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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커스텀 아트 FIBAE 4

루릭 루릭
2598 2 1

커스텀 아트 FIBAE 4

탑 파이어링 BA 4개로 만든 웅장한 중저음형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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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에 좋은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 IEM)를 고르는 방법 중 하나는, 해당 인이어 모니터의 제작자가 자신이 만든 소리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의 소리를 만들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면 그만큼 그 제작자가 소리 해석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기술적 노하우와 더불어 음악적 센스를 충분히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이어폰의 측정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소리의 단점을 자신의 귀로 찾아서 잘 보완할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수많은 인이어 모니터들 중에서도 제작사 쪽에서 소리 특성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제품은 소문을 많이 타며 다수의 유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더군요. 그래서 제작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볼 때에는 제품의 소리 설명을 정성껏 작성해두었는지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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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텀 아트(Custom Art)의 경우는 설립자가 원래 헤드파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DIY 제작자이며 제품 리뷰어였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음) 이들이 Head-fi.org의 게시판에 상세한 소리 설명을 올렸던 FIBAE 블랙과 마찬가지로, 신제품 FIBAE 4도 소리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언급된 부분을 발췌 및 번역해보겠습니다.

 

We tuned FIBAE 4 to be fun sounding IEM with warm and smooth signature. It offers excellent sub-bass depth and punch, detailed and natural midrange finished with extremely detailed, but never harsh highs. It combines big headroom, high resolution and expansive sound stage. FIBAE 4 is a perfect tool for guitarists, bassists and drummers for stage monitoring.

 

FIBAE 4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더욱 재미있게 들리도록 튜닝되었습니다. 훌륭한 초저음과 펀치를 제공하며 세밀하고 자연스러운 중음과 극히 선명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고음이 특징입니다. 높은 소리 해상도와 확장된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커다란 헤드룸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FIBAE 4는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의 스테이지 모니터링에 완벽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FIBAE 블랙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품의 소리를 들으며 제작자의 설명을 읽어보니 거의 그대로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스텀 아트가 자신이 어떤 소리의 이어폰을 만들어냈는지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맞춰 제품 가격을 책정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단, 설명문에서 암시하듯 FIBAE 4는 FIBAE 1, 2, 3와는 상당히 다른 음색을 보입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FIBAE 4의 소리는 FIBAE 블랙과 상당히 흡사한데 저음이 더욱 웅장하며 든든하고 부드러운 성향을 지녔습니다. 사전 청취 없이 구입을 고려한다면 FIBAE 3와 비슷한데 더 좋겠지라는 짐작을 해서는 안 됩니다. (-_-); 별도의 중.저음형 이어폰으로서 새롭게 등장한 모델이라고 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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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빌린 FIBAE 4는 시연용 제품으로 작은 캐링 케이스와 이어팁 몇 개만 있는 구성입니다. 정식 출시 제품에는 펠리칸 케이스와 청소 도구 등이 포함될 것이니 위의 구성품 사진은 참조만 해두시기 바랍니다. 데모 제품은 이어팁을 끼워서 듣는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이며 클리어 쉘에 카본 파이버 페이스 플레이트를 조합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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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어폰 본체를 살펴봅시다. 커스텀 아트는 멀티 드라이버 레이아웃과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하되, 풀 레인지 드라이버를 기준으로 음을 확장해나가는 점이 특징입니다. 많은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이 고음 드라이버, 중음 드라이버, 저음 드라이버 등으로 특정 주파수에 최적화된 유닛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인데요. FIBAE 2만 빼고 모두 그렇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커스텀 아트 제품들의 드라이버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FIBAE 1, FIBAE Black : 풀 레인지 1개

 

FIBAE 2 : 중.저음 1개 + 고음 1개

 

FIBAE 3 : 저음 1개 + 풀 레인지 1개 + 고음 1개

 

FIBAE 4 : 저음 1개 + 풀 레인지 1개 + 고음 1개 + 초고음 1개

 

Harmony 8.2 : 저음 2개 + 풀 레인지 2개 + 중음 2개 + 고음 2개

 

즉, 드라이버 구성만 본다면 FIBAE 4는 쿼드 드라이버 레이아웃인데 FIBAE 3보다 초고음 드라이버 1개가 더 많으니 고음이 더 잘 나올 것이라 짐작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초고음 드라이버는 더 샤프한 고음이 아니라 음악 속의 공기 느낌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된 모양입니다. 또한 FIBAE 4는 사용된 드라이버의 종류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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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내부를 보면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들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BA들은 소리가 나오는 노즐이 있는데요. BA 내부에는 금속 진동판이 수평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진동판의 소리가 BA 하우징 내부에서 울린 후 옆쪽의 노즐로 빠져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FIBAE 4에 사용된 BA들은 노즐이 없으며 하우징에 구멍을 뚫어서 금속 진동판의 정면으로부터 소리가 나옵니다. 이것을 커스텀 아트는 탑 파이어링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Top-Firing Balanced Armature Drivers)라고 부릅니다. 이 구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노즐로 인한 특정 음 영역의 피크(Peak)를 방지할 수 있어서 소리가 더욱 자연스러워진다고 합니다. 풀 레인지 밸런스드 아머처가 원형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처럼 생긴 점도 흥미롭습니다. 저는 처음에 마이크로 다이내믹 드라이버인 줄 알았는데 잘 보니 BA가 맞네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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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FIBAE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FIBAE 4의 BA 드라이버에도 플랫 임피던스(Flat Impedance)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많은 밸런스드 아머처 이어폰들이 드라이버 자체 특성과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영향으로 임피던스 그래프가 울룩불룩하게 되는데, FIBAE 시리즈의 드라이버들은 임피던스 형태가 평탄해서 재생기의 출력 임피던스가 높아도 음색이 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헤드폰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젠하이저 HDVD800에 BA 이어폰을 연결하면 고음이나 저음이 강해지는 경우가 흔한데 FIBAE 시리즈는 그런 게 없습니다. (HDVD800의 고음이 원래 샤프해서 이어폰 소리가 더 밝게 들리는 특징은 있음) 요즘 나오는 DAP나 휴대용 헤드폰 앰프 제품들의 출력 임피던스가 매우 낮게 설정되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으나 플랫 임피던스 기술이 장점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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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드라이버를 완전히 밀폐된 쉘 속에 넣은 인이어 모니터들은 유니버설 핏 제품도 소음 차단을 강하게 해줍니다. 단,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은 하이브리드 인이어 모니터는 베이스 포트가 필요하므로 소음 차단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에 등장하는 FIBAE 4에는 파이널 E팁이 끼워져 있습니다. 커스텀 아트에서 파이널 E팁을 제공하지는 않으니 참조 바랍니다. 커스텀 아트는 원래부터 커스텀 이어폰 제조사이며 주문을 할 때 노즐 모양을 유니버설 핏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커스텀 아트의 유니버설 핏 이어폰에 포함되는 기본 이어팁은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싱글팁 세 쌍과 더블팁 한 쌍만 포함되는데, 싱글팁으로 들으면 소리가 충격적일 정도로 흐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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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널형 이어폰에 사용되는 실리콘 이어팁들은 소리의 도관 역할을 하는 중심 기둥과 유저의 외이도 입구에 닿는 테두리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FIBAE 시리즈의 기본 싱글팁은 중심 기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테두리 부분의 두께가 너무 얇습니다. 기본 더블팁은 싱글팁보다는 나은 소리가 되지만 고막과 노즐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FIBAE 4의 소리를 밸런스형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 소리가 상당히 좋으나, 제작자가 묘사하는 소리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결국 파이널 E팁 중간 사이즈를 별도로 준비해서 리뷰의 기준점으로 사용했습니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커스텀 핏으로 주문하면 이어팁 문제는 깔끔히 사라집니다. 커스텀 아트의 이어폰들은 주문 제작 방식이므로 사전 제작된 유니버설 모델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면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등을 개인화하고 유니버설 핏과 커스텀 핏 중 하나로 골라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아트도 3D 스캐닝과 3D 프린팅으로 쉘을 만들기 때문에 리핏(Refit)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낮아졌으니 안심하고 커스텀 핏을 주문해도 될 것입니다. 다만 폴란드까지 귓본을 보낸 후 완성된 이어폰을 폴란드로부터 배송 받아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거의 두 달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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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4에는 커스텀 아트가 새롭게 도입했다는 은빛의 케이블이 기본 포함됩니다. FIBAE 블랙에서도 보았던 케이블인데요. 쭈욱 펼쳐져서 정리하기가 쉽고 외관도 보기에 좋지만 FIBAE 4는 커스텀 케이블로 바꾸기를 권하겠습니다. 특히 이펙트 오디오 아레스 2 같은 동선 소재의 케이블이라면 더욱 잘 어울릴 것입니다. FIBAE 블랙은 자극 없는 소리의 기준점이나 다름없으니 기본 케이블 상태가 좋겠으나, FIBAE 4는 커스텀 케이블에서 고음과 저음이 살아나면서 훨씬 재미있는 소리가 됩니다. 기본 케이블 상태에서는 제작자의 의도대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인데 아레스 2로만 바꿔도 저음 울림이 크게 향상되며(펀치가 더 강하고 깊게 울림) 고음이 더욱 선명하게 되었습니다. 흐린 부분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제가 FIBAE 3를 구입해서 쓸 때에도 아레스 2를 사용했고 고음과 저음 보강 효과가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FIBAE 4도 긍정적인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트론 Linum BaX 케이블도 FIBAE 4의 소리를 더욱 즐겁게 만듭니다. 고음이 더 맑아지고 저음 펀치와 울림이 커지는데 아레스 2보다는 약간 풀어진 느낌이 들 것입니다. (*Linum 케이블들은 이어폰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며 고음과 저음을 살짝 올려주는 성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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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IBAE 4의 소리 감상문은 기본 케이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현재 IEM 회사 중에서 기본 케이블을 고급화한 곳은 엠파이어 이어스(이펙트 오디오 아레스 2가 기본)와 UE(이스트론 슈퍼 BaX가 기본) 정도인데, 커스텀 아트나 라임 이어스 같은 곳도 조금만 더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커스텀 아트도 더 좋은 케이블로 업그레이드를 했으나 소리가 예전 기본 케이블보다 훨씬 좋지는 않다고 봅니다. 단, 제작자가 이어폰의 소리를 튜닝할 때 기본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기본 케이블이 기준점인 것이므로 이 점은 생각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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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응답 범위 : 10 ~ 21,000 Hz

임피던스 : 8.1 ohm @1 kHz

감도 : 115 dB @ 1 kHz @ 0.1 V

 

참고 : FIBAE 4는 기본 포함되는 싱글팁을 사용하면 소리가 많이 흐려지며, 더블팁을 사용하면 저음이 줄어들고 고음이 살아나면서 밸런스형 소리가 될 것입니다. 파이널 E팁을 장착하면 기본 싱글팁에 가까운 음색이 나오면서도 더 맑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감상문은 파이널 E팁을 장착한 FIBAE 4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FIBAE 4의 기본 성향 -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

 

FIBAE 4에 대해서는 제작자가 대놓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이 점은 커스텀 아트의 하이엔드 모델 하모니 8.2에서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FIBAE 1, 2, 3는 각자 음색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하모니 8.2는 선명하면서도 청각 자극이 적으며 포근하고 저음이 웅장한 소리를 지향합니다. 이러한 지향점이 FIBAE 블랙에서 다시 살아났고, FIBAE 4에서는 더욱 웅장하고 넓게 업그레이드된 듯 합니다. FIBAE 4의 소리는 처음 듣는 순간부터 즉시 저음형 이어폰이라는 느낌을 주며, 눈을 감고 들으면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소리만 떠오르게 만듭니다. 고음이 밝지 않으며 중음부터 초저음까지 두텁고 밀도가 높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완전히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이어폰입니다.

 

또한 FIBAE 4도 FIBAE 블랙처럼 하만의 올리브 웰티 타겟을 참조한 모양입니다. (헤드폰의 측정에 방 안의 스피커 감상 경험을 적용하고 거기에 사람들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만든 타겟 곡선) 중.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고 초저음이 더욱 강조된 주파수 응답 형태로, 머리 둘레를 에워싸는 듯한 초저음 진동이 라우드 스피커 같은 느낌을 냅니다. 단, 상대적으로 낮은 고음이 약하기 때문에 밝고 선명한 고음을 원한다면 FIBAE 3를 권하겠습니다. FIBAE 4는 고음을 딱 심벌즈 소리에서만 살아나게 해뒀습니다. 10kHz 이상의 초고음 재생을 무척 깨끗하게 처리하되, 낮은 고음을 줄여서 밝은 음색이나 자극을 제거한 튜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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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없이 깨끗한 고음이 소스 품질을 확실히 드러낸다

 

드라이버 감도가 상당히 높은 인이어 모니터입니다. 낮은 출력으로도 쉽게 구동할 수 있으며 DAC 헤드폰잭에 바로 끼웠을 때 좋은 소리가 나오는 이어폰 되겠습니다. 그러나 여러 이어폰 헤드폰들이 그러하듯 소스 쪽을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로 분리하여 사운드 시그널의 품질과 힘을 보강하면 더욱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LG V20와 캘릭스 M으로도 감상했지만 소리 감상문의 대부분은 젠하이저 HDVD800과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 연결한 FIBAE 4를 기준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 제품의 소리가 중.저음 중심이라서 음악 파일의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스 품질이라는 것은 결국 고음이 얼마나 깨끗하게 나오느냐로 봐도 될 것입니다. 중음과 저음의 체감도 분명히 있으나 고음은 곧바로 청각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품질 차이를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FIBAE 4의 고음 드라이버는 음악 파일의 고음 손실 또는 열화가 얼마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음색 특징이 없고 DAC 품질도 훌륭해서 저는 얼마 전부터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이어폰 헤드폰 리뷰의 기준 중 하나로 사용 중입니다. 이 제품을 윈도우 7이 설치된 맥 미니에 USB 연결하고 푸바 2000으로 음악 파일을 재생하여 감상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벨칸토(Bel Canto)라는 회사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e.One 스트림을 리뷰하게 되어서 M900과 옵티컬 연결하여 감상해보았습니다. 이 때 FIBAE 4로 소리 비교를 해보니 같은 WAV 파일을 재생해도 맥 미니에 연결된 M900보다 e.One 스트림에 연결된 M900에서 더욱 깨끗한 고음이 나오더군요. 또한 맥 미니 USB 연결 기준으로 M900과 HDVD800의 소리 비교를 해보니 FIBAE 4는 고음의 질감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주었습니다. (같은 ADL USB 케이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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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BAE 4의 제 소리를 들으려면 소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_-); 저의 추천은 FIBAE 4를 구입한다면 기본 케이블부터 다른 것으로 바꾼 후 고해상도 DAP에서 CD 해상도 이상의 음악 파일로 감상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 제품들과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포근한 소리의 이어폰이지만 소리를 깨끗하게 전달하는 능력에서는 분명히 하이엔드 등급입니다.

 

*드럼의 모든 파트를 화끈하게 만드는 저음 재생력

 

저음의 펀치가 화끈합니다. (-0-)! ( 이렇게 표정이 바뀔 정도로 쿵쿵 때리는 저음) 엄밀히 말하면 100Hz 아래의 초저음이 더욱 깊고 강하게 머리를 때리도록 설계된 모양입니다. 저음 악기가 쿵하고 울릴 때마다 중음이 가려지는 마스킹 현상이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초고음 영역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제품은 시작부터 저음 악기 연주자를 위해서 만들어졌으므로 높은 저음과 매우 낮은 저음을 모두 훌륭하게 들려줘야 할 것입니다. FIBAE 4는 드럼 연주가 중시되는 락, 메탈 장르에서 드럼의 모든 구성 요소를 골고루 화끈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탐탐의 튀어 오르는 탄력과 베이스 드럼의 펑하고 터지는 느낌이 유난히 생생합니다. 그런데 스네어 소리도 깨끗하고 하이햇 소리는 오히려 시원하게 강조되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스네어와 하이햇 모두 자극이 적을 뿐입니다. 이러한 감상평은 Rage Against The Machine 1집을 들어보면 제대로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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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빠르고 명확한 저음이다...

 

잠시 인이어 모니터 중에서 뚜렷하게 저음을 추구하는 제품을 떠올려봅시다. 저는 HUM 프리스틴(Pristine), 엠파이어 이어스의 X 시리즈 중에서 밴티지(Vantage)가 떠오릅니다. FIBAE 4의 저음형 사운드는 프리스틴의 저음보다 초저음으로 힘이 실려 있으며 타격이 단단합니다. 밴티지와 비교한다면 FIBAE 4의 저음은 과도하지 않으며 응답이 더 빠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음이 보강된 이어폰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다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보다 풍부한 저음을 재생할 수 있으나 응답 속도와 재생 타이밍에서는 밸런스드 아머처가 확연히 앞서게 됩니다. 크게 강조된 저음이라도 BA로 만들어진 저음은 울림의 간격이 더 짧고 잔향이 적으며 더욱 단단한 타격을 지닙니다. 즉, FIBAE 4의 저음은 빠르고 명확합니다. 이런 특성이 초저음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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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시원하고, 심지어는 밝은 음색을 만드는 초고음 강조

 

이 제품의 고음은 참으로 특이한 존재입니다. 소리의 60~70%가 저음과 초저음으로 채워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약 20%의 중음과 더불어서 시원한 고음이 분명히 있습니다. 단, 귀에서 뚜렷하게 찰싹거리거나 청량감을 내는 고음이 아니라, 특정 고음 악기에서만 들리는 초고음 영역이 살아있습니다. (10kHz 이상) 심벌즈의 챙하는 소리가 대표적이고 일렉트로닉 음악의 각종 효과음이나 여성 보컬의 비음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FIBAE 4의 소리는 포근하고 부드럽지만 음악의 초고음 존재 여부에 따라서 밝은 음색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어팁의 영향이 없는 커스텀 핏으로 청취한다면 이 점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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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웅장한 공간

 

라우드 스피커 느낌이 나도록 조절된 주파수 응답 형태가 보입니다. FIBAE 4의 가장 큰 장점은 저음 연주가 매우 웅장해진다는 것입니다. 저음 악기가 많은 곡이 FIBAE 4를 거치면 자동적으로 규모가 확장됩니다. 고음 악기를 중시하는 편이 아니라면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넓고 웅장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니 클래식 악곡 감상용으로도 좋겠습니다. 소편성 연주의 깨끗한 전달에는 플랫 사운드가 유리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될수록 현장감 있는 감상이 됩니다. 그래서 클럽 음악이나 락 음악 용도로 설정된 이어폰이 오케스트라 감상에 잘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베이시스트, 드러머를 위해서 만들어진 FIBAE 4도 그런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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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어도 편안한 소리

 

저음 진동이 강한 음악만 아니라면 아주 편안하게 오래 들을 수 있습니다. FIBAE 4는 고음의 자극이 없고 중음이 너무 굵지 않아서 청각 부담을 덜어줍니다. 또한 중음의 질감이 매우 고운데 사람 목소리와 저음형 현악기 소리에서 저음이 든든하게 올라옵니다. 보컬과 현악기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욱 다정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고막에 방대한 정보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소리를 정돈해서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본래 듣는 볼륨 레벨보다 약간 낮춰서 들으면 매우 편안한 소리가 되고, 볼륨 레벨을 조금 더 올린 후 락 음악을 들으면 쿵쿵 터지는 화끈한 소리가 됩니다.

 

편안한 소리라는 표현에서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FIBAE 4는 시원하고 밝은 고음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이어폰입니다. 또한 저음이 크게 부풀어오른 형국이므로 중음까지 치고 올라오는 연기 같은 흐릿함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 포함되는 더블팁을 쓴다면 저음의 연막을 피할 수 있음) FIBAE 1, 2, 3, 4는 모델 넘버 순서로 소리가 좋아지는 제품군이 아닙니다. 넷 다 각자의 즐거운 소리를 추구하되 모두 다른 방향을 보입니다. 하이엔드에 위치하는 FIBAE 4는 그 중에서도 큰 규모의 저음으로 라우드 스피커의 느낌을 추구하며 자극없이 편안한 소리로 안정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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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요약 : 아주 웅장하고 깊은 저음을 지닌 쿼드 BA 이어폰. 고운 질감과 따뜻한 온도의 중.저음이 특징. 고음은 중.저음보다 많이 약하지만 초고음 영역은 강조해서 특정 고음 악기(특히 심벌즈)를 살아나게 만들고 초저음과 함께 음악 연주의 현장감을 더한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든든한 저음을 원하는 유저에게 적합하며 음악가 중에서는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에게 권할 수 있음. 기본 이어팁과 케이블이 그리 어울리지 않아서 별도 구입이 필요할 듯.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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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럭 터럭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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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가 캠파오디오랑 닮았네요 ㅋㅋ 청음 가능하면 들어보고 싶네요

06:25
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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