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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시브가 M200, 고해상도 PCM 레코딩 사운드의 오픈형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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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가성비의 오픈 타입 이어폰이다. 스마트폰과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매우 정밀하고 명료한 고해상도 중심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오디오 감상을 위한 대형 헤드폰에 축소 마법을 걸어봅시다. '뾰로롱~' 효과음과 함께 지름 2센티미터 미만의 꼬꼬마 헤드폰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오픈 타입 이어폰입니다. (-_-)

구멍 뚫은 솜을 씌우면 더욱 완벽하고요. (-_-)(-_-)


헤드파이 인류의 귓구멍에 실리콘 이어팁을 끼우기 전까지 이어폰이라는 것은 '헤드폰의 미니어처'였습니다. 해외에서는 이어폰과 헤드폰이 동일한 단어였으며, 무대 공연하는 사람들이 귓본으로 만든 고가의 이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가수들과는 상관없이 대중은 소니 워크맨과 함께 오픈 타입 이어폰으로 한껏 볼륨을 올리며 영구적인 청각 손실의 고속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픈형 이어폰은 밖에서 들으면 주변 소음 때문에 볼륨을 너무 높게 올릴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2022년 현재는 오픈 타입 이어폰의 정의가 조금 다르게 됐습니다. 적어도 애플 아이팟에 딸려오던 흰색 이어버드의 개념은 아닙니다. 특유의 개방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하는 오픈형을 찾아서 헤맵니다. 아니면, 뭔가 새로운 소리를 원하는 매니아 중의 매니아가 고급형 모델로서 오픈형 이어폰을 구입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물건은 개방감과 새로운 소리를 찾는 '오픈형 모험가'들을 위한 이어폰입니다. 이미 다수의 헤드폰으로 '이 가격에 이런 우드 하우징에다가 이런 소리가 나온다고?!'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시브가(Sivga)에서 금속 하우징의 오픈 타입 이어폰을 출시했습니다. 모델 넘버는 M200, 불과 7만원대의 가격인데 이 소리는 전설급입니다. 음악의 감성적 측면을 제외하고 오로지 선명한 소리만 추구한다면, 이미 100만원 넘는 커널형 이어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하나 장만해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용케도 3.5mm 헤드폰잭이 있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면, 리모컨과 마이크가 있으면서도 소리가 깨끗한 고해상도 오픈형 이어폰을 부담없는 지출로 소유할 절호의 기회가 되겠습니다.




알루미늄 하우징과 고급진 케이블



시브가 M200은 아주 작은 박스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박스 안에는 쓸 만하게 보이는 지퍼 케이스가 한 개 들어있는데, 이 지퍼 케이스 안에 이어폰과 모든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구성품이 우루루 쏟아진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어폰 본체와 함께 다수의 이어폰용 솜과 셔츠 클립, 실리콘 이어훅 한 쌍이 보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이 20년 전의 소니 MDR-E888보다 싸다는 게 신기합니다. 벌써부터 이어폰의 금속 하우징 비주얼이 심상치 않고요. 이어폰 솜을 여러 개 넣어준 점도 마음에 듭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이런 오픈 타입 이어폰은 각자 다른 귀 모양에 맞추기가 어려워서 솜을 씌워 보정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귓바퀴 안쪽 영역이 작은 편이라서 대부분의 오픈형 이어폰이 딱 맞는데 시브가 M200은 솜을 씌웠을 때가 더 잘 맞았습니다.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은 가운데의 돔 영역이 고음을 담당하므로 가운데에 구멍을 뚫은 솜을 주로 사용합니다. 구멍이 뚫리지 않은 솜도 샤프 펜슬의 뒤쪽 마개를 이용해서 뚫어주면 됩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여러분을 위해서 제가 2012년 8월에 대충 그린 도안(...)을 첨부합니다.



집게 모양의 셔츠 클립은 M200의 고급형 케이블을 옷에 고정할 때 씁니다. 이어폰 자체의 무게는 24g으로 가볍지만 케이블 선재가 듬직하고 다른 부품들이 모두 금속이라서 체감 무게가 상당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들을 때는 문제가 없으나 걸으면서 듣겠다면 케이블을 옷에 고정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을 귓바퀴 위쪽으로 둘러서 착용하기 위한 실리콘 이어훅이 있는데, 이 또한 이어폰이 귀에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혹시 귀 모양 때문에 오픈형 이어폰을 쓸 수 없었다면 이어훅을 한 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말랑말랑한 이어훅이라서 착용감도 편안합니다. 다만, 이어폰을 착용한 외관은... 조금 묘하게 될 것입니다.



시브가 M200은 스마트폰과 함께 쓸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그래서 음질을 추구하는 하이파이 성향의 오픈 타입 이어폰이면서도 오른쪽 케이블에 리모컨이 붙어 있습니다. 마이크를 내장한 3 버튼 리모컨으로, 음악 감상과 함께 음성 통화도 챙겨야 하는 유저에게는 도움이 되겠습니다.



케이블은 사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20~30만원대 이어폰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과 감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은 도금된 고순도 동선(OFC) 선재이며 피복이 탄성을 지닌 TPE 소재이므로 줄이 풀리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꼬아주는 게 좋겠습니다. 3.5mm 커넥터가 4극인데 헤드폰잭이 없는 스마트폰에서 M200의 리모컨과 마이크를 쓰려면 해당 스마트폰 제조사의 정품 3.5mm 변환 젠더를 써야 합니다. 물론, 고급 선재의 다른 변환 젠더를 써도 소리는 정상 출력됩니다. 음성 통화와 리모컨 버튼 기능 때문에 정품 변환 젠더를 챙기는 것이지요.



이어폰 하우징과 Y-스플릿, 리모컨, 3.5mm 플러그가 모두 항공 등급의 알루미늄 소재입니다. 샴페인 골드 색상이 꽤 고급스러운데 알루미늄의 절삭 마감과 도색 품질도 아주 좋습니다. 드라이버 앞쪽의 번쩍이는 그릴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인데 이 또한 빈틈 없는 만듦새를 보입니다. 시브가의 헤드폰들이 그러하듯 이어폰도 세부 완성도가 높군요. 특히 M200의 소리 품질을 생각하면 두 배 이상의 가격도 성립될 듯합니다. 하지만 시브가는 이런 제품에 7만원대 가격을 매겨서 오픈형 이어폰 유저들에게 앗싸 가오리를 외치게 해줍니다.



저음을 위해서, 구멍 뚫은 솜을 씌우자!


넓은 원반 형태를 지닌 오픈 타입 이어폰(이어버드)들이 보기 드물게 된 이유는 소음 차단을 하지 않으며 착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오픈형 이어폰이 나오는 이유는 조용한 실내에서 음악을 들을 때 갑갑한 헤드폰을 머리에 쓰지 않아도 개방된 공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주변의 소리와 함께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오픈 타입을 찾기도 합니다.



오픈 타입 이어폰은 하우징을 사람의 귀에서 귓바퀴 안쪽(Concha) 영역에 끼워야 합니다. 이 때 하우징의 테두리가 귓바퀴 안쪽에 골고루 밀착된다면 고.중.저음이 잘 전달되겠으나, 사람마다 귀 모양이 모두 달라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어폰을 만드는 쪽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쓰게 됩니다.



첫 번째는 애초부터 이어폰의 저음이 강하게 나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조금 헐렁하게 착용되어서 저음이 약해져도 저음이 약간 강조되거나 평탄해지는 정도로 타협이 됩니다. 이 방법은 오픈 타입 이어폰의 설계에서 거의 기본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오픈형 이어폰을 귀에 끼워도 흘러내리지 않으나 저음이 약하게 들린다면 아직도 밀착되지 않은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금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솜을 씌워서 하우징 직경을 늘리는 것입니다. 애플 에어팟에 얇은 실리콘을 씌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어폰용 솜은 사이즈가 대부분 호환되며 가격이 싸기 때문에 다수를 미리 구입해둬도 좋습니다. (*오픈형 이어폰들은 대부분 13~15mm 직경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씁니다.) 단점은 솜이 이어폰의 소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라우드 스피커에 그릴을 씌우면 고음이 덜 선명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또한 오픈 타입 이어폰은 대부분 저음이 강하게 나오도록 만들어지니 솜으로 인해 크게 부스트된 저음이 고.중음을 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동판의 고음을 담당하는 돔 부분을 막지 않도록 이어폰용 솜의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줍니다.



시브가 M200은 제 귀에 잘 맞는 편이었으나 약간 헐렁해서 저음이 거의 평탄하게 들립니다. (하만 타겟이 아닌 예전 측정 기준에서 플랫 베이스) 하지만 이 제품의 진면목은 놀랍도록 거대한 저음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구멍 뚫은 솜을 씌워 저음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감상문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이 글은 저음이 든든히 보강된 상태의 M200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제가 이 제품을 리뷰 끝난 후에 직접 구입한다고 해도 반드시 구멍 뚫은 솜을 씌워서 사용할 것입니다.



SOUND



시브가 M200은 제가 딱히 장황한 감상문을 쓰지 않아도 잘 팔려나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오픈 타입이라서 아주 많이 팔리지는 않겠지만, 소리만 생각한다면 이 값으로 이 정도 해상도를 뽑아낸다는 게 이미 논리의 범주를 벗어납니다. 글 제목에서 PCM 레코딩을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은 오픈형 이어폰 하나가 실로 정확하고 선명한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오디오로 인해서 태어났고, 디지털 오디오의 깨끗한 아날로그 변환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PCM 레코딩 전용의 이어폰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까지만 글을 읽고 제품 주문하셔도 됩니다. 귀 모양이 오픈형 이어폰을 감당할 수 있다면 M200은 '음반 분석용 장비'로써 한 대 마련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을 만들거나 유튜브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면 모니터링 이어폰에 들일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각자의 소리 취향이 있으므로, 제 주관적 청취 결과를 주루룩 작성해보겠습니다. (-_-)/



*알루미늄 울림통 효과를 받는 고성능 드라이버


M200은 15.4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한 알루미늄 하우징의 오픈 타입 이어폰입니다. 비교적 일반적인 PET 진동판과 구리 선재의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며,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32옴이라서 헤드폰 앰프 연결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 감도는 114dB로 많이 높은 편이라서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넉넉히 구동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느끼는 점은 드라이버의 '성능'이 원래부터 뛰어나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청음 매장에서 처음 들으면 사진에 선명도 향상 필터를 넣은 듯한 뚜렷함에 놀라실 것입니다. 한 달이나 장마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쨍하게 해가 뜨고 공기가 매우 깨끗해진 여름 풍경을 봤을 때의 기분과 비슷합니다. 이런 결과에는 알루미늄 하우징도 큰 몫을 하는 모양입니다. 특히 저음의 조절에서 단단한 알루미늄 울림통이 튼튼한 뒷바탕으로 작용합니다. 드라이버의 저음이 굉장히 크게 울리는데, 울림통의 강성이 높은 덕분에 짧게 끊어서 치는 높은 저음의 펀치와 넓게 펼쳐지는 초저음으로 완성됩니다. 솜을 씌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러한 저음이 아주 단단한 타격의 평탄한 저음으로 바뀌며 고.중음이 더 강하게 들립니다. (하만 타겟 이전의 기준에서 평탄한 소리)



*저음이 보강된 플랫 사운드, 아주 굵고 뚜렷하다


체감으로는 저음이 보강된 플랫 사운드로서 하이엔드 헤드폰들의 소리 성향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주파수 응답 곡선에서 딥(Dip)이나 피크(Peak)가 없는, 고.중.저음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소리인데 유저의 귀 모양과 솜 선택에 따라서 저음의 양이 달라집니다. 또한 소리의 선이 고.중.저음 모두 굉장히 굵습니다. 오후의 졸음이 확 달아날 정도로 아주 굵고 강한 인상을 줍니다. 게다가 음색 특징이 하나도 없어서 늘 편하게 듣던 음악이 갑자기 진지하게 변신할 정도입니다. 굵고, 뚜렷하고, 확실하고, 정확하게 제작된 PCM 레코딩의 음반을 위해서 만들어진 소리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인상적인 고해상도, 빠른 응답 속도, 디지털 오디오


아마도 계속 장점만 서술하게 될 테니 단 하나의 취향적 단점을 언급해두겠습니다. 시브가 M200은 음악의 감성을 살려주는 이어폰이 아닙니다.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능력만 가격대를 몇 배로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 물건의 소리가 지닌 고해상도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모든 음 영역이 선명하지만 특히 고음 해상도가 인상적입니다. 사운드 튜닝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약간 밝은 고음을 만든 듯한데, 중음과 저음이 하도 굵직하게 들려서 이어폰의 최종 음색은 '무음색'이 됩니다. (*솜을 씌워서 저음을 강조해도 고.중음이 가려지지 않으니 해상도에서 손해볼 일이 없음) 또한, 모든 음 영역의 응답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저음 영역은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편차가 있겠지만 고.중음 영역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는 아주 낮게 나올 것입니다. 초고속의 응답 속도가 소리의 잔향을 제거하는데... 아예 잔향의 존재를 지워버릴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이 소리는 역시 고해상도와 빠른 응답 중심의 현대적 디지털 오디오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DSD 레코딩 음반의 온화한 공간감 같은 것은 일찌감치 잊는 편이 좋겠군요. 단, M200은 저음 울림이 풍부해서 저음 영역의 공간 효과는 충분히 내줄 것입니다.



*클린 & 드라이 사운드의 표본


이처럼 음색의 특징은 없지만, M200을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 청취하면 뚜렷이 나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리의 본질이 무척 건조하며 금속성을 지닙니다. 이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저는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M200의 소리는 '클린 & 드라이 사운드'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름기와 양념을 완전히 빼낸 오리지널 소스 그대로만 재생합니다. 제가 젠하이저 HD800과 HDVD800의 세트를 구입해서 사용할 적에는 '진짜 이것보다 더 건조하고 샤프한 소리는 없겠다'고 생각했는데요. 2022년에 7만원대 중국제 이어폰에서 리얼하게 건조하고 샤프한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젠하이저 HD800의 이어폰 버전이 또 하나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저음의 펀치가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소리의 감촉은 금속 그 자체라고 해도 될 만큼 서늘합니다. 알루미늄이라는 원소가 고유의 소리를 낸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오픈 타입의 개방감, 전체적으로 보강된 중음


M200은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답게 시원한 개방감을 줍니다. 물리적 구조라서 이 점은 기본이 되겠고... 공간감 측면은 조금 다릅니다. 이 제품의 소리는 중음이 무척 굵고 가깝게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청각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 높은 중음을 약간 낮춘 듯한 느낌도 있으나, 중음 영역 전체로 보면 평탄하거나 더 강조된 편입니다. 그래서 보컬, 현악기 파트가 더 가깝고 선명하게 들립니다. 이렇게 중음을 보강하면 심리적 공간은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M200의 소리는 주파수 응답에서 굴곡이 없으니 심리적 입체감이나 공간 확장 효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히 개방된 느낌이지만 음악을 공연 현장이 아닌 레코딩 스튜디오 안에서 듣는 기분입니다. 이것도 M200을 음향 장비로 본다면 단점이 아니라 일반 특성이 되겠습니다.


*이것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돌덩이 저음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된 소리를 디지털 같은 느낌으로 정밀하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평가라면 아무래도 냉정한 느낌의 이어폰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는데요. 가운데 구멍 뚫은 솜을 씌운 상태에서 M200은 '저음의 스릴'을 줄 수 있습니다. 확실히 차가운 성격이지만 저음에서는 드러머의 열정을 지녔다고 할까요? 비교적 평범한 소재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쓰는데 M200의 저음 펀치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처럼 매우 단단합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들의 편안하게 부드럽게 울리는 저음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200~300Hz 정도의 높은 저음에서 나오는 타격감이 그야말로 화강암 바위와도 같습니다. 빠른 속도로 짧게 끊어서 치는 타격을 선호한다면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또한 초저음이 넓게 펼쳐지면서 귀 아래로부터 은근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좋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 묘사되는 저음의 웅장한 규모가 대형 헤드폰 못지 않은 감동을 연출합니다. 이러한 저음 때문에... 잦은 교체가 귀찮아도 이어폰용 솜을 계속 씌워주게 됩니다.



*장르 구분은 없지만 금속음이 더 재미있음


이 물건은 사실상 음향 장비이고, 당연하게도 음악 장르의 구분이 없습니다. 음악을 감성적으로 흡수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리입니다. 그래도 듣는 이의 기분에 맞춰서 장르를 구분해본다면, 아무래도 금속성이 있는 곡에서 더 시원하고 단단하게 들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메탈, 퓨전 재즈 등등... 어떤 곡이든 전자 악기의 금속음이나 실제 금속 악기의 소리가 많은 음악에 잘 어울립니다.


종합해보면, 시브가 M200은 음향의 완성도에서 말도 안 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어폰 헤드폰들 중에서 아주 비싼 값을 부르는 제품은 극히 자연스러운 소리로 가치를 증명합니다. 초심자에게는 너무 심심한 소리일 수도 있으나 이것 저것 다 거쳐온 하드코어 매니아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자연스러움에 감탄하면서 수백만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M200의 소리는 청각을 다독이는 자연스러움에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소리를 깨끗하고 정확하게 듣는 측면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어떻게 이 제품이 탄생했고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도달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회사의 실수인 것일까요?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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