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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바쿤 프로덕츠 CAP-1003 리뷰 2화 (소리 감상문)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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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헤드폰 앰프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이번 리뷰 세 편의 작성에는 꼬박 한 달이 걸렸습니다. CAP-1003의 특징을 풀어내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 여유를 많이 둔 것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1003은 바쿤 프로덕츠의 아키라 나가이씨가 제작한 세 개 중 한 개이며, 세계 최초로 사용 시작한 사례라고 합니다. 하루 사용해본 후 현금 구입을 했는데, 음향 기기도 다른 물건들처럼 초기에는 무척 마음에 들어도 나중에는 열정이 점점 식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진정 좋은 제품은 초기의 열정이 변하지 않는 기기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CAP-1003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열정이 커집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폰들을 사용하면서 왜 이런 미니 헤드폰 앰프가 나오지 않았는지 한탄했습니다. 이제서야 저의 이어폰 생활이 완전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외장 DAC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뿐입니다. 이 앰프의 잠재력은 수백만원대 DAC의 소리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근 타 브랜드의 외장 DAC 리뷰를 하면서 소리 차이를 감지할 때에도 CAP-1003이 고성능 테스트 장비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클래스 A 헤드폰 앰프인데 체감 출력이 무척 높습니다. 또한 이 힘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줍니다. (*넉넉한 전류를 흘려줄수록 안정감이 보강되므로 2A 구동을 권장함) 제가 사용 중인 헤드폰 앰프 두 대 뿐만 아니라 예전에 리뷰했던 다른 앰프들을 떠올려봐도 바쿤 앰프의 소리는 유난히 선이 굵고 뚜렷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늘 사용하던 이어폰 헤드폰을 CAP-1003에 연결해보면 '이게 내 헤드폰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다른 소리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배경, 잔향 없는 깔끔함, 고음의 시원함


드라이버 감도가 110~120dB에 이르는 밸런스드 아머처(BA) 이어폰을 연결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쿤 CAP-1003을 하이엔드 이어폰용 헤드폰 앰프로 만드는 결정타입니다. 접지만 해준다면 그야말로 침묵의 배경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저음 쪽의 잔향도 없어서 대단히 깔끔한 느낌을 주는데, 고음에서 지속적으로 촉촉한 액체를 뿜어서 귀를 적십니다. 헤드폰 앰프가... 특유의 고음을 만들어냅니다. 시원하게 솟아 오르는 고음이 저의 가라앉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헤드폰 앰프에서 고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회로가 생성해내는 소리의 해상도가 더욱 높은 것입니다. 또한 전류 증폭의 독특한 효과가 생생한 기운을 만드는 듯합니다.



*소리를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바꾼다


이 앰프의 소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단단하고 밀도가 매우 높은 중저음 + 시원하고 정밀한 고음]


즉, 헤드폰 앰프의 소리 해상도가 높습니다. (ㅇ_ㅇ) CAP-1003은 앰프가 신호 증폭만 하는 것이 아님을 제대로 깨닫게 해주는 제품입니다. 소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바꿉니다. 소리의 해상도가 너무 높아서... 기타 현이 충돌하거나 더블 베이스 줄이 내는 파열음을 비롯해 드럼 스틱 딱딱거리는 소리까지, 음악 속의 온갖 배경음이 소름 돋게 살아납니다. 타악기 소리가 많이 들어간 고해상도 음반 연주곡을 들으면 악기들이 내 고막의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 경험을 하려면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해상도가 충분히 높아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수백만원대 커스텀 이어폰과 대형 헤드폰(임피던스 낮은 제품)의 앰프로 사용해도 될 것이며, 특히 DAP 헤드폰잭으로 감상하던 소리에서 크게 업그레이드하는 용도로 좋겠습니다.



*점도 높은 액체의 질감, 음악에 도는 생기


전류 증폭 방식의 바쿤 앰프들은 듣는 이의 청각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선명한 소리를 냅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실로 독특한 소리의 감촉인데요. 해상도가 높고 응답 속도가 빠르며 정확한 인상을 주는 소리인데 점도가 높은 액체처럼 귀로 흘러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효과는 특히 소리의 질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기 위해서 소리 해상도가 높으며 고음이 더 강조되어서 소스 품질에 까다로운 오디지 LCD-X로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CAP-1003을 비교 청취해봅니다.


M900은 가격 대비 훌륭한 DAC 칩을 탑재하고 있으며 아날로그 앰프 파트도 굵고 힘찬 소리를 내는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입니다. 오로지 아날로그 앰핑을 위해서 설계된 CAP-1003보다는 헤드폰 앰프 파트가 불리하겠으나, M900의 헤드폰잭과 1003의 헤드폰잭에 번갈아 연결하면서 들어보면 차이가 너무나도 큽니다. 소리 해상도는 비슷한데 CAP-1003을 거치면 소리의 거친 질감이 모두 사라집니다. 그리고 저음과 고음이 살짝 살아나면서 음악에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아래의 선은 이러한 느낌을 묘사해본 것입니다. 아래의 오렌지 라인처럼 매우 깨끗한 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디지 LCD-X에서 비단처럼 고운 질감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 선은 저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린 도안이며, CAP-1003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다른 앰프들처럼 평탄하게 나옵니다."


*빠른 응답으로 시원하고 정확하며 단단하다


단단함 - 이 단어가 CAP-1003의 새로운 느낌을 주는 핵심 단서입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마치 대리석 같은 강도의 저음 펀치가 신기합니다. 시원한 액체 같은 고음(높은 중음 포함)과 달리 저음(낮은 중음 포함)은 초저음 영역까지 평평하게 연마해둔 고체의 느낌을 줍니다. 깊게 울리되 짧게 끊어서 치는 저음 펀치가 뚜렷한 개성을 만듭니다. 느긋하게 풀어진 소리를 선호한다면 다른 앰프를 보시는 게 낫겠고요. CAP-1003은 빠른 응답의 트랜지스터 앰프를 정확히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오디오 애호가 중에서도 소리 분석을 중시하는 성향에 맞겠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이 물건을 그대로 사운드 엔지니어가 사용해도 될 것입니다. 소리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시원하고 정확하며 단단하게 들려주는 앰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쿤 프로덕츠의 전류 증폭이 만드는 특유의 청각 안정 효과가 있습니다. 소리가 풀어져서 편한 것이 아니라, 소리의 재생 타이밍이 잘 맞고 알맞은 배음도 있어서 사람의 청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단단하고 시원한 소리인데 조금도 피곤하지 않아서 계속 듣게 됩니다. 자극으로 만드는 일시적 시원함이 아니라 사람의 청각에 딱 맞춰져서 지속되는 시원함입니다. 조미료가 아니라 매우 비싼 값의 천연 향신료인 것입니다.



*저음 한 방 한 방이 뚜렷하다 - 역동적인 움직임


저음의 울림 방식이 다릅니다. 이 점도 바쿤 앰프를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생소함인데요. 저음이 조금도 흩어지지 않으며 울림의 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다수의 저음 펀치가 서로 섞이지 않고 한 방 한 방이 정확하고 뚜렷하게 터집니다. 모든 저음 울림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는 것인데... 홈시어터의 서브 우퍼가 이런 식으로 초저음부터 높은 저음까지 하나씩 단단하게 울려준다고 상상해봅시다. 청취자의 심리로는 저음이 더욱 많아지고 강해진 것처럼 느낄 것입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OST를 들어 보면 이 앰프의 낮은 중음과 저음이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중.저음으로 구성된 사운드 트랙인데 모든 중음과 저음 요소들이 세밀하게 분리되어 뚜렷하게 연주됩니다. 음반을 만든 사람이 의도한 것보다 더욱 많은 분량의 저음이 청각으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다이내믹스도 절정을 이룹니다. 동일한 드럼을 연주해도 강과 약의 폭이 더욱 커서 굉장히 역동적인 소리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CAP-1003이 지닌 소리 쾌감의 큰 부분입니다.



*살아있다는 느낌


제가 1003의 소리에서 종합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생동감'입니다. 어떤 앰프는 강하고 힘차게 휘몰아쳐서 추욱 늘어진 기분을 한 번에 날려 버립니다. 다수의 진공관 앰프들은 느릿한 호흡과 풍부한 잔향으로 잔뜩 긴장된 마음을 여유롭게 해줍니다. 그런데 CAP-1003은 제가 늘어져 있든 긴장하고 있든 그냥 멀쩡한 기분으로 있든 간에 언제나 살아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톤 다운된 TV 화면에서 채도값과 명암비를 더 올리는 셈입니다. 건조해진 사무실 공기에 적당한 습기와 아로마를 더합니다. 기름에 튀긴 얇은 감자에 연한 버터와 꿀을 넣어줍니다.(?) - 이런 식으로 밋밋하고 지루한 것들에 싱싱한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그래서 1003으로 음악을 들으면 계속 살아갈 의욕이 생깁니다.



마지막 화인 3차 후기에는 CAP-1003과 여러 종류의 이어폰 헤드폰을 연결하여 감상을 풀어보겠습니다. 또한 바쿤의 사운드 인핸서 FIL-3102를 더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살펴볼 터이니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



*이 리뷰는 바쿤 매니아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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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프레스좋아함님 포함 1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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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조금 의아한 점이 저음의 표현 방식인데, 궁금해지네요.

한편, 앰프는 말씀하신대로 단순 증폭만 하는게 아니라는 걸 점차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회로란게 한 가지만을 목적으로 만들어도 의도대로만 되지는 않나 보더군요. 특히 앰프류는 스피커류의 네트워크와 보이스코일과의 상호작용으로 때로는 예상 범위 내에서, 때로는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

십수년 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앰프는 단순 증폭만 하는게 아니라 헤드폰을 컨트롤 하기도 한다고 썼던 댓글에 비웃음과 조롱을 보낸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의도치 않은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명백히 제작자가 그걸 의도하는 경우도 있으니. 앰프라는 물건은 들어온 신호를 그대로 증폭하는게 아니라, 마치 복사기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ㅎㅎㅎ
08:27
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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