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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오디지 CRBN 정전형 헤드폰, 카본 나노 튜브의 천연 음색과 높은 밀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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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팅 없는 카본 나노 튜브 진동판의 정전형 헤드폰이다.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지녔으며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낸다."


이 거대한 이어컵의 시커먼 헤드폰은 미국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회사 - 오디지(Audeze)에서 내놓은 신제품이다. 이름은 'CRBN'이며 오디지에서는 '카본'으로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 물건은... 정전형 헤드폰이다.



헤드폰 애호가 여러분이라면 스탁스(Stax)의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을 알고 계실 것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링 모양의 자석에 필름 진동판을 붙여서 울리는 방식이고,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넓은 진동판의 앞뒤 또는 한 쪽에 다수의 자석으로 구성된 패널을 배치한다. 정전형 드라이버는 넓은 진동판의 테두리에 스테이터(Stator)를 두고 전기를 통하게 하여 움직이는 구조다. 에너자이저를 내장한 앰프가 있어야만 구동할 수 있으므로 정전형 헤드폰을 쓰려면 '호환 규격의 전용 앰프'라는 필수 요구 사항을 채워야 한다. 2022년초 현재는 스탁스 외에도 다른 회사 몇 군데에서 정전형 헤드폰 모델을 출시했으며 이제는 오디지도 CRBN으로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오디지 CRBN은 테크놀러지 측면에서 색다른 정전형 헤드폰으로 볼 수 있다. 진동판 소재로 '카본 나노 튜브'를 사용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오디지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1) 진동판 코팅으로 인한 소리 왜곡이 없다


정전형 헤드폰들은 진동판에 전기를 흘리기 위해서 저항성 코팅을 하는데, CRBN은 코팅을 하지 않고 진동판에 카본 나노 튜브를 흡수시키는 기법으로 다수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진동판 필름 속 카본 나노 튜브의 밀도를 조정해서 저항성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정이 진동판 전체 영역으로 고르게 적용된다.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스피커든 간에 진동판에 다른 물질을 덧입히면 음색이 생성되는데, CRBN은 카본 나노 튜브 덕분에 진동판 코팅을 할 필요가 없으니 더욱 자연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또한 카본 나노 튜브는 다른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2) 드라이버 효율이 좋아지고 진동판을 크게 울릴 수 있다


정전형 헤드폰들은 태생적으로 저음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편 카본 나노 튜브는 더 많은 전기를 품을 수 있으므로 높은 효율을 지닌다. 그래서 진동판의 장력을 더 낮추고 스테이터와의 간격을 더 넓게 만들 수 있다. 즉, 얇고 넓은 진동판이 더욱 크게 움직일 수 있으니 초저음 재생 능력이 향상된다. CRBN의 저음이 20Hz까지 내려갈 수 있는 이유다.


3) 의학 협업에 의해서 탄생했다


오디지가 정전형 헤드폰에 카본 나노 튜브 기술을 더하게 된 이유는 의학적 배려에 의한 것이었다. 병원에서 MRI 측정을 받는 환자는 무려 120dB에 이르는 소음에 시달리면서 동작 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 그래서 MRI 기기의 소음을 차단하며 심리적 안정 효과를 내는 음악을 들려주는 헤드폰이 필요하게 됐다. MRI 기기 속에 다른 전자 제품이 들어가면 큰 간섭이 일어나니 일반적인 헤드폰은 쓸 수 없다고 한다. 금속이 들어간 헤드폰도 MRI 이미지를 왜곡하는 원인이 된다. 오디지는 자석이 없는 정전형 헤드폰에서 필름 진동판에 비금속 소재인 카본 나노 튜브를 더하여 MRI 측정 중에도 쓸 수 있는 헤드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것을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으로 만든 제품이 CRBN이다.



이러한 기술 설명을 본다면 CRBN은 정전형 헤드폰의 고유 특성을 지니되 더욱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며 저음이 더 든든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본인이 느긋하게 청취해본 결과도 비슷하다. 그러면 오디지의 헤드폰들 중에서도 더욱 큰 존재감을 뿜어내는 CRBN의 외관과 구성품부터 살펴보자.



블랙 아세테이트 밴드의 거대한 헤드폰



오디지 CRBN은 LCD-5와 동일한 검은색 알루미늄 가방에 담겨 있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으나, 이 금속 가방은 고가의 헤드폰을 보호하며 들고 다니는 용도에는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구성품은 LCD-5에서도 제공되는 고품질의 장갑 한 쌍이다. CRBN은 케이블이 이어컵에 고정되어 있으니 케이블 유지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겠다.



CRBN의 케이블은 제법 길고 굵은 편이지만 직조물 소재의 피복이 유연한 선재를 감싸고 있으며 무게도 가볍다. 커넥터는 스탁스의 Pro Type으로 Stax Pro Bias, 580V 앰프 호환 규격이다. 쉽게 말해서 스탁스 Pro 커넥터를 쓰는 정전형 헤드폰 앰프는 대부분 호환된다는 뜻이다. 스탁스 외에도 헤드앰프(HeadAmp), 우 오디오(Woo Audio) 등의 정전형 헤드폰 앰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제품의 기본 디자인 주제는 '블랙'이다. 유광 검정과 무광 검정이 잘 조화된 모습으로, 커다란 타원형의 이어컵 하단에 있는 금색 오디지 로고를 제외하면 올검 통일이다. 무게는 케이블 제외 470g인데 수치를 봐도 다른 오디지 헤드폰들보다 가벼운 편이며 체감으로는 더욱 가볍고 편안하다. 푹신한 폼을 내장한 천연 가죽 이어패드가 귀 둘레를 감싸며, 유광으로 번쩍거리는 카본 파이버 헤드밴드 프레임 속의 넓은 가죽 헤드밴드가 머리 위쪽으로 실리는 무게를 분산시켜준다.



정전형 헤드폰의 장점 중 하나가 '진동판을 아주 얇고 넓게 만들 수 있다'인데, CRBN도 그 장점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LCD-X와 함께 두고 사진을 찍어 보니 이 헤드폰의 거대함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이어컵이 몹시 커서 북쉘프 스피커 한 쌍을 머리에 쓴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이어패드 안쪽의 필터를 겸하는 보호 그릴이다. 어떤 소재인지는 모르겠으나 플라스틱이나 유리처럼 아주 단단해서 진동판을 확실하게 보호해준다. LCD-5에서도 봤던 소재인데, 아마도 촘촘히 타공된 패널에 직조물을 씌워서 만든 듯하다. 정전형 헤드폰은 극히 얇은 진동판을 사용하며 정교한 스테이터 설계 때문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점도 CRBN의 아주 단단한 보호 그릴이 완전히 커버해준다. 이어컵 바깥쪽의 금속 그릴도 몹시 촘촘해서 먼지 유입 걱정이 없겠다.



오디지는 단단하고 가벼우며 고유의 패턴을 지닌 소재로서 아세테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LCD-5의 짙은 갈색 아세테이트 밴드처럼, CRBN도 검은색 바탕에 회색 패턴이 살짝 보이는 블랙 아세테이트 밴드를 지니고 있다. 즉, 검정색 뿔테 안경을 떠올리면 되겠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부품이므로 CRBN의 아세테이트 밴드도 각각 다른 패턴을 지니게 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오디지 CRBN의 기본적 감상을 위해서 스탁스 SRM-700T(신형)를 함께 빌렸다. 이 앰프에는 늘 그랬듯이 블루사운드 노드 2i와 그레이스 디자인 M900 세트를 연결했는데, 대부분의 이어폰 헤드폰 감상에는 충분히 좋은 편이지만 실제로 정전형 헤드폰을 운용하는 여러분의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CRBN의 소리 잠재력을 뽑아내려면 정전형 헤드폰 앰프를 제외해도 재생기와 외장 DAC에만 500만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게 좋을 듯하다. SRM-700T의 아날로그 입력에 고해상도 DAP의 라인 아웃을 연결해서 들어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어쨌든 소스 품질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이다.



스탁스 SRM-700T는 드라이버 구동부는 솔리드 스테이트, 출력부는 진공관으로 만든 제품이며 CRBN에 걸맞은 성능을 낸다고 생각 중이다. 이 제품도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더욱 상급의 정전형 헤드폰 앰프로 가면 자동차 한 대 값에 이르기 때문에 일단은 스탁스 앰프로 정전형 입문부터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SOUND


정전형 헤드폰의 소리를 들으며 감상문을 써야 한다니... 지금도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대다수의 독자 여러분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정전형 헤드폰을 사용해본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정전형의 세계는 대개 스탁스의 헤드폰과 앰프로 입문하게 될 터인데, 혹시 신품 가격이라면 사실상 헤드파이 시스템의 최종 단계로 봐도 된다. 그런데 끝판왕이라는 정전형으로 와보니 소리가 정말 자연스럽지만 너무 심심해서 당혹스러웠던 경험,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의 고유한 속성에 적응하거나 매료된다면 다른 종류의 헤드폰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며 정전형의 맑은 소리만 고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정전형의 소리가 원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 다이내믹이든 평판형 자석이든 모두 구조로 인한 원음 왜곡이 있으며, 공기의 방해물이 없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넓은 진동판을 울리는 정전형이 기준이라고 결론 내는 것이다. 사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도 정전형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탄생했으니 할 말 다했다. (*두 플랫폼의 소리 내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기초 형태는 흡사하다.)



이 구조도는 정전형 드라이버의 구동 방식을 보여준다. 정전형은 스테이터(Stators)가 만드는 +, - 극의 변화로 진동판을 직접 움직이므로 전기가 곧 소리인 셈이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스테이터 대신 전기가 흐르는 자석으로 진동판을 움직인다. 이러한 구조에서 자석 패널이 공기 흐름을 방해하게 되므로 자석 패널의 형태 설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정전형 드라이버는 진동판을 가리는 존재가 없으니 앞뒤에 먼지 차단 필터(...)만 잘 배치하면 된다.


현재의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에서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가 대중화되어 있다. 정전형 헤드폰에게 전용 앰프가 필요해서 그런 면도 있지만,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에 가까운 초저음의 느낌과 굵고 강한 플랫 사운드를 원한다면 아무래도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가 유리할 것이다. 오디지라는 회사도 헤드폰 애호가들의 그런 기호 덕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디지는 의학 분야의 협업으로 새로운 정전형 헤드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이 새끈한 비밀 무기를 도저히 감춰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평판형 자석 헤드폰의 완성이라고 할 만한 LCD-5를 개발해놓고 LCD-5와 같은 가격의 정전형 헤드폰 CRBN을 함께 출시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LCD-5와 CRBN의 특징을 비교할 수 밖에 없다. (-_-) 이미 보유한 헤드폰 시스템을 활용해서 LCD-5로 감상할 것인가? 아니면 정전형 앰프를 추가해서 CRBN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해볼 것인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되겠다.



*정전형 헤드폰의 소리는 가볍고 맑으며 평판형 자석 헤드폰의 소리는 무겁고 진하다


본인의 생각에 LCD-5와 CRBN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리의 '질감'이다. 정전형 헤드폰은 소리에서 기체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귀로 바람이 불어온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정전형 헤드폰은 대부분 극도로 평탄한 사운드를 지니며 매우 정밀한 성향을 띄게 된다. '깨끗하고 특징 없는 소리'라고 요약해도 될 것이다. 평판형 자석 헤드폰도 플랫 사운드가 기본이지만(개방형 헤드폰에 한해서), 제작하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드라이버 튜닝으로 고음을 더 올릴 수도 있고 이어패드 구조와 소재를 통해서 저음의 양을 바꿔도 된다. 또한 소리 밀도가 정전형 헤드폰보다 높으며 감촉도 달라서 대체로 액체 또는 고체에 가까운 질감을 낸다.


즉, 정전형 헤드폰의 소리는 가볍고 맑으며 평판형 자석 헤드폰의 소리는 무겁고 진하다. 그런데 CRBN은 정전형 헤드폰 중에서는 소리가 은근히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낸다. 여기부터 LCD-5를 놔두고 정전형의 세계로 뛰어들어볼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극한의 해상도, 선명한 사운드 이미지, 자연스러운 음색


오디지 CRBN의 소리를 처음 들으면 다른 건 몰라도 엄청나게 깨끗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전형 헤드폰답게 주파수 대역폭이 매우 넓으며 소리의 해상도가 극한에 이르는 수준이다. 게다가 초고음의 확장으로 연주 현장의 공기를 흡입할 수 있으며 초저음이 귀 아래쪽에서 울리는 느낌도 명확하다. 빠른 응답 속도와 정밀한 성향으로 사운드 이미지가 선명하게 맺히는 점도 특징이다. 직접 체감하는 소리의 균형도 놀랍다. 평탄한 소리에 대한 측정 기준이 바뀌고 있으니 확정할 수는 없지만, CRBN의 소리는 평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과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두고 비교한다면 CRBN은 '중음과 높은 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된 플랫 사운드'가 되겠다. 청취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만한 딥(Dip)과 피크(Peak)가 거의 다 제거된, 실로 자연스러운 음악 감상이 된다.


이런 특징들을 음색으로 종합해봐도 딱 하나의 키워드가 나온다. '천연'이다. 본인이 사용해봤던 다른 정전형 헤드폰들보다도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있다. 심리적으로 봐도 유난히 자연스러운 음색인데 이는 진동판에 코팅을 하지 않는 카본 나노 튜브 기술의 특징으로 보인다. 일단 고음이 밝거나 어둡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현상이다. 굉장한 고성능의 트랜스듀서이지만 오랫동안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중.저음에서 느끼는 높은 밀도


CRBN의 소리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수준으로 밀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중음과 저음에서 강하게 다가오는 점으로, 저음의 펀치에서 가벼운 기체가 아니라 약간 말랑한 고체 같은 강도를 느낄 수 있다. 저음 자체는 뚜렷한 강조 없이 초저음까지 평평하게 유지되는 리니어 베이스(Linear Bass)인데, LCD-5를 떠올려보면 CRBN의 저음은 짧게 끊어서 치는 타격을 내며 초저음은 깨끗하게 울리지만 조금 가벼운 인상이 있다. 더욱 묵직한 초저음 진동을 원한다면 아무래도 평판형 자석 헤드폰이 더 좋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결된 앰프의 영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전형 헤드폰을 위한 앰프는 종류가 많지는 않으나 소리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음색의 차이보다는 저음의 웅장함, 소리의 규모, 소리 선의 굵기 등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이번 감상문은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스탁스 앰프에 CRBN을 연결해서 듣고 쓴 글이다. 다른 정전형 앰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뻔한 소리를 반복해야겠다.


*거대한 진동판이 만드는 물리적 공간 효과


넓은 공간과 시원한 개방감을 즉시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진동판 앞뒤에 자석 패널이 없는 정전형 헤드폰의 물리적 강점이다. 완전 플랫 사운드라서 소리의 굴곡이 없으니 심리적 입체감은 거의 없으나, 넓은 소리의 공간이 머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거대한 면적의 진동판이 머리 좌우를 완전히 뒤덮고 있으니 실제로 그럴 만하다. 단, CRBN은 초저음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서 이어패드가 약간 두텁게 되어 있다. 진동판의 면적 만큼 넓은 개방이 되지만 귀의 둘레는 가죽 쿠션으로 두툼하게 감싼다. 이에 반해 LCD-5는 이어패드 안쪽이 삼각형 단면으로 깎여 있어서 CRBN보다도 '귀가 열린 느낌'이 더 강하게 나올 수 있다.



*정전형의 중음은 실제 숨결


CRBN의 중음과 낮은 중음은 사람의 체온이 담긴 숨결을 그대로 뿜는 듯하다. 가깝고 포근하며 선이 아주 굵고 힘이 좋은 중음이다. 현악기 중에서도 피아노와 첼로 소리가 현실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다른 정전형 헤드폰들도 중음이 참 충실하고 가깝게 들렸는데 CRBN도 그러하다. 정전형의 중음을 듣노라면 평판형 자석의 중음에서 나오는 진한 맛도 일종의 감성적 왜곡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중음을 끈적한 액체로 바꾸지 않고 사람의 공기 호흡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 정전형 헤드폰의 방식이다.


*오디지가 제시하는 무음색 정전형 소리


종합해볼 때, 본인이 생각하는 정전형의 최대 장점은 소리의 투명도이다. 진동판을 극히 얇게 만들었는데 구조적으로 진동판을 가리는 막이 거의 없으니 디테일 묘사에 더욱 유리하다. 음악을 듣노라면 감성적 자극은 없지만 참으로 투명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 것이다. 그러므로 정전형 헤드폰들은 음악 장르의 구분이라는 개념이 없다. 헤드폰을 올라운더(All-rounder)로 분류할 필요조차 없다는 뜻이다. 정전형 헤드폰이 원래부터 천연의 소리를 내기에 좋은데 오디지 CRBN은 진동판 코팅을 하지 않고 카본 나노 튜브를 넣어서 최소한의 음색 유발 요인까지 모두 제거했다. 정전형 헤드폰들 중에는 유난히 샤프한 고음과 단단하게 조정된 저음으로 '정전형 음색'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오디지는 CRBN을 통해서 '무음색'이라는 단어를 정의한다. 어떤 음반이든 원래 녹음되고 마스터링된 결과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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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킴 아티스트킴님 포함 4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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