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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바쿤 VHA-5240, 1억 분의 1.79초를 찍는 클래스 A 전류 증폭 헤드폰 앰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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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사운드를 정확하게 재생하려고 극히 빠른 속도의 헤드폰 앰프를 개발했더니,

극강 가성비의 음악 감상용 헤드폰 앰프가 나와버렸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미래의 위인전에 실릴 만한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내가 직접 만든다!'는 특징입니다. 우리가 현재 편리하게 쓰고 있는 혁신적 가전 제품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들도 대부분은 누군가 자신이 쓰려고 만들어낸 결과물에서 나왔습니다. (다들 쓰는 제품이 하도 형편없어서 직접 개발한 경우도 포함)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의 모든 제품을 설계하는 아키라 나가이씨도 그러한 마인드로 'CAP 시리즈'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이미 하이엔드 앰프를 다수 만들어놓았지만, 전용 오디오룸이 아니라 집에서 편하게 들으려면 출력을 올릴 필요가 없으니 크기가 작고 구조가 간결한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데스크탑 용도의 CAP 시리즈를 만들다 보니 이제는 헤드폰 앰프, 인티 앰프, DAC, 디지털 셀렉터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습니다. 쉽게 말해서, 설계자 자신이 쓰려고 만든 제품이 보다 대중적인 가격으로 많은 유저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리뷰 제품을 구입해서 지금도 사용 중인 CAP-1003입니다. (우측)"


휴대용 헤드폰 앰프 '바쿤 VHA-5240'의 탄생은 CAP 시리즈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약간 특이한 사연도 볼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컨텐츠를 고글 헤드셋으로 접해보면,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데 정작 사운드는 고글 헤드셋의 작은 이어폰으로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상현실 세계의 효과음과 배경 음악도 정확히 재생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초소형의 고성능 헤드폰 앰프를 기획합니다. 거치형과 휴대용을 겸하는 소형 헤드폰 앰프 CAP-1003의 회로를 그대로 활용하되, 소자 구성을 새로이 하고 크기를 더욱 줄여서 VR 헤드셋에 장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스테레오 음악 감상에 완전 좋은 휴대용 헤드폰 앰프가 되었습니다. (-_-)



VHA-5240의 소리는 마치 고성능 진공관 앰프 같습니다. 빈티지 진공관 앰프의 잔향이 풍부하고 느릿한 소리가 아닙니다. 요즘 출시되는 고급형 진공관 앰프들은 응답이 빠르고 정밀한 성향이며 소리 선이 매우 굵고 힘이 굉장히 강합니다. (하이브리드 앰프 포함) 네트워크 스트리머나 DAP, DAC에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로 VHA-5240을 더하면 마치 현대적 진공관 앰프를 더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소리의 정밀도와 온기를 모두 지닌 것입니다. 분명히 VR용으로 개발된 앰프인데... 실제로는 휴대용 헤드파이 시스템의 고급 출력단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 제품을 구입하는 분들도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 일반 음악 감상에 주로 쓰실 터이니 이번 리뷰에서는 음악 감상용 헤드폰 앰프로써 다루고자 합니다.


"원래는 이렇게 쓰이는 앰프입니다. (사진 출처 : 바쿤 프로덕츠)"


저에게는 VR 헤드셋이 없으며 앞으로도 가상현실 게임을 할 예정이 없지만, 그래도 VHA-5240이 바이노럴 오디오 감상에 좋다는 점은 확신합니다. 바쿤 제품들은 소리의 세밀한 디테일과 정확도를 추구하며, 다른 회사 앰프들보다 소리가 유난히 자연스러워서 청각이 편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5240도 그러한 특징을 공유하되, VR 컨텐츠의 바이노럴 오디오에서 정위를 정확하게 만들며 위상 왜곡을 제거하기 위해 주파수 대역폭을 5MHz까지 늘린 제품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효과는 유튜브에서 바이노럴 오디오 영상을 몇 개만 감상해봐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훨씬 현장감 있는 가상현실 사운드 감상'이 됩니다.


"개발자분이 공개한 VHA-5240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입니다. 선이 5MHz(-3dB)까지 평평하게 뻗어 있습니다."


*바이노럴 오디오 예시 : 혹시 5240을 보유 중이라면 이 영상의 소리를 다른 앰프와 비교 청취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zGY9c9LljU


하지만 오늘은, VHA-5240을 두 달 동안 음악 감상용 헤드폰 앰프로 쓰면서 느낀 만족을 주루룩 서술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5240의 A, B, C 타입 중에서 C 타입을 받았으며, 예전에 구입한 CAP-1003과 함께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로 쭉 사용할 예정입니다.




카본을 배합한 필라멘트로 3D 프린팅해서 만든다


바쿤 VHA-5240은 패키지 박스가 없으며 제품 본체, 캐링 파우치, 1미터 정도의 DC 전원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이 제품은 별도로 전원을 연결하는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이며 3.5mm 커넥터로 입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VHA-5240을 사용하려면 한 개의 3.5mm 스테레오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헤드폰잭과 연결해서 들어도 좋고(이 때는 스마트폰 볼륨을 90~100%로 올릴 것), DAP의 헤드폰 출력을 라인 아웃으로 설정한 후 연결해도 됩니다. 저의 경우는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헤드폰잭과 VHA-5240을 연결한 후 SR15의 볼륨을 라인 아웃 1V로 설정해서 듣고 있습니다.


"5240에는 DC 전원 케이블이 기본 포함되며 스테레오 케이블은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 사진 속의 노랑색 스테레오 케이블은 오래 전에 제 독자분이 직접 제작해주신 것입니다."


VHA-5240은 A, B, C 타입으로 세 가지가 있는데요. 세 제품의 기본 구조는 동일하며 '좌우 채널 분리'와 '볼륨'의 유무를 통해서 분류됩니다. 각 타입마다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는데 A와 C 타입에는 볼륨 조정 장치가 있으며 B 타입은 최대 볼륨 또는 라인 아웃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주요 특징은 '사용 방법' 코너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전원 공급을 위해서 별도의 보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PC의 USB 포트를 쓰거나 5V 휴대폰 충전기를 써서 아웃렛 연결로 켜도 되지만, VHA-5240이 전기에 무척 예민한 편이라서 소리가 재생되지 않는 구간마다 전기 노이즈가 들립니다. (접지가 되어 있어도 뚜우~하고 크게 들림) 그러므로 VHA-5240을 쓰겠다면 용량이 넉넉한 '5V 보조 배터리'를 미리 준비해둡시다. 또한 2A 이상으로 출력 가능한 제품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7,800mAh, 5V / 2A의 보조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기본 포함된 전원 케이블이 휴대용으로는 긴 편입니다. 저는 타이로 묶어서 사용했으나, 휴대용 헤드파이 시스템으로 쓰고 싶다면 더 좋은 선재로 만들어진 미니 사이즈의 전원 케이블이 필요할 것입니다. VHA-5240과 보조 배터리를 묶어서 휴대하려면 짧은 전원 케이블이 훨씬 깔끔하거든요. 현재는 와이어드림에서 주문 제작하는 케이블이 있는데(5만원 가격의 DC 케이블 USB to DC 2.1), 기기의 음질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재와 쉴딩을 갖춘 전원 케이블이 어울립니다. 이 리뷰에서는 기본 포함되는 전원 케이블을 사용했으며, 리뷰 원고 마무리가 될 즈음부터는 저도 와이어드림 DC 케이블을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크기는 44 x 74 x 22mm로 매우 작으며, 내장 배터리가 없어서 손에 들어보면 굉장히 가볍습니다. 또한 앰프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3D 프린팅 패턴이 있으니 시제품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바쿤 고유의 선명한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가격 부담이 적으며 휴대용 헤드파이 시스템에 잘 맞아서 바쿤 사운드에 입문하기 좋은 제품입니다. 또한, 이후 바쿤의 거치형 앰프를 구입하더라도 VHA-5240은 소리 특징이 매우 뚜렷해서 지루해질 틈이 없습니다. 소리의 개성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사양에서도 강점이 있는데, 5240은 현재까지 만들어진 바쿤 앰프들 중에서 가장 빠른 특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이 제품은 VR 헤드셋에 장착할 수 있어야 하므로 무게가 가벼워야 하며 가격대도 최대한 낮춰야 했습니다. 그래서 3D 프린팅 기술로 소량 생산하여 금형 제조와 대량 생산의 비용을 절감합니다. 문제는... 3D 프린팅으로 케이스를 찍어내는 기간이 길다는 겁니다. (-_-); 5240 재고가 품절로 바뀐다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3D 프린팅 과정에서도 오디오 제품의 특징이 보입니다. 플라스틱 필라멘트에 카본을 혼합한 것입니다. 카본의 전도성이 노이즈 차단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바쿤 기기들은 전통적으로 베이클라이트 볼륨 노브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볼륨 장치도 고급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으로 돌려보면 묵직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VHA-5240의 외모가 마치 시제품 같다고 해도, 블랙과 오렌지 색상의 조합은 바쿤 앰프 고유의 시각적 특징이 되겠습니다.



VHA-5240은 전류 증폭 방식의 순수 클래스 A 앰프입니다. 볼륨 노브를 돌려서 전원을 켜고 나면 몇 분만 지나도 플라스틱 케이스의 내부가 뜨끈해집니다. 그리고! 이 제품의 전원을 켠 후에는 바이어스 안정을 위해서 몇 분 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바쿤 앰프를 쓰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전원을 켠 직후에 소리가 이상해서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



사용 방법 - A, B, C 타입의 차이점


라우드 스피커의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컴포넌트 분리'의 개념은 소리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필수라고 봐도 좋을 텐데요. 이는 생활 편의와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올인원 오디오와는 별개의 분야가 되겠습니다.


헤드폰 오디오는 주로 책상 위에서 쓰게 되며 스피커처럼 고출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컴포넌트 분리의 효과가 미비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도 DAC와 앰프를 한 대로 통합하는 것이 대세이며 네트워크 스트리머까지 합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보면 플레이어, DAC, 앰프만 각각 분리해도 소리 차이가 큽니다. 사운드 시그널의 생성, 디지털 시그널의 아날로그 변환, 아날로그 시그널의 깨끗한 증폭을 각각의 기기로 분담하면 '최적화'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만약 기기들을 휴대하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헤드폰 앰프만 분리해줘도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바쿤 VHA-5240은 VR을 위해서 탄생한 앰프이지만 포터블 헤드파이 유저에게 최고의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배터리를 내장하지 않아서 별도의 보조 배터리를 연결해야 하지만 그 덕분에 가격대가 낮아져서 바쿤의 사운드를 최저가로 경험할 수 있는 최초의 제품이 됐습니다. CAP-1003도 보조 배터리와 엮어서 쓸 수 있으나, 크기가 훨씬 작고 무게가 아주 가벼운 VHA-5240은 DAP와 함께 묶어서 사용하기에 딱 좋습니다. 헤드폰보다 이어폰 사용이 더 많은 경우라면 더욱 좋고요.



그러면 이제 5240의 A, B, C 타입을 살펴봅시다.


*VHA-5240A



타입은 볼륨 장치가 있으며 스테레오 입출력과 좌우 채널이 분리된 입출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 스테레오 입출력으로 언밸런스 재생을 해도 되고, 좌우 채널이 분리된 헤드폰 출력에 별도의 케이블 액세서리를 더해서 밸런스 재생도 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좌우 3.5mm 출력을 한 개의 4.4mm 또는 2.5mm 커넥터로 변환해주는 Y 모양의 케이블인데, 코드 모조와 바쿤 VHA-5240A에서 사용됩니다. 그래서 5240 A 타입은 포터블 헤드파이를 추구하는 유저들에게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VHA-5240B



타입은 스테레오 입출력과 좌우 채널이 분리된 입출력이 모두 있으며, 볼륨 장치가 없어서 소스를 출력으로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항상 최대 볼륨 상태이므로 이어폰 헤드폰을 바로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헤드폰 앰프나 프리 앰프와 연결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A, C 타입을 선택하겠으나, 볼륨을 거치지 않는 B 타입은 음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므로 이미 보유 중인 헤드폰 앰프와 조합해서 놀라운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CAP-1003과 조합해봐도 소리의 정밀도와 중.저음 파워가 향상되어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외장 DAC와 CAP-1003의 사이에 VHA-5240B를 배치)


*VHA-5240C



타입은 볼륨 장치가 있으며 한 개의 스테레오 입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VR 헤드셋이 아닌 일반 오디오 감상에 맞춰진 것인데요. 케이스 아래쪽에 VR 헤드셋 밴드를 끼우는 부분이 없고 네 개의 발받침만 있어서 보조 배터리와 묶어둘 때 편합니다. (흠집 방지를 위해서 5240과 보조 배터리 사이에 작은 쿠션을 넣어두면 더 좋음) 현재 사용 중인 이어폰들이 대부분 3.5mm 커넥터를 쓴다면 C 타입이 좋을 것입니다. 저도 커스텀 이어폰들의 케이블이 한 개만 빼고 전부 3.5mm 규격이라서 C 타입을 선택했습니다. 5240은 이어폰에게는 소리가 매우 큰 헤드폰 앰프이기 때문에 언밸런스 연결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A, B 타입의 바닥면에는 VR 헤드셋의 밴드가 통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C 타입은 발받침 용도가 되는 네 개의 돌기가 있습니다."


VHA-5240은 라인 아웃 기능이 있는 DAP와 함께 사용하면 가장 좋습니다. 스마트폰에 DAC가 내장된 3.5mm 변환 케이블(일명 '꼬다리')을 끼워서 5240을 연결해도 되는데, 그 때는 스마트폰 볼륨을 90~100%까지 올려서 출력 전압을 확보합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DAP의 라인 아웃으로 연결했을 때보다 체감 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스텔앤컨 DAP는 1V / 2V 라인 아웃과 2V / 4V 라인 아웃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어폰으로 감상하겠다면 언밸런스 연결 기준으로 1V 출력 전압만 되어도 소리가 굉장히 큽니다. 2V / 4V 라인아웃은 대형 헤드폰 중에서도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제품을 구동할 때 선택하면 됩니다. 재생기의 출력 전압이 너무 높으면 소리의 위아래가 잘려 나가는 클리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참고 : 5240을 PC에 연결해둔 USB DAC의 아날로그 라인 아웃과 연결해서 써도 됩니다. 단, 이 때에도 PC USB 포트나 아웃렛이 아닌 보조 배터리로 5240을 켜야 전기 노이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VHA-5240으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중요한 필수 액세서리가 스테레오 케이블입니다. 재생기와 5240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선재와 쉴딩을 갖춘 고급형 스테레오 케이블일수록 소리 품질 확보에 유리합니다. 5만원 근처의 동선 미니 케이블도 충분하겠으나, VHA-5240의 소리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용할 것을 가정하여 10만원대 이상의 고급형으로 고르시길 권합니다. 특히, 5240에 10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 이어폰을 연결하겠다면 스테레오 케이블은 반드시! 좋은 것으로 장만해야 합니다. 앰프 쪽에서 더욱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인터커넥터 케이블이 소리의 해상도를 틀어막고 있다면 너무 아까울 것입니다.




SOUND



*에이징 효과에 대한 설명


동일한 제품을 여러 개 대여하면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제품 중에서 한 개만 계속 사용한 후 새 제품과 비교 청취하여 에이징(Aging) 효과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진동판의 에이징이 있고, 앰프에서는 내부 부품의 에이징이 있으며, 오디오 케이블에서도 선재의 에이징 효과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미세한 차이라서 꼭 챙길 필요는 없지만 에이징 완료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번인(Burn-in)을 별도로 진행함) 청취해본 사람들의 주관적 평균으로 통용되는 현상이 에이징이라고 하겠습니다. VHA-5240의 새것과 헌것(?)을 비교하면서 저도 확인했습니다. B 타입은 다른 헤드폰 앰프를 거쳐서 감상하니 일단 제외하고, C 타입을 한 달 넘게 사용하면서 A 타입은 청취 시간 30분 미만의 새것으로 유지해뒀습니다. 그리고 리뷰 원고를 정리하는 오늘, 오래 사용한 C 타입과 거의 새것인 A 타입을 비교 청취해보니 C 타입의 소리가 더욱 자연스러우며 질감이 매끄러운 느낌이 듭니다. 음색이 변하는 게 아니라 소리의 거친 느낌이 곱게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즉, VHA-5240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청각이 더욱 편안하고 소리가 맛나게 들리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다른 부품은 몰라도 콘덴서(커패시터)의 에이징 효과는 확실히 알려져 있습니다. 바쿤 개발자분이 직접 설명한 내용도 있는데, 예를 들면 OS-CON이 납땜을 한 후에는 임피던스가 올라갔다가 전기가 충분히 흐른 후부터 정상 수치로 내려감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OS-CON이 내장된 앰프나 DAP들은 제품 매뉴얼에서 최소 100시간의 에이징을 권장합니다. 전해질 콘덴서에서도 이 점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제품 개발에서는 정상 수치를 기준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에이징 완료 후의 소리가 개발자가 의도한 소리라는 뜻입니다.


"VHA-5240의 내부에도 다수의 콘덴서가 들어있습니다."


*같은 회로, 다른 부품, 그리고 17.9 nS의 속도


바쿤 CAP-1003과 VHA-5240은 같은 회로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두 제품의 사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회로의 부품이 다르게 되었습니다. CAP-1003은 음악 감상을 위해서 소리의 정밀도와 풍부함을 추구했고, VHA-5240은 VR용으로 개발하면서 정위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소리의 시간 정밀도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5240은 입출력 지연 시간이 17.9 나노초(nS)에 불과합니다. (1억 분의 1.79초)


"바쿤 개발자분이 공개한 측정 그래프. 우측 상단에 17.9 nS라는 수치가 보입니다."


CAP-1003과 VHA-5240을 비교 청취해보면 이러한 차이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1003은 고음을 선명하게 만들고 저음을 든든하게 보강하면서 음악적인 즐거움을 주는 반면, 5240은 소리의 밀도를 크게 높이고 잔향을 제거하면서 중.저음을 아주 굵게 보강해줍니다. 기본 특성은 정밀하고 깨끗한 소리인데 아날로그 오디오의 굉장히 강력한 중.저음을 더한 소리입니다. 그래서 5240으로 음악을 듣노라면 빈티지 진공관 앰프가 아닌 최신형 진공관 앰프의 소리가 떠오릅니다. 놀라울 정도로 힘이 좋고 따뜻한 소리인데 아주 깔끔하게 건조한 음색이 나온다는 말이죠. 한 편 섬세한 소리의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로서 음악의 아름다움과 미세한 뉘앙스에 강한 쪽은 1003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힘은 굉장하다


5240은 주로 이어폰에 사용되는 미니 헤드폰 앰프인데 소리가 굉장히 큰 편입니다. 게인(Gain) 증폭은 없지만 최대 출력이 33옴에서 378mW나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어폰들은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8~32옴 정도) 대형 헤드폰을 연결해도 볼륨 노브 12시나 1시 방향에서 쩌렁쩌렁 울릴 수 있습니다. (울리기 쉬운 오디지 LCD-X는 10~11시 방향) 커스텀 이어폰으로 듣겠다면 볼륨 노브를 9시 방향으로 낮춰둔 후에 재생합시다. 만약 12시 방향으로 두고 음악을 틀었다가는 귀청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원을 켠 후 볼륨 노브 9시 방향만 넘기면 좌우 밸런스가 틀어지지 않으니 드라이버 감도가 아주 높은 이어폰도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출력이 높은데 배경 노이즈가 하나도 없습니다. CAP-1003도 그렇지만 VHA-5240도 정적에 가까운 배경을 제공합니다.


*참고 : 5240을 다른 헤드폰 앰프와 비교 청취할 때는 오디지 LCD-X, 에티모틱 EVO를 주요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그 외의 이어폰으로는 64오디오 A3e, 엠파이어 이어스 브라바도, 얼티멋 이어스 UE5 Pro, 웨스톤 ES60 등의 커스텀 이어폰을 사용합니다.



*수백만원대 하이엔드 이어폰을 위한 헤드폰 앰프


요즘은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휴대용 헤드폰 앰프가 많습니다. 사용 편의성으로 본다면 USB DAC와 배터리를 내장한 20~30만원대 헤드폰 앰프가 VHA-5240보다 쓰기 편할 것입니다. 적어도 실리콘 밴드를 써서 보조 배터리와 묶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오로지 소리의 품질과 음악적 즐거움을 따진다면 5240은 미니 헤드폰 앰프계의 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제품이 처음부터 VR 앰프가 아니라 음악 감상용 헤드폰 앰프로 기획됐다면 훨씬 많이 생산되어서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었을 겁니다. 제 기준으로 볼 때, 비슷한 가격대의 휴대용 헤드폰 앰프들과 소리를 비교한다면 5240은 근원부터 크게 앞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급이 다르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봅니다. 이 물건의 리뷰 기간이 의도치 않게 길어져서(무려 2개월) 다른 리뷰로 사용 중이던 수백만원대 이어폰들도 연결해보았는데요. 소리 품질이 원래부터 수백만원대 하이엔드 이어폰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수 클래스 A 바쿤 앰프의 능력은 헤드폰 앰프를 처음 써보는 사람도 '응? 뭔가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즉, VHA-5240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이면서도 소리에 뚜렷한 영향을 줍니다. 음색을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 DAP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듣던 소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소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체감으로 볼 때 5240은 중.저음의 울림이 기준치(?)보다는 큰 편입니다. 그러므로 앰프에서 오로지 증폭만 원하며 소리 변화를 피하고 싶다면 5240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음악 감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앰프가 만드는 소리를 선호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각자 다른 소리 취향은 늘 고려해둬야 합니다.



그러면 이 쯤에서 5240의 주요 소리 특징을 정리해봅시다.


1) 앰프를 바꿨더니 소리 해상도가 올라가는 신비


고음이 극히 세밀하고 깨끗합니다.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에서 이 정도로 고음을 다듬어주는 것입니다. 덕분에 체감되는 소리 해상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듣는 이의 판단에 따라서는 고음이 약간 밝은 느낌일 수도 있겠습니다.


2) 중음이 왜 이렇게 두텁고 쫄깃한지?


중음의 선이 훨씬 두터워지며 더욱 가깝게 들립니다. 또한 밀도가 매우 높아서 질감이 대단히 곱습니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요, 헤드폰 종류에 따라서는 중음 전체가 대단히 끈끈하고 쫄깃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앰프 속에 러시아의 바이올리스트가 들어있는지 의심할 정도입니다.


3) 저음의 힘과 무게가 장난이 아님


저음이 높은 저음부터 초저음까지 전반적으로 크게 부풀어 있습니다. 앰프 자체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완전히 평평하지만, 이어폰 헤드폰으로 듣는 체감 사운드에서는 확실한 저음 보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음이 강조된 것이 아니라 저음의 본질적 힘과 무게가 늘어난 느낌인데요. 초저음의 명료한 레이어(Layer)가 귀 아래로 깔리는 경험도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음악 속의 악기 숫자가 늘어나고 연주 공간의 면적이 커질수록 저음의 웅장함도 커집니다. 그래서 청각의 즐거움을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더 많이 재생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4) 이어폰 헤드폰이 훨씬 커진 기분


힘이 좋습니다. 음압이 높아집니다. 고막을 누르는 물리적 압력이 강해집니다. 이 앰프를 사용할 때 감흥이 가장 큰 부분입니다. DAP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듣지 않고 헤드폰 앰프를 더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 '파워!'입니다. 바쿤 앰프들은 소리의 힘보다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VHA-5240은 그 중에서도 힘의 증폭 효과가 큰 물건입니다. 중음과 저음의 울림이 더욱 단단해지고 커지며 강해집니다. 5240에 연결하면 이어폰 헤드폰의 덩치가 두 배쯤 커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5) 정밀한 소리인데 포근한 인상


1억분의 1.79초는 5240의 측정 수치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적 수치이기도 합니다. 설계의 기본부터 스피드를 노리고 만들어졌으니 귀로 들리는 소리도 매우 빠르고 정교한 느낌을 줍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앰프들과 급이 다르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잔향이 깔끔하게 제거되어서 제법 건조한 음색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앰프보다 중립적인 음색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두터운 중.저음으로 인해 포근한 인상도 줍니다. 제가 최신형 진공관 앰프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클래스 A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전형적인 소리라고 해도 할 말은 없으나, 5240의 매우 정밀하면서도 힘차고 따뜻한 소리는 참으로 신선한 즐거움입니다.



*자신의 명확한 스타일을 지닌 헤드폰 앰프


아날로그 앰프들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은 회로 구조와 부품 등에 의해서 '증폭의 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의 내면에는 아직 과학으로 정의되지 못한 수많은 요소들이 숨겨져 있으며 인간의 청각은 그 요소들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증명은 되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어휘를 사용하여 한 제품의 소리를 묘사해도 근본적 공통점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바쿤 VHA-5240은 자신의 뚜렷한 증폭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생 속도의 지연을 최소화해서 극도로 빠르며, 왜곡과 잔향을 깔끔히 제거하여 마치 녹음실의 내부처럼 드라이하면서도 매우 깨끗한 음파를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진 클래스 A 전류 증폭 설계가 소리의 밀도를 크게 높이며 굵은 선과 힘을 지닌 중.저음으로 이어집니다. ■



*이 리뷰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 제공과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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