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s Studio

8~9년 전 국내에서 크게 히트한 비츠의 간판모델입니다.
당시 429,000원이라는 높은 정가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로 헤드파이 유저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큰 인기만큼이나 가품 역시 많아 확실한 진품 구매를 위해서는 무조건 CJ 정가를 다 주고 살 수밖에 없었기에 가격방어 역시 잘 되었던 모델입니다.

1. 디자인

10년 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신형 비츠의 디자인에 비하면 조금 촌스러운 감도 있으나 여타 오디오파일용 포터블 헤드폰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더 나은 수준입니다. 간혹 이 제품의 '요다현상'을 지적하는 분도 계시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제품을 써서 요다가 된 것이 아니라 요다 같은 사람이 이 제품을 썼다고 표현함이 옳을 것입니다. 당시 GD 하트브레이커 뮤비 보고 오시면 납득이 될 겁니다.

2. 착용감

측압이 약하고 이어패드도 푹신한 편이라 착용감 자체는 좋은 편이나 오래 사용 시 패드의 인조가죽이 기름에 경화되고 바스러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가벼운 무게의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정수리에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헤드밴드 안쪽에 씌운 가죽 느낌의 수지 역시 오래 사용 시 천본앵마냥 흩날려 너덜너덜한 누더기로 변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3. 노이즈캔슬링

비츠 스튜디오는 노이즈캔슬링 ON 상태에서만 동작하는 제품입니다. 바꿔 말하면, 유선 헤드폰임에도 배터리 없인 동작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이 제품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면 높은 레벨의 화이트노이즈가 발생합니다. 배경감이 뿌옇고 산만하여 음감에 지장을 줄 정도입니다. ANC 성능은 제가 경험한 제품 중 최악입니다. 요즘 파는 10만 원짜리 노캔 이어폰 아무 거나 사도 이것보단 좋은 ANC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4. 소리

진짜 이걸 42.9 받고 판 CJ ENM 뮤직 디바이스팀의 마케팅 역량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니,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였으니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칭찬하는 게 더 맞겠군요. 성능이 좋지 않은 제품이라도 팔기 나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이 분야 마케팅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이 제품의 경우 액세서리 성격이 더 강했던 것 같긴 합니다만...

중저역이 크게 부풀어 중, 고역이 가려지는 느낌이 심한데 중역은 뒤로 물러난 인상이라 명료한 소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다만 중역이 강조된 믹싱이 된 음반은 어느 정도 보완이 되나, 이 경우 치찰음 문제가 발생합니다. 본기의 고역은 의외로 대역도 잘 나오고 어느 정도 강조가 된 편인데, 이게 높은 고역 위주의 강조가 아니라 치찰음 대역을 끌어올린 대역 밸런스를 보입니다. 또한 고역의 두께가 엷기 때문에 맥이 없이 쏘는 소리로 재생됩니다. 전반적으로 불투명하고 명료하지 못한 소리입니다. 무대감 역시 좁게 느껴집니다.

상위 제품인 프로라든가, 조금 더 뒤에 나왔던 믹서의 경우 같은 1세대 제품이지만 기본기는 갖춘 인상이었는데 본기의 소리는 개탄스럽습니다.

결론 : 지금까지 이런 제품은 없었다. 
이것은 귀마개인가 머리띠인가?
엥? 헤드폰이라고? 그럴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