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릭오디오 뜨레첸토 2021 개발 기록
이번 글에서는 영상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싣고자 합니다.
누가 개발했으니 사야한다, 사지 말아야한다는 단순한 판단보다
해당 글을 읽으시고 결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원래 생산 계획은 1자리수..로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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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다이나믹 모션 dm200h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dm300h는 레프릭 오디오의 뜨레첸토로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뜨레첸토가 처음 나왔던 2019년 당시에 나름 호평도 받고,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인 인상이었습니다.
특히 BED(DD+BA 동축) 드라이버의 잠재력은 한국에만 남아있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밀려드는 우수한 토널 밸런스의 차이파이 이어폰에 대한
국내 이어폰 회사의 대응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레프릭 오디오(구 다이나믹 모션)의 사운드 시그니쳐를 2021에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갑자기 송두리째 사운드가 바뀌는 것은 팬들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몇 년전부터 유행하는 제품들을 보면 하만타겟 + 약간의 변조(IEF 타겟)가 들어간 것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2019&2020 버전이 강한 V자형 이어폰이었다면, 이번 2021은 비교적 순해졌지만 뜨레첸토라는 헤리티지에 걸맞게 심심하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BED 특유의 질감이 2021에도 잘 살아있어 뜨레첸토의 이름을 적절하게 계승하였습니다.
-사진은 뜨레첸토 2019 OW타겟 보정-
해당 측정치 댓글에서 어느 한 분이 중역대를 올리면 플랫해질 것 같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 뜨레첸토 -정확히는 불스 아이 드라이버-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EQ로 아무리 중역을 올리거나 극저역을 줄여도 평소 듣던 타겟 사운드가 전혀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소위 '말 안 듣는' 제품이었습니다. 이런 제품은 EQ가 아닌 설계단에서 잘 만들어야 최고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외에도 BED를 오버이어 이어폰으로 처음 만드려다보니 그런걸까요. 착용감이 좋지 못 했습니다.
걸을 때 귀에서 쉽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차기작에선 반드시 쉘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름의 인기를 누리던 뜨레첸토는 2020년 버전으로 리뉴얼하게 됩니다.
해당 드라이버로 하만 ie 타겟 플랫을 만든다면
하만 타겟 특유의 평면적인 소리가 아닌 입체적인 양질의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2020 후기가 없어 사장님께 개인적으로 일괄 리뷰를 요청드렸고, 실물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듣자마자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았습니다.
2019 대비 더욱 V자 이어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V자 이어폰이라 해서 나쁜 제품은 아니지만 슈퍼 다츠 때 유행했던 약간 예전 소리로 느꼈습니다.
해당 측정치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RED - 뜨레첸토 2020 Live
Yellow - 뜨레첸토 2020 Studio
Green - 뜨레첸토 2019
입니다.
1DD 2BA -> 1DD 1BA로 설계변경을 해서인지(사장님 말로는 튜닝 방향성이 더 유의미하다고 하십니다)
2020 라이브, 스튜디오 할 것 없이 고음역대의 거칠거칠한 반응은 청감적으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문자로 수백자의 피드백을 드렸고 시간이 지나서 2021 버전 측정치가 한통 들어왔습니다.
상단의 초록 그래프가 2021년 초기 시제품입니다.
21년 역시 1DD 1BA라 그런지 고음역대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들었을 때도 양감도 과하게 느껴지고 정돈되지 못했습니다.
(Red Line - AKG N5005 / Pink Line - Trecento 2021)
저음역대는 제가 피드백 드린대로 정확히 하만타겟에 맞췄습니다.
개인적으로는 er4처럼 자로 그은 IEF타겟을 선호하나,
BED 특성도 있고 범용적으로는 여전히 하만타겟의 저음이 탄탄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RAW 플랫보다는 하만타겟의 저음역대를 추천드렸습니다.
특히 BED는 극저역이 측정치보다 근육질적으로 나와서 약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초록선의 시제품에서 댐퍼 튜닝을 하여 고음역대를 더 줄여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그 결과가 분홍색 그래프입니다.
보시다시피 굴곡이 최대한 억제되고 2.5kHz를 기점으로 부드럽게 내려옵니다.
청감적으로도 유사하게 느낍니다.
레프릭 사장님 말에 따르면 고음역대가 부드러운 것과 BA 드라이버 개수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2021 버전을 구매할 때 꼭 1DD 2BA 특주품 구매를 권해드렸는데,
지금은 측정치도 모르고 실제 청취평가를 한 경험이 없어서 뭐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곤란한 상황입니다.
저는 1DD 1BA 2021 버전만 담당하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디비에서 측정한 하만 ie타겟 보정치를 보겠습니다.
BED특유의 에너제틱한 극저역은 드라이버 특성에 따라 -1.5dB정도 억제했으나 2k, 4.5k가 약간 솟아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완전히 플랫하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2kHz, 4.5kHz 피크를 기억하세요.
노란색 그래프에서 2k와 4.5k가 정확히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타겟 정합도는 고음을 더 줄인 버전이 우수합니다.
왜 분홍 측정치로 발매를 결정하였을까요?
원인은 9.5kHz 피크에 있었습니다.
다만 저건 커플러에서 발현되는 공진으로 실제로 들었을 때 9.5kHz 피크가 없습니다.
실제로 영디비 최신 GRAS45 CA 커플러에서는 해당부분 피크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https://www.szynalski.com/tone-generator/
문제는 해당 사이트에서 사인파를 돌렸을 때 7.5kHz에서 피크가 청감되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댐퍼로 2k, 4.5k를 내려서 뉴트럴하게 되었지만 7.5k는 그보다 적게 감소되어 결과적으로 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측정으로 절대 잡을 수 없는 부분이며 일일이 청취평가를 진행하여야 체크가 가능한 항목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음을 줄인 노란 그래프 버전의 고음역대 양감이 적절하나
평소 착용하는 것 보다 더욱 깊게 꽂아야한다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어폰 삽입 깊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에티모틱 ER 시리즈가 아닌 이상에야 다들 편하게 착용하시는 경향도 있고
무엇보다 귀의 구조상 얕게 착용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 분명하여 분홍 그래프 버전(영디비 측정 버전)으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커스텀이 아닌 이상 최대한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약간 밝더라도 덜 쏘는 방향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영디비 님의 경우 착용감을 위해 팁 사이즈를 한치수 크게 올려서 사용(피크가 가청영역으로 내려와 더욱 쉽게 청감됨)했다고 하니 결론적으로 괜찮은 선택인 듯 합니다.
다만 영디비 님은 피크를 못 느꼈다고 하시니 참 이어폰이란게 묘합니다.
결론적으로 2021년 버전 개발은 초록 -> 분홍 -> 노랑 -> 분홍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R4를 착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노란 버전을 추천드리지만,
저 역시 착용감 때문에 분홍 버전이 마음에 들었기에 쉽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뜨레첸토 2021 쉘 특성상 매우 깊게 꽂기는 어렵습니다)
대안을 말씀드리자면
BED의 DD 저음역대가 EQ하기 까다운 반면, BA 고음역대 부분은 EQ가 잘 먹어서
1500Hz 하이쉘프 -1.5dB 필터를 추천드립니다.
일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댐퍼튜닝보다 효과적입니다.
마치며
이번 뜨레첸토 2021은 전작 피드백을 바탕으로 레프릭 오디오에서 상당 부분 설계된 제품입니다.
쉘 모양&드라이버 배치는 레프릭 오디오에서 담당하였고 저는 전작 피드백과 최종 튜닝을 맡았습니다.
다행히도 저음역대는 크게 손 볼 것 없이 잘 나왔기에 고음역대 튜닝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7.5kHz(개인의 삽입깊이마다 다름) 피크로 인해 토널밸런스를 약간 밝게 튜닝하는 것으로 타협을 하였습니다.
밝다고 느끼시는 분은 하이쉘프 필터로 적절하게 감쇠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꺼운 선- 2021, 얇은 선 - 2019 <저역은 타이트하게, 고역은 부드럽고 꽉 차게>
비록 이상적인 토널밸런스를 완벽하게 구현하지 않았지만, 뜨레첸토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시대에 걸맞는 대중적인 타겟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2BA 특주품에 대한 내용은 저 역시 해당 제품을 들어보지 못한 터라 날쎄 님 댓글 참고 바랍니다.
제가 도와드린 것은 1DD 1BA 제품입니다.
_끝
Comment 20
Comment Write구매 후 네이버 QNA통하여 레프릭 오디오 사장님께 1ba버전과 2ba버전간 차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피드백 받았습니다. dd는 동일하고 트위터로 사용하는 놀즈사 ba만 차이가 있는데, 이게 2ba 제품도 2way더라고요. 데이터 시트 참조하면 2ba버전의 고주파수 thd가 1ba버전보다 낮고 임피던스 튜닝의 여지가 더 있다는게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초 고주파대역의 에너지량이 다른대역대비 낮아서 thd 살짝 올라가는건 가청하기 어렵습니다. 유닛의 감도와 주파수응답특성도 은근 차이가 나서 2ba로 튜닝할 경우 의도하신 2021버전 주파수 응답으로 만들어지지는 못할것 같았습니다. 고로 주문한대로 1ba버전으로.. 가장 중요한 우퍼 dd는 동일하고, 제 귀로는 고음역대 thd가 살짝 높은 정도는 알아채지 못하겠지요.
1ba제품인 2020버전들 고음이 거칠다고 느끼셨던건 응답특성 자체가 거칠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1의 경우에는 10k언저리 음압이 좀 솟아있는 대역때문일 거고요. 저는 초 고주파수 양감이 살짝 높아도 해상도가 떨어지게 들리더라고요.
암튼 기대 많이 하고있습니다ㅎㅎ
그런데 2019와 2021을 겹쳐보면 오히려 21버전에서 2k가 꽉차게 올라와서 전반적인 토널밸런스는 오히려 1BA가 적절하게 뽑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1BA 때문이 아니라 튜닝으로 인한 것인데 본문 설명이 미흡했나봅니다^^;
2ba로 가되 3way로 구성해서 10k언저리에 크로스오버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면 8k이상 초고주파수 대역의 양감 조절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구성하면 동축 구성이 어려울거에요.
피크가 7.5k에 뜬다고 하시는걸 보니 생각보다 삽입이 깊게 되지는 않나봅니다. 이어팁 직경을 조금 더 큰것을 사용해보는방법도 떠오르는데 수령하면 이것저것 해봐야겠습니다. 재미있을것 같아요ㅎㅎ
아.. 크로스 오버에 따른 way 구분이었군요.
열 때문에 독해력이.. 더 망가지기 전에 댓글을 자제해야겠습니다.ㅜㅜ
전세계적으로 DD, BA 동축이 흔한 설계가 아니다보니 그 점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대로 촘촘한 크로스오버를 걸기에는 공간적 제약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령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뜨레첸토는 11mm 드라이버 동축이라 그런지 예전부터 깊게 삽입되는 그런류의 이어폰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제품은 노즐 길이도 아마 더 길 거예요. 날쎄 님은 또 독자적인 커플러를 갖고 계시니 이어팁 분석 기대하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셔요. 주말이라 다행입니다^^
제가 맡은 일은 여기까진 것 같습니다. 날쎄 님 분석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와... 코로나백신은 대충 넘어갔는데 독감백신 맞고 그날
오한발열에 고통받고보니 부작용이 남얘기가 아니더라고요.
평소에도 당뇨족 관련 염증 올라오면 고생하기는 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가...
빨리 쾌차하시길.
적절히 갈무리하고 자야겠습니다.
정말 결과물을 내놓는 작업이 쉽지 않은데
노고가 너무 많으셨네요. ^^
불스아이 드라이버가 전작은 1세대라 아쉽다는 글이 있던데요.
2021 버젼은 드라이버가 최신 세대가 맞는지 궁금해지네요.
설명을 들으니까 1세대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네요.
그나저나 확실히 갬성이 원하는 것은 왠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죠. ㅎㅎㅎ
-요즘은 디지털화가 많이 되다보니 일단 하자품을 내고 패치로 고치려다가
망하는 케이스도 많다보니 이런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거든요.
여윽시~!!! 짝짝짝!!! 고생 많으셨습니다.
측정치로는 저도 별 불만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보여 혹하네요.
백신통은 지금쯤 나아지셨을런지... 2차 많이 힘들죠? ;ㅡ;
딱 24시간 이후로 멀쩡해졌습니다. 면역력이 없나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