓰는 듯 합니다. (드라이버 사진이 똑같음) 참고로 E4000, E5000은 다른 드라이버라고 예전에 파이널의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어폰의 소리 해상도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그 전에 명확한 분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보다 저음이 잘 나오며 고음이 덜 나옵니다. 또한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하나의 풀 레인지 유닛으로 고.중.저음을 재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밸런스드 아머처를 쓰는 이어폰들은 멀티 드라이버 구성으로 각 음 영역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구조만 봐도,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에서는 ‘음 분리’라는 개념이 없는 셈입니다. 고.중.저음이 하나의 선에 나란히 놓여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기본입니다. 멀티 BA 이어폰처럼 각 음 영역이 강하게 들리거나 분리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가늘고 고와서 예쁜 고음

학생 입장에서도 어른 입장에서도 가격 부담이 없는 이어폰이기에 자랑하기도 어렵지만, 저는 E1000을 하나 사둘 생각입니다. 얼마 전에 E5000도 구입했지만 E5000에도 없는 즐거움이 E1000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청각 압박이 적은 저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E1000 특유의 ‘적절하게 밝은 고음’이 마음에 듭니다. 100시간 넘게 사용한 후부터 확실히 드러나는 특징으로, 선이 가늘고 질감이 고운데 심벌즈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까지만 세밀한 고음이 들립니다. 시원짜릿한 자극은 없는데 보컬의 치찰음이 살짝 느껴질 정도의 고음 강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 보컬과 바이올린 소리가 더욱 예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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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조정된 중음 / 넓게 펼쳐지는 공간

파이널 E 시리즈는 사람의 귀가 유난히 잘 듣는 3kHz 주변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낮춰서 다른 음 영역도 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E 시리즈의 심리 음향 특성입니다. 이것은 E1000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중음 영역 근처를 조금 낮춰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E1000의 경우는 고음도 살짝 강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음 축소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로 인해 보컬의 위치가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저는 거의 정확한 위치라고 생각 중입니다.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 위에 있는 보컬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 하우징 내부의 울림 효과도 E1000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작은 크기의 커널형 이어폰이지만 드라이버 후면부터 하우징의 작은 구멍까지 저음이 울리면서 소리가 좌우 방향으로 더 넓게 펼쳐집니다. 초저음을 든든하게 강조한 주파수 응답 설정 뿐만 아니라 하우징의 물리적 울림으로도 심리적 공간을 확장합니다. 파이널에서는 E1000의 공간감을 겸손하게도 ‘라이브 공연 정도’라고 묘사하지만 실제 청취해서는 더욱 넓은 공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리의 입체감을 내는 효과도 있어서 영화와 게임 사운드에서도 장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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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공기의 든든한 저음

E1000의 소리에 대해서 묘사할 점도 많지만, 아주 쉽게 설명한다면 ‘저음형 이어폰’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처음부터 아주 든든한 저음 울림을 느낄 것이고 에이징이 다 된 후에도 여전히 든든한 저음이 들릴 것입니다. 타격을 만드는 높은 저음과 음악의 배경으로 낮게 깔리는 초저음이 골고루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소음이 있는 실외에서 감상하면 균형 잡힌 저음을 느끼게 됩니다. (*길에서는 저음형 소음이 많기 때문에 이어폰 헤드폰의 저음을 강조해서 음악 속 저음을 감지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다른 E 시리즈처럼 저음에서 포근한 공기의 감촉을 전달합니다. 3만원대 이어폰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저음을 경험할 수 있다니... 세상 많이 좋아졌군요.

*자금 여유가 있다면 헤드폰 앰프를 추가해보자

E1000은 시작부터 ‘예산 절약 이어폰’처럼 구상되었지만 내장된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고품질은 어떻게 숨길 수가 없습니다. 다른 E 시리즈처럼 헤드폰 앰프를 연결해서 더 강한 힘을 넣으면 더욱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E1000을 중.고등학생 여러분이 용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직장인 여러분도 점심 값 아껴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듣더라도 나중에는 10만원대 정도의 휴대용 헤드폰 앰프나 USB DAC 기기를 장만해서 E1000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보시기 바랍니다. 소리의 선이 굵어지며 더욱 힘찬 중.저음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LG 스마트폰에 E1000을 연결한다면 0옴 어댑터나 저항 어댑터를 추가해서 외부 음향 기기 모드 또는 전문가 모드에서 15~20 볼륨으로 감상해보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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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요약 : 파이널 E2000, E3000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또 좋아하게 될 가격대 성능비 최상의 이어폰. 학생 유저에게 심리 음향 중심의 오디오 학습을 제공하는 교재. 긴 시간의 사용 후부터 발휘되는 섬세하고 예쁜 고음과 자연스럽고 든든한 중.저음이 특징. 다운그레이드된 E 시리즈가 아니라 새로운 소리의 E 시리즈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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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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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BBAM KIMBBAM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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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인증... 애절하네요. 다들 비슷하게 살아왔답니다. ㅠㅠ 결혼해서 애키우고 집마련하는 이야기 까지 나오면 완성되는 이야긴데... 다 겪고나면 병풍뒤에서 향내 맡아야해서...ㅎㅎ
아직 판매하지 않는 이어폰이네요. 5만원 내외를 예상해 봅니다. 저음형일듯한데...
13:56
18.11.29.
profile image
예림이아빠
생각과는 다르게 저음형은 아니더군요ㅋ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요
14:05
18.11.29.

케이블에 에이징에 효과가  거의 미미한것들일텐데요 흠. 
 

14:03
18.11.29.
호갱
싱글 BA에 저항값이 30옴 차이가 나는 정도가 아니면 케이블은 오바인것 맞지만 에이징은 차이가 좀 나는 제품이 있는듯 합니다. 쓸수록 저음과 고음이 사는 제품이 좀 있어서...그래봐야 3db 미만 이겠지만 한부분만 변화가 아니라 여러부분에 변화에 의해 전반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제품이 종종 있더군요. 넓은 아량으로 인정해주시면 서로 좋아요.
14:38
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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