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T+A 솔리테어 T, 고성능 DAC에 진공관 앰프를 더한 듯한 소리의 무선 헤드폰

루릭 루릭
2164 1 0

T+A 솔리테어 T

고성능 DAC에 진공관 앰프를 더한 듯한 소리의 무선 헤드폰



"T+A에서 라이프스타일 헤드폰을 위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솔리테어 T는 예쁘고 달콤한 고음과 부드럽고 포근한 중.저음을 놀라운 공간감으로 들려주는 초고가 무선 헤드폰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독일의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 'T+A (Theory + Application)'에서 드디어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을 내놓았습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의 DAC 헤드폰 앰프 'HA200'과 경이로운 소리를 지닌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솔리테어 P'를 생각해봅시다. (이 문장에서 '압도적'과 '경이로움'이라는 단어 선택은 매우 정상적인 것!) T+A의 무선 헤드폰은 분명히 좋은 경험을 주겠지만 분명히 비쌀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내 가격 200만원대의 무선 헤드폰이 나와버렸습니다.



T+A '솔리테어 T (Solitaire T)'는 표면적으로 본다면 40~60만원대의 ANC 무선 헤드폰처럼 보일 수 있으며 제품 사용 방식도 동일합니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생활용 무선 헤드폰에 200만원대 가격표를 붙일 수 있었을까요?


음악을 듣는 헤드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질이겠으나, 그 헤드폰을 생활 속에서 쓸 생각이고 게다가 무선 헤드폰이어야 한다면 음질 외에도 다수의 요인이 모여서 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제품의 전체적 완성도와 함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착용감, 디자인, 유무선 연결 등이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높은 가격이 성립되겠지요? T+A 솔리테어 T는 이러한 검토 목록을 골고루 높은 점수로 완성하며, '블루투스'라는 하이파이 오디오 측면에서 제한된 환경을 몹시 듣기 좋은 소리로 돌파합니다.



200만원이면 하이엔드 등급의 유선 헤드폰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2주 동안 사용해본 경험으로 볼 때 솔리테어 T는 가장 마음에 드는 ANC 무선 헤드폰이지만, 뱅앤올룹슨, 바워스앤윌킨스, 소니, 보스 등의 쟁쟁한 상대들과 싸워서 엄청난 차이로 승리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작성하는 주관적 경험담은 모든 이를 위한 글은 아니게 됩니다. 항상 곁에 둘 무선 헤드폰을 최고급으로 고르고 싶거나, T+A의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오래 전부터 인정해온 분들이 읽어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솔리테어 시리즈의 단순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솔리테어 T는 무선 헤드폰으로서는 제법 큰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헤드폰 본체가 먼저 보이고, 안쪽을 보면 지퍼 방식의 하드 케이스가 나옵니다. 하드 케이스 속에는 자석으로 열고 닫는 수납 공간이 있는데 이 안에 USB-C to C 케이블, 3.5mm 케이블, 4.4mm 케이블을 넣어두었습니다. 안쪽에 항공기용 어댑터와 6.3mm 변환 젠더도 있고요.



이후 설명하겠지만 솔리테어 T는 USB 연결을 포함하는 유선 모드를 지원하므로 세 가지 케이블이 모두 유용하게 됩니다. 헤드폰 색상이 블랙과 화이트가 있는데 화이트 색상에도 검정색 케이블을 넣어준 점은 아쉽지만, 모두 '실제로 쓸 수 있는' 헤드폰 전용 케이블입니다. 3.5mm 케이블은 길이가 1.4미터라서 실외에서 쓰기에 편하고, 4.4mm 케이블은 3미터 길이로 실내에서 오디오 시스템이나 게이밍 콘솔과 연결하기에 좋습니다. (헤드폰 쪽 커넥터는 2.5mm와 USB-C)



솔리테어 T는 크기가 작은 무선 헤드폰인데 T+A 제품임을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절삭 가공으로 제작된 알루미늄 파츠가 솔리테어 P와 동일한 '각'을 보여줍니다. 참 단순한 디자인으로 보이는데 굉장히 고급스럽기도 합니다. 누구나 처음 봐도 비싼 헤드폰이라고 생각할 법한 럭셔리 디자인입니다. 그러니까... 솔리테어 P를 밀폐형으로 바꾸고 크기를 줄이면 솔리테어 T가 되는 겁니다. 이어패드 안쪽의 필터 부분을 빨강색으로 만든 점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경량화를 위해서 헤드밴드가 늘어나는 부분과 이어컵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군요. 무게는 326g이라고 하며 실제로 착용해보면 꽤 가벼운 편입니다.



블랙과 화이트 색상 모두 이어컵과 헤드밴드 부분에 은빛의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이어컵 외부의 플라스틱 부위와 가죽 이어패드 및 헤드밴드의 색깔이 다릅니다. 아주 작게 접을 수 있는 폴딩 헤드폰이며 이어컵을 눕히면 케이스 속에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버이어(Over-ear) 타입의 헤드폰인데 사람 귓바퀴 크기에 딱 맞춰진 소형 이어패드와 머리에 착 붙는 헤드밴드가 무척 편안합니다. 단, 헤드밴드가 길게 늘어나지는 않으니 참조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헤드밴드를 끝까지 늘리면 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고, 헤드밴드 길이가 여유로운 보스 QC45와 비교하면 이 정도 차이가 나옵니다.



솔리테어 T의 가죽 이어패드는 메모리폼의 쿠션이 풍부해서 안경을 쓰고 착용해도 테가 푹신하게 파묻힙니다. 즉, 안경 테로 인해 이어패드가 떠서 소리가 나빠지는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굉장히 두꺼운 뿔테만 피하면 되겠고, 대부분의 안경에서 준수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손실 없는 음질을 누릴 수 있습니다.




3단계의 ANC, 아저씨의 은밀한 음성 안내


솔리테어 T의 오른쪽 이어컵에는 두 개의 터치 패드가 있습니다. 이어컵 표면 위쪽의 평평한 부분과 원형 버튼처럼 생긴 부분입니다.



평평한 터치 패드 영역은 탭(두드리기)과 스와이프(문지르기) 입력을 사용하며 음악 재생과 일시 정지, 볼륨 조정 등을 담당합니다. 버튼처럼 생긴 터치 패드는 탭만 사용하며, 손가락 끝을 대고 있으면 외부 소리 듣기가 일시적으로 켜집니다. 음악을 듣고 있다가 손을 대면 소리가 줄어들면서 마이크가 켜지고, 손을 떼면 곧바로 음악이 돌아옵니다. 헤드폰을 벗지 않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입니다.



솔리테어 T의 외관을 고급지게 완성하는 알루미늄 밴드에는 버튼과 LED가 있습니다. 왼쪽 이어컵의 슬라이드 버튼은 위로 올려서 전원을 켜고 4개의 LED를 통해서 배터리 잔량을 보여줍니다. 헤드폰 전원을 처음 켰을 때 배터리 잔량이 나오고, 나중에는 켜진 상태를 알리기 위해서 한 개만 켜지는 방식입니다. 배터리 사용은 기본 70시간이며 하이 퀄리티 모드로 쓰면 35시간이 된답니다.



오른쪽 이어컵에는 블루투스 페어링할 때 쓰는 슬라이드 버튼과 모드 전환 버튼이 있는데요. MODE 버튼은 한 번 누를 때마다 ANC On, ANC Off, 하이 퀄리티 모드로 전환됩니다. DA는 디지털 어시스턴트 버튼이라서 자주 쓸 일은 없겠고, 그 밑에 있는 한 개의 LED가 현재 활성화된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 종류를 보여줍니다. 파랑색은 SBC, 하얀색은 AAC, 빨강색은 aptX, 노랑색은 aptX HD입니다. 블루투스 버전은 5.2이고 퀄컴 QCC 5127 칩셋을 탑재했습니다.



자, 그러면 이 물건을 머리에 쓰고 전원을 켜봅시다. 웬 아저씨의 영어 음성 안내가 들려옵니다. 뭔가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대단히 은밀한 목소리라서 마음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듣는 순간 유럽의 오디오 애호가 아저씨가 떠오르는 목소리 되겠습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전용 앱의 설치인데요. 솔리테어 T를 기본 사운드와 기본 설정으로 사용하겠다면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레벨을 1, 2, 3단계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앱을 설치해둬야 합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T+A Solitaire Companion App'을 찾아봅시다. 그냥 'T+A'로 검색해도 검색어 목록에 나옵니다.



*참고 : T+A 솔리테어 컴패니언 앱을 사용하고 싶다면 앱을 먼저 설치한 후 솔리테어 T의 블루투스를 새로 페어링해주세요. 그래야만 앱에서 헤드폰을 인식합니다. 앱 설치 전에 헤드폰 페어링부터 완료한 상태라면 '기기 지우기'를 한 후 새로 페어링해주면 됩니다.


전용 앱의 주요 기능은 EQ 조정, ANC 레벨 조정, 펌웨어 업데이트 정도가 되겠습니다. ANC 레벨은 최대로 올릴 수록 저음형 소음이 더 많이 상쇄되고 고음형 소음은 계속 들립니다. (피드 백 마이크와 피드 포워드 마이크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ANC) 솔리테어 T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이압을 느낄 정도로 강하지는 않지만 주변 소음을 상당히 줄여줘서 음악 감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제품을 실외에서 자주 사용하겠다면 최대값인 3단계로 두시기 바랍니다. 이후 다른 스마트폰과 페어링해도 이 설정값은 계속 적용됩니다.



EQ 프리셋 중에서는 'Vitalize'와 'Relax'가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겠습니다. 솔리테어 T의 기본 사운드(Flat)도 고음과 저음의 강조가 있어서 평탄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양념이 필요하다면 Vitalize를, 더욱 편안하게 듣고 싶다면 Relax를 적용해봅시다.


음성 통화 품질은 역시 좋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통화하는 것과 비교했는데, 상대방에게 물어 보니 사실상 거의 똑같아서 대화가 잘 되며 마이크의 메아리 같은 느낌이 조금 있다고 합니다. 마이크가 유저의 입과 멀어지는 무선 이어폰과 달리, 무선 헤드폰들은 마이크를 유저의 턱 근처에 둘 수 있어서 음성 통화가 쉬운 편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유선 모드


솔리테어 T의 오른쪽 이어컵 하단에는 2.5mm 커넥터와 USB-C 포트가 있습니다. 여기에 세 가지의 헤드폰 케이블을 연결해서 쓸 수 있는데요. USB-C 케이블로 스마트폰이나 PC와 연결하면 디지털 유선 헤드폰이 되고, 2.5mm 아날로그 연결에서는 헤드폰 전원을 켜는 유선 액티브 모드와 전원을 끄는 유선 패시브 모드를 모두 지원합니다.



제가 듣기에 유선 패시브 모드와 유선 액티브 모드의 볼륨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액티브 모드에서는 헤드폰 내부의 앰프가 켜져서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에 연결한 패시브 모드보다 소리의 선이 굵어지고 음색도 살짝 달라집니다. 하지만 패시브 모드에서 별도의 헤드폰 앰프로 출력을 보강한다면 차이를 감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패시브 모드에서는 앱에서 헤드폰에 저장해둔 EQ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전원을 끄면 일반 유선 헤드폰이 되므로 당연한 일)


그런데, 솔리테어 T에서 유선과 무선의 소리 차이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켠 무선 모드'만 소리가 많이 다른 겁니다. ANC 무선 헤드폰으로 사용하는 솔리테어 T는 중.저음이 더욱 포근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고음이 여전히 선명하지만 전체 음색이 밝아질 정도는 아니게 됩니다. (Flat EQ의 기본 사운드 기준) 오디오 애호가의 기준으로 본다면 소리 해상도가 더 높은 유선 모드를 선호할 수 있으나, 이 헤드폰을 생활 속에서 쓰려고 구입한다면 ANC On 무선 모드에서 만족감이 더 클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USB-C to C 케이블을 끼워서 솔리테어 T를 디지털 유선 헤드폰으로 써봅시다. USB 케이블은 배터리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모두 지원하며, 헤드폰을 PC와 USB 연결하면 48kHz / 16bit DAC가 인식되면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USB 연결을 한다면... 출력이 낮아져서 볼륨을 최대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B&W Px7 S2가 그러했듯이) USB 연결은 솔리테어 T의 가장 좋은 소리를 듣는 방법 중 하나이므로, 든든한 구동을 위해서 노트북 또는 데스크탑 PC와 연결하시기 바랍니다.


솔리테어 T는 헤드폰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도 블루투스 페어링을 유지해서 유선과 무선의 소리를 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을 일시 정지하고 다른 쪽에서 재생하면 됩니다. 헤드폰 전원을 켠 상태(액티브 모드)에서는 오른쪽 이어컵의 터치 패드가 동작하는데, 싱글 탭을 하면 블루투스 쪽의 소리가 재생됩니다. 예를 들면, 솔리테어 T를 PC와 USB 연결하고 감상하는 도중에 볼륨을 올리려고 터치 패드를 쓸어올립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면 싱글 탭이 입력되면서 스마트폰의 음악이 재생되는 겁니다. (-_-) 이 때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페어링을 미리 끊어두거나, 솔리테어 T 오른쪽 이어컵의 슬라이더 버튼을 내려서 헤드폰의 블루투스를 꺼주면 됩니다.



SOUND



*주의 : 솔리테어 T를 무선으로 쓴다면 '블루투스 헤드폰'이 되는 것입니다. 이 작은 물건에서 900만원짜리 솔리테어 P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 짐작하시면 곤란합니다. (-_-); 다른 고급형 블루투스 헤드폰들과 비교할 때 솔리테어 T는 더욱 선명하고, 부드럽고, 넓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하이 퀄리티 모드의 쓰임새


T+A 솔리테어 T는 ESS ES9218P Sabre DAC와 고품질의 앰프를 내장한 헤드폰이며, 음악 감상 도중에 언제든 MODE 버튼을 눌러서 세 가지의 사운드 모드를 고를 수 있습니다. 'ANC On - ANC Off - 하이 퀄리티 모드'인데, 하이 퀄리티 모드는 ANC Off 상태이며 솔리테어 T의 자체 DAC와 앰프를 모두 거쳐서 소리를 재생하게 됩니다. 하이 퀄리티 모드를 쓰면 배터리 사용 기간이 7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어들지만, 35시간도 다른 무선 헤드폰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밖에서는 늘 ANC On을 권하겠으나 실내에서 조용히 듣는다면 하이 퀄리티 모드도 써보시기 바랍니다. 고음 해상도의 향상을 느낄 수 있으며 소리 질감도 더욱 곱게 다듬어집니다. 당연히, 하이 퀄리티 모드는 유선 연결에서도 선택 가능합니다.


*참고 : 사운드 모드를 너무 빠르게 전환하면 하이 퀄리티 모드가 됐을 때 소리가 잠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음성 안내 아저씨의 목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MODE 버튼을 눌러주세요.


*ANC를 켰을 때의 소리가... 더 기분 좋다?


솔리테어 T는 유무선 겸용 헤드폰이지만 메인 메뉴는 역시 'ANC 무선 헤드폰' 상태일 것입니다. 하지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강해질수록 헤드폰의 음질에는 악영향이 될 수 있습니다. 솔리테어 T에서 ANC를 켜면 유선 모드 또는 하이 퀄리티 모드보다 소리 해상도가 조금 낮아지고 중.저음이 더 풍부해집니다. ANC를 끄면 소리 해상도가 올라가며 저음이 조금 더 평탄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ANC를 끄는 게 좋을 듯하지만, 생활 속에서 계속 사용해보면 어느새 계속 ANC를 켜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상당한 소음 상쇄 효과와 함께 편안하고 포근한 중.저음을 누리는 기분이 의외로 좋기 때문입니다. 조금... 중독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무선 헤드폰들을 사용해봤지만, 틈만 나면 소리를 듣고 싶어지는 무선 헤드폰은 솔리테어 T가 처음이었습니다. 다들 소리가 좋아도 뭔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거나 너무 심심하거나 - 이런 식으로 자잘한 걸림돌이 생기기 마련인데 솔리테어 T는 그런 점이 없습니다.



*전원 끄고 유선으로 들어봐도 여전히 좋은 소리


제품 설명을 보니 드라이버의 보이스 코일 댐핑에 신경 썼으며 셀룰로스 진동판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패시브 모드와 액티브 모드에서 모두 좋은 소리를 내도록 드라이버를 설계했습니다. 헤드폰 전원을 끄고 3.5mm 또는 4.4mm 케이블로 유선 감상을 해보면 드라이버 자체의 소리 해상도가 높으며 듣기 좋은 고음과 부드러운 울림의 중.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42mm 지름 진동판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이므로 거대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솔리테어 P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임을 기억해둡시다. 솔리테어 T의 드라이버는 고음이 더 샤프하고 밝으며 중.저음의 주파수 응답에서 약간의 굴곡이 있습니다. 실외 감상을 위해서 저음의 양을 조금 늘리고, 해상도 향상을 위해서 고음 일부를 강조하는 것이 기본적 튜닝으로 보입니다.


*진동판 에이징의 효과, 디지털 볼륨의 세팅


드라이버 진동판의 에이징 효과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라우드 스피커와 이어폰 헤드폰들이 그러하지만, 솔리테어 T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대여한 두 개의 제품 중에서 블랙은 사전 테스트로 오랫동안 사용된 것이며 화이트 색상은 거의 새것입니다. 저는 블랙을 먼저 사용하다가 추가로 화이트 색상을 대여하게 됐는데, 이 때 두 제품을 비교 청취해보니 오래 사용된 블랙의 소리가 더욱 자연스럽고 질감이 곱게 들렸습니다. 즉, 새 제품을 구입한 후 하루 두 세 시간씩 1~2주 정도 감상하고 나면 소리가 좋게 정착될 것입니다. 오래 기다리는 게 싫다면... 헤드폰 전원을 끈 패시브 모드에서 DAP 등과 유선 연결하고 절반 볼륨으로 20시간 정도 음악을 재생해서 새것 상태만 벗어나면 됩니다.



이 무선 헤드폰은 전형적인 디지털 볼륨의 세팅을 보여줍니다. 40~50% 볼륨에서는 소리가 작지만 70% 즈음부터 소리가 많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낮게 유지되다가 확 올라가는 모습의 그래프) 아이폰 14 프로에서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위해 볼륨이 낮게 제작된 음반을 틀면 거의 최대 볼륨으로 감상하게 됐습니다. (예: 클래식 악곡) 실외 감상에서는 대부분의 곡에서 볼륨을 70~80%까지 올려서 들었고요. 유선 패시브 모드에서는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연결한다면 볼륨을 많이 올려야 하며, 유선 USB 모드에서는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볼륨을 높게 올리고 PC에 연결하면 윈도우의 시스템 볼륨을 30 정도로 낮춰서 듣습니다.


요컨대 솔리테어 T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볼륨을 올리고 들어야 하며, PC와 USB 연결했을 때에만 볼륨을 낮춰서 들으면 됩니다.


*여성적이고 온화한 분위기


T+A의 소리를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들을 수 있다. - 이것이 솔리테어 T의 주제인데요. T+A의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들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대중적인 소리를 냅니다. 늘 듣던 음악의 장르를 스탠다드 재즈에서 스무드 재즈로, 헤비 메탈에서 얼터너티브 락으로 바꾼 느낌입니다. 특히 발라드와 R&B에 완전히 초점을 맞춘 듯한 여성적이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T+A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사운드의 무선 헤드폰'이 곧 솔리테어 T인 것입니다. 이 제품은 장시간의 음악 감상에 좋은 헤드폰이므로, 굵고 강렬한 임팩트를 원한다면 다른 무선 헤드폰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소스는 정밀하고 앰프는 포근하다


T+A의 제품 사양표를 보니 솔리테어 T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가 0.05% 미만(1kHz / 94dB)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실제 체감에서는 느릿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줍니다. 굳이 비유한다면 고성능 DAC에 빈티지 진공관 앰프를 연결한 소리와도 같습니다. 헤드폰 내부의 회로에서 만드는 디지털 오디오 시그널은 정밀하고 깨끗하며, 앰프와 드라이버 쪽에서는 푹신한 쿠션처럼 안락하고 포근한 소리를 만듭니다. 헤드폰 속에 진공관 앰프라도 넣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짝수 배음 효과가 있어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순간부터 약간의 저항도 없이 소리에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소스 품질에서 어느 정도 제한이 생기는 블루투스 환경이지만, T+A는 그 안에서 사람이 오래 듣기에 아주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특유의 편안함과 달콤함


즉, 솔리테어 T의 소리 주제는 세 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자연스러운 짝수 배음의 느낌


2) 달콤한 맛의 고음


3) 부드러운 울림의 중.저음


이 무선 헤드폰의 소리 구조는 드라이버의 품질이 매우 좋으며 소프트웨어(EQ) 처리를 최소로 더한 것입니다. 유선 모드를 지원하는 무선 헤드폰 중에는 전원을 끄고 들을 때와 켜고 들을 때의 소리 차이가 매우 큰 제품도 있는데요. 이것은 드라이버의 성능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조정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솔리테어 T는 전원을 끄고 들어도 고해상도와 음악의 즐거움을 모두 지닌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드라이버가 지닌 특유의 편안함과 달콤함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드라이버가 스스로 짝수 배음을 만드는 듯합니다.


드라이버의 소리가 원래부터 고음이 깨끗하고 시원하게 들리며 중.저음의 울림이 부드럽게 되어 있습니다. 고음 튜닝이 유난히 잘 되어 있어서 자연스러운 인상을 주는데, 섬세하고 선명하며 곱게 빻은 설탕 가루처럼 듣기 좋은 잔향을 풍깁니다. 고음의 선이 가늘고 약간 샤프하며 밝은 느낌을 내는 것도 특징입니다. 왜곡이나 잔재가 없는 깨끗한 고음이며 특유의 달콤한 맛이 있어서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성 보컬에 짙은 화장을 더하지 않으면서도 더욱 예쁘게 만들어주는 고음입니다.


*대형 헤드폰처럼 깊고 넓은 공간을 만든다


솔리테어 T는 밀폐형 헤드폰이지만 다른 무선 헤드폰과 차별화되는 공간감이 있습니다. 이어컵의 내부 구조에서 만드는 물리적 공간 확장이 있으며, 미묘하게 조절된 주파수 응답 형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중음과 저음 사이에 딱 계산된 굴곡을 넣어서 심리적으로 더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려오도록 만든 것입니다. 헤드룸이 좌우로 넓게 펼쳐지며 음악 속의 여러 요소들이 각자의 방향을 지니는 입체감도 살아납니다. 분명히 작은 크기의 헤드폰인데 대형 헤드폰처럼 깊고 넓은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지원하는 음반이 꽤 있습니다. 애플 뮤직에서 감상해보니 일반 헤드폰에도 공간 음향 효과가 추가되는데요. 애플 iOS 기기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유저가 '헤드폰'으로 지정한 블루투스 헤드폰들에게 적용됩니다. 그리고 유선 헤드폰에서도 돌비 애트모스를 쓰고 싶다면 iOS 기기에서 공간 음향을 '항상 켬'으로 설정해둡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솔리테어 T가 돌비 애트모스 음반에서 더욱 특별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헤드폰이 원래부터 입체적 공간을 묘사하는 물건인데 소스까지 입체감을 더해주니 그럴 만합니다. 다채널 지원 헤드폰에 다채널 소스를 넣었다고 할까요? 방 안에 다수의 스피커를 두고 듣는 듯한 거리와 방향의 감각이 훨씬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많이 강조되지 않았는데 초저음이 웅장하다


솔리테어 T의 넓고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지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포근한 울림의 저음과 연결됩니다. 실외 감상에서 저음형 소음과 맞서기 위해 약간 강조된 저음이지만, 요즘 출시되는 타 브랜드의 무선 헤드폰들보다는 베이스 부스트가 적은 편입니다. 또한 직접적 펀치를 만드는 높은 저음보다 배경에서 울리는 초저음 영역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리테어 T가 보유한 놀라운 공간감이 초저음의 울림을 이어컵 속으로 넓고 깊게 퍼트려줍니다. (ANC를 켜면 이 울림이 더욱 커짐!) 기본 감상에서도 귀 아래로 낮게 깔리는 초저음의 웅장함을 맛볼 수 있으며, 공간 음향 효과를 더하면 스피커가 설치된 오디오룸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보컬과 현악기를 두툼하게!


달콤하고 자연스러운 배음 효과와 부드럽고 푹신한 중.저음이 강력한 특징이지만, 여기에 보컬과 현악기 소리의 두툼한 선과 가까운 거리감을 추가해야겠습니다. 솔리테어 T의 기본 사운드는 고음, 중음, 저음의 일부분을 각각 조금씩 강조한 W 모양이 떠오릅니다. 낮은 고음을 줄여서 청각 자극을 없애고 초고음 영역에 조금씩 피크(Peak)를 더했으며 저음은 초저음 중심으로 완만하게 보강했는데, 중음과 낮은 중음을 살짝 올려서 사람 목소리가 굵게 들리도록 만들어놓았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수의 목소리에서 낮은 음이 더 두텁게 되고, 피아노의 울림이 강해지며, 바이올린과 첼로의 낮은 음도 연주자가 조금 더 힘을 줘서 현을 긋는 느낌을 줍니다.



*귓가로 봄 바람을 불어주는 무선 헤드폰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아서 음악 장르의 선택은 필요하지 않겠으나, 이 헤드폰의 여성스러운 온화함이 모든 음악 장르에 골고루 반영됩니다. 클래식 악곡을 들으면 베토벤 교향곡 9번에서 로맨스(?!)를 경험하게 되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듣노라면 붐 박스의 한 구석에 핑크 리본을 장식해놓은 듯합니다. 헤드폰 전원을 끄고 유선으로 들으면 이 예쁜 느낌의 대부분이 드라이버에서 나옴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육질의 남성미가 필요한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솔리테어 T로는 뭘 어떻게 해도 대응할 수 없음을 기억해주세요. (-_-) 그보다 귓가로 스치는 따뜻한 봄 바람처럼 듣기 좋은 소리를 원한다면... 솔리테어 T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갖고 싶고 원하게 만드는 소리의 무선 헤드폰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