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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메제 ADVAR, 극한의 해상도와 냉철한 음악성의 화이트 워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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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은 고급형 이어폰. 메제 오디오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음악적인 소리를 발견하는 순간, 귀 속이 얼어붙으면서 화이트 워커의 냉기 속성을 경험한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루마니아의 작은 스타트업 회사였던 메제 오디오(Meze Audio)는 현재 하이엔드 헤드폰의 월드 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명해졌다. 중요한 기술 개발자와 디자이너 여러 사람이 모여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안토니오 메제씨는 회사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한 탓에 자기 혼자만 유명해져서 후회(?)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메제씨가 지닌 제품 디자인 실력, 제품 컨셉의 기획력, 신기술 섭외 능력이 메제 오디오를 크게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순서대로 본다면 먼저 새로운 소재와 기술부터 확보한 후 기본 컨셉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독특하고도 미려한 디자인을 그려내는 모양이다. 그래서 '메제씨의 메제 오디오'가 뭔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면 반드시 색다른 사건이 터진다. 헤드폰에서는 뭐... 말이 필요없는 엠피리언이나 엘리트 같은 제품이 있고... 이어폰의 경우는 라이 펜타와 라이 솔로가 충격의 2연타를 날려준 바가 있다.


(Meze Audio RAI Penta)


(Meze Audio RAI Solo)


이번에 출시되는 메제씨의 새 이어폰 'ADVAR'는 겁나게 좋지만 비싼 라이 펜타, 가격대 성능비가 완전 좋은 라이 솔로의 중간에 자리 잡는다. 라이(RAI)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소리를 지닌 ADVAR를 쫑긋쫑긋한 심정으로 소개한다. 이게 한글 표기로는 '아드바르'라고 하는 모양인데, 많은 사람들이 ADVAR를 보고 애드바, 아드바, 애드바르, 이런 식으로 혼란스럽게 써댈 테니 본인은 그냥 알파벳으로 표기하겠다.



ADVAR라는 것은 루마니아의 신성한 부적이며 착용한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RPG에서 나오는 '모든 능력치 향상 어뮬렛'을 떠올리면 되겠다. (아님) 소리에 대해서는 메제 오디오의 ADVAR 소개 페이지를 먼저 살펴보았는데,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따뜻한 음색과 비단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추구했다는 듯하다. 그러나 직접 제품을 받아서 소리를 들어본 후 본인이 떠올린 생각은 많이 달랐다.


1) 극한의 해상도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접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극한적 사례


2) 냉철한 음악성

샤프하고 정밀하며 밝은 음색 + V 사운드로 만들어낸 웅장한 저음과 확장된 공간


3) 화이트 워커 (??)

깨끗하고 차가운 소리가 강렬해서 듣는 순간 얼어버릴 듯한 기분


이 이어폰을 착용하면 유저의 음악 감상 능력치가 모두 향상되며 고해상도의 냉기 속성까지 받게 된다. 모든 능력치 향상 어뮬렛인데 표면에 왠지 서리가 내려있으며 지속적으로 한기를 뿜는 유니크 아이템이다. 제품 컨셉과는 관계 없지만 오로지 분위기만 생각해본다면 ADVAR의 소리는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 세계에서 눈보라 속 화이트 워커(White Walker)와 마주치는 듯한 경험을 준다. 저음이 풍부하게 강조되어 있어서 포근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고음을 말하기 시작하면 결론이 달라진다.



*참고 : 본인은 현재 40대 초반인데 여전히 고음에 예민한 편이다. 혹시 자신이 듣기에 젠하이저 IE800의 고음이 적당히 선명한 수준이라면 ADVAR의 고음도 적당할 것이다. 두 이어폰의 고음 레벨이 같다는 게 아니라, 청취자의 고음 감도 수준이 대충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뜻이다. 본인에게는 ADVAR가 '웅장한 저음을 지닌 화이트 워커'였지만, 여러분에게는 '음의 결이 곱고 저음이 든든한 올라운더 이어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보다 ADVAR의 고음이 강조되어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참고 2 : 화이트 워커의 사진은 무서우니까 올리지 않겠다. 꽁꽁 얼어있고 겁나게 강력한 유니크몹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아님)


일단은 패키지 박스, 디자인, 구성품을 살펴보며 본인의 두뇌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한다.



너무도 탐나는 메제표 MMCX 분리 도구



ADVAR가 루마니아 부적 이름이라는 점은 이미 언급했다. 그런데 제품의 박스에서도 루마니아 전통이 드러날 줄은 몰랐다. 이 문양은 마라무레슈(Maramures) 지역의 숲에서 유래했으며 대대로 이어져온 전통 표식이라고 한다. 문양의 테두리 부분은 루마니아 사람들의 민속 춤 '호라(Hora)'를 상징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어폰 ADVAR는 루마니아에서 생산된다.



박스 속에는 좌우 이어폰 유닛과 지퍼 방식의 하드 케이스가 들어 있다. 라이 시리즈에서 보았던 그 케이스인데 그 안에는 은빛의 기본 케이블과 이어폰 청소 도구가 있으며 파이널 E 이어팁 5쌍, MMCX 커넥터 분리 도구가 포함된다.



*주의 : 반드시! 파이널 E팁 다섯 쌍을 모두 착용해보자! 보통은 중간 사이즈가 맞겠지만 어느 쪽이든 아주 웅장한 저음이 들려야만 착용이 잘 된 것이다. ADVAR는 고음 강조가 있어서 이어팁이 조금만 헐렁해도 청각 자극을 느끼기 쉽다. 이어팁이 딱 맞으면 그 때부터 든든한 저음과 선명한 고음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ADVAR의 오너는 한 가지 특별 혜택을 받게 된다. 메제 오디오에서 디자인한 MMCX 커넥터 분리 도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MMCX 커넥터는 단 한 개의 핀을 스냅 방식으로 탈착하기 때문에 조금만 헐렁해져도 플러그가 회전하면서 접촉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단단히 결합하도록 커넥터를 설계하게 되는데, 그러면 유저들이 손으로 케이블을 분리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 때 필요한 것이 MMCX 커넥터와 플러그 사이를 벌려주는 작은 도구다. 플라스틱이든 금속이든 작은 집게 모양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메제 오디오는 바로 이 도구를 '제대로' 만들어냈다. 플라스틱 집게 부분이 커넥터 분리를 해주며, 집게를 쉽게 쥘 수 있도록 금속 소재의 그립을 추가했다. 또한 열쇠 고리용의 금속 링이 달려 있어서 휴대도 편리하다. ADVAR의 MMCX 커넥터는 장력이 강하고 튼튼해서 쉽게 회전하지 않으며, 분리할 때는 기본 포함되는 도구로 간단히 분리할 수 있다. 개인적 희망 사항이지만 메제 오디오에서 이 분리 도구를 별도 판매해줬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이 물건을 직접 사용해보면 하도 편해서 당장 구입하고 싶어질 것이라 장담한다. MMCX 커넥터 분리 때문에 핫핑크 고무 장갑을 착용해야 했던 쓰라린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ADVAR의 기본 케이블은 라이 펜타와 동일한 은 도금 동선 케이블이다. MMCX 커넥터와 3.5mm 플러그 규격인데, 이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하면 가격이 2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ADVAR의 출시 기념품으로 2.5mm 밸런스 케이블을 준다고 하니 참조해두자. (한정 수량) 아스텔앤컨 DAP는 물론 요즘 나오는 DAC 헤드폰 앰프들도 2.5mm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은품을 챙겨두는 게 좋겠다.



ADVAR의 이어폰 유닛 디자인은 사람의 귓바퀴 구조를 완전히 파악한 듯한 모습이다. 귓구멍에 살짝 걸치기만 해도 귀 속으로 푹 들어가며 모든 부분이 곡선이라서 매우 편안하다. 하우징 바깥쪽의 중앙에 한 개의 벤트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냥 구멍만 뚫어둔 것이 아니라 안쪽에 댐핑 소재가 있으며 벤트의 주변 부위를 움푹하게 만들어서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이 설계는 ADVAR의 사운드 튜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또한 소음 차단이 상당히 좋아서 이어폰을 착용하기만 해도 주변이 더 조용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 제품의 하우징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며 사출 성형 방식으로 제작한 후 CNC 공정으로 마감하여 완성된다. 그 후 블랙 크롬을 도금하여 흑진주 같은 광택과 색감을 냈다. 이어폰 하우징의 크기는 작지만 무게가 제법 묵직하며 세부 완성도가 매우 높다. 고급형 이어폰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ADVAR를 손에 들고 살펴보면 꽤 비싼 물건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리고 순수 금속제 이어폰의 기본 주의 사항을 확인해두자. ADVAR를 다룰 때에는 좌우 유닛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고, 케이스에 수납할 때는 좌우 유닛을 따로 담아주는 파우치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이를 테면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Mesh Bag이나 반누이스의 VD941 같은 제품이 있다.




SOUND



Driver : 10.2mm Dynamic driver

Frequency Range : 10 Hz - 30 kHz

Impedance : 31 ohm

SPL : 111dB/mW

Distortion : <1% at 1kHz


메제 ADVAR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이어폰이지만 헤드폰 앰프의 긍정적 효과도 매우 큰 편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대부분 그러하듯) ADVAR의 드라이버 감도 수치가 111dB나 되기 때문에 전기 냄새만 맡아도 구동될 듯하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 연결에서 볼륨을 더 올려줘야 한다. 그만큼 재생기와 앰프의 화이트 노이즈를 강조하지 않아서 배경이 더 고요해진다. 이처럼 구동하기 쉬운 편이지만 너무 민감하지는 않은 수준을 본인은 '적당한 감도'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ADVAR에서는 DAP나 헤드폰 앰프의 밸런스 커넥션을 적극 권장하겠다.


*시작부터 청각을 휘어잡는 쨍한 소리


처음부터 짜릿하고 선명한 고음을 감지하게 된다. 청음 매장에서 첫 감상부터 쨍한 소리로 놀라게 만드는 종류의 이어폰이다. 20시간 이상 사용한 후에도 이 고음 특성은 변하지 않았다. 이어팁을 컴플라이 폼팁이나 다른 회사의 더블팁으로 바꿔봐도 강조된 고음이 거의 그대로다. 고음 영역을 넓게 본다면 라이 솔로, 라이 펜타보다 조금 약할 수 있겠지만 ADVAR의 고음은 특정 부분 몇 개를 골라서 뾰족하게 강조해둔 점이 다르다. 낮은 고음의 일부, 초고음의 일부 - 이런 식으로 의도적인 피크(Peak)를 추가한 듯하다. 기본 케이블을 동선으로 바꾸면 밝은 고음이 조금 누그러지지만 결국 소리 해상도가 깎이므로 권장하지는 않겠다. 타 브랜드의 커스텀 케이블로 바꾸기 전에 메제 오디오 개발자가 의도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 기본 케이블로 꾸준히 감상해보자.


ADVAR처럼 주파수 응답 형태의 변화폭이 큰 이어폰은 재생기의 소리 성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아스텔앤컨 DAP에서는 ADVAR가 '샤프하고 정밀하지만 중립적 음색의 저음 강조형 이어폰'이 될 수 있으며,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서는 '저음 강조가 있으나 아주 차갑고 밝은 음색의 이어폰'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옛날 기기인 애플 아이팟 클래식의 헤드폰잭에서 들어보면 고음의 밝은 기운이 많이 없어져서 담백한(!) 음색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가능한 많은 수의 재생기와 헤드폰 앰프를 투입해서 청취해본 후 그 평균값으로 감상문을 쓴다.



*고해상도에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V 사운드. 또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된 U 사운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고음과 저음이 강한 만큼 중음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들려서 보컬과 현악기의 선이 가늘게 되지만,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입체감을 살리는 데는 유리한 고전적 튜닝 기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메제 오디오의 변수'가 추가된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최대한의 해상도를 내기 위해 전적으로 사운드 튜닝을 한 모양이다. 제품 소개서에서는 다소 추상적인 음악적 경험을 말하고 있으나, 그 음악적 경험이라는 것은 '극한의 투명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듯하다. 본인이 듣기에 이것은... 고해상도를 위해서 고음과 중음을 과감하게 조절한 소리다. 소리의 투명성을 조금이라도 가릴 만한 것은 모조리 제거한 후, 한 단계 더 투명하게 들리도록 고음 강조까지 더했다. 드라이버에서부터 고음이 잘 나오도록 만든 다음 필터의 밀도를 낮추었을 수도 있다. 또한 금속으로 된 노즐도 고음의 선명도 향상에 기여한다.


그래서 소스 품질에 더욱 까다롭다. 음악 파일과 재생기 쪽에서 고음을 거칠게 낸다면 ADVAR에서는 거친 질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품질의 음악 파일과 고해상도 DAP를 사용할 때 그 잠재력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ADVAR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정밀하고 깨끗한 고음을 느끼고 싶다면 정밀한 소리 성향의 기기와 연결해보자.



*투명한 크리스탈 같은 중음


즉, 소리 정밀도가 높은 기기를 사용한다면 ADVAR는 그야말로 투명한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청각 자극이 되기 직전까지 고음의 피크를 만들고 중음을 조정했는데, 그 결과 고.중음의 해상도를 가리는 장막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중음을 그리 낮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음이 더 강조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고음에 청각이 더 쏠릴 뿐, ADVAR의 중음은 축소되지 않았으며 특유의 영롱한 울림을 갖고 있다. 피아노 독주를 들으면 소리에서 분명한 거리를 느끼지만 정말 이렇게도 투명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게 된다. 칠흑의 배경 속에서 몇 미터 떨어진 피아노로부터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건반음이 들려온다. 낮은 중음은 오히려 조금 강조되어 있어서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의 아랫 부분을 든든하게 만든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가 더욱 맑고 깊게 울리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묵직한 초저음, 웅장한 규모와 공간


고막을 묵직하게 누르는 초저음이 있다. 파이널 E 이어팁의 사이즈만 잘 맞는다면 귀 아래쪽으로 웅웅~하고 울리는 진동을 느낄 것이다. ADVAR의 저음은 '높은 저음의 단단한 펀치'와 '진동하는 초저음의 레이어(Layer)'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특히,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면 저음의 타격과 초저음 진동이 더욱 강해지므로 한 번쯤은 덩치 큰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보기를 권한다. (ADVAR의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31옴이므로 대부분의 헤드폰 앰프에서 최대급 출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저음 특성에 더해서, 하우징의 벤트가 좌우로 넓은 공간을 연출한다. 머리의 양쪽 바깥으로 공기가 퍼지면서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물리적으로 넓어지는 현상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는 개방형 이어폰의 기분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소음 차단은 잘 된다!) 계속 언급 중인 고음도 ADVAR의 개성이지만 라이 솔로, 라이 펜타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공기 흐름으로 만들어지는 공간감과 개방감이 되겠다. 이후에 혹시 라이 펜타보다 비싼 메제 이어폰이 나온다면 이 벤트 설계가 한 번 더 응용될 듯하다. 이어폰에서 대형 헤드폰 느낌을 내기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수많은 이어폰 중에서 두꺼운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은 공통적으로 저음과 초저음에서 특유의 연기(Smoke) 같은 울림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저음의 끝이 흩어지지는 않는데 초저음이 깊이 울릴 때마다 하우징 내부에서 구름 같은 공기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심리적 공간감을 향상시키는데,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콘서트홀 내부의 울림을 연출하기 때문에 매우 큰 장점이 된다. 그런데 고.중음 영역에서는 잔향이 하나도 없다. 재생기가 아니라 이어폰에서 적막한 배경을 만드는 것이다.



*IE800의 하드코어 버전?


제품 사양에서는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가 1% 미만이라서 꽤 높아 보인다. (요즘 고가 이어폰들은 0.1% 미만이 많음) 그러나 실제 감상에서는 매우 정밀하고 빠른 응답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일렉트로닉을 들으면 전자음을 촘촘하게 쪼개는 듯한 '소리 분해 능력'에 놀란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답게 밀도가 아주 높은 소리이기도 하다. 즉, 이 물건은 오랫동안 편안히 듣는 종류의 이어폰이 아니다. 짜릿한 선명도의 고음과 강력한 저음으로 스릴을 즐기게 한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젠하이저 IE800의 고해상도와 V 사운드인데 ADVAR는 더욱 하드코어한 버전 같다. (IE800S 아님) 이 하드코어라는 표현에는 냉철함과 분석적 성향도 포함된다. 저음이 풍부하게 강조되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차갑고 시원한 소리다.


*라이 솔로, 라이 펜타와는 어떻게 다른가


개인적 기준으로 볼 때 라이 솔로, 라이 펜타는 소리 선이 매우 굵은 밸런스형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제품은 드라이버 종류가 다르지만 기본적 사운드 시그니처를 공유한다. 그러나 ADVAR는 라이 시리즈와 많이 다른 방향의 이어폰이다. 가격대로는 라이 솔로와 펜타의 중간에 있으나 실제 구매에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소리'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혹시 라이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거나 청취해봤다면 다음 항목에서 ADVAR의 차이점을 검토해주시기 바란다.


1) ADVAR는 고.중음의 선이 가늘다. 섬세하고 현란한 인상을 준다.

라이 솔로, 라이 펜타는 소리 선이 아주 굵다.


2) ADVAR는 저음과 초저음이 더 강조되어 있다. 저음만 본다면 영화 감상용 이어폰에 가깝다.

라이 솔로, 라이 펜타는 고.중.저음의 균형을 추구하는 편이다.


3) ADVAR는 음색이 밝다.

라이 솔로도 상당히 밝은 음색이지만 ADVAR는 그보다 밝고 샤프한 고음을 낸다.



*이어폰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


이 제품은 딱히 음악 장르를 가리지는 않으나 두 가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1) 음반 제작의 방식

음반을 만드는 사람이 큰 소리와 박력을 추구할 때 초고음과 초저음의 클리핑(잘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팝 장르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는데, ADVAR의 인정사정 없는 고해상도 드라이버는 고음의 클리핑을 그대로 들려주므로 상당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음반의 레코딩 및 마스터링 품질이 좋아야만 ADVAR 감상이 즐거워질 것이다.


2) 감성 효과의 배제

: ADVAR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음악적 재미를 위해서 주물러져 있으나 소리 성향은 매우 냉철하고 분석적이다. 빈티지 오디오의 감성적 소리와는 정반대이므로 옛날에 녹음된 음반들은 피하는 편이 좋겠다.


이어폰 자체가 겨울이다.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Winter is coming이다. 음악 속에서 조금이라도 고음이 나오면 귀 속의 기온이 낮아진다. 한 편 저음에도 온도가 있으니 이 점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ADVAR의 저음은 아주 크고 깊은 울림과 공기 흐름이 포근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본인의 생각에는 온도가 없다. 풍만하게 부푼 따뜻함도 아니고 너무 단단하게 굳은 상태도 아니다. 온도 개념이 없는 진짜 진동으로서의 저음인 것이다. 그 바탕에서 살벌한 해상도와 차갑고 밝은 고음의 바람이 불어오니 그야말로 화이트 워커의 박력을 느낄 수 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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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수집가푸우 무선수집가푸우님 포함 1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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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이미지샷이랑 실물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실물은 뜨레첸토 21이랑 비스므리한 디자인이라 왠지 좀 뽐이 가라앉는군요.

10:00
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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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RAI PENTA를 썼던 입장에서 매우 기대되는 제품이군요. 리뷰 잘봤습니다

12:54
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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