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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Aune 재스퍼, 반짝이는 스틸 하우징 속에 오디오 룸을 지닌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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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오디오 룸에서 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이어폰 헤드폰과 달리 라우드 스피커는 청취자의 귀로부터 몇 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좌우 스피커의 중앙 지점에 앉아서 듣기 시작하면 눈 앞으로 사운드 이미지가 뚜렷하게 형성됩니다. 더 좋은 시스템일수록 사운드 이미지가 명료해지며 앞뒤의 거리감까지 생겨서 연주 공간을 그대로 소환하게 되는데요. 사운드 이미지는 대부분 고음과 중음 영역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저음은 청취자의 몸에 직접 발사되어 물리적 압박을 만들고 초저음은 오디오 룸의 내부에 울리거나 바닥으로 깔리게 됩니다. 그래서 하이파이 오디오는 기기들의 선택 뿐만 아니라 '룸의 세팅'이 무척 까다로운 분야입니다. 자그마한 방에 괜히 대형 스피커를 넣었다가 저음 붕붕거림과 흩어지는 사운드 이미지에 큰 고생을 해본 분들도 꽤 많을 겁니다. 이웃들의 항의를 받지 않으려면 집의 위치도 잘 잡아야 하니 '오디오는 곧 부동산'이라는 격언(-_-)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어폰과 헤드폰은 진정한 '퍼스널 오디오(Personal Audio)'일지도 모릅니다. 남들 신경 쓰지 않고 공간 제약도 없이 혼자 조용히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어폰 헤드폰에서 이런 '스피커 느낌'을 조금이라도 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하우징(Housing)의 설계가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조정해서 심리적으로 공간을 넓힐 수도 있으나, 저음과 초저음의 울림은 하우징의 물리적 구조를 통해서 구현해야 하겠습니다. 이어폰에서 라우드 스피커의 오디오 룸은 없지만 청취자의 귓바퀴 안쪽(콘차)과 외이도(귓구멍 통로)라는 극히 작은 공간은 있습니다. 귀 속에서 스피커처럼 쿵쿵거리고 공간을 울릴 수 있어야 스피커 같은 느낌이 들겠지요?



그래서 '소리를 정밀하게 듣는 것'과 '음악을 대규모로 겪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이 점은 대형 헤드폰보다는 콩알 만한 크기의 이어폰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아주 작은 하우징의 이어폰에서 라우드 스피커와 유사한 저음 울림을 연출하면 고.중음이 가려지는 마스킹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파이널(Final)의 피아노 포르테 X-CC를 청취했을 당시, 이어폰 헤드폰만 사용하던 저는 소리를 정밀하게 들려주는 것이 이어폰의 역할이라 생각했으며 피아노 포르테의 혼탁한 느낌에 경악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 룸에서 스피커로 감상하는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서 저의 접근법이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의 후기를 여러 편 쓴 후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를 다시 들어보니 영락없는 스피커 소리였던 겁니다. 이러한 스피커 느낌은 다이내믹 드라이버 뿐만 아니라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물리적 튜닝으로도 구현 가능합니다. BA 자체의 후면에 구멍을 뚫어서 저음을 증폭하고 공간감을 내는 파이널 FI-BA-SS가 좋은 예시입니다. 또한, FI-BA-SS도 포트가 정교하게 배치된 스틸 하우징을 사용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Head-Fi 시스템으로 저를 매료시켜온 Aune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양반들이 갑자기 이어폰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앰프에 끼울 대형 헤드폰도 아니고, DAP 헤드폰잭에나 끼울 법한 고급형 이어폰을 대뜸 출시한 것입니다. 이 물건의 소리가 Aune 앰프 소리와 비슷하리라는 예상은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Aune의 헤드폰 앰프들이 들려주는 자극 없이 편안하며 밀도 높고 든든한 소리가 아니라... 무슨 대형 스피커 같은 소리가 나옵니다. (ㅇ_ㅇ) 제 생각에는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소리이며, 원래부터 가격대 성능비를 챙기는 회사라서 이어폰 가격도 40만원대로 적당히(?) 매겨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 속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고 있으며 이름은 '재스퍼(Jasper)'라고 합니다. Aune의 제작자는 이 제품이 옥석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소리를 낸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제가 듣기에도 소리의 질감이 굉장히 매끄러워서 옥석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재스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이어 스피커(In-ear Speaker)'라고 봅니다. 서두에서 계속 '스피커 느낌이 나는 이어폰' 이야기를 해댄 이유가 이것입니다.




실버 쥬얼리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관리가 필요하다


제가 빌린 Aune 재스퍼는 데모 샘플 제품입니다. (양산형 제품과 동일함) 박스를 열면 원통형의 가죽 케이스와 케이블에서 분리된 이어폰 본체 한 쌍이 보이는데요. 이어팁이 중형 한 쌍만 있었습니다. 정식 출시되는 제품에는 다수의 이어팁이 포함될 터이니 모두 사용해보시길 권합니다. 다행히 제 귀에는 중형 이어팁이 잘 맞았습니다.



재스퍼는 아주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반짝거리며 주변의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하우징 소재인데요. 외부의 독특한 양각 패턴은 시각적 장식이 될 뿐만 아니라 MMCX 커넥터의 케이블을 분리할 때 꽉 붙잡는 역할도 해줍니다.



기본 케이블이 검정색이라서 수수해보이는 면도 있으나, 재스퍼를 착용하고 있으면 귀 안쪽에서 굉장히 반짝거리는 탓에 실버 쥬얼리를 끼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금속 하우징의 이어폰을 구입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좌우 유닛을 분리해서 수납하는 것입니다. 고광택 금속 표면에 흠집이 생기면 두고 두고 고통스럽습니다. (...) 재스퍼 역시 좌우 분리 수납이 되는 파우치를 별도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파우치를 권하겠습니다. Aune에서 정성스레 챙겨준 가죽 케이스는 이어폰을 고정된 장소에 두기에는 좋지만 이동 중에는 이어폰 좌우가 충돌하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캠프파이어 오디오 파우치는 별도 구입 항목입니다."


"이렇게 수납한 상태에서 가방에 담고 이동하면 좌우 이어폰이 충돌해서 흠집이 생깁니다."


재스퍼는 10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는데, 멀티 그라데이션 다이어프램(MGD)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번 후기에 쓰인 재스퍼는 판매처 직원분들이 오랫동안 음악을 재생했으므로 충분히 번인되었을 것입니다. 새 제품의 경우 오래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에이징이 완료되겠으나, 하루 1~2시간만 듣는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으니 처음에 최소 20시간 정도만 중간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이번 제품은 베타 테스트 비슷하게 사전 청취를 해본 후 반납했고, 나중에 정식 리뷰가 결정되어서 그대로 다시 듣게 됐는데요. 재스퍼는 사용을 할수록 고음이 더욱 맑아지고 초저음 울림이 강력해지는 듯합니다.



기본 케이블은 피복이 두껍고 탱글탱글해서 잘 꼬이지 않는 소재입니다. 길이도 다른 이어폰들보다 10cm쯤 여유롭습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기본 케이블도 충분히 좋다는 생각이지만 역시 색깔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_-); 소리를 떠나서 이어폰의 비주얼을 살리는 목적으로 커스텀 케이블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도 제 기준으로 소리까지 따져본다면, 고음이 더욱 깨끗해지고 중.저음의 풍부한 잔향이 보강되는 성격의 케이블이 좋겠습니다. (요컨대 모니터링 성향보다 음악적 성향의 케이블을 권장함) 아래 사진은 은 도금 동선 케이블인데요. 제 짐작으로는 순은선이 좋은 효과를 낼 듯합니다. 케이블 값이 이어폰 값의 2~3배가 되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이 사진의 흰색 케이블은 제가 별도 구입한 제품입니다."



재스퍼의 스틸 하우징 안쪽에는 두 개씩 포트가 뚫려 있습니다. 이것 때문인지 소음 차단이 강력하지는 않군요. 이어훅 타입의 커널형 이어폰이라서 착용하면 귀가 단단히 막히는데, 그래도 주변의 소리가 제법 들어옵니다. 이어폰의 사운드 튜닝 과정에서는 하우징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는 것이 엄청난 소리 변화를 만듭니다. Aune의 제작자가 하우징 설계를 하면서 두 개의 포트가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을 터입니다. 제가 듣기에도 두 개의 구멍이 소리의 공간 특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 그냥 조용한 장소에서 듣는 게 좋겠습니다. 스틸 하우징이 무거운 편이지만 매끈한 곡선형 디자인이라서 편안하게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습니다.



SOUND



"재스퍼로 음악을 듣다가 다른 이어폰으로 바꾸면 중.저음이 너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다. 1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들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재스퍼는 이어폰이 아니라 내 머리 속에 설치된 라우드 스피커의 오디오 룸이다."


제품 사양을 보면 주파수 응답 범위가 5~40,000 Hz, 임피던스는 32옴, 드라이버 감도는 102dB라고 합니다. 주파수 응답 숫자만 봐도 Aune 재스퍼는 '초저음이 든든한 이어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출력 DAP나 스마트폰 헤드폰잭으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며, BA 인이어 모니터들보다 볼륨을 20% 정도 올려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은 헤드폰 앰프를 만나면 소리가 크게 향상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스퍼도 그렇습니다.



*몇 가지 기기 매칭의 결과


늘 그랬듯이 보유 중인 기기에 차례대로 연결해봤는데요. LG V20의 헤드폰 출력 소리와 잘 어울립니다. (이 V20는 안드로이드 파이 업데이트가 된 상태) 일반 음향 기기 모드일 텐데 볼륨 25~30에서 아주 강하고 웅장한 소리가 나옵니다. 디지털앤아날로그 캘릭스 M에서는 둘이 원래부터 세트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좋은 결과가 됐는데요. 높은 밀도와 고출력을 지닌 DAP에 인이어 스피커 성향의 스틸 하우징 이어폰을 끼웠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연결에서는 볼륨 65~70 정도로 들었는데 사운드 이미지가 흐려서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 기기의 소리는 밸런스 출력에서 제대로 나오기 때문에 다른 MMCX 커스텀 케이블로 2.5mm 출력 감상을 해야겠습니다. 이 감상문에서는 이어폰 자체의 소리 특징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 뚜렷한 음색 개성이 없으며 이어폰에게는 넘치는 출력을 지닌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USB 전원 어댑터 연결한 하이파워 모드이며 45~50 정도의 볼륨으로 감상) 단, 재스퍼의 소리 성향에 더 잘 맞는 소스를 위해서 DAC 필터를 기본 F1이 아닌 F3로 설정했으니 참조 바랍니다. F3 필터는 샤프 롤 오프 + 미니멈 페이즈로 F1처럼 빠른 응답을 보이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질감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칭 결과를 볼 때, Aune 재스퍼로 화끈한 경험을 하겠다면 강한 출력의 클래스 A 헤드폰 앰프를 권하겠습니다. 휴대용 기기의 헤드폰 출력을 바로 사용하겠다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더라도 전기를 많이 쓰는 타입의 DAP가 잘 맞겠습니다. 아스텔앤컨 제품이라면 칸 큐브나 칸 알파 같은 모델이 되겠군요. (직접 연결해본 적이 없어서 보장할 수는 없음) LG 스마트폰의 경우는 굳이 무저항잭을 쓰지 않아도 힘이 든든하게 나올 것입니다. 헤드폰 앰프에 관심이 없으며 힘 빵빵한 DAP나 LG 스마트폰도 없다면... 재생기의 볼륨을 더 올려서 들으면 됩니다. (-_-) 재스퍼는 저음이 크게 강조된 만큼 고음과 중음이 비중이 낮기 때문에 더 높은 볼륨에서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흐린 소리 - 나중에는 밝고 예쁘며 풍부한 울림의 소리


요즘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은 쉽게 말해서 '쨍한 소리'를 내는 편입니다. 고해상도 재생을 위해서 그렇게 튜닝되는 제품이 많습니다. 이런 와중에 Aune 재스퍼의 소리를 처음으로 듣는다면... 고음이 약한데 커다란 저음 울림이 다른 음을 가려서 흐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연막으로 가득한 저음형 이어폰이라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용해본 이어폰들을 기억해볼 때,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으면 밝고 예쁜 고음과 풍부한 울림의 중.저음이 나왔습니다. 즉, 청량하고 평탄한 소리를 원하는 분에게는 재스퍼를 권하지 않으렵니다. 반대로 이어폰에서 헤드폰처럼 큰 규모의 저음을 듣고 싶거나, 라우드 스피커의 공간 울림 효과를 머리에서 느끼고 싶다면 재스퍼를 바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첫 청취에서 재스퍼의 성격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청취자의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칠 것입니다. 이것은... '진짜 웅장한 소리'라는 겁니다. 그리고 감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명하고 예쁜 소리'라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심경의 변화 원인을 두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보겠습니다.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가 높은데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의 울림 효과도 있음]


[선명하고 뚜렷한 선의 소리 + 연기처럼 귀 속을 가득 채우는 반사음과 잔향]


이 단계에서부터 Aune가 음악의 감동을 위한 이어폰을 만들어냈다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이어폰 속에 잘 튜닝된 오디오 룸이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 속에서 깊은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로 방향이 아니라 세로 방향으로 깊다는 뜻입니다. 이어폰이지만 시험 삼아서 스피커 테스트용 트랙을 재생해봤는데요.  Out of phase 파트가 귀의 바깥쪽이 아닌 아래쪽에서 들려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녹음하고 마스터링할 때부터 공간 울림을 많이 반영한 곡에서 재스퍼가 놀라운 효과를 불러옵니다. 이를 테면 스튜디오가 아니라 교회 예배당이나 대형 콘서트홀에서 녹음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어폰 속에 잘 튜닝된 오디오 룸이 있습니다. 소리가 천장과 벽에서 반사되는 현상을 귀에서 물리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곡의 특성 상 공간감을 억제하여 제작된 음반에서도 재스퍼의 울림 효과가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드럼을 예로 들면 하이햇과 심벌즈 소리에서 차르르~하는 잔향이 고운 가루처럼 번져나가고, 베이스 드럼의 울림은 더욱 길고 깊게 터지면서 연기를 일으킵니다. 동일한 드럼 연주가 재스퍼를 거치면 더욱 크고 라이브한 인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초고음과 중음도 살아있다


처음에는 크게 강조된 저음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겠지만, 음악 감상을 할수록 재스퍼의 고음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보입니다. 의외로 초고음의 일부가 살아있으며, 낮은 고음을 줄여서 선명도를 확보하고 청각 자극을 피합니다. 또한 높은 중음부터 초저음까지의 넓은 영역에서 매우 굵은 선과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음과 저음 비중이 높은 악기 또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거대한 스피커 같은 묵직함을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공간 울림을 반영해서 제작한 첼로 독주 음반이나 현악 4중주를 재스퍼로 들으면 거의 최고에 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악기의 소리가 이렇게 크고 풍만하면서도 아름답게 울릴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현의 높은 중음이 맑고 달콤하게 울리면서 낮은 중음부터 저음까지는 굉장히 굵은 선과 포근한 기운이 강하게 살아납니다. 넓은 콘서트홀에서 녹음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현장에서 듣는 수많은 악기들의 종합된 소리가 쏟아지는 한 편, 팀파니의 저음 펀치가 두개골 아래를 울릴 정도로 크고 단단하게 터집니다. 귀 아래쪽으로 흐르는 초저음의 진동은 거대한 구름을 형성하면서 콘서트홀의 공기를 재현합니다. 이어폰 속에 콘서트홀의 상하좌우 면적이 그대로 반영되어서 마치 다채널의 입체 음향을 듣는 듯합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Aune 재스퍼는 이어폰처럼 생긴 오디오 룸입니다.



*계속 듣고 싶어지는 고음의 단맛


재스퍼는 고음의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귀에 듣기 좋은 부분만 딱 골라서 조율해둔 모양입니다. 어떤 음악이든 고음에서 달콤하고 맑은 느낌이 살아납니다. 초고음 영역은 존재감으로 공기를 만들기에 주로 낮은 고음에서 '계속 듣고 싶어지는 달콤함'을 만끽하게 되었습니다. 몹시 포근한 중.저음의 연기 속에서 고음이 찰싹거리는 감촉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이 물건은 분명히 저음 울림에서 강점이 있으나, 드라이버의 멀티 그라데이션 진동판과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이 만들어내는 고음의 예쁜 느낌에 반하는 유저도 있을 듯합니다.


*스틸 하우징 속에서 순환하는 초저음


초저음을 여한없이 만끽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 기타와 더블 베이스 소리가 매우 크게 강조됩니다. 초저음이 귀 아래쪽으로 낮게 깔리더니 금속 하우징 속에서 굽이치며 흐릅니다. 초저음 울림이 하도 커서 낮은 중음이 가려지는 듯하지만, 완전히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가렸다가 곧바로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초저음의 연기가 정체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중음 악기가 잠시 가려졌다가 다시 나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재스퍼의 중음이 상당히 강조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음이 굉장히 크게 강조되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느껴질 뿐 재스퍼는 중음 강조형 이어폰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재즈에서 더블 베이스가 아무리 크게 울려도 보컬이 앞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강력합니다. 라이브 공연 무대에서 대형 스피커로 저음이 쿵쾅거리는데 보컬리스트가 마이크를 입에 붙이고 노래하는 장면 같습니다. 이 점은 색스폰, 트럼펫 등의 관악기에도 동일하게 통합니다. 저음과 초저음이 아무리 크게 폭발해서 연막을 쳐도, 중음을 지닌 악기들은 반드시 앞으로 나와서 더욱 강렬하게 연주합니다.



*뚜렷하게 나뉘는 음악 장르 선택


이런 이어폰은 장르 매치업이 매우 뚜렷하게 나오기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Aune 재스퍼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종류를 불문하고 현장 녹음된 라이브 음반이나 자연 악기들을 사용한 연주곡 및 보컬 중심의 음악이 되겠습니다. 주로 클래식 악곡과 스탠더드 재즈를 듣게 되었는데, 피아노 또는 첼로 중심의 소편성 음악, 콘서트홀 또는 스테이디움 녹음의 오케스트라 및 라이브 공연 음반 등... 재스퍼로 '공간 소환'을 할 수 있는 음악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영화 예고편 음악으로 사용되는 에픽 뮤직 장르의 웅장한 곡들도 차원이 다른 규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공간의 반사와 울림이 반영된 음반일수록 깊은 감동이 될 것이며 일반 스튜디오 느낌의 음반에서도 소리의 풍부한 잔향과 초저음의 웅장함으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크리스탈 클리어 성향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체감되는 응답 속도가 느린 편이므로 일렉트로닉, 락, 메탈 등의 스피드와 정확도가 필요한 음악에서는 흐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단, 개러지 밴드 성향의 락 음악에서는 베이스 드럼과 기타 앰프의 거친 숨결이 크게 강조되어서 짜릿하고 화끈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 현을 튕길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감성적 장면이 떠오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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