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센디 오디오 아폴로, 소리와 착용감에서 느끼는 고급 안락의자의 편안함

루릭 루릭
4223 1 1


"두툼한 선의 포근한 중.저음 속에서 빠른 응답과 밝고 선명한 고음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헤드파이에 큰 지출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레퍼런스 수준의 음악 감상을 하고 싶은 유저에게 센디 오디오 아폴로는 쉽고 편리하며 매일 쓰고 싶은 헤드폰이 될 것이다."


헤드폰을 사용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조용한 방 안에서 진지하게 음악을 섭취(*-_-*)하는 매니아 레벨에 도달했다면 결국 평판형 자석(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 헤드폰을 찾게 될 것이다. 자금을 기준으로 한다면 ANC 무선 헤드폰에 수십만원을 쓰고 나서 '내가 이제는 레퍼런스 사운드를 한 번 들어보겠어'라며 헤드폰에 100만원 쓸 각오를 다지는 단계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 중에서도 좋은 제품들이 있으나 현재의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은 평판형이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평판형 월드'를 본격적으로 구축한 회사가 미국의 오디지(Audeze)이고, 그 후로 여러 회사들이 끝판왕급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내놓으면서 400~500만원대 제품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대충 짐작해봐도 '소리의 다양성'이 평판형 월드에 찾아올 듯하다. 초고가의 평판형 헤드폰들은 소리를 최대한 투명하게 그대로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모든 헤드폰 유저들이 '사라지는 헤드폰'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400~500만원을 헤드폰 한 대에 지불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 세분화된 가격으로 색다르고 다양한 소리를 내는 평판형 헤드폰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헤드폰 메이커인 센디 오디오(Sendy Audio)는 평판형 월드의 신세대라고 할 수 있다. 80만원대 가격으로 믿기 힘든 초정밀 사운드를 제공하는 '에이바(Aiva)', 그리고 200만원대 가격으로 힘차고 웅장한 규모의 소리를 내는 '피콕(Peacock)'이 그들의 대표작이다.


"왼쪽이 에이바, 오른쪽이 피콕이다."


에이바와 피콕은 각각 놀라운 수준의 소리를 재생할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목재 하우징과 금속, 가죽 소재의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제품을 직접 손에 들어보면 헤드폰의 하드웨어 품질이 좋아서 상당히 놀랄 것이다. 그런데... 센디 오디오가 이번에는 아주 특이한 커브볼을 던졌다. '아폴로(Apollo)'라는 이름의 70만원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인데, 에이바보다 조금 더 싸기는 하지만 보급형 모델의 가격은 아니다. 그리고 이 물건에는 현재 플래그쉽 모델인 피콕의 쿼드포머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200만원대 제품의 드라이버 설계를 응용해서 또 다른 종류의 가성비 레퍼런스 헤드폰을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아폴로는 에이바와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헤드폰 매니아의 단계에 도달했더라도 꼭 100만원 쓸 각오를 다질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헤드폰을 사용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크고 비싼 거치형 DAC 헤드폰 앰프로 헤드파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USB 동글 앰프 하나만 끼워서 듣거나 DAP의 헤드폰잭에 대형 헤드폰을 바로 연결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자신의 PC에 적당한 가격대의 USB DAC 헤드폰 앰프를 연결해서 대형 헤드폰을 감상하는 경우가 제일 많으리라 예상한다. 이렇게 하면 좋은 헤드폰 한 대로 음악, 게임, 영화 등의 사운드를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센디 오디오 아폴로는 바로 그러한 목적에 맞춰진 풀사이즈 개방형 헤드폰이다.




초경량 설계 + 엄청나게 부드럽고 푹신한 이어패드



센디 오디오 헤드폰들은 헤드폰 모양에 딱 맞춰진 하드 케이스가 기본 포함된다. 아폴로 역시 지퍼 방식의 하드 케이스에 담겨 있으며 탈착식 케이블을 파우치에 담아서 함께 수납할 수 있다.



헤드폰 케이블은 2.5mm 커넥터 규격으로 간단히 분리할 수 있으며 6N OCC 동선 소재로 약 2미터의 길이가 된다. 사진으로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동선 커스텀 케이블 정도의 좋은 품질을 보여준다. 기본 케이블의 재생기 쪽 커넥터는 4.4mm 밸런스 연결이며 4.4mm to 3.5mm 변환 케이블이 기본 포함된다.



에이바와 피콕에도 고급형 변환 케이블이 들어있지만 아폴로의 변환 케이블은 조금 다르다. 6N OCC 동선의 '8심'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유저가 4.4mm 밸런스 연결로 감상하지 못하더라도 소리 품질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폴로는 진동판 앞 뒤에 두 개씩 마그넷 패널을 배치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이다. 그러나 케이블을 제외한 무게가 395g에 불과하다. 직경 68mm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경량으로 설계된 덕분이다. 피콕은 몹시 육중한 헤드폰이지만 아폴로는 어지간한 다이내믹 드라이버 대형 헤드폰들보다도 가볍다. 또한 이어패드와 헤드밴드가 편안해서 오랫동안 착용하기에 좋다. 물론, 귀에 땀이 차는 것은 헤드폰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라고 하겠다.



이어컵은 로즈우드 소재이며 매우 깨끗한 광택 마감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 개의 나무 덩어리를 CNC 가공한 후 수작업의 연마와 코팅을 거쳐서 완성된 목재 공예품이다. 에이바, 피콕에서도 확인했듯이, 센디 오디오는 다른 회사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고품질의 목재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높은 밀도의 단단한 목재를 굉장히 곱고 매끈한 표면으로 가공해서 헤드폰 이어컵에 손을 대는 사람이 조금 놀라게 될 정도다.



아폴로의 이어컵 바깥쪽은 스틸 소재의 메쉬로 덮여 있다. 개방형 헤드폰에서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부분의 설계도 중요하게 되는데, 아폴로는 원형으로 넓게 개방된 스틸 그릴을 사용하며 그 위로 태양의 형상을 지닌 검정색 그릴을 추가했다. 헤드폰의 이름에 걸맞은 디자인이라고 하겠다.



헤드밴드는 금속 프레임 안쪽에 가죽 밴드를 해먹처럼 조합한 구조이며 사이즈와 형태가 에이바와 동일하다. 금속 프레임을 유난히 얇고도 튼튼하게 만들어서 경량화와 내구성을 모두 확보했다. 또한 가죽 밴드는 염소 가죽으로 제작해서 무척 부드럽고 감촉이 좋다.



이어패드가 굉장히 부드럽고 푹신하다. 시브가(Sivga) SV021 헤드폰에서 접했던 바로 그 감촉의 인조가죽 이어패드로, 이어패드의 표면 가죽은 아주 얇은데 내부의 메모리폼은 푹신하게 눌리는 구조다. 또한 아폴로는 이어컵보다도 이어패드의 지름이 더욱 커서 귀의 둘레를 여유롭게 덮을 수 있다. 안경을 쓰고 헤드폰을 착용해도 엄청나게 푹신한 이어패드에 안경 다리(템플)가 완전히 파묻힌다. 즉, 안경 테가 중간에 끼어 있어도 이어패드가 피부에 밀착되므로 소리가 손실되지 않는다. 본인은 헤드폰을 쓸 때 안경을 벗거나 테가 얇은 안경을 사용하라고 권장하지만 아폴로는 예외로 두겠다. 그리고 이어패드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마음에 든다. 한 쪽으로 조금 돌려서 딸깍 소리가 나도록 고정하고, 약간 힘을 주면서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간단히 분리된다.




SOUND



아폴로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 ~ 40,000Hz이며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16옴, 드라이버 감도는 95dB라고 한다. 즉,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낮아서 헤드폰 앰프에 연결했을 때 더 높은 출력을 받겠으나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편이라서 다른 헤드폰보다 소리가 작게 나오기 쉽다. 그러나 덩치 큰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Fiio New K3에서도 3.5mm 연결, 하이 게인 모드로 볼륨 노브 2시 방향에서 든든히 울릴 수 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의 USB 동글 앰프로도 만족스럽게 구동할 수 있겠다. 4.4mm 밸런스 연결에서 더 굵은 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사용 중인 기기에 4.4mm 헤드폰잭이 없다면 센디 오디오 변환 젠더 중에서 4.4mm to 2.5mm를 별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센디 오디오 - 평판형에서도 뚜렷한 사운드 시그니처를 추구한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극히 얇은 두께와 넓은 면적의 진동판을 자력으로 움직여서 소리를 낸다. 그래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성능 측면에서 근본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주의 : 헤드폰의 사운드 튜닝은 별개의 영역이므로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첫째, 진동판의 극히 얇은 두께 덕분에 고음을 확장할 수 있으며 응답 속도가 빨라서 소리의 왜곡율이 낮아진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바꾸면 고음이 정밀하고 섬세하게 들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둘째, 진동판을 아주 넓게 만들 수 있으므로 더욱 크고 낮은 저음을 재생하기에 유리하다. 이어패드 설계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나, 평판형 자석 헤드폰들이 대부분 든든한 초저음을 들려주는 이유가 되겠다.


그래서인지 본인이 지금까지 접해본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은 공통적으로 평탄한 소리를 지니며, 초저음을 손실없이 든든하게 재생하고, 고음이 유난히 깨끗하게 들렸다. 여러 헤드폰 회사들이 평판형의 이러한 장점을 유지하면서 소리 전달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센디 오디오는(같은 회사의 대중적 브랜드인 시브가를 포함해서) 평판형 헤드폰에서도 자유로운 사운드 튜닝을 추구한다. 에이바, 피콕, 아폴로가 각자 뚜렷한 사운드 시그니처를 지니고 있으니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하기에도 편할 것이다.



아폴로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설계에는 고가의 하이엔드 모델인 피콕에 사용된 쿼드포머(Quad-former)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진동판 한 장의 앞 뒤에 두 개의 자석 패널을 배치하고, 진동판의 양쪽 측면과 진동판의 앞 뒷면으로 총 네 개의 보이스 코일을 배치한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 구조 덕분인지 피콕의 두툼한 중.저음 성향이 아폴로의 소리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고음은 피콕보다 훨씬 밝게 들린다. (피콕의 고음이 원래부터 담백한 편이기도 하다.) 아폴로는 사운드 튜닝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고음 영역 일부를 강조한 듯하다.


*에이바와 반대되는 본격적 음악 감상용 헤드폰


에이바의 소리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폴로의 소리는 에이바와 완전히 반대 성향이다. 에이바와 아폴로는 스튜디오용 헤드폰과 음악 감상용 헤드폰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에이바는 응답이 매우 빠르며 소리의 디테일을 드러내기 위해 고유의 밸런스를 달성한 헤드폰이다. 플랫 사운드라고 할 수 없는 확실히 주물러진 소리이지만, 체감으로는 아주 평탄하고 정밀하게 들리는 스튜디오 모니터 사운드를 재생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게 투명하고 단단하며 광속의 응답 속도를 보이는 헤드폰은 매우 드물었다. 빈티지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의 소리를 듣는 듯했던 그 기분이 문득 그리워진다.


아폴로는 포근하고 편안하며 중.저음이 든든한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세밀한 소리 성향을 그대로 유지한다. 저음의 펀치가 든든하고 규모가 커진 점, 고음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듣기 좋게 밝은 색을 띄는 점도 흥미롭다.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청각이 항상 편안하다


아폴로의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보면 고음, 중음, 저음이 각각 조금씩 강조된 W 모양의 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음악 속의 여러 악기와 보컬이 모두 뚜렷하게 분리되도록 튜닝한 느낌이다. 평탄한 소리는 아니지만 고.중.저음의 균형을 잘 맞췄으며, 소리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파수 응답에 굴곡을 넣는 방법으로 다채널 스피커 같은 입체감을 확보했다.


간단히 분류해본다면 아폴로의 소리에서 낮은 중음과 저음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포근한 저음형 헤드폰'으로 봐도 좋겠다. 그런데 매우 강력한 특징이 하나 있다.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든 간에 청각이 항상 편안하다는 것이다. 소리에서 고막을 너무 세게 누르는 압력이나 청신경을 쿡 찌르는 자극을 1밀리그램도 찾을 수가 없다. 소리가 이렇게 편안한데 헤드폰 자체의 착용감도 지나칠 정도로 편하다. 아폴로를 꺼내어 머리에 쓰고 음악을 듣는 행위는 고급 가죽 소재의 안락의자(리클라이너)에 드러눕는 행위와도 같다.


아폴로의 소리가 고급 안락의자처럼 편안하게 들리는 이유를 항목으로 정리해보았다.


1) 고음과 중음 사이에 상당히 깊은 딥(Dip)이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소리에서 청각 자극을 줄이고 체감 해상도를 올리기 위해 높은 중음(낮은 고음) 영역을 낮추는 일반적 기법이다. 아폴로의 고.중음에서는 치찰음 강조가 없으며 선이 가늘게 나오기 때문에 청각이 예민한 사람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겠다.


2) 고음 또는 초고음 영역에서 일부를 조금씩 강조해둔 모양이다. 7~10kHz의 마술이라고 해도 좋겠다. 드럼의 하이햇이 찰랑거릴 때마다 분명히 밝은 음색을 느끼는데, 소리 전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음과 저음에서 계속 풍겨오는 포근한 기운이 음악의 대부분을 장악한다. 하지만 분명히 고음 강조가 있으니 소리의 디테일 묘사가 잘 된다.


3) 낮은 중음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낮은 중음(높은 저음)이 저음과 뒤섞이지 않는다. 저음 악기가 둥둥거리는 배경에서도 보컬, 현악기의 음이 깨끗하게 드러난다. 또한 사람 목소리의 낮은 음이 매우 포근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몹시 부드럽고 따뜻한 숨결이 남성과 여성 보컬 모두에게 인간성을 부여한다.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현악기에서는 바이올린의 낮은 음이 더욱 두터워지며 첼로의 소리는 이 헤드폰이 첼로 전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두툼한 현의 울림이 바닥부터 낮게 올라오면서 고막을 강하게 울리는 느낌이 유난히 좋다.


4) 소리의 밀도가 낮은 편이다. 소리가 흩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평판형 자석 헤드폰들의 돌덩이 같은 단단함과 치밀한 밀가루 반죽 같은 고밀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폰의 소리를 예로 들면 밸런스드 아머처(BA) 우퍼로 재생하는 저음은 기체 같은 느낌을 준다. 다이내믹 드라이버(DD) 우퍼의 저음은 끈적한 액체나 단단한 고체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밀도를 생각하면 아폴로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가 재생하는 저음은 기체에 더욱 가깝다. 그래서 저음과 초저음이 머리를 강하게 울리지 않으며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받게 된다.


5) 종합해보면 이 헤드폰의 소리는 압력을 강하게 내지 않는다. 음악의 모든 요소가 가득히 차있지만 머리와 고막을 강하게 누르는 힘을 느낄 수 없다. 낮은 중음과 저음이 강조되어 있으나 강조의 폭이 작으며 타격이 약하고 부드럽게 되도록 조절해두었다. 바로 이 점이 아폴로를 전례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물리적 기준과 심리적 기준에서 모두 편안한 헤드폰으로 만든다.


6) 당연한 사항이지만 아폴로는 풀사이즈 개방형 헤드폰답게 시원한 개방감과 넓은 스테이지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주파수 응답 형태의 조절로 인해 입체감이 생기면서 공간이 더 넓고 깊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음악 속에서 악기들의 간격이 조금 더 늘어난 듯한 기분이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에서 풍기는 감성적 잔향


다시 강조하건대, 아폴로는 에이바와 반대 성향의 소리를 내는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다. 소리의 해상도 측면에서는 극한의 투명도나 정밀한 음 분리 같은 '성능의 충격'이 거의 없다. 아폴로의 드라이버도 섬세한 고음을 지니고 있으나, 중음과 저음의 비중이 더욱 높으며 음악의 편안함을 위해서 한껏 주물러놓은 사운드 튜닝 때문에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트랜스듀서(Transducer)의 역할에는 맞지 않겠다. 이렇게 말하는 핵심적 이유는 낮은 중음과 저음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피어오르는 잔향이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에서 다이내믹 드라이버 같은 감성적 잔향을 느낄 수 있다니... 오랫동안 헤드폰 리뷰를 작성해온 본인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고음은 자극을 내지 않으면서 가늘고 선명하게 들리는데, 사람 목소리의 낮은 음과 더블 베이스의 둥둥거림에서 아주 곱게 갈아낸 설탕 가루가 번지는 듯하다. 도넛 위에 하얗게 뿌리는 달콤한 입자가 헤드폰의 중.저음에서 계속 뿜어져나온다.


*음악 전용일 뿐만 아니라 휴식 전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유의 개성으로 인해 아폴로는 각종 어쿠스틱 연주곡, 보컬이 포함되는 재즈, 현악기 중심의 클래식 악곡 등에서 강점을 살리게 된다. 아무리 편안하게 튜닝된 헤드폰이라고 해도 보통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나 락, 메탈도 감상할 수 있다. 아폴로 역시 그 중 하나인데, 그래도 중.저음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포근한 여유로움이 전자 음악의 댄스까지 편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재즈 연주를 감상하는 백열등 조명의 공간에 갑자기 디제이가 들어와서 EDM 공연을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이 헤드폰은 음악 전용일 뿐만 아니라 '휴식 전용'이라는 뜻이다.



*따뜻한 감성의 소스 기기를 선호하는 헤드폰


이 점은 아폴로에 연결하는 DAC 헤드폰 앰프의 성향도 가리게 된다. 대부분의 소스 기기에서 고유의 소리를 내는 헤드폰이지만, 혹시 샤프하고 정밀하거나 건조한 음색을 지닌 앰프를 사용 중이라면 아폴로를 다른 기기에 연결하는 편이 좋겠다. 본인의 경우에도 아폴로는 바쿤 CAP-1003과 Fiio New K3에서 자신의 포근한 중.저음형 사운드와 적당히 밝고 선명한 고음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의 헤드폰잭에서는 소리 해상도가 더욱 높아지는 반면 중.저음의 온기가 살짝 식혀진 느낌이었고,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중.저음의 잔향이 확 사라져서 갑자기 말라붙은 벌판에 내던져진 기분이 됐다. HDVD800에 오디지 LCD-X를 연결하면 균형 좋고 샤프하면서 단단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센디 오디오 아폴로는 '이 앰프는 내 사람이 아니야!'라고 외치면서 온 몸으로 거부한다. 아폴로를 즐겁게 감상하고 싶다면 다른 유저들에게 '감성적 소리', '따뜻한 소리', '든든한 소리' 등으로 평가 받는 앰프를 연결해주자. 혹시 DAC의 필터 설정이 가능한 기기라면 Slow Roll-off 방향으로 맞춰줄수록 아폴로가 즐거워할 것이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1

댓글 쓰기

덕분에 좋은 제품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7:58
23.05.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