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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바쿤 프로덕츠 CAP-1003 리뷰 3화 (이어폰 헤드폰 매칭)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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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커스텀 이어폰부터 대형 헤드폰까지 시원하고 단단하다."


이 작은 헤드폰 앰프 하나 덕분에 제가 보유한 커스텀 이어폰들이 모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제 이어폰들의 소리가 이렇게 시원하고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커스텀 이어폰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시원한 소리가 나오지만, 비교적 강한 힘이 필요한 대형 헤드폰에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고.중음의 선이 더욱 굵어졌고 깨끗하게 들리는데 저음이 깊고 강하게 울립니다. 또한 소리의 밀도를 높여주고 질감을 매끈하게 만들며 고음에 반짝이는 광택을 더합니다. 특히 16~32옴 정도의 드라이버 임피던스를 지닌 대형 헤드폰들이 CAP-1003에서 환골탈태 수준의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것도 최소나 다름없는 볼륨 노브 10시 방향에서요.



*참고 : 바쿤 CAP-1003은 RCA, 3.5mm 인터커넥터 연결이 필요한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이며, 재생기 또는 DAC의 출력 전압과 게인이 충분히 높을 때 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DAP의 헤드폰잭 연결에서는 최대 볼륨 또는 라인 아웃 기능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헤드폰잭 연결에서는 대형 헤드폰을 구동할 때 스마트폰 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출력이 부족할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사운드 인핸서 FIL-3102의 효과와 역할



바쿤 사운드 인핸서(Sound Enhancer) FIL-3102는 재생기와 앰프 사이에서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여 소리를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필터 액세서리 제품입니다. 소리에서 초고음을 깎는 것이 아니고, 가청 주파수를 크게 벗어난 고주파가 잡음을 만들기 때문에 정리를 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제 과정에서 볼륨이 조금 낮아지므로 대형 헤드폰을 사용한다면 CAP-1003의 볼륨 노브를 2시 방향 넘게 올려야 합니다. 이어폰 감상에서는 이것이 장점으로 통하는데요. 재생기 쪽에서 볼륨을 내려줄 필요 없이 CAP-1003의 음량 조절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물건을 처음 써본다면 어떻게 연결할지 헛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사운드 인핸서가 필터 액세서리라는 점만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재생기와 앰프 사이에 연결해둔다는 뜻입니다.



재생기 또는 DAC의 아날로그 출력을 사운드 인핸서의 입력에 연결하고, 사운드 인핸서의 출력을 아날로그 앰프의 입력에 연결합니다. 즉, 두 개의 인터커넥터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RCA to RCA, 3.5mm to RCA Y-케이블, 3.5mm to 3.5mm 스테레오 케이블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음) 사운드 인핸서의 케이스 위에 커다란 스티커로 시그널 방향 표기가 되어 있으니 잘 봐둡시다.



사운드 인핸서의 체감 효과는 헤드폰 시스템에 외장 DAC를 추가한 것과 유사합니다. 소스 시그널에 섞이던 노이즈가 사라지면서 소리의 해상도, 분리도가 더욱 향상됩니다. 또한 실제 현상이 아닌 체감으로 볼 때, 소리가 더욱 평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깨끗하게 정제된 소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 날것에 가까운 소리를 원한다면 CAP-1003 한 대만 써도 좋습니다. 여기에서 '정제된 소리'란, 깨끗해지는 만큼 선이 살짝 가늘어지며 고음 자극과 저음 펀치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날것에 가까운 소리'란 고음과 저음이 더 거칠더라도 힘차고 굵은 느낌을 말합니다. 음향 기기 액세서리 중에는 기기 케이스의 진동을 흡수하는 작은 칩도 있는데, 원리는 다르지만 사운드 인핸서도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불필요한 잔재를 지워서 깨끗한 소리를 만드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필요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커가 아닌 이어폰 헤드폰을 쓰는 상황에서는 사운드 인핸서의 업그레이드 효과가 많이 큰 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어폰'과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헤드폰'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강한 앰프가 필요한 헤드폰은 사운드 인핸서를 더하면 CAP-1003의 출력이 부족하게 될 수 있어서 제외합니다!) 소리 신호에 섞이는 노이즈가 생생히 드러나는 고감도 드라이버의 이어폰 헤드폰에서 '정제 효과'가 크게 나옵니다. 이어폰 헤드폰의 제품 사양표에서 Sensitivity 수치가 110~120dB에 이른다면, 사운드 인핸서를 더한 1003의 소리가 더욱 깨끗하게 들릴 것입니다. 또한 이 물건은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에도 쓸 수 있으며 고품질의 RCA, 3.5mm 변환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어폰 헤드폰 매칭 결과


총 10개의 이어폰 헤드폰을 선택해보았습니다. (연결 사진은 다 찍지 않았음) 더 많은 유저들이 CAP-1003 한 대만 쓸 것이라 예상하여 사운드 인핸서는 제외하고 청취합니다. 아래의 감상문들은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의 헤드폰잭 소리와 M900에 RCA 연결된 CAP-1003의 소리를 실시간 비교 청취한 결과입니다. 이 때 M900 자체 헤드폰 출력과 M900의 라인 아웃으로 재생하는 CAP-1003의 볼륨 수준이 다르므로, 귀로 판단하여 거의 같은 볼륨이 되도록 맞추었습니다.



Westone ES60


웨스톤의 이어폰들은 사운드 제작하는 어르신이 진공관 앰프 중심의 빈티지 오디오 소리를 지향한다고 직접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부드럽게 풀어지며 잔향이 많은, 기체 같은 감촉의 편안한 소리가 웨스톤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커스텀 케이블의 영향이 유난히 큰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쿤 앰프를 더해보니 소리의 밀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잔향이 줄어듭니다. 소리의 감촉이 점성 높은 액체 또는 탄력이 강한 고체가 됐습니다. 저음의 펀치가 더욱 단단해졌으며 통통 튀어 오르는 맛이 더해집니다. 고음은 웨스톤 고유의 느낌인데 약간의 광택 코팅이 된 것처럼 반짝입니다.


Empire Ears Bravado


브라바도는 엠파이어 이어스 X 시리즈의 막내로서, 원래부터 웅장한 저음을 노리고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또한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 다른 이어폰들보다 더 강한 힘을 요구합니다. CAP-1003에 연결하면 브라바도는 진정한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훨씬 깊고 강력한 저음 펀치가 고막을 울리며 더욱 웅장해진 초저음이 귀 아래쪽으로 깔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음이 다른 음 영역을 가리지 않는군요.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높은 밀도의 낮은 중음과 저음을 들려주기 때문에 CAP-1003의 밀도 보강 효과는 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래 고음 강조가 별로 없는 이어폰이라서 고음 반짝임 효과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요컨대 1003에 연결한 브라바도는 이어폰 제작한 사람이 의도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저음의 이어폰'이 됩니다.


64Audio A3e


64오디오 이어폰들은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청각에 자극이 될 만한 영역을 조절해서 듣기에 편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 중에서도 A3e는 고.중.저음의 균형을 맞춰서 더욱 듣기 편하게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M900의 헤드폰 출력에서도 그런 소리를 내는데요... 바쿤 CAP-1003에 연결하면 A3e의 소리에 새로운 특징이 생깁니다. 높은 중음부터 낮은 중음까지 폭넓은 밀도 향상이 있습니다. 보컬, 현악기가 더욱 두텁게 되는 것입니다. 소리의 질감이 더욱 매끄럽게 다듬어지며 고음은 살짝 밝아지고 저음 펀치도 약간 강해졌습니다. 편안하면서도 조금 심심했던 소리가 음악 듣기에 즐거운 소리로 '감성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Ultimate Ears UE5 Pro


얼티멋 이어스의 커스텀 이어폰들은 기본 케이블을 이스트론(Estron) 슈퍼 BaX로 교체하면서 특유의 밝고 굵었던 고음이 선명하고 세밀한 성향으로 바뀌었습니다. UE5 Pro는 엔트리 레벨의 듀얼 BA 커스텀 이어폰으로, 소리가 프로 오디오 지향이라서 그런지 프로 오디오 출신의 M900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CAP-1003으로 바꿔서 들으면 기본적인 수준의 소리 향상이 있어서 M900의 헤드폰잭에 다시 끼우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리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질감이 매끈하게 되고, 고음은 밝아지지 않는데 저음은 더 깊고 강하게 울립니다. 요약하면, 흩어졌던 소리 입자가 다시 모여서 치밀하고 깨끗하게 완성되는 형상입니다.



Campfire Audio IO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이어폰들은 각 모델마다 소리가 많이 다른 편입니다. 보급형에 속하는 IO는 시원하고 밝은 고음과 든든하게 강조된 저음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높은 중음을 보강하여 보컬을 강조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바쿤 CAP-1003으로 들으면 고음이 훨씬 시원하게 들리며 선이 굵어집니다. 음색이 더 밝아지는 것은 아닌데 에너지가 강해져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원래 중음 강조가 있는 이어폰이라서 그런 것인지 중음의 변화는 찾기 어려우며 저음에는 단단한 펀치가 추가됐습니다. 밀도의 향상과 매끈한 질감 효과도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Sennheiser HD800


HD800은 임피던스 수치가 300옴이나 되지만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대형 헤드폰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여러 헤드폰 앰프에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며 높은 중음과 저음이 약간 보강된 플랫 사운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저음이 크게 부풀어서 포근한 소리가 됩니다.) 높은 중음 또는 낮은 고음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 강조되어서 약간 자극이 있으며 소리가 건조하기 때문에 취향을 타는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조절한 제품이 HD800S!)



CAP-1003처럼 아주 작은 헤드폰 앰프가 HD800을 제대로 울리기나 할지 걱정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M900의 볼륨을 95로 올려서 출력 전압과 게인을 확보하면 1003의 볼륨 노브 10~11시 방향으로 안정적인 구동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안정적이라는 것은 '헤드폰의 드라이버가 온전히 울려서 소리의 밀도가 높으며 원래 해상도가 나오는가?'라는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CAP-1003에 연결된 HD800은 여전히 높은 중음 강조로 자극이 있으며 플랫 사운드에 가깝게 들리지만, 고음이 더욱 선명하며 저음은 조금 더 짧게 끊어서 치는 펀치로 바뀝니다. 건조한 느낌이 싹 사라지면서 촉촉하고 진한 액체의 감촉이 살아납니다. 즉, 음악의 감성을 살릴 수 있으나, HD800의 저음을 든든하게 만들고 싶다면 다른 앰프가 낫겠습니다. CAP-1003의 힘은 충분하지만 HD800의 소리 성격이 1003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Audeze LCD-X


드라이버 임피던스 16~32옴의 대형 헤드폰들은 CAP-1003과 단짝이 됩니다. 1003의 체감 출력이 하도 높아서 볼륨 노브 10시 방향으로도 굉장히 굵고 든든한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이 주장의 제일 강력한 근거가 오디지 LCD-X 입니다. (LCD-2, LCD-3 포함. LCD-4는 볼륨을 더 올려야 할 듯) 이 육중한 헤드폰에 미니 헤드폰 앰프를 연결했는데 대형 헤드폰 앰프를 더한 듯한 소리가 나옵니다. LCD-X는 더욱 평탄한 중.저음과 밝게 강조된 고음으로 소리 분석을 용이하게 해주는 스튜디오 용도의 헤드폰입니다. M900의 헤드폰 출력에서는 스튜디오 용도에 딱 맞는 '특징 없지만 몹시 선명하며 평탄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CAP-1003으로 들으면 이 특징을 유지하는 가운데 소리의 밀도, 해상도, 질감, 분리도, 다이내믹스 등이 모두 향상됩니다. 마치 헤드폰이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인데요. 남자로 치면 겉으로 볼 때의 몸매는 마른 체격 그대로인데 웃통 벗으면 완전 근육질인 상황입니다.



Focal Elegia


이 헤드폰은 기본 케이블이 스스로 고장나는 바람에 최근 18만원짜리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한 상태입니다. (사진은 예전에 찍은 것이라서 기본 케이블이 끼워져 있음) 그래서 예전보다 소리가 맑고 밀도가 높아졌는데, CAP-1003으로 들으면 더 맑고 밀도가 높게 됩니다. 엘레지아는 포칼 헤드폰 중에서도 고.중.저음의 균형이 맞춰진 모델이며 1003에서도 그 균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LCD-X에서 그랬듯이 엘레지아도 소리의 밀도, 해상도, 질감, 분리도, 다이내믹스 등이 모두 향상됩니다. 단, LCD-X보다는 변화의 폭이 적은 듯합니다.



Grado SR80e (L-Cushion)


그라도 헤드폰 중에서 두 번째 엔트리 모델이 되는 SR80e이며 기본 S-쿠션을 L-쿠션으로 교체해두었습니다. 고음이 시원하게 나오며 그만큼 자극도 조금 있고, 중음과 저음의 균형이 맞춰진 상태에서 넓은 개방감을 주는 원통형 하우징의 헤드폰입니다. M900의 헤드폰잭에서는 고음의 질감이 거칠고 자극도 꽤 강한 편인데 CAP-1003에서는 깔끔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집니다. 고음 쪽의 소리 밀도가 낮은 헤드폰이라서 1003의 밀도 보강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모양입니다. 또한 SR80e의 낮은 임피던스 덕분에 CAP-1003의 더 강한 힘을 받는 것도 큰 장점이 됩니다. 고음의 밝고 예쁜 느낌이 은은하게 추가되며 중.저음의 선이 굵고 질감이 곱게 됩니다. 저음의 펀치가 높은 탄력으로 단단하게 되는 점도 좋습니다.



Koss KSC35


저렴한 가격의 클립형 헤드폰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힘 좋은 앰프를 만나면 격이 달라지는 유니크 아이템'이 코스 KSC35 되겠습니다. 하지만 CAP-1003 연결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오디지 LCD-X, 포칼 엘레지아처럼 코스 KSC35도 자신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부분이 충실하게 보강됩니다. 소리 밀도가 높아지고 저음 탄력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단, 원래부터 고음 밀도가 낮으며 자극이 있는 헤드폰이라서 그런 것인지 CAP-1003의 '고음 예쁨 효과'가 음색을 밝게 만듭니다. 젠하이저 HD800에서 그랬듯이 저음 밀도가 높아졌지만 펀치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옛날 헤드폰의 소리가 헤드폰 앰프를 거치면서 해상도가 높아지는 경험은 신기합니다. 요즘 고성능 헤드폰들처럼 샤프하고 깨끗한 소리가 됐습니다.



이상으로, 3회 연재로 이어졌던 바쿤 프로덕츠 CAP-1003의 리뷰를 마칩니다. 이 앰프는 앞으로도 저의 이어폰 헤드폰 리뷰 활동과 음악 감상에서 계속 사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모든 평가는 개인적인 것이므로, 이후 다른 1003 유저 여러분의 사용 소감도 참조하시길 권합니다. ■



*이 리뷰는 바쿤 매니아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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