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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EPZ Q1, K1, K2, 520, 530 선명도와 균형을 특히 중시하는 인이어 모니터 5종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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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음향 기기의 선택에서는 제품의 소리를 짐작해보기 위해서 리뷰 텍스트를 읽고 상상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청음샵 방문이 어렵다면) 제품의 생김새와 동작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영상 리뷰와는 다른 역할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짐작하고 상상해봐야 하는 제품이라면... 아무래도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 음향 기기가 제 리뷰를 거쳐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작업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 출신의 이어폰 헤드폰을 자주 다루게 되는데요. 얼마 전에 접했던 IKKO의 이어폰 다섯 개는 저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동양에서만 나올 수 있는 컨셉과 디자인의 이어폰, IKKO OH7 뮤지크페라인(Musikv)입니다."


한동안 서양 음식만 먹다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한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 IEM)들을 써보니 마치 처음으로 동양 음식을 맛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또한 제품의 가격대가 아주 저렴한 것부터 적당한 중급을 거쳐 100만원대 하이엔드까지 펼쳐지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렴한 것부터 100만원대까지 모두가 고품질의 소리를 냅니다.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음악의 감흥이 커지며, 소리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기본 목적에는 모두가 충실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특징은 오늘 소개할 'EPZ'라는 브랜드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IKKO와 EPZ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BA)와 다이내믹 드라이버(DD)를 골고루 활용하지만, IKKO는 저음이 보강되고 밀도가 높은 DD 소리를 지향하며, EPZ는 고음이 선명하고 정밀한 BA 소리를 지향하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EPZ 이어폰들은 고.중.저음의 균형을 중시하며 뚜렷한 소리 특징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더욱 올라운더(All-rounder)에 가까우며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에도 적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EPZ 이어폰은 Q1, K1, K2, 520, 530으로 다섯 종류이며 가격이 6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아주 넓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만 다를 뿐 미국, 유럽의 인이어 모니터들처럼 커스텀 이어폰의 유니버설 버전과 동일한 기법으로 제작됩니다. 3D 프린팅으로 쉘을 만들고, 내부 드라이버와 부품을 조립한 후, 디자인이 반영된 페이스 플레이트를 덮어서 손으로 연마하는 공정을 거칩니다. 본격적인 고음질 유선 이어폰을 처음 접하는 분들부터 새로운 소리를 찾는 이어폰 애호가 여러분까지 골고루 접해보실 만한 라인업이 되겠습니다.



EPZ Q1



Q1은 63,900원의 가격으로 학생 유저들도 접근해볼 만한 엔트리 모델입니다. 그런데 고급 모델과 동일한 3D 프린팅 하우징과 고급스러운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저렴한 이어폰이지만 조금도 저렴하게 보이지 않으니 기본적 만족감도 커집니다.



이어폰 본체의 블랙 컬러와 맞춰진 검정색 케이블이 장착됐는데 우측에는 3버튼 리모컨이 달려 있습니다. 즉, EPZ Q1은 헤드폰잭이 있는 스마트폰과 함께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듯합니다. 케이블 길이는 1.2미터이며 3.5mm 플러그와 2핀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Q1은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쉽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 싱글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라는 느낌이 바로 오는 소리인데요. BA 트위터를 더한 K1, K2보다 고음이 약하며 중.저음은 더 많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델들이 모두 선명한 고음 강조를 지니고 있으니 Q1은 소리 해상도를 노리고 고를 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그 대신 이번에 다루는 이어폰 다섯 개 중에서 가장 편안한 소리라고 하겠습니다. 저자극의 중.저음형 사운드를 원한다면 마음 편하게 선택하셔도 되겠습니다.



저음 펀치가 든든합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보면 높은 저음과 초저음을 모두 조금씩 부풀게 만든 모습입니다. 높은 저음은 짧게 끊어서 치는 단단한 타격을 내며, 초저음은 머리 둘레에서 크고 묵직하게 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음 울림의 끝이 부드럽고 탄력이 좋아서 고막이 즐거워집니다. 억지로 꽉 누르는 압력이 아니라 고막을 적당히 튕겨내는 정도의 압력을 냅니다.


편안하고 포근하며 약간 어두운 음색입니다. 고음의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어서 오랫동안 듣기에 좋습니다. 이어폰 아재(-_-)들에게만 통하는 비유가 되겠지만, EPZ Q1은 소니 MDR-E848이 떠오르는 부드럽고 밀도 높은 중.저음형 소리를 지녔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들을 때 오밀조밀한 디테일보다 쿵짝거리는 저음 비트를 즐긴다면 이 제품이 잘 맞겠습니다. 의도적으로 저음을 강조한 소리라서 힙합 장르에도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리의 선이 굵은데 특히 중음이 두텁게 들립니다. 여성 보컬을 예쁘게 만드는 효과는 없으나 남녀 목소리가 모두 힘이 강해지고 낮은 음이 든든해집니다. 피아노 소리가 더 크게 울리고 바이올린 소리에는 더 따뜻한 온도와 풍성한 질감이 추가됩니다. 밀도가 유난히 높은 소리라서 중음 보강 효과가 더욱 강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사람 목소리가 뚜렷하며 치찰음 강조가 없으므로 인터넷 강의 청취용으로 써도 되겠습니다.



EPZ K1



K1은 81,000원의 가격으로 1 BA + 1 DD 하이브리드 구성을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트위터와 9.2mm 지름의 티타늄 코팅 진동판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사용합니다. 역시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하우징이고 알루미늄으로 보이는 금속 소재로 노즐을 만들었습니다. 이어폰의 노즐 파트 소재는 고음에 큰 영향을 주므로 K1부터는 소리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도 구동하기가 아주 쉬운 이어폰입니다. DAP나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들어도 쩌렁쩌렁 울린다는 겁니다. 기본 케이블은 은 도금 동선 소재이며 2핀 커넥터로 연결됩니다. 케이블 우측에 1버튼 리모컨이 있어서 스마트폰 활용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헤드폰잭이 없는 스마트폰이라면 정품 변환 젠더를 통해서 리모컨 속의 마이크를 쓸 수 있습니다.



EPZ K1은 고음이 시원한 소리를 원한다면 바로 선택할 만한 제품입니다. 첫 청취부터 BA 트위터의 선명한 고음이 살아나며 높은 해상도를 체감하게 만듭니다. 단, 음색이 꽤 밝아서 인공적인 느낌도 남습니다. 순수한 물이 아니라 깨끗한 청량 음료라고 하면 대충 맞겠습니다. DD 우퍼의 저음은 은은한 울림을 지녔으며 Q1처럼 크고 묵직하게 울리는 타입은 아닙니다. 또한 중음을 낮추지 않고 낮은 중음을 오히려 강조해서 보컬, 현악기 소리가 굵게 들립니다. V 사운드가 아니라 W 사운드에 가까운 모습이군요.



응답은 상당히 빠르지만 소리의 밀도가 조금 낮게 맞춰져 있어서 잔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쪽의 소리 비중이 더 높은 느낌입니다. 고음과 높은 중음으로부터 설탕 가루 같은 달콤한 잔향이 기분 좋게 퍼집니다. 또한 고음의 시원함이 여성 보컬에서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예쁨'으로 통합니다. 여성 보컬에 좋은 이어폰을 찾는다면 훨씬 비싼 520, 530보다도 듣기에 즐거운 제품이 되겠습니다. 드럼의 하이햇 심벌즈 소리에서도 K1의 시원하고 찰랑거리는 고음이 무척 듣기 좋은 요소가 됩니다.



소리의 해상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음악 속의 소리 요소를 세밀하게 나눠서 들려주는 분리 능력도 상당히 좋습니다. K1의 음색은 인공적인 느낌이 있어서 BA + DD 하이브리드의 초기형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겠으나, 바로 그 인상이 제품 가격대를 크게 뛰어넘는 고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의 원인입니다. 배경으로 부드럽게 깔리는 저음의 바탕에서 섬세하고도 시원하게 솟아나는 고음이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와 합창단 목소리를 촘촘히 나눠줍니다. 팝, 댄스 등의 경쾌한 음악에 잘 어울리며 오케스트라 연주 중심의 배경 음악을 지닌 영화와 게임에서도 좋은 조합이 되겠습니다.



EPZ K2



K2는 105,000원의 가격으로 2 BA + 1 DD 하이브리드 구성을 제공합니다. Q1, K1처럼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됐는데 아크릴이 무척 투명하고 단단한 느낌이며 기본 케이블도 더욱 굵은 제품입니다. 고가의 커스텀 이어폰들에서나 보이는 화려한 페이스 플레이트 아트, 깨끗하게 비치는 쉘 속의 오밀조밀한 드라이버 구성, 그리고 은빛으로 빛나는 케이블의 비주얼이 도저히 10만원짜리 이어폰이라고 볼 수 없게 만듭니다. 분명히 저렴하게 샀거늘 이어폰의 현란한 비주얼을 감출 길 없어 와이프님에게 '또 비싼 이어폰 샀지?!'하고 혼나게 될 것입니다.



K2부터는 스마트폰용 이어폰이 아닌 하이파이 목적의 이어폰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에도 리모컨이 없음) K1과 가격 차이가 2만원 정도인데 소리 해상도가 더욱 높아서 EPZ 이어폰 중에서는 가성비의 왕이 될 듯합니다. K1과 기본 음색은 유사하지만 조금 더 자연스러우며 중음이 더욱 충실합니다. 저음이 더 깊게 내려가며 단단한 펀치와 깊은 울림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딱 하나 취향을 탈 만한 점은 K1 못지 않게 음색이 밝다는 것입니다. K1보다는 인공적 느낌이 덜하지만 적어도 레퍼런스 음색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심심한(?) 레퍼런스 사운드를 원하지는 않겠지요. K1처럼 듣기에 즐겁지만 음악 감상에 보다 충실한 이어폰이 K2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에서는 이어팁 선택이 소리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더블팁을 사용했을 때 귓구멍에 깊이 들어간다면 고음보다 중.저음이 더 살아나서 담백한 느낌이 듭니다. 이 상태의 소리는 레퍼런스 사운드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일단 이 감상문은 소리의 체감 해상도가 더욱 높아지는 싱글팁을 기준으로 작성 중입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조금씩 강조된 W 모양이며 균형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대충 짐작한다면 고음은 7~9kHz 근처가 더 강조되어 있으며 낮은 고음(또는 높은 중음)은 살짝 낮춰둔 느낌이 듭니다. 중음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낮은 중음은 높은 저음과 함께 조금 더 보강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음의 든든한 울림을 더해서 웅장한 분위기의 음악에 잘 어울리도록 맞춰놓았습니다.



소리의 해상도가 무척 높은 편이고 고음이 섬세하면서도 정밀한 인상을 줍니다. 이 점은 이어폰 자체의 특성 못지 않게 기본 케이블도 영향을 주는 듯합니다. 또한 응답 속도가 빨라서 소리의 불필요한 잔재가 없으며 건조한(깔끔한) 느낌도 듭니다. 음악 감상과 모니터링 사이에서 판단해보면 K2는 모니터링에 더 가까운 듯하군요. 낮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BA 드라이버와 DD 우퍼의 소리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EPZ K2도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소리의 요소를 세밀하게 나누는 능력을 보입니다. K1과 다른 점은 여러 악기의 소리 중에서도 중음을 함께 챙긴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K1보다는 덜 인공적이며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고, 여기에 든든히 보강된 저음과 초저음이 더해져서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키워줍니다. 한 가지 특징은 역시 밝은 고음인데 K1의 청량 음료 같은 느낌이 아니라 맑은 탄산수에 가깝습니다. 순수한 물이지만 귀를 시원하게 만드는 탄산이 조금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여성 보컬을 짙은 화장 없이 예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각종 금속 악기음이 선명해져서 청각이 확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더블팁이 잘 맞는다면 이런 청량감이 줄어들어서 더 담백한 음색이 될 수 있음) K2도 오케스트라 연주 중심의 배경 음악을 지닌 영화와 게임에서 즐거운 경험을 줄 것입니다.



EPZ 520



여기부터는 금전 투자를 어느 정도 하면서도 가격대 성능비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등급입니다. EPZ 520은 307,000원의 가격으로 5 BA 구성을 지니며 의료용 레진 소재와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이어폰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일단 두 가지가 심상치 않게 다가올 것입니다. 첫째는 쉘 속에 가득히 들어찬 BA 드라이버들이고, 둘째는 굵직한 동선 빛깔의 기본 케이블입니다. 케이블 커넥터 규격도 달라서 이 제품은 MMCX를 사용합니다. 드라이버는 5 BA를 3-Way 네트워크로 엮었는데 저음에는 22955 Knowles BA 1개, 중음에는 EPZ 주문 제작의 BA 2개, 고음에도 EPZ 주문 제작의 BA 2개를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저음 BA가 굉장히 커서 다른 BA 4개를 합친 것보다도 두 배쯤 됩니다.



520은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직접 비교 청취해보니 상급 모델인 530보다 소리가 크게 나옵니다. 이 정도라면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듣기에 딱 좋습니다. 헤드폰 앰프에서는 배경의 노이즈가 부각될 수도 있으니 소출력 기기를 권장하겠습니다.


EPZ Q1, K1, K2는 10만원대 아래의 가격으로 볼 때 놀라울 정도로 좋은 이어폰들이지만 EPZ 520, 530 시리즈는 '위치'가 다른 모델입니다. 저의 기준으로 볼 때 Q1, K1, K2는 음악과 멀티미디어를 모두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지만 520, 530은 오로지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리고 이 점도 잊지 맙시다. 520과 530의 드라이버 숫자와 외관이 비슷해도 내용물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 520은 EPZ가 제시하는 가성비 레퍼런스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으며, 530은 다른 종류의 드라이버와 고급 케이블을 더한 음악 감상 전용의 하이엔드 모델입니다. 즉, 한 명의 이어폰 애호가로서 부담 적은 지출로 고성능 레퍼런스 이어폰을 사고 싶다면 520이 가장 적합할 수 있습니다.



520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평탄하지 않겠으나 체감으로는 중음과 높은 저음이 약간 보강된 플랫 사운드처럼 들립니다. 그만큼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은데 중음이 더 잘 들린다는 뜻입니다. 저음은 초저음 영역까지 잘 내려가지만 다른 음을 가리지 않도록 양이 조절되어 있습니다. 고음은 밝거나 어두운 색을 내지 않으면서 매우 섬세하고 정밀합니다. (*섬세하고 정밀한 고음은 Q1을 제외한 모든 EPZ 이어폰의 특징인 듯)


또한 고음의 질감이 아주 곱게 다듬어져 있으며 높은 중음을 약간 낮춰서 치찰음 강조도 없습니다. 그 대신 중음과 낮은 중음을 기준치보다 강조하여 소리 선을 두텁게 만들고 보컬, 현악기 소리가 가깝게 다가옵니다. 또한 BA 드라이버만 쓰는 이어폰이면서도 소리 밀도가 상당히 높아서 귀 속이 가득차는 느낌이 듭니다. 저음의 부드러운 탄력과 편안한 울림도 청각을 조용히 다독이는 듯한 안락함을 줍니다. 이렇게 보면 520의 소리는 저자극의 밸런스 + 올라운더 성향이며 그만큼 너무 부드럽거나 심심한 인상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DD를 배제한 'BA Only' 드라이버 구성의 강점은 응답 속도일 것입니다. 아주 작은 금속 진동판을 쓰는 BA 드라이버는 고음형이든 저음형이든 응답이 빠르고 왜곡율이 낮은 편입니다. 아주 빠른 템포의 곡을 들을 때 520의 5개 드라이버는 거의 날아가는 듯한 고속 주행을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잔재를 남기지 않고 깨끗하고도 빠르게 이어지는 소리입니다. 그러면서도 건조한 음색이 되지 않도록 중음과 저음 영역을 적당히 부드럽게 주물러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소리의 잔향이 거의 없어서 촉촉한 느낌이 없지만 메마른 느낌도 없습니다.



5개의 BA 드라이버를 3-Way 네트워크로 엮었는데 거의 풀레인지로 들릴 만큼 고.중.저음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해놓았습니다. 각 음 영역의 에너지가 강한 편이라서 처음 듣는 순간부터 멀티 드라이버라고 즉시 짐작할 수 있겠으나, BA 드라이버의 소리가 너무 밝거나 가볍게 되지 않도록 골고루 튜닝한 점은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EPZ 530



이 물건의 가격은 101만원이지만 하이엔드 이어폰을 수집하는 유저에게는 가성비 이어폰이 될 것입니다. 좋은 소리는 둘째치고 우드 하우징과 고급 케이블이 높은 가치를 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EPZ 530은 패키지가 두꺼운 나무 상자입니다. 기본 케이블의 선과 플러그가 금빛으로 번쩍거리고, 이어폰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는 모두 수작업 제작하는 목재 공예품입니다. 케이블은 2핀 규격이며 선재가 금, 은, 팔라듐 합금이라고 합니다.



530도 5 BA를 3-Way 네트워크로 엮은 구조라서 520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드라이버의 품종(?)이 다릅니다. 다섯 개 모두 소니온(Sonion) 제품이거든요. 제품 설명서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저음 1개, 중음 1개, 고음 1개, 초고음 2개라고 합니다. 여기에 하우징을 나무로 만들고 색다른 선재의 케이블까지 조합했으니 평범한 소리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_-);



전체적으로 고.중.저음의 균형과 자연스러운 음색을 추구하는 EPZ이지만 플래그쉽 모델에서는 모범생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소리의 해상도 측면에서는 520이 530과 막상막하로 대결할 수 있겠으나 다른 모든 측면에서는 530이 다른 차원을 보여줍니다. EPZ 530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원하는 화려한 소리의 즐거움을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고급 드라이버와 고급 케이블을 고급스러운 사운드 튜닝으로 조합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겁니다. 자신의 음색 특징을 보이지 않는 고해상도 레퍼런스 이어폰이라면 520을 권하겠으나, 음악을 아찔하게 흥겹게 시원하게 화려하게 듣고 싶다면 530을 향해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다섯 개의 이어폰을 한 번에 다루니 분량 조절을 위해서 참지만(...) EPZ 530은 별도의 장편 리뷰를 써도 될 만큼 소리의 감동이 큰 이어폰입니다.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욱 확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초고음의 공기 느낌이 큰데, 10kHz 이상의 고음이 그야말로 시원하고 짜릿하게 뻗어나갑니다. 청각을 찌르지 않는 한도 안에서 놀라운 고해상도와 공기 느낌을 살리는 초고음 테크닉입니다. 또한 이게 BA 우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초저음이 크게 터지면서 귀 아래로 낮게 깔립니다. 높은 저음은 거의 평탄하게 유지하면서 배경의 초저음을 더욱 강조한 것입니다. DD 우퍼의 고체나 액체 같은 질감은 아니지만 기체 느낌의 저음이면서도 무게와 규모가 다릅니다. 초저음이 울릴 때마다 잠시 고막의 진동을 느낄 정도로 묵직하고 낮게 내려갑니다. 완전히 밀폐된 쉘의 이어폰인데 초고음과 초저음 때문에 공간 확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 응답의 확장으로 공간감 향상을 이끌어냅니다.



EPZ 530도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모양으로 나오겠지만 실제 청취에서는 하만 타겟 곡선이 떠오르는 라우드 스피커 느낌의 밸런스형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중음을 낮추지 않으며 초고음과 초저음 중심으로 강조된 소리가 꼭대기와 지하 양쪽에서 쉴새없이 감흥을 주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더욱 현란한 고음과 웅장한 저음으로 훨씬 재미있게 들을 수 있지만 역시 오케스트라 연주에 최적화된 소리라고 하겠습니다. 초저음, 저음, 중음, 고음, 초고음의 순서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는 소리인데 초저음이 더욱 넓고 초고음과 고음은 더욱 화사한 형상입니다. 또한 음 분리 능력이 굉장해서 한 번에 수많은 악기의 소리가 몰려오면 대량의 정보를 한 번에 받아들이는 쇼크가 옵니다. 분명히 예전에 듣던 음악인데 530을 거치면 고음과 저음의 스릴이 확 올라와서 완전히 다른 곡을 듣는 듯합니다.


역시 비싼 게 좋습니다. (-_-) 가격대 성능비에 충실한 회사라도 이 점은 예외가 되지 않네요.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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