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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메제 엘리트, 헤드폰에서 경험하는 극한의 투명도와 청각의 휴식

루릭 루릭
3058 0 4


*제품명

메제 오디오 엘리트 (Meze Audio Elite)


*특징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풀 사이즈 개방형 헤드폰

하이엔드 헤드폰 '엠피리언'의 상급 모델로 개발된 제품

리나로 파루스(Rinaro Parus) 진동판을 탑재한 신규 MZ3SE 드라이버

은색 007 가방에 담고 다닐 수 있음


*장점

하이엔드 정전형 헤드폰 같은 성능에 음악적 즐거움까지 갖춘 소리

사람 목소리와 자연 악기 소리에 감동적일 정도로 잘 어울림

괴물급 초고해상도 사운드 (기본 케이블에서도)

극한의 소리 투명도

청각 자극이 없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

깊고 넓은 공간의 표현

미니 헤드폰 수준으로 구동하기 쉬움

가볍고 편안해서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음


*단점

대단히 편안한 소리라서 짜릿하거나 강렬한 느낌은 거의 없음

대단히 강렬한 가격


*요약

생긴 것은 엠피리언인데 소리는 새로운 차원의 투명도와 자연스러움을 지녔다. 사람마다 소리 취향이 다르지만 메제 엘리트는 그런 취향의 차이조차 초월하여 수많은 오디오 애호가의 청각을 매혹할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안토니오 메제와 그 팀에게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짝짝짝짝짝...

(거기 딴 데 보고 있는 당신, 빨리 박수 쳐라.)




루마니아의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메제 오디오가 '99 클래식(99 Classics)' 헤드폰으로 히트를 칠 때만 해도 이런 초고가 하이엔드 헤드폰을 만들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메제 오디오가 딱히 헤리티지가 있다거나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안토니오 메제라는 사람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땡겨오는 능력에서 기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메제 엠피리언은 우크라이나에서 30년이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기술을 개발해온 회사 - 리나로(Rinaro)와 협력해서 탄생한 물건이다. 그 후 리나로는 3년의 개발 끝에 더욱 진화된 진동판을 만들어냈고, 이 진동판을 적용한 드라이버를 엠피리언의 하우징에 넣은 것이 '메제 엘리트(Meze Elite)'라는 신규 모델이다.



메제 엘리트는 엠피리언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상급 모델로서 자리를 잡는다. 즉, 현재 시점에서 메제 오디오의 플래그쉽 헤드폰이며 엠피리언과는 다른 '소리 주제'를 지니고 있다. (모양새는 똑같지만) 본인이 듣기에 메제 엘리트는 초고해상도의 플랫 사운드를 제공하되 사람 목소리와 자연 악기 소리를 그야말로 순수하게 들려주는 새로운 종류의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었다. 정가 500만원대의 가격이 일반 헤드폰 유저에게는 어처구니 없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본 매니아 유저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엠피리언과 다른 점은 색상, 이어패드, 그리고 진동판!


이 제품은 엠피리언과 동일한 알루미늄 브리프 케이스에 담겨서 배송된다. 만약 이 비싼 헤드폰을 구입한다면 오디오의 프리 앰프만한 얇은 박스에 이 은색 가방 하나만 들어 있을 터이니 미리 알아두시라. 혹시 집에 내무부 장관님을 모시고 있다면 이번에 새로 출장용 가방을 샀다고 둘러대어도 좋겠다.



메제 엠피리언의 케이스는 검정색이었으나 엘리트의 케이스는 화사한 은색이라서 더욱 돈 가방에 가까운 비주얼이다. 촬영을 위해 단골 카페로 나갈 때 돈 가방을 챙기지 않아서 사진이 없으나, 어쨌든 고가의 품목을 제대로 보호하면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준다. 메제 엘리트의 돈 가방 아니 브리프 케이스에는 헤드폰 본체와 여분의 이어패드 한 쌍, 탈착식 케이블이 모두 들어간다. 두툼한 폼으로 채워진 케이스 내부에는 추가로 덩치 큰 DAP 하나 쯤은 들어갈 만한 여유 공간이 있으니 더욱 편리하다. 메제 엘리트는 구동하기가 매우 쉬운 헤드폰이라서 DAP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감상해도 좋다.



메제 엘리트의 기본 케이블은 엠피리언에서 보았던 무산소 동선(OFC) 소재의 제품이다. 헤드폰의 좌우 이어컵 하단에 4핀 미니 XLR 커넥터로 쉽게 탈착할 수 있으며 기본은 6.3mm 규격이다. 길이가 2.5미터로 상당히 여유롭고 케이블 피복이 튼튼해서 내구성 염려는 없겠다. 이 케이블로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듣게 되겠고, 메제 오디오에서 엠피리언용으로 별도 판매 중인 은 도금 동선 케이블 중에는 DAP 밸런스 연결을 위한 2.5mm 또는 4.4mm 품목도 있다.



메제 엘리트는 아주 비싼 하이엔드 헤드폰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독특한 시각적 소품이기도 하다. 물론, 메제 엠피리언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라서 새로울 것이 없으나 알루미늄의 은빛을 그대로 드러낸 색상이 더욱 고급스럽다. 엘리트의 이어컵 하우징은 알루미늄 덩어리 하나를 절삭 가공해서 만든 것으로, 하나만 깎아내는데 20시간이 걸리고, 모두 사람의 손으로 연마 과정을 거친다. 전통 건축물의 문양 같은 금속 그릴 부분도 절삭 가공된 알루미늄이라서 제품 매뉴얼에는 이 그릴을 손으로 누르지 말라는 경고가 있다. 엘리트는 모든 부품을 접착제 없이 끼우고 나사로 결합하게 설계되어서 수리가 용이하지만 그래도 애초부터 파손을 피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헤드폰을 한국에서 루마니아까지 보내어 수리하는 것에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자꾸 엠피리언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이 물건이 엠피리언의 같은 꼴 형님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엘리트는 착용감도 엠피리언과 동일하다. 진동판 앞 뒤로 마그넷 어레이를 배치하고 금속과 가죽 소재가 들어간 헤드폰이지만 카본 파이버 부품의 활용으로 무게를 줄여서 430g에 불과하다. 또한 가죽 헤드밴드의 좌우 끝부분을 약간 아래쪽으로 구부려서 헤드폰의 무게가 유저의 머리에 골고루 분산되도록 해두었다. 몹시 큰 헤드폰이라서 머리에 쓰고 한 시간쯤 있으면 헤어 스타일이 파괴되지만 그건 다른 헤드폰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평판형 헤드폰들을 써보다가 엘리트를 착용하면 그 어떤 압박도 없는 편안함에 놀랄 것이다.



헤드폰에서 이어패드는 소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일부 헤드폰들은 여러 종류의 이어패드를 제공하여 다양한 음색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완전히 똑같은 폼과 가죽으로 만든 이어패드라도 가죽에 타공 처리를 하면 저음이 줄어들고 개방감이 살아난다. 이처럼 헤드폰 제작자가 사운드 튜닝에서 몹시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어패드의 소재 선택인지라 요즘 고가의 헤드폰에서는 가죽과 패브릭을 혼합한 이어패드도 자주 보인다. 메제 엘리트는 드라이버 속에 새로운 소리를 지닌 진동판을 탑재했고, 이 진동판의 소리 성향에 어울리도록 새로운 이어패드를 채택했다. 알칸타라 이어패드와 '가죽 + 알칸타라' 이어패드가 그것이다.



메제 엠피리언과 엘리트는 이어패드 안쪽 그릴이 스틸로 되어 있으며 드라이버의 마그넷 어레이와 붙는 구조다. 일반적으로는 헤드폰 하우징 테두리에 별도의 자석을 넣어서 이어패드 탈착을 하는데, 메제 오디오는 헤드폰 속 드라이버가 지닌 자석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엘리트의 드라이버 부분으로, 안쪽의 금색 필름처럼 보이는 것이 진동판이고 검정색 부분이 자석이다. 이 위쪽으로 이어패드를 두면 알아서 '척!'하고 붙는다. 게다가 이 설계 덕분에 드라이버의 구동 효율이 향상된다고 한다.



메제 엘리트의 이어패드에서 달라진 점은 '가죽 + 알칸타라' 이어패드가 더 얇다는 것이다. (엠피리언의 가죽 이어패드는 전체 가죽 소재) 이어패드의 바깥쪽 테두리는 가죽인데 안쪽은 타공 처리된 알칸타라 소재이며 알칸타라 이어패드보다 두께와 폭이 모두 적다. 크기 차이가 커서 헤드폰을 쓸 때 헤드밴드 길이를 1cm쯤 늘이고 줄여야 할 정도다. 본인의 경우는 가죽 알칸타라 이어패드에서도 귓바퀴가 눌리는 느낌이 없었지만 사람마다 다른 점이 되겠다. 중요한 것은 두 이어패드의 소리 차이다. 가죽 알칸타라 이어패드를 장착한 엘리트는 고.중음이 더 선명하며, 알칸타라 이어패드를 장착하면 저음이 더 풍부해진다. 더욱 개방된 느낌과 약간 밝은 음색을 원한다면 가죽 알칸타라 이어패드를, 더 밀폐된 느낌과 포근하고 살짝 어두운 음색을 원한다면 알칸타라 이어패드를 권하겠다.



메제 엘리트에 탑재되는 리나로 파루스(Rinaro Parus) 진동판을 살펴보자. 이 진동판도 엠피리언과 동일하게 고.중음과 저음 영역이 나뉘어져 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강점 중 하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훨씬 넓은 진동판인데, 메제 오디오와 리나로의 의견은 이 넓은 진동판이 풀레인지를 커버하면서 소리 전달 타이밍이 틀어진다는 것이다. (진동판 면적이 사람 귓바퀴보다도 크기 때문) 엠피리언과 엘리트의 드넓은 진동판은 사람의 귓구멍 앞에 해당하는 아래쪽에서 고.중음을 재생하고 귓바퀴 외곽에 해당하는 위쪽에서 저음을 재생한다. 그래서 저음보다 빠른 고.중음을 적확한 타이밍으로 전달한다는데 이 점은 엠피리언과 엘리트의 소리를 들어보면서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둘 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한 소리를 낸다는 점은 확실하다.



리나로가 약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진동판 '파루스'는 질량을 더욱 줄여서 무게가 0.11g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주파수 응답 범위를 무려 3Hz ~ 112kHz까지 확장했다. 진동판의 면적은 102 x 73mm이며, 이 진동판과 자석을 감싸는 드라이버 케이스는 유리 섬유로 보강한 폴리머 소재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이 진동판 하나가 헤드폰의 소리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절실히 체감했다. 엄밀히 말하면 소리의 왜곡율을 극도로 낮추는 물리적 향상인데, 이를 듣는 인간의 심리는 매우 자연스럽고도 음악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SOUND



Driver : Rinaro Isodynamic Hybrid Array (MZ3SE)

Frequency Response : 3 ~ 112,000 Hz

Impedance : 32 ohms

Nominal SPL : 101 dB ( 1 mW/ 1 kHz)

THD : 전체 주파수 범위에서 0.05% 미만


*헤드폰의 존재를 지운 후에도 다음 단계가 있다


이번 후기에서 메제 엘리트를 청취하는 환경은 대략 두 가지로, 1차 환경은 애플 맥 미니에서 오디르바나를 통해 타이달을 젠하이저 HDVD800으로 재생한다. 2차는 블루사운드 노드 2i, 그레이스 디자인 M900, 바쿤 CAP-1003의 세트로 재생했다. (이 때 3.5mm 변환 젠더는 ADL iHP-6335 사용) 예전의 엠피리언 리뷰에서도 가죽 이어패드를 썼고, 엘리트에서도 가죽 알칸타라 이어패드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들어서 감상문의 기준점으로 사용했다. 이번에 빌려온 메제 엘리트는 사흘 동안 번인된 제품이라고 한다.


엠피리언을 청취할 때에는 기본 케이블을 꼭 업그레이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엘리트는 기본 케이블의 성격이 매우 잘 맞는 듯하다. 메제 엘리트는 OFC 선재의 기본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도 마치 8심 순은선을 연결한 듯한 소리를 낸다. 이 정도 가격대의 헤드폰을 구입할 정도라면 당연히 커스텀 케이블을 장만할 터인데, 일단은 기본 케이블 상태에서 엘리트의 소리를 음미해본 후 다른 선재로 이동하는 게 좋겠다. 이제부터 설명할 엘리트의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이다.


본인이 사용해본 다수의 400~500만원대 헤드폰들은 원음 전달을 추구하고 있었다. 특히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은 음색 특징을 최소화하며 플랫 사운드에서 저음만 보강하는 정도가 많다. 메제 엠피리언은 그 중에서도 소리의 원본을 재생하는 것에 광적인(?!) 퍼포먼스를 보였으며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릴 정도였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메제 엘리트도 소리 특징이 거의 없어서 감상문도 짧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헤드폰이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것에 성공한 후에도... 다음 단계가 있을 줄이야.



*하이엔드 정전형 헤드폰 같은 소리에 음악 감상의 재미를 더했다


메제 엘리트는 엠피리언과 디자인, 구조, 착용감이 거의 동일하지만 소리가 다른 헤드폰이다. 본인은 엠피리언의 리뷰에서 비싼 정전형 헤드폰의 소리 같다고 했는데, 엘리트는 음악 감상의 재미를 더 많이 추구하는 하이엔드 정전형 헤드폰 같다. 스탁스의 SR-009 또는 SR-009S의 소리를 들어봤다면 메제 엘리트의 소리가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스탁스 정전형 헤드폰과 엘리트의 소리가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완전히 다른 구조에서 접하는 '하드웨어 성능'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관적 의견을 말한다면 메제 엘리트는 하이엔드 정전형 헤드폰과 비슷한 값이면서도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히 좋다. 전용 에너자이저가 필요한 정전형 헤드폰과 달리 메제 엘리트는 일반 헤드폰 앰프는 물론 소형 기기에서도 극한의 고품질 사운드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괴물급 소리인데, 듣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온다


같은 부류의 평판형 헤드폰 중에서는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혹시 헤드폰이라는 기기를 '소리 전달 매체'로만 본다면 메제 엘리트는 T+A 솔리테어 P와도 견줄 만한 괴물급 제품이다. 그러나 사운드 튜닝의 주제가 크게 다르다. T+A 솔리테어 P는 소리를 극도로 정밀하고 든든하게 전달하여 청취자를 압도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 전달자의 경이로운 성능에 일종의 두려움까지 느낄 수 있다. 한 편 메제 엘리트는 음악을 극도로 투명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해서 청취자를 편히 쉬게 해준다.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미소를 지으며 감탄하게 된다. 두 헤드폰의 너무도 선명한 소리에 똑같이 놀라더라도, 웅장한 산맥을 보면서 겸허한 마음을 지니는 것과 편안한 자연 풍경을 보면서 푹 쉬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다.


*참고 : 이번 감상문에서는 '극(極)'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올 것이다. (극도, 극한 등) 메제 엘리트의 소리 특성을 볼 때 기본적인 단어이므로 양해를 바란다. 이 헤드폰은 무엇을 재생하든 간에 끝을 찍는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같은 음악에서 새로운 소리를 경험하며 얻는 쾌락


메제 엘리트는 소리 전달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음악이 된다. 음악에 심취하는 오디오 애호가들 중에서도 흔히 '음반 애호가'와 '장비 애호가'라는 분류가 있는데, 장비 애호가는 음반을 새로운 음향 기기의 소리를 즐기기 위한 도구로 쓴다. (음반 애호가는 레퍼런스 용도의 장비를 갖춘 후 음반 수집에 몰입함) 물론 좋은 음악과 좋은 기기를 모두 즐겨도 좋지만, 같은 음악에서 새로운 소리를 경험할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장비 애호가라고 하겠다. 마치 음악을 들으며 멜로디와 가사를 생각하는 것처럼 헤드폰을 해석하게 된다. 메제 엘리트는 그런 장비 애호가에게 온갖 쾌락을 산더미처럼 퍼부어준다.


머리 속으로 상상해오던 극한의 투명한 소리를 실제로 듣는 경험이다. 모든 장막이 사라진 투명함에 눈을 크게 뜬다. 첫 청취부터 수백만원 가격이 지닌 진정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고.중.저음 모두 선이 가늘고 매우 정밀한 성향이며 엄청나게 빠른 응답 속도를 즉시 감지할 수 있다. 소리의 지연이나 잔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 파일 속에서 원래 담겨있던 잔향만 그대로 전달될 뿐이다.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상당히 평탄한 형태가 나올 듯하지만 실제 청취에서는 초고음, 고음, 낮은 고음, 높은 중음, 중음, 낮은 중음, 저음, 초저음 등으로 음 영역을 세밀히 분해하여 넓고 평평하게 펼쳐주는 듯한 느낌이다. 요컨대 플랫 사운드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보강된 매우 완만한 U 모양의 소리로 인식될 확률이 높다. 또한 소리의 해상도와 분리도가 너무나도 높아서 음악 속에 들어있는 모든 요소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재생기, 앰프, 케이블의 소리 품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소리를 위한 마법의 생수 VS 긴장감이 없다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완전한 순도를 지닌 생수 같다. 자연 그대로 생성되어 모든 불순물이 정제되고 몸에 좋은 성분만 고스란히 담긴 마법의 물이다. 게다가 딱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만 시원하게 식혀져서, 마시는 순간 몸 속이 깨끗해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이 느낌은 가죽 알칸타라 이어패드를 장착했을 때 나오는 것이며 알칸타라 이어패드에서는 물의 온도가 조금 따뜻해진다. 그리고 메제 엘리트의 이러한 순수함은 소스 기기와 케이블의 품질에 비례하여 계속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순수한 소리라고 해도 사람은 각자의 입맛이 있기 마련이다. 음향 기기에서는 무결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엘리트의 소리는 극도로 부드럽고 깨끗해서 너무 편안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쉽게 말해서 긴장감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투명하고 공기가 살아나는 고음을 듣는데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다. 찌릿한 느낌이 조금도 없는데 두뇌가 놀랄 정도로 선명한 소리를 낸다. 그래서 아주 긴 시간을 들어도 머리가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헤드폰 자체가 가볍고 헤드밴드 압박이 하나도 없어서 더욱 오래 듣게 된다. 자극이 없는 소리라도 높은 음량으로 오래 들으면 청력 손상이 올 테니 음반 하나 들을 때마다 휴식을 취하자.



*소리의 미식가를 위한 헤드폰


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상하다. 긴장감이 헤드폰의 장점은 아니지 않은가? 메제 엘리트의 생수 같은 소리에 대해서 다른 비유를 해보겠다. 가히 고막을 녹여버린다고 할 정도로 매혹적인 소리이지만, 짜릿한 고음의 스릴이나 뻥뻥 터지는 저음의 펀치 같은 특징이 없다. 자연스러움에 올인한 사운드 튜닝이라서 감정적 반응을 위한 의도적 왜곡이 없다는 뜻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어른들이 이 헤드폰을 선택할 것이므로 잠시 술 이야기도 해본다. 스카치 위스키를 원액으로 마실 때, 비싼 것은 향이 좋고 마시기에 편하지만 대중적 가격의 위스키에서 나오는 '찡한 느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적다. 미식가를 위한 비싼 음식에 지나치게 진한 소스를 쓰지 않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메제 엘리트는 음향 기기의 소리를 오랫동안 경험해온 '소리의 미식가'를 위한 헤드폰이다. 가죽 공예품으로 치면 표면의 질감과 스티치의 균일함 등에서 거의 무결점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고객의 칭찬을 받으며 비싸게 팔 수 있는 제품이다.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 감촉


엘리트의 소리 질감에 대해서도 감탄을 계속한다. 고음이 엄청나게 선명하고 저음이 매우 깊게 내려가는데 소리의 감촉과 무게가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을 떠올리게 한다. 액체나 고체가 아니라 아주 곱고 두터운 기체의 느낌을 주는 소리로, 초고음과 초저음에서 연주 공간의 공기 흐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재생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약간 밝게 느껴지는 고음이 현란하게 쭉 올라가며 저음은 초저음의 바닥까지 균일하게 포근한 온도를 낸다.



*방대한 스테이지 확장, 공간 울림의 증폭


이 헤드폰이 곧 음악이라고 언급했던가. 아직도 해석하고 음미하고 깊이 파고 들어갈 부분이 많다. 커다란 개방형 헤드폰이므로 당연히 공간감의 강점이 있겠으나 메제 엘리트는 지나칠 정도로 깊고 넓은 공간을 형성한다. 그야말로 방대한 스테이지 확장 효과를 보이는데, 심리적 공간감을 위해서 주파수 응답 형태를 일부러 주물러둔 것도 아니다. 고.중.저음의 균형을 거의 완벽하게 맞춘 상태에서도 헤드폰 설계로 인한 물리적 개방감이 좋고 소리의 투명도가 너무나 높아서 사운드 이미지가 극도로 깨끗해지니 공간이 흐려질 일도 없는 것이다.


고.중음과 저음 영역으로 나뉜 파루스 진동판의 넓은 면적도 음악의 공간을 더욱 넓게 만든다. 소리를 얇은 막으로 크게 펼쳐서 머리 좌우 둘레를 완전히 에워싸는 듯하다. 머리 좌우 바깥쪽으로 입체적인 사운드 이미지가 뻗어나가는 경험에 탄식을 하고 만다. 콘서트홀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물론 오케스트라 중심의 영화 음악에서도 거대하고 깊은 공간에 계속 놀란다. 작은 공간에서 녹음된 음악도 음반 제작한 사람이 공간 울림을 넣었다면 메제 엘리트는 그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어준다. 피아노, 드럼, 더블 베이스의 재즈 트리오 연주에서 각 악기의 소리 울림을 통해 각 연주자들의 실제 간격을 알 수 있게 될 정도다.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에 최적화되다


메제 오디오는 엘리트를 내놓으면서 엠피리언을 대체하지 않았다. 두 제품이 공통적으로 초고해상도 사운드를 지녔지만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엠피리언은 음반 애호가를 위한 제품이고, 엘리트는 장비 애호가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반대가 될 수도 있음) 엠피리언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헤드폰이며 소스 품질이 좋지 않다면 최종 소리도 좋지 않게 들릴 것이다. 엘리트는 극한의 투명도와 함께 청각의 완전한 휴식을 주는 헤드폰이며 소스가 좋지 않으면 뚜렷하게 티가 나지만 여전히 듣기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본인은 메제 엘리트의 강한 '개성'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겠다.


1) 자연 악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극한의 뉴트럴 사운드


2) 어떤 소리든 듣기 편하고 자연스럽게 만든다


엘리트는 실제로 녹음된 악기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투명하고도 왜곡 없이 전달한다. 지금껏 서술한 모든 감상평이 이 한 줄로 요약된다고 해도 좋다. 엠피리언은 고유의 특징을 내지 않고 모든 음악 장르에서 소리를 그대로 통과시키는데, 엘리트는 드라이버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결과 오히려 자연음에 최적화되는 특징(?)을 갖게 됐다. 물론, 이 제품의 소리가 하도 깨끗하고 정밀해서 일렉트로닉, 재즈, 락, 발라드, 팝을 포함한 다른 장르에서도 음반 제작자가 의도한 음색과 공간감을 초고해상도의 원본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각 곡의 개성을 증폭해주지 않으며 거칠고 극적인 노래도 그저 맑고 편안하게만 들려주는 면이 있다. 그러므로 이 헤드폰을 소유하게 된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자연의 휴식 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이 정도라면 평생 함께 하는 헤드폰이라고 해도 좋겠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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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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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리
5백 넘다가 최근에 많이 내려서 4백 넘습니다ㅋㅋ
18:40
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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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헤드폰 브랜드에서 고가 밀폐형 헤드폰 하나 만들면 좋겠네요 ㅎㅎㅎ
18:16
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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