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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오디지 LCD-5, 초고음과 초저음이 확장된 플랫 사운드의 혁신적 개방

루릭 루릭
2966 3 1


*제품명

오디지 LCD-5 (Audeze LCD-5)


*특징

풀사이즈 개방형 헤드폰

오랜 전통의 LCD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혁신 모델

드라이버와 이어패드 구조의 큰 변화

하우징 설계에서 오디지 최초로 아세테이트 밴드 적용

보관과 휴대를 위한 금속 가방 제공

지문 방지용 장갑이 있는데 의외로 품질 좋음


*장점

무게가 가볍다!!!

혁신적으로 편안해진 착용감

혁신적으로 향상된 개방감, 공간감

진정한 플랫 사운드 +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

음악 장르 선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 가능

고성능 초정밀 디지털 오디오의 대표적 사례

잘 다듬어진 소리로 청각 자극이 없음

중음의 끈끈한 액체 느낌이 매력적


*단점

오랜 전통의 LCD 시리즈 중에서 가장 구동하기 어려운 헤드폰

기존 LCD 시리즈와 대비하면 소리 변화폭이 커서 적응이 필요

취향에 따라서는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을 듯


*요약

빠르고 정밀한 디지털 오디오인데 감촉이 부드럽고 음이 자연스러워 청각이 편안하다. 초고음과 초저음을 확장한 플랫 사운드를 정전형 헤드폰 수준의 개방감으로 들려준다. 그러나 이 헤드폰의 진면목을 접하려면 재생기와 앰프에 돈을 더 써야 한다.



여러분이 오디지 LCD-5라는 물건을 머리에 쓰고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오디지 LCD 헤드폰인데 가벼워서 목에 조금도 부담이 없다니?


오디지 LCD 헤드폰인데 이렇게 절제되고 깔끔한 소리라니?


오디지 LCD 시리즈의 충실한 중음과 웅장한 초저음에 빠져서 600g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목 근육을 단련해온 여러분에게, 이번에 새로 등장한 LCD-5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것이라고 짐작한다. 인체 공학 기준에서는 헤드폰이 가벼울수록 좋지만 오디지 매니아들은 묵직함에서 만족을 느낀다. 오너들이 무거움을 즐기는 변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체중이 몹시 가벼워진 LCD-5는 오디지 매니아들에게 '이거 비싼 거 맞음?'이라는 의문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드라이버와 이어패드의 큰 변화는 LCD-5의 소리를 크게 바꿔놓았다. 기존 LCD 시리즈들은 대체로 플랫 사운드에서 초저음을 보강한 인상을 주지만, LCD-5는 완전 레알 플랫 사운드인데 더욱 깨끗하고 정밀한 느낌을 줄 것이다.



오랫동안 거의 모든 오디지 헤드폰을 리뷰해온 본인에게도 LCD-5는 낯설고 짜릿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초기의 적응을 거치고 나니... 그 후부터는 이 헤드폰의 극히 정밀하고 자연스러운 소리에 빠져들었다. 큰 변화는 언제나 일정 수준의 장벽과 충돌을 불러온다. 하지만 적어도 LCD-5의 혁신으로 인한 충돌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LCD-5 이후에 나올 오디지 헤드폰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제품의 구성품과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천천히 판단해보자.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더 편하게 바뀐 디자인



강렬한 카드 긁기로 이 헤드폰을 질렀다면, 큼직한 박스 속에서 큼직한 금속 가방을 꺼내게 될 것이다. 아마도 알루미늄 소재로 보이는 무광택 검정색의 가방인데, 위쪽에 손잡이가 있어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으며 가방의 가로와 세로 방향 모두에 받침이 있어서 안전하게 둘 수 있다. 손잡이 양 옆에 있는 스위치를 딸깍하고 눌러서 열어 본다.



금속 가방의 내부에는 헤드폰에서 그 어떤 흠집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폼 완충재가 가득하다. 그리고 LCD-5 본체와 함께 6.3mm 플러그의 기본 케이블과 약간 누르스름한 흰색 장갑이 보인다.



이후 소리 감상문에서 설명하겠지만, LCD-5는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헤드폰이라서 4.4mm든 XLR이든 밸런스 연결용 케이블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오디지는 이 헤드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커스텀 케이블을 별도 장만할 것으로 믿고 6.3mm 언밸런스 케이블만 넣어준 모양이다. LCD-5의 헤드폰 쪽 케이블 연결 규격은 다른 LCD 시리즈와 동일한 미니 4핀 XLR 커넥터이므로 자유롭게 호환된다.



광택이 좔좔 흐르는 애장품에는 지문 자국을 내기가 싫은 법이다. 그래서 면 장갑이 한 쌍 들어있는데, 이게 의외로 품질이 좋다. 예의상 넣어둔 목장갑(...)이 아니라 실제로 손에 깔끔하게 착용하고 헤드폰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소재가 좋은 장갑이다. 여차하면 이 장갑으로 LCD-5의 아세테이트 밴드 부분을 닦을 수도 있다. (장점 맞나...)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를 수 있겠으나 LCD-5는 기존 LCD 시리즈보다 크기가 작다. 헤드밴드 길이가 넉넉한 점은 동일하지만 이어컵 지름이 작아진 것이다. 케이블을 제외한 헤드폰 본체의 무게는 420g이다. 대형 헤드폰 중에서도 상당히 가벼운 편이고, 오디지 LCD 시리즈 중에서는 '깃털 같은 가벼움'이라고 하겠다. 이어컵 부분은 빙글빙글 자유롭게 회전하며 가로 방향으로 눕혀둘 수도 있다.



카본 파이버와 가죽의 2중 구조인 헤드밴드는 머리 외곽선에 맞춰 깔끔하게 붙는 모습이다. 헤드밴드 길이를 늘리는 금속 막대 부분도 예전보다 훨씬 다루기 쉬우며 헤드밴드가 긁힐 일도 없다. 오디지 헤드폰을 머리에 썼을 때 최소한 '멋지다'는 느낌은 들기가 어려운데... LCD-5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어컵이 너무 크지 않으며 슬림해서 보기에 괜찮고, 헤드밴드의 스타일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어컵 테두리의 밴드가 뿔테 안경과 같은 아세테이트 소재라는 점이 크다.



LCD-5의 보도 자료용 사진과 실물의 색상 및 패턴이 꽤 다르다. 아세테이트 밴드가 수작업 생산 부품이므로 각 LCD-5마다 다르게 나올 것이다. 본인이 빌려온 제품은 유광 검정색에 가까울 정도의 짙은 갈색이며 빛을 비추었을 때 약간의 은은한 황갈색 패턴이 보인다.



이 헤드폰의 디자인 주제는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더 편하게'가 되겠다. 오디지 헤드폰을 사겠다면 먼저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들어가 목 단련부터 해야 했던 시절은 끝났다. LCD-5의 물리적 편안함은 새로 설계된 이어패드에서 정점을 찍는다.



기존 LCD 시리즈의 고유 특징인 두터운 가죽 이어패드는 초저음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며 풍성한 중음을 만들지만, 귀 둘레를 깊게 감싸므로 소리의 개방감을 줄이게 된다. 마치 동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인데 이를 좋아하는 유저도 많을 것이다. LCD-5는 대격변이라고 할 만큼 이어패드의 변화가 크다. 이어패드 안쪽을 귓바퀴 둘레의 모양에 맞춰서 깎아낸 것이다. 귓바퀴 주변은 여유로이 개방되는데 이어패드의 테두리는 골고루 밀착된다. 이러한 이어패드 형상 덕분에 헤드폰의 사운드 시그니처도 크게 바뀌었다.



변경된 이어패드 디자인으로 인해 신경 쓸 점이 하나 생겼다. 이어패드와 귓바퀴 사이에서 공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헤드폰 착용을 해야 한다. LCD-5를 머리에 쓰고 나면 귓바퀴의 뒷부분과 이어패드가 살짝 떨어지도록 착용해보자. 이어컵을 조금 뒤쪽으로 옮겨서 귓바퀴의 주변이 모두 개방되게 한다. 그래야만 진동판에서 발생한 공기 흐름이 귓바퀴 전체로 흐르면서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LCD-5의 이어패드 형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방감이다.



내부의 드라이버 구조도 개선됐다. 오디지의 페이저(Fazor) 기술을 이루는 마그넷 패널이 더욱 커졌으며 간격도 넓어졌다. 이것도 소리의 개방을 위해서 만들어낸 공기 흐름 조절로 보인다. 또한 이어패드 속으로 진동판과 금속 패널이 훤히 보이는데, 이들을 보호하는 투명한 메쉬가 유리처럼 단단한 소재로 되어 있다. (말랑한 그물이 아니다!) 손가락 끝으로 눌러도 꿈쩍하지 않으니 드라이버 파손 걱정은 없겠다.




SOUND



*파워풀한 파워를 요구한다


오디지 LCD-5는 구동하기 어려운 헤드폰이다. LCD-4, 즉, 우드 밴드와 금속 그릴의 오리지널 LCD-4보다도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LCD-5의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14옴으로 매우 낮은데 드라이버 감도가 90dB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CD-4는 97dB) 주파수 응답 범위가 5~50,000Hz로 충분히 넓은 것은 좋으나, 헤드폰 앰프가 '기본으로' 필요하며 볼륨 노브를 많이 올려야 한다. 그런데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같은 미니 헤드폰 앰프에서도 볼륨을 70~75 정도로 올려보니 LCD-5의 진동판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M900의 볼륨을 최대 99.5로 올리고 바쿤 CAP-1003과 연결해서 들었는데 이 때는 CAP-1003의 볼륨 노브를 11~12시 방향으로 맞추니 충분했다. 시험 삼아서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헤드폰잭에도 연결해봤는데 볼륨을 무려 110~120까지 올려야 했으나 의외로 깨끗한 고.중음과 든든한 저음으로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SR15는 소출력 미니 DAP이며 최대 볼륨은 150이다. 6.3mm 커넥터의 3.5mm 변환에는 ADL iHP-6335를 사용했다.) 그 후 스마트폰 헤드폰잭에도 연결해보니... LG V20의 최대 볼륨값이 75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LCD-5 때문에 V20의 볼륨을 처음으로 최대까지 올려본 것이다. 이 때에도 65~70까지 올리면 의외로 정상적인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최종적으로는 애플 맥 미니와 USB 연결된 젠하이저 HDVD800에서 타이달 앱으로 감상하며 감상문을 썼다. HDVD800의 볼륨 노브를 12~1시 방향까지 높게 올렸지만 충분한 힘과 해상도로 LCD-5의 '기본 성능'까지는 체험했다고 본다. HDVD800 연결과 비교하면 M900에서는 소리가 심심한 느낌이 있고, CAP-1003에서는 고음과 저음이 조금 더 강조되어 들렸다. 혹시 T+A HA200 같은 괴물 앰프에 연결한다면 이 감상문의 내용보다 고.중음의 선이 더 굵거나 저음이 더 웅장한 소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디지 LCD 시리즈의 소리 변혁 지점


기존 LCD 시리즈들의 음색을 떠올려서는 안 되겠다. LCD-5는 완전히 별개의 신제품이다. 첫 인상으로 보면 고음의 선이 훨씬 가늘고 예리해졌으며 중음과 저음이 몹시 평탄해졌다. 중음의 질감이 매우 크게 변해서, 예전처럼 진하고 촉촉한 맛이 아니라 말끔하고 투명한 맛이 떠오른다. 빛깔로 치면 예전 LCD 시리즈의 중음은 백열등이고 LCD-5의 중음은 주광색 LED 램프에 가깝다. 고음에는 특별한 색상이 없어서 맑은 물이라고 해도 되겠으나 중음의 질감과 색감은 크게 다르다. 뭔가... 끈끈하고 말랑해졌으며 색감도 차갑다... 본인이 LCD-2 로즈우드에 이어서 오랫동안 기준점으로 사용 중인 LCD-X와 비교해보면 이 변화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동안 오디지의 열성 팬을 자처해온 유저라면 LCD-5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중음과 높은 저음의 사이에서 큰 이질감을 경험할 것이다. 바로 이 감각 변화를 넘어서고 나면, 그 때부터 새롭게 열리는 고해상도와 밸런스와 개방감의 세계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은 깨달았다. 이 물건도 소리 특징 없이 원음만 극한으로 전달하는 헤드폰이다. 이런 제품에서는 감상문으로 쓸 만한 쫄깃한 소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헤드폰을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트랜스듀서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그래도 참기름 쥐어짜는 느낌으로 뽑아낸 소재들은 다음과 같다.



*소리의 왜곡을 1밀리그램도 허락하지 않는 대리석


광속에 가까운 하이 스피드 사운드! 극히 낮은 왜곡율! 소리의 잔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LCD-5의 제품 사양에서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를 보면 90dB 기준이 아니라 100dB 기준에서 0.1% 미만이다. 역시... 오디지는 헤드폰이든 이어폰이든 소리 왜곡율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엔지니어 집단이다. 이제는 단종된 우드 밴드와 금속 그릴의 LCD-4를 떠올려본다. 그 소리를 떠올리면서 LCD-5의 소리를 들으면 그 느낌은 마치 대리석처럼 단단하고 매끈하며 건조하다. LCD-5와 연결할 기기의 선택은 청취자의 취향이 기준이지만 본인이 골라본다면 깔끔하고 정밀한 성향의 재생기와 앰프에 잘 어울리겠다. 진공관 헤드폰 앰프는 아나로그디자인 스베트라나 1세대를 아직도 쓰고 있는데, 분명히 굵고 강한 소리가 되지만 풍성한 잔향과 배경 노이즈가 감성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LCD-2 로즈우드와 LCD-X는 스베트라나와 함께 즐거운 감상이 되지만, LCD-5는 수수하거나 친근한 면이 없어서 접근하기가 어렵다. 역시 고성능 DAC 또는 DAP와 연결된 트랜지스터 앰프로 들어야 할 것 같다.



*초고음과 초저음이 확장된 플랫 사운드


하이엔드 이어폰 헤드폰들의 소리를 음미해보면 밸런스형 사운드에 초고음과 초저음 강조를 더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대충 묘사하면 U 모양의 소리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LCD-5의 소리는 진정한 플랫 사운드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을 더 확장한 형상으로 보인다. (주파수 응답 그래프로 보면 위쪽으로 강조하는 게 아니라 좌우 옆으로 늘어나는 것) 매우 평탄한 소리인데 인간의 가청 영역을 넘어서 '고해상도의 심리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뜻이다. 본인은 고.중.저음을 조금씩 강조해서 더 잘 들리게 만든 W 모양의 소리도 3등분 균형이 맞는다면 밸런스형 사운드라고 하는데, LCD-5는 체감상 강조된 부분이 없는 플랫 사운드이면서도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 많이 들린다. (이 정도 단계라면 '인지한다'는 표현이 더 낫겠다) 이렇게 헤드폰 자신의 음색 특징이 없고 소리 해상도가 엄청나게 높아서 소스 쪽의 소리 특징을 다 드러낸다. LCD-5로 듣는 동안 어떤 음 영역이 강조되거나 축소된 것처럼 들린다면 헤드폰이 아니라 재생기, 앰프, 케이블 등의 영향일 터이니 한 번씩 확인해보자. 이런 면에서는 오디지 LCD-24가 정말 인정사정 없는 헤드폰이었는데 LCD-5는 그보다도 투명해서 숨을 곳이 하나도 없다.



*정전형 헤드폰 수준으로 탁 트인 개방감


오디지 특유의 손실 없는 초저음과 풍성한 중음을 들려주는데,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보면 다른 대형 LCD 헤드폰들보다 고.중음의 비중이 늘고 저음의 비중이 줄어들어서 매우 평탄한 소리가 됐다. 여기에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놀라운 개방감이 추가된다. 음악을 듣노라면 소리의 절반 정도가 귀 주변 바깥으로 펼쳐져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LCD-5의 설계자가 드라이버의 공기 흐름 조절과 이어패드의 형태 변경으로 달성한 장점이다. LCD-4도 자신의 특색을 지우고 사라지는 헤드폰이었는데, LCD-5는 음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어패드 안쪽이 크게 개방되면서 현실 속에서도 소리를 가로막지 않게 됐다. 이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내가 있는 방 전체에서 음악이 울리는 듯한 기분이 된다. 커다란 개방형 헤드폰들을 써보면 대부분 그런 느낌을 받지만 이 정도로 공간을 열어주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평판형 자석 패널보다 더욱 개방된 자석 형태를 지닌 정전형 헤드폰 정도는 되어야 LCD-5의 탁 트인 개방감을 대변할 수 있겠다.



*정밀한 디지털 오디오인데 자연스럽고 편하다


드라이버의 소리 자체가 극히 정밀하고 깨끗한 디지털 오디오를 대변하고 있다. 소리를 촘촘하게 분해하는 분석적 경향도 보인다. 그런데 소리의 질감이 곱고 느낌이 자연스러워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해상도가 굉장히 높은데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고음, 중음, 저음 모두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도록 매우 섬세하게 다듬어놓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잘 연마된 대리석 같은 소리다. 굳이 비교한다면 기존의 오디지 LCD 시리즈보다는 가늘고 고운 소리이지만 메제 엘리트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정도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아무래도 박력이나 스릴을 줄이기 마련이다. 하이엔드로 갈수록 소리가 평탄하고 편안해지는 현상은 헤드폰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LCD-5도 예외가 아니다.



*음악을 듣다가 화들짝 놀라는 '존재감'


LCD-5의 저음 영역은 평탄하지만 매우 낮은 영역까지 직선으로 쭈욱 이어지는 리니어 베이스(Linear Bass)다. 귀 아래로 넓고 깊게 깔리는 초저음의 층을 느낄 수 있다. 오디오 룸에서 잘 생성된 초저음이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느낌이 헤드폰에서 나온다. 이 순간, 초저음의 존재감으로 놀라게 된다. 오케스트라 연주 중(특히 말러 교향곡들) 고요한 순간에 갑자기 터지는 팀파니의 쿵! 소리가 너무도 깨끗하게 울려서 머리 근처에 실제로 있는 것 같다.


중음 영역은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강조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선이 굵고 뚜렷하며 고음과 저음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고품질의 중음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중음의 선이 굵고 뚜렷하다는 점에 유의해두자.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다가 잠시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건반 음이 강력하게 들리기도 한다. 콘서트홀 연주회에 갔을 때 힘 좋은 피아니스트의 굉음을 듣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즉, 음반을 만든 사람이 보컬과 현악기 파트를 강조해두었다면 LCD-5는 그 강조를 실제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 제품의 중음에서 놓칠 수 없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중음의 밀도가 매우 높으며 점성이 강한, 끈끈한 액체의 감촉을 낸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에서 끈적하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나온다. 이는 기존 LCD 시리즈의 유저들이 처음에는 낯설어도 나중에는 푹 빠져들게 되는 LCD-5의 매력 포인트가 되겠다. 자칫하면 상당히 냉정한 소리가 될 수도 있었으나, 중음과 높은 저음 사이에서 발산되는 끈적함이 청각에서 마음으로 어떤 것을 전해준다.



*고민이 없는 올라운더 헤드폰


본인의 생각에 LCD-5는 음악 장르의 구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헤드폰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서는 매우 빠른 응답과 정밀한 소리로 놀라고, 자연 악기 음악에서는 거의 완벽한 균형과 자연스러움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어떤 음악이든 음반에 담긴 모든 요소를 개방된 공간에서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 어쩌면 오디지는 수많은 LCD 시리즈 헤드폰을 만들면서 진정한 중립적 사운드가 무엇인지 점점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LCD-5를 만들어냈고, LCD-5의 오너는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으로부터 독립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독립을 위해서는 빵빵한 출력의 헤드폰 앰프와 고품질의 소스 기기를 갖춰야 한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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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ForLife MusicForLife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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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형이 이제 슬슬 무게까지 잡고있다니 무려 그 오디지가 ㄷㄷ 발전이 계속 기대되네요 나중엔 지금 DD 신제품들처럼 구동 난이도 낮으면서 좋은 소리도 내주는 제품들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23:19
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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