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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iKKO OH5 아스가르드, 리튬 마그네슘 티타늄이 뿜어내는 라우드 스피커 소리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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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KO OH5 아스가르드

리튬 마그네슘 티타늄이 뿜어내는 라우드 스피커 소리



"스피커 앞에서 느끼는 [소리의 압력]을 귀 속에서 재현하는 이어폰이다. 강력한 공기가 고막을 누르는 느낌이 생소하다. 리튬 마그네슘 진동판이 이런 것이었나?"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의 세계에서... 또 다른 괴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iKKO의 70만원대 1 DD 이어폰, 'OH5 아스가르드(Asgard)'라는 물건입니다.



작은 이어폰 속에 정전형이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까지 들어가는 요즘이지만, 옛날 방식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대략 두 가지의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라우드 스피커와 같은 구조로 만들 수 있으니 '하우징 설계'가 중요한 변수를 만듭니다. 둘째, 드라이버의 진동판 소재를 새로운 것으로 골라서 완전히 다른 소리 특성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을 리튬 마그네슘으로 만들고 하우징을 티타늄 합금으로 설계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글의 제목과 서두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귀 속에 라우드 스피커를 설치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도 좋지만 어떨 때는 이어폰의 소리에서 '파괴력'을 경험하고 싶어지는데요. 그러한 파워를 위해서는 수백 만원의 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iKKO OH5는 그러한 가격 개념을 뒤엎고 70만원대 이어폰으로 유저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듭니다.



네, 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괴생명체와 처음 조우한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습니다.



티타늄 테마의 디자인, 세 가지 플러그



박스 사진을 안 찍었지만 iKKO는 패키지 디자인에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또한 구성품도 충분하게 챙겨주는데요. OH5에는 짙은 청색과 짙은 분홍빛이 혼합된 가죽 케이스가 들어 있으며, 6쌍의 실리콘 이어팁과 6쌍의 폼팁을 제공합니다. 물론, 최적의 핏과 소리를 위해서 이어팁을 모두 한 번씩 착용해보는 게 필수 과정입니다.



OH5는 '티타늄' 자체를 디자인 테마로 두고 있습니다. 이어폰 하우징에 사용된 티타늄 합금의 색깔을 케이블 영역까지 확대해서 '이건 완전히 티타늄 이어폰이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만듭니다. 딱 하나 소재가 다른 부분은 페이스 플레이트인데, 12mm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후면 수납부가 되는 곳을 레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십중팔구 사운드 튜닝과 연관된 선택일 듯합니다. 노즐이 포함된 앞쪽 영역은 한 덩어리의 티타늄 합금인데 이것도 소리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티타늄 합금을 생각하면 경량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OH5는 이어폰 유닛과 기본 케이블이 모두 은근한 중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즐이 그리 길지 않으며 이어팁이 타원형으로 귓구멍 입구에 맞춰져서 편안하게 끼워집니다. 이어팁 사이즈만 잘 맞는다면 이어훅으로 이어폰 하우징의 무게를 분산시키며 착용하게 될 것입니다. 각진 세모꼴의 디자인이 독특한데 귀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모두 곡선형이라서 걸리는 부분이 없습니다.



이 제품의 취급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흠집 예방'입니다. 가볍고도 튼튼한 티타늄 합금이지만 작은 충돌에도 쉽게 흠집이 생기곤 합니다. 그러므로 OH5를 손으로 다룰 때 좌우 유닛이 서로 닿지 않도록 합시다.



다시 생각해봐도 OH5 아스가르드는 가성비 이어폰입니다. (70만원이어도!) 이후 설명할 '소리의 임팩트'가 굉장한데 구성품과 기본 케이블도 좋기 때문입니다. 2핀 커넥터 규격이며 제법 두툼한 은 도금 동선이고 Y-스플릿과 플러그 부분까지 모두 티타늄 합금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케이블은 꽤 굵고 무거운 편이라서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애초부터 조용히 앉아서 음악에 집중하는 용도의 이어폰이므로 저는 문제 없다고 봅니다. (-_-)/



OH5 기본 케이블의 또 다른 강점은 커넥터 교체 기능입니다. 4핀 규격으로 연결되는데 나사를 쓰지 않고 실리콘으로 단단히 고정해줍니다. 그냥 플러그를 잡아당겨서 빼고, 밀어서 결합할 수 있습니다. 2.5mm, 3.5mm, 4.4mm 커넥터가 모두 들어 있으니 거의 모든 DAP와 앰프에 연결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iKKO는 OH5가 세계 최초로 리튬 마그네슘 진동판을 탑재한 이어폰이라고 합니다. 홈 오디오 분야에서 사용되던 진동판 소재인데 이어폰에 처음 적용했다는 겁니다. 리튬 마그네슘 진동판은 베릴륨 진동판보다 톤이 정확하게 재생되며 독소가 없고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로 봐도 베릴륨 진동판 드라이버들은 고음이 화사하고 저음 울림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큰 장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진동판 소재가 소리의 새로운 경험을 준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듭니다. OH5의 소리는 제 이어폰 리뷰 경력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지 못할 만큼 새롭습니다.



SOUND



OH5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40,000Hz이며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32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드라이버 감도가 112dB로 무척 높은 편입니다. 헤드폰 앰프의 화이트 노이즈가 살아날 수 있으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OH5는 높은 드라이버 감도 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앰프 연결이 없어도 되는 이어폰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헤드폰 앰프와 만났을 때 뚜렷한 향상을 보이지만 OH5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소리의 압력이 강하다!


첫 인상은 플랫 사운드는 아니지만 고음, 중음, 저음의 균형이 아주 잘 맞춰졌으며 중음이 유난히 두텁게 들려옵니다. 저음 울림이 든든해서 포근한 느낌도 받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한 곡 절반쯤 넘기면서 굉장히 낯설고 충격적인 경험이 시작됐습니다. 소리가 외이도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지금껏 사용해본 이어폰들과 명확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강한 압력'입니다!


커다란 라우드 스피커 앞에서 음악을 들으면 공기가 가슴팍을 누르는 물리적 압력을 느낄 수 있는데요. OH5가 귀 속에서 그런 느낌을 냅니다. 특히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 영역에서 고막이 강력한 공기로 눌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처음부터 생소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단순히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게 아니라 소리의 압력과 펀치가 다른 이어폰들보다 훨씬 강합니다. DAP 중에서도 대표적 소출력 기기에 속하는 아스텔앤컨 SR15의 3.5mm 헤드폰잭에 끼워서 들어도 고출력 헤드폰 앰프에 연결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바쿤 CAP-1003이나 Fiio New K3 같은 소형 헤드폰 앰프로 들으면 언밸런스 연결 상태에서도 항상 밸런스 연결이 되어 있는 것처럼 힘찬 소리를 냅니다.



*이어폰이... 연주 공간과 스피커 느낌을 연출한다


이처럼 독특한 중.저음의 압력 덕분에 콘서트홀 내부의 울림 효과가 부각됩니다. 콘서트홀의 앞쪽 좌석에서 가까이 듣는 기분입니다. 악기들의 소리가 힘있고 강하고 가깝게 들리는데 소리의 울림이 더욱 풍부해져서 주변의 벽으로부터 반사되어 돌아오는 느낌이 듭니다. 작은 연주 공간에서도 반향이 생생하게 강조되는 점은 동일합니다. 이어폰인데... 소리를 뿜을 때마다 스피커 하우징의 진동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공간감이 살아나는 DSD 레코딩 음반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소리의 잔향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음색이 유난히 건조한데, 드라이버와 이어폰 하우징에서 자체적으로 울림 효과를 만듭니다. 저의 경우는 LG V20에 연결된 코드 모조 2를 통해서 DSD 음반을 감상했고 아주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은데 각각의 개성이 있다


음색 특징이 거의 없으며 고.중.저음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습니다. 단, 진동판 소재와 티타늄 하우징의 속성 때문인지 고유의 강한 개성도 몇 개 발견됩니다.


1) 고음에서 약간의 금속성이 나오는데 이것이 음색을 살짝 밝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금속 진동판이라서 당연한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소리 해상도를 매우 높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청각 자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낮은 고음과 초고음 일부 영역을 낮춰둔 듯합니다. 분명히 샤프하고 정밀한 고음이지만 고막을 찌르는 느낌은 없습니다.


2) 중음이 매우 굵고 강하게 들립니다. 고음에 가까운 높은 중음부터 저음에 가까운 낮은 중음까지 폭넓게 보강되어서 소리 선이 굉장히 굵게 나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이어폰들보다 대체로 소리 선이 굵은 편이지만, OH5는 다른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보다도 최강급으로 굵은 소리를 냅니다. 상급 모델인 OH7보다도 굵은 느낌이 듭니다.


3) 저음과 초저음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둥둥거릴 정도로 크게 강조된 것은 아닌데 아주 단단하고 강력하게 터지는 저음으로, 높은 저음의 강력한 펀치와 초저음의 깨끗한 울림을 동시에 달성하는 베이스 부스트 방식입니다. 티타늄 하우징 속에서 저음 울림이 맴도는 공기 효과가 있는데, 불필요한 잔재를 만들지 않으며 짧게 끊어서 치는 타격을 냅니다. 규모를 웅장하게 만들기보다는 타격의 힘에 집중하는 인상입니다.


*건조하고 냉정하며 힘이 엄청나다


건조한 느낌이 강합니다. 드라이 클린 사운드인데 힘이 엄청난 이어폰입니다. DAP와 헤드폰 앰프의 종류가 바뀌어도 OH5 아스가르드의 깔끔한 건조함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또한 진동판 소재와 티타늄 하우징의 고유 특성으로 보입니다. 이 점이 냉정한 인상을 남길 수도 있겠습니다. 이 제품은 음악 속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부각하지 않습니다. 힘이 하도 좋아서 스릴 만점인데 소리 자체는 날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모니터링 성향을 보입니다. 화사한 느낌, 현란한 기교, 감성적인 잔향, 거대한 저음 - 이런 음악적 특징을 원하신다면 OH7 뮤지크페라인을 권하겠습니다. OH10 옵시디언은 저음형 하이파이 이어폰으로 오케스트라 연주에 최적화됐으며 고음이 섬세한 편이라서 OH5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BA 드라이버의 기체 사운드를 DD에서 경험하다


소리의 밀도가 낮은 것도 신기한 특징입니다. OH5의 음파 압력이 그렇게 강력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기체에 가까운 감촉을 내기 때문입니다. 액체나 고체가 고막을 누르는 게 아니라 고농도로 압축된 기체를 불어대는 느낌이 듭니다. 풀레인지 싱글 DD 이어폰인데 소리의 감촉은 고음 4개, 중음 4개, 저음 8개의 BA 드라이버를 탑재한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의 응답 속도가 아주 빠른 점도 이런 감촉에 한 몫을 합니다. 구름처럼 번지는 기체가 아니라 컴프레서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공기의 시원함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의 완벽한 올라운더 이어폰


소리가 굉장히 굵게 들리는데 정교한 고해상도와 놀라운 음 분리 능력을 지녔습니다.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이 뚜렷하게 체감되며, 고.중.저음이 서로를 조금도 간섭하지 않으면서 음악 속의 수많은 요소들을 촘촘하게 분리해서 들려줍니다. OH5는 음악 장르 선택의 개념이 없는, 거의 완벽한 올라운더 타입이기도 합니다.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더 굵고 강한 힘으로 강렬한 인상을 받습니다. 게다가 원래부터 중음이 굉장히 충실한 이어폰이니 보컬과 현악기 음이 더욱 가깝게 들립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듣다 보면 초저음이 룸의 바닥이 아니라 청취자를 향해 곧바로 발사되며 보컬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스피커 시스템이 있습니다. DAP 한 개와 OH5를 준비하면 자신의 헤드룸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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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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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좋아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20:04
23.01.10.
이코 아스가르드 실구매자입니다.
이코 헤임달에 연결하여 꾸준히 청음했는데, 막이 있는 듯한 먹먹하고 어두운 성향으로, 올라운더 성향이 아닌 특정 오케스트라 음원의 웅장한 저역과 공간감 표현, 심장이 울리는 압력을 가장 맛깔나게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꽤 탄다고 생각해요.
06:36
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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