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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파이널 ZE8000, 디지털 하이파이 오디오 플랫폼이 되는 무선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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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ZE8000

디지털 하이파이 오디오 플랫폼이 되는 무선 이어폰



"이 무선 이어폰의 소리는 레퍼런스가 아니다. 그러나 음악 듣는 재미와 고해상도의 경험에서는 [무선 이어폰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파이널(Final)에서 ZE3000이라는 올라운더 타입의 무선 이어폰을 내놓았을 때, 저도 남들처럼 '이것보다 고급형 모델이 비싸게 나오겠지~'하고 쫄깃한 기대를 했습니다. 괴물 헤드폰 D8000과 보물 이어폰 A8000이 있으니 모델 넘버는 당연히 ZE8000이 되겠고요. 하지만 ZE8000의 소리가 그렇게 특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읽기 시작한 여러분은 ZE8000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 괴작의 정보를 찾고 싶어서 클릭하셨을 터입니다. 그러니 곧바로 정보 방출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거의 3주 동안 ZE8000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 물건의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이후에도 계속 만족했던 휴먼입니다. 이 점을 먼저 참조해주시기 바라며, 제가 생각하는 ZE8000은 음악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디지털 오디오의 장점을 최대로 살린 무선 이어폰입니다. 정가는 47.2만원이며 할인 받으면 42만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생긴 것은 희한하지만 아주 편안하다!

'ANC 귀마개'로 써도 된다!



ZE8000은 파이널의 이어폰들 중에서는 조금 더 큼직한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충전 케이스와 이어폰 좌우 유닛이 보이고, 안쪽의 액세서리 박스에는 다섯 쌍의 실리콘 이어팁, 충전용 USB-A to C 케이블, 다섯 쌍의 먼지 필터와 금속 막대 같은 교체 도구가 들어 있습니다.



이어폰 몸체가 큰 편이라서 충전 케이스도 조금 큰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얇고 가벼워서 휴대하기는 의외로 간편합니다. 또한 뚜껑을 위로 밀어서 스륵~하고 열어젖히는 동작이 은근히 만족스럽습니다. 뚜껑을 닫을 때에는 아래로 살짝 눌러주면 탁! 하고 닫힙니다. 케이스 뒤쪽에는 USB-C 포트가 있고 앞쪽의 아래에는 네 개의 LED가 있어서 배터리 잔량을 보여줍니다. 이어폰을 담고 있는 상태에서 충전 케이스의 뚜껑을 열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시작됩니다.



ZE8000의 충전 케이스도 손에 부드럽게 잡히도록 둥글고 둥글게 디자인됐습니다. 참 희한하단 말이죠... 이 케이스의 디자이너는 왜 사람들이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손에만 들고 다닌다고 생각했을까요. (-_-)... 충전 케이스 밑바닥이 둥글둥글해서 책상 위에 두면 계속 회전합니다. 이 때 케이스 귀퉁이를 손가락 끝으로 툭 치면 인셉션 팽이의 무한 회전을 볼 수 있습니다.



ZE8000에서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부분은 옛날에 세미커널 타입이라고 불리던 형태입니다. 13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앞쪽에 웨이브 가이드 역할의 노즐을 달아둔 모습인데요. 바로 이 드라이버 하우징 테두리와 노즐을 모두 실리콘 이어팁으로 덮게 됩니다. 그래서 ZE8000을 귀에 끼우는 것은 몸통 전체가 실리콘으로 된 세미커널 이어폰을 끼우는 셈입니다. 이게 굉장히 편안해서 아주 오랫동안 착용해도 귀가 아프지 않습니다. 또한 ZE8000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이압이 없고 자연스럽게 동작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ZE8000을 음악 재생 없이 그냥 귀에 끼우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실내에서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을 때 완전 좋은 'ANC 귀마개'가 됩니다.



제 귀에는 이어팁 M 사이즈보다 L 사이즈가 딱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M 사이즈가 맞는 줄 알고 지냈는데 묘하게도 노이즈 캔슬링이 약하고 소리가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L 사이즈로 바꾼 후부터 ZE8000이 저의 최애 ANC 귀마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물건을 구입하신다면 꼭! 이어팁 교체부터 해보세요. 이 때, 이어팁 안쪽 가운데의 구멍이 베이스 포트와 일치하도록 맞춰야 합니다.



ZE8000은 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비싼 모델이고, 비싼 제품은 오래 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폰 노즐 입구에 붙이는 먼지 필터가 여분으로 들어 있습니다. 기본 포함된 금속제 도구를 사용해서 필터 교체를 해주면 이어폰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어폰 유저가 귀 청소를 잘 해준다면 먼지 필터 교체를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니면 평소에 노즐을 붓으로 털어줘도 됩니다. 어디까지나 '유용한 여분'으로서 먼지 필터와 도구를 잘 보관해두시면 되겠습니다.



ZE8000의 모양새는 길쭉한 막대기 부분과 두 개의 하우징으로 구성됩니다. 옆에서 보면 3단 구조가 딱 보이는데요. 드라이버 하우징을 완전히 분리했으며 각종 부품과 배터리, 회로를 외부로 빼냈기 때문에 이렇게 생긴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하우징에 집약할 수도 있겠으나, 파이널에서는 무선 이어폰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착용과 사용이 모두 불편해지기 때문에 분리형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생긴 것은 희한해도 귀에 들어가는 부분은 실리콘 이어팁 뿐이라서 아주 편안하니, 사용 편의를 위해서 심미성을 희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 그리고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생기도록 블랙과 화이트 색상 모두 시보(Shibo) 코팅을 해뒀습니다.



네모 막대 부분은 길이가 거의 4cm나 되지만 어쨌든 귀 바깥에 놓이므로 착용감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단,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웃도리를 벗거나 입으면 이 막대가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폰 유닛은 IPX4 생활 방수를 제공하므로 가벼운 비를 맞는 것 정도는 괜찮습니다.



긴 막대 부분의 위아래에는 음성 통화용 마이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빔 포밍 기술을 사용해서 이 마이크들이 유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직접 전화를 해보니 상대방이 제 목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고 합니다. 긴 막대의 가운데 부분은 터치 패드 영역으로 싱글탭, 더블탭, 트리플탭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왼쪽은 ANC와 앰비언트 사운드의 전환, 오른쪽은 음악 재생 및 정지와 음성 통화 시작 등을 담당합니다.



블루투스 5.2 버전이며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은 SBC, AAC, aptX, aptX 어댑티브를 지원합니다. 또한 퀄컴 스냅드래곤 사운드(Qualcomm Snapdragon Sound)를 지원하는데요. 스마트폰에서 이 기능을 지원한다면 aptX 어댑티브 코덱 상태에서 96kHz / 24bit 고해상도 재생이 가능하답니다. ZE8000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음악 재생 5시간, 충전 케이스를 포함하면 15시간으로 조금 짧은 편이지만 그리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ANC가 기본적으로 켜져 있으며, 이후 전용 앱에서 켤 수 있는 '8K 사운드+'를 쓰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조금 줄어들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ZE8000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이 기본으로 켜지는 무선 이어폰입니다. 파이널에서 이 제품을 기획할 때 고음질과 더불어 ANC를 사운드의 일부로 둔 것입니다. 음질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적정 수준의 소음 상쇄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실제 사용에서도 바로 체감됩니다. 주변의 저음형 소음을 자연스럽게 줄여주는 타입으로, 고.중음형 소음은 들리지만 자동차 엔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확인해보니 확실히 귀가 편하고 자연스러운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화이트 노이즈를 만들지 않는 '고요한 ANC'라서 이어폰을 처음 사용할 때는 ANC가 켜졌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나중에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한 후 윈드 컷(Wind-cut)과 보이스 쓰루(Voice Through) 모드도 사용해봤는데요. (기본은 ANC와 앰비언트 사운드이며 앱에서만 윈드 컷과 보이스 쓰루를 선택할 수 있음) 윈드 컷은 고.중음형 소음을 더 많이 상쇄하고 저음형 소음을 더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바람 소리를 줄여줍니다. 보이스 쓰루는 앰비언트 사운드 모드와 비슷한 기능으로,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대화를 해야 할 때 씁니다. 조용한 실내에서는 보이스 쓰루, 앰비언트 사운드 모드에서 지글거리는 노이즈가 들리는데, 기본적으로 실외에서 사용하는 기능이므로 괜찮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는 마트에서 계산대 직원과 대화할 때 보이스 쓰루를 켜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ZE8000의 필수품 - 파이널 커넥트 앱



고급형 무선 이어폰들은 대부분 전용 모바일 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앱 사용 없이 제품을 써도 되지만, 꼭 몇 가지의 중요한 옵션이 있어서 앱을 설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_-); ZE8000은 특히나 중요한 것들이 앱에 있기 때문에 꼭 설치해서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파이널 커넥트(Final Connect)'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봅시다. 앱 연동 후에 제품 펌웨어 업데이트 알림이 뜬다면 펌업을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8K 사운드+를 쓸 수 있음)


ZE8000의 왼쪽 이어폰 터치 패드를 싱글탭하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앰비언트 사운드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주변 소음 차단과 주변 대화 듣기가 되니까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파이널 커넥트 앱에서 윈드 컷과 보이스 쓰루를 선택해도 됩니다. 이건 보너스 기능으로 보면 되겠군요.


그 다음은 '프로 이퀄라이저' 기능입니다. 무선 이어폰 중에서 ROM을 지닌 고급 제품들은 사운드 설정을 직접 저장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제품 개발하는 사람이 사운드 튜닝할 때 쓰는 도구와 똑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유저가 직접 EQ를 조정하여 원하는 소리를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ZE8000을 위한 프로 이퀄라이저는 아날로그 기기처럼 쉽게 음색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단순화된 점이 특징입니다. 저는 프로 이퀄라이저를 끄고 기본 사운드를 듣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유저마다 취향이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



'볼륨 단계 최적화'는 제법 유용한 기능입니다. 이 옵션을 사용하면 유저가 주로 듣는 음량 범위를 선택해서 볼륨 단계를 세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많은 블루투스 이어폰 헤드폰들의 음량 간격은 무려 5~6dB까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볼륨을 올리다가 중간 즈음에서 갑자기 소리가 확 커지는 영역이 있지요? 이것보다 소리가 조금만 크거나 작았으면 좋겠는데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조사에서 이 점을 해결하겠다고 전체 볼륨 단계를 두 배 이상 세밀하게 만들어버린다면 볼륨을 올리고 내리는 데 한참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파이널 커넥트 앱에서는 유저가 소음량, 중음량, 대음량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영역에서만 볼륨 단계가 세밀하게 동작합니다.



그리고... 이 앱의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8K Sound+'가 있는데, 저는 무조건 켜두시길 권장합니다. 직접 비교 청취해보셔도 바로 느낌이 오겠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ZE8000의 진짜 소리는 8K 사운드+를 켰을 때 나온다고 봅니다. 앱에서 한 번 켜주면 이어폰에 저장되어서 계속 적용되니까 한 번만 켜주면 땡입니다.




SOUND



*소리가 낯선 이유는 사실상 '저음'에 있다


시작부터 확실히 해두겠습니다. 제 생각에 ZE8000이 취향을 타는 이유는 '저음'입니다. 스마트폰과 페어링해서 처음 소리를 들으면 아주 선명한 고음부터 즉시 감지되는데, 곧 거대하게 둥둥거리는 저음이 몰려오면서 흐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제작자가 8K 사운드를 표방하면서 소리의 해상도를 극도로 올릴 때, 고음 뿐만 아니라 저음과 초저음까지 쭈욱~ 올린 것입니다. 마치 파이널의 초고가 이어폰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의 저음 울림 효과가 무선 이어폰에 적용된 듯합니다. 또한 체감되는 주파수 응답 형태도 초고음과 초저음만 크게 올린 U 모양이 떠오릅니다.


이런 점들이 유저에게 매우 낯선 인상을 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처음부터 놀라움의 시작이었고 즐거움의 연속이 됐습니다. 2023년 2월 현재까지 제가 접해본 무선 이어폰 중에서 소리의 해상도가 가장 높으며 음악적 재미가 제일 큰 제품은 파이널 ZE8000입니다.



*무선 이어폰은 디지털 오디오의 새로운 개척지


먼저 이 물건의 하드웨어 측면을 살펴봅시다. 드라이버에는 f-CORE for 8K Sound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약 13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인데 제조 공정에서 접착제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이 소리 왜곡율을 크게 낮춰주었다고 하네요. 드라이버가 내장된 하우징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그 뒤쪽의 둥근 하우징과 막대 하우징 속에는 각종 부품이 들어 있습니다. 내부에서 클래스 AB급 앰프가 동작하며 박막 고분자 적층 콘덴서(폴리머 멀티 레이어 커패시터, PMLCAP)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FIR 필터와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기술을 조합하여 놀라운 해상도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이어폰 속에 DSP를 포함한 회로와 앰프를 담는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은 디지털 오디오의 새로운 개척지일지도 모릅니다. 파이널 ZE8000은 하이 퍼포먼스의 드라이버와 콘덴서를 탑재했고 소프트웨어로 소스 품질을 다듬으며 고품질의 앰프로 시그널 증폭까지 처리하는 '무선 하이파이 오디오 플랫폼'과도 같습니다. 저의 비교 청취 결론으로 볼 때 이 제품은 DAP의 헤드폰잭에 끼운 유선 이어폰과 동급의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ZE8000은 디지털 오디오 기술과 부품의 힘으로 초고음과 초저음을 쭈욱~ 확장한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입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추가된 '8K 사운드+' 옵션도 매우 중요합니다. 알고리듬 조정으로 오디오 퍼포먼스를 극대화한다는 설명이 있는데, 실제 체감에서는 기존 사운드에서 중음과 높은 저음을 보강해줍니다. 이 '8K 사운드+'를 기준으로 하면, ZE8000의 소리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크게 강조되며 다른 음 영역은 균형이 잘 맞춰진 'U 모양의 밸런스형 사운드'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8K 사운드+가 오로지 소프트웨어로만 달성된 업적이라는 겁니다. 디지털 오디오 시그널을 형성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쓰이는 알고리듬을 고치는 것으로 이 정도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무선 이어폰이 생활 소품에서 진화하여 디지털 하이파이 오디오의 새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고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


앞서 언급한 대로 ZE8000의 저음 울림에는 특유의 흐릿한 느낌이 있습니다. 고음 파트가 별로 없는 음악을 들으면 거대하게 벙벙거리는 저음만 남아서 혼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ZE8000으로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런 초저음이 '진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선 이어폰은 물론 고급형 유선 이어폰들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웅장하고 깊은 울림의 초저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저음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음악 경험이 시작됩니다.


무선 이어폰에서 이런 고해상도를 접할 수 있는가? - 이런 의문부터 듭니다. 제가 아이폰 14 프로와 페어링했으니 지금 ZE8000은 AAC 코덱 활성화 상태입니다. 음악은 애플 뮤직의 무손실 파일(ALAC)을 재생 중입니다. 딱히 나쁜 환경은 아니지만 딱히 고급스러운 환경도 아닌데요. 그런데... ZE8000의 고음에서 체감하는 해상도는 무선 이어폰의 것이 아닙니다. 극히 정밀하고 섬세하며 투명한 물처럼 깨끗한 고해상도를 느끼게 됩니다.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는데 초고음과 고음이 시원스럽게 올라갑니다. 상당히 밝은 음색이며 고음의 선이 가늘고 입자가 매우 곱게 다듬어져 있어서 부드러운 감촉을 냅니다. 음 분리 능력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크게 강조된 초저음의 바탕 속에서 초고음, 고음, 높은 중음, 중음, 낮은 중음이 모두 분리되어 들려옵니다. 이렇게 놀라운 해상도를 누리면서도 오랫동안 편안하게 들을 수 있으니 만족감이 계속 커지기만 합니다.



*저음과 초저음의 해상도를 확보하라


제 생각에, 파이널이 말하는 8K 사운드에는 저음의 해상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 속의 저음을 '선명하게' 들으려면 일단 저음의 양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저음이 너무 작아서 듣기 어렵다면 해상도 파악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ZE8000의 제작자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먼저 하드웨어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모두 잘 나오도록 만든 후 나머지 대부분의 튜닝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했을 것입니다. 절묘한 주파수 응답 조절과 소리 재생의 타이밍 맞추기, 그리고 이어폰 하우징의 울림통 구조까지 모두 조화를 이뤄야 유저가 듣기에 가장 깨끗한 저음이 나옵니다. (*이 감상문을 쓴 후에 파이널의 상세 페이지를 읽어봤는데 실제로 '주파수'와 '타이밍'의 최적화가 언급되고 있음)



처음에만 흐리게 들리는 ZE8000의 저음은... 그동안 다른 무선 이어폰들이 놓치고 있었던 초저음의 디테일을 바로잡는 존재입니다. 공연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가 넓은 공간을 장악하기 위해 뿜어내는 초저음을 무선 이어폰에서 그대로 구현합니다. 기존의 이어폰 감상 기준에서는 너무 크게 강조된 저음일 수도 있으나 공연 현장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것이 진짜 저음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펀치를 만드는 높은 저음과 배경의 웅장함을 만드는 초저음이 모두 강조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분리됩니다. 이렇게 저음의 전달에서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오디오룸에서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음악 듣기


ZE8000의 소리가 즐거운 또 다른 이유는 놀라운 입체감과 공간감입니다. 무선 이어폰 한 쌍을 착용했을 뿐인데 면밀하게 세팅된 오디오룸에 들어온 듯합니다. 단, 이 오디오룸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아니라 서브 우퍼가 추가된 멀티 채널 스피커가 있습니다. 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들려오며 서브 우퍼의 초저음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공적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계속 음악만 듣는 셈이거든요.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ZE8000이 제 머리 속에 만들어주는 오디오룸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중앙의 소파에 앉아서 리모컨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켰을 때 내 앞에 공연 현장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경험을 무선 이어폰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파트 위치를 정확히 그려낼 뿐만 아니라,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독주를 하는 음반에서도 청취자와 피아노 사이의 거리, 피아노 소리의 홀 울림 면적을 그대로 느낍니다. 이것은... 실제로 경험하는 드넓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ZE8000의 경우는 돌비 애트모스 같은 공간 음향 효과를 끄고 듣는 쪽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어폰이 스스로 공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간이 살아나고 입체감이 강조되는 사운드라면 아무래도 보컬과 현악기 소리가 더 멀게 들릴 텐데요. ZE8000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어폰을 사용하고 리뷰해온 저의 기준에서도 이 물건은 참으로 희한하고 비밀스러운 인상을 줍니다. ZE8000이 표현하는 중음 비중이 높은 소리들은 무대의 중앙에 정확히 위치하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의 중간 자리 쯤에서 듣는 거리를 유지합니다. 녹음실에서 스테레오 채널로 가깝게 듣는 게 아니라 홈시어터가 있는 방에서 센터 스피커로 듣는 셈입니다. 게다가 중.저음의 밀도가 매우 높으며 감촉이 찹쌀떡처럼 말랑하니 쉴새없이 듣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이렇게도 부드럽고 포근하며 청각을 현혹하는 목소리가 나오는지...! 이래서는 이어폰을 귀에서 떼어낼 수가 없습니다.



*레퍼런스 이어폰 아니거든요! 아니라고요!


저는 ZE8000의 '8K 사운드'라는 단어에 완전히 공감하지만, 레퍼런스(기준점)로 쓸 만한 이어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저음의 디테일을 실제로 표현하는 유일한 무선 이어폰이라고 해도, 근본적으로 많이 주물러진 소리라서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음악 감상 기준에서 벗어나 모든 음 영역의 고해상도를 맛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조정한 결과가 ZE8000의 소리입니다.


이 제품이 주는 온갖 신기한 경험을 제외하고 그냥 무선 이어폰으로 생각한다면, ZE8000은 저음이 풍부해서 따뜻한 소리의 이어폰이며 편안하고도 몹시 선명한 고음으로 음악 속 디테일을 고스란히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플랫 사운드, 모니터링 사운드를 선호하는 유저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쪽으로는 ZE3000을 추천함) ZE8000의 음악 장르 매칭에 대한 조언은 하나 뿐입니다. 다른 거 필요 없고 반드시 고음 연주가 포함된 곡을 들으라는 겁니다. 저음 연주가 대부분인 곡에서는 흐린 기억만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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