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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오디지 유클리드, 초대형 헤드폰 LCD 시리즈가 커널형 이어폰으로 변신했다

루릭 루릭
3988 0 2


*제품명

오디지 유클리드 (Audeze Euclid)


*특징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탑재한 커널형 이어폰

LCD 시리즈 헤드폰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내부 구조

알루미늄 하우징과 카본 파이버 페이스 플레이트 사용

커스텀 케이블의 소리 영향을 크게 받음


*장점

자연스럽고도 웅장한 중.저음형 사운드

중.저음이 보강된 레퍼런스 + 올라운더 이어폰

큰 하우징이면서도 편안한 착용 가능

LCD 시리즈 헤드폰들과 유사한 소리 성향

어둡고, 굵고, 진한 소리 느낌 (기본 케이블에서)

보컬, 현악기 소리에 더욱 좋음

알루미늄 하우징 내부의 공기 울림 효과


*단점

밝고 화려한 음색은 아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초고해상도를 듣기 편하게 조절 - 극히 선명한 소리는 아님

LCDi4보다는 중립적 성향이라서 음악적 감흥이 적을 수 있음

LCD 시리즈 헤드폰처럼 비싼 가격


*요약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성능적 이점을 모두 지니면서도 청각이 편안하며 커다란 라우드 스피커처럼 웅장한 소리를 내는 이어폰이다. 중.저음이 든든히 보강된 밸런스형 사운드에 선명한 고음을 약간 더한 느낌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서 기준점으로 쓰일 수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의 헤드폰 애호가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것이 오디지(Audeze)의 LCD 시리즈입니다. 많은 유저들을 거대하고 묵직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의 세계로 인도한 제품이 오디지 LCD-2였지요. 저도 그 오랜 세월 동안 LCD-2와 LCD-X를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오디지 LCD 시리즈는 분명히 평탄한 소리라고 주파수 응답 측정이 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중음이 유난히 풍성하며 초저음이 아주 든든하게 울립니다. 이런 느낌이 헤드폰에서 스피커 소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장점으로 통했고 오디지 헤드폰들의 지속성을 보장하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LCD 시리즈 유저들은 다른 한 가지를 염원해왔습니다. 'LCD 헤드폰의 소리를 내는 이어폰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애타게 신제품을 기다려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오디지는 넓은 면적의 진동판에서 나오는 소리를 고스란히 유저의 귓구멍 속으로 넣어주는 LCDi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커다란 오픈형 헤드폰을 인이어(In-ear) 구조로 바꾸고 크기를 작게 줄인 제품입니다. 특히 LCDi4는 LCD-4 수준의 소리를 이어폰으로 만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매우 높은 가격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LCDi 시리즈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어폰'의 형태가 아닙니다. 이어팁과 노즐을 귓구멍에 끼우고 하우징을 귓바퀴에 쑥 집어넣는 인이어 모니터의 형태가 이어폰이라는 말입니다. 오디지 유클리드(Euclid)는 바로 그 형태를 지닌 신제품이 되겠습니다. 드디어... 오디지 LCD 헤드폰을 커널형 이어폰으로 귀에 끼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감격) DAP만 챙기면 LCD 헤드폰의 소리를 외출 중에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또 감격)




커스텀 이어폰스러운 디자인과 구성품


오디지 유클리드는 비싼 이어폰입니다. 여러 IEM 회사들의 커스텀 이어폰 가격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제품 패키지도 커스텀 이어폰처럼 되어 있습니다. 작은 박스 속에는 완충재로 감싸인 펠리컨 1010 케이스가 들어 있으며, 이 펠리컨 케이스 속에 이어폰과 MMCX 탈착식 케이블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작은 캐링 파우치 속에 다수의 이어팁을 포함한 액세서리들이 있어서 '있을 것은 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클리드의 하우징이 완전 금속 재질이라서 펠리컨 케이스 속에 폼을 넣어 좌우 유닛이 충돌하지 않게 해두었습니다. 다만, 제품을 보관할 때마다 케이블을 분리해야 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어폰의 케이블 커넥터를 자주 분리해도 딱히 문제는 없으나 유저 입장에서는 은근히 번거로우며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할 때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펠리컨 케이스를 장거리 이동이나 실내 보관에서 사용하고, 평소에는 이어폰의 좌우 유닛을 분리 보관해주는 파우치를 별도로 장만해서 담고 다니는 게 나을 듯합니다. 이어팁은 대.중.소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과 컴플라이 폼팁이 들어 있습니다.



기본 케이블은 촘촘하게 꼬인 구조이며 커넥터 플러그와 Y-스플릿 부분이 모두 금속으로 제작됐습니다. 이어훅에는 철사가 없어서 귓바퀴에 올렸을 때 더 편하고요. 빨강, 파랑으로 좌우 구별을 확실하게 해두어서 케이블 탈착할 때 헛갈릴 일이 없습니다. 이어폰 쪽에 연결하는 커넥터는 MMCX 규격인데 체결 상태의 장력이 좋아서 쉽게 회전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오디지에서 외부 회사에 MMCX 커넥터 주문을 할 때 이 점을 신경 쓴 것 같습니다.



유클리드에 포함되는 기본 케이블은 3.5mm 플러그를 사용합니다. 혹시 DAP에 밸런스 연결을 하고 싶다면 4.4mm 밸런스 연결용의 기본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12만원이라서 가격 부담이 있지만, 오디지 기본 케이블의 소리가 매우 중립적인 음색이라서 레퍼런스 용도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4.4mm 기본 케이블은 별매입니다."


그러면 이 쯤에서 유클리드의 안쪽을 살펴봅시다. 오디지 LCD 헤드폰들의 구조도를 보셨다면 유클리드의 구조가 아주 익숙하게 보일 겁니다. 18mm 지름의 넓은 진동판이 유저의 귓구멍을 향해 배치됐으며 진동판의 뒤쪽으로 마그넷과 페이저 부품이 놓여 있습니다. 즉, 싱글 사이드 마그넷의 평판형 헤드폰 구조를 작은 커널형 이어폰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유클리드의 하우징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들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드넓은 진동판 때문에 이어폰 전체의 덩치가 커진 것인데요. 유클리드의 하우징은 전체 알루미늄 소재이며 페이스 플레이트는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리 무겁지 않고 하우징의 곡선형 디자인 덕분에 착용감도 편안합니다. 예상하건대 대부분의 귀 모양에 잘 맞을 것입니다. 커다란 하우징이 귀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노즐 부분이 귓바퀴 안쪽에 잘 들어가서 이어폰이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 귀에 끼워둔 모습을 거울로 보면... 유클리드는 유저의 귓바퀴 안쪽을 본떠서 만든 커스텀 이어폰의 크기입니다. 알루미늄 하우징이 귀 속을 가득~ 채운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겨울에는 아찔하게 차가울 것이다!)



블랙 알루미늄 하우징에 금빛 테두리를 넣어서 장식했고, 카본 페이스 플레이트에는 오디지의 A자 로고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로고를 자세히 보면 A의 아랫 부분에 포트가 숨겨져 있습니다. 하우징 내부의 공기 흐름을 조절하며 저음을 향상시키는 목적의 베이스 포트로 보입니다. 이 포트 안쪽에 댐핑 소재가 있어서 외부 소음이 줄어들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열어둔 창 밖으로 차량의 소음이 들려오는 방에서 유클리드를 착용하면 조용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이스 포트를 통해서 외부 소음이 들어오니 실외에서는 '은근한 소음 차단' 정도가 되겠습니다.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들으면 커널형 이어폰답게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데 근처에서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 바로 듣게 됩니다. 또한 볼륨을 올리면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가므로 독서실에서는 작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SOUND



오디지 유클리드의 청취에는 제 귓구멍에 딱 맞는 중간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을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중에서는 감도가 높은 편이라서 소형 기기에 잘 맞습니다. 예를 들면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언밸런스 연결에서는 80~90 볼륨으로 감상했으며(최대 150), 여러 스마트폰들의 헤드폰잭 연결에서도 중간 볼륨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즉, DAP 한 대만 좋은 것으로 갖추면 이 이어폰의 감상 준비가 완료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큰 자석을 사용하는 평판형 구조의 특성 때문인지 헤드폰 앰프의 긍정적 효과가 큰 편입니다. 대형 헤드폰 앰프보다는 소형 DAC 헤드폰 앰프나 스마트폰용 앰프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또한 DAP에 별매의 4.4mm 기본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다른 2.5mm MMCX 케이블을 마련해서 밸런스 구동을 해도 좋겠습니다.


*평판형 자석 이어폰 중에서도 사운드 튜닝이 잘 된 사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인이어 모니터에 탑재한 경우는 오디지 유클리드가 최초는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의 이어폰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혹시 직접 소리를 들어보셨다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쨍하고 맑은 소리인데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겁니다.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은 진동판이 돔(Dome) 모양이지만,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진동판이 평면 형태이면서 두께가 극히 얇게 됩니다. 그래서 진동판의 넓은 면적이 저음을 확장하고, 미크론 단위의 얇은 두께가 고음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이 때 '향상된 고음'이 사운드 튜닝의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고음이 너무 선명해서 필터 처리 없이 진동판을 사람 귓구멍 바로 앞에 두면 자극적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정전형 드라이버에도 적용되는 특징)


이어폰이 거의 한계가 없는 고음을 재생할 수 있어도, 사람의 청각에는 '듣기 좋은 고해상도'로 받아들이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 지점을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청취자는 이어폰의 음색이 너무 밝다거나 귀가 피곤하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낼 것입니다. 이 점에서 오디지라는 회사는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길 만한 사운드 튜닝 실력을 들려줍니다. 유클리드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성능적 이점을 모두 지니면서도 청취자의 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으며 커다란 라우드 스피커처럼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중.저음이 아주 굵은 남성적 인상 (feat. 기본 케이블)


유클리드는 케이블 종류에 따른 음색 변화를 매우 뚜렷하게 들려주는 이어폰입니다. 제가 듣기에 기본 케이블에서는 확실한 중.저음형 소리이며 고음 일부가 강조된 느낌을 은은하게 주지만, 케이블 쪽에서 고음을 살려주면 전체 음색이 바뀔 정도로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유클리드를 구입한 후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한다면, 기본 케이블 연결 상태에서 작성된 이 감상문과 청취 느낌이 많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더 화려한 소리의 유클리드로 만들고 싶다면 고음 선명도를 올려주거나 음색을 밝게 만드는 케이블을 연결해봅시다. 물론, 그 반대로 골라서 유클리드의 소리를 더욱 웅장한 중.저음형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본 케이블은 오디지에서 지정해둔 기준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본 케이블 연결에서 유클리드는 중.저음이 아주 굵직한 굉장히 남성적인 소리를 냅니다. 낮은 중음과 초저음이 든든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소리의 선이 매우 굵으며 중음과 저음이 유난히 두터워서 작은 이어폰의 소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 느낌은... 대형 라우드 스피커를 틀고 있는 오디오 룸과 비슷합니다. 특히 미드 레인지와 우퍼가 무척 큰 스피커인데, 그 스피커에 장착된 트위터의 고음이 은근히 선명해서 귀가 쫑긋거리는 상황입니다. 체감되는 소리의 대부분이 충실한 중음과 웅장한 저음이라서 고음에 청각이 덜 집중할 뿐, 은근히 고음이 강조된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모든 음 영역이 가득 찬, 꾸미지 않은 소리


처음에도 그랬고, 감상문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슈어(Shure) SE535가 계속 떠오릅니다. 제 느낌일 뿐이지만 유클리드는 SE535의 두 세 배 업그레이드 모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SE535는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중.저음이 거의 평탄하게 나오지만 실제 청취에서는 저음이 든든하고 웅장한 소리를 내며 고음이 담백합니다. 오디지 유클리드도 주파수 응답을 거의 평탄하게 만들면서 저음 쪽으로 무게를 싣고 고음 일부를 약간 올려서 '꾸미지 않은 소리'가 됩니다. 오디오 룸에서 구동되는 라우드 스피커를 생각한다면 유클리드의 소리는 진정한 기준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딥이나 피크가 없는, 모든 음 영역이 가득 찬 소리를 원한다면 LCDi4보다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단, 유클리드는 LCDi4처럼 적극적으로 감흥을 주는 소리는 아니라서 다른 이어폰이나 헤드폰들과 비교 청취해봐야만 진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고음과 저음이 많이 강조되어서 처음부터 짜릿하고 쿵쿵거리는 이어폰의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는 유클리드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유클리드의 소리가 훨씬 자연스럽고 충실하다는 생각이 몰려옵니다. 인공적 튜닝의 소리에 거부감을 느껴서 다시 유클리드를 찾게 됩니다.



*이것은... LCD 헤드폰이다...


유클리드는 LCDi 시리즈가 아닌 대형 헤드폰 LCD 시리즈의 소리 성향을 지닙니다. 저의 경우, 첫 인상은 LCD-2 로즈우드의 음색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음악 감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작은 이어폰이 오디지의 대형 헤드폰이라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이 물건의 제작자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로 커널형 이어폰을 만들면서 LCD 헤드폰들의 소리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고생한 흔적이 들립니다. 저는 자그마한 DAP의 언밸런스 출력으로 듣고 있지만 유클리드의 소리는 덩어리가 크고 음색이 어두우며 저음에서 깊고 포근한 울림을 만듭니다. 밝고 화려한 소리와는 완전히 반대로 어둡고, 굵고, 진한 소리입니다. (기본 케이블에서) 그런데 7kHz 이상의 고음이 약간 강조되어서 높은 해상도와 시원함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상 현재까지 출시된 오디지 LCD 헤드폰들을 모두 리뷰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기본적으로는 고음을 강조하지 않는 편인데요. 그보다는 고음 영역에 피크와 딥이 생기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링을 위한 LCD-X에서 약간의 고음 강조가 추가됐을 뿐, 오디지는 언제나 '충실하고 풍부한 중음'과 '귀 아래로 낮게 깔리는 초저음'을 중요하게 다뤄왔습니다. 유클리드는 바로 이 점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LCD 시리즈의 두툼한 이어패드를 귀 둘레로 씌우지 않고 작은 이어팁을 끼우는 것으로 다크 초콜릿처럼 진한 중음과 웅장한 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디오 룸의 공기 울림 효과


커널형 이어폰이고 좌우 하나씩 베이스 포트가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밀폐된 이어폰입니다. 커다란 오픈형 헤드폰의 공간감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유클리드의 공간감은 사운드 이미지를 머리 안쪽에 만들어주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헤드폰의 형상을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유클리드의 카본 페이스 플레이트에 있는 포트와 알루미늄 하우징 내부의 충분한 용적이 오디오 룸 내부의 공기 울림 효과를 만듭니다. 이 느낌이 넓은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드라이버 진동판에서 노즐 끝까지 이르는 하우징 앞쪽 영역의 설계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이 웨이브 가이드 부분과 필터(또는 댐퍼)가 유저가 듣는 소리를 결정하는 최종 관문이 될 터인데, 이 부분에서 고음과 중음이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듣기 좋은 잔향을 풍깁니다. 분명히 빠른 응답 속도와 명확한 디테일 묘사 능력을 지녔지만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처럼 좋은 배음을 풍겨서 귀가 편안해지는 이어폰입니다. 단, 이러한 사운드 튜닝 방식은 유저가 체감하는 소리 해상도를 조금 낮추게 될 것입니다. 기본 케이블을 끼운 유클리드는 소름 돋을 정도의 고해상도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빠르고 강력한 높은 저음 + 공간 울림을 증폭하는 초저음


높은 저음의 펀치가 유난히 굵고 강합니다. 락의 드럼 파트와 일렉트로닉의 가상 드럼 펀치가 모두 묵직하고 강렬하게 들립니다. 또한 깊고 넓은 초저음 배경이 있습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의 규모와 감동을 확장시켜주는 초저음입니다. 팀파니가 쿵하고 울릴 때마다 콘서트홀 내부의 공기 울림이 이어폰 속에서 휘몰아칩니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의 기립 박수 소리와 함성에도 콘서트홀 내부에서 우우웅~하고 울리는 느낌이 생생합니다. 유클리드의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심리적 크기는 오디지 LCD 시리즈처럼 거대합니다. 재즈와 클래식 음반을 찾다보면 마스터링 과정에서 공간 울림을 많이 넣은 음반도 있는데요. 이런 음반이 공간 잔향을 잘 살리는 DSD 레코딩으로 제작됐다면 유클리드와 천상 궁합이 될 것입니다. 높은 저음의 돌덩이처럼 단단한 펀치는 하우징 내부에서 울리는 초저음과 달리 굉장히 빨라서 잔재를 남기지 않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듣노라면 훨씬 고급스러운 클럽에 설치된 고가의 스피커를 통해 저음을 듣는 듯합니다. 저음의 쾅쾅거리는 펀치에도 품질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스피커로 치면 미드레인지가 더욱 좋은 스피커!


LCD 헤드폰들이 그러하듯이 유클리드도 몹시 충실하고 풍성한 중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컬, 현악기의 각별한 감성 증폭 효과를 맛보게 됩니다. 보컬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중음 강조는 아닌데,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음과 낮은 중음이 모두 든든합니다. 굳이 세분화한다면 중음은 거의 평탄하고 낮은 중음은 조금 더 강조된 듯합니다. 앞서 유클리드의 소리를 스피커에 비유했는데 특히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뛰어난 스피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음 전체 영역의 선이 매우 굵게 들리며 밀도가 굉장히 높고 고막을 누르는 압력도 강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중음이 크고 힘차게 들립니다. 독주 또는 트리오 정도의 편성에서 실제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피아노 치는 사람의 성향과 기술에 의해서 음량 차이가 많이 나오는데요. 유클리드는 어떤 피아노 연주든 간에 더욱 큰 음량을 더해줍니다. 피아노를 포함해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모든 현악기의 음량이 크게 들리기를 원한다면 유클리드가 제격일 것입니다.


*레퍼런스 개념의 이어폰 한 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비싼 것으로 구입할 때는 각자 다른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이어폰 수집가라면 독특하고 인상적인 경험을 원할 수도 있고, 제품 수집보다 다양한 음악 감상을 원한다면 레퍼런스 개념의 한 개만 장만할 수도 있습니다. 유클리드는 후자에 속하는 이어폰이 되겠습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높은 정밀도와 스피드를 지니고 있는데 오디지 특유의 사운드 튜닝으로 인해 아날로그 오디오의 자연스러움과 매우 충실한 중음도 갖추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강력한 저음과 초저음의 파워는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서 단단하고도 웅장한 진동을 만듭니다. 중.저음형 소리인데 중음과 저음의 힘과 규모가 유난히 좋은 올라운더 이어폰이라고 요약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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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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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만 착했으면 무조건 겟 할 녀석인데말이죠.

18:05
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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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릭 작성자
연봉킹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요. (-_-); 일단 값어치는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19:53
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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