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바쿤 프로덕츠 CAP-1003 리뷰 1화 (기본 소개, 사용 방법)

루릭 루릭
5747 1 0


"이 작은 앰프가 당신의 이어폰 헤드폰들을 다시 태어나게 해줄 것이다."


휴대 음향 기기를 DAP가 아니라 미니 기기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어폰 고급화의 초창기였는데요. 당시 제일 비쌌던 소니 MDR-E888이 8만원쯤 했는데, 그보다 더욱 좋은 소리를 비슷한 돈으로 들을 수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2만원짜리 젠하이저 MX400 이어폰에 5~6만원짜리 휴대용 헤드폰 앰프를 더하면 '뿅'가는 소리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에헤이~ CDP 헤드폰잭에 끼워도 소리 잘 나오는 이어폰에 뭐하러 앰프를 더함?' - 이런 말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은 대부분의 휴대 음향 매니아들이 체감했을 터입니다. 헤드폰 앰프가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선을 얼마나 굵게 만드는지 말입니다. 얇은 국수 면발에서 쫄깃통통한 우동 면발로 변신하는 현상을 우리는 고막으로 경험해왔습니다. 특히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헤드폰 앰프의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MX400은 앰핑이 들어가면 거친 질감이 줄어들고 중.저음의 밀도와 힘이 크게 향상되곤 했습니다.


한 가지 생각해봅시다. 숫자가 굉장히 적기는 하지만 국내에도 이런 저런 헤드폰 앰프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대형 헤드폰을 위한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이어폰을 위한 휴대용 헤드폰 앰프가 그것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스마트폰 또는 DAP의 디지털 연결을 위해서 DAC를 내장한 헤드폰 앰프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거치형과 휴대용 밖에 없습니다. 매우 크고 무거운 것 아니면 배터리를 담아서 들고 다니는 초소형만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바쿤 프로덕츠 CAP-1003은 이런 양극화에서 벗어난 최초의 제품이 될 듯합니다. 이 작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휴대용 앰프를 겸할 수 있으며, 작은 이어폰과 커다란 헤드폰을 모두 시원하게 울려줄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서는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가 잘 알려져 있으나 헤드파이 쪽에서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회사는 일본의 소규모 핸드 메이드 제조사이며 '전류 증폭 회로'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자연스러운 소리 덕분에 국내 판매 수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은근한 규모의 매니아 유저 그룹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디오 리뷰어 사이에서도 '리뷰 때문에 사용해봤다가 매료되어서 바로 구입해버리는 제품'으로 통합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쟁쟁한 기기들을 감상할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생기'가 리뷰어의 마음을 흔드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렇게 흔들린 리뷰어 중 한 명입니다.



리뷰 제품이 마음에 든다면 보통은 리뷰가 끝난 후에 더 고민해서 구입을 결정하는데요... CAP-1003은 리뷰를 시작하자마자 현찰로 사버렸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이어폰을 감상하는 저의 사용 방식에도 잘 맞지만 무엇보다 소리의 쾌감이 커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토록 단단하고 시원한 소리의 미니 헤드폰 앰프가 존재할 줄은 몰랐네요.



바쿤 프로덕츠 CAP-1003은 이어폰 헤드폰을 위해서 설계된 앰프입니다. 바쿤의 앰프인데, 프리 앰프 또는 파워 앰프의 역할을 제외하고 오로지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증폭만 담당합니다. 내부 회로는 좌우 채널이 완전히 분리된 구조이며 전원부를 제외하여 크기와 가격을 줄였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목적에 특화되어서인지 입문기 수준의 가격이면서도 놀라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이어폰을 연결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없으며 청각이 완전 만족해버리기 때문에, 저의 기준에서는 '최초의 하이엔드 이어폰 앰프'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임피던스가 낮은 대형 헤드폰들도 강렬하게 울려주니... 최종적으로는 '완전 끝내주는 이어폰 헤드폰 앰프'로 부르고 싶습니다.


"오디지 LCD-X를 연결해도 볼륨 노브 10시 방향에서 빵빵하게 울립니다. 어지간한 거치형 헤드폰 앰프들보다도 굵고 시원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주 작지만 바쿤 앰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다


CAP-1003 리뷰는 총 3화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1차로서 제품의 기본 소개와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2차는 1003 자체의 소리에 대해, 3차는 이어폰 헤드폰 연결의 감상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재생기와 앰프 사이에 연결해서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는 바쿤의 사운드 인핸서 FIL-3102도 3차에서 등장할 것입니다.



CAP-1003은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은 헤드폰 앰프입니다. 하도 작고 가벼워서 기존의 바쿤 앰프들을 사용해본 분들이라면 장난감처럼 여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바쿤 프로덕츠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앰프 앞면의 오렌지색 글자와 3D 프린팅으로 만든 오렌지색 베이클라이트 볼륨 노브가 검은색 케이스와 대조를 이룹니다. 볼륨 노브가 전원 스위치를 겸하는데요. 9시 방향 근처에서 딱하는 느낌과 함께 블루 LED가 켜집니다. 볼륨 노브 10시 방향부터 좌우 채널에서 제대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구조인데, 배경 노이즈가 없기 때문에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이어폰도 넘치는 힘과 고요한 배경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또, 바쿤 프로덕츠의 CAP 시리즈 중에서 베이클라이트 볼륨 노브를 기본 채택한 것은 현재 CAP-1003 뿐이라고 합니다. 다른 CAP 시리즈는 주문 시 몇 만원의 비용을 더하면 장착할 수 있습니다.



CAP-1003은 전류 증폭 방식의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입니다. 재생기(DAP, CDP,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또는 DAC의 아날로그 출력에 연결하는 것인데요. 1003은 내장 배터리가 없으므로 외부의 전원 연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원 규격이 '5V / 0.7A'입니다. USB-A 커넥터의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면 전력 공급원으로 PC USB 포트, 휴대폰 전원 어댑터, 보조 배터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쓰려면 PC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거치형으로 두려면 휴대폰 전원 어댑터를 쓰며, 장소를 옮기면서 듣고 싶다면 보조 배터리를 쓰면 됩니다.



매우 작은 앰프이지만 두 개의 아날로그 입력이 있으며 앞쪽의 셀렉터로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입력은 RCA 한 쌍과 3.5mm 한 개가 있는데, 둘의 음질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3.5mm 스테레오 케이블과 Y-케이블로 3.5mm 입력을 해도 유사한 가격대의 RCA 케이블 연결과의 소리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 1003 후면의 3.5mm 커넥터와 RCA 커넥터가 아주 가깝기 때문에 플러그가 굵은 케이블은 간섭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다. 고가의 인터커넥터 케이블 중에서는 플러그가 굉장히 굵은 제품도 있는데 CAP-1003에서는 사용을 피합시다.


"이 정도 굵기의 RCA 플러그는 괜찮습니다. (약 12mm 지름)"


출력은 3.5mm 헤드폰잭 한 개인데요. 대형 헤드폰의 경우는 6.3mm to 3.5mm 변환 케이블을 사용하면 됩니다. 기왕이면 소리 해상도를 더 높여주는 고급품을 권하겠습니다.



이 물건은 클래스 A 앰프입니다. 10분 이상 들으면 제법 뜨거운 온도가 되는데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보다, 이 뜨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원을 계속 켜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전류 증폭을 하는 바쿤 앰프들은 전원을 켠 후 바이어스 안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앰프를 켠 직후부터 1분 정도는 소리가 흐리고 미약하게 띠~하는 노이즈가 들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원을 켠 후에는 최소 1분 이상 기다린 후에 감상하시고, 거치형으로 두겠다면 계속 켜두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자주 껐다 켠다고 해서 소리가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전원을 꺼두면 갑자기 음악 듣고 싶어졌을 때 몇 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뿐입니다.




PC USB 포트, 전원 어댑터, 보조 배터리 - 모두 사용 가능


바쿤 CAP-1003은 5V / 0.7A의 전원 공급이 기준으로, 전압은 5V로 유지하되 전류를 더 든든하게 흘려줄수록 소리가 좋아집니다. 이 점을 직접 확인해보았는데요. 0.5A로 제한되는 PC의 USB 포트에 끼워도 시원하고 든든한 소리가 나옵니다. 가장 편리하게 사용하겠다면 PC USB 전원 연결로도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제품의 소리에 반해서 구입을 결정한 시점도 PC USB 전원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물건의 진짜 소리를 듣고 싶다면 암페어 값을 올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비교 청취를 해보니 0.5A - 1A - 2.1A 순서로 올라갈수록 소리의 밀도가 높아져서 더욱 진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좋은 소리를 원한다면 2A 범위의 전원 어댑터로 구동하시기 바랍니다. 보조 배터리 중에서도 1A와 2.1A를 모두 갖춘 제품이 있는데 2.1A 연결에서 1003의 소리가 명료해집니다. 다만, 1003이 은근히 전기를 많이 먹으므로 보조 배터리는 재생 시간의 한계가 생깁니다. 게다가 다시 충전해야 하는 불편도 있으니 외출을 자주 하겠다면 보조 배터리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소리가 만족스러워서 충전의 불편조차 잊게 되겠지만 어쨌든...)



보조 배터리로 구동한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점이지만, PC USB 포트 연결이나 전원 어댑터 연결을 한다면 '접지'를 꼭 챙겨야 합니다. 오디오 운용에서 접지는 기본적 사항이지만 제대로 접지 환경을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거 중인 건물에 따라서 원래부터 접지가 불가능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앰프의 금속 케이스 표면을 손 끝으로 스윽 문질러보면 전기 통하는 느낌이 드나요? 접지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CAP-1003은 배경의 스으~하는 노이즈가 없으므로 '우웅~'하는 노이즈가 들린다면 접지가 원인!)



라우드 스피커에서는 배경이 산만한 정도로 그칠 수도 있지만, 헤드폰 앰프에서는 접지가 되지 않아서 생기는 전기 노이즈가 음악 감상에 큰 방해가 됩니다. 또한 접지가 되지 않은 헤드폰 앰프에 금속 하우징의 이어폰을 연결하고 귀에 착용하면 따끔한 전기 충격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CAP-1003은 미니 헤드폰 앰프라서 헤드폰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이어폰도 연결할 것이므로, 반드시 접지를 해야만 우웅~하는 노이즈 없이 이어폰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주거 중인 건물이 접지를 제공하지 않아서 '접지 생성 멀티탭'을 두 개 사서 사용 중입니다. 이 멀티탭의 접지 효과를 보려면 기기의 파워 케이블이 반드시 접지 플러그를 달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휴대폰 충전기로 쓰이는 전원 어댑터들이 접지 플러그를 쓰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접지 생성 멀티탭에 접지 플러그로 연결된 다른 오디오 기기를 CAP-1003과 인터커넥터 케이블로 연결하면 접지가 됩니다.




미니 헤드폰 앰프인데 왜 이리 힘이 좋은 것인가


이 앰프를 스마트폰 헤드폰잭과 연결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연결하는 것인데, 소스 출력 확보가 되지 않아서 대형 헤드폰 구동이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소스의 품질도 그리 좋지 않으니 이어폰 연결도 권하기 어렵게 됩니다. (*예외 : 요즘 LG 스마트폰을 써보지 않아서 확신은 없지만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고해상도 DAP에서 내장 볼륨을 패스하는 라인 아웃을 켜고 3.5mm 스테레오 케이블이나 RCA Y-케이블로 연결하면 좋은 소스가 됩니다. 라인 아웃 기능이 없는 경우는 DAP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헤드폰잭과 1003을 연결하면 됩니다.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2V 라인 아웃과 디지털앤아날로그 캘릭스 M의 최대 볼륨에서 이어폰 헤드폰들이 든든히 울림을 확인했습니다.



*제품 사양

무변형 최대 출력(1%) : 45mW (33옴), 60mW (8옴)

왜곡(1mW) : 0.03% (33옴), 0.05% (8옴)

주파수 응답 범위 : 20 Hz ~ 100 kHz

출력단 : 퓨어 A급 동작, HBFBC를 사용한 무귀환 회로

크기 : 75 x 100 x 30mm


위의 제품 사양을 보면 최대 출력 수치가 작은 편인데요. 이것은 말 그대로 숫자일 뿐입니다. 이른 예약 판매로 1003을 구입한 분들은 '헐! 소리가 왜 이리 시원한 것이여?!'라며 놀라고 있습니다. 바쿤 프로덕츠의 CAP 시리즈 앰프들은 실제 청취 환경에서 사용하는 출력을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체감 출력이 유난히 높습니다. 그 중에서 헤드폰 앰프인 CAP-1003은 인간의 고막 바로 앞에서 재생하는 소리를 기준으로 충분한 출력을 확보한 것입니다. 또한, 33옴 이하의 낮은 임피던스에서 더 높은 출력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버 임피던스 20옴의 오디지 LCD-X를 볼륨 10시 방향에서 쿵쿵 울려주며, 300옴의 젠하이저 HD800을 연결해도 볼륨 10~11시 방향에서 든든한 소리가 나옵니다. 이어폰 연결에서는 볼륨 10시 방향도 소리가 무척 크므로 재생기 쪽의 볼륨을 낮춰야 합니다.



CAP-1003에는 바쿤에서 개발한 'HBFBC (HyBrid FET input Buffer Circuit)' 칩이 채널 당 하나씩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완충 회로 집적 칩으로, 앰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몇 개의 칩으로 모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듈러 칩의 회로가 내는 소리가 말도 안 되게 좋습니다. 2차 후기에서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소리가 좋은 것인지 다뤄보겠습니다. ■



*이 리뷰는 바쿤 매니아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벤치프레스좋아함님 포함 1명이 추천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