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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시브가 오리올,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에는 역시 우드 헤드폰

루릭 루릭
1381 2 0

시브가 오리올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에는 역시 우드 헤드폰



"가성비 좋은 밀폐형 우드 헤드폰을 찾고 있다면 위시 리스트 1순위로 둘 수 있다. 전자 악기를 쓰지 않는 어쿠스틱 음악, 특히 재즈와 클래식 악곡에서 훨씬 듣기 좋아지는 헤드폰이다. 그리고... 중음이 아주 크게 보강되어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칭 오디오 애호가라면 '나무로 된 것'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것이 악기든 스피커든 헤드폰이든 말입니다. 목재 울림통에서 나오는 특유의 소리는 다양한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줍니다. 하지만... 나무로 된 것은 악기든 스피커든 헤드폰이든 가격이 저렴하지가 않습니다. 품질 좋은 나무와 그 나무 덩어리를 깎아내는 공정, 그리고 사람 손으로 다듬는 일이 모두 비용으로 연결되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시브가(Sivga)는 목재를 원하는 헤드파이 애호가들에게 딱 좋은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같은 회사의 고급 브랜드인 센디 오디오(Sendy Audio)를 포함해서, 시브가는 고품질의 목재 이어컵 생산과 수공 작업의 마감 처리를 트레이드 마크로 제시합니다. 제품 가격이 그리 비싸지도 않은데 고가 품목 수준의 목재 마감을 지닌 헤드폰이 나옵니다. 천연의 소리를 지닌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헤드폰 P-II, 하이 임피던스 환경에서 아주 좋은 소리를 내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 SV023 등이 그러합니다.


"시브가 P-II : 50만원대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이며 굵고 시원한, 날것의 자연 재료로 만든 건강 식품 같은 소리를 냅니다."


"시브가 SV023 : 60만원대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임피던스 300옴과 베릴륨 코팅 진동판이 특징이며, 풍부한 잔향과 숨결을 지닌 소리로 재즈, 클래식에 잘 어울립니다."



오늘 소개할 물건은 3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우드 헤드폰의 참맛을 전해주는 '시브가 오리올'입니다. Oriole은 '꾀꼬리'라는 뜻이고요. 헤드폰을 고를 때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와 음악 감상 용도로 분류한다면 오리올은 완전히 음악 감상용입니다. SV023이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아날로그 헤드파이 시스템에서 잠재력을 보인다면, 오리올은 10만원대 미니 헤드폰 앰프나 USB 동글 앰프와 조합해도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를 음미하게 해주는 밀폐형 우드 헤드폰입니다. 잘 만들어진 목재 이어컵과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만나면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 입문용 가격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목재 공예품의 멋을 누려봅시다



시브가 오리올의 검정색 박스를 열면 헤드폰 본체가 있고... 뽀송한 파우치와 기본 케이블, 6.35mm 변환 젠더가 나옵니다. 제품 색상이 두 가지인데, 고광택 갈색 무늬 이어컵과 황갈색 가죽의 조합은 '브라운' 색상이며 짙은 갈색의 이어컵과 검정색 가죽의 조합은 '블랙' 색상이라고 합니다. 둘 다 동일한 헤드폰이지만 목재와 가죽의 색깔이 크게 다른 인상을 줍니다.



오리올의 기본 케이블은 2.5mm 모노 커넥터로 좌우 이어컵에 탈착할 수 있으며 1.8미터로 꽤 길어서 실내 감상에 어울립니다. 직조물의 피복과 금속으로 된 플러그 부품들이 '나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외치는 듯합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리올의 목재 이어컵 품질이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완성품을 뽑아내려면 합판이 아니라 우드 블록을 CNC 가공해야 하며, 이어컵 한 개씩 사람 손으로 도료를 칠하고 코팅한 후 연마까지 해줘야 합니다. 반짝이는 브라운 색상의 이어컵도 훌륭하고... 무광택의 차분한 고동색(?)을 띄는 블랙 색상도 '나무로 만든 것'을 원하는 오디오 애호가를 자극합니다.



이어컵의 목재는 로즈우드라고 합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헤드폰이지만 유저의 손에 플라스틱이 닿지 않도록 했는데요. 이어패드와 헤드밴드는 인조 가죽 소재로 되어 있으며 헤드밴드의 힌지와 요크는 튼튼한 금속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드 케이스는 포함되지 않으나 헤드폰 이어컵을 눕힐 수 있어서 보관할 때 부피를 덜 차치합니다. (*이어컵 회전이 청취자의 피부와 이어패드의 밀착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시브가 헤드폰들의 이어패드는 유난히 부드러운 편입니다. 가격대가 낮은 SV021(로빈)과 오리올은 유독 말랑한 메모리폼의 이어패드를 사용합니다. 아주 얇은 인조 가죽이 찢어지지 않도록 취급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물론, 이어패드가 부드러운 만큼 착용이 편안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헤드폰 무게도 280g이라서 정수리와 목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이 안락함의 요인은 푹신한 이어패드와 약하게 맞춰진 헤드밴드 장력에 있습니다. 유저의 머리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이 헤드폰은 이어패드가 귓바퀴 둘레에 단단히 눌리지 않으니 조금 신경 써줄 필요가 있습니다. 되도록 안경 없이 착용하는 게 좋고, 머리에 쓴 후에는 이어컵을 회전시켜서 귀 테두리에 골고루 밀착되게 해줍시다. 그래야 저음이 제대로 전달됩니다. 오리올은 요즘 헤드폰들의 기준에서는 저음이 강조되지 않은 제품이므로 이어패드 밀착이 되지 않으면 고.중음이 더욱 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헤드폰 외관에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이어컵 위쪽의 에어 벤트입니다. 우드 하우징 자체는 밀폐 구조이지만 위쪽으로 세 개씩 구멍을 뚫어서 공기가 흐르도록 해놓았습니다. 이를 통해 특히 저음의 튜닝을 했을 텐데요. 아주 조용한 곳에서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게 들립니다. 또한 소음 차단도 아주 강하지는 않으니 외출보다는 실내 감상용으로 두는 게 좋겠습니다.



SOUND



시브가 오리올은 50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으며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20,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08dB, 임피던스는 32옴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이라서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 출력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가격대 성능비를 추구하면서 퍼포먼스도 올리고 싶다면 10만원대의 작은 헤드폰 앰프나 USB 동글 앰프만 더해줘도 큰 효과를 낼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Fiio New K3에 연결해서 즐겁게 감상했는데요. 오리올과 K3의 세트는 부피를 최소로 줄인 총 견적 40만원대의 PC 헤드파이 시스템이 됩니다.



*목재 이어컵과 드라이버 튜닝으로 만든 자연 악기 최적화 사운드


첫 인상부터 이 헤드폰은 고유의 개성이 강하며 음악의 핵심적 장르 하나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그 장르는 바로 '자연 악기'입니다. 전자 악기를 쓰지 않는다는 형용사 '어쿠스틱(Acoustic)'과도 같은 뜻입니다.


라우드 스피커는 금속이든 나무든 인클로저(하우징, 캐비닛)의 소재가 지닌 음향 특성에 큰 영향을 받는데, 드라이버를 귀에 대고 듣는 헤드폰에서는 '이어컵이 곧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 중에도 목재 제품이 있지만 대부분의 우드 헤드폰들은 자연 악기 연주를 듣기 좋게 만드는 '오디오 애호가 속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목재의 밀도에 따라서 고음에 독특한 음색이 생기거나 중음이 두텁게 되고 저음이 포근해지는 등 여러 가지 개성이 발생합니다.



저의 기준에서 볼 때 시브가 오리올은 로즈우드 이어컵의 음향 특성에 드라이버 자체의 튜닝까지 더해서 오로지 자연 악기의 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진하게 들리도록 기획된 헤드폰입니다. 옛날 산업 기준의 플랫 사운드나 요즘 통용되는 하만 타겟 사운드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오로지 어쿠스틱 연주의 감정에만 관계가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서 결론이 나왔습니다. 시브가 오리올은 재즈, 클래식 등의 자연 악기 음악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보컬이 포함되면 더 좋습니다. 저음이 약한 편이고 고.중음은 강해서 다른 장르에서는 꽤 특이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헤드폰 한 개만 쓰는 사람보다는 음악 장르별로 헤드폰 다수를 갖추는 사람에게 적합할 것입니다. 물론, 재즈와 클래식만 듣는 사람에게는 오리올이 가격대 성능비의 최종 병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굴곡을 최소로 낮춘 W 모양의 소리


고음, 높은 중음, 중음이 꽤 강조되었으며 저음과 초저음의 비중을 낮춘 소리로 들립니다. 고.중음이 강하고 저음의 펀치가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었는데요. 하지만 저음 울림이 은은하게 나오도록 초저음을 살짝 보강했으며 고.중음도 자극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일부 영역을 낮춰둔 듯합니다. W 모양의 소리인데 거의 평탄할 정도로 굴곡을 낮춘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모니터링이 아니라 감성에 올인하는 음악 감상 전용의 헤드폰입니다.



"드라이버 고유의 음 특징과 목재 하우징의 음색이 만나서 개성을 만든다. 이것이 취향을 탈 수 있다. 자연 악기 연주, 사람 목소리,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귀가 아주 즐겁게 되지만, 다른 음악 장르에서는 조금 느릿하고 밝은 음색이며 저음 펀치가 약한 느낌이 들 것이다."


*짙은 중음의 끝부분에 맴도는 고음의 달콤함


오케스트라 연주를 만나면 유난히 듣기 좋은 소리가 됩니다. 우드 하우징의 속성을 감성적으로 잘 응용한 헤드폰입니다. 고음은 약간 밝으며 낮은 고음(높은 중음)에 짙은 갈색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중음 강조형 헤드폰은 소리가 어둡게 들릴 수 있지만, 오리올은 연한 양념처럼 재워둔 고음의 화사함과 중음의 진한 색채가 만나서 보컬과 현악기 음이 달콤하게 들립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예로 들면 오리올의 두툼한 중음이 현을 아주 굵게 만들면서 소리의 끝부분마다 청각에 설탕 분말을 뿌리는 듯한 단맛이 남습니다. 수많은 바이올린이 포함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이 달콤함이 떼를 지어서 몰려옵니다.



*저음 악기는 온화하고 은은한 배경


저음 울림에서도 목재의 부드러운 잔향이 남습니다. 저음의 탄력은 통통 튀는 듯한 즐거움이 있는데 응답은 약간 느려서 말랑한 느낌이 강해집니다. 헤드폰의 저음에서 고막을 강하게 때리거나 무겁게 누르는 무게를 원한다면 오리올은 제외하는 게 좋겠습니다. 오리올의 소리에서는 고.중음 악기들이 주인공이며 저음 악기들은 최대한 온화하고 은은하게 배경 역할을 담당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가 울리면 저음이 귀 아래쪽으로 약하고 부드럽게 울리면서 머리 둘레만 감싸주는 것입니다. 재즈 연주의 더블 베이스도 이 느낌과 거의 동일하게 들립니다. 요즘 나오는 헤드폰들의 저음이 너무 세서 부담이었다면 오리올의 저음이 무척 편안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고막과 두뇌까지 진동하는 강력한 중음


시브가 오리올에 대한 유저들의 결정적 선택 요인은 음색이 아닌 다른 곳에 있습니다. 중음이 많이 보강되어서 보컬, 현악기 소리가 매우 가깝게 당겨집니다. 헤드폰 속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와 두개골 속까지 들어가서 진동하는 듯한 중음입니다. 피아노의 건반 울림도 고막에 직접 때려서 울리는 듯합니다. 공연 현장에서 피아니스트가 아주 큰 음을 내면 머리가 잠시 띠잉~하는데, 그런 경험을 헤드폰에서 겪게 됩니다.


헤드폰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제 머리가 가수의 마이크가 된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의 중음도 강한데 목재 이어컵 속에서 울리면서 더욱 증폭되는 현상입니다. 꾀꼬리가 높은 나무 속에서 지저귀는 게 아니라 바로 제 어깨에 앉아서 우짖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음 비중이 높아지면 청취자의 심리적 영향으로 공간이 줄어들어서 딱 녹음실 내부의 면적이 됩니다. 소규모의 실내 연주회에서 피아노 독주나 가수의 독창을 듣는 기분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보컬이 뒤로 밀려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리올을 머리에 쓴다면... 갑자기 침묵하면서 가수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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