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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비전 이어스 EXT, 청취자의 두뇌까지 도달하는 초고해상도 전기 자극

루릭 루릭
1855 0 0


*제품명

비전 이어스 EXT (Vision Ears EXT)


*특징

채널당 4 EST + 2 DD 구성의 하이브리드 이어폰

아크릴 쉘과 알루미늄 페이스 플레이트가 결합된 구조

비전 이어스 최초로 저음 재생에 다이내믹 드라이버 사용

기존의 비존 이어스 이어폰들과 많이 다른 소리

값 비싼 독일제 인이어 모니터


*장점

쿼드 정전형 드라이버와 탁월한 사운드 튜닝으로 극한의 해상도 구현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한 고음

매우 단단하고 정밀한 성향의 저음

선이 굵고 힘이 강한 중음

가히 최상이라 할 만한 음 분리 능력

중립적 음색, 정확한 면적의 공간, 극히 낮은 왜곡율

음악 속 요소들을 모두 드러내는 디테일 묘사력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자인


*단점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는 아님

냉철한 성향의 소리라서 감성적 효과는 거의 없을 듯

노즐이 굵어서 귓구멍 압박이 생길 수 있음


(*하이엔드 이어폰 헤드폰은 소수의 매니아 유저에게 높은 부가 가치로 판매되는 제품인데 비싼 값을 단점으로 지목해봤자 소용 없으니 앞으로는 가격을 단점으로 분류하지 않겠음)


*요약

비전 이어스 엘리시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엘리시움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 오디오 성향의 이어폰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의 굵고 강한 중.저음을 최대한 정교하게 조정하고 쿼드 정전형 트위터로 매우 선명한 고음을 재생하여 두뇌까지 전류가 통하는 듯한 초고해상도를 선사한다.



비전 이어스(Vision Ears)의 모든 VE 시리즈와 엘코닉, 엘리시움, EVE20를 리뷰하면서 본인은 이 회사의 극히 선명하고도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에 푹 빠져버렸다. 그러나 가격은 조금도 포근하지 않아서 늘 그림의 떡처럼 바라보고 있는데... 이번에 접하게 된 비전 이어스 이어폰은 가격 뿐만 아니라 소리 특징으로도 아주 낯선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정전형 고음, 다이내믹 중음, 밸런스드 아머처 저음의 트리플 하이브리드 이어폰 - 엘리시움으로 구름 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한 소리를 창조했다. 그 후 엘리시움의 소리에서 또 다른 존재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EXT'라는 하이엔드 이어폰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확장된 엘리시움(Elysium Extended)'라는 뜻에서 EXT를 뽑아낸 것이다.



비전 이어스 EXT는 큰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저음을 재생하며 중간 크기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중음을, 네 개의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로 고음을 재생한다. 엘리시움과 비교하면 고음 드라이버가 두 배로 늘어났고 저음 드라이버가 BA에서 DD로 교체됐다. 비전 이어스로서는 최초로 저음 재생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쓴 것이다. 게다가 이어폰의 디자인도 색다르다. 안쪽의 쉘은 래커 코팅된 아크릴인데 바깥쪽의 페이스 플레이트를 보라색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페이스 플레이트 속에 있는 은빛의 금속 그릴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물건은 소리에서도 충격, 외관에서도 충격을 주는 2중 폭격이다.



2세대 정전형 트위터, 새로운 DD 튜닝 기법



본인이 빌린 EXT는 데모 샘플이라서 패키지 박스와 다른 구성품은 없다. 기본적인 캐링 케이스와 이어팁들이 보이는데, 제품 상세 페이지를 보니 이어폰의 페이스 플레이트와 비슷하게 생긴 알루미늄 케이스도 포함된다고 한다. 고가 품목이므로 이후 정식 출시될 때의 패키지 구성은 충분히 화려할 것이다.



EXT에 포함되는 이어팁은 아즈라의 세드나 이어핏 크리스탈 세 쌍, 스핀핏의 CP500 세 쌍이다. 본인이 듣기에도 아즈라 이어팁과 스핀핏 이어팁의 소리 차이가 꽤 큰데, 아즈라 이어팁은 노즐을 더 많이 개방해줘서 소리 해상도가 더 올라가는 한 편 고음이 더 샤프하게 들릴 수 있다. 스핀핏 CP500 이어팁은 노즐 지름이 약간 작아서 고음이 정돈되므로, 혹시 EXT와 앰프의 조합으로 감상할 때 고음 자극이 있다면 사용해봐도 좋겠다.


*참고 : 리뷰가 공개되는 시점에서 혼선이 생겨 아즈라 이어팁이 제외된다고 언급했는데, 원래대로 기본 포함된다고 한다. 이 리뷰의 제품 사진과 소리 감상문은 아즈라 이어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아래 사진 중앙의 작은 부품은 이어폰 노즐에 붙이는 필터 메쉬의 여분이다. 두 쌍이 있으며 설명서에서는 핀셋을 사용해서 기존 메쉬를 떼어낸 후 새 메쉬를 눌러 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비전 이어스 EXT의 기본 케이블은 엘리시움에서 본 듯한 2핀 규격 + 28AWG 8심 케이블이다. 단, 색상이 올블랙이며 엘리시움 기본 케이블보다 가늘고 가벼워서 사용하기에 편하다. 엘리시움을 착용하고 길을 걸으면 케이블의 굵기와 묵직함이 체감되지만 EXT는 보통 커널형 이어폰들처럼 가볍게 끼우고 다닐 수 있다. 재생기에 연결하는 커넥터는 2.5mm 4극의 밸런스 연결용인데 EXT의 정식 패키지에는 2.5 to 4.4mm 변환 젠더가 기본 포함된다고 한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EXT는 힘이 제법 필요한 이어폰이라서 밸런스 연결을 권장한다) 케이블의 좌우 구별 마크가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는데, 2핀 플러그에 홈이 파여 있는 쪽이 왼쪽이다.



이 제품은 4 EST + 2 DD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저음은 9.2mm 다이내믹 드라이버, 중음은 6mm 다이내믹 드라이버, 고음과 초고음은 듀얼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 두 개로 재생한다. 먼저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을 살펴보자.



중음을 담당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에는 2세대 HALC(High Precision Leveling Chamber) 기술이 적용됐다. HALC는 DD의 중음을 다듬어주는 녹색의 3D 프린팅 부속인데, EXT에서는 STC(Side Tuning Chamber)라는 구조를 추가해서 보컬 영역을 더욱 최적화했다. 아래의 구조도에서 녹색 플라스틱 파트 HALC의 측면에 관이 보이는데 그것이 STC 기술이다. 또한 자석을 두 개로 늘려서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를 더욱 낮췄다고 한다.



저음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진동판이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합금 소재이며 테두리에 액상 실리콘(Liquid Silicone Rubber, LSR)을 둘러서 THD를 낮췄다. 아래의 구조도와 실제 조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퍼 테두리에 검정색 실리콘이 둘러져 있다. 중음용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도 자석이 두 개씩 겹쳐진 게 보인다.




인이어 모니터용 정전형 드라이버는 현재 소니온에서 만들고 있다. 비전 이어스 EXT는 소니온의 2세대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를 탑재했는데 1세대 정전형 트위터보다 음압 수치가 향상되어서 크게 확장된 고음을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듀얼 드라이버를 두 개씩 달아서 쿼드 정전형 트위터로 장착했으니 고음이 얼마나 뻗어나갈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쿼드 정전형 트위터 때문에 한 가지 단점도 생겼다. 고음 드라이버 네 개를 앞쪽에 배치해서 노즐이 훨씬 굵어진 것이다. 이 타원형 노즐은 세로 지름이 7mm나 된다. 대부분의 사람 귀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도 장기간 착용시 귓구멍 압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포함된 이어팁을 모두 착용해보고, 노즐을 너무 깊이 끼우지 않도록 잘 조정하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 번 시도해보자.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의 중.저음 전달 효율을 올리려면 노즐 뿐만 아니라 이어폰의 쉘 부분도 귓바퀴 안쪽에 가득 차도록 착용해야 한다. EXT의 하우징이 작고 얇은 편이라서 간단히 될 것이다.



비전 이어스의 커스텀 이어폰들은 표면 감촉이 유난히 매끈하다. 인이어 모니터의 제작 과정은 형틀 작업 또는 3D 프린팅 후에 사람의 수작업 조립과 연마로 이뤄진다. 만드는 사람의 능력과 경험이 곧 품질이라는 뜻이다. 비전 이어스의 제작자들이 얼마나 좋은 실력을 갖췄는지 이어폰의 감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크릴 쉘과 금속 페이스 플레이트를 조합한 EXT에서도 이러한 완성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EXT의 금속 페이스 플레이트는 보라색의 멋진 장식일 뿐만 아니라 소리의 기능적 부품이기도 하다. X 모양의 은빛 그릴 안에는 공기가 통하는 포트가 있다. 이어폰 자체의 소음 차단은 강력하지만, 음악을 재생하면서 페이스 플레이트에 귀를 붙여보면 아주 작게 소리가 새어나온다. 채널당 두 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일으키는 공기 흐름을 조정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든 것이다.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다시 강조한다. 비전 이어스 EXT는 개방형 이어폰이 아니며 앰비언트 포트를 뚫은 것도 아니다. 유니버설 핏의 인이어 모니터로서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제품이지만 내부 공기를 최적화하기 위해 숨겨진 포트가 있다. 또한 옆 사람에게 소리가 들릴 정도의 누음이 아니라서 생활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비전 이어스 이어폰은 독일 쾰른의 본사에서만 제작된다. 이 점도 비싼 가격의 일부가 되겠다. 최근에 본사 간판을 교체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으니 여기에도 사진을 올려본다.




SOUND



혹시 비전 이어스 EXT를 구입했다면 먼저 두 개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볼륨 설정'과 '기기 매칭'이라는 것으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어쨌든 신경 쓰이는 벽이라고 하겠다.


*선명하고 든든해질 때까지만 볼륨을 UP


평소보다 볼륨을 많이 올려서 들어야 한다. 엘리시움보다도 구동이 어려운 느낌이다. 제품 사양으로는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10옴으로 매우 낮으며 감도 수치도 108.5dB나 되는데, 실제 환경에서는 더 많은 힘을 요구하는 이어폰이다.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은 드라이버 감도가 110~120dB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 게인(Gain) 옵션이 있는 DAP에서는 High로 두기를 권하며, 스마트폰에서 듣겠다면 헤드폰잭에 바로 끼우기보다는 USB 동글 앰프나 블루투스 앰프라도 더해주는 게 좋겠다. 작은 DAP와 헤드폰 앰프들을 사용 중인 본인의 경우는, 2.5mm 연결의 아스텔앤컨 SR15에서 볼륨 60~75로 들었고 하이파워 모드의 그레이스 디자인 M900 언밸런스 연결에서는 볼륨 50~55로 들었다. 참고로 현재 사용 중인 다수의 인이어 모니터들은 3.5mm 언밸런스 연결의 SR15에서 볼륨 45~50, M900에서는 볼륨 35~40으로 듣고 있다.


비전 이어스 EXT는 재생기의 볼륨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작고 가느다란 소리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고음이 매우 선명하고 중.저음이 든든한 소리가 될 때까지만 볼륨을 올리면 된다.



*첫 인상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디테일


지금까지 들어온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의 소리와 굉장히 다른 인상을 준다. 상당히 놀랍고 낯선 변화다. 선명하면서도 부드럽고 포근한 VE 시리즈의 소리와는 완전히 다르게, 소름 돋을 정도로 샤프한 고음과 굉장히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중.저음을 들려준다. 엘리시움을 처음 청취했을 때에는 즉시 떠오르는 즐거움과 감동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EXT는 첫 청취에서 볼륨 수준의 변경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훨씬 단단해진 저음과 무서울 정도로 선명한 고음에 압도 당해서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EXT는 음악적 편안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 속의 모든 요소를 모조리 분해하여 청각으로 쏟아붓는 이어폰이다. '디테일의 쓰나미'라고 해도 될 것이다.



엘리시움과 EXT의 소리는 듣는 순간부터 초고해상도 때문에 소름이 돋지만, EXT는 소름 돋음을 넘어서 두뇌까지 짜릿해지는 전기적 충격을 준다. 비전 이어스의 이어폰 개발자들은 자신이 어떤 소리를 만드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주관 평가를 해주는데, EXT의 상세 페이지에서는 'Electrifying'이라는 단어가 두 차례 나온다. 간단히 보면 '짜릿한'이지만 단어를 분해하면 '전기가 흐르는 듯한 짜릿함'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에도 그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소리를 완성했고, 본인이 들어본 느낌도 그 의도와 일치했다. 이 물건을 귀에 끼우게 된다면 먼저 볼륨부터 올리자. 그 다음부터는 고압 감전 같은 충격적 해상도의 소리에 심장이 뛸 것이다.


*연결하는 기기마다 소리가 다르다


EXT는 연결하는 기기마다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이 다르게 반응한다. 변화 폭이 커서 감상문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어떤 앰프에서는 고음이 훨씬 강하게 나오고 또 다른 앰프에서는 저음이 매우 웅장한 소리로 바뀐다.


그레이스 디자인 M900, 바쿤 CAP-1003, 젠하이저 HDVD800, 그리고 때마침 리뷰 중인 Aune X1s GT에 EXT를 번갈아 연결하면서 소리 느낌을 비교해봤다. M900에서는 정전형 트위터에서 그야말로 살벌한 디테일의 고음이 나오며 저음은 울림이 깔끔하지만 펀치가 약해진다. CAP-1003에서는 선명한 고음과 함께 깊고 강한 저음이 들리지만 M900처럼 살벌한 고음 해상도가 나오지는 않는다. HDVD800에서는 음색이 훨씬 건조해지며 중.저음의 해상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HDVD800은 헤드폰잭의 출력 임피던스가 높아서 멀티 드라이버 이어폰들의 소리 변화가 심하게 나오는 편이다) Aune X1s GT를 거치면 이번에는 EXT가 매우 웅장한 저음으로 따뜻한 음색을 지니게 된다. 이 기기들의 차이는 출력 설정, 임피던스 매칭 등이 있을 터인데 EXT는 그러한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네 기기에서 들어본 소리의 평균을 생각한 후 아스텔앤컨 SR15의 2.5mm 밸런스 연결 상태에서 타이달 하이파이 음반을 들으며 감상문을 정리했다. 별다른 강조 없이 EXT가 지닌 쿼드 정전형 트위터의 소름 돋는 고음과 듀얼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만드는 고밀도의 중.저음을 듬직하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SR15는 아스텔앤컨 DAP들 중에서는 출력이 낮은 편이므로 상급 DAP를 쓰는 분들은 본인의 감상평보다 더욱 강력한 중.저음을 짐작하시면 되겠다.


*소리의 해상도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


소리의 초고해상도가 비전 이어스 EXT의 트레이드 마크다. 해상도의 끝을 보기 위한 사운드 튜닝이며,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리의 해상도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이라도 해도 좋겠다. 정전형 트위터의 고음을 컨트롤할 때 청각의 자극을 주지 않고 최대의 디테일 묘사만 되도록 필터를 맞춘 모양이다. 고음이 그야말로 하늘 끝까지 닿을 것처럼 계속 올라간다. 고음이 강한 것이 곧 밝은 음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EXT의 경우는 음색 왜곡이 없으며 고음 자체의 에너지만 강력하다.


게다가 멀티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려서 음 분리도까지 극한으로 치닫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결하는 재생기나 헤드폰 앰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나, 매치업이 좋게 된다면 '이 곡 안에 이런 소리가 있었나?'하며 계속 놀라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금관악기에 포함되어 있던 고음을 처음으로 느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황이다. 트럼펫과 호른의 넓은 중음에 청각이 집중되는 중인데 이어폰이 갑자기 '여기! 고음도 있잖아!'하면서 별도로 분리하여 강조해준다.


비전 이어스 EXT에서 경탄할 만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싼 이어폰에서 비싼 이어폰으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흔히 느끼는 '새로운 소리의 발견'인데, EXT는 수백만원대 이어폰들보다도 더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게 만든다. 이어폰의 소리 해상도는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일까? 엘리시움의 소리를 들으며 구름의 너머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했지만, EXT는 구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대기권 너머 영역까지 올라가버린다. 쿼드 정전형 드라이버만 넣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어폰 만든 사람의 튜닝 솜씨가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의 소리에서 극한의 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만 뽑아낸 것이다. 유저의 청각을 찌르지 않고 음색 왜곡을 겪지 않으면서 가장 선명하고 깨끗한 고음을 완성하려면 실로 정교한 튜닝과 센스가 필요하다.



*초저음부터 초고음까지 높이 쌓아올리는 피라미드


위에서 서술한 내용은 EXT의 고음에서만 나오는 점이 아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정전형 드라이버의 속성을 잘 조합해서 만들어낸 전체적 결과물이다. 이 제품의 전기 충격과도 같은 초고해상도에는 중음과 저음을 담당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두 개의 튜닝도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음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더블 마그넷의 강한 힘으로 충실도를 높인 후 측면에 공기 조절용 포트를 추가했는데 이것이 타 음 영역을 가리지 않게 하는 모양이다. 저음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더 큰 진동판 지름으로 더 낮은 저음을 키우며 테두리에 방진 부품을 더해서 저음의 정확도를 높였다. 그 결과 EXT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대형 헤드폰에서나 느낄 수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소리를 지닌다. 넓고 웅장한 초저음이 가장 크며 그 위로 저음, 중음, 고음, 초저음이 올려지면서 세모꼴의 피라미드를 쌓는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이 뿜어내는 공기 흐름을 이어폰의 페이스 플레이트에서 방출하는 기법도 더욱 정밀하고 깨끗한 소리에 기여한다. 그래서 중음은 매우 굵은 선을 지니며 비중이 높지만 음반에 적용된 그대로의 위치를 지키며, 저음은 매우 단단한 펀치를 짧게 끊어서 치는 방식으로 울리고, 초저음은 귀 아래부터 넓고 낮게 깔리되 조금도 흩어지지 않는 층(Layer)으로 존재한다. 비전 이어스 대표 중 아민(Amin Karimpour)의 내한 당시, 그는 엘리시움의 저음 재생에 밸런스드 아머처를 사용한 이유로 응답 속도의 확보를 들었다. 하지만 EXT에서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로도 빠른 응답과 높은 정확도를 달성했음을 확인한다. 이후 등장할 비전 이어스의 차세대 이어폰에서도 저음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엘리시움의 프로 오디오 버전인가?


비전 이어스 EXT의 소리를 체감 그대로 쉽게 묘사한다면 밸런스형 사운드에 초고음과 초저음 강조를 더한 U 모양이라고 하겠다. (실제로는 더욱 복잡한 모양이겠지만) 거기에 뚜렷한 고음 강조가 첨가된 셈이다. 이처럼 특정 음의 강조가 있다면 소리의 기준점으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EXT는 자신의 음색 특징이 없다. 엘리시움도 비전 이어스 고유의 포근한 기운과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EXT는 '엘리시움의 프로 오디오 버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중립적이며 극도로 치밀한 성향을 보인다. 얼핏 들으면 저음이 든든한 레퍼런스 사운드인데, 해상도가 너무나... 미칠 듯이 높을 뿐이다... 음악 장르의 매칭이라는 개념이 없을 정도로 올라운더(All-rounder)이며 고.중.저음 중에서 뭔가 감성적으로 변주되는 부분도 없다. 이를테면 여성 보컬이 유난히 예뻐지거나 첼로 소리가 따뜻해지는 등의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그저... 자신이 오래 전부터 들어온 음악을 또 듣다가 여성 보컬의 색다른 비음과 첼로의 통 울림 소리 같은 앰비언트를 발견하면서 충격을 겪는다.


*음악 속의 원래 면적을 전달한다


엘리시움의 프로 오디오 버전이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는 아니다. EXT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전달에서도 중립을 지킨다. 커다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초저음을 강조하니 심리적으로 더 넓지 않을까 짐작하겠으나, 실제로는 추가적인 공명이나 반사가 하나도 없는 '원래 면적'을 그대로 전한다. 심리적으로는 엘리시움의 공기 같은 초저음이 넓고 깊은 공간을 연출하기에 유리하다고 본다. EXT는 완전한 고체의 소리로 정밀하고 깨끗한 현대적 라우드 스피커의 소리를 낸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형태는 커다란 스피커 한 쌍을 세워둔 오디오 룸이지만, 사운드 스테이지의 면적은 개인마다 다르게 인식될 수 있겠다.



*완전한 고체의 단단함


EXT는 음색 특징을 만들지 않지만 하이엔드 헤드폰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라지는 이어리시버'와는 다르다. 음색 특징이 없어도 이 이어폰이 음악과 청취자의 중간에 있음으로서 해상도의 폭발적 향상과 특유의 단단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제품 속에 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은 그야말로 바위처럼 단단한 울림과 펀치를 만든다. 고막을 직접 가격하는 공기 압력과 두개골로도 전파되는 초저음의 진동 모두가 완전한 고체라는 뜻이다. 중.저음에서 엄청나게 높은 밀도를 느낄 수 있으며 잔향이 하나도 없다. (THD 수치가 얼마나 낮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물질로 본다면 기체나 분말이 아니라 고탄성을 지니면서도 돌덩이 같은 감촉의 실리콘이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EXT의 현란한 고음보다도 중.저음의 단단함이 유저의 취향을 탈 듯하다. 정확하고 빠른 중.저음이 전체적인 소리 해상도를 극한으로 개방해주지만 감성적인 해석이 없으며 음악적인 재미가 추가되지도 않는다. EXT는 오로지 음반의 본질을 오싹할 정도로 정확하고 철저하게 프로세싱하는 고성능 머신이다. 다만, 연결하는 기기에 따라서 고음이 더 오싹해지거나 중.저음이 훨씬 거대해질 뿐이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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