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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이펙트 오디오 케이론, 귀금속 선재의 이어폰 케이블이 만드는 무제한의 음악 세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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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과 모양새는 차분하게 보이지만, 내부 선재가 금과 은으로만 구성된 하이엔드 IEM 케이블이다. 고가의 이어폰이 음악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제한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큰 폭의 사운드 업그레이드를 달성하되 센츄리온보다 중립적인 음색을 원한다면 케이론(Chiron)을 살펴보자."


커스텀 케이블의 선택은 사전 청취 없이 이어폰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억지로 단순하고 효과적인 조언을 한다면, 먼저 이어폰용 케이블에 얼마를 쓸지 결정하고, 그 가격에서 자신이 보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케이블을 구입해보자. 이어폰 줄질(...)에 수백만원을 쓰는 단계가 아니라면 룩으로 결정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커스텀 케이블은 시각적 만족도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외모가 매우 중요하다.


... 그러나. BUT.


지금 이 글을 클릭해서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이미 이어폰 줄질에 수백만원을 쓰고 있거나 처음 써보려고 생각 중인 골수 헤드파이 유저일 것이다. 그렇다면 커스텀 케이블의 예쁜 외모 뿐만 아니라 내부의 선재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 은, 동의 선재마다 고유의 특징이 있고, 그러한 금속 줄에 다른 금속 소재를 도금하면 소리 성격이 또 달라진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선재를 하나의 케이블로 혼합하면 소리가 어떻게 나올지 짐작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래도 사람들의 청취에 의해서 나온 평균적 개념은 존재한다. 동선은 소리를 꾸미지 않는 대신 화려함이 부족할 수 있고, 은 도금 동선은 동선보다 소리 해상도가 높지만 음색이 조금 밝아질 수 있으며, 순은선은 풍성한 저음과 화사한 고음을 만들지만 때로는 밝은 음색과 물렁한 저음 펀치의 조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선재에 금을 사용하는 것은 순은보다 전도 능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리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순은선에 금을 입히거나 금과 은의 합금이 커스텀 케이블의 선재로 등장한다.




가격과 등급이 일치(?)하는 분야 - 커스텀 케이블


그동안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을 리뷰해보면서 느낀 점은, 이러한 선재 특성과는 별개로 '비싼 케이블이 비싼 소리를 내준다'는 결론이다. 참으로 뻔한 결론이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이제 커스텀 케이블 회사의 경쟁력은 선재의 특별함에서 제작자의 소리 가치 판단력과 선재 조합의 센스로 이동하고 있다. 케이블 만드는 사람이 극히 미세한 단계까지 소리 차이를 판단하며 어떤 선재를 썼을 때 음악의 만족도가 몇 퍼센트까지 향상되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선재 탐색과 재료 조합의 시행 착오를 반복하여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단계적으로 고급 선재와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온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가 금은 합금선과 금 도금 순은선에서 거의 완성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렇다.


수백만원대 커스텀 케이블은 수백만원대 이어폰을 다수 보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수의 제품이다. 사전 청취 없이 케이블을 사고 싶다면 '비싼 케이블은 소리를 가리는 장막을 확실히 제거해준다'고 짐작해두자. 요즘 출시되는 수백만원대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한다면, 몇 년 전처럼 케이블의 음색 영향이 강해서 이어폰의 소리와 매칭을 따져야 하는 불편은 피할 수 있다. 사람마다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은 이어폰의 소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본 특징이라서 선택(도박)이 조금은 쉬워졌다.



이러한 시장의 경향은 커스텀 케이블의 소리를 감상하고 글로 묘사하는 리뷰어에게도 한계를 만든다. 매우 비싼 케이블은 소리 해상도 향상, 정보량 증가, 체감되는 주파수 대역폭 확장 등의 공통적 장점을 지닌다. 그래서 본인이 작성하는 케이블 리뷰에서도 중복되는 서술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해당 케이블의 고유한 성격과 활용도를 최대한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청취해본 경험으로 볼 때 이펙트 오디오의 케이블 제품들은 음색에서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모델마다 변화 폭이 다르기는 하나, 모두들 음이 조금씩 밝고 화려해진다는 것이다.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은 바이올린으로 치면 연주를 더욱 현란하고 아름답게 가꿔주는 소리의 바이올린이 되겠다. 이는 케이블 회사들마다 다른 장비와 다른 기법으로 선재를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선재를 조합하는 케이블 제작자의 음악적 성향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볼 때 이펙트 오디오의 신제품 '케이론(Chiron)'은 '진지한 성향의 바이올린'이 될 듯하다. 이 제품은 플래그쉽 모델 '센츄리온(Centurion)'과 유사한 선재 구성을 지녔는데, 적어도 본인이 듣기에는 이어폰의 고유 특징을 유지하면서 음악 감상의 새로운 단계를 제시하는 하이엔드 IEM 케이블이다.




매트 클리어 블랙 + 티타늄 + 카본 파이버


이번에 빌린 케이론은 패키지와 구성품이 없는 데모 샘플 제품이다. 이후 정식 출시되는 제품에서는 이탈리아산 알칸타라와 프랑스산 염소 가죽을 조합해서 만든 캐링 케이스가 포함되며, 다수의 커넥터가 포함된 ConX 세트도 들어간다고 한다. 지금은 일단 케이론의 고급진 자태부터 천천히 감상해보자.



케이론의 선재는 UP-OCC 금 도금 금은 합금선을 UP-OCC 금 도금 순은선으로 감싼 구조이며 26AWG 8심 구성이다. 길이는 약 1.2미터로 초고가에 속하는 커스텀 케이블로서는 여유로운 편이다. 센츄리온은 전체가 금 도금 금은 합금선이며 케이론은 외부 파트를 금 도금 순은선으로 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케이블의 색상과 디자인도 많이 다르다.



케이론의 피복 색상은 '매트 클리어 블랙'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내부의 금은빛 선이 살짝 비치는 고동색 또는 진갈색에 가깝다. 와이어 없이 귓바퀴 모양으로 구부려둔 이어훅 부분은 선을 촘촘히 꼬은 후 투명 피복을 씌워두어서 내부가 더 잘 보인다.



피복의 감촉이 뽀송해서 손바닥이나 목의 피부에 붙지 않으며 재질이 무척 유연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8심 케이블이지만 무게가 가벼운 편이라서 일상 속에서 쉽게 다룰 수 있겠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로 쉽지 않으나 인체공학 측면에서는 쓰기 편한 케이블이다.



Y-스플릿과 플러그 부분은 샌드 블라스트 공법으로 제작된 티타늄 파츠와 카본 파이버 파츠로 구성된다. 본인이 사용해본 케이론은 2.5mm 밸런스 커넥터 제품이며, 주문을 넣을 때 3.5mm나 4.4mm를 선택할 수도 있다. 잘 다듬어진 석재 같은 티타늄 표면의 감촉과 잘 짜여진 카본 파이버의 패턴이 시각적 만족을 준다.



이어폰에 연결하는 커넥터 파트는 이펙트 오디오의 ConX 규격이다. 간단한 나사 체결 방식으로 2핀, MMCX 등의 5가지 커넥터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ConX는 한 개의 비싼 케이블로 다수의 이어폰을 커버할 때 유용한데, 커넥터 부분의 품질이 무척 좋아서 MMCX 연결에서는 이어폰이 회전하지 않으며 2핀 연결도 탄탄하게 지지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케이론은 ConX의 플러그도 티타늄 쉘로 되어 있다.




SOUND


금이 들어간 선재의 케이블은 제법 오랫동안 사용한 후부터 좋은 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이번에 대여한 케이론은 판매처에서 번인을 거쳤겠으나 일단은 20시간 정도 음악을 재생한 후에 감상하기 시작했다. 대략적 느낌으로 본다면... 케이론은 처음부터 소리가 시원했고 지금도 뭔가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센츄리온처럼 케이론도 새것 시절부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며 오래 사용할수록 좋은 느낌이 강해질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이번 후기에서는 케이론과 함께 대여한 '비전 이어스 VE7'과 '엠파이어 이어스 오딘'을 주로 사용했는데, 본인이 보유한 100~2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들보다도 VE7과 오딘에서 더욱 깊은 맛을 경험했다. 어쩌면 케이론은 인이어 모니터들 중에서도 특히 하이엔드의 제품을 위해서 만들어진 케이블일지도 모르겠다.



*단번에 굵어지는 선, 라우드니스 보강 효과


처음부터 느끼는 점은 소리 선이 확실하게 굵어진다. 고.중.저음 모두 더 강한 에너지를 지닌다. 이펙트 오디오의 다른 케이블에서도 느낀 점인데, 8심 구성으로 선의 분량을 두 배로 늘리면 기본적으로 소리가 굵어지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어폰 케이블에서 정말로 끝을 보겠다면 값이 두 배가 되더라도 8심으로 주문해야 할 것 같다. 케이론과 센츄리온은 원래부터 8심이니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또한, 금을 섞어서 만든 선재가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의 DC 임피던스 수치를 많이 낮춘 것으로 보인다. 재생기의 볼륨 노브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케이론으로 바꾸면 소리가 조금 더 커진 느낌이 든다. 고품질의 라우드니스 옵션을 미세하게 켠 듯한 소리다.



*하이엔드 이어폰 개발자에게 보람을 주는 '소리 개방'


VE7, 오딘처럼 가격대가 매우 높은 이어폰에서 케이론은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을 크게 늘려준다.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을 상상할 때 흔히 '막혀 있던 소리를 뚫어준다'고 짐작하면 대부분 적중할 것이다. 수백만원의 인이어 모니터를 개발한 사람이 소리의 디테일을 드러내기 위해서 기울인 노력을 케이론으로 대부분 획득할 수 있다. VE7, 오딘 모두 소리 정보량이 굉장한 이어폰인데 케이론으로 케이블을 바꾸면 최소한 40~50%의 디테일이 추가되는 듯하다. 체감으로는 고음과 초고음이 크게 살아나는 현상인데 음악 장르를 바꾸면서 짧게 비교 청취를 반복해보면 중음과 저음, 그리고 초저음에서도 정보량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취자로서는 원래부터 주파수 대역폭이 넓은 하이엔드 이어폰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 확장되며 음악의 주요 음 영역이 조금씩 더 강조되는 느낌을 받기 쉽겠다. 이 점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다수의 드라이버를 엮은 이어폰에서 더욱 강화된다. 분리된 드라이버들이 케이론의 '소리 개방'으로 각각 힘이 세지는 현상이다.



엠파이어 이어스 오딘은 기본 케이블이 하이엔드 수준의 순수 동선이라서 케이론으로 바꿨을 때 소리의 해상도 차이보다는 선재 특성의 음색 영향이 크게 다가온다. 엠파이어 이어스가 추구한 소리를 그대로 접하겠다면 PW 오디오의 기본 케이블을 사용하면 되겠다. 순수 동선 케이블은 직선적이고 꾸밈없는 소리를 내기 마련인데, 금 도금 금은 합금선과 금 도금 순은선을 조합한 케이론으로 바꾸면 고음에 미세한 화려함이 더해지며 중음과 저음이 더욱 깊게 울리기 시작한다. 기본 케이블이 저렴한 VE7에 케이론을 처음 연결했을 때보다는 충격(?)이 약하지만, 오딘과 케이론의 조합은 순수 동선의 기본 케이블보다 소리의 즐거움이 살아나며 연주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진 인상을 주었다.



*이어폰의 본래 특성과 함께 음악 세계를 여행한다


VE7, 오딘과 더불어 100~2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 몇 개까지 연결해본 후 케이론의 중요한 장점을 찾게 됐다. 이 케이블은 요즘 나오는 고가 케이블의 사운드 업그레이드 항목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이어폰의 본래 소리 특성은 거의 그대로 유지해준다. 소리 해상도가 크게 올라가고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 있어서 체감으로는 더 밝고 선명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센츄리온처럼 케이블 자체가 소리에 황금빛 광택을 더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센츄리온과 케이론을 나눌 수 있겠다.



센츄리온은 케이블이 스스로 음악의 감동을 연출해낸다. 어떤 이어폰이든 센츄리온을 더하면 하늘의 신전으로 소환된다. 다른 곳에 갈 필요없이 최고의 성역에서'만' 소리를 듣게 된다. 한 편 케이론은 이어폰이 음악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제한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어폰이 가진 특징에 따라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이 여행의 목적은 해당 음악이 지닌 본래의 뜻과 마음을 최대한 투명하고 생생하게 전달 받는 것이다. 어쩌면 이펙트 오디오는 센츄리온과 케이론의 선재 피복 색상에서 소리 성격을 암시했는지도 모른다. 센츄리온의 금은빛 화려함과 케이론의 짙은 카리스마를 보면서 이어폰에 연결했을 때의 소리 변화를 짐작해도 좋겠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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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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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에 따른 소리 변화를 Fr로 찍을 수 있음? 만약 그렇다면, 과학적인 근거는?
(내 생각엔 줄질은 유사과학, 플라시보, 상술이다.)
21:31
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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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Fi
동감합니다.
한 20-30불 정도 하는 케이블이라면 나름 디자인도 있고 하니
기분전환으로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겠는데,
고가의 제품들은 정말이지 아닌거 같아요....
11:57
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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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Fi
케이블 또한 일종의 필터라서 FR로 찍을 수는 있을 겁니다. (스테레오사운드 지에서 그런 걸 측정하는 특집을 낸 적이 있었어요) 다만 그게 강하게 청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든 거면 못 만든 거죠.
01:04
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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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 몇십만원 쓰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ㅎ

19:23
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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