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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스마트폰 연결이 자유로운 포타 프로, KPH40, KEB90 -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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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명작! 코스의 클래식 헤드폰들이 USB-C, 라이트닝 연결을 지원하게 됐다. 케이블 교체형으로 진화한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Koss Utility Series)를 살펴보자."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한 때 독자 여러분으로부터 희귀한 옛날 헤드폰들을 빌려서 후기를 썼던 적이 있다. 오로지 호기심으로 이뤄진 활동이었는데, 숫자는 많지 않으나 제품 리스트의 파워는 굉장하다. 뱅앤올룹슨 U70, 산수이 SS-100, 젠하이저 HD540 레퍼런스 골드, 마란츠 SE-1 & EE-1, AKG K1000 등으로, 국내의 극소수 헤드폰 컬렉터들이 소장 중인 제품을 1~2주 이상 사용해보고 감상문을 쓴 것이다. 그 때의 청각 경험을 잠시 떠올려본다. 조셉 그라도의 HP-1은 고해상도 모니터링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다른 빈티지 헤드폰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소리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옛날 고급 헤드폰들의 소리를 추억해보면 요즘 헤드폰들이 얼마나 샤프하고 강한 소리로 바뀌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요즘 헤드폰들의 소리가 쨍하고 쎈 이유는 드라이버 성능이 크게 올라가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최신형의 비싼 헤드폰일수록 왜곡율을 낮춰서 소리의 잔향이 없어지니 음색이 건조한 느낌도 든다. 현대의 헤드폰 시장은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와 마찬가지로 격렬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그러한 헤드폰들의 마케팅에서는 소리 전달의 성능을 어필하는 사양과 숫자가 필요할 것이다. 더욱 정밀하고 왜곡 없는 소리를 만들어야 하이엔드 그룹에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요즘 하이엔드 헤드폰 중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추구하는 제품이 존재한다. 그래도 빈티지 헤드폰들과 비교한다면 드라이 사운드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볼 때, 빈티지 헤드폰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원하는 이들에게 '천사'처럼 다가오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전통 헤드폰 회사인 '코스(Koss)'다. 전통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코스가 시작부터 현재까지 헤드폰 분야만 다루고 있으며 거의 40년에 이르는 스테디셀러 모델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천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스테디셀러 모델이 아주 저렴해서다. 코스의 역사적 헤드폰 '포타 프로(Porta Pro)'는 2022년 현재에도 50달러이며 국내에서는 정식 수입품을 6.1만원으로 살 수 있다. 아주 작은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여 가격이 비싼 그라도(Grado)와 달리, 코스는 간결하고 단순한 구조의 헤드폰을 대량 생산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의 자비를 베풀고 있다.



사실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글을 찾아서 읽는 여러분이라면 코스 포타 프로를 잘 아실 것이다. 그리고 헤드폰을 잘 모르는 여러분이라도 포타 프로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확률이 높다. 이 작고 가벼운 개방형 온이어 헤드폰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요구 때문에 단종 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제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서 점점 진화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아직 국내에서 판매되지는 않으나 포타 프로, KSC35 등의 클래식 모델을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만든 모델도 있다. 오늘 살펴볼 제품 세 개는 포타 프로, KPH40, KEB90을 스마트폰에 자유로이 연결할 수 있도록 케이블 교체형으로 개발한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가 되겠다. 대표적 헤드폰인 '포타 프로 유틸리티', 더욱 경량이고 쓰기 편한 헤드폰 'KPH40 유틸리티'가 있으며 'KEB90 유틸리티'는 새로운 커널형 이어폰이다. 이들은 Y-스플릿 부분에 2.5mm 커넥터가 있어서 3.5mm, USB-C, 라이트닝의 세 가지 유틸리티 시리즈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





미래의 시기에 만나는 빈티지 헤드폰의 소리


코스 헤드폰들은 오랫동안 소규모 업체의 병행 수입으로만 구입하는 아이템이었다. 그 후 2015년 중반에 국내 딜러가 정식으로 채택됐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언제든지 코스 헤드폰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많은 코스 애호가들에게 절실한 액세서리인 포타 프로 이어패드도 정식 판매 중이다. 본인은 2014년 3월에 포타 프로 25주년 기념판과 KSC35를 구입했고 2015년 6월에 KSC75를 사서 지금도 사용 중이다. 이번에 대여한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와 직접 쓰고 있는 코스 3종을 비교 청취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의 소리와 현대의 소리는 지향점이 다르다. 빈티지 헤드폰들은 소리의 정밀함보다는 든든한 힘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면이 있다. 코스 헤드폰들은 고해상도 DAP 이전이 아니라 CD 플레이어 이전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시대에 탄생한 제품이다. 코스에서 기록하는 포타 프로의 출시 연도는 1984년이므로 2022년 올해로 무려 38년이나 된다. (*포타 프로의 원형인 KSP, Koss Sound Partner는 1981년에 공개됐음) 요즘 나오는 고해상도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에서도 감성적 충족을 찾지 못할 때 코스 클래식 헤드폰이 큰 만족을 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포타 프로에서 시작된 '드라이버의 특징'에 있다.



이 회사도 Pro4S, SP540, SP330 등의 신형 헤드폰을 개발했으니 모델의 구분이 필요하겠다. 코스의 '클래식 헤드폰'은 포타 프로, KSC 시리즈, KPH 시리즈 등이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같은 드라이버를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어컵 디자인을 밀폐형으로 만들거나 진동판에 티타늄 코팅을 하는 등의 변수도 있으나, 코스가 옛날에 개발했던 클래식 헤드폰들은 거의 같은 드라이버를 쓴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이버가 아주 좋다. 사실상 이 드라이버 하나 때문에 포타 프로와 코스의 40년 전통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 클래식 헤드폰들의 드라이버는 고음과 저음이 완만하게 강조되어 있으며, 딥(Dip)이 없는 깨끗한 주파수 응답 형태를 보인다. 하만 타겟과 비교해봐도 은근히 잘 맞춰진 모습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이 드라이버가 만들어진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다. 측정 장비보다도 사람의 귀가 훨씬 중요한 시기였을 것이고, 개발 환경도 지금보다는 열악했을 터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좋은 소리를 내는 고품질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나왔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Koss Porta Pro 25th Anniversary)


포타 프로, KSC, KPH 시리즈는 모두 동일한 드라이버를 활용하되, 헤드폰 모델마다 조금씩 다른 튜닝을 적용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감상해보면 각 모델마다 소리가 모두 다르다. 이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느 제품이든 포타 프로에서 나온 드라이버를 탑재한 코스 헤드폰들은 근본 음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스 클래식 헤드폰을 사고 싶다면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에 맞춰서 제품 형태만 골라도 괜찮을 것이다. 폴딩이 되며 외모가 준수한 헤드폰을 원한다면 포타 프로, 더욱 가볍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생활용 헤드폰이라면 KPH40, 아예 머리를 건드리지 않도록 클립형 헤드폰을 쓰고 싶다면 KSC75 - 이런 식이다. 소리를 더 중시해서 선택하겠다면...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 리뷰의 소리 감상문을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Koss KSC75)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 제품은 KSC35이다. 고음이 선명하지만 약간 어두운 음색이고 저음이 든든하지만 포타 프로보다는 저음 강조가 적은 클립형 헤드폰이다. KSC35의 드라이버 진동판에 티타늄 코팅을 하고 귀걸이 부분의 디자인을 개선한 KSC75도 좋지만, KSC35보다는 음색이 더 밝고 중음이 가늘게 들려서 2순위로 두고 있다. 그래서 오디오 감상에는 KSC35, 게이밍과 영화에서는 KSC75로 역할 분담을 한다.


(Koss KSC35)


포타 프로는 옛날에도 저음의 대명사였고, 현재에도 '따뜻한 저음형 헤드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KSC 시리즈처럼 선명한 고음을 지녔지만 낮은 중음과 저음이 더욱 강해서 아주 포근한 느낌을 준다. KPH40 유틸리티와 비교한다면 포타 프로 유틸리티의 드라이버 감도가 더 높아서 큰 소리를 내며, KPH40의 소리에는 조금 거칠고도 시원한 '낮은 고음의 강조'가 있다. 즉, 포타 프로처럼 든든하고 강한 저음 펀치를 누리면서 짜릿한 고음을 듣고 싶다면 KPH40 유틸리티도 좋은 선택이다.



코스의 이어폰들은 완전히 별개라고 할 수 있다. 제품마다 소리가 많이 달라서 새로 나올 때마다 어떤 느낌을 줄지 예측할 수가 없다. 대표적인 로우 파이(Lo-Fi) 저음형 이어폰 '더 플러그(The Plug)'가 있지만, 그 이후의 코스 이어폰들은 각자 다른 소리를 내므로 선택에서 약간의 도박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KEB90 유틸리티는 고음이 샤프하고 저음이 강한 V 사운드 이어폰이라고 해두겠다.




스마트폰 종류에 따라서 케이블을 바꾼다


현재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는 포타 프로 유틸리티, KPH40 유틸리티, KEB90 유틸리티로 세 가지가 있다. 이 제품들은 얇은 플랫 케이블을 사용하며, 좌우 케이블이 갈라지는 Y-스플릿 파트가 2.5mm Female 커넥터로 되어 있어서 세 가지의 유틸리티 시리즈 케이블과 호환된다. 스마트폰의 종류에 따라서 USB-C 케이블, 라이트닝 케이블, 3.5mm 케이블로 교체하며 연결하는 것이다. 포타 프로, KPH40, KEB90 유틸리티는 모두 3.5mm 케이블이 기본 포함되어 있고 USB-C, 라이트닝 케이블은 별도 판매한다.



USB-C 케이블은 96kHz / 24bit까지 지원하는 DAC를 내장했으며 라이트닝 케이블은 애플 MFi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둘 다 음색 특징이 없어서 코스 제품들의 고유한 소리를 들려주며, 일반적 음악 감상에 적합한 수준의 해상도를 지니고 있다. 코스 헤드폰들의 소리를 급격히 좋게 만들어주는 '앰프'의 역할은 거의 없는 듯하다. 디지털 연결용의 코스 유틸리티 시리즈 케이블은 다양한 스마트폰과 연결하기 위한 액세서리로 생각하면 좋겠다.



*참고 : 코스의 클래식 헤드폰들은 소리 잠재력이 아주 크기 때문에 고출력 헤드폰 앰프의 효과를 톡톡히 받는다. 혹시 수백 만원대 헤드파이 시스템을 굴리고 있다면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 코스 헤드폰을 연결하여 신선한 충격을 경험해보자.


유틸리티 시리즈 케이블은 헤드폰과 연결하는 2.5mm 플러그의 아래에 3버튼 리모컨을 갖추고 있다. 이 리모컨의 큼직한 버튼을 눌러서 음악 재생과 통화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리모컨의 뒤쪽에는 마이크가 있어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다. (*구조 상 마이크와 얼굴의 거리가 멀어지므로 리모컨을 들고 통화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는데, Y-스플릿 파트의 2.5mm 커넥터와 스마트폰 활용을 위한 3 버튼 리모컨까지 더해져서 케이블의 전체 무게가 꽤 나온다. 포타 프로, KPH40 같은 헤드폰에서는 불편하지 않으나 이어폰 KEB90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이어팁이 조금만 헐렁해도 귀에서 빠지게 되므로 천천히 걷거나 자리에 앉아서 듣기를 권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코스 유틸리티 이어폰 헤드폰 3종을 하나씩 살펴보자.



포타 프로 유틸리티 (Porta Pro Utility)



포타 프로와 포타 프로 유틸리티는 동일한 포타 프로이지만, 외관에서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포타 프로 유틸리티의 플라스틱 프레임은 반투명 검정색이라서 내부가 훤히 보인다. 그리고 이어컵 부분에는 좌우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빨강색과 파랑색으로 구분해뒀다. 개인마다 다른 느낌이 들겠지만 빨파 조합이 생각보다 눈에 잘 띄는 편이라서 취향을 탈 듯하다. 요즘 헤드폰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빈티지 디자인임은 분명하다.



자세히 보면 이어컵 표면의 형상이 기본형 포타 프로와 조금 다르다. 포타 프로 유틸리티의 드라이버 하우징은 공기 구멍이 더 크며 형태가 유선형으로 다듬어져 있다. 소리 변화를 만들 정도의 차이가 아닐 수도 있으나, 실제 청취에서는 포타 프로 유틸리티의 저음이 살짝쿵 더 크고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 점은 KPH40 유틸리티에도 적용된다. '클립 대신 헤드밴드를 장착한 KSC35'라고 들었으나, KPH40 유틸리티는 포타 프로 유틸리티와 동일한 신형의 이어컵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장력이 강한 헤드밴드가 이어패드를 밀착시켜주므로 KSC35보다 저음이 더 많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저음의 강도는 포타 프로 유틸리티 > KPH40 유틸리티 > KSC35의 순서가 된다.



포타 프로의 디자인은 가히 혁신적이며 38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세련된 타임리스 디자인이다. 솜으로 된 이어패드의 온이어(On-ear) 헤드폰이며 개방형 구조인데, 헤드밴드 압력을 분산해주는 쿠션이 또 하나 있다. 이 쿠션 파트에는 이어컵을 안으로 접을 수 있는 힌지가 있으며 힌지에 스프링 슬라이더가 있어서 이어패드가 귓바퀴를 누르는 압력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금속 헤드밴드의 형상 기억 특성을 활용해서 헤드폰 전체를 아주 작게 접어둘 수도 있으니... 보면 볼수록 놀라운 제품 디자인 사례가 되겠다.


"포타 프로 유틸리티에는 휴대용 파우치가 기본 포함된다."


포타 프로는 가볍고 편안해서 생활 속의 다양한 용도에 투입된다. (업무, 운동, 학습 등) 헤드밴드가 매우 얇아서 헤어 스타일을 망치지도 않는다. 아주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헤드폰이 잘 생겨서 패션 액세서리로 착용해도 될 정도다. 또한 헤드밴드 길이의 조절 폭이 커서 어린 아이의 머리부터 아빠의 대두까지 전부 호환된다. 가격 부담이 없어서 학생들도 용돈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팔려나갈 만하다. 다만, 개방형 헤드폰이므로 소음 많은 장소에서 쓰기가 어려울 뿐이다.



"고음이 선명하지만 자극 없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깊고 강한 저음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주 포근한 음색이다."


이 제품은 코스 클래식 헤드폰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포타 프로의 드라이버로부터 클립형 헤드폰 KSC 시리즈와 다양한 KPH 시리즈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리 특성 측면에서도 포타 프로는 창립자 '존 C. 코스(John C. Koss)'씨가 원했던 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재즈 음악가들과 친했던 그의 성격을 떠올리면 포타 프로의 자연스럽고도 편안하며 고음이 선명하면서도 저음이 아주 포근한 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에도 끼워지던 헤드폰이므로, 요즘의 고해상도 디지털 오디오와는 사뭇 다른 빈티지 오디오의 음색을 포타 프로에서도 느끼게 된다.


드라이버 자체의 소리 해상도는 높지 않으나 사람의 청각을 편안하게 만드는 짝수 배음 같은 잔향이 있다.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저음이 낮은 중음을 가릴 때도 있지만 낮은 중음의 두툼한 선이 보컬과 현악기에 살을 듬뿍 붙여주니 만족감이 더욱 커진다. 또한, 낮은 고음(높은 중음)을 조금 낮춰서 자극을 줄이되 더 높은 고음은 살짝 강조해서 드럼의 하이햇 소리가 듣기 좋도록 만들어놓았다. 즉, 포타 프로의 재즈를 한 곡 들어보면 이 헤드폰의 존재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포타 프로를 재즈 전용 헤드폰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기준에서 본다면 이 소리는 하만 타겟 곡선에 제법 가까운 편이다. 귀에 밀착되지 않으며 스폰지 이어패드를 쓰는 탓에 초저음이 약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알맞은 고음 강조가 있으며 낮은 중음부터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커다란 저음이 라우드 스피커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저음에서 한없는 따뜻함을 느끼지만 그 외에는 음색 특징이 거의 없다. 저음형의 올라운더(All-rounder) 헤드폰이며, 아주 작은 온이어 타입이지만 음악을 듣노라면 풀 사이즈 개방형 헤드폰으로 듣는 듯한 공간과 규모를 연출한다.



포타 프로는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헤드폰 애호가들의 칭송을 받아온 '리얼 클래식 헤드폰'이다. 이어패드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나 매니아들은 포타 프로의 케이블을 직접 납땜질해서 업그레이드한 후 인티 앰프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듣는다. 그 이유는 수많은 하이엔드 헤드폰들에서도 찾을 수 없는 포타 프로 만의 감성적 소리일 것이다. 누구나 쉽게 구입해서 편하게 쓸 수 있는데, 드라이버가 원래부터 클래식 명품(!)이라서 진지한 오디오 감상에도 잘 어울린다.



드라이버 임피던스 60옴의 선택도 신의 한 수라고 하겠다. 빈티지 인티 앰프와 연결할 때 쇼트를 방지하고 노이즈에도 적당히 대응할 수 있는 수치이며, 현대의 헤드폰 앰프에서도 높은 출력을 확보하며 노이즈를 걸러낼 수 있는 범위에 있다. 이 드라이버가 고출력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점도 중요하다. 진공관 앰프를 켤 때면 언제나 포타 프로 또는 KSC35를 연결해서 들어 보는데, DAP나 소형 헤드폰 앰프에서 듣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이 드라이버를 공유하는 코스 헤드폰들은 임피던스 60옴 덕분에 LG 스마트폰에서 전문가 모드로 구동된다. 예를 들면 LG V20의 경우, 포타 프로와 KPH40을 USB-C 유틸리티 시리즈 케이블로 연결할 때보다 V20의 3.5mm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듣는 쪽의 소리가 훨씬 좋게 들린다. V20에 내장된 DAC의 품질이 좋고 전문가 모드로 인식되면서 앰프 출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포타 프로, 그리고 포타 프로의 드라이버를 응용한 코스 헤드폰들은 별도의 저항잭을 요구하지 않는다.



KPH40 유틸리티 (KPH40 Utility)



이 제품은 추억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소니 워크맨과 함께 나올 법한 디자인의 초경량 온이어 헤드폰이다. 문자 그대로 '깃털처럼 가벼운 헤드폰'이라서 머리에 쓰는 것도 편하지만 목에 걸고 있어도 부담이 없다. 아주 얇은 금속 헤드밴드가 특징으로, 길이를 최대로 늘리면 머리가 큰 사람도 착용할 수 있겠다. 일단 포타 프로보다는 헤드밴드 최대 길이가 짧으니 참조해두자.




KPH40 유틸리티의 색상은 그레이와 블랙의 조합으로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일상복 뿐만 아니라 다크 톤의 스포츠 의류에도 잘 어울린다. 아주 가벼운 개방형 헤드폰이므로 가벼운 산책이나 러닝에서 사용하면 딱 좋다. 방수 기능이 없으며 스폰지 이어패드를 사용하니 비 오는 날이나 땀 흘리는 스포츠에서는 사용을 피하기 바란다. 그래서 포타 프로가 그러하듯 KPH40도 이어패드 여분을 구입해두고 정기적으로 교체하면서 쓰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가볍고 단순한 헤드폰은 사무용으로도 좋다. 아주 오래 착용할 수 있으며 개방형이라서 볼륨을 낮춰 들으면 다른 사람이 불러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스의 헤드폰 모델 중에는 붐 마이크가 달린 커뮤니케이션 헤드셋도 많이 있다. (해외 기준)


"부피와 무게의 개념이 없는 초경량 헤드폰으로, 포타 프로보다 청량하고 경쾌한 소리를 들려준다. 저음 펀치는 포타 프로 못지 않게 강하다."


이 작은 헤드폰의 소리를 묘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타 프로 유틸리티와 비교하는 것이다. 드라이버 하우징의 색상만 다를 뿐 드라이버의 모양새가 포타 프로 유틸리티와 동일하다. 이어패드를 벗겨서 살펴보면 진동판도 똑같게 보인다. 임피던스 60옴, 주파수 응답 범위 15 ~ 25,000Hz로 기본 사양도 같다.



이처럼 소리를 만들어내는 근본 부품이 일치해서인지 KPH40 유틸리티의 기본 음색은 포타 프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포타 프로보다 저음이 살짝 약하고 낮은 고음이 강조된 소리'라고 마무리해도 좋겠다. 포타 프로보다 음의 질감이 조금 거친 느낌인데 고음의 찰싹거리는 부분이 더 시원해서 음악 듣는 재미가 살아난다. 그 옛날 소니 이어폰에 비유한다면 포타 프로는 MDR-E888이며 KPH40은 MDR-E868이라고 하겠다.



요컨대 KPH40 유틸리티는 또 다른 형태의 포타 프로인데 헤드폰의 무게와 소리가 모두 경량급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적중할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KSC35라고 해도 문제는 없겠으나 KPH40은 KSC35보다 저음이 조금 더 강하고 낮은 고음이 찰싹거린다.) 포타 프로처럼 저음이 강하지만 포타 프로만큼 쿵쾅거리는 정도는 아니다. 포타 프로의 포근한 음색을 닮았지만 탄산 음료 같은 낮은 고음(높은 중음) 덕분에 적당히 어두운 음색에 가까워졌다. 오디오 애호가의 기준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원한다면 당연히 포타 프로가 1순위이지만, 포타 프로보다 청량감 있고 경쾌한 인상을 지닌 초경량 헤드폰은 KPH40 유틸리티이다.



KEB90 유틸리티 (KEB90 Utility)



2009년 6월에 독자분으로부터 코스 KEB70 이어폰을 빌려서 후기를 써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 전이라서 소리에 대한 기억은 없으나 저음이 아주 강하고 의외로(?) 고.중음이 자연스럽게 들렸던 모양이다.


"오~래 전에 잠시 스쳐갔던 KEB70."


모델 넘버로 볼 때 KEB90 유틸리티는 그 후속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차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물건은 KEB70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KEB90 유틸리티의 패키지 박스를 열어 보면 이어폰 본체, 3.5mm 케이블과 함께 이어팁 박스가 나온다. 이 박스에는 세 쌍의 실리콘 이어팁과 두 쌍의 폼팁이 있는데, 실리콘 이어팁은 기둥 부분이 파랑색과 빨강색으로 좌우 구분이 되며 KEB90 이어폰의 케이블이 들어가는 부분에도 빨강과 파랑으로 좌우 표기가 되어 있다. 그리고 옆 부분을 눌러서 입구를 여는 방식의 실리콘 파우치가 포함된다.



KEB90 유틸리티의 하우징은 플라스틱에 금속을 도금한 것으로 보인다. 촘촘한 무늬가 있어서 빛을 받으면 환하게 드러난다. 하우징의 바깥쪽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안에 댐핑 소재를 넣어서 공기 흐름을 조절해주는 구조로 보인다. 그래서 다른 커널형 이어폰들과 비슷한 소음 차단 효과가 있다.



이 제품은 기본 포함되는 폼팁 M 사이즈로만 감상했다. 실리콘 이어팁 중에서도 M 사이즈가 맞기는 했으나, 이어폰 하우징이 귓바퀴에 안착되지 않아서 계속 흘러내리니 사용이 어려웠다. 그리고 KEB90 유틸리티의 소리 특징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폼팁 사용을 권하고 싶다.


"고음과 저음이 크게 강조된 V 사운드의 표본이다. 소리의 질감이 정돈된 게이밍 이어폰이라고 해도 되겠다."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이라서 쉽게 구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도가 너무 높지는 않아서 재생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적당히 걸러준다. 헤드폰 앰프를 쓰면 저음 펀치가 더욱 강해지며 규모도 웅장해지므로 USB DAC 헤드폰 앰프나 블루투스 앰프와 함께 쓰면 더욱 좋겠다. 다른 코스 헤드폰들과 마찬가지로 코스 이어폰도 '앰프빨'을 아주 잘 받는다.



KEB90은 코스 헤드폰들의 기본 사운드 시그니처를 이어폰에서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태어난 듯하다. 딥(Dip)이 없는 깔끔한 주파수 응답 형태를 지향하며 저음이 크게 강조되어 있다. 단, 소리의 해상도를 올리기 위해서 고음을 뚜렷하게 강조해놓았다. 초고음이 아니라 사람의 청각에 예리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고음 영역을 딱 골라서 강조한 것이다. (대충 짐작하면 8~10kHz 부분인 듯하다.) 이 때문에 폼팁으로 청취해도 드럼의 심벌즈 소리가 매우 짜릿하고 강렬하게 들린다. 연결하는 기기마다 고음이 조금씩 다르게 들리겠으나, KEB90에는 따뜻한 음색을 내는 재생기와 앰프를 권장하겠다. 본인의 경우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보다 피오 New K3에서 KEB90의 소리가 한결 듣기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이어폰의 소리에는 제법 자극적일 수 있는 고음 강조가 있다. 그래서 이 글도 KEB90 유틸리티에 폼팁을 장착하고 무음색에 가까운 DAC 헤드폰 앰프(피오 New K3)에 연결한 상태에서 작성하고 있다. 여러분의 사용 환경에서는 음악 감상이 아니라 게이밍 사운드에 어울릴 정도로 찌릿한 고음이 들릴 수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실제로 KEB90 유틸리티는 비디오 게임과 액션 영화의 소리에 잘 어울리는 이어폰이기도 하다. 고음과 저음이 크게 강조된 전형적 V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물건의 소리는 요즘 나오는 유선 이어폰들과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다듬어지지 않은 화강암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귀 속으로 들어와 머리 전체를 두웅~하고 울리는 강력한 저음 속에서, 심벌즈를 고막에 직접 대고 챙챙거리는 듯한 샤프한 고음이 치솟는다. 그런데 코스 헤드폰들이 그러한 것처럼 KEB90의 소리도 오묘하게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보면 고음부터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중음으로 주루룩 떨어진 후 다시 저음에서 솟구치는 롤러코스터 같은데... 롤러코스터 트랙의 곡선 자체는 매끈하고 깨끗하게 그려진 느낌이다. 또한 샤프하게 강조된 고음이 청각 자극과 더불어 소리 해상도를 올려준다. (일장일단!) 베이스 드럼이 바로 앞에 있는 듯 뻥뻥 터지는 저음 속에서도 고.중음 파트가 선명하게 들리는 이유다. 어쨌든 사람마다 고음을 즐기는 기준이 다르고 청력도 다르니 KEB90의 샤프한 고음이 그저 맑고 시원하게 들리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이 소리는 아무리 살펴봐도 포타 프로의 소리에서 저음과 고음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린 모습이다. 얼핏 들으면 중저가형 커널형 이어폰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코스 헤드폰의 유저라면 '으음?'하며 한 쪽 눈썹을 꿈틀거릴 만한 '코스 음색'을 감지할 것이다. 포타 프로의 크고 듬직하며 따뜻한 저음을 이어폰으로 듣고 싶다면, 그리고 코스 헤드폰이 지닌 옛날 방식의 사운드 튜닝을 맛보고 싶다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겠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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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탱님 포함 6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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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상 많이 좋아졌군요
KOSS가 색깔도 넣고@_@

16:14
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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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프로 25주년 모델이 있길래,
이것도 판매 제품인가 했더니 아니였네요.

구하기도 어려운 제품이군요.

17:17
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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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ㅎㅎ 근데 모바일에서 볼때 폰트가 좀 작아서 1-2 포인트 키워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07:20
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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