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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파이널 ZE3000,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에서 접하는 레퍼런스 사운드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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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자극 없이 선명한 고.중음과 웅장한 저음을 추구하는 파이널에서 '소리의 사양'이 좋은 무선 이어폰을 만들어냈다. 고급 유선 이어폰처럼 낮춰진 THD 수치와 깨끗한 선의 주파수 응답을 귀로 체감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비싼 물건을 직접 구입하지는 않지만 비싼 물건들의 소리를 정기적으로 감상하고 글을 쓰는 일이 벌써 17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도중에 본인으로서도 통장을 털어서 구입하고 싶은 이어폰이 나오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파이널(Final)의 A8000이다. 그야말로 현란한 소리에 넋을 잃었지만 200만원대 중반의 가격 탓에 위시리스트에 슬쩍 끼워넣었다가 빼냈다. 그리고... 리뷰를 했던 이어폰을 구입한 사례 중에서 수량이 제일 많은 브랜드가 파이널이다. 듣기 편안하고도 선명한 소리의 E 시리즈는 가격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E1000, E2000, E3000, E5000을 구입했지만 생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이처럼 하이엔드 시장과 일반 시장을 고루 섭렵하는 파이널에서 첫 무선 이어폰을 만든다면... 과연 어떤 제품이 나올 것인가? 브랜드 협업으로 파이널에서 출시된 에반게리온 무선 이어폰이 있기는 하지만, 이 회사의 진짜 무선 이어폰은 최근에 국내로 발을 내딛었다. 모델 명칭은 ZE3000! 마치 파이널 A 시리즈를 무선화한 듯한 모양새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다.



파이널은 무선 이어폰에서 부담스러운 고급화 전략이 아니라 음악 재생에 최적화된 간편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선택했다. 현재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40만원대 이상 제품들은 준수한 사운드 튜닝과 더불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몇 가지 편의 기능을 더하여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파이널 ZE3000은 40만원대 무선 이어폰들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음질을 지니되 근본적으로 필요한 기능만 챙겨서 가격 부담을 줄였다. (20만원 미만이다!)


직접 2주 넘게 사용해본 결과, ZE3000은 음악을 매우 깨끗하게 들려주며 터치 패드의 사용이 편리하고 무선 연결 안정성도 좋았다. 전용 스마트폰 앱이 없으니 EQ를 만지거나 펌웨어 업데이트를 챙길 필요도 없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없지만 다른 유선 커널형 이어폰들 수준의 소음 차단이 된다. 매일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무선 이어폰이기에 돈이 좀 들더라도 소리 품질을 챙기고 싶다면... ZE3000은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되겠다.



물론, 이후 파이널이 더욱 고급화된 무선 이어폰을 내놓을 확률도 높다. 이번 ZE3000에서 무선 이어폰 플랫폼의 완성도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ZE3000의 하우징 또는 드라이버 진동판 소재를 고급화하거나 ANC를 추가하는 것으로도 더욱 비싼 가격을 매길 수 있겠다.


*업데이트 : 본인이 이렇게 대충 짐작하는 동안 파이널은 해외 오디오 행사에서 ZE2000과 ZE8000을 공개했다. ZE2000은 ZE3000에서 사운드 튜닝을 다르게 만든 모델이며, ZE8000은 FIR 필터, 볼륨 세부 조정, 전용 앱의 소리 개인화를 갖춘 상급 모델이다.


일단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레퍼런스 무선 이어폰이 될 만한 ZE3000부터 소개하겠다.



깔끔한 각의 이어폰, 조약돌 감촉의 케이스



파이널 이어폰을 구입해봤다면 누구나 익숙할 법한 하드 박스 패키지가 보인다. ZE3000은 블랙과 화이트의 두 가지 색상이 있으며, 화이트 색상은 이어팁까지 화이트로 맞춰져서 아주 깨끗한 인상을 준다. 박스를 열면 충전 케이스와 이어폰 유닛이 나오고, 박스 안쪽에는 다수의 이어팁과 충전용 USB-C 케이블이 들어 있다.



구성품에서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ZE3000부터 포함되는 '무선 이어폰용 E 이어팁'이다. 파이널의 또 다른 스테디 셀러인 E 이어팁을 무선 이어폰 형태에 적합하도록 조금 더 얇고 짧게 설계한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E 팁과 무선 이어폰용 E 팁을 함께 주물러보면 무선 이어폰용이 훨씬 말랑하다. ZE3000은 큼직한 하우징이 귓바퀴 안쪽에 안착되는데, 실리콘 이어팁이 짧고 부드럽기 때문에 귓구멍을 압박하지 않아서 아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이어팁 사이즈는 SS, S, M, L, LL의 다섯 가지이며 L 사이즈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 모두 착용해보니 L 사이즈가 본인의 귀에 잘 맞아서 그대로 계속 사용했다.



ZE3000의 이어폰과 충전 케이스는 딱 보면 프리미엄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겠다. 아주 간결하고 단정한 디자인이며 조금도 튀지 않는 색상과 형태를 지녔다. 또한 대부분의 소재가 플라스틱이라서 가벼운 느낌도 있다. (ABS 수지) 그러나 손에 들고 다뤄보면 세부 완성도가 높으며, 이어폰이 자석으로 케이스 안에 체결되는 느낌이나 케이스 뚜껑이 딱 하고 닫힐 때의 안정감이 좋다. 이처럼 사용하기에는 편하지만 가벼운 만큼 충격에 약할 터이니 충전 케이스를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렇다고 파이널에서 제품의 고급스러운 감촉을 놓친 것은 아니다. 이어폰과 충전 케이스 모두 표면에 까슬한 종이 같은 코팅이 되어 있다. 비싼 DSLR 카메라의 바디에서 자주 보이는 코팅으로, 보기에도 고급스럽지만 손에 닿는 느낌이 좋고 그립도 향상된다. 파이널은 대형 헤드폰에서 이 마감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이어폰에서도 자주 사용 중이다. 일본어로는 시보(Shibo) 코팅이라고 하며, 잘 보이지는 않지만 ZE3000 화이트 색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ZE3000의 충전 케이스는 다수의 프로토타입 제작을 거쳐서 적당한 크기와 곡선형 형태를 지니게 됐다. 크기가 작고 얇아서 바지 주머니에도 쏙 들어간다. 손에 쥐기 쉽도록 동글동글하게 만들어서 조약돌 같은 감촉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충전 케이스를 책상 위에 놓으면 인셉션의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서 정신 없을 때도 있다.


"충전 케이스를 이렇게 세워둘 수도 있지만 사진 연출을 위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고 실제로는 바람만 스쳐도 쓰러진 후 인셉션 팽이처럼 무한 회전한다."


지금까지 ZE3000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서 '이게 편하게 착용될까나...'하는 분들이 있을 터이다. 확실히 하우징 전체가 각진 형태이며 상당히 큰 편이라서 귀 밖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하우징 안쪽이 A 시리즈와 거의 동일하게 생겨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바깥쪽의 예리하게 각진 부분은 귓바퀴에 닿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바란다. 또한 이어폰 자체의 무게가 매우 가벼워서 흘러내릴 일이 없다. 그리고 IPX4 방수를 지원하니 길을 걷다가 약한 비를 맞는 것 정도는 괜찮다. (충전 케이스는 방수되지 않으니 주의)



ZE3000은 사용법이 간단한 무선 이어폰이다. 이어폰을 꺼내지 않고 충전 케이스를 열기만 하면 곧바로 블루투스 페어링이 시작된다. 이어폰 하우징 외부와 충전 케이스 앞쪽에 한 개씩 LED가 있으므로 페어링 및 충전 상태를 알 수 있다. 이 때 충전 케이스의 LED는 이어폰과 케이스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번갈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케이스 배터리가 많이 충전됐으며 이어폰 배터리는 이제 충전 중이라면 케이스의 LED가 녹색과 노랑색으로 바뀌며 점멸한다.


별도의 스마트폰 앱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ZE3000에는 좌우 모두 터치 패드가 있으며 이것으로 기본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하우징 바깥쪽이 뚜렷한 각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파이널 로고가 없는 뒤쪽이 터치 패드 영역이다. 즉,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하우징의 뒷부분을 가볍게 탭하면 된다. 충전 케이스로부터 이어폰을 집어서 귀에 끼울 때 하우징의 앞부분을 잡게 되므로 터치 패드의 오동작을 자연스럽게 예방할 수 있다. 싱글탭으로 음악의 재생 및 일시 정지를 하며, 길게 탭하면 다음 곡, 더블탭하면 볼륨 조정이 된다. 이렇게 터치 패드 입력을 할 때마다 띵~하는 알림음을 들려준다.



ZE3000도 싱글 모드를 지원한다. 음성 통화 등의 목적으로 한 쪽 이어폰만 쓰고 싶다면 이어폰을 한 쪽만 꺼내어 착용한 후 충전 케이스 뚜껑을 닫으면 된다. 이 때에는 좌우 채널이 한 쪽 이어폰에서 모두 재생되므로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단, 싱글 모드는 SBC, AAC 코덱 상태에서만 동작하니 참조해두자. 이후 두 이어폰을 모두 꺼내어 착용하면 자동으로 스테레오 모드가 된다.


블루투스 5.2 버전이며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은 SBC, AAC, aptX, aptX Adaptive를 지원한다. 이어폰의 음악 재생은 7시간이며 충전 케이스를 더하면 35시간까지 가능하다. 이어폰에는 35mAh, 충전 케이스에는 300mA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그리고 소음 차단 효과를 살펴보면, 이 제품은 모양새부터 커스텀 이어폰처럼 귀 안쪽을 모두 막아주기 때문에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 좋은 편이다. 실내에서는 주변 소음을 감지하기 어려우며 실외에서는 절반 정도 줄여주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무선 이어폰을 리뷰하게 되면 도보, 버스, 지하철에서 사용하여 무선 연결 안정성을 확인한다. ZE3000은 이런 사용 환경에서 좌우 끊어짐이 없고 아이폰 XS와의 페어링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음성 통화도 상대방이 본인의 목소리를 잘 들었으니 문제가 없겠다. 그래도 무선 안정성과 음성 통화는 통신사 및 지역 특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니 참조해두자. 블루투스와 Wi-Fi 모두 2.4GHz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주변에 무선 공유기가 많이 있으면 블루투스 이어폰은 전파 방해를 받게 된다.



무선 이어폰을 위한 어쿠스틱 챔버와 신규 드라이버


파이널은 제품 설명을 아주 자세하게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조금 시간을 들이더라도 장문의 소개서를 읽어보면 '아~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상 최초의 파이널 무선 이어폰인 ZE3000도 상세한 기술 설명으로 자기 소개를 한다.


E3000처럼 누구나 구입할 수 있고 누구나 선호하는 무선 이어폰을 만들려고 하니... 파이널의 개발 직원들은 무선 이어폰이 지닌 구조적 한계부터 해결해야만 했다.


1) 무선 이어폰은 하우징 내부가 빵빵하게 들어차 있다. (-_-)

생긴 것은 작은 커널형 이어폰인데 하우징 내부에는 배터리, 서킷 보드, 안테나가 꽉 들어차 있다. 온갖 부품들이 공기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고 있으니 어쿠스틱 챔버 설계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방수 기능까지 제공하려면 하우징을 완전히 밀폐해야 하므로 벤트 설계도 할 수 없다. 공기 압력의 조절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저음이 부풀어서 고.중음을 가리는 마스킹 현상이 발생하고 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이 점을 극복하겠다고 고음을 더 강조해서 소리를 선명하게 만들면 청각 자극이 생긴다.


2) 소리 왜곡율을 낮춰야 한다. (-_-)

많은 이어폰들의 THD 수치는 1kHz가 아닌 저음 영역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3%에 이르기도 한다. 그리고 무선 이어폰들은 소프트웨어 EQ를 사용해서 사운드 튜닝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더욱 부자연스럽고 피로한 소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파이널 사람들은 밀폐형 하우징을 만들되 노즐과 공기가 통하게 했고, 아예 새로운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만들어버렸다.


1) f-링크 댐핑 시스템 (f-LINK Damping System)

드라이버를 기준으로, 드라이버 전면의 노즐 영역과 드라이버 후면의 하우징 사이에서 공기가 통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완전히 밀폐된 하우징 속에서 공기 압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



2) 무선을 위한 f-코어 드라이버 (f-Core for Wireless)

극히 낮은 왜곡율을 지닌 신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새로 개발했다. 이 드라이버의 진동판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는데, 진동판의 중앙 영역은 매우 가볍고 단단한 레진 소재이며, 테두리 영역은 주름 형상이 없는 특별 실리콘 소재로 만들었다. 이 레진과 실리콘을 접착제 없이 하나로 몰딩해서 완성도를 높였고 진동판이 더 가벼워져서 왜곡을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



이 설명과 데이터만 봐도 ZE3000의 소리가 좋을 수 밖에 없다는 느낌적 느낌을 받게 된다.



SOUND



*어쨌든 오래 사용할수록 소리가 좋아질 것


ZE3000은 착용 감지 센서가 없으므로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어도 음악이 계속 재생된다. 이 점이 편리할 때도 있다. 드라이버 진동판의 번인(Burn-in)을 따로 해주고 싶을 때 음악을 계속 틀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널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들은 측정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다수의 유저들과 제작사 자체의 언급을 통해서 에이징(Aging) 효과가 알려져 있다. 본인도 오래 전에 리뷰를 진행한 후 E5000을 새 제품으로 구입했는데 70시간 이상 사용한 후부터 저음이 더욱 강력하게 살아났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을 별도로 번인하는 것은 배터리 충전 기간이 있기 때문에 무척 번거롭다. 그저 오래 사용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소리를 음미하는 게 낫겠다. 그래서 이번 ZE3000의 리뷰에서도 에이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감상문을 쓴다.


하지만! 같은 제품을 두 개 이상 대여한 리뷰어는 드라이버 에이징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ZE3000 블랙과 화이트를 새 제품으로 한 개씩 빌렸으니... 블랙을 약 20시간 정도 사용한 후 방금 개봉한 화이트와 비교 청취를 해봤다. 그 결과, 소리의 기본은 차이가 없지만 새것 시절보다 고음의 밝은 음색이 살짝 누그러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제품의 소리는 고.중.저음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데, 처음에는 고음이 샤프하게 들릴 수 있음을 알려둔다. 적정 볼륨으로 사용하다보면 적당히 선명한 고음으로 정착될 것이다.



*고.중.저음 균형이 잘 맞춰진 올라운더 타입


ZE3000은 유선 이어폰 E3000에서 명칭을 따왔다고 하지만 E3000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의 소리에서 낮은 왜곡율과 높은 해상도를 갖추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드라이버와 어쿠스틱 챔버 설계를 했다. 그래서인지 ZE3000은 주파수 응답 특성도 상당히 평탄하게 조절되어 있다. 소리가 자연스럽고 선명하며 고.중.저음의 균형이 잘 맞춰진 전형적 올라운더(All-rounder) 타입이다. 또한 블루투스 이어폰은 앰프가 내장되어 있으므로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바로 끼운 E3000과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페어링된 ZE3000을 비교하면 ZE3000이 소리의 힘에서 앞서게 된다. 이 느낌은 파이널의 중급형 유선 이어폰에 헤드폰 앰프를 연결해서 듣는 듯한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ZE3000은 E3000이 아니라 A3000, A4000 수준의 소리를 낸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수의 기기들 사이에서도 균일한 음색과 품질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삼성 갤럭시 A9, LG V20, 윈도우 10을 설치한 애플 맥 미니 등에서 모두 ZE3000의 올라운더스러운 소리를 유지한다. 음악 감상에서는 주로 아이폰 XS에서 타이달 앱을 사용하며 감상문을 정리했다.



*이것은 무선 이어폰의 소리가 아니다


첫 청취부터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라는 생각이 없어지는 고품질 사운드를 접한다. 이 정도로 깨끗한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 이유를 목록으로 만들어보았다.


1) 사운드 이미지가 명료하다. 공간이 넓지는 않으나 머리 중심과 테두리로 깨끗하게 형성된다. 좌우 채널의 초점이 머리 중앙에 거의 정확하게 맺힌다. 드라이버의 고성능도 작용하겠지만 어쿠스틱 챔버 설계가 확실히 효과를 내는 듯하다. 무선 이어폰은 공간감이 어색해지기 쉽지만 ZE3000은 예외다.


2) 초저음이 깊고 웅장하게 울린다. 초저음 울림의 파형도 깨끗하다. 이것도 드라이버 성능과 어쿠스틱 챔버 설계의 영향으로 보인다. ZE3000의 하우징은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상당히 큰 편인데, 부품을 담는 목적 뿐만 아니라 저음이 울릴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둔 모양이다.


3) 낮은 왜곡율 수치를 실제 청감에서도 경험한다. 소리의 불필요한 잔재가 없어서 아주 깔끔하며, 빠르고 정밀한 성향의 소리에 여러 번 놀랐다. 파이널이 소개 페이지에 올린 ZE3000의 THD 측정 그래프에서도 대부분의 주파수 응답 영역에서 0.1 ~ 0.3%가 찍힌다.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THD 수치는 보통 1% 아래로 유지하면 좋다고 평가를 받는데... ZE3000은 고급형 유선 이어폰의 수준으로 THD 수치를 낮췄다.


4) 고.중.저음 모두 밀도가 매우 높다. 귀 속을 가득 채우는 든든함으로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만족스러운 장점을 누리게 된다. 특히 중음과 저음의 매끄러운 질감은 들으면 들을수록 매료되는 맛이다. 대충 묘사한다면 오래 숙성된 밀가루 반죽의 감촉이 되겠다.



*레퍼런스 사운드인데 약간 밝은 음색일 수도 있다


많은 무선 이어폰들이 저음형 소음이 많은 실외 환경에 대응해서 저음을 크게 강조하는데, ZE3000은 저음을 든든히 확보하면서도 진정한 밸런스형 사운드를 달성해낸다. 게다가 소리를 꾸미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는 레퍼런스(기준점) 개념도 있어서 리뷰어의 입장에서는 콕 집어낼 만한 성격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색 없이 소리만 선명한 고충실도 무선 이어폰'이 진짜로 나온 것이다.


굳이 취향을 탈 만한 점이 한 개 있다면 음색이 조금 밝다는 것이다. 고음의 품질에서 불리한 블루투스 환경이므로 드라이버 튜닝에서부터 고음이 시원하게 나오도록 만들어둔 모양이다. 스마트폰의 기본 소리 품질이 좋으면 좋을수록 고음의 샤프하고 정밀한 성향이 밝은 음색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본인의 생각에는 ZE3000이 A3000, A4000에게 유일하게 밀리는 점이 약간 인공적인 음색이다. 하지만 타 브랜드 무선 이어폰들의 강조된 고음에 비하면 ZE3000의 고음은 맑은 천연수나 다름없다. 그리고 중.저음이 듣기 편하며 울림이 부드러운 소리를 추구하는 점은 E3000과 흡사하다. 고음이 밝지만 낮은 고음에 피크(Peak)가 없도록 다듬어서 청각 자극을 줄인 점도 역시 파이널 제품이라는 생각을 만든다.



*처음에는 쨍한 소리인데 나중에는 중음이 충실하게 들림


ZE3000의 소리를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선이 아주 굵은 플랫 사운드'라고 하겠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떠나서 체감으로 본다면 고음, 중음, 저음이 조금씩 강조된 완만한 W 모양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고음의 샤프한 느낌부터 인식하지만 나중에는 중음이 매우 충실한 이어폰임을 알게 된다. 높은 중음은 치찰음 강조가 되지 않도록 약간 낮췄고, 중음과 낮은 중음 영역은 살짝 강조되는 정도로 비중을 지킨다. 중음 전체가 두툼하고 가깝게 들리며 낮은 중음도 매우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다. 그래서 보컬, 현악기의 선이 굵게 강조되며 위치도 가깝게 당겨진다.


*잘 조절되어 마스킹 현상도 없는 저음


저음이 든든하고 초저음이 웅장하게 펼쳐지는데 '양'이 잘 조절되어 있다. 높은 저음이 지나치게 강한 펀치를 내거나 초저음이 너무 길고 느리게 울리지도 않는다. 단단한 펀치를 느낄 만큼만 높은 저음이 강조됐고 소리의 크기와 깊이를 확장하는 정도까지만 초저음도 확보해뒀다. 저음 울림이 고.중음을 조금도 가리지 않는다. 고.중음이 머리 안쪽으로 생생하게 들어오는데 든든한 저음이 머리 둘레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 둘레로 진동하는 저음이 심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느끼게 해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 더욱 좋다.



*지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모범적 소리


파이널은 에반게리온 무선 이어폰을 내놓았을 때부터 소리 품질 하나는 확실했다. 그리고 이제 ZE3000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점은 ZE3000이 최대한 균형을 지키며 모든 음악 장르를 커버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는 사실이다. 독특한 소리로 감동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처음 듣는 순간부터 만족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모범'이 될 만한 소리를 만들었다. 혹시 파이널의 유선 이어폰을 여럿 접해봤다면 E5000, A4000보다 특징이 적지만 균형이 좋고 올라운더로 쓸 수 있는 E4000, A3000을 떠올려보자. 무선 이어폰 카테고리에서 ZE3000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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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파이 별파이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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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mtw3 랑 비교하면 음질이 어느정도 수준일까요?
13:37
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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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짱
작성자는 아닙니다만, 코덱 차이가 커서 aac 연결시 평범했고 aptx adaptive 연결시 10만원대 유선 정도로 느꼈습니다. mtw3가 더 나은 듯 한데, 파이널 특유의 소리라 mtw3보다 음질이 떨어진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16:54
22.08.16.
소노라마
답변 감사합니다. mtw3 까지는 아니라도 유선 10만원대랑 비슷하면 음질이 꽤 좋긴하네요 ㄷㄷ
11:15
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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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짱
세에 관계자 말씀: 이가격대에 이런 소리 낼수 있는 가성비 놀랍다
18:44
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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